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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조원 운용하는데”…MBK, ‘스튜어드십 코드’ 미도입 논란

운용자금만 44조원에 달하는 MBK파트너스가 수탁자 책임 원칙이 담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수탁자 책임 외면은 물론 주주가치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연기금 등 다양한 기관에서 자금을 출자 받는 MBK는 아직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MBK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등에서 이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으나 그 이후에도 도입을 위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 지침으로,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명한 경영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투자의 원칙을 담은 지침이다. 국내 주요 기관에서 앞다퉈 도입할 정도로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당국은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 추진과 맞물려 지난해 3월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여기에는 “투자 대상 회사의 기업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소통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투자사가 단순히 자금 회수에 국한하지 않고 투자 대상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촉진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 같은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거론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7년에 발간한 '우리나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한국 증시 재평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시에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이사회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주주총회 기능 회복이라는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도입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ESG기준원 통계 등에 따르면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국내 기관투자자는 4대 연기금을 포함해 239곳이다. 이 중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73개사로 지난 2017년 5월에 JKL파트너스가 처음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바 있다. 국내 PEF 약정액 상위 10위 운용사 중에서는 △스틱인베스트먼트(2017년 6월) △IMM인베스트먼트(2022년 7월)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이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작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를 받았다. 당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도 도입하지 않은 MBK를 국민연금공단에서 위탁운용사로 선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사모펀드에 맡기는 것이 맞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아직까지 MBK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업계에서는 MBK가 수탁자 책임도 외면하고 주주가치 제고에도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책임 있게 운용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기본 원칙으로 최근 밸류업 정책 추진과 맞물려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수탁자 책임 정신을 외면할 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 노력은 뒷전인 채 단기 수익 창출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MBK ‘주주친화’ 명분 앞세우는데…“실상은 주주이익 외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 중인 대형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재무 효율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MBK의 과거 행적을 감안하면 이 같은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주주로서 MBK의 이익을 극대화한 결과 소액주주를 비롯해 다른 주주들을 위한 주주친화정책은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고려아연에 대한 집중투표제 도입 대해 “본연의 취지와 목적이 존중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의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며 조건부 동의라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재계에서는 MBK가 소수주주 보호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왔다는 진단이 나온다. MBK는 자신들이 인수한 상장사에서 소수주주 보호를 염두에 두고 정관을 개정한 사례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상장폐지를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초래하는 등 소액주주 권익을 외면하거나 침해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MBK가 밝히고 있는 역대 50여개사 M&A 포트폴리오 가운데 과거 국내 증시에서 거래됐거나 현재 상장돼 있는 기업은 △오스템임플란트 △커넥트웨이브 △오렌지라이프 △코웨이 △HK저축은행 △한미캐피탈 등 6곳이다. 이 가운데 MBK가 투자한 시점 이후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회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MBK가 집중투표제에 대해 밝힌 입장과 달리 애초 MBK가 집중투표제 도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MBK의 이 같은 애매한 입장과 관련해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헤이홀더' 측은 “MBK 입장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자니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하자니 자신들이 주장했던 지배구조 개선이 허구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MBK가 소수주주 권리 보호를 명문화하거나 추진했던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MBK가 투자하거나 인수했던 상장사 중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수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MBK 행태가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상장폐지이다. 과거 MBK가 인수한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폐지됐다. MBK가 2006년에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는 2009년 공개매수를 거쳐 자진 상장폐지됐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업체 역시 MBK가 인수한지 5개월 만인 지난 2023년 8월 상장폐지됐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A사 역시 MBK가 지분을 모두 확보한 뒤 지난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의 가치가 헐값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 주최로 열린 '자발적 상장폐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제도적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해당 기업 A사의 주주연대 대표는 “MBK가 인수한 뒤 주가 누르기에 나서 주가가 1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1만8000원에 공개매수를 실시했는데 터무니 없는 가격이었다"며 “소액주주들이 소송에 나서 겨우 공개매수를 막았더니 (MBK는)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결국 회사를 삼켰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MBK가 고려아연을 타깃으로 적대적 M&A를 추진하며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과거 투자기업에 대한 행보는 정반대였다"며 “소액주주 권익을 외면하고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한 MBK의 행태를 돌아보면 소수주주 보호 등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외환위기 이후 최악 연말, 환차손에 철강·항공 1조2000억원 손실

지난해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위에서 마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난 1997년 이후 최악의 환율로 한 해를 마감한 것이다. 이에 원료를 달러화로 결제해 수입하는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수천억원 규모의 환차손이 확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업황이 어려운 철강·항공사 등이 대규모 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환율 급등으로 환차익을 본 해운·조선 등이 산업권도 있지만 올해 환율이 안정되면 다시 대규모의 손실이 우려돼 마냥 즐겁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환율 급등으로 국내 대기업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해 외환시장 마지막 거래일(30일)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전일 보다 5월 오른 14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997년 말 163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마지막 거래일에도 1259.5원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이 연달아 가결된 뒤 시작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에서도 해소되지 않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환율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연말 종가가 국내 기업의 각종 환율 위험과 건전성 비율 등을 산출하는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 종가는 지난 2023년 말 1299원에 비해서 13.36%(173.5원)나 급등한 수준이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환차손을 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며 달러화로 결제하는 철강·항공사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23년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환율이 10% 급등하면 6167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도 143억원 이상의 환차손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도 환율 10% 급등으로 4604억원과 1794억원으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혀왔다. 이들과 비슷한 사업구조를 영위하는 저비용 항공사도(LCC)도 각각 10억~수백억원 수준의 환차손이 예상된다. 지난해 업황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대규모 환차손까지 발생할 경우 철강·항공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반면 환율 급등으로 대규모 환차익을 경험한 대기업도 없지 않다. 운임 대부분을 달러 등 외화로 받는 해운업과 역시 고객에게 배를 넘기고 대규모 달러를 챙기는 조선업에서 특히 큰 이익이 예상된다. 실제 국내 해운업계 1위이자 주요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지난해 환율 10% 급등할 경우 1조3321억원의 대규모 환차익이 예상된다고 밝혀왔다. 국내 대형 조선사로 꼽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서도 각각 2889억원과 1360억원 이상의 환차익이 관측된다. 다만 이들 기업에서도 대규모 환차익에 당장 기뻐하기보다는 올해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지난해 연말 종가가 정치적 특수성 때문에 급등한 만큼 올해 다시 이전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운·조선 산업의 달러화 결제 구조를 갑작스레 바꾸기가 어렵다는 환경을 감안하면 올해 환율이 이전 수준으로 급락한다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해 환차익을 본 만큼 환차손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산업권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중 다수가 역대급 환차손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국내 정치 등 불안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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