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가계와 부동산으로 쏠린 대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자본이 성장 산업으로 이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생산적 투자로 연결되는 통로를 충분히 작동시키지 못하면서, 경제 전반의 성장 선순환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발표한 자본시장 관련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 구조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로 ▲ 민간신용 확대 속 기업 대출 비중 축소 ▲ 부동산 부문으로의 자본 집중 ▲ 주식, 채권을 통한 직접금융 기능 약화를 꼽았다. 연구원은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을 제약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민간신용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어선 상태다. 신용 총량은 빠르게 늘어났지만 그 안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몫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기업 신용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말 70%를 웃돌았으나, 지난해 2분기에는 50%대 중반까지 낮아졌다. 신용이 늘어도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별 대출 흐름에서도 왜곡은 뚜렷하다.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확대된 반면, 제조업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연구원은 자금이 생산성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부문보다 자산 가격과 연동된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자본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상승해 70%에 육박했다. 연구원은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금융자원이 실물 경제의 성장 동력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묶이게 된다고 판단했다.
자본 조달 방식의 편중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기업들이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보다는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직접금융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간접금융 대비 직접금융의 규모 격차는 과거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이는 담보와 신용등급 중심의 보수적인 자금 배분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모험자본 공급이 위축되고, 산업 간 자본 이동도 원활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자본시장이 기업 성장의 촉매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제 전반의 역동성도 함께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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