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다시 제한…다음주 가처분 결정

MBK·영풍 측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과 관련해 법원이 다음주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1일 영풍의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첫 심문을 진행한다. 해당 가처분은 이달 28일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 측이 보유한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 의결권 행사 여부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분쟁 당사자들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려아연의 정기 주총이 열리기 전인 오는 28일 이전 법원이 가처분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는 방식으로 상호출자 고리를 변경했다. SMH는 호주에서 아연 제련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관리하는 지주회사다. SMH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완전 자회사이며, SM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직전 임시 주주총회 바로 전날 SMC를 통해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근거로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바 있다. 상법에서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상호주 제한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임시 주주총회 효력 정지 가처분 판결에서 법원은 SMC가 주식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MBK·영풍 측이 제기한 가처분을 대부분 인용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기 주총에서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약 25.4%의 의결권이 회복됐으나 새로운 순환 출자 고리를 만들어지면서 다시 법정에서 맞붙게 됐다. 만약 법원이 이번 가처분을 기각하면, 최윤범 회장 측은 상당 기간 동안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최 회장 측이 핵심 안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도 영풍 의결권 제한을 통해 상정한 핵심 안건을 모두 통과시킨 바 있다. 반면 법원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면, 지분율에서 다소 앞선 MBK·영풍 측이 이번 주총을 계기로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이 법원 판단에 불복해 본안 소송에 나설 경우 최소 1년 이상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MBK·영풍 측은 이 시간 동안 고려아연 이사회를 최대한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이 분쟁의 중요한 분수령"이라며 “법원이 가처분 심문에서 영풍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美 국무부, 고려아연 인수전 주시…중국 견제 필수 파트너

미국 국무부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한국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중국의 시장 조작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인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20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과글리아노네 국무부 수석국장은 공화당 소속 잭 넌 하원의원에 게 보낸 답변 서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14154를 언급하며, 핵심 광물 생산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제 및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정책이 국무부 및 행정부의 주요 관심 사안임을 강조하며, 한국과 한국 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넌 의원은 지난달 18일 핵심 광물 공급망의 다변화와 중국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문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무부는 한국이 중국의 경제적 보복과 강압을 직접 경험한 국가로서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의장국으로서 공급망 다변화 및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한 핵심 기술 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이 미국 및 일본과 함께 3자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정보 공유에 참여하고 있으며, 다자간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무부는 고려아연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으며, 이 사안이 미칠 잠재적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의 독자적인 제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 있어 해외 인수합병, 외국인 투자 및 합작 투자, 기술 수출을 진행하기 전에 한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현재 고려아연은 중국 자본과 연관된 MBK파트너스로부터 적대적 M&A 위협을 받고 있으며,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미국 방위산업, 반도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필수적인 광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추진하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있어 핵심적인 기업으로 평가되며, 만약 경영권이 중국과 연관된 세력에 넘어갈 경우 공급망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 놓일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의 전략적 광물 확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미국 정치권에서도 고려아연 인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관련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글리아노네 국장은 “미국은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장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광물 안보 파트너십 활동을 넘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측근으로 알려진 잭 넌 하원의원을 비롯해 에릭 스왈웰 미국 의회 핵심 광물 협의체 공동의장, 마리아네트 밀러-믹스 연방 하원의원,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다수의 미국 정치인은 중국 투자를 받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글로벌 광물 및 자원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포스코그룹, 장인화 체제 1년…고망간강·하이렉스·2차 전지로 위기 넘는다

철강업계가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중국발 공급 과잉·수요 둔화 등의 복합적인 악재 속에서 생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보호 무역주의 확산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고망간강·하이렉스 공법·2차 전지 소재 사업 등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탄소 중립과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경영 기조가 강화됨에 따라 전통적인 철강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친환경·고부가가치 기술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철강 신소재 개발과 친환경 생산 방식 도입, 그리고 신사업 확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포스코가 내세우는 첫 번째 승부수는 차세대 철강 소재인 '고망간강'이다. 고망간강은 기존 철강 제품 대비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나며 극한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장인화 회장은 철강 연구원을 지낸 바 있어 조선과 철강 양쪽 분야에 이해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고망간강 연구와 사용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고망간강의 육상·선박용 저장 탱크에 실제 적용해 판매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트랙 레코드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광양 LNG 터미널 5호기 건설이 결정되었을 무렵인 2017년 포스코 부사장 재임 당시 기성 소재 대신 고망간강을 쓰도록 지시도 했다. 포스코의 소재를 활용해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용하면 그룹 시너지가 높다는 판단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LNG 추진선의 LNG 연료 탱크에 적용할 수 있게 해 선박용 신수요도 이끌어냈다. 이순기 포스코 수석 연구원은 “장 회장은 2020년 포스코 사장 재임 당시 한화오션 경영진을 직접 만나 고망간강의 안전성을 적극 설명하며 적용을 위한 담판을 지었다"며 “이후 한화오션은 2022년 세계 최초로 고망간강을 사용한 LNG 연료 탱크를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탑재했고, 이어 컨테이너선에도 이를 적용했다"고 회고했다. 포스코는 고망간강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국제 해운업계가 친환경 선박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고망간강이 LNG 추진선·극저온 저장 시설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가 두 번째로 내세우는 기술 혁신은 '하이렉스 공법'이다. 하이렉스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제철 공법이다. 기존 고로 방식과 달리 철광석을 수소로 환원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은 필수적인 혁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공법을 앞세워 유럽 연합(EU)의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와 같은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친환경 철강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편 장 회장은 새로운 먹거리로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꼽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의 공급망 안정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포스코홀딩스는 종합 소재 기업으로 도약해 2030년 리튬 42만3000톤, 니켈 24만톤, 양극재 100만톤, 음극재 37만톤 등 세부 생산 목표를 공개했고, 포스코HY클린메탈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7만톤에 이르는 리사이클링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해외 염호 개발에 적극 투자하며 차별화된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호주 벌판과 남미 호수에서 리튬 채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이러한 기술 혁신과 신사업 확장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철강업계가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포스코의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당사는 그룹 차원에서 원료부터 소재·폐 배터리 리사이클링까지 배터리 소재 풀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탈중국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흑연계 음극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완성차, 배터리 기업들 대상 매출액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포스코그룹은 앞으로도 기술 혁신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장인화 회장 체제의 포스코그룹이 철강업계의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그리고 신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두산그룹 新청사진]② 에너빌리티·밥캣이 영업익 91.34% 차지…로보틱스 키워서 의존도 경감 필요

지난해 말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무산된 두산그룹이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재편의 새로운 청사진을 가다듬어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새로운 청사진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두산그룹의 신규 청사진을 들여다보고 그 방향성 살펴본다. 지난해 두산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은 두산로보틱스의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막강한 현금창출력을 가진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흡수 합병해 로보틱스의 체급 자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두산그룹의 일부 계열사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고민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밥캣 2개 계열사의 영업실적이 그룹 전체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심각하다. 이에 두산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에너빌리티와 밥캣의 의존도를 다소 완화하기 위해서 세 번째 주력 계열사로 로보틱스를 낙점하고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상장 7개사의 누적 3분기(1~9월) 합산 영업이익은 1조478억원에 달한다. 이 중 에너빌리티와 밥캣의 영업이익 합계는 9571억원으로 전체의 91.34%를 차지한다. 또한 7개사의 합산 매출액 6조4230억원 중에서도 에너빌리티와 밥캣의 합산이 5조846억원으로 전체의 79.16%를 차지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두산그룹에 비상장사 15개사가 더 존재하나, 대규모 영업실적을 기대할만한 계열사는 거의 없다. 결국 두산그룹은 영업실적의 80~90% 가량을 에너빌리티와 밥캣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존도가 높은 만큼 두 계열사가 호황을 맞이하면 그룹의 전체 성과도 좋았다. 반대로 둘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실적이 악화된다면 그룹의 전체 실적도 악화를 면치 못했다. 문제는 두 계열사가 영위하는 사업이 중공업과 건설장비 판매로 호황과 불황의 격차가 큰 업종이라는 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에너빌리티와 밥캣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줄 세 번째 주력 계열사가 필수적이다. 다만 아직 두 계열사와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격차가 매우 심각하게 벌어져 있다. 우선 지주사인 ㈜두산도 지난해 누적 3분기까지 영업이익 593억원에 그쳤다. 두산테스나와 두산퓨얼셀의 영업이익은 각각 435억원, 26억원에 그친다. 비상장사도 마찬가지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와 사업범위가 연결된 곳들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력변환장치 관련 사업체인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손실 129억원을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사인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도 같은 기간 영업손실 2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기반이 아닌 계열사 중에서는 흑자를 내는 곳이 있다. 두산그룹의 광고회사인 오리콤과 전 한화계열 광고회사였던 한컴 등이 100억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해당 계열사들은 광고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두산그룹의 기존 주력 사업과 너무 동떨어져 있고, 향후 주목을 받기에도 어려운 산업군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산그룹은 지난해 누적 3분기 영업손실 207억원을 기록한 로보틱스를 세 번째 주력 계열사로 낙점했다. 테스나와 퓨얼셀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를 낙점한 점을 감안하면 두산그룹은 당장의 성과보다 향후 미래 성장성과 안정성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지난 2020년 두산중공업(현 에너빌리티)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서 채권단 관리를 받는 등 큰 곤경을 겪었다"며 “지난 2022년 채권단 관리 체제를 빠르게 졸업했지만 이후에는 다시 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안정적인 세 번째 주력 계열사를 육성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두산그룹 新청사진]① 좌초된 사업구조 재편…기존 골자 그대로 새 기회 노린다

지난해 말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무산된 두산그룹이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재편의 새로운 청사진을 가다듬어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새로운 청사진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두산그룹의 신규 청사진을 들여다보고 그 방향성 살펴본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지난해 목표는 한 발 앞선 투자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결국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기회가 오면 곧바로 잡을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앞선 시도를 마무리하고 다른 방향을 찾기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기존 방안을 다시 추진할 새로운 기회를 노리겠다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해 무산된 사업구조 재편의 큰 골자를 지금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두산그룹은 '클린 에너지·스마트 머신·반도체 및 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선정하고, 사업 특성별로 계열사를 재배치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업종 구분 없이 혼재돼 있는 지배구조를 정리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업끼리 뭉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구조 개편 대상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가 지목됐다. 먼저 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밥캣의 지분 46.06%를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분할한 이후 투자회사를 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이후 로보틱스와 밥캣은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진행해 지분 100%를 취득하고 밥캣을 상장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그러나 이 같은 작업은 초기부터 위기를 겪었다. 금융투자시장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합병비율이 산정되면서 밥캣 소액주주 등이 거세게 반발했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합병비율 등이 기재된 증권신고서의 심사를 맡은 금융감독원도 지속적으로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하는 등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두산그룹이 지난해 8월 이 같은 반발에 로보틱스와 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계획을 철회하면서 사업구조 재편은 한 달 만에 밑그림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로보틱스가 밥캣의 지분을 가져가는 큰 틀은 유지됐으나 마지막 문턱인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령 선포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에너빌리티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규모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결국 두산그룹은 5개월 가량 노력해왔던 사업구조 재편 관련 모든 절차를 중단했다. 사업재편이 무산되면서 두산그룹은 투자 적기를 놓쳤다. 특히 원전 르네상스를 맞이한 에너빌리티가 가장 실기했다는 평가다. 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소형모듈 원전(SMR) 제작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사업 재편으로 마련한 1조원의 현금으로 원전 르네상스 시기에 발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심산이었으나 계획이 완전히 흔들렸다. 로보틱스도 지난 2023년 상장 당시 천명했던 인수·합병(M&A) 작업을 일시중단하고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집중했으나 무산된 결과 남는 것이 없게 됐다. M&A 작업이 1년 이상 지연된 결과 상장 직후 퀀텀 점프 시기가 지연됐다. 밥캣 역시 사업 영역이 유사한 로보틱스와의 연결고리가 강해지지 못해 시너지 확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두산그룹은 지난해 사업구조 개편이 좌초된 후 주요 계열사별로 새로운 미래 성장 전략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사업재편의 골자와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빌리티는 자금을 확보해 원전 르네상스 시기에 맞춰 다양한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로보틱스는 지연된 M&A를 진행하면서 밥캣과의 시너지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올해 박 회장이 내놓은 신년사와 맞닿아 있다. 그는 “우선은 안정을 기조로, 기회가 오면 기민하게 대응하자"며 “당장은 시장 여건이 어려워도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여전히 '클린 에너지·스마트 머신·반도체 및 첨단소재'를 3대 성장축으로 언급하면서 “회사나 부문 사이의 경계를 넘는 협업을 위해서는 활발한 소통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가 적극 장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사업구조 재편이 좌초됐으나 그 방향성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지난해 연말 외부적 변수로 사업구조 재편이 좌초됐지만 그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다른 방안을 찾기보다는 일단 기존 방안의 골자를 그대로 밀고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