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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HD현대삼호, 마스가 박차…美서 ‘K-크레인’ 활동 무대 넓힌다

HD현대삼호가 HMM의 미국 서안 핵심 물류 거점에 항만 크레인 4기를 공급한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사업 영역을 항만 장비로 넓힌다는 구상이다. 28일 HD현대삼호는 HMM이 운영하는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항의 워싱턴 유나이티드 터미널(WUT)에 항만 크레인 4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HD현대삼호는 노후화된 안벽 크레인 2기를 신규 장비로 교체하고, 야드 크레인 2기는 새로 추가로 공급한다. 안벽 크레인은 항만에 접안한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장비이고, 야드 크레인은 선박에서 내린 컨테이너를 터미널 내부에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HD현대삼호는 설계부터 제작·운송·설치·시운전까지 전 과정을 턴키 방식으로 수행해 2028년까지 장비를 인도할 예정이다. WUT는 HMM의 미국 서안 물류망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이다. 선박에서 내린 컨테이너를 철도를 통해 미국 내륙으로 곧바로 운송할 수 있는 구조이다. WUT는 현재 안벽 크레인 8대와 야드 크레인 6대를 운영하고 있다. 장비 도입이 완료되면 WUT의 연간 컨테이너 처리 능력은 59만TEU에서 88만TEU로 약 49%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 선박의 처리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노후 장비 고장에 따른 작업 중단과 터미널 내부 화물 이동 병목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HD현대삼호는 미국 항만 장비 시장에서 현지 공급 실적을 추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HD현대삼호는 1985년 이후 미국 주요 항만에 총 20기의 항만 크레인을 공급했다. 현재 WUT가 운영하는 안벽 크레인 8기 가운데 4기도 1999년 HD현대삼호가 공급한 장비다. 약 27년 간 축적한 현지 장비 운용 실적과 고객 신뢰가 재수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신규 크레인에는 포스코 철강재도 적용된다. 해운·조선·철강 등 국내 기간 산업의 기술 역량이 함께 미국 항만 인프라에 투입되는 형태다. HD현대삼호 관계자는 “친환경·고효율 항만 장비를 개발해 MASGA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MASGA 프로젝트'의 협력 범위를 항만 인프라까지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항만에서 사용되는 안벽 크레인은 약 80%를 중국 국영 기업 ZPMC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안벽 크레인(STS) 시장은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 진화중공업(ZPMC)이 전 세계 출하량의 65% 이상을 차지하며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중국산 항만 장비에 대해 높은 의존도와 사이버 보안 위험을 지적하며 공급처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처럼 미국이 항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산 항만 크레인 대체 공급자로 입지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요 경쟁사로는 중국 ZPMC와 사니, 스위스계 립헬, 핀란드 코네크레인스와 칼마, 일본 미쓰이 E&S 등이 꼽힌다. 향후 미국의 노후 항만 장비 교체와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HD현대삼호의 후속 수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 항만 크레인 시장은 2024년 기준 106억 달러(15조5936억 원)에서 138억 달러(20조3011억 원) 규모로 평가된다. 오는 2030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2.4%에서 7.53%를 기록하며 최대 266억8000만 달러(38조2489억 원)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안벽 컨테이너 크레인'이 전체 항만 크레인 매출의 54%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해진공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3주 연속 하락…유조선, ‘중동 리스크’에 강세”

글로벌 컨테이너 선박 운임이 미주·유럽 등 주요 원양 항로의 운임 조정 여파로 3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유조선(탱커)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운임이 강세를 보였다. 28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발표한 '주간 해운시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7.36포인트(0.6%) 하락한 3062.95를 기록했다. 한국발 운임을 반영하는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KCCI) 역시 4123으로 전주 대비 81포인트(1.9%) 내렸다. 최근의 컨테이너 운임 하락세는 5월 이후 가파르게 올랐던 미주·유럽·남미 항로 운임이 조정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름철 성수기를 대비한 화물 조기 선적 물량이 소진된 가운데 시장 내 신규 선복(적재 공간) 공급이 늘어나면서 높은 운임에 대한 화주들의 저항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체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중동 항로는 예외적으로 반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와 긴급 유류 비상할증료 반영 등의 영향으로 2주 연속 운임 상승세를 유지했다. 컨테이너 시장과 달리 유조선 시장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시장은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 등으로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우려가 커지자 화물 운송 차질을 우려한 극동아시아 화주들이 조기 선복 확보에 나서면서 운임을 끌어올렸다. 석유 제품선인 중동-일본 구간(LR2) 운임도 양측 공급 경로가 동시에 불안정해지면서 직전 주 25% 급등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11% 추가 상승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철광석·석탄·곡물 등을 나르는 건화물선(드라이 벌크) 시장은 선종별로 등락이 엇갈리며 전체적으로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발틱 운임 지수(BDI)는 2743으로 전주 대비 9포인트(0.3%) 하락했다. 가장 규모가 큰 대형선인 케이프사이즈(Cape)는 호주·브라질산 철광석과 기니산 보크사이트 화물 선적이 집중되며 단기 선복 부족으로 운임이 4.6% 올랐다. 반면 중형선인 파나막스(Panamax)와 수프라막스(Supramax)는 주요 곡물·석탄 화물 유입이 둔화하고 공선이 증가하는 등 공급 우위가 심화되며 전주 대비 운임이 각각 10.0%, 2.5% 급락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선박 매매(S&P) 시장에서는 주요 선종의 신조 발주가 지속되며 신조선가가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중고 선가는 중소형 벌크선 위주의 거래 확대에도 전반적인 보합세를 보였고 노후 선박 해체 시장은 방글라데시를 중심으로 거래가 부진하며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어부산 2Q 영업손실 355억 원, 전년비 적자 확대…매출 늘어도 고환율·고유가에 눌려

에어부산이 일본·중국 등 신규 노선 확대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뤄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거시경제의 겹악재를 피하지 못하고 뼈아픈 적자 성적표를 받았다. 실적 악화에 따른 자본 감소에 직면한 회사는 4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 한도를 설정하며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27일 에어부산은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 2353억 원, 영업손실 355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일본·중국 등 신규 부정기 노선 운항과 기재 운영 정상화에 따른 여객 공급 확대로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1714억원) 대비 37.3% 크게 증가하며 견조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수익성은 곤두박질쳤다. 2분기 영업손실은 355억원으로 전년 동기(-111억원) 대비 적자 폭이 3배 이상 늘었으며, 당기순손실은 618억원을 기록해 흑자였던 전년 동기(277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누적 실적도 아쉬움을 남겼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4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4209억 원 대비 17.1% 늘었으나, 누적 영업손실 51억원, 당기순손실 77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적자 전환했다. 비행기를 띄워 돈은 더 벌어들였지만 남는 장사를 하지는 못한 셈이다.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은 항공업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대외 변수'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공급 확대로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달성했으나, 고유가 기조 장기화에 따른 항공유 부담 가중과 환율 상승(강달러)에 따른 대규모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며 수익성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순손실 발생으로 자본 규모가 일부 감소하자, 에어부산은 재무 건전성 관리를 위한 선제적 '안전판'도 마련했다. 이날 에어부산은 실적 발표와 함께 운영 자금·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증가(한도 설정)를 결정했다고 별도 공시했다. 이는 회사의 최근 사업연도 말 자기 자본 약 1629억원의 24.5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측은 “실제 즉시 전액을 차입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필요한 시점에 유동성을 끌어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성격의 대출 한도 약정"이라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재무 시그널도 있다. 최근 에어부산의 영구 전환 사채(CB) 주식 전환권이 행사되면서 그동안 회사를 짓눌렀던 고정 이자비용 부담이 해소된 만큼, 향후 재무 안정성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3분기 여름 성수기를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하계 휴가철 여행 수요에 대응해 주요 노선을 증편하고, 일본과 중국 등 근거리 중심의 부정기편 운항을 확대해 탄력적인 공급 운영에 나선다. 특히 연내 취항을 목표로 운수권을 확보한 '부산-광저우' 노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 지역민의 교통 편의를 높이고 수익 노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에어부산 측은 “하반기에도 고유가·고환율 등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민하고 촘촘한 비용 관리 기조를 유지해 수익성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마린솔루션, 2Q 영업익 976억 원…전년비 17.6%↑

HD현대마린솔루션이 주력 사업인 선박 사후 서비스(AM) 부문의 호조와 전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76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했다고 2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804억 원으로 24.1%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830억 원으로 56.6%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1조1550억 원, 영업이익 1910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선박 부품 및 서비스 관련 AM 부문을 비롯해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등 3대 핵심 사업이 전반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벙커링(선박 연료 공급) 사업의 매출이 확대된 데 따른 결과다. 3대 핵심 사업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한 3567억 원을 기록했으며, 벙커링 사업은 22.3% 늘어난 2237억 원을 달성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체 실적 향상을 견인한 AM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한 2750억 원을 기록했다. 신조선 시장 호조로 서비스 대상 선박이 지속 증가한 데다 육상 발전사업 및 에콰도르 정비계약 매출이 반영된 영향이다. 현재 AM 서비스 제공 누적 선박은 1만168척으로 집계됐으며, 월간 부품 출고량은 전년 평균 대비 약 27% 증가해 역대 최대치인 6만 건을 돌파했다. 친환경 솔루션 부문 매출은 주요 선박 개조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며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한 453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평형 수처리 장치(BWTS)·탈황 설비 설치 등 1세대 개조 사업을 종료하고, 향후 친환경 연료 전환·탄소 저감을 위한 차세대 가스선 개조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솔루션 부문 매출은 3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 크게 늘었다. 신조 물량 확대로 신규 솔루션 장착 선박이 늘어난 가운데 선박용 축 발전기 및 특수선용 제어시스템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관계자는 “AM·친환경·디지털 솔루션 등 핵심 사업이 고르게 성장하며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며 “향후 인공지능(AI) 기술 보급 확대로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보이고 있는 데이터 센터용 발전 엔진 시장과 부유식 데이터 센터(FDC) 개조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오션 2Q 영업익 7361억원, 전년 동기비 98%↑…고선가 선박 실적 견인

한화오션이 고선가 선박의 매출 반영에 힘입어 올해 2분기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27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7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98%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4432억원으로 65.2%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69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6.4%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는 고선가 선박의 매출 반영과 건조 물량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인도 기준 해양 프로젝트에서 약 1조5000억원의 매출이 반영되면서 외형 성장을 뒷받침했다. 수주 역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말 기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을 포함해 총 43억5000만달러 규모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하반기에도 고수익 프로젝트 건조에 속도를 내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에너지 플랜트 부문은 일부 물량 공백으로 고정비 부담이 연중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신규 프로젝트 착수와 프로젝트 조기 인도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 기자

[단독] ‘대한항공 94% 깎고 쿠팡 상한선 막히고’…공정위, ‘기업 결합 이행 강제금’ 전면 손질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기업 결합 이행 강제금 '94% 감경' 특혜 시비와 쿠팡의 과징금 '상한선 한계' 등 잇따른 솜방망이 제재 논란을 계기로 금전적 제재 산정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돌입한다. 상위 법령을 무력화한 하위 규범의 모순을 바로잡고 위반 행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던 획일적인 제재 기준을 정교하게 세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공정위 기업집단결합정책과는 최근 3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업 결합 이행 강제금 제도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당국은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4개월간 진행되는 이번 용역을 통해 이행 강제금 산정 체계를 합리화하고 관련 규정 간 정합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 개편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지난 5월 불거진 '법령 하극상'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기업 결합 승인 조건인 11가지 시정 조치 중 1개(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를 어긴 데 대해 당초 산정된 981억 원의 이행 강제금 중 94%를 감경한 58억8000여만 원만 부과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초 산출액의 1% 수준인 5억8000여만 원만 부과받았다. 현행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은 감경 한도를 '산정 금액의 2분의 1(50%) 범위'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하위 규범인 공정위 고시인 '부과 기준'에 명시된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 기준과 다른 금액을 부과할 수 있다'는 폭넓은 예외 규정을 근거로 상한선을 초과하는 '묻지마 감액'을 단행해왔다. 이에 따른 법규 해석·적용상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는 점을 공정위 역시 인지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일반적인 행정상 이행 강제금과 기업 결합 분야 이행 강제금의 차이를 재분석하고, '가중·감경 요소 및 재량 행사 기준에 관한 현행 시행령과 고시 간 정합성 검토'를 핵심 과제로 적시하며 본격적인 제도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획일적인 산정 방식(모수)도 대폭 뜯어고친다. 현재 이행 강제금은 위반의 중대성이나 불이행 특성과 무관하게 전체 '기업 결합 금액' 단일 기준으로 획일화돼 있다. 공정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16년 이후 처리된 기업 결합 시정 조치 심결례 총 28건을 전수 분석한다. 시정 조치를 자산 매각 등의 '구조적 조치'와 공급 의무·차별 금지 의무·보고 의무 등 세부 유형으로 나뉘는 '행태적 조치'로 구분해 부과 기준을 차등화할 계획이다. 파급력이 큰 구조적 조치에는 기존처럼 기업 결합 금액을 산정 모수로 단일화해 유지하되 부과 비율을 차등 적용하고, 행태적 조치 위반에는 △관련 매출액 △총매출액 △정액 기준 등 새로운 대안 모수를 도입해 제재의 비례성과 집행 실효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특히 공정위는 시행령 이하에서 새로운 대안 모수를 도입할 경우 현행 법률상의 '이행 강제금 상한 규정'과 충돌하지 않는지 적용 가능성을 폭넓게 따져볼 예정이다. 이는 최근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쿠팡 사례에서 금전 제재 시스템의 구조적 맹점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의 납품가 인하 압박과 광고비 강요 행위에 대해 위반 기간 2년 초과를 이유로 20% 가산을 적용, 각각 6억 원의 과징금 산정 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대규모유통업법상 정액 과징금 상한(5억 원)의 벽에 부딪혀 결국 1억 원씩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쿠팡 체험단 행사 미사용 상품 대금 미반환 등에 대해서도 조사 개시 후 이자 일부 지급과 '조사 적극 협조'를 이유로 각각 10~15%를 추가 감경받아 4가지 갑질에 대한 쿠팡의 총 과징금은 21억8500만 원에 그쳤다. 거대 플랫폼의 횡포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엔 턱없이 약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번 연구 용역은 하위 규정에서 산정 체계를 정비하더라도 쿠팡 사례처럼 상위법의 상한선에 부딪혀 제재 취지가 무력화되는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대안 설계를 위해 미국·유럽연합(EU)·영국·독일 등 주요국의 금전적 제재 수단과 법령을 심층 비교·분석하고 각국 경쟁 당국 직원·전문가 인터뷰, 이해 관계자 간담회 등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오는 9월 30일까지 100쪽 이상의 중간 보고서를 거쳐 11월 30일까지 150쪽 이상의 최종 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다. 아울러 도출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이행 강제금 부과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속도감 있게 마련하고, 필요시 공정거래법 자체의 개정안까지 포괄적으로 도출할 방침이다. ◇해외선 매출 연동해 제재↑…日선 이행 여부까지 점검 EU의 경우 기업 결합 승인 조건이나 의무를 위반하면 기업 총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불이행이 이어지면 평균 일일 매출액의 최대 5%를 매일 추가로 물릴 수 있어 기업 규모가 크고 위반이 길어질수록 제재 부담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다. 독일에서는 기업 결합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 기준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있다. '경쟁제한방지법(GWB)'에 따라 승인 전 기업 결합을 실행하거나 조건을 위반한 기업에는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는 '독점금지법'으로 기업 결합 이후 시정 조치 이행까지 관리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서도 한일 국제선 일부 노선에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보고 슬롯 양도 등의 시정조치를 전제로 결합을 승인, 외부 감시 수탁자를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 중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함정 설계부터 AI·인력 양성까지…K-조선, 美 마스가 뱃머리 이끈다

대한민국 조선업계가 미국 조선업 재건을 뜻하는 '마스가(MASGA, 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전면에 나섰다. 선박 수출이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하청 외에도 차세대 함정 공동 설계와 인공 지능(AI) 기반 원천 기술 연구·개발(R&D), 붕괴된 현지 인력 양성·공급망 복원에 이르기까지 '한·미 해양 기술 동맹'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삼성중공업·HJ중공업 등 국내 대표 조선 3사는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 협력 센터(KUSPC)' 개소식에 일제히 참석해 미국 현지 주요 파트너들과 전방위적인 협력 계약과 양해 각서(MOU)를 쏟아냈다. 산업통상부 산하 기구로 출범한 KUSPC 개소식에는 김정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비롯, 김희철 한화오션 사장·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유상철 HJ중공업 대표 등 양국 정·재계 최고위급 인사가 총출동해 굳건한 협력 의지를 과시했다. ◇ 한화오션, “뼈대부터 함께 짠다"…미래 함정 설계·생태계 복원 선박 건조의 밑그림인 '설계'와 '생태계 복원'의 선봉에는 한화오션이 섰다. 한화오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 수상함의 70% 이상을 설계한 함정 명가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와 '글로벌 전략 수송함(GFS)' 공동 설계를 위한 전문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평시에는 상업용 물류로, 유사시에는 군용 물자 고속 수송에 투입되는 이중 용도 플랫폼을 양사가 함께 빚어내 글로벌 시장의 표준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미국 조선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숙련공 및 공급망 부족' 해결에도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한화 필리 조선소를 거점으로 델라웨어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와 인력 양성 교육 MOU를 맺고, 필라델피아 상공회의소 등 2개 단체와 현지 공급망 발굴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생력을 잃은 현지 생산 기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 삼성중공업, 무인화·친환경 앞세워 美 조선업 '디지털 첨단화' 선도 삼성중공업은 압도적인 친환경 노하우와 스마트 야드 기술을 현지에 이식한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미 콘래드조선소와 공동 개발한 1만2000㎥급 LNG 벙커링 선박에 대해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기본설계 인증(AiP)을 획득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미래 해전의 핵심인 무인 수상정(USV) 분야에서는 현지 딥테크 스타트업 '사로닉 테크놀러지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AI 자율 운항·로보틱스 공정 자동화 연구에 돌입한다. 첨단 조선 인력 육성을 위한 인프라도 대거 확충한다. 미국 MRO 파트너인 비거마린그룹과 손잡고 미 북서부 지역에 트레이닝 센터를 설립, 삼성중공업 고유의 가상 현실(VR)·증강 현실(AR) 기반 첨단 용접·도장 교육 프로그램을 전수한다. 이와 함께 UCLA·텍사스대 등 미 명문 대학들과 AI 기반 제조 시스템 및 가상 훈련 시스템 공동 R&D에도 나선다. ◇ HJ중공업, 한미 'AI 용접' 원천 기술 R&D 총괄…K-조선 뭉쳤다 특수 목적 함정 분야의 전통적 강자인 HJ중공업은 미래 함정 건조를 위한 차세대 제조 기술 R&D를 진두지휘한다. HJ중공업은 한미 정부가 공모한 조선해양 핵심 기술 개발 사업 중 '피지컬 AI 연계 마찰교반용접(FSW) 시스템 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미 샌디에이고 주립대(SDSU)와 협약을 맺었다. 마찰 교반 용접은 금속을 녹이지 않고 마찰열과 압력만으로 접합하는 고도의 고상 접합(Solid State Welding) 기술이다. 다루기 까다로운 알루미늄 함정 패널의 고강도화와 경량화를 이뤄낼 혁신 공법으로 꼽힌다. 고속상륙정(LSF) 등 알루미늄 특수선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지닌 HJ중공업의 주도 아래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수요 기관으로 동참한다. 개별 기업의 경쟁을 넘어 K-조선 생태계 전체가 뭉쳐 향후 대규모 미 함정 MRO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 조선 3사 수장들, MASGA 프로젝트 선도 다짐 워싱턴 현장에 집결한 K-조선 수장들은 이번 동시다발적 협력이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글로벌 해양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초협력'임을 입을 모아 강조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미 조선·해양 산업의 르네상스를 열어가겠다"고 말했고, 정인섭 한화오션 경영지원실장(사장)은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를 집중 공략해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R&D 과제를 총괄하는 유상철 HJ중공업 대표 역시 “양국의 강점을 결합해 차세대 미래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고,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중공업, 2Q 영업익 3250억원… 전년 동기비 58.7%↑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오퍼레이션 생산 본격화 등에 힘입어 올 2분기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삼성중공업은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경영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 3조2307억 원, 영업이익 3250억 원을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된 실적으로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58.7% 증가했다. 직전 분기인 1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1.3%, 영업이익은 19.0% 늘어나며 견조한 성장세를 입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2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2.6% 대폭 급증했다.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매출 확대 및 수익성 개선의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오퍼레이션 생산 본격화와 2도크 진수 재개 등을 꼽았다. 선박 건조 물량이 늘어나며 고정비 감소 효과 등이 맞물려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누적 실적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상반기 누계 매출액은 6조1330억원, 영업이익은 59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 대비 매출은 18.5%, 영업이익은 82.4%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 또한 3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났다. 이 같은 뚜렷한 매출 증가세를 감안할 때, 삼성중공업이 연초 가이던스로 제시했던 '2026년 연간 매출액 12조8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 곳간도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100억 달러의 신규 수주를 달성했다. 조선 부문은 이미 올해 목표치의 98%를 채운 상태로, 향후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해양 부문 역시 델핀(Delfin) 2호선·웨스턴(Western) FLNG 프로젝트 등의 수주 협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연간 전체 수주 목표인 139억 달러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3X(디지털 전환·DX, 인공 지능 전환·AX, 로봇 전환·RX)를 적극 활용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수익성을 한층 제고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부유식 데이터 센터(FDC)와 선박 유지·보수·정비(MRO)를 비롯한 다양한 미국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J중공업, 한·미 조선 공동기술개발 맡는다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HJ중공업이 정부의 한·미 조선 공동 연구개발(R&D) 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미국 연구기관과 차세대 조선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 회사는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조선 협력 파트너십 센터' 개소식에서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SDSU)와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한다고 24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조선해양 핵심기술 개발 과제를 공모했다. 정부는 한·미 공동 R&D 과제 8건을 선정했고, HJ중공업은 AI 분야 과제인 '알루미늄 함정 패널 자율 제조용 피지컬 AI 기반 마찰교반용접(FSW) 시스템 개발'을 맡는다. 마찰교반용접(FSW)은 금속을 녹이지 않고 마찰열과 압력으로 접합하는 기술이다. 기존 아크용접보다 접합 강도와 품질이 뛰어나 알루미늄 선박 건조에 적합하다. 선박 무게를 줄여 연비를 높일 수 있어 친환경 선박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HJ중공업은 중소조선연구원, 경북대와 AI 기반 용접 공정 최적화 기술을 개발한다.샌디에이고주립대와 상림엠에스피는 시스템 하드웨어와 용접 공구를 설계·제작한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강남은 개발 기술의 실증에 참여한다. 이번 공동 연구는 한국과 미국의 조선 협력 정책인 '마스가(MASGA)'에도 힘을 싣는다. 양국 조선소와 연구기관의 기술 협력을 넓히고, 미국 해군 MRO 시장 진출에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는 “한·미 공동 기술개발은 양국의 강점을 모아 미래 조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앞당겨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

[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 국제 항공 여객 운송은 태생적으로 다수의 국경과 관할권을 횡단한다. 1929년 제정된 바르샤바 협약과 1999년 제정된 몬트리올 협약은 국경을 넘나드는 항공운송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며, 항공법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규제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바하마 나소에서 열린 제4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민간 항공 법률 자문가 포럼(CALAF, Civil Aviation Legal Advisers Forum)을 관통한 최대 화두는 단연 '항공 승객 보호 규제의 파편화' 문제였다. 유럽연합(EU)의 통일 규정(EU 261)을 필두로 캐나다의 '항공 승객 보호 규정(APPR, Air Passenger Protection Regulations)' 등 이른바 '위하적(威嚇的, 위협해 억제하는) 규제' 성격을 띤 내국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혼돈 속에서 서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 전공 주임 교수의 비판적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 서 교수는 겉보기에 승객의 권리를 단숨에 향상해 줄 것 같은 위하적 규제가 실제로는 치명적인 모순을 품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도한 배상금을 피하기 위해 결함 징후 앞에서도 무리한 운항을 강행하게 만들어 항공업계 제1원칙인 '안전 최우선주의'를 흔들 여지도 없지 않다. 특히 서 교수가 가장 강하게 경고하는 대목은 '소비자 후생의 역설'이다. 불어난 규제 준수 비용은 결국 항공권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대다수 선량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고, 수익성이 낮은 지방 취약 노선을 단항시켜 종국에는 소비자의 선택권마저 앗아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러한 위하적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착각해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위하적 규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강조하는 한국항공대학교 서인원 교수와 만나 국제 항공 사법의 딜레마와 대한민국 항공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 최근 바하마에서 열린 '제4차 CALAF'를 지켜봤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주목한 주제는 무엇인가. “총 9개 패널 중 사법학자인 내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것은 패널 5의 '항공 승객 권리 입법의 거대한 물결과 글로벌 파급력 - 파편화에서 규범 조화로'라는 주제였다. 최근 유럽연합의 EU 261이나 캐나다의 APPR 등 항공 승객 보호 규제가 개별 내국법으로 제·개정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법이 찢어지고 파편화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한 관할권 충돌·규제 중첩·역외 집행 한계 등의 혼란을 어떻게 국제적 규범 조화로 이끌어낼지가 핵심 논의 대상이었다." - 해당 포럼의 국제적 논의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 조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의는 이미 주권국이 위하적 승객 보호 규제를 내국법으로 전면 도입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성립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위하적 규제를 전면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일부에서는 세계적 흐름이라 여기며 서둘러 제재를 도입해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신 입법례인 캐나다의 APPR이 노정한 모순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지 냉철하게 재검토하는 비판적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 심층 분석한 캐나다의 APPR은 기존의 국제 항공 협약과 어떤 본질적 차이가 있나. “1929년 바르샤바 협약이나 1999년 몬트리올 협약은 항공기 사고라는 비상적 상황에서 항공사 책임의 가능 최대한을 정했다. 반면 2018년 도입돼 개정을 거듭하는 캐나다 APPR은 지연이나 취소 같은 일상적인 항공편 차질 상황에서 항공 운송인이 져야 할 필요 최소한의 책임을 강제한다." - 그렇다면 APPR이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 법익과 승객을 돕는 구체적 장치는 무엇인가. “최우선 법익은 계획된 일정에 따른 운송의 완료 그 자체다. 이 목표와 상충하는 지연·취소이나 탑승 거부·타막(Tarmac) 지연 등의 발생 시 폭넓게 적용된다. APPR은 승객에 대한 권리 고지를 강력히 의무화해 탑승 수속 창구·키오스크·디지털 매체 등에 권리를 현출해야 한다. 특히 교통 약자를 배려해 장애인 요청 시 점자나 큰 활자체 문서로 제공하도록 세심하게 규정했다." -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승객을 위한 디테일한 좌석 배치 규정도 눈에 띈다. “아주 엄격하다. 항공사는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 성인 동승자와 인접하게 자리를 무상으로 배치해야 할 법정 의무가 있다. 만 5세 미만은 바로 옆 좌석, 6~11세는 동일 열, 12~13세는 앞뒤 열에 앉혀야 한다. 만석으로 배치가 불가한 상황이라면 탑승 수속부터 비행기 이륙 전까지 자리를 교체해 줄 자원자를 적극적으로 수소문해야만 한다." - 규모나 차질 원인에 따라 항공사에 책임을 묻는 기준은 어떻게 세분화돼 있나. “최근 2년 기준 매해 200만 명 이상 승객을 운송했는지 따져 대형과 소형 항공사를 엄격히 구분한다. 소형사가 대형사를 대리해 운항할 경우에도 실제 운송을 맡은 소형사는 대형항공사와 동일한 책임을 진다. 항공편 차질은 3가지로 일별한다. 첫째는 기상 악화·전쟁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둘째는 조종사가 안전 관리 시스템(SMS, Safety Management System) 등에 근거해 내린 '안전상 필요한 상황', 셋째는 초과 예약이나 기체 결함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다. 현행 제도는 이 세 번째 상황에 엄격한 배상 책임을 묻는다." - 초과 예약으로 인한 탑승 거부 발생 시 모든 피해 승객이 보호 대상이 되나. “아니다. APPR은 정상적 탑승객을 산정할 때 단순한 항공편 예약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예약 확인이 이뤄진 상태에서 예정된 탑승 시간에 유효한 서류를 항공기 탑승구에서 실제로 제시한 승객만이 정상적 탑승객으로 인정돼 권리를 보호받는다." - 표면적으로는 승객을 위한 제도 같은데 학자로서 강하게 비판하는 가장 큰 한계점은 무엇인가. “첫 번째 한계는 불명확성이다. 앞서 언급한 3가지 차질 상황이 현실에서 칼로 무 자르듯 일도양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항공사들이 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대다수의 차질을 상황 2(안전상 필요한 상황)로 포장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딜레마가 발생했다." - 위하적 규제 방식이 항공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과 상충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항공 운송에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생명과 직결된 안전이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피하기 위해 결함 징후 앞에서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며 무리한 정시 운항을 강행할 경제적 유혹을 받을 수 있다." - 기업을 옥죄는 엄청난 규제 준수 비용이 종국에는 '소비자 후생'을 해친다고 꼬집었다. “이것이 가장 궁극적인 문제이다. 민사상 계약 영역에 머물던 권리·의무 관계를 강력한 내국법 규제로 끌어들이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파생된다. 캐나다 산업계는 추정치의 10배 이상 비용이 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증한 규제 준수 비용은 영리 기업 내부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결국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수익성이 낮은 지방 노선은 위험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단산돼(운항 중지) 소비자 접근성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 - 전 세계적 흐름을 명분 삼아 우리나라도 서둘러 강력한 위하적 규제를 전면 도입해야 할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한다. 가장 두려운 결과는 항공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 파괴다. APPR은 차질 발생 시 식음료·데이터·숙박·대체 항공편 등을 항공사가 의무 제공토록 강제한다. 부가 서비스가 없는 저비용 항공사(LCC)나 대체편 여력이 부족한 신생 항공사에 위하적 규제를 부과하면 결국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생태계가 망가지고 소수 대형사만 살아남아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그 막대한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 제재를 가하는 위하적 규제가 지연이나 결항을 눈에 띄게 줄여주는 억지 효과는 증명됐나. “정량적 통계가 그러한 환상을 깬다. 캐나다 보다 훨씬 앞선 2004년에 선도적으로 강력한 규제인 EU 261를 도입한 유럽연합의 장기 통계를 분석해 보니 10년이 지난 후에도 60분 이상 지연이 3.9%, 취소가 1.5% 수준에 머물렀다. 위하적 규제가 실제 항공편 차질 억지에 유의미한 변화를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 - 마지막으로 정책 당국과 입법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하적 규제가 전 세계적 흐름이라 생각하고 이것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검토 없이 국내에 도입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 계약으로 해결될 수 있으면 계약으로, 자율규제로 해결될 수 있으면 자율규제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위하적 규제는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히 도입되어야 한다. 항공사를 수범자로 하는 위하적 규제가 만병통치약이 될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지 않을지 찬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ICAO 정규예산 분담금 7위, 항공운송량 8위를 자랑하는 전 세계적 항공강국이다. 다른 나라의 위하적 규제를 무비판적으로 계수하는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정책적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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