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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美 5개 자회사, 中 제재 대상 올라…조선업계 “별 다른 타격 없을 듯”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의 중국 조선 산업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제재 대상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미국에 한정돼 있어 실질적인 타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중국 상무부는 한화쉬핑·한화 필리 조선소·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한화쉬핑 홀딩스·HS USA 홀딩스 등 한화오션의 미국 소재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제재 이유에 대해 “미국이 중국의 해사·물류·조선 산업에 대해 무역법 제301조 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로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한화오션은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을 협조하고 지원함으로써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화오션의 5개 미국 자회사들에 대해 반(反) 외국 제재법 제3·4·6·9·10·15조와 해당 법의 시행 규정 제3·5·8·10조의 규정에 근거해 국가 반 외국 제재 업무 조정 기구의 승인을 거쳐 현지 내 모든 조직과 개인과의 거래나 협력 또는 기타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제6조는 비자 발급 거부·취소·입국 불허·추방도 가능토록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사용하는 주요 도구들과 직접적으로 유사하다. 이는 의도적인 전략적 모방 행위로 풀이된다. 미국 제재의 핵심은 개인에 대한 비자 금지와 자산 동결(SDN 명단), 거래 금지 등에 크게 의존한다. 거의 동일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중국은 법과 정치적 대칭성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한화오션 5개 자회사들에 대한 제재가 한국의 조선업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미국의 쇠퇴한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한 대규모 협력 구상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연관돼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한화오션이 미국과 한편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한화오션 측은 “아직 이 사안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HD현대 역시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HD현대가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인도·베트남 등 중국과 외교 관계가 좋지 않은 나라들에 조선소를 두고 있어서다. 한편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나 삼성중공업은 중국과 관련한 사업을 직접 영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한화오션 5개사 제재의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들은 대체로 미국 연안에서만 다녀 중국 항만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해운사들은 통상 자국 조선사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한국 업체들에는 발주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화오션이 타격을 입을 일이 없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 한화오션 어느 곳을 겨냥해 이와 같은 정책을 내놓은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국토부, 비처벌 전제 ‘항공 공정 문화’ 실행 방안 착수

국토교통부가 실수를 자발적으로 보고하고 공유하는 '공정 문화(Just Culture)' 실행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처벌이 두려워 잠재적 위험을 보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침묵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한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14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는 '항공 분야 공정문화 실행 지침 마련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은 4400만원이고 과업 기간은 오는 12월 31일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4월 발표한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현행법에는 종사자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고할 수 있도록 행정 처분 면제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세부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의·중과실 외 의도하지 않은 실수나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해 처벌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학습 기회로 활용토록 하는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대한민국 항공 안전 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는 중대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직접 나서 '공정문화협의체'를 운영하며 공정 문화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연구한다는 것은 현재 국내 항공 안전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문제 의식을 느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 문화는 항공교통관제사·조종사·정비사 등 일선 운영 요원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자신의 훈련과 경험에 따라 내린 조치나 결정으로 인해 처벌받지 않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는 실수를 처벌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데 집중하는 전통적인 '처벌 문화(Punitive Culture)'와 대척점에 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때 현장의 종사자들은 비로소 잠재적 위험 요인이나 아차사고(near-miss)를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수집된 방대한 안전 데이터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 거리가 멀다. 한국항행학회의 '국내 항공사 운항 승무원의 안전 문화가 안전 행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는 공정 문화와 자율 보고는 활성화가 미흡해 안전 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장의 종사자들이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더라도 처벌이 두려워 보고를 꺼리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 시스템이 사고를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눈과 귀를 스스로 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침묵의 근본 원인은 뿌리 깊은 처벌 위주의 정책에 있다. 항공학계에서는 안전 토론회를 통해 “과도한 처벌 위주의 정책이 자율 보고 기피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문제가 발생하면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기보다 개인의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손쉬운 방식을 택해 온 결과 현장에서는 '보고하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는 결국 더 큰 위험을 방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토부가 2022년 실시한 항공사 안전 수준 평가 결과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평가에서 대한항공을 포함한 일부 대형 항공사들이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주요 위해 요인으로는 '경직된 조종실 안전 문화'와 '기장과 부기장 간 소통 문제'가 지목됐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기량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에 만연한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한국 특유의 존비어 문화와 서열 문화는 비상 상황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과거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 등 대형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항공사들이 조종실 내 영어 사용 의무화 등 여러 개선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최근 평가에서 여전히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는 점은 이 문제가 얼마나 고질적인지를 방증한다. 이 같은 이유로 국토부의 해당 연구 용역 발주는 축적된 데이터와 경고를 통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하는 '지연된 반응'이라는 평가다. 처벌이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이 침묵을 낳으며, 침묵이 결국 더 큰 위험을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정교한 규정과 첨단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하늘길 안전 보장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두 개의 상호 보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공정 문화를 구현한다. 이는 협력과 비밀 보장이라는 두 가지 핵심 원칙에 기반한다. 우선 항공 안전 활동 프로그램(ASAP, Aviation Safety Action Program)은 항공사·조종사·정비사 등 현장 종사자들이 비 의도적인 실수나 안전 저해 요소를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비처벌적 시스템이다. 이는 공정 문화가 책임감 있는 전문가들의 정직한 실수는 용납하되, 안전을 의도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다. 항공 안전 보고 시스템(ASRS, Aviation Safety Reporting System)은 사내 프로그램인 ASAP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한 '최후의 안전망'이다. 이의 특징은 FAA가 아닌 미 항공우주국(NASA)이라는 완전히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이 운영을 맡는다는 점이다. 규제나 처벌 권한이 전혀 없는 NASA가 보고서를 접수·처리하기 때문에 보고자는 자신의 신원이 규제 기관에 노출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고 '제한적 면책 특권'이 주어진다. 이처럼 미국의 시스템은 자신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기관에는 결코 솔직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인간 행동의 본질을 꿰뚫고, 이를 시스템 설계에 반영한 것이다. 유럽의 접근 방식은 미국과는 다른,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기반으로 한 하향식(Top-down) 모델이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EU 규정 376/2014를 통해 공정 문화의 원칙을 모든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는 '법률'로 명문화했다. 이 규정은 항공사·공항·관제 기관 등 제반 항공 관련 조직에 의무적으로 사건 보고 시스템(Occurrence Reporting System)을 구축하고 운영하도록 강제한다. 여기에는 특정 유형의 사건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과 그 외 잠재적 위험 요소를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이 모두 포함된다. 나아가 각 조직은 직원 대표와 협의해 공정 문화 원칙이 조직 내에서 어떻게 보장되고 실행되는지를 명시한 내부 규정을 채택해야 한다. 이 규정의 가장 강력한 부분은 보고자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다. 회원국은 보고 시스템을 통해 알게 된 '비의도적이거나 태만에 의한 위반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종사자들의 보고할 권리를 단순한 정책적 권장 사항이 아니라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법적 권리로 격상시킨 것이다. 유럽의 규정 역시 중과실이나 고의적 위반, 파괴적 행위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 미국과 유럽의 모델은 방법론은 다르지만 '신뢰의 제도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 이들의 성공은 공정 문화가 데이터 수집과 처벌 기능을 제도적으로 분리하고 명확한 원칙과 경계선을 설정하며, 모든 이해 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정교한 시스템 설계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국토부가 안전 증진과 처벌 집행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현장 종사자 입장에서는 구조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한국형 공정문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 강화 △협력적 실행 체계 도입 △중립적 안전 지대 마련 등의 접근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스트 컬처-항공 안전과 공정 문화'의 저자 안주연 한국재난안전정책개발연구원 연구이사(박사)는 “안전 정보의 남용과 처벌의 두려움 탓에 항공 실무자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게 되면 결국 위태로운 상황을 초래한다"며 “공정 문화는 이런 악순환의 반복에서 적절한 균형과 타협을 통한 실행 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대한항공, ‘드론+로봇 가동’ 항공기 검사 특허 확보…항공MRO 선점 청신호

대한항공이 인공 지능(AI)을 기반으로 여러 대의 드론과 로봇을 지휘해 항공기 동체를 자율 검사하는 혁신 기술의 핵심 특허를 따냈다. 특허기술은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의 핵심 성과물로 노동집약적이던 항공정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해당 기술의 법적 권리가 확정됨에 따라 대한항공은 미래 고부가가치 정비·수리·분해후조립(MRO) 시장 선점을 위한 독보적인 기술우위를 보유하게 됐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8월 특허청으로부터 항공기 검사 방법과 이를 이용한 장치에 관한 특허 권리를 최종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특허의 핵심은 단순히 비행하는 드론이나 움직이는 로봇 자체가 아니라 이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검사 군단'으로 통합관제하는 '지상통제장치(GCS:Ground Control System)'에 있다. 드론과 로봇이 검사의 '눈과 손'이라면 특허기술은 이들의 모든 행동을 계획하고 지시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특허 명세서에서 지상통제장치는 3단계의 정교한 과정을 통해 임무를 생성하고 할당한다. 우선 1단계는 항공기의 △3차원(3D) 모델 △크기 △동체 △주익 △미익 등 검사가 필요한 각 영역의 상세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받아들인다. 2단계는 시스템이 상세정보를 분석해 각 영역의 표면 곡률과 필요한 촬영 횟수, 최적의 카메라 각도 등을 계산한다. 항공기 표면에 수직으로 카메라를 위치시켜 왜곡 없는 가장 정확한 이미지를 얻기 위한 좌표 변환까지 2단계에서 수행한다. 마지막 3단계로 전(前)처리된 결과를 바탕으로 개별 드론과 로봇에게 최적화된 비행 및 이동 경로와 촬영 지점 등이 담긴 '임무 파일'을 생성해 전송한다. 이같은 특허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종(異種) 로봇군단 협업 관제 △데이터 기반 지능적 임무 설정 △충돌 방지 및 동선 최적화 알고리즘 △실시간 임무 재할당 기능 등 핵심적인 기술적 진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특허, 청구항에는 항공기 상부를 검사하는 '적어도 하나의 비행체(드론)'와 하부를 검사하는 '적어도 하나의 지상체(로봇)'를 동시에 운용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는 단순히 드론 몇 대를 띄우는 수준을 넘어 공중과 지상 로봇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자동화 검사 솔루션임을 보여준다. 최근 대한항공이 지상자율주행 로봇을 함께 시연한 것도 이 특허 기술의 범위를 뒷받침한다. 과거의 결함 위치와 발생 빈도, 종류 등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요 검사 영역'을 별도로 설정하고, 해당 영역의 촬영 횟수를 늘리도록 임무를 할당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이는 모든 영역을 동일하게 검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도가 높은 부분을 더욱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리스크 기반의 지능형 검사로 전환을 의미한다. 여러 대의 검사체가 동시에 움직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알고리즘도 핵심이다. 시스템은 항공기 좌측과 우측, 높이 등을 변수로 '전처리값'을 계산한 뒤 하나의 드론이 좌측 검사를 마친 후 위험하게 동체를 가로질러 우측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임무를 배정한다. 이를 통해 검사체 간의 동선 겹침을 최소화하고 항공기 동체 손상 가능성까지 제거한다. 특정 드론의 배터리 잔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시스템은 남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만약 임무 완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주변의 다른 드론 중 가장 효율적으로 임무를 이어받을 수 있는 '협업 우선 순위 검사체'를 선정해 임무를 자동으로 재할당한다. 이는 실제 정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시스템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당 특허의 가치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들을 지휘하는 정교한 '방법론'과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경쟁사가 유사한 드론을 만들 수는 있어도 이들을 하나의 목표를 위해 유기적으로 협업시키고 최적화하는 지능형 관제 시스템의 독점적 권리를 대한항공이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특허는 대한항공의 단독 개발 성과를 넘어 정부 주도의 미래 산업 육성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특허, 문서에는 '이 발명을 지원한 국가 R&D 사업' 항목이 언급돼 있고, 이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관리하며 수행 기관은 대한항공으로 지정된 사업의 결과물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연구사업명은 'AI 진단 기반 항공기 로봇 검사 및 정비기술 개발'(과제번호 RS-2023-00240992)로, 총 연구 기간은 2023년 4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항공 MRO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의 핵심축을 담당한다. 전통적인 인력 중심 MRO산업을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MRO'로 전환해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국가 목표가 담겨있다. 이는 정부와 민간 기업의 이상적인 협력 모델을 보여준다. 국토부가 정책 방향과 예산을 지원하고, KAIA가 전문적인 사업 관리를 맡으며, 대한항공은 수십 년간 축적한 항공기 정비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구현하는 구조다. 특히 프로젝트 종료 시점과 대한항공이 밝힌 인스펙션 드론 상용화 목표 시점인 2027년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R&D 초기부터 상용화를 염두에 둔 체계적인 로드맵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등록특허공보(B1)'로, 이는 대한항공의 기술이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국가로부터 독점적 권리를 공식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특허 출원 후 심사 전에 공개되는 '공개특허공보(A)'와는 법적 효력과 위상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공개특허공보(Published Patent Gazette, A)는 특허를 출원한 날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면 심사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출원된 기술 내용을 사회에 공개하는 문서다. 이는 중복 연구를 방지하고 기술 정보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 여기에 기재된 청구범위는 출원인이 '희망하는' 권리 범위일 뿐, 아직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지 않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등록특허공보 (Registered Patent Gazette, B1)는 특허청 심사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기술의 신규성·진보성 등을 모두 인정받아 최종적으로 '등록'이 결정된 후에 발행되는 공보다. 이 문서에 기재된 청구 범위가 바로 법적으로 보호받는 실제 권리의 범위이고, 특허권자는 이 권리를 바탕으로 타인의 무단 사용에 대해 침해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강력한 독점 배타권을 갖게 된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등록특허'를 확보했다는 사실은 이 기술을 단순한 내부 역량이나 영업 비밀을 넘어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견고한 '기술적 해자(垓子)'이자 수익 창출이 가능한 유형 자산으로 만들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는 동시에 다른 항공사나 MRO 기업에 기술을 라이선싱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번 특허 등록은 수년 간에 걸친 체계적인 기술 개발 로드맵의 정점이다. 대한항공의 '인스펙션 드론' 기술은 여러 단계를 거쳐 진화해왔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1년 12월, 세계 최초로 최대 4대의 드론을 동시에 운영하는 '군집 드론 활용 기체 검사 솔루션'을 공개 시연하며 기술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당시 기술은 작업자 2명이 10시간가량 소요되던 동체 검사 시간을 4시간으로 60% 단축하고, 1mm 크기의 미세 손상까지 탐지하는 능력을 선보이며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에 성공했다. 2023년 4월엔 국토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면서 기술 개발은 본궤도에 올랐다. 이 단계에서 기술은 단순한 드론 활용을 넘어 촬영된 영상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결함을 판독하고, 항공기 하부 검사를 위한 지상 로봇까지 통합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됐다. 이번에 등록된 특허가 '비행체'와 '지상체'를 모두 포함하는 것은 바로 이 시기의 기술적 성숙을 반영한 결과다. 고도화된 통합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확신을 바탕으로 작년 9월에는 특허를 출원했고, 마침내 올해 8월 최종 등록을 통해 핵심 기술에 대한 법적 권리를 완성했다. 이는 다년 간의 R&D 투자와 혁신의 결과물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전략적 이정표다. 대한항공이 확보한 이 특허 기술은 항공기 정비 효율성·정확성·안전성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존 10시간이 걸리던 육안 검사를 4시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은 항공기가 지상에 머무는 시간(AOG, Aircraft on Ground)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과 직결된다. 향후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검사와 분석을 1시간 내에 마치는 것도 가능해져 이는 항공사 입장에서 항공기 가동률을 극대화해 곧바로 수익성 증대로 이어진다. 또한 1mm 크기의 미세 결함까지 식별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는 높은 곳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의 균열이나 낙뢰 흔적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 항공 안전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강화한다. 이 외에도 정비사들이 최대 20m 높이의 비계나 리프트 위에서 수행하던 위험한 고소(高所) 작업을 완전히 대체함으로써 현장 작업자의 안전 사고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한다. 대한항공은 관련 기술 보완과 제도 정비를 마무리하고 해당 국가 사업이 종료되는 2027년부터 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항공 당국과 협력해 정비 규정을 개정하고 새로운 검사 방식을 공인받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궁극적으로 이 특허 기술은 항공기 MRO의 패러다임을 '사후 대응'에서 '예측 기반의 사전 예방'으로 전환시키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이 기술을 통해 국내 MRO 산업의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기술 공급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을 마련했다. 나아가 이 시스템의 핵심 원리는 향후 선박·교량·대형 건축물 등 다른 산업의 대규모 구조물 안전 진단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AI MRO를 활용해 단순한 정비 효율화를 넘어 향후 유·무인 복합 체계(MUM-T)에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핵심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CJ대한통운, 소형 가전 자원 순환 캠페인 가동…아동 센터에 수익 기부

CJ대한통운이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소형 가전 자원 순환 프로젝트를 한층 확대한다. CJ대한통운은 오는 11월 30일까지 경기도사회적경제원·사회적 기업 '리맨'과 협력해 비대면 소형 가전 수거 캠페인 '리플러스 캠페인'을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의 특징은 디지털기기 기부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데이터 보안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오래된 노트북·태블릿 PC·스마트폰 등 소형 가전 제품은 CJ대한통운의 오네(O-NE) 서비스를 통해 비대면으로 회수된다. 이후 '리맨'의 전문 데이터 삭제 프로그램으로 모든 정보가 안전하게 제거된다. 기부자는 데이터 삭제 확인서를 받아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다. 참여 방법도 간단하다. '리플러스 박스' 웹사이트에서 수거를 신청하면 카카오톡으로 연동돼 별도 회원가입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제공하는 안전 파우치와 박스에 기기를 담아 문 앞에 두면 배송 기사가 방문해 회수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약 4000대의 소형가전을 수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소나무 약 1만 그루를 보호하는 환경 효과와 맞먹는다. 참가자들에게 추첨을 통해 태블릿 PC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또한 CJ대한통운은 CJ나눔재단과 함께 경기도 지역 아동 센터를 대상으로 자원순환 프로젝트와 연계해 공모전을 개최한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나눔 플랫폼 CJ도너스캠프를 통해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의 주제는 '디지털 기기 자원순환'이다. 지역 아동 센터 아동·청소년이 참여해 그림·포스터·영상 등을 출품하며 우수작 발표와 시상식은 12월에 진행된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 수익금은 지역 아동 센터에 노트북을 지원하는 등 취약지역 디지털 격차 해소에 사용될 예정이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전국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전국 국립 공원·산림 휴양 시설·어린이집·가정 등에서 발생하는 알루미늄 캔·종이 팩·폐 휴대폰 등을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 활동을 지속해왔다. 지난 5월에는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자원 순환 생태계 구축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당사의 촘촘한 물류 네트워크망을 통해 누구나 폐자원 재활용과 안심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차별화된 자원 순환 모델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유종석 대한항공 부사장, 신설 부동산 자회사 ‘케이웨이 프라퍼티’ 대표 겸직

대한항공이 부동산을 포함한 각종 시설 관리 자회사를 세워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 대비에 나섰다. 14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은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17(서소문동) 소재 KAL 빌딩 15층에 '케이웨이프라퍼티 주식회사(K-Way Property Co., Ltd.)'를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유종석 대한항공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CSO)이고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사내이사진에는 유 부사장보다 직급이 높은 대한항공 우기홍 대표이사 부회장과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CFO)도 이름을 올렸고, 감사에는 김동연 씨가 선임됐다. 당초 발행 주식의 총수는 1만주,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다. 또한 발행할 예정이던 보통주식 총수는 1억주이고 주당 5000원씩 총 5억원이었으나 지난달 12일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케이웨이프라퍼티에 2690억원 어치를 추가 출자해 보통주 269만주를 취득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로써 총 2690억5000만원을 케이웨이프라퍼티에 납입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출자 목적에 대해 완전 자회사인 케이웨이프라퍼티의 사업 수행을 위한 유상증자 참여라고 공시했다. 케이웨이프라퍼티는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주차장 대여업 △건물 관리 및 용역업 △일반 및 생활 숙박시설 운영업 △체육 시설의 설치 및 운영업 △오락, 문화 및 운동 관련 사업 △시설 대여업 △기타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 △기타 사무 지원 서비스 △위 각 호의 목적의 달성 및 지속에 부수되는 모든 기타 행위, 활동 또는 사업 등을 목적으로 지난달 18일 설립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대비해 항공 운송 관련 시설 등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자 케이웨이프라퍼티를 출범시켰다"며 “향후 예상되는 시설 신축 등은 동사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법원 “항공기 최종 운항 결정권은 기장에게”…티웨이항공 부당 징계 ‘무효’ 확정

항공기 안전에 대한 기장의 판단이 기업의 경영상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13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서울행정법원과 대구고등법원이 티웨이항공이 소속 기장에게 내린 정직 5개월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항공기 운항의 최종 결정권이 기장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사건은 2024년 1월 베트남 나트랑에서 인천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티웨이항공 항공기에서 시작됐다. 해당 항공기의 기장은 비행 전 점검 과정에서 브레이크 마모 상태를 나타내는 '웨어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1mm 이하인 것을 발견했다. 이는 '1mm 이하 시 교체'해야 한다는 회사 운항기술공시에 따른 것으로, 기장은 안전상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비행을 중단했다. 그러나 티웨이항공은 이를 문제 삼아 해당 기장에게 정직 5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법원은 “기장의 판단은 안전 확보를 위한 정당한 결정이며, 자의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며 기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기장은 항공기 출발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고 항공기의 감항성(airworthiness)에 의문이 있을 경우 기장은 운항을 거부할 의무가 있으며, 회사의 운항기술공시를 근거로 한 기장의 안전 판단은 존중돼야 하며 이를 이유로 한 징계는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협회는 “항공기 운항의 최종 책임과 권한이 기장에게 있음을 법적으로 확인한 중대한 의미의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협회는 “기장은 언제나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하며, 안전을 이유로 내린 결정이 징계의 사유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비용과 효율'을 이유로 안전을 후순위에 두는 기업 문화에 대한 경고"라며 “항공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며, 기장의 전문적 판단은 어떠한 이해 관계나 외압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조종사의 전문성과 독립적 판단권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향후 유사한 부당 사례가 발생할 경우 협회원 보호와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대한항공, 한미 동맹 상징 ‘군용기 도장 격납고’ 신축

대한항공이 부산 김해 테크센터에 군용기 전용 최첨단 도장(塗裝: 도료 칠작업) 격납고를 신축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시설 확충으로 보이나 급변하는 인도-태평양 안보 지형 속에서 한미 군수 동맹을 강화하고, K-방산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은 부산 강서구 대저 2동 소재 김해 테크센터 군용기 도장 격납고(행거:hangar)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프로젝트는 연면적 5698.64㎡ 규모의 지상 3층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고 시설 설계는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가 담당했다. 군용 항공기 도장은 위장색을 칠하는 것을 넘어 기체의 생존성과 직결되는 핵심 공정이다. 이는 성층권의 극한 저온과 지상의 고온·염분·자외선 등으로부터 기체 부식을 막는 첫 번째 방어막 역할을 한다. 특히 초음속 비행 시 빗방울이나 먼지와의 충돌로 인한 미세한 손상으로부터 부식이 시작될 수 있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 같은 최첨단 도장 작업은 온도·습도·공기 흐름이 정밀하게 제어되는 전용 시설을 필요로 하며, 항공기를 부품 단위까지 분해해 정비하는 최고 수준의 정비 단계인 '창정비'의 대미를 장식하는 과정이다. 대한항공이 자체적으로 최고 수준의 도장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미군 등 핵심 고객에게 정비의 전 과정을 일괄 제공하는 '원스톱 솔루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는 대한항공이 지난 반세기 동안 쌓아온 군용기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다. 대한항공은 1978년부터 주한·주일 미군 군용기 정비 사업에 참여해 F-15·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 UH-60 헬기 등 약 4000대에 달하는 미군 항공기를 정비해온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900억 원 규모의 미 공군 F-16 전투기 수명 연장 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쌓은 신뢰는 독보적이다. 미 국방부는 앞서 국제 MRO 행사에서 “대한항공의 미군기 수리 프로젝트가 교과서와 같다"고 공개적으로 극찬한 바 있다. 이 투자의 배경에는 미 국방부의 전략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최근 '지역 정비 지원 체계(RSF, Regional Sustainment Framework)' 정책을 통해 분쟁 가능성이 있는 지역 인근의 동맹국에서 군용기나 군함 등 핵심 자산을 직접 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산을 수리하기 위해 미국 본토까지 이송하는 데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 작전 준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 이러한 미국의 수요에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로 꼽힌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50년 간 증명된 신뢰는 다른 국가가 따라오기 힘든 강점이다. 대한항공의 이번 행거 신축은 미국의 전략적 수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선제적 투자로, 한미 국방 산업 기반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상징적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군용기 MRO 시장은 2030년 약 68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 시장이다 . 군용 자산은 수십 년간 운용되므로 MRO 사업은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 대한항공은 이번 투자를 통해 MRO 사업을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무인기(UAV)나 도심 항공 교통(UAM) 등 미래 항공우주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플라이휠(Flywheel)' 효과를 노리고 있다. 미군 MRO 사업 수주로 확보한 재원과 기술력을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고, 미 국방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개발한 방산 제품의 수출길까지 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부산에 들어서게 될 신축 격납고는 단순한 공장을 넘어 한미 안보 동맹의 심화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K-방산, 전통 항공사를 넘어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기업으로 진화하는 대한항공의 미래를 모두 담고 있는 핵심 주춧돌이 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5년간 국내 공항 계류장 안전사고 69건···대부분 운전자 부주의”

최근 5년간 국내 공항 계류장에서 발생한 조업·운영 차량 사고가 70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이 '운전자 부주의'였다. 8일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가지 전국 공항 계류장에서 발생한 조업·운영 차량 사고는 총 69건이었다. 계류장은 공항에서 항공기를 안전하게 계류시킬 수 있는 지역을 뜻한다. 연도별로는 2021 년 9건, 2022년 15건, 2023년 17건, 지난해 22건이 발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건이 보고됐다. 사고 원인은 운전자 부주의가 61건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작업자 부주의 6건이 뒤를 이었다. 장비 결함, 체결 미확인, 음주운전도 각각 1건씩 나왔다. 사고 유형은 차량 간 충돌, 탑승교·시설물 충돌, 배수로 이탈, 장비 운행 중 접촉 사고 등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공항별 사고 현황을 보면 김포공항이 30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김해공항 16건, 제주공항 12건 순이었다. 복 의원은 “조업 차량은 공항 내 수시로 이동하며 작업 환경도 복잡해 안전 사각지대가 크다"며 “단순한 사고 통계 관리 차원을 넘어 사고 유형별 맞춤형 대책과 근본적 재발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국내 공항 내 이동지역에서 제한속도 위반 사례도 연평균 100건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총 534건의 제한속도 미준수 사례가 적발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83건, 2022년 160건, 2023년 54건, 2024년 89건 나왔다. 연평균 96.5건이다. 문 의원은 “공항에서는 작은 부주의나 속도위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현장 안전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해운업계, EU ETS 규정 따라 온실 가스 배출권 첫 제출

유럽연합(EU)의 해운업 배출권 거래제(ETS)가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해운업계가 첫 온실가스 배출권 제출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EU 역내 항해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제출 의무가 처음으로 부과된 가운데 선제적으로 친환경 전환에 투자해 온 기업과 당장의 비용 부담에 직면한 기업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친환경 경쟁력 격차가 실제 재무 부담의 차이로 이어지는 '탄소 비용' 시대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EU는 ETS 규제 대상에 해운업종을 포함하기로 했다. 때문에 역내를 기항하는 5000톤 이상 모든 선박은 연간 온실 가스 배출량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구매해 이달 30일까지 관리 당국에 제출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이번 제출은 규제 이행의 첫걸음으로, 올해는 총배출량의 40%에 해당하는 배출권만 제출하면 되지만 의무량은 2025년 70%를 거쳐 2026년부터는 100%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해운사들이 마주할 재무적 부담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첫 제출을 기점으로 향후 규제 대응 능력이 선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격변 속에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HMM은 지난 5월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ESG 평가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로부터 2년 연속 글로벌 선사 1위로 평가받으며 객관적인 친환경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온실 가스 감축 목표 수립·관리와 기후 관련 재무 영향 분석 등 환경(E)·기업 지배 구조(G)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주효했다. 이러한 평가는 구체적인 친환경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HMM은 9000TEU급 메탄올 추진선 9척을 발주하는 등 친환경 선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선박들은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할 경우 기존 화석 연료 대비 탄소 배출을 65% 이상 줄일 수 있다. EU ETS 규정상 탄소 감축량이 65% 이상인 연료는 탄소 발생량을 '0'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HMM은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국내 대표 벌크선사로 꼽히는 팬오션은 상당한 규모의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팬오션은 구체적인 배출권 구매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발간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통해 EU ETS 준수를 위한 배출권 비용이 올해에만 약 1800만 달러(약 2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팬오션이 '2050 탄소 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2023년 온실 가스 원단위 배출량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현실화된 비용 압박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팬오션 역시 ESG 경영 고도화를 위해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협력사 행동규범을 마련하는 등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선대 전환에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비용 부담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첫 배출권 제출을 기점으로 각 선사의 친환경 기술 투자 격차가 재무 성과로 직접 연결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무안공항 찾은 김윤덕 장관 “항철위 조사 중단 검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무안공항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조사 활동 중단을 공식 검토하겠다고 4일 밝혔다. 이해당사자인 국토부 산하 기관의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유가족들 요구에 따른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뒤 유가족들과 면담했다. 유가족들은 “항철위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조사 중단을 요구했고, 김 장관은 “유가족 전체 의견으로 항철위 조사 중단을 요청한다면 법과 규정상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법적으로 어렵다면 행정적인 조치가 가능한지도 따져보겠다"고 했다. 항철위가 국제 규정에 따라 공개해야 할 정보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는 지적에 김 장관은 “항철위를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근거해 공개가 가능한지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며 “항철위 입장이 타당하지 않다면 공개하도록 하고, 타당하면 왜 그런지 제가 다시 찾아와 설명하겠다"고 했다. 항철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는 논의에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장관은 “(국회 논의 결과) 항철위가 다시 국토부로 내려온다면 장관을 그만두겠다"며 “조금 늦어지더라도 항철위는 총리실로 넘어가 전문성 있는 인력으로 구성해 사고조사위원회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면담 후 김 장관과 사고기 꼬리날개가 보관된 격납고 인근을 찾아 “증거물이 방치돼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후 성명을 내고 “장관은 유가족 앞에서 한 약속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며 “국토부 책임이 확인되는 즉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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