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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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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핵잠 시대 (중)] 조선·원자력 기반 ‘독자 개발’…방산기술·일자리 경제효과 압도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6.02 16:06

글로벌 최고 원자로-선박 역량 융합, 국가안보체계 거대 시너지 예상
극소형 원자로, 소음 저감, 방사선 차폐 등 구현 군·민간 협력 시너지
해외 직수입·기술이전 대비 부가가치 7배, 고용 창출 2배 높아 ‘유리’
국방 비용 아닌 전략산업 투자, 국부유출 차단 등 생태계 선순환 기대

수십 년간 금단의 영역이자 대한민국 국방의 오랜 숙원이었던 '핵추진 잠수함' 보유가 마침내 현실의 바다를 향해 거대한 닻을 올렸다. K-방산이 전차와 자주포·전투기 등 지상·공중 체계를 넘어 해양 무기체계의 최정점인 핵추진 잠수함으로 그 영역을 전면 확장하게 된 지금, 과연 이 무기체계는 왜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며 우리 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본지는 3부작 대기획 기사의 첫 번째 순서로 국방부의 공식 발표 내용과 각계 방산·원자력 전문가들의 심층 분석·학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추진 잠수함이 가져올 전략적·군사적 효용성의 실체를 해부한다. <편집자 주>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 그림=챗GPT 생성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 그림=챗GPT 생성


첨단 전략무기 도입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적인 장벽은 다름 아닌 '천문학적인 예산'이다. 일반 재래식 디젤 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수천억 원이 든다면, 핵추진 잠수함은 설계-건조-운용-폐기에 이르기까지 조(兆) 단위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굳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수중 전력을 강화해야 하느냐", “동맹국으로부터 중고를 사 오거나 완제품을 직도입하는 편이 빠르고 싸게 먹히지 않겠느냐"는 경제적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각을 '무기 구매 비용'에서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거대 투자'로 돌리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국방부가 지난 5월 26일 발표한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통해 이 사업을 '우리나라 원자력·조선 분야의 기술을 토대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국가 전략사업'이라고 단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수입 vs. 기술 이전 vs. 독자 개발…데이터는 '국내 개발'을 가리킨다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을 획득하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프랑스처럼 스스로 기초부터 설계해 만드는 '독자 연구·개발(R&D)', 인도나 브라질처럼 외국의 기술과 선체를 들여와 라이선스 생산을 하는 '기술 이전 개발', 그리고 최근의 호주(AUKUS 동맹)처럼 우방국으로부터 완제품을 통째로 사오는 '해외 직도입' 방식이다.


박찬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PS기술팀 주임 연구원과 강종원 에스앤에스이앤지 비용분석팀 대리가 한국국방기술학회 논문지에 발표한 공동연구논문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도입 방안별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은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일지에 대해 과학적이고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함정 무기체계 설계·체계 공학·비용 분석 등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다단계 델파이 설문조사를 수행하고, 이를 한국은행의 산업 연관표 데이터와 결합해 세 가지 도입 방안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정량적으로 도출해 냈다.


박 연구원과 강 대리는 논문을 통해 '국내 독자 개발'이 정답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 투입된 예산이 다른 연관 산업의 생산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보여주는 '생산유발계수'는 국내 독자 개발이 2.6443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에 해외기술 이전은 1.7459, 해외 직도입은 0.8683에 그쳤다. 우리가 독자 개발에 1조 원을 투자하면 국내 철강·기계·IT·신소재 등 전 산업에 걸쳐 2조6443억 원의 새로운 생산이 연쇄적으로 창출되지만 완제품을 수입하면 그 파급 효과가 3분의 1 토막 난다는 뜻이다.


국부의 실질적 증가를 의미하는 '부가가치 유발 계수' 역시 독자 개발이 1.4172를 기록해 해외 직도입(0.2030)을 무려 7배 가까이 압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다. 10억원 투자 시 유발되는 전체 취업자 수를 뜻하는 '취업유발계수'에서 독자 개발은 21.5205명으로 측정된 반면, 직도입은 절반도 안 되는 9.7770명에 불과했다.


박 연구원과 강 대리는 논문 결론부에서 “단순히 비용만으로 원자력 잠수함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원자력 잠수함 사업을 군사력 강화사업 이상인 민·군 합동사업 성격으로 국내 원자력산업 발전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인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 “건조 10년·운용 30년 이상 등 총 40여 년에 걸친 국가 산업 발전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또한 “4만 개 이상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부의 해외 유출을 막고, 그 예산을 고스란히 국내 산업 생태계에 부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치밀한 경제적 포석인 셈이다.


◇지상·공중을 넘어 심해로…K-산업의 결정체 '이동하는 소형 원전'


그렇다면 우리에게 핵추진 잠수함을 완전히 독자개발할 만한 산업적 역량은 있는 것일까. 방산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K-원전' 기술과 수주량 1위를 다투는 'K-조선' 기술이 융합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인 김홍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핵추진 잠수함을 가리켜 '이동하는 원자력 발전소'라 불릴 만큼 복합기술의 결정체라고 극찬했다.


김 교수는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원자로 설계 △연료 주기 관리 △소음 저감 기술 △잠항 제어 시스템 등은 각각 민간의 원전·첨단 소재·인공 지능(AI)·로봇·해양 플랜트 기술과 촘촘히 맞닿아 있어 국가 기술력 전반을 수직 상승시키는 폭발적 시너지를 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잠수함이라는 비좁고 특수한 환경에 탑재하기 위해 극한으로 고도화된 '극소형 원자로' 기술이 향후 민간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총아인 '소형 모듈 원전(SMR)'으로 곧바로 파생돼 새로운 방산·에너지 수출 유망 분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해의 수압을 견디는 수중 센서·자율 항법 기술 역시 차세대 '자율무인 잠수정(AUV)' 산업으로 고스란히 이식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질서를 바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원자력 잠수함 시장은 고도의 기술력과 보안이 요구돼 소수의 강대국만이 진입할 수 있는 극도로 '폐쇄적인 시장'"이라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기술적 신뢰성을 입증한다면 이는 곧 K-방산이 기존 재래식 잠수함과 수상함 수출 시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확보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국방부가 기본 계획의 제3원칙으로 “대한민국 내 민간 원자력·조선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장보고 N사업을 군과 민간 첨단기술이 교류하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비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생존을 좌우하는 극한의 3대 기술 난제…소형화·소음 저감·방사선 차폐


하지만 화려한 장밋빛 미래로 향하기 위해서는 우리 과학기술계가 직접 풀어내야 할 극한의 공학적 난제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강기식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초빙 교수와 우승민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공동 집필한 논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기술 동향 분석'에서 한국형 핵잠수함이 무사히 심해로 잠항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적 허들을 구체적인 물리학적 지표로 제시했다.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는 단연 '원자로의 초소형화와 일체형 설계'다.


연구팀은 유체역학의 기본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s)'을 활용해 핵잠수함의 추진 동력을 역산했다. 그 결과, 1만톤급의 거대한 선체가 수중의 막대한 저항을 뚫고 20노트(시속 약 37㎞)로 항해하기 위해서는 20~30메가와트(㎿)의 추진축 출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증기 터빈의 열효율을 고려할 때 대략 100~150㎿t급 열출력을 내는 맞춤형 소형 원자로가 탑재돼야 한다고 추산했다.


현재 한국이 자랑하는 독자 다목적 원자로 'SMART'가 300㎿t, 차세대 'i-SMR'이 520㎿t 수준이다. 이는 곧 기존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잠수함의 비좁은 공간에 맞게 열출력을 더욱 소형화하며 최적화하면서도 수중의 극심한 충격과 흔들림을 견디는 해군 전용 원자로를 새로 빚어내야 한다는 것으로 직결된다.


강 교수팀은 “현대의 핵잠수함은 배관 파손에 의한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심과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를 단 하나의 압력 용기 안에 모두 집어넣는 '일체형 회로(Integral circuit)' 방식을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난제는 생존의 핵심인 '소음 저감(Stealth)'이다.


디젤 엔진을 끄고 배터리로 조용히 기동할 수 있는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 열을 식히기 위해 거대한 냉각재 펌프가 24시간 가동되므로 본질적인 기계 소음에 취약하다. 더구나 수중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는 물과 마찰하며 생기는 '유동 소음'이 발생하는데, 강 교수팀은 유동 소음은 속도의 6제곱에 비례해 폭발적으로 커진다고 경고했다. 적의 음향 탐지기(소나)에 걸리는 것은 곧 함정의 격침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체를 매끄러운 물방울 형태(Tear-drop)의 유선형으로 깎아 저항과 난류를 줄이고, 원자로 펌프와 기어 박스의 진동을 철저히 흡수하는 방진 마운트를 적용하며 일반 스크루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기포 붕괴 소음(캐비테이션)을 극적으로 억제하는 '펌프 제트(Pump-jet) 추진기' 기술을 반드시 독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승조원의 목숨과 직결된 '방사선 차폐' 기술이다.


수개월간 빛 한 줌 없는 좁은 선체에서 생활하는 수십 명의 승조원들이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으려면 완벽한 차폐막이 필수다.


강 교수팀은 “중량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육상 원전처럼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단위 면적당 질량이 큰 고밀도 재료인 납(Lead)으로 감마선을 막고, 두꺼운 폴리에틸렌으로 중성자를 차단하는 고도의 복합 1차 차폐 설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디젤유 탱크나 담수 탱크 등 잠수함 내에 어차피 존재해야 하는 구조물들을 영리하게 분산 배치해 2차 차폐막으로 역이용하는 고도의 '공간 융합 설계'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장보고 N사업'은 결코 설계도만 있다고 단숨에 이룰 수 있는 쉬운 목표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수조 원의 천문학적 자본과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융합 기술, 그리고 뚝심 있는 장기계획이 삼위일체를 이뤄야만 달성할 수 있는 '수중 아폴로 프로젝트'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값비싼 완제품을 사오는 쉬운 길을 거부하고 독자 개발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한 국방부와 산업계의 투지는 확고하다. 극한의 기술 난제를 우리 손으로 돌파하는 순간 K-원자력과 K-조선은 또 한 번 세계 해양 역사에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쌓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50㎿t급 원자로를 만들고 막대한 자본을 준비한다 해도 이 '철제 고래'가 대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제 규범'이라는 이름의 촘촘한 그물망을 헤쳐나가야 해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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