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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최악 연말, 환차손에 철강·항공 1조2000억원 손실

지난해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위에서 마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난 1997년 이후 최악의 환율로 한 해를 마감한 것이다. 이에 원료를 달러화로 결제해 수입하는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수천억원 규모의 환차손이 확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업황이 어려운 철강·항공사 등이 대규모 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환율 급등으로 환차익을 본 해운·조선 등이 산업권도 있지만 올해 환율이 안정되면 다시 대규모의 손실이 우려돼 마냥 즐겁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환율 급등으로 국내 대기업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해 외환시장 마지막 거래일(30일)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전일 보다 5월 오른 14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997년 말 163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마지막 거래일에도 1259.5원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이 연달아 가결된 뒤 시작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에서도 해소되지 않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환율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연말 종가가 국내 기업의 각종 환율 위험과 건전성 비율 등을 산출하는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 종가는 지난 2023년 말 1299원에 비해서 13.36%(173.5원)나 급등한 수준이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환차손을 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며 달러화로 결제하는 철강·항공사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23년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환율이 10% 급등하면 6167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도 143억원 이상의 환차손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도 환율 10% 급등으로 4604억원과 1794억원으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혀왔다. 이들과 비슷한 사업구조를 영위하는 저비용 항공사도(LCC)도 각각 10억~수백억원 수준의 환차손이 예상된다. 지난해 업황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대규모 환차손까지 발생할 경우 철강·항공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반면 환율 급등으로 대규모 환차익을 경험한 대기업도 없지 않다. 운임 대부분을 달러 등 외화로 받는 해운업과 역시 고객에게 배를 넘기고 대규모 달러를 챙기는 조선업에서 특히 큰 이익이 예상된다. 실제 국내 해운업계 1위이자 주요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지난해 환율 10% 급등할 경우 1조3321억원의 대규모 환차익이 예상된다고 밝혀왔다. 국내 대형 조선사로 꼽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서도 각각 2889억원과 1360억원 이상의 환차익이 관측된다. 다만 이들 기업에서도 대규모 환차익에 당장 기뻐하기보다는 올해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지난해 연말 종가가 정치적 특수성 때문에 급등한 만큼 올해 다시 이전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운·조선 산업의 달러화 결제 구조를 갑작스레 바꾸기가 어렵다는 환경을 감안하면 올해 환율이 이전 수준으로 급락한다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해 환차익을 본 만큼 환차손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산업권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중 다수가 역대급 환차손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국내 정치 등 불안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LCC 업계 1위 제주항공 무안공항 사고에 M&A 동력 상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경쟁 구도가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아시아나항공 산하 LCC인 진헤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추가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3사 통합에 대응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여객기 사고 뒷수습에 시달려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2년 내로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마침과 동시에 산하 LCC 역시 통합하는 과정을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3사가 통합된다면 LCC 업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LCC 1위는 제주항공이며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이 2~3위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진에어 등 3사가 통합하면 매출과 규모 면에서 제주항공을 크게 추월하게 된다. 실제 통합 3사의 2023년 연간 매출액 합계는 2조4785억원으로 1조7240억원인 제주항공을 크게 뛰어넘게 된다. 2023년 말 보유한 항공기 합계도 58대로 42대에 불과한 제주항공을 앞지르게 된다. 이에 제주항공은 새로운 경쟁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LCC를 대상으로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의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실제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은 지난해 7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사모 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는 언젠가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M&A 기회에서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M&A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로 제주항공이 올해 M&A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체 결함 등에 대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 등을 대응하느라 다른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사고로 브랜드 이미지 등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다른 LCC에서 제주항공으로의 피인수를 기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러모로 M&A를 활용해 통합 3사에 대응하겠다는 기존 전략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다른 국내 LCC를 인수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며 “피인수 대상 LCC 임직원들이 제주항공의 인수를 강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고로 LCC 업계 전체가 고객들의 신뢰 상실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로 LCC 업계의 전체적인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까지 거부감 없이 LCC를 선택한 많은 고객들이 한동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을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부분 LCC가 매출과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김광옥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항공기 전소 사고는 매우 심각한 것이라 제주항공의 과실 여부를 떠나 LCC 업계 내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통합 진에어가 규모 측면에서 1위로 떠오르고 있어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했던 LCC 업계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동·박규빈 기자 dong01@ekn.kr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무안공항 참사 애도…새 대한항공 로고 곧 공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025년 신년사를 통해 무안국제공항 참사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명하고, 통합 대한항공의 새로운 기업 이미지(CI) 공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2일 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항공업계 종사자로서 '안전'이란 단어가 주는 무거운 책임감을 절실히 느꼈다"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했다. 특히 “절대 안전 운항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각 분야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라며 “작은 부주의에도 위기가 올 수 있는 만큼 조그만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 그는 “약 2년 후면 양사가 진정한 한 가족으로 거듭난다"며 “이는 국내 경쟁 우위가 아닌 해외 항공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 항공사의 서비스 기준은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며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진그룹은 현재 외국 국적 고객이 전체 여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화물 네트워크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산발적인 국제 분쟁, 공급망 불안, 환율과 유가의 급변 등 외부 변수에 대비해 수익의 질을 높이고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생산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통합 대한항공의 새로운 CI가 곧 공개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조 회장은 “새로운 CI가 양사 융합의 구심점이자 상징이 되길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통합의 청사진을 본격적으로 그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구성원들은 서로가 맞고 틀림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각자가 가진 장점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예상치 못한 큰 시너지가 발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직·시스템·업무 관행까지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토 뉴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애도 표하는 삼성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삼성 본관 앞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활주로 이탈에 따른 참사에 애도를 표하는 의미의 조기가 게양돼있다. 이번 사고로 제주항공 여객기는 완파됐고, 운항·객실 승무원 6명과 탑승객 173명 등 총 179명이 사망했다. 생존자는 후미 부분에서 발견된 남녀 객실 승무원 1명씩 총 2명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토 뉴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조의 표하는 대한항공

2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 KAL 빌딩 옆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활주로 이탈에 따른 참사에 애도를 표하는 의미의 조기가 게양돼있다. 이번 사고로 제주항공 여객기는 완파됐고, 운항·객실 승무원 6명과 탑승객 173명 등 총 179명이 사망했다. 생존자는 후미 부분에서 발견된 남녀 객실 승무원 1명씩 총 2명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민형배 의원, 공항시설법 개정 추진…“공항 안전 시설 기준, 법률로 상향”

더불어민주당이 공항·비행장 시설의 설치 기준을 법률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공항시설법 개정을 추진해 항공 안전 수준 제고를 도모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전날 공항·비행장 시설의 설치 기준을 법률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공항시설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공항 안전 시설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대통령령·부령·예규 등에 산재해 있는 관련 기준들을 공항시설법에 포함시킴으로써 법률로 격상함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피해 확산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활주로 종단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꼽는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규정집을 통해 '공항 활주로 인근 구조물이 충돌 시 쉽게 부서지거나 변형되도록 설계할 것(frangible design)'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가 이를 근거로 유사한 '공항·비행장 시설 설계 세부 지침'을 예규(2022-346호)로 두고 있으나,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공항·비행장 시설물에 대해 보다 엄격한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민 의원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공항·비행장 시설 설치 기준을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개정안 발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 무안공항 활주로 끝 로컬라이저 안테나의 설치 방식이 국제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영국 공군 조종사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 편집인은 “활주로 종단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있는 무안공항과 같은 사례는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고, 이는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국토부는 전국 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등 계기 착륙 시설의 재질 등을 전수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이배 사장 “사고 명칭, ‘제주항공 참사’가 옳다…운항량, 내년 3월까지 10~15% 감축”

무안국제공항 사고와 관련,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사장)가 유가족 지원과 항공기 안전 관리를 약속하며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31일 김이배 대표는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 호텔 오키드 홀에서 임원진을 대동해 4차 브리핑을 직접 진행했다. 왼쪽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김 대표는 “다시 한 번 희생자의 명복과 부상자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탑승자 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장 수습 등 탑승자 가족 지원을 위해서 애쓰고 계신 정부·지방 자치 단체 관계자분들과 공항 현장에서 탑승자 가족을 돕고 계신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상황을 수습하고 탑승자 가족 지원에 모자람이 없도록 하겠다"며 장례와 보험 등 사망자 가족 지원과 향후 안전 대책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이날부터 장례 절차가 시작됐고, 제주항공 측은 장례 진행에 필요한 행위와 비용을 유가족들의 생활 지원을 위해 조의의 뜻을 담아 긴급 지원금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배상 절차를 삼성화재보험·영국 재보험사 악사 XL 등 국내외 보험사와 구체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 김 대표는 “안전 대책에 대한 항공기 점검을 더욱 강화하고 정비 인력 확충 등 항공기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비행 전 점검과 기상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항공 종사자의 정서 관리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선 내년 3월까지의 동계 기간 운항량을 10~ 15% 감축해 운항 안정성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수습하고 안전 대책을 강화해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이후 출입 기자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본지는 유가족들에 대한 심리 치료와 같은 장기적인 지원 계획과 재직 중인 운항·객실 승무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할 방안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 대표는 “사고 발생 당일 이곳에서 첫 브리핑을 마치고 바로 현장으로 갔고, 유가족 케어 부분이 급선무라고 했다"며 “당사 외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국가 트라우마 센터에서 현장 상담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답변했다. 현재 제주항공은 유가족당 직원 2명씩 배정해 밀착 관리 중이다. 이 외에도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자체적인 심리 상담 프로그램 진행을 할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사고 명칭을 두고 외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항공 잘못으로 판명이 난 것도 아닌데 일부 매체에서는 '제주항공 참사'라고 명기해 옳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블럭이 사고를 키웠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김 대표는 “사고 발생 초기에 '무안공항 사고'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고 알고있는데, '제주항공 참사'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공항 시설 등에 대해서는 저희가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제주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사고기의 비행 기록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김 대표는 “회사 자체적으로 두고 있는 통제 센터를 비롯, 사내 데이터는 사고 조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출입 기자 여러분께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화답했다. 또한 “현장 상황 데이터는 우리도 보유하지 않은 것도 있다"며 “사고기 내에 있는 당시 기록 상황은 당연히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확보하고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5년 사이에 제주항공 정비사가 14% 가량 감소했고, 이에 따라 정비사들이 과중한 업무 탓에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정비 시간도 감축돼 사고로 이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김 대표는 “정비사의 수는 항공기 대수하고도 연관이 있는데, 2019년 540명이었고 대당 12.6명이었다"며 “현재는 41대 기준 대당 12.6명으로, 당시보다는 더 많은 정비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토부 기준을 준수한다"고 했다. 한 기자는 “참사 수습이 완료되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도 감지된다"며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 또는 결심이 이뤄졌는지를 물었다. 김 대표는 “현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며 “일단은 경영진이 문제를 해결하고난 다음 사고의 수습 이후 과정도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항공권 취소 건수 집계에 대해 김 대표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평소 대비 많을 것이라고는 본다"며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신뢰를 회복하느냐가 수치로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해외 공항들도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국토부 해명, ‘말장난’ 논란

국토교통부가 무안공항과 같은 콘크리트 기반의 로컬라이저 설치 사례로 언급한 해외 공항들이 실제로는 무안공항과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언급한 공항들은 무안공항처럼 돌출된 둔덕 형태가 아니다보니 로컬라이저 시설이 비행기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였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외면하고 소재에 대해서만 해외 사례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결국 사고의 원인 규명과 상관없는 책임 회피성 발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콘크리트 타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해외 공항 사례를 언급하며 무안공항의 구조적 안전성을 강조했다. 주 실장은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설치돼 있다"며 “국내 제주공항의 경우 콘크리트 구조물과 H빔을 써 로컬라이저 안테나 높이를 높였고, 여수·포항경주 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스페인 테네리페 공항·남아프리카 공화국 킹팔로 공항 등에서도 콘크리트 위에 안테나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설명은 본질을 회피한 답변으로 확인된다. 본지 취재 결과 주 실장이 언급한 3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설비는 콘크리트 사용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었다. 비행기와 충돌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무안공항의 경우 로컬라이저가 2m 높이의 콘크리트 기초 구조물 위에 설치되고, 이를 흙으로 덮은 인공 둔덕까지 포함해 전체 높이가 4m에 이른다. 이러한 견고한 콘크리트 둔덕은 좌우 길이 58m, 폭 15m에 달했다. 그러다보니 동체 챡륙 중인 항공기 입장에서는 지나갈 수 없는 장애물로 작용했고, 그 결과 역대급 참사로 이어졌다. 반면 LA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평지에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가벼운 구조로 설계됐다. 기둥이 일렬로 배치돼 상단부에 안테나 어레이가 설치됐다. 기둥 하단이 콘크리트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설비가 활주로와 평행하니 항공기가 동체 착륙하며 로컬라이저 시설과 충돌해도 괜찮다. 로컬라이저만 파손되고 항공기의 진로와 안정에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테네리페 공항 역시 LA공항과 마찬가지로 외부로 돌출된 것은 로컬라이저 시설이 대부분이며, 부가 구조물은 최소화됐다. 무안공항과 같은 둔덕은 없어 항공기의 동체 착륙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킹팔로 공항은 부서지기 쉬운 소재의 기둥을 설치하고 아예 로컬라이저를 공중에 띄우는 구조를 채택했다. 기둥이 있어 다른 공항보다는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지만 가운데 부분을 비워두어 항공기의 몸통이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 항공기의 진로를 차단하는 '장벽'으로 작용한 무안공항과는 큰 차이다. 결국 로컬라이저 설비의 안전성을 설파하며 이 공항의 설비를 예로 든 것은 국토부가 '콘크리트'라는 소재로 이슈를 집중하고 그 구조에 대해서는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3월 설계 용역 입찰 시 로컬라이저를 부서지기 쉽게(Frangibility) 설계하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 10(ICAO Annex 10) '파손성 규정'과 미 연방항공청(FAA)이 제시한 기준에 따른 것으로, 활주로 인접 시설물이 쉽게 부서지거나 변형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FAA는 활주로와 로컬라이저 간 최적 거리를 305m로 규정하며, 국내 주요 공항들도 이를 준수하고 있다. 이런 지침을 지킨 곳은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공항은 무안공항과 달리 둔덕 구조가 아닌 땅속에 매립된 콘크리트 기초대 위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했고, 안테나는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졌다. 2016년 UPS 화물기 인천공항 오버런 사고 당시 이러한 설계 덕분에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생존할 수 있었다. 결국 당국의 해명은 실례와 판이한 것으로 밝혀져 국토부는 책임 회피를 위한 '견강부회(牽强附會,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끌어 대어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 전문가들은 무안공항의 사례에 대해 “본 적 없는 구조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국 공군 조종사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 편집인은 “활주로 끝의 저런 구조물은 어디서도 본 적 없다"며 “이건 명백한 범죄"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비행장 설계 매뉴얼(Doc 9157)은 활주로 끝에서 300m 이내에 위치한 모든 장비는 저질량(low mass)이어야 하고, 쉽게 부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는 항공기 충돌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본지는 국토부 항행위성정책과의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 관계자들과의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비행장 설계 지침엔 “로컬라이저까지 종단안전구역”… 국토부 거짓 해명 논란

국토교통부가 무안국제공항 내 제주항공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와 관련해 “피해를 키운 콘크리트 둔덕인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해 규정에 어긋난 점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는 국토부가 작성한 '비행장시설 설계 세부 지침'의 규정과도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국토부 항공정책실은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를 키운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장치)는 관련 규정에 맞게 시설물 설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국토부 예규) 제23조 제3항'에 따르면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23조 제1항에 따라 이는 착륙대·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에 위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와 같이 종단안전구역 외에 설치되는 장비나 장애물에 대해서는 해당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둔덕 위에 설치된 해당 로컬라이저는 '쉽게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 등의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착륙 과정에서 멈추지 못하고 활주로를 넘어섰을 때 항공기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착륙대 종단 이후에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종단안전구역이 199m로, 항공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는 해당 구역 5m 뒤에 설치돼 있어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이는 본지가 입수한 2022년 6월 국토부 예규 제346호 '공항·비행장 시설 설계 세부 지침(Manual on Aerodrome Design)'은 이같은 해명과는 배치된다. 활주로의 물리적 특성을 다루는 해당 문서 제4장 18조 5항 2호 3목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의 길이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불리한 운영요건 때문에 흔히 발생되는 활주로 이전에 착륙하거나 과주한 경우를 포함하기에 충분하도록 고려되어야 한다. 정밀접근 활주로에서는 계기착륙장치(ILS)의 방위각 시설(Localizer)이 통상 첫 번째 장애물이 되며,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이 시설까지 연장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상황(비정밀 또는 비계기 접근 활주로)에서는 직립해 있는 첫 번째 장애물이 도로, 철도 또는 기타 인공 또는 자연지형이 될 수도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장애물까지 연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무안항공 사고의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한 원인으로 콘크리트 받침대와 둔덕 위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이번 해명은 국토부가 작성한 세부 지침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에 당연히 포함되는 쉽게 파손될 수 있는 장애물로 규정하고 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무안항공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 규정과 관련해 추가적인 설명이 없을 경우 자칫 '거짓 해명' 논란을 부풀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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