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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반도체로 웃고 배터리로 울다… 지배기업 기준 1조 적자

SK하이닉스가 견인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발목을 잡았다. SK㈜의 실적 얘기다. 회사는 흑자전환을 기록했지만 엇갈린 자회사의 설적 때문에 그룹 입장에서는 손실이 커졌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의 SK㈜의 주주총회 소집 공고에 첨부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SK㈜는 연결 기준으로 당기순이익 5억8051만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으로는 1조27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흑자지만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 적자라는 것은, 그룹 전체 실적은 흑자를 냈어도 모기업 귀속 몫만 따져보면 결국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이 엇갈리면서 발생한 결과다. 반도체 부문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지만, 에너지·배터리 부문에서의 손실이 이를 크게 상쇄했다. SK㈜의 실적을 떠받친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매출액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 순이익 19조796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역할이 컸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을 선도하는 중이다. 지난해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으로, 일반 D램보다 4~5배 이상 비싸다. HBM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SK하이닉스의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HBM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중이며 향후 AI 시장 성장과 맞물려 지속적인 수익 창출도 기대된다. 반면, SK이노베이션과 그 자회사인 SK온은 SK㈜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4분기 매출 19조4057억원을 기록했지만, 배터리 사업부문인 SK온의 부진으로 인해 전체적인 실적에 부담을 줬다. SK온은 2024년 4분기 매출 1조5987억원, 영업손실 3594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적자로 전환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6조2666억원, 영업손실 1조127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생산 비용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SK온은 2023년 3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SK온의 실적 부진은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4분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자산 총액은 110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배터리 사업의 해외 신규 공장 건설로 인한 유무형 자산이 21조6000억원 증가했다. 부채 규모는 70조7000억원으로 투자 지출 확대에 따라 차입금이 약 15조7000억원 증가했으며, 부채 비율은 전년 말 대비 8% 증가한 177%를 기록했다. ​ 그 결과 2024년 SK㈜의 금융비용은 1조1775억원으로, 금융수익 6813억원의 1.5배 이상을 기록했다. 금융비용 증가는 SK㈜의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편 SK㈜는 지배기업 기준 적자가 더 커진 상황이지만, 주주 배당은 오히려 늘렸다. 적자 속에서도 주주 이익만큼은 꼬박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SK㈜는 2024 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5500원, 우선주 1주당 5550원을 지급한다. 총 배당금 규모는 약 3030억원에 달한다. ​ 지난 2023 회계연도 결산배당에서는 보통주 1주당 3500원, 종류주(우선주) 1주당 3550원을 배당한 바 있다. 당시 배당금 총액은 1932억원이었다. 이번에 배당 규모를 더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배당 결정은 SK㈜의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SK㈜의 지분을 17.90% 보유한 최 회장은 이번 결산배당으로 454억1415만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엔 배당을 늘렸지만, 만약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 배당 축소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서 SK㈜는 계열사들의 수익성 개선과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이슈분석] 내가 죽으면 게임 계정·블로그 어떻게?…법적 기준 모호

디지털 유산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승계 및 관리 기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별 정책에 의해 처리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가 디지털 정보를 사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직접 정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유산은 고인(故人)이 생전 보유했던 모든 디지털 형태의 기록과 자산을 의미한다. 이메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 등 개인 계정과 사진·동영상 등 콘텐츠, 게시물, 구독형 서비스, 가상화폐 등을 포괄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관련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당시 유가족대표단은 네이버와 카카오에 희생자의 지인 연락처와 SNS 계정 접근권 등을 요구했지만, 연락처만 제공됐다. 계정 정보의 경우,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 정보로 분류돼 개인정보보호법상 제공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게임업계에서도 고인의 게임 계정 및 아이템 상속에 관한 일관된 기준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계정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은 게임사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은 유저가 갖고 있는 구조다. 이용권 이전에 대한 결정권한은 소유권자인 게임사가 갖고 있어 상속 여부 및 허용 범위는 기업별 약관에 따라 갈리게 된다. 넥슨·엔씨소프트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친족 관계임을 증빙하면 1~2촌에 한해 계정 명의 이전을 지원한다. 넷마블의 경우 계정 상속 시스템은 없으나, 상속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면 이전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반면 스팀(Steam) 및 블리자드의 경우, 제3자에게 계정을 판매·양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가족관계여도 예외가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고인의 디지털 정보 처리 기준을 일정 수준 통일하는 추세다. 미국은 본인이 사망하거나 무능력해지는 경우 수탁자가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법을 도입했다. 프랑스는 사후 개인정보에 대한 처리 지침을 미리 결정한 후, 이를 행동할 집행 책임자를 미리 지정하는 시스템이다. 만일 정해진 지침이 없을 경우, 유산 관리 및 상속 절차에 필요한 정보에 한해 상속인의 접근을 허용토록 했다. 독일은 지난 2018년 연방대법원이 상속법상 포괄승계 원칙을 적용해 디지털 정보에 접속할 권리를 상속인에게 원칙적으로 승계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또한 데이터 사본이 아닌 계정 자체에 대한 접속 권한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스페인 역시 상속인뿐 아니라 고인이 생전 권리 행사를 위해 명시적으로 임명한 개인·기관에 한해 데이터관리자가 접근 권한을 부여토록 하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은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재산 측면에서, 프랑스는 개인정보 측면에서 접근했고, 독일은 기존 법체계를 활용해 상속인을 당사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로 해석해 관련 법률을 입법했다. 구글·애플·메타 등 주요 플랫폼 기업 또한 이를 토대로 이용자가 직접 디지털 유산 처리 방안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글은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를, 메타는 유산 접근 기능을 제공 중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개인정보를 둘러싼 법리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속법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인데, 전자는 고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후자는 기업에 청구할 수 있는 재산권 중 일부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와 관련된 법령인 민법 제1005조를 살펴보면 △디지털 파일 △게임아이템 △사이버머니 등 전자적 가치표시수단 같은 디지털 유산은 상속성이 긍정되지만, 인격적 가치만 갖고 있을 경우 부인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통제권을 규정하지 않고 있어 법적 공백을 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의 운영 부담을 줄이고, 유족의 재산권도 존중되는 방향으로 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금전적 가치 및 프라이버시 침해성이 높은 정보에 한해 본인 지정이 있는 경우에만 상속권을 부여토록 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침해 가능성이 모두 낮은 정보는 본인 지정이 있을 경우 접근을 허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상속인 또는 법적 권한이 있는 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디지털 정보 성격에 따라 금전적 가치와 개인정보 침해 정도를 토대로 상속 유형을 분류하고, 처리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적 성격과 보호 필요성이 상이해 포괄승계 원칙으로 일원화하기엔 한계가 있고, 디지털 자산 유형이 다양한 만큼 추가적인 법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재산적 정보와 일신전속적 정보에 대한 승계여부를 분할하는 방안도 나온다. 고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3자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되, 개인정보보호법이 디지털 유산 맥락에서 고인을 위해 준용되는 방법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망자나 유족·상속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자 관련 인격표지에 대한 통제권을 유족이나 상속인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약관이나 정책에 의한 통제에 방치하기보다는 사망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통제권한을 인정하는 규율 검토가 요청된다"고 제안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中, OLED 급성장…스마트폰 이어 노트북까지 위협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까지,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주도해온 OLED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위협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프리미엄 시장 집중 및 협력 확대를 통해 맞서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량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의 스마트폰 OLED 시장 점유율은 55.1%로 전년(61.1%) 대비 6%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BOE, 차이나스타(CSOT), 티안마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점유율은 38.7%에서 44.8%로 상승했다. 불과 1년 만에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가 22.4%P에서 10.3%P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격차가 3.4%P까지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시장에서도 중국의 OLED 공세가 거세다. 2021년만 해도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노트북 OLED 시장을 100% 독점했으나, 지난해에는 한국 77.2%, 중국 22.7%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과거 스마트폰과 노트북 OLED 패널 시장은 한국 기업의 독무대였다.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에 집중하는 동안, 한국은 OLED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재정 지원과 빠른 기술 발전으로 중국 기업들이 OLED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또한 중국 기업의 급성장 배경에는 강력한 내수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비보, 오포, 아너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에 자국산 OLED 패널을 적극 채택하면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노트북 시장에서도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체들이 하이엔드 제품에 자국산 OLED 패널을 확대 적용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OLED 시장 모두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공세를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스마트폰 OLED 패널 출하량은 9억1000만대로 전년 대비 9% 증가할 전망이며, 노트북 OLED 패널 출하량도 2023년 894만대에서 2031년 6438만대로 7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글로벌 협력 확대를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OLED 패널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산 부품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가운데,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아직 애플의 고급형 OLED 패널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7' 시리즈의 패널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노트북 OLED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인텔과 손잡고 인공지능(AI) PC에 최적화된 저전력·고화질 OLED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높이며 중국의 저가 OLED 패널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아직 스마트폰과 노트북 OLED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시장 차별화와 글로벌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의 추격을 견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에너지경제신문 여론조사] 반도체 위기 극복에 공감…주 52시간 예외 찬성 과반수 넘어

중국 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국내 수출이 줄어드는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 등 특정분야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9일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반도체산업 등 특정분야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여부' 여론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 확보와 산업 특성상 집중 연구 기간이 필요하므로 예외 적용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과반인 57.8%를 기록했다. 반면 '장시간 노동으로 생산성 개선을 담보할 수 없고, 타 산업에도 확산될 수 있으므로 예외 적용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27.1%로 나타나 찬성 의견과 30.7%포인트(p)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5.1%에 그쳤다. 지역별·연령대별로 살펴보더라도 모든 계층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권역별로는 인천·경기(찬성 63%), 광주·전라(60.5%), 충청(60%), 서울(56.9%), 대구·경북(50.9%), 부산·경남(49%) 순으로 찬성 응답이 많았다. 연령대별로도 50대와 60대가 각각 65.6%와 62.8%로 찬성 비율이 가장 높았다. 40대와 70대 이상, 30대도 50% 이상이 찬성했다. 20대가 49.3%로 찬성 비율이 가장 낮았으나 반대 의견이 35.6%로 격차가 상당했다. 이는 최근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결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96억 달러로 지난해 2월에 비해서 3%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11월 반도체 수출 규모가 늘어나기 시작한 이후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던 흐름이 중단된 것이다. 이는 중국산 저가 공세로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도 크게 줄며 전년 동월 대비 15.3% 줄었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독점하다시피해온 D램 시장에서도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 컨설팅업체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지난 2020년 0% 수준이던 CXMT 점유율이 지난해 5%까지 늘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D램 시장을 80% 차지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자립에 속도가 붙으면서 수년 내에 한국 메모리 산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국내 정치권에서는 최근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을 논의하면서 주 52시간 근무 예외 문제를 놓고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은 연구·개발(R&D) 종사자에 한해 주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이 반도체 특별법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이라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예외 조항에 대한 논의를 추진하기보다는 반도체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부터 진행하자는 방침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위기에 대한 진단,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얽혀 있는 상황이라 합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은 주 52시간 근무 규제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주52시간 예외조항이 노동 조건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때 고소득 연구직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으나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민주당 내 반발이 커지자 입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말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을 제외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논의가 쉽지 않아,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반도체특별법 제정 강행 수순에 들어가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5~7일 무선 100% 자동응답(ARS)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조사대상은 각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만3386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07명(응답률 2.6%)이 응답을 완료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각각 ±2.5%p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TV와 모니터 사이···삼성·LG ‘이동형 TV’ 新가전 흥행에 웃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동형 TV' 흥행에 함께 웃고 있다. TV와 스마트모니터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신(新)가전이 1인가구·신혼부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제품 특성을 잘 살린 마케팅 활동을 해외에서 진행해 수요를 더 늘리는 게 양사의 공통 목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 모니터에 무빙스탠드를 결합한 '무빙스타일'을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2023년 10월 출시 이후 5개 분기 연속 판매가 늘고 있다. 전분기 대비 매번 두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일 정도다. 삼성전자 스마트 모니터 전체 판매량 5대 중 4대는 무빙스타일로 나가고 있다. 이는 제품이 처음 나온 2023년 4분기와 비교해 비중이 약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혼수·이사철을 앞두고 제품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의 경우 5월 한달에만 1만대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2021년 'LG 스탠바이미'를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한 LG전자는 최근 상품성 개선 모델 'LG 스탠바이미 2'를 출시했다. 지난달 5일 진행된 첫 신제품 라이브 방송에서는 초도물량 1000대 이상이 38분만에 완판됐다. 당시 방송에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40만명에 육박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전작인 스탠바이미도 온라인 행사 물량이 1분만에 동나는 등 이미 흥행돌풍을 일으켰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동형 TV 흥행 배경으로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꼽고 있다. 집안에 TV를 두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는 경우가 많아지며 무빙스타일이나 스탠바이미가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1인가구나 신혼부부 사이에서 이동형 TV 선호도가 높다는 게 양사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편리하게 이동하며 TV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보다 가격 부담이 덜한데 세컨드 TV 등 활용성이 다양하다는 게 인기의 원인"이라며 “최근에는 집 안을 넘어 매장 등으로 진출하며 B2B로 수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LG전자는 비슷하지만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양성'을 강조한다. 무빙스타일은 4K 해상도 M8·M7·M1부터 FHD 해상도 M5까지 4개 라인업을 선택할 수 있다. 크기 또한 43·32·27형 등으로 다양하고 색상도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가 필요에 맞게 제품을 조합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무빙스타일을 조합해 구매할 수 있는 전용 페이지를 삼성닷컴에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제품 경쟁력 강화에 '올인'했다. 수년간 쌓은 제품 판매 노하우에 고객들의 목소리를 결합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신제품을 내놨다. LG 스탠바이미 2는 화질·음질 인공지능(AI) 프로세서 알파8 2세대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AI가 영상과 사운드 등을 분석·보정해 콘텐츠에 최적화한 화면과 서라운드 사운드를 전달한다. 독자 스마트TV 플랫폼 'webOS'를 탑재해 기존 LG전자 TV제품들과 비슷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LG전자는 이동형 TV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전통적인 TV 대신 OTT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제품이지만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무빙스타일과 스탠바이미 2 모두 기존 TV 라인에서 만들 수 없다는 점은 변수다. 제조사 입장에서 국내 수요가 언제 정체될지 모르는 상황에 생산량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셈이다. LG전자의 경우 4년여전 스탠바이미 출시 초기 기존 제품과 혼류생산이 불가능한 탓에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역대급 폭염 예고’…에어컨 시장, 조기 격돌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어컨 시장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여름 성수기 대비에 나섰다. 이는 올해 여름이 예년보다 덥고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에어컨 구매 수요가 조기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일 기상청의 '2025년 여름 기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60%로, 낮을 확률(10%)보다 50%p 높게 나타났다. 특히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 수준의 더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전통적인 성수기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에어컨 판매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봄은 사실상 여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폭염을 정확히 예측했던 기후 전문가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 가전양판점 관계자는 “더위가 조기에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예년보다 빠르게 계절 존에 에어컨을 전면 배치할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미리 제품을 구매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어컨은 기온이 오를수록 판매량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에 폭염이 찾아오면서, 제조사별 에어컨 판매량이 2023년 대비 최소 10%에서 최대 60%까지 증가했다. 2024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25.6도)은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은 고가 가전 중에서도 수요 변동성이 가장 큰 제품"이라며 “기후 변화에 따라 시장 규모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예년보다 빠르게 경쟁에 돌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을 반영해 가전업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25년형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여름 대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두 업체 모두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갤러리' 등 4개 라인업을 출시하며 'AI 쾌적' 기능을 적용했다. LG전자 역시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 '뷰I 프로' 모델에 'AI바람'과 'AI열교환기' 기능을 추가했다. 다만 세부적인 차별화 전략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에너지 절감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신제품의 '절약모드'를 활용하면 전력 소비를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 씽큐 앱의 '스마트 스케줄' 기능을 통해 고객의 생일, 결혼기념일 등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격적인 마케팅도 눈에 띈다.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삼성스토어에서 에어컨 신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최대 50만 삼성전자 멤버십 포인트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LG전자 역시 이달 말까지 25만 원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에 나섰다. 중견 가전업체인 캐리어에어컨도 시장 경쟁에 합류할 전망이다. 캐리어에어컨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름철 수요 확대를 고려해 조만간 신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은 단가가 높은 핵심 가전제품으로,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올여름이 예년보다 덥고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전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큰형님’ 삼성전자 주가 급락에…삼성물산 7조·삼성생명 12조 평가손실 ‘날벼락’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이 삼성그룹 계열사의 손실로 전이된 지점이 확인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AI(인공지능) 경쟁력 우려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32% 넘게 하락하면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9일 삼성물산의 2024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2조2305억원 규모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자산 평가손실 7조2238억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5.01%)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2023년 말 7만8500원에서 2024년 말 5만3200원으로 32.2% 하락한 것이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으로 지분의 평가가치가 23조4572억원에서 15조8971억원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이 기록한 금융자산 평가손실은 7조5601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금융자산 평가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삼성물산의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모두 총포괄손익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회계적으로 '기타포괄손익(OCI)'에 반영되며, 당기순이익(NI)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총포괄손실은 금융자산 평가손실 규모에 비해 적은 2조2305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실한 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삼성물산의 총포괄손익 적자 전환을 유발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와 재무건전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23년 말 대비 100조원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 시장 침체, AI 반도체 경쟁력 약화 우려, 글로벌 반도체 업계 경쟁 심화 등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삼성생명 역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기준 8.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물산보다 더 많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규모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약 27조원에 달한다. 지난 2023년 말에는 40조원에 달했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주가 하락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의 평가손실 규모는 12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삼성생명의 2023년 당기순이익 2조337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계열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평가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평가손실은 당기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자본총계를 감소시켜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준다. 삼성물산의 경우 자본총계가 39조8971억원에서 37조2585억원으로 감소해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또 삼성전자 주가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자산 평가손실 가능성도 있다. 이는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AI 경쟁력 우려가 꼽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또 엔비디아 등 업계 주요 고객사의 AI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 하락을 불러온 요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가 단기간 내 급격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의 실적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이 삼성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경쟁력 확보를 통해 주가를 회복해서 계열사들의 실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도록 그룹의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바이든 선물 뺏는 트럼프…삼성 6.8조원 ‘풍전등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칩스법(CHIPS Act)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폐지 주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에 삼성전자의 미국 내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칩스법을 “끔찍한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폐지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는 “칩스법은 세금 낭비일 뿐"이라며 “이 법안을 폐지하고 남은 자금을 부채 감축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조금 대신 관세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칩스법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0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칩스법을 통해 약 47억4500만 달러(약 6조88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 보조금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37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의 첨단 파운드리 공장 프로젝트에 투입될 전망이었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이미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당초 2024년 하반기로 예정됐던 가동 시점이 2026년으로 연기됐고, 주요 고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칩스법 폐지 가능성까지 더해져 삼성전자의 미국 내 파운드리 사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칩스법 보조금이 사라질 경우,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에는 큰 위기다. 보조금 없이 미국 내에서 생산을 유지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대만의 TSMC나 미국의 인텔 등 경쟁사 대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의 칩스법 폐지 주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약 53조2000억원)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며, 최근 1000억달러(약 144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SMC 또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칩스법을 통한 보조금 지원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TSMC와 삼성전자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은 이미 생산을 시작했다. 당초 계획보다 4~9개월 앞당겨 2024년 9월부터 애플의 A16 칩 생산을 시작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4년 말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또 TSMC는 이미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을 확보한 상태지만,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주요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칩스법 보조금 지원이 불확실해진다면, 고객 확보와 투자 일정에서 이미 뒤처진 삼성전자가 TSMC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트럼프의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칩스법 폐지를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당초 칩스법은 미국 내 민주당과 공화당이 협력해 만든 법안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 등을 통해 칩스법을 제한하거나 집행을 지연하면서 실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며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테일러 공장의 투자 규모나 가동 시점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의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책 변화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미래 성장 위해 뭉친다… 로봇 시장 공략 키워드는 ‘팀코리아’

글로벌 관세 장벽, 전세계 주요 소비국들의 경기침체 우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국내 정치 불안. 당장 어디로 튈지 몰라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들이다. 이같은 '복합위기' 상황에 우리나라 전자업계가 다양한 형태로 '로봇 동맹'을 맺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위험요소도 상존하는 시장인 만큼 '팀코리아' 전략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전자 계열사들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과 다방면에서 손을 잡으며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들는 로봇에 최적화한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제품에 탑재하기로 뜻을 모았다. 삼성SDI가 주목한 점은 현재 상용화된 로봇들이 전동 공구 등에 쓰이는 배터리를 주로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은 구조가 복잡한 탓에 공간이 제한적이라 출력 용량이 줄어드는 등 한계가 있었다.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전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 현장에서도 로봇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공동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현대차가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분야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가 첨단 공장을 만들면서 삼성전자의 5G 통신 기술을 적용해 반응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자사 로봇을 사용해줄 수요처를 중심으로 관계를 다져나가고 있다. 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와 '물류 로봇 솔루션 공급 및 시스템 개발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거나 조선호텔앤리조트와 '호텔 서비스 업무 효율화 및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서비스 로봇 개발 협력'을 도모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한림대학교 성심병원과 '스마트 병원 라이프를 위한 로봇 서비스 발굴 및 사업협력 MOU'를 맺었다. 아예 로봇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지분을 매입해 혈맹을 맺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족보행 로봇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관련 조직도 재정비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밖에 삼성전자(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와 KT, SK텔레콤과 포스코 등이 로봇과 관련된 분야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로봇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인식하지만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에 주요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펼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자체적으로 모든 역량을 갖추려 노력하기보다는 스스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효율성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로봇 산업은 반도체, 광학, 통신, 소프트웨어, 기계공학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가 집약된 게 특징이다. 아직까지는 제조업이나 물류, 요식, 의료 등에 보편화돼 있지만 향후 상업·가정용 시장 확장성도 무시하기 힘들다. 서비스용, 산업용, 협동로봇, AI 로봇 등 분야가 다양한데 아직 뚜렷한 선도기업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SIMTOS)는 2021년 332억달러(약 48조원)였던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741억달러(약 107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여성인력 3만명 고용 ‘1위’

국내 주요 대기업의 여성 고용 현황을 살펴본 결과, 단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3만명이 넘는 여성 인력을 보유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유통·상사와 금융 분야가 여성 직원 비율 50%를 넘어섰으며, 전체 대기업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4.7%로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상장사 중 주요 15개 업종별 매출 상위 10개 기업, 총 150개 대기업의 남녀 직원 수와 고용 현황을 비교 분석해 6일 발표했다. 조사는 2023년 사업보고서(별도 기준)를 기초 자료로 삼았으며, 직원 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를 합산한 전체 인원으로 미등기임원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 150개 대기업의 2023년 전체 직원 수는 89만1717명으로, 이 중 남성은 67만1257명, 여성은 22만460명이었다.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4.7%에 그쳤다. 단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3만2998명의 여성 직원을 고용해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여성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직원 1만명 이상을 고용한 '여직원 고용 만 명 클럽'에는 이마트(1만3522명), 롯데쇼핑(1만3166명), SK하이닉스(1만855명) 등 총 4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전자의 여성 고용 규모는 2위인 이마트보다 약 2.5배 많은 수준으로, 국내 대기업 중 여성 고용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유통·상사와 금융 분야에서 여성 직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유통·상사 업종은 여성 직원 비중이 51.2%로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업종에서는 여직원(3만4210명)이 남직원(3만2619명)보다 1590명 더 많았다. 금융업도 전체 직원 중 50.2%가 여직원인 것으로 조사돼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 고용률이 높았다. 이어 식품(44.8%), 운수(39.1%), 섬유(33.3%), 제약(30.7%) 순으로 여직원 비율이 30% 이상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속한 전자 업종 역시 여성 고용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철강 업종은 여직원 비중이 5.1%에 불과해 가장 낮았다. 조사 대상 철강 업체 10개사의 2023년 전체 직원 수는 2만3275명이었으나, 이 중 여성 직원은 1196명으로 2000명에도 못 미쳤다. 자동차(6.9%)와 기계(8.6%) 업종도 여성 비율이 10% 미만으로 매우 낮았다. 건설(12.2%), 가스(13.9%), 전기(17.5%), 석유화학(18.4%) 업종도 여성 인력 비중이 10%대 수준으로 타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남직원 대비 여직원 비중이 절반을 넘는 개별 회사는 150곳 중 14곳으로 파악됐다. 이 중 여직원 고용률이 60%를 넘어선 곳은 4곳이었다. 여성 인력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롯데쇼핑으로, 전체 직원 1만9676명 중 여성이 1만3100명 넘게 근무해 66.9%의 비율을 보였다. 식품 업체 오뚜기는 전체 직원 3300명 중 여성이 65.2%(2150명)로 2위를 차지했다. 동원F&B(61.5%)와 CJ ENM(61.1%)도 여직원 비중이 60%대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다. 이마트(59.5%), DB손해보험(58.1%), 기업은행(56.4%), 일신방직(56.3%), 농심(55.8%), 대상(54.9%)도 여성 고용 비율이 50%를 넘어 여성 고용 우수 기업으로 꼽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전체 인력 수에서는 압도적이지만, 여성 비율 면에서는 상위권에 들지 않아 총 고용 규모가 크다는 점이 여성 고용 숫자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50개 대기업의 업종별 고용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 고용이 활발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간 차이가 뚜렷했다. 유통·상사, 금융, 식품 등의 업종에서는 여성 고용 비율이 높은 반면, 철강, 자동차, 기계, 건설 등 전통적인 제조업과 중공업 분야에서는 여성 고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50개 대기업의 2023년 기준 남성 직원 평균 급여는 9530만원, 여성 직원은 6650만원으로 여직원 연봉은 남직원의 69.8% 수준이었다. 업종별 여직원 평균 연봉은 금융(9260만원), 정보통신(9000만원), 전자(7450만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직원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기업은 14곳으로, 에쓰-오일이 1억152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증권(1억1450만원), 삼성SDS(1억1300만원), 삼성화재·SK텔레콤(각 1억900만원), 미래에셋증권(1억790만원) 등이 여직원 억대 연봉 클럽에 포함됐다. 15개 업종의 남녀 급여를 비교했을 때, 제약 업종이 여직원 보수(5910만원)가 남성(7570만원)의 78% 수준으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었다. 반면 건설 업종은 여직원 연봉(5400만원)이 남성(9050만원)의 59.7%로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출산율과 고령화 등 인구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로 실질적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며 “최근 국내 기업에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여성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보고서 등 정기보고서에 성별 중간관리자 비율 등도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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