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블랙웰’의 힘…엔비디아, 연매출 114% ‘폭증’

엔비디아(NVIDIA)가 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부문이 전년 대비 142% 성장하는 폭발적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블랙웰 아키텍처는 출시 첫 분기만에 14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을 장악했다. 엔비디아는 27일 오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5 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에 매출은 393억3100만달러(약 52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78%,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간 매출은 1304억9700만달러(약 174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114% 늘었다. 데이터 센터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으며,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제품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 센터 부문의 매출은 356억달러(약 4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3%, 전 분기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 데이터 센터 매출은 1152억달러(약 153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142% 늘었다. 게임 부문 매출은 25억4400만달러(약 3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11%, 전 분기 대비 22% 감소했다. 전문 시각화 부문 매출은 5억1100만달러(약 7000억원)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자동차 부문은 5억7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로 103% 성장했다. 이익률도 개선됐다. 4분기 영업이익은 240억3400만 달러(약 32조원)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순이익은 220억9100만달러(약 29조5000억원)로 80%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814억5300만달러(약 109조원), 순이익은 728억 8000만 달러(약 97조8000억원)로 각각 147%, 145% 증가했다. 희석 주당순이익(EPS)는 4분기 0.89달러(약 1200원), 연간 2.94달러(약 4000원)를 기록했다. 특히 블랙웰의 성과가 실적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블랙웰 아키텍처 제품이 출시 첫 분기 만에 110억달러(약 14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인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등이 엔비디아의 GB200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기술인 블랙웰 아키텍처는 이전 세대인 호퍼 아키텍처 대비 큰 폭의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블랙웰은 AI 추론 작업에서 최대 25배의 성능 향상을 제공하며, 대규모 AI 추론 작업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25배 절감했다. 또 5세대 NVLink 기술을 통해 GPU 간 통신 속도를 1.8 Tb/s까지 끌어올려 대규모 AI 모델 처리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러한 혁신으로 블랙웰 아키텍처는 최대 10조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AI 모델의 실시간 추론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추론 AI가 또 다른 확장 법칙을 추가함에 따라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놀랍다"며 “학습을 위한 컴퓨팅 증가는 모델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장기적 사고를 위한 컴퓨팅 증가는 답을 더 스마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는 AI 기술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AI는 '학습'과 '추론' 단계를 거치는데, 기존에는 '학습' 단계 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추론' 단계에서도 컴퓨팅 파워를 늘리면 AI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새로운 '확장 법칙'이 발견됐다. 쉽게 말해, AI가 답변할 때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면 훨씬 더 똑똑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아이디어는 2024년 말부터 여러 AI 회사들이 실험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5년 1월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이 방법으로 만든 AI를 공개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는 이 두 단계 모두에서 성능을 크게 높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다. 한편 엔비디아는 AI PC 시장 성장과 함께 차세대 RTX 50 시리즈 출시로 장기적인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 성장도 기여했다. 엔비디아의 DRIVE 플랫폼이 현대차, 토요타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의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에 채택되면서 빠른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공급망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생산이 제한됐다. 특히 게임용 GPU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게임 GPU 공급 부족 문제는 엔비디아의 생산 우선순위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엔비디아는 높은 수익성을 가진 데이터 센터용 AI 칩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이는 게임용 GPU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또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TSMC의 생산에 차질이 생겨 엔비디아의 전반적인 칩 공급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430억달러(약 57조400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AI 시장 확장이 지속되면서 데이터 센터 부문 성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변동성과 AI 반도체 시장 내 경쟁 심화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가속기 시장의 70~95%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AMD와 인텔이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으며, AMD는 2024년 데이터 센터 GPU 매출이 2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스타트업들이 AI 추론 시장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는 종합적인 AI 생태계와 CUDA와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있지만, 기술 발달에 따라 경쟁 구도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I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매번 재확인하고 있다"며 “ 데이터 센터와 AI 컴퓨팅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AI PC, 자율주행, 산업용 AI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신현준 “이제 아이들과 편한게 탈 차가 좋다”…혼다 뉴 오딧세이 출시

혼다코리아가 패밀리 미니밴 '2025년형 뉴 오딧세이'를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미국에서 검증된 스터디셀러를 통해 국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혼다코리아는 2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2025년형 뉴 오딧세이'를 공식 출시를 발표하며 미디어 행사를 진행했다. 오딧세이는 '가족을 위한 편안한, 안전한, 즐거운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기반으로 1994년 첫 출시 이후 북미 시장에서 약 300만대 가까이 판매된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지난 1월에는 미국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선정 '2025 최고의 고객가치상' 미니밴 부분에서 5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공간 활용성, 강력한 주행성능, 이동의 즐거움을 실현하는 각종 편의사양을 통해 오딧세이만의 차별화된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연식변경을 통해 마치 SUV를 떠올리게 하는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전면부는 신규 디자인의 범퍼와 그릴 및 블랙 그릴 바를 적용했다. 후면부에는 각진 라인이 강조된 리어 범퍼와 블랙 그릴 바, 스모키 톤의 테일 램프, 수직 리플렉터 등을 배치했다. 또 새로운 디자인의 19인치 알로이 휠을 장착, 웅장한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대비되는 날렵함을 연출했다. 실내는 새로운 브라운-블랙 투 톤 컬러의 천공 가죽 시트로 세련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또 리클라이닝, 전후좌우 이동, 탈착과 폴딩이 가능한 2열 매직 슬라이드 시트를 통해 승차 인원 및 이용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배치가 가능하다. 2열 상단에 위치한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RES)도 회사측이 강조하는 요소다. 크기를 12.8인치로 키웠고, 풀 HD급 고해상도를 지원한다. BYOD(Bring Your Own Device)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과 헤드셋 등 외부 기기와 연결성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TV처럼 다양한 OTT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2~3열 탑승객의 상태를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캐빈 와치와 1열 승객의 목소리를 2, 3열의 스피커 및 헤드폰으로 들려주는 캐빈 토크기능은 차내에서도 탑승객 간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다. 동력계는 3.5L 직분사 i-VTEC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속 주행, 완만한 가속 등 큰 출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3기통을 휴지시키는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 등 효율을 높이는 기술들도 탑재했다. 편의·안전기능으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 커넥티드 서비스 혼다 커넥트 등이 탑재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혼다 엠버서더인 배우 신현준이 등장해 차량의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신현준은 “결혼 전에는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차를 좋아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까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혼다에는 운전자가 2열 아이들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케빈 토크 시스템이 있는데 아이들과 오랫동안 대화할 수 있어서 좋고, 그 외에도 너무 좋은 기능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는 “오딧세이는 편안하고 안전하고 즐거운 공간을 제공하는 인생의 동반자로,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다가오는 봄, 오딧세이와 함께 가족과 잊지 못할 추억의 순간을 만들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조현준 회장, 효성중공업 직접 챙긴다…내달 주총서 사내이사 선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효성중공업 사내이사를 맡는다. 효성중공업은 다음달 20일 서울 마포구 효성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26일 공시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안건으로 포함됐다. 이사회는 “조 회장은 ㈜효성 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효성그룹 회장으로서 선제적 투자와 그룹 신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해 글로벌 비즈니스 성장과 책임 경영 강화에 기여해왔다"며 사내이사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소통'의 경영철학으로 사내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목표 달성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도록 해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요코타 타케시 사내이사, 최윤수 사외이사도 선임안이 상정됐다. 최윤수 사외이사는 감사위원으로도 선임될 계획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대명소노그룹, 티웨이항공 경영권 확보…티웨이홀딩스 지분 46.26% 인수

호텔·리조트 기업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최대 주주인 티웨이홀딩스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이로써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확보해 항공업에 본격 진출한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 계열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은 ㈜예림당과 나춘호 예림당 회장, 나성훈 예림당 부회장, 황정현 티웨이홀딩스 대표가 보유한 티웨이홀딩스 주식 5234만주(지분율 46.26%)를 25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날 소노인터내셔널은 계약금 250억원을 지급했으며, 다음달 31일 잔금을 지급하고 주식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티웨이홀딩스는 티웨이항공의 지분 28.02%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경영권 완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은 소노인터내셔널(16.77%)과 대명소노시즌(10%)을 통해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거래로 54.79%를 확보하게 됐다. 이날 대명소노그룹은 △항공 안전 및 정비 역량 강화와 전문인력 확대 △수익성 증대 △레저·항공 산업 간 시너지 등 티웨이항공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대명소노그룹은 '항공 안전'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 국제 안전 기준에 맞는 엄격한 운항 절차와 규정 준수, 항공기 정비 및 점검 시스템 등 안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티웨이항공이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까지 보유한 만큼 조종사와 승무원, 정비인력 등의 역량과 고객 서비스 등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은 “항공산업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하는 산업군으로,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항공사로 거듭날 것을 약속 드린다"며 “안정적인 경영과 고객, 임직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명소노그룹은 앞으로 티웨이항공의 사명을 변경해 'SONO'(소노)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39조원 시장 잡아라”…삼성·LG ‘프리미엄 빌트인’ 정조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26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2023년 179억달러(약 26조원)에 이르던 전 세계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장은 오는 2032년 274억달러(약 39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빌트인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집 안에 붙박이로 설치하는 형태를 뜻한다. 최근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을 선택할 때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조화로움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특히, 주방 인테리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고급 트렌드인 '키친테리어'가 주목받으며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고급 트렌드 특성상 대부분의 제품이 고가인 만큼, 소득 수준이 높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좁은 집안 구조로 인해 빌트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전체 가전 시장에서 빌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미국에서는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진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뉴욕무역관은 “미국인들은 주로 개인주택에 거주하며, 기능과 심미성 모두 높은 수준의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빌트인은 주방 설계 단계부터 가전의 위치와 디자인을 고려해 통일된 마감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향후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가전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럽과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해당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두 회사는 지난해 밀라노 주방 가전 전시회를 통해 유럽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장에 진출했으며, 현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5'에 나란히 참가해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럭셔리 브랜드인 '데이코'와 'SKS'를 내세워 고급화를 지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마케팅 포인트 역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데이코 프리미엄 빌트인 라인업 중 하나인 냉장·냉동고의 내부 전면을 최고급 메탈 소재로 감싸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데이코의 30형 '인덕션 프로레인지' 상단 쿡탑은 고급스러운 무광 디자인에 긁힘 걱정 없는 안티 스크래치 글라스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SKS의 '히든 인덕션'을 “단순한 제품을 넘어 주방 공간 내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위한 가전 솔루션"으로 제시하며,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맞춤형 주방 가전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만,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장 내 경쟁자가 많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이 해당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쉬, 지멘스, 밀레, 미국에서는 서브제로 앤 울프 등과의 경쟁이 예고된다. 이들 업체들도 현지 소비자들의 디자인 선호에 맞춘 고급화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단순히 고급스러움과 디자인만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차별화된 기능을 내세워야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럭셔리 가전을 지향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만, 이는 이미 경쟁사들도 추구하는 바"라며 “국내 업체들이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제품 내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하거나 연결성을 높이는 등 차별화된 기능을 추가해야 해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中 초대형 TV 존재감↑… 삼성·LG ‘최종 방어선’은 AI·OLED

저가·물량공세를 퍼붓던 중국 TV 업체들이 초대형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삼성·LG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 제품을 빠르게 따라오면서 점유율이 4년만에 3배 이상 뛰었다. 우리 기업들은 프리미엄 시장을 '최종 방어선'으로 삼고 대응책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가전업체 TCL과 하이센스의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지난해 각각 15%, 14.6%로 집계됐다. 2020년만 해도 5.1%, 4.2%에 불과했지만 4년만에 3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1위 삼성전자(28.7%) 및 2위 LG전자(15.1%)와 격차도 크게 줄었다. 전체 TV 시장 구도를 보면 중국 업체들의 초대형 분야 약진이 특히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매출 점유율 28.3%를 차지해 왕좌를 지켰다. LG전자가 16.1%로 뒤를 이었다. TCL과 하이센스가 세력을 키워가고 있긴 하지만 점유율은 각각 12.4%, 10.5% 수준이다. 중국 업체들의 주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TCL·하이센스 초대형 TV 가격은 성능이 비슷한 삼성·LG전자 상품의 절반 가량에 책정돼 있다. 이들은 쿠팡 등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확용해 한국 내 영업활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소형·저가 제품 분야에서는 중국 TV가 이미 전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TV 시장 규모를 출하량 기준으로 분석하면 TCL·하이센스·샤오미가 31.3%로 삼성·LG전자(28.4%)를 앞질렀다. 2020년에는 중국이 24.4%, 한국이 33.4%였다. 중국산 '물량 공세'에 한국 제품이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시장을 사수하며 차별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옴디아 자료를 보면 지난해 2500달러(약 358만원) 이상 고가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매출 기준 점유율이 49.6%에 달했다. LG전자는 30.2%를 차지했다. TCL과 하이센스의 성적은 각각 1.6%, 0.9%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무대에서도 삼성은 '비전 AI'를 공개하며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다. 비전 AI는 기존 TV 역할을 확대해 사용자의 니즈와 취향, 의도를 미리 파악해 스스로 스마트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구독 서비스 '삼성 아트 스토어' 저변도 늘린다. 기존에는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 고객에게만 제공하던 혜택을 올해는 네오(Neo) QLED 모델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고도화 카드를 꺼냈다. LG 올레드 TV의 작년 출하량은 약 318만대로 전세계 시장 점유율 52.4%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최대 4K·144Hz 영상을 지연 없이 전송하는 차별화된 무선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알고리즘과 유기 화합물 적층 구조를 바꾼 새로운 밝기 향상 기술 등도 신제품에 녹여 넣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중국 제품 기술력이 한국산을 따라오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판매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김포-오사카·나고야’ 뚫은 日 피치항공…국내 LCC는 입맛만 다신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오랜 기간 넘보던 김포-오사카·나고야 노선을 일본 피치항공이 선점했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운수권은 정부 규제와 인천공항 허브 정책 등으로 인해 확보가 어려운 만큼 국내 항공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일본공수(ANA)의 저비용 항공 자회사 피치항공은 오는 4월 10일 서울(김포)-오사카(간사이)·서울(김포)-나고야(주부) 노선에 동시 신규 취항한다. 당분간 매일 1회 왕복 운항하고, 8월 26일부터는 오후와 저녁 시간대 2회로 증편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게 피치항공 측 설명이다. 항공권 가격은 편도 1좌석당 총액 기준 오사카 노선 8만800원, 나고야 노선은 8만5800원부터 시작하고 발권 수수료·공항 시설 이용료 등이 포함돼있다. 인천국제공항까지 가지 않고도 서울 시내에서 탑승이 가능해 접근성이 비교적 좋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도심에서 인천공항까지 운행하는 공항 버스나 인천국제공항철도의 운임이 비교적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과 교통비 모두 아낄 수 있다는 이점도 존재한다. 기존 김포-오사카 노선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만 다니고 있었고, 김포-나고야 노선은 한국·일본 그 어느 항공사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던 자산이었다. 국제 여객 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항공사는 국내 10개, 일본 9개다. 그럼에도 이처럼 소수의 항공사들만 김포-일본 노선을 다닐 수 있는 것은 국토교통부 훈령 제1346호 '김포공항의 국제선 전세편 운영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규정 제8조 1항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허브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포공항의 국제선은 기업 활동 지원 등 상용 직항 노선을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2항에는 '국토부 장관은 인천공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포공항의 국제선 운항 횟수를 설정·운영할 수 있다'고 돼있다. 아울러 제5조는 국제선 정기성 전세편을 운항할 수 있는 상대국 대상 공항이 김포공항으로부터 반경 2000km 이내에 위치해있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 외에도 항공 협정 등을 통해 김포공항과 국제선 노선 개설이 합의된 외국 공항이어야 하고, 우리나라와 사증(비자) 면제 협정이나 자유 무역 협정(FTA), 또는 사전 입국 심사 제도를 체결했거나 이를 협의 중인 국가에 위치한 공항에 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김포-도쿄(하네다) 운수권과 슬롯은 대한항공-일본항공, 아시아나항공-전일본공수 등 공동 운항(코드 셰어) 협정을 체결한 대형 항공사들의 기득권이 인정되며, 국내 LCC들에겐 사실상 김포 착발 노선 배분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강력한 규제에 묶인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은 공통적으로 일본 LCC 피치항공이 김포-오사카와 김포-나고야 취항에 성공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LCC A사 관계자는 “김포발 일본행 노선 하나만이라도 따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LCC B사 관계자는 “항공사는 김포공항 착발 노선 하나만 있어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업계의 열망이 크다"며 “항공 산업 진흥과 규제 권한을 모두 가진 국토부가 운수권 통제를 풀고 국내 LCC들을 위한 제반 장려 정책을 적극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피치항공이 김포공항에 취항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 정부와의 항공 외교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항공정책실이 펴낸 '항공정책론'에 따르면 항공 협정 체결 시 각국은 '양자 간 공정하고 균등한 기회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운항 항공사 수와 노선, 운항 횟수 등 운송 권리를 합의하게 된다고 돼있다. 국토부 국제항공과 관계자는 “가령 국적사들이 일본 특정 지역에 주당 10회 다닌다면 일본 항공사들도 동일 수준으로 한국향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피치항공은 김포공항에 취항했는데 국내 항공사들은 왜 안 되느냐'는 것은 접근 방향이 다르다"고 답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커머스에 AI로 초개인화 입힌다…네이버, 쿠팡과 정면승부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추천 기술을 도입해 쇼핑 경험을 검색형에서 탐색형으로 확장한다. 장기간 축적해 온 데이터 자원을 활용해 커머스 사업을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올해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성장률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이끄는 게 목표다. 네이버는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기자 스터디에서 커머스 사업 전략과 기술 방향성을 공유했다. 올 상반기 중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고, 자체 멀티모달 AI 기술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쇼핑 과정에서 AI가 필요한 순간 사이사이 도움을 제공하는 예측적 설계를 구축, 초개인화 기능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커머스를 미래먹거리로 낙점하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수연 대표는 지난 7일 “올해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목표는 시장성장률을 상회하는 두 자릿수 성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색 패턴 기반 맞춤형 질문 추천 △상품 리뷰 및 구매 선호도 요약 제공 △개인 맞춤형 쇼핑 추천 가이드 도입 △사용자 할인·혜택 추천 최적화 △실시간 고객 문의 응대 △구매 이력을 반영한 상품 추천 등 기능을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먼저 AI가 쇼핑 유형·상황별 특징을 정리해주는 'AI 구매가이드' 베타 버전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 탑재한다. 이용자가 구입코자 하는 제품을 검색했을 때 그에 맞는 정보성 콘텐츠를 요약하고, 상황에 맞는 테마들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검색 및 블로그·카페 게시물 등을 통해 축적해온 데이터와 3000개 브랜드 입점 풀을 활용할 방침이다. 정경화 네이버플러스스토어 프로덕트 리더는 “기존의 쇼핑 경험이 검색을 통한 목적형 구매였다면, 향후 AI를 결합해 발견·탐색 기반 비목적형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제품이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에 대한 맥락을 파악해 정보성으로 제공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류 배송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한다. 도착보장 서비스를 '네이버 배송'으로 리브랜딩하고 오늘배송·새벽배송·내일배송 등으로 선택지를 넓힐 예정이다. 주문 후 1시간 이내 상품을 배송하는 지금배송 서비스 및 주 7일 배송 시스템 도입도 고려 중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국내 이(e)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체제가 더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2년 기준 쿠팡과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4.5%, 23.3% 가량으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2901억원으로 전년(31조8298억원) 대비 29% 늘었다. 연간 실적을 처음 공개한 2013년(4778억원)과 비교했을 땐 무려 86배 급증한 수치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 연간매출은 1조8011억원에서 2조9230억원으로 62.29% 늘었다. 같은 기간 연간거래액은 2022년 4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50조3000억원으로 20.62% 증가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출시 이후 이용자수 측면에서 네이버가 쿠팡과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지가 관건이다. 양사의 유료 멤버십 이용자는 △쿠팡 '로켓와우' 1400만명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1000만명으로 추정된다. AI 추천 및 물류 서비스 고도화 시 충성고객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태 네이버 쇼핑서치 앤 디스커버리 리더는 “AI 추천을 도입한 후 상품 클릭 수와 거래액 비중은 최근 4년 내에 3~4배 증가했다"며 “사용자 실시간 이력 호출 수도 최근 1년 사이 2.6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금호석유화학 ‘주주환원율 40% 매직’… ‘조카의 난’ 올해도 이상無

올해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4년간 어려운 환경에서도 주주환원 약속을 유지한 결과 박철완 전 상무가 일으킨 경영권 분쟁이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3월 정기 주총에 상정할 안건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이사회가 정한 안건만 정기 주총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까지 박 전 상무와 그의 우군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움직임을 기다렸으나 이들이 주주제안 가능 시일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부터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의 10~15%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소각에 나선다. 배당성향도 기존의 20~25%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3년 동안 자기주식 매입·소각과 배당을 통해 당기순이익의 최대 4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3년 동안 40% 이상의 주주환원율을 유지해오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목표치는 아니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 43.7%, 2022년 42.5%, 2023년 41.7%로 주주환원율 40% 이상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국내 화학 산업이 불황에 접어들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주주환원 정책만큼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금호석유화학의 이 같은 정책에 박 전 상무 측이 주주 제안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어야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회사 측의 주주환원 정책 유지 결정으로 표심 공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는 지난 4년간 정기 주총마다 금호석유화학에 사내이사·사외이사 추천, 배당정책 확대, 자기주식 소각 등을 제안해왔다. 표면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승계 절차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다. 그는 2021년 1월 박찬구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소해 경영권 분쟁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후 주주제안을 통해 이후 본인을 사내이사로 추천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박찬구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툰 '형제의 난'이 벌어진 지 약 10년 만에 조카의 난이 벌어진 셈이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발단을 2020년 5월 정기인사로 꼽고 있다. 당시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지만 박 전 상무는 승진에서 제외됐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 입장으로서는 불편한 결과로 분석된다. 박 전 상무는 2002년 박정구 회장의 별세로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후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오너일가 중 지분(9.51%)이 가장 많다.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된 이후 2021년 정기주총은 박찬구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박찬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용퇴하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성향 확대 등을 약속한 결과다. 이후 박 전 상무는 2022년 주총에서도 주주 제안을 통해 다시 표 대결을 진행했으나 역시 패배했다. 지난해에는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와 손잡고 자기주식 전량 소각과 사외이사 추천 등의 주주제안에 나섰다. 정부가 상장사의 '밸류업'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해당 안건들이 소액주주들로부터 큰 찬성을 얻지 못해 역시 표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이후 어려운 환경에서도 주주환원에 신경을 써온 점을 주주들이 이해해주시는 것 같다"며 “올해 주총에서는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롯데그룹, ATM도 매각…선택과 집중으로 유동성 확보 가속화

롯데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롯데렌탈,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 매각이 잇따랐고, 이번에는 ATM 사업도 매각했다. 최근 3개월 새 사업구조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26일 금융자동화기기 전문업체 한국전자금융과 ATM 사업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600억원 이상의 현금은 재무구조개선과 본업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으로 코리아세븐은 6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편의점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매각 후에도 한국전자금융과의 중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기존 매장 내 ATM·CD기 유지보수와 신규 설치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 매각은 최근 롯데그룹이 전반적으로 진행 중인 비핵심 사업 정리 및 자산 매각의 일환이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확보 전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계열사는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15년 만에 보유 토지 자산을 재평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평가 결과, 토지 장부가는 기존 8조2000억원에서 17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190.4%에서 128.6%로 대폭 감소했다. 자산 재평가를 통해 롯데쇼핑은 재무구조개선, 투자자 신뢰 회복, 자금 조달 조건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리테일 테크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쇼핑은 비효율 자산 매각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롯데마트 수원영통점과 롯데슈퍼 여의점을 매각했고, 현재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검토 중이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2000억~3000억원의 추가 현금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실적 부진과 부채 부담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 축소 및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투자 규모를 1조3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2조5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며, 2026년에는 5000억원 이하로 더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추가로 1조3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국내 4대 은행과 2조5000억원 규모의 신용보강 계약을 체결했다. 이 조치를 통해 기존 회사채의 신용도를 높이고, 만기 연장을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신용도가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전략은 강력한 유동성 방어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텔롯데 역시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적자 운영 중인 해외 면세점 철수를 결정했다. 현재 일본, 베트남, 호주 등지에서 운영 중인 8개 공항 면세점과 4개 시내 면세점 중 일부를 정리할 계획이다. 또한, 호텔 부문 운영 효율화도 진행 중이다. 서울·부산·제주 등 일부 특급 호텔에서 운영 방식 조정과 인력 감축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롯데 측은 “현재 면세점 사업의 실적이 불안정한 만큼, 수익성이 낮은 해외 점포를 정리하고 핵심 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투자 축소는 미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케미칼 산업은 장기적인 투자와 R&D가 중요한데, 현재와 같은 대규모 투자 축소는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유통 부문의 자산 매각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될 경우, 핵심 사업 역량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쇼핑의 백화점·마트 매각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빠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