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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로 고가주택 겨냥했지만…“버티기·덜 똘똘한 한 채” 우려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고 시중 유동성 흡수를 위해 부동산 세제 개편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매물 잠김과 가격대별 풍선효과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자산층은 세금을 감수하며 보유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반면, 그 외 계층은 과세 기준 바로 아래의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흡수를 위한 대출 규제 역시 무주택 실수요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고가주택 보유세를 높이고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3일 발표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현행 보유 공제에서 거주 공제로 전환하고 공제 한도를 신설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거주용 1주택에 대한 기본 공제금액을 상향하는 등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이 고가주택을 겨냥해 고강도로 진행됨에 따라 서울 강남3구 뿐만 아니라 성동구 등 비강남권 한강벨트의 세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세 부담이 확대된다고 해서 곧바로 매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적하는 투기 수요라면 적절한 매도로 시세차익을 노리더라도, 본래 그런 주택에 살아온 실거주자들은 당장 팔아야 할 유인이 적다"며 “오래 거주하던 지역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동네 또는 하급지로 가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거래위축과 매물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도 “고가주택을 겨냥한 세 부담을 증가시키면 조세를 회피하려는 편법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면서 “고자산 계층은 세금을 내면서 버티려 할 것이기 때문에 매물 잠김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가 주택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고자산층이 아닌 계층에서 '덜 똘똘한 한 채'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남 3구 일부와 한강벨트,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의 과세표준 6억원(시가 약 31억원) 이하 아파트는 기존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아 절세가 가능한 똘똘한 한 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고자산 계층은 지금 현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계층은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내에서 바뀐 세제에 맞춰 똘똘한 한 채 구간에 몰릴 것"으로 봤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 규제 국면에서도 반복됐다.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이 설정됐을 당시에도 규제선 바로 아래 가격대의 주택으로 수요가 몰렸다. 당시 해당 구간의 가격이 먼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 만큼, 이번에도 지역이 아닌 가격대별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편이 집값 안정뿐 아니라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이재명 정부 이후에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 물가가 오르고, 집값도 함께 올랐다"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와 세금을 올리는 방안과 더불어 대출을 조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층은 대출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도 강화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자금대출 평균금리도 5월 대비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만으로 집값이 안정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이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은 수요뿐 아니라 공급과 금리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만큼, 세제 개편만으로 시장 방향이 결정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공급은 더 빨리, 투기는 더 무겁게”…李, 세제 손질 이어 공급대책 재점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남미 순방을 마치자마자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공급 확대를 위한 기존 대책을 전면 재점검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하루 만에는 근로소득과 부동산 양도소득 간 세 부담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부동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했다. 공급 확대와 세제 강화라는 '투트랙' 정책 기조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미국·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청와대에서 약 7시간 30분 동안 '부동산 및 주식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오후 3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이어진 회의에는 한성숙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관, 실·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22년부터 지속된 주택 공급 부진이 공급 절벽 상황을 초래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공급과 그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행정조치와 금융, 재정, 규제 완화 등 신속한 공급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또 한 총리와 관계부처에는 기존 공급대책을 전면 재점검하고 현실적인 국민 요구를 반영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과 주택 공급 대책을 다시 점검하기 위한 후속 회의를 2~3일 안에 개최할 것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취지를 직접 설명하며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근로소득세는 여러 가지를 가산하면 최고 49.5%까지 되는데 부동산은 양도소득이 100억원대가 돼도 세금은 몇억원밖에 안 된다"며 “노동자의 근로소득과 비교하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연히 집값이 올라 이익을 얻은 경우라면 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맞지만 투자 목적으로 수십억원을 벌고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것은 주거 보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보호하는 구조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세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조세 제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뒷받침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강화하는 대신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는 상대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손질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를 둘러싼 '정책 후퇴' 지적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다주택자에게 중과 유예를 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중과세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낮춘 뒤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일 뿐 정책 기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는 “정책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생긴 것 아니냐"며 정책 설명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결정은 신중하게 하되 결정하면 단호하게 추진해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정책 방향은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공급대책을 재정비하고 인허가와 금융 지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한편, 고가 주택과 비거주 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과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세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40년 만에 다시 뜯는 서울 도심…서울역까지 확장되는 CBD

4일 오후 서울역 15번 출구를 나서자 공사장 가림막 너머로 대형 타워크레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철길 너머 공사장에서는 굴착기가 쉼 없이 움직였고 대형 공사 차량이 분주하게 현장을 오갔다. 서울역 북측에서 순화동과 서소문동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자 노후 업무시설을 허물거나 초대형 오피스를 짓는 공사장이 잇따라 나타났다. 과거 서울역은 기차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광화문과 시청, 을지로에 집중됐던 서울 중심업무지구(CBD)의 개발축이 서울역과 남산 방향으로 확장되는 거대한 공사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이 있다. 서울역 북측 봉래동2가 유휴 철도부지 약 2만9000㎡에는 지하 6층~지상 최고 39층, 연면적 약 33만7000㎡ 규모의 복합단지 5개 동이 들어선다. 업무와 판매, 숙박, 오피스텔, 컨벤션 기능을 갖춘 시설로 조성되며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역에서 순화동으로 걸음을 옮기면 변화는 더욱 선명해진다. 옛 삼성생명 서소문빌딩과 호암아트홀이 있던 순화동 7번지에서는 '서울역·서대문1·2구역 제1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하 8층~지상 38층, 연면적 약 24만9000㎡ 규모의 업무·문화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저층부에는 1100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도 조성된다. 준공 목표는 2030년 6월이다. 인근 서소문구역 제11·12지구에서는 지하 8층~지상 36층, 연면적 약 13만8000㎡ 규모의 업무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바로 옆 제10지구에서도 최고 19층, 연면적 약 4만㎡ 규모의 오피스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인접 사업지에는 개방형 녹지와 보행로를 연결하는 계획도 반영돼 있다. 서울역 북측 봉래동에서 순화동·서소문동으로 이어지는 1㎞ 남짓한 구간에 초대형 오피스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봉래동 일대에서도 기업 업무시설과 신사옥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순화동 KG타워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도심 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재재개발'이다. 서울 도심의 상당수 업무빌딩은 1970~1980년대 도시재개발사업을 통해 지어졌다. 당시 최첨단 건물이었던 오피스들이 준공된 지 40여 년이 지나면서 다시 철거되고 더 높고 큰 업무시설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순화동 옛 중앙일보 사옥이다. 해당 건물은 1985년 서울역·서대문 제1구역 재개발사업을 통해 지상 22층 규모로 건립됐다. 언론사 사옥과 호암아트홀 등 문화시설로 활용됐지만 현재는 철거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지상 38층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와 클래식 공연장이 다시 들어선다. 1980년대 서울 도심 재개발의 결과물이 약 40년 만에 새로운 재개발 대상이 된 것이다. 서울 도심이 '재개발의 재개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역 일대는 광화문·시청과 함께 전통적인 CBD를 구성하는 핵심 축이다. 강남 테헤란로가 대규모 업무지구로 성장하기 전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오피스 권역이었고 지금도 서울스퀘어와 LG서울역빌딩을 비롯한 대형 업무시설이 밀집해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은 건물 한 곳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라 교통과 상권, 주거환경까지 함께 바꾸는 도시 재편 사업"이라며 “서울역 주변에서 여러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장기적인 지역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부역세권 개발의 영향은 철도 유휴부지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청파동과 후암동 등 주변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까지 맞물리면 서울역 일대의 도시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 재개발은 오랫동안 역사 경관 보존과 사업성 확보 사이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서울시는 2015년 역사도심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사대문 안 도심의 기준 높이를 90m 수준으로 관리했다. 한양도성과 내사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높이와 용적률 제약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일부 재개발사업이 장기간 정체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환점은 2023년이었다. 서울시는 서울도심 기본계획과 녹지생태도심 전략을 통해 도심 정비사업의 높이 기준을 완화하고 개방형 녹지와 공공기여 수준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기준 높이를 110m 수준으로 높이고 사업 유형과 공공기여에 따라 추가 높이를 허용하는 구조다. 사업지에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녹지를 확보하거나 도심 주거와 문화시설 등 필요한 기능을 도입할 경우 용적률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일부 사업지는 각종 인센티브와 정비계획 심의를 거쳐 용적률이 150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앞으로 서울 도심에 들어설 오피스는 기존 건물보다 규모가 훨씬 커질 전망이다. 이지스자산운용 분석에 따르면 향후 CBD에서 공급될 신규 업무시설 가운데 연면적 2만~5만평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와 5만평을 넘는 트로피 자산이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개별 필지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진 강남 업무권역보다 대규모 사업 비중이 높다는 분석이다. 세빌스코리아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CBD에 프라임급 오피스 26건, 연면적 약 256만㎡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부 권역별로는 세운·을지로·시청 권역이 약 53%로 가장 많고, 서울역·남대문 권역이 약 29%, 종로·광화문 권역이 약 18%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공급 시기는 고르게 분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26~2028년에는 전체 예정 물량의 일부만 공급되는 반면 상당수 사업의 준공 목표가 2029년 전후에 몰려 있다.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사업 일정이 늦어진 영향이다. 서울역 일대의 변화는 업무시설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울역 서측 용산구 서계동 33번지 일대에서는 약 2700가구 규모의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사업이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 단계로 이동할 전망이다. 총사업비는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입지와 사업 규모를 고려해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실제 입찰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건설사들이 공사비와 수익성을 면밀히 따진 뒤 정비사업 입찰에 나서고 있어 시공사 선정 전까지 물밑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역 서쪽 청파동에서도 다수의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남동쪽 남산 자락에서는 옛 밀레니엄힐튼서울 부지를 업무·숙박·판매시설과 개방형 녹지가 결합된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역 북부역세권과 서소문·순화동 오피스 개발, 서계동 재개발이 맞물리면서 서울역 일대 전체가 하나의 대규모 개발축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역 일대는 북부역세권과 서소문·순화동 개발을 계기로 투자자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다"며 “동자동과 후암동은 대기업 업무시설의 배후 상권이라는 점에서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문의도 꾸준하다"고 전했다. 서울역에서 봉래동과 순화동, 서소문동까지 직접 걸으며 확인한 변화는 단순히 높은 건물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았다. 40년 전 지어진 도심의 건축물이 다시 허물어지고 업무와 문화, 숙박, 상업 기능을 갖춘 새로운 시설로 세대교체를 시작하고 있었다. 다만 서울역이 새로운 도심축으로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서울역 일대는 KTX와 GTX-A, 공항철도, 지하철 1·4호선, 경의중앙선 등이 모인 광역교통의 중심이지만 철도 선로와 넓은 도로가 보행권을 단절하고 있다. 하루 수십만명이 오가지만 역을 빠져나온 방문객이 주변 거리에 머물거나 소비할 만한 공간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역 북부역세권과 서소문, 순화동, 봉래동 개발은 각각 떨어진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축을 완성하는 퍼즐"이라며 “광화문과 시청 중심이던 CBD의 업무·개발축이 서울역 방향으로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서리풀1지구 주민들, 11일 국토부 앞 집회…“공공임대 80% 재검토해야”

서울 서초구 서리풀1지구 토지주와 원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 비율 재검토와 재정착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연다. 서리풀1지구 총주민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 오전 11시 세종특별자치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공임대주택 비율 조정과 일반분양 확대, 토지주·원주민 재정착 방안 마련, 정당한 토지 보상 등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라고 3일 에너지경제신문에 밝혔다. 대책위는 서리풀1지구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민들이 약 55년간 재산권 제약을 감내해 왔지만, 공공개발이 본격화되면 정작 기존 토지주와 원주민이 지역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길 건너 강남과 양재가 개발되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주택이나 농막 설치조차 제한받으며 국가 정책에 협조해 왔다"며 “토지 보상금에서 양도소득세까지 부담할 경우 기존 주민들이 개발 이후 이 지역에 다시 정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논의되는 공급계획에서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80%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대책위는 “공공주택 공급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1700여명의 토지주와 원주민의 희생을 전제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일반분양 확대와 실질적인 재정착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장기적으로 지역 내 인구구조와 도시 활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대책위는 서울 강서구 가양지구를 사례로 들며 “영구임대와 공공임대 중심으로 조성된 이후 장기간 주택 손바뀜이 제한되면서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 학교 통폐합, 지역 활력 저하 등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서울 송파구 일부 장기전세주택에서 거주기간 만료를 앞두고 분양전환과 거주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점도 언급했다. 특정 주택 유형에 편중된 공급정책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대책위의 입장이다. 대책위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은 필요하지만 일반분양과 토지주·원주민 재정착이 함께 이뤄져야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경부고속도로 처리 방식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했다. 대책위는 경부고속도로가 현행 계획대로 지상으로 통과할 경우 지구가 동·서로 단절되고 소음 문제로 주거환경과 개발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지하화 또는 이에 준하는 대책을 요구했다. 앞서 대책위는 국토부와의 면담에서 공공임대주택 비율 재검토와 일반분양 확대를 비롯해 생활대책 및 협의양도인주택 제도 개선,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을 공식 건의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국가 정책을 믿고 장기간 희생해 온 주민들이 개발 이후에도 기존 생활권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는 오는 11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그린벨트 풀어서라도 집 짓겠다”…서울 입주절벽에 공급 총력전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이 1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입주 물량은 절반 이하로 줄면서 주택 공급에 다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과거 착공 부진이 현재 준공 감소로 이어졌으며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정부는 도심 공급과 비아파트 공급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3일 한국부동산원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5.07%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08년 8.99%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집값 상승 배경에는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시장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1만225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4% 감소했다. 6월 한 달 기준으로는 1561가구에 그쳐 전년 동월보다 82.1% 줄었다. 국토부는 현재의 준공 감소가 과거 착공 부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착공에서 준공까지 소요되는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과거 착공 부진이 최근 서울 준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서울 전체 주택 착공이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만큼 그 영향이 당분간 준공 부족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준공은 공사를 마쳐 실제 입주가 가능한 주택을 뜻한다.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가 줄면 기존 세입자의 이동과 전세 매물 순환도 약해질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서울 준공 물량 감소는 매매시장보다 전세시장에 먼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신규 입주 아파트가 줄면 새 아파트 입주를 위해 기존 주택을 처분하거나 전세로 내놓는 물량도 감소해 전셋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시장 불안이 올해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의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준공 감소에는 금리와 공사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함 랩장은 “2022년 금리 인상과 지방 미분양 적체, 원자재 가격 상승, 공사비 증액, PF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착공 물량 감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정책 발표와 실제 입주 사이의 시차가 꼽힌다. 함 랩장은 “정책 공급과 시장 공급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있다"며 “공급이 비탄력적인 데다 착공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려 현시점에서 공급 체감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지표를 기존 인허가에서 착공 중심으로 바꾸고 후속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준공 물량으로 이어지려면 우선 착공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9·7 대책을 통해 시장 체감도가 높은 착공을 공급 관리 목표로 설정했고, 1·19 방안 등 후속 조치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9·7 대책을 통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주택 수요 전망에 맞춘 공급 목표를 제시하고, 1·19 방안에서는 도심 내 우수 입지를 활용한 약 6만가구 공급 계획을 구체화했다. 지난 5월에는 매입임대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단기간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도 발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와 업계 간담회에서 제기된 건의 사항도 검토해 추가 공급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며 “공급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국토부 장관이 된 후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집을 짓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공급 가능한 택지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중장기 주택 공급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역대 정부도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활용해 왔다. 참여정부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하남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위례신도시를 조성했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강남·서초·강동과 수도권 일대 약 34㎢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윤석열 정부도 2024년 서울 서초구 일대 221만㎡를 해제해 2만가구 규모의 서리풀지구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는 단기 공급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토지 보상과 지구 지정,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 등을 거쳐야 해 실제 입주까지 통상 8~10년이 걸린다. 주민 반발과 행정소송, 지자체 협의도 변수다. 서리풀2지구는 주민과 종교단체가 공공주택지구 지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사업 일정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 시장은 공급 부족과 세제 개편, 금리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함 랩장은 “단기적으로는 서울 전세시장 불안과 선호 지역 매매가격의 방어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8월 세제 개편으로 주요 지역에서 매물이 나오고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 가격 상승세는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와 내년에는 공급 부족이 여전해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금리 인상 기조와 세제 강화를 감안하면 강남 등 초고가 주택은 일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세제 개편 이후 절세 매물이 단계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는 8월과 보유세 과세기준일 직전인 2027년 5월 말, 유예기간 종료를 앞둔 2027년 말에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초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 아파트 임대사업자의 절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매물 가뭄이 다소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매 매물이 늘더라도 전월세시장 불안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내 집에 들어가 살겠다'는 수요가 늘면서 강남 전셋값이 상승할 수 있고, 고액 전세 부담 탓에 월세 계약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그린벨트 해제는 중장기 공급 기반을 넓히는 수단인 반면 당장의 입주 절벽을 해소하려면 기존 정비사업과 공공택지의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 계획을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하반기 서울 주택시장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여의도 재건축 선발주자 대교아파트, 이주 준비 ‘예열 중’

“이사 가야죠. 주민들도 다 기다린 재건축인걸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이사를 준비 중이라는 주민 A씨는 위와 같이 말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올해 하반기 이주를 앞두고 있다. 영등포구청은 지난 5월 19일 대교아파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고시했다. 조합설립 2년 4개월 만이다. 이로써 서울시 최단기간 재건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 1호 사업장으로 지정돼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결과다. 이날 찾은 대교아파트 단지 내부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곳곳에는 대교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내건 “여의도 최초 관리처분인가를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과 함께,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6월 27일 진행한 '이주 및 사업추진 설명회'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삿짐을 싣기 위해 이중주차를 해둔 화물차 등 이사를 서두르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교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10월부터 이주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주민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라며 “관리처분인가 이후 전월세 매물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C씨는 “주민들이 분주하게 이주를 준비 중"이라며 “보통 인접한 근방으로 이동하기보다는 대방동, 신길, 공덕, 김포 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에 따라 대교아파트는 내년 착공을 목표로 올해 10월부터 이주와 철거 절차에 돌입한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49층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기존 576가구였던 단지 규모도 크게 확대된다. 총 912가구(임대주택 144가구 포함)로 조성되고,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213가구에 달해 향후 청약 시장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교아파트는 구글 베이뷰 캠퍼스, 일본 아자부다이 힐스 등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됐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담당한다. 일각에서는 대교아파트가 여의도 일대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재편하며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10월로 예정된 이주 일정을 현실적으로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민 D씨는 “아직 이주할 곳을 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단지 경비원 E씨 역시 “몇몇 사람들은 이사 가는 분위기지만, 인가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많이 빠져나가지는 않았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조합은 7월 20일 명도소송 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이주 단계를 최대한 지체 없이 처리하기 위해 명도소송 절차를 선제적으로 밟겠다는 의도다. 앞서 열린 설명회에서 법무법인 현의 오동준 변호사는 “과천 주공 8·9단지의 경우 이주에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명도소송은 소유자, 점유자, 임차인, 기타 권원자 모두가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변호사는 “이주 기간 내에 퇴거하면 문제가 없고, 착공 이후에는 물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빨리 이주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주민들이 원하던 재건축이라 최대한 빨리 이주하려 할거다"라며 “그러나 10월에 시작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한두 달 정도는 지연이 불가피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교아파트의 '초스피드' 재건축 사례는 인근 노후 단지들에도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한양, 삼부, 목화 등 15개 안팎의 노후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대교아파트를 신호탄으로 여의도 전역의 정비사업 시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임진영 기자 ijy@ekn.kr/정수빈 인턴기자 chloejung0318@gmail.com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임대사업자 절반이 고령층…전월세 불안, 뿌리는 ‘노후 대비 부족’

집값 상승과 함께 전월세 가격도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임차료 상승과 전월세난은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수요로 이어져 다시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불안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임대차 시장의 공급 구조를 지목한다. 개인들, 그중에서도 영세한 개인들이 전월세 공급의 주축이 되다 보니 개인의 자산 상황과 심리에 따라 시장이 크게 변동한다. 임대시장의 공급 주체가 중장년·고령층에 쏠려있는 것은 이들 상당수가 노후 소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임대소득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다. 그 대안으로 주택연금 같은 고령층 자산 유동화 활성화 방안이 고려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개인보다 기업형 임대차가 활성화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전국 임차가구는 2024년 기준 847만가구로 추산된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197만2000가구(23.2%)를 제외한 649만8000가구(76.8%)는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개인 공급자 상당수는 고령층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60대 이상 고령층 부동산임대업자는 123만7494명으로, 전 연령대 임대사업자(242만9333명)의 절반을 넘는다. 50대를 포함한 비중은 79%에 달해 사실상 임대시장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돼있다. 고령층 자영업자 중에서도 부동산임대업이 서비스업(48만7918명), 소매업(32만6379명), 운수·창고·통신업(29만7858명)을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60대 이상 자영업자 대출은 389조원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고령층 자영업자의 경우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38.1%로 다른 연령층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은행은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이 부동산업에 집중돼 부동산 경기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은퇴 이후 재취업 문이 좁다 보니 초기 투자비가 적고 진입장벽이 낮은 빌라·다세대 임대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전월세 시장의 공급 축이 '생계형 고령 임대인'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전월세 시장 공급이 생계형 고령 임대인에게 기대지 않으려면 고령층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 유동화 수단이 활성화 돼야 한다. 그러나 2025년 말 기준 주택연금 누적 가입 가구는 15만71가구이며 가입률은 약 2%에 불과하다. 주택연금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상속문화와 낮은 급여수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2022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해서'(54.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월지급금이 적어서'(47.2%)가 뒤를 이었다. 2020~2021년 주택 가격 급등기에는 기존 가입자들의 해지 후 매각 사례가 급증(46.3%)해 제도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에도 타격을 줬다. 가입률은 낮지만 수요 자체는 오히려 늘고 있다. 국가 주택연금의 가입 상한선은 공시가격 12억원이다.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수요를 흡수하려는 민간 상품이 지난해 5월 출시돼, 출시 1년 만에 가입금액 3300억원을 넘어섰다. 국토연구원은 '인구구조 전환에 따른 부동산시장 영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고령 가구의 자산 구조가 금융자산보다 주택자산 비중이 높은 특징이 있어, 그들이 보유한 주택자산을 활용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연구원은 주택연금제도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방안으로 4가지(주거이동 허용형 주택연금 제도 도입·주택연금 자녀승계형 제도 도입·취약 고령층 우대형 주택연금 지원 확대·저가주택 주택연금 가입비용 부담 완화)를 제안했다. 현재 주택연금 제도는 담보로 설정된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구조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층 생활 과정에서 자녀의 육아 지원을 위해 거주지를 옮긴다거나, 의료시설 접근성이 높은 곳으로 주거환경을 변경하는 수요가 있을 수 있다. 생활 여건 변화에 따라 주거 이동을 선택하더라도 주택연금 이용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택연금 자녀승계형 제도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자녀가 연금 계약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가입자가 사망하면 연금 계약이 종료되고 담보주택을 처분해 대출잔액을 정산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잔여가치가 있으면 상속인에게 반환되지만, 주택 자체를 유지하면서 연금 계약을 이어받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자녀가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도 수단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자녀승계형 제도가 가입시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저가주택을 보유한 취약 고령층의 노후소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취약 고령층 우대형 주택연금 지원 확대도 제안했다. 이들은 기초연금이나 공적 이전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을 고려하면 노후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저가주택은 일반형 주택연금에 가입해도 월 지급액 수준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기초연금 수급자 등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에는 더 높은 지급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저가주택 보유 고령층의 제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가입비용 부담 완화 방안도 제안됐다. 주택연금 가입 시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초기 보증료와 연보증료 등이 부과된다. 이는 제도 운영의 안정성을 위한 장치지만, 일부 고령가구에게는 부담으로 인식될 수 있어 이를 조정하거나 일부 경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장기적으로는 고령층의 자산 유동화를 활성화해 과도한 대출로 임대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고령층 비중을 줄이고, 대신 기업형 임대차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도 나온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당초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보다 길고 저렴하게 임대료를 유지한다는 좋은 취지로 등록 임대 사업자 제도가 도입됐고, 2017~2018년 양도소득세 감면 등 강한 혜택을 주며 활성화됐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한 영세 임대인들이 양도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로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이러한 무자본 갭투자 구조가 결국 전세사기의 기본 토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의 양도차익 추구 전략을 배제하고, 임대료 등 운용수익 위주로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개인이 담당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장기 임대차를 유도하는 기업형 임대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르포] 이젠 광명 아파트도 국평 ‘20억’ 시대

경기 광명시 철산동. 지하철 7호선 철산역 2번 출구를 나오자 역 주변으로 프랜차이즈 카페와 음식점, 병원, 학원가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직장인과 학생들이 뒤섞여 거리를 오갔고, 상가 곳곳에는 재건축을 마친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철산자이 더헤리티지는 광명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하는 단지다. 38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답게 단지 입구에는 입주민 차량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어린이 놀이터와 조경시설, 커뮤니티센터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후 주공아파트가 자리했던 곳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광명에서 가장 문의가 많은 단지가 철산자이 더헤리티지"라며 “전용 84㎡ 호가는 대부분 20억원 안팎이고 실제 거래는 19억원 초중반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철산자이 더헤리티지 전용 84㎡는 최근 19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공인중개사는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단순한 신축 프리미엄보다 입지와 생활 인프라를 꼽았다. 실제로 철산동은 광명에서도 생활 편의시설이 가장 잘 갖춰진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철산역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와 병원, 학원가, 음식점이 밀집해 있고 초·중·고교 역시 대부분 도보권에 위치해 있다. 근처 아파트인 브리에르 역시 신축 아파트지만 철산자이 더헤리티지는 단지 규모가 더 크고 철산역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커뮤니티 시설도 우수해 현재 광명 시세를 이끄는 '대장 아파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신고가 기록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광명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서울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는 실제로 문의는 꾸준하지만 계약은 예전보다 신중해졌다고 했다. 집주인들은 신고가 거래를 기준으로 20억원 안팎의 호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같은 가격이면 서울 외곽 신축 단지까지 함께 비교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광명은 현재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다. 철산주공 재건축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 이어 광명뉴타운은 2R·4R·5R·9R 등에서 입주와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하안주공 재건축까지 본격화되면서 도시 전체가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광명시 인구는 뉴타운 입주 효과로 2024년 5월 27만8000여명에서 올해 5월 30만3000여명으로 다시 30만명을 넘어섰다. 감소세를 이어가던 도시가 대규모 정비사업을 계기로 다시 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광명의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하안주공으로 향하고 있다. 하안주공 재건축은 12개 단지, 약 2만4000천 가구를 3만8000여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만 13조원에 달하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 가운데 하나다. 현재 사업 속도는 단지별로 엇갈린다. 3·4단지는 포스코이앤씨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반면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에 나섰던 5단지는 두 차례 연속 무응찰로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와 한화 건설부문이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사업성 확보가 가장 큰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6·7단지 역시 IPARK현대산업개발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대형 건설사 간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광명의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신축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전체 인구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학교 신설은 멈춰 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명2R구역에 추진 중인 광명1초등학교 학교복합시설이다. 당초 광명1초는 재개발과 함께 들어서는 '초품아' 학교로 기대를 모았다. 건물 하부에는 시립과학관, 상부에는 초등학교를 조성하는 복합시설 형태로 계획됐고, 국비 73억 원까지 확보하며 사업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그러나 사업은 두 차례 벽에 부딪혔다. 2022년에는 학교 부지의 일조권 문제가 불거져 계획이 한 차례 무산됐다. 이후 건물 배치를 변경하고 교육환경평가를 거쳐 법적 기준을 충족하면서 사업은 다시 추진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등장했다. 바로 학생 수 부족이다. 광명시 전체 인구는 30만 명을 회복했지만 학령인구는 오히려 감소했다. 교육당국은 인근 학교에 여유 교실이 남아 있고 추가 학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신설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행정 절차도 이에 따라 모두 미뤄졌다. 당초 올해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2029년 착공, 2031년 개교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일정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광명동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 주민은 “지금만 보고 학교를 안 짓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광명뉴타운뿐 아니라 3R, 6R 재개발과 하안주공 재건축까지 진행되면 학생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복합시설은 단순히 교실을 늘리는 사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통학 안전과 교육환경을 함께 만드는 시설"이라며 “행정 절차만 따질 것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명뉴타운은 분명 예전의 광명이 아니었다. 노후 주공아파트가 즐비했던 도시는 대규모 신축 단지로 탈바꿈했고, 오래된 주택가 대신 고층 아파트 스카이라인이 들어섰다. 실제로 광명시 인구는 다시 30만 명을 넘어섰고, 철산자이 더헤리티지는 전용 84㎡ 기준 19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경기 남부 '국민평형 20억원 시대'를 상징하는 단지로 자리 잡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집값이 부담되면 광명으로 간다"는 말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광명이 서울을 대체하는 도시가 아니라, 서울과 직접 경쟁하는 도시가 되고 있었다. 다만 현장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와 주민들은 한 가지 공통된 이야기를 했다. “아파트는 정말 좋아졌어요." 그리고 잠시 뒤 이어진 말은 같았다. “그런데 아직 도시는 완성되지 않았죠." 광명의 가장 큰 변화는 신축 아파트가 아니다. '도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광명이 인천이나 부천, 안양과 비교됐다면 이제는 구로·금천은 물론 서울 외곽 신축 단지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되고 있다. 집값이 서울과 가까워질수록 실수요자들은 '경기도에서 가장 좋은 집'이 아니라 '서울과 광명 중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광명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도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아파트 공급은 도시를 바꿀 수 있지만, 사람들이 정착하는 도시는 학교와 공원, 문화시설, 교통, 상권 등 생활 기반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광명은 이미 서울을 닮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서울과 비슷한 집값을 만드는 것과 서울처럼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었다. 철산자이 더헤리티지가 보여준 것은 '20억원 아파트'가 아니라 광명이 서울 생활권 핵심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가능성을 집값이 아닌 도시의 완성도로 증명하는 일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길나현 인턴기자 khilnayheon@gmail.com

6월 주택 인허가·준공 ‘뚝’…미분양 다시 늘고 서울 거래는 한풀 꺾여

올해 6월 전국 주택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준공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미분양 주택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도 전월보다 감소하면서 최근 시장 과열 양상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반면 분양과 착공은 지난해보다 늘며 공급 확대 흐름은 이어졌다. 국토교통부가 31일 발표한 '2026년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는 1만7917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1%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인허가도 11만661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줄었다. 수도권은 8.1%, 지방은 24.5% 감소했으며 서울은 누적 기준 9.8% 줄어든 2만655가구를 기록했다. 착공은 회복세를 이어갔다. 6월 전국 착공은 2만3638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18.1% 감소했지만,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11만8005가구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14.4% 증가했다. 지방 누적 착공은 40.7% 늘어난 반면 수도권은 0.7% 감소했다. 서울은 상반기 누적 착공이 1만3121가구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분양시장도 활기를 보였다. 6월 공동주택 분양은 2만2838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4% 증가했으며, 상반기 누적 분양은 10만9186가구로 60.7% 늘었다. 서울 누적 분양은 1만3773가구로 전년 대비 110.0% 증가했고 수도권과 지방도 각각 55.1%, 69.0% 늘었다. 일반분양은 상반기 기준 43.7%, 임대주택은 322.9% 증가했다. 반면 실제 입주로 이어지는 준공 실적은 크게 줄었다. 6월 전국 준공은 1만5592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1.1% 감소했고, 상반기 누적도 10만3735가구로 49.5% 줄며 절반 수준에 그쳤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누적 준공이 각각 47.6%, 51.4% 감소했다. 서울도 상반기 누적 준공이 1만5160가구로 지난해보다 52.1% 줄었다. 미분양도 다시 증가했다.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464가구로 전월보다 2225가구(3.4%) 늘었다. 수도권은 1만8770가구, 지방은 4만8694가구로 지방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2만9786가구로 전월보다 1.5%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지방이 2만5091가구로 전체의 약 84%를 차지했다. 주택 거래시장에서는 서울 매매가 다소 주춤했다. 6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6만8819건으로 전월보다 3.5%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6.8% 감소했다. 서울 전체 주택 거래는 1만2094건으로 전월보다 14.5% 줄었고, 서울 아파트 거래도 7742건으로 13.5% 감소했다. 반면 경기 지역은 2만2917건으로 전월보다 11.2% 늘었다. 전월세 거래는 증가했다. 6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21만8618건으로 전월 대비 4.2% 증가했다. 수도권은 5.2%, 서울은 8.3% 각각 늘었다. 다만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전국은 9.8%, 서울은 9.2% 감소했다. 상반기 월세 비중은 68.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포인트 높아지며 월세화 추세도 지속됐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대건설, 2분기 영업익 21%↑… 수주잔고 첫 100조 돌파

현대건설이 주택 부문의 원가율 개선과 수익성 중심의 사업 수주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20% 넘게 끌어올렸다. 상반기 신규 수주도 22조원을 넘어서면서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수주잔고 100조원을 돌파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8423억원, 영업이익 2618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0.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5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주택 부문의 원가율이 개선되고 적정 수익을 확보한 프로젝트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영업이익이 회복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3조12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4427억원으로 2.8%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연간 목표의 55.3%에 해당한다. 신규 수주 실적도 크게 늘었다. 현대건설의 상반기 신규 수주는 22조82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4% 증가했다. 특히 2분기 신규 수주는 18조8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2% 급증했다. 미국 전기로 제철소와 복정역세권 복합개발 사업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활용한 대형 사업과 고부가가치 프로젝트가 수주 확대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수주잔고는 전년 동기보다 9.4% 늘어난 103조983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의 수주잔고가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현재 수주잔고는 약 3.8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3조8646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155.2%로 전년 말보다 19.6%포인트 낮아졌고, 유동비율은 148.2%로 0.3%포인트 상승했다. 현대건설은 보유 자산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은 건설업계 최상위 수준인 'AA-'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하반기에도 중동 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과 대외환경 변수를 고려해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에너지 중심의 미래 성장전략인 'H-Road'를 바탕으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태양광 등 지속가능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데이터센터와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국내외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사업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추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원전과 SMR, 태양광 등 지속가능 에너지 분야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데이터센터와 해상풍력 등 신성장 분야의 사업 기회도 적극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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