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들썩이고 있다. 특히 세제 강화 여부를 둘러 싸고 최근 이 대통령이 엇갈린 '신호'를 잇따라 내보내 시장을 긴장시켰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부동산 세제 강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다주택은 물론, 1주택이라 할지라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를 이유로 세금 감면을 해 주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며 “이 제도로 매물을 막고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1주택도 1주택 나름"이라며 “부득이 세제를 손보게 된다면 비거주용과 거주용은 달리 취급해야 공정하지 않겠느냐"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고가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세금을 높이는 '핀셋 보유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도 이 글에서 “시중에서 보유세 이야기가 돌다 보니 '(주택의 시가표준이) 50억원 넘는 데만 하자'는 '50억원 보유세' 얘기를 들어보셨을 것"이라며 “제가 한단 얘기는 아니고 소문이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부동산 세금 규제 카드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힌 상태지만, 일시적 부분 손질 또는 장기적으로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의 일차 해법으로 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으나, 고가 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조정과 오는 5월 9일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 경우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 등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는 양도소득세가 기본세율에 20~30%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세제 강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는 “세금은 국가재정 확보를 위해 국민에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다른 정책 목표를 위해 전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가급적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 수단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으로 집값 잡는 것은 웬만하면 안 하겠다. 최대한 뒤로 미루려고 한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시장 안정화 해법을 '주택공급'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중순 사이 추가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태릉 골프장,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등 노후 청사·유휴부지를 활용해 도심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6·27 금융규제, 9·7 공급대책,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종합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도 세제는 직접 건드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세제를 포함한 전방위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정에 실패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판단에서다. 그러나 세제 활용 가능성을 닫진 않았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상황이 됐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선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는 단계라면 세제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공급 확대와 별개로 '매물 유도' 메시지가 한층 분명해졌다. 이 대통령은 “주거용 집을 다섯 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주거는 하나만 하는 것"이라며 “주택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내놓게 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직하지 않은 투자·투기형 부동산을 오래 가지고 있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이상하다"고도 했다. 특히 다주택자의 장기 보유에 각종 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구조를 문제 삼은 만큼,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가 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 주는 제도로,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최대 80%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다주택자 역시 최대 30%까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는 강남 등 상급지의 고가주택 보유자들에게 대표적인 절세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그 결과 서울 등 상급지 고가 주택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집값 과열과 지역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양도세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고 누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기류는 과거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검토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더한다. 당시 민주당은 1세대 1주택자의 거주기간 공제는 유지하되,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10~40%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양도차익 5억원 미만은 현행 40%를 유지하고, 5억~10억원은 30%, 10억~20억원은 20%, 20억원 이상은 10%로 낮추는 구조였다. 그러나 고가주택에 대한 사실상 양도세 중과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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