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서 조우한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공공주택지구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제외하며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낸다. 지자체에 배정된 기존 해제 가능 면적을 차감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용산공원 주택 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직접 밝히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18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겸 제36회 국무회의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 예외 인정을 위한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선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안건은 정부가 지난 1월29일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국가가 서민주택 공급 등을 위해 추진하는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을 그린벨트 해제 총량 규제의 예외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린벨트 해제 총량은 광역도시권별로 해제할 수 있는 최대 면적을 미리 정해 놓는 제도다. 총량 예외가 적용되면 지자체에 배정된 해제 가능 면적을 소진하지 않고도 공공주택지구 조성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할 수 있다.
대상 사업에는 경기 과천 경마장·방첩사령부 일대와 성남 금토2·여수2지구 등이 포함됐다. 이들 지역에 공급을 추진하는 주택은 총 1만6100가구 규모다. 이번 의결로 그린벨트 총량 문제에 따른 사업 제약을 줄이면서 지구 지정과 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사업도 별도의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1·29 대책에서 태릉골프장에 68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그린벨트 해제 총량 예외 인정과 관련한 심의를 진행하는 등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태릉골프장과 과천경마장 개발은 과거에도 주택 공급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관계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협의와 주민 반발 등으로 장기간 지연됐다. 정부는 최근 관계부처 협의가 상당 부분 진전된 만큼 그린벨트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해 실제 착공으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정부세종청사와 함께 제1회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천·성남 공공주택지구 '그린벨트 총량'서 제외…태릉CC도 절차 속도
정부가 그린벨트 규제를 풀며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용산공원을 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는 서울시와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게 용산공원 주택 건설에 반대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전달했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께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문제에 대해 분명히 반대의 뜻을 말씀드렸다"며 “용산공원은 서울 한복판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라고 밝혔다.
그는 뉴욕 센트럴파크와 런던 하이드파크, 파리 뤽상부르공원을 예로 들며 용산공원 역시 도시의 상징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서울은 산지가 많아 전체 공원 면적만 보면 녹지가 충분해 보일 수 있지만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도보생활권 공원 면적은 1인당 5.7㎡에 불과하다"며 “주택의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시민의 삶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닥공', 즉 닥치고 공급에도 원칙이 있다"며 “주택은 다른 곳에도 지을 수 있지만 한번 사라진 도심 녹지는 다시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용산공원 개발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이나 도심 녹지를 신규 택지로 활용하기에 앞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공급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정부의 8·13 대책에 서울시가 요구해 온 정비사업 관련 건의 사항이 일부 반영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용적률, 임대주택 비율 등 반드시 풀어야 할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이 그토록 절박한 과제라면 현실적인 해법부터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한다"며 “재개발·재건축이라는 분명한 답안지가 있는데도 엉뚱한 곳에서 땅을 찾아 공급 숫자를 발표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세제와 실거주 규제 등 정부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도 요청했다. 오 시장은 “정책은 국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을 정책에 억지로 맞추려는 오만부터 내려놓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서울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를 찾기 어려운 만큼 국공유지와 군부대 이전부지, 유휴부지는 물론 용산공원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비공개로 열린 주택 신속공급 방안, 공공기관ㆍ산업계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좁은 개념이 아니라 용산공원 전체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주택 공급에 관한 한 이것저것 빼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다만 용산공원에 실제로 주택을 공급하려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과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와 용산구를 비롯해 국방부·국가안보실, 미국 측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거쳐야 해 단기간에 공급 물량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한편,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오는 20일 만나 용산공원과 서울 그린벨트 활용,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공공택지와 녹지 활용을 통한 공급 확대에 무게를 두는 반면 서울시는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이번 회동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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