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손해보험이 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후순위채 상환 강행을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재무건전성을 두고 다소 높은 수위로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어렵게 감행하는 콜옵션이 오히려 매각에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롯데손보는 5년 전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에 대한 조기상환(콜옵션)을 행사해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 롯데손보 지난 8일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현재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거치는 중으로 수일 내 상환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다. 다만 법령상 불가하다는 당국 제지에 예탁결제원도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정상 완수는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손보는 앞서 자본건전성 악화를 예상한 금감원의 만류가 있었음에도 콜옵션 행사를 결정했다. 이에 당국은 즉각 다시 반박에 나서 '지급여력비율(킥스, K-ICS) 저하로 인해 조기상환 요건을 미충족한다'며 사실상 이를 불허했다. 롯데손보가 이같은 역풍을 맞으면서도 후순위채 상환에 나서는 건 결국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이하 JKL)의 이익과 매각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손보는 지난 2월 신규 후순위채 발행이 막히자 회사 자체 자금으로 후순위채를 상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자본증액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유상증자 등 대주주의 추가 수혈 없이 매각 및 수익 실현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매각 협상력이나 시기 면에서도 이득일 수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외형상 부채를 감소시켜 재무구조가 단순화되는 효과가 있다. 차환 리스크나 콜옵션 미행사에서도 자유로워지기에 매각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여지가 생긴다. 콜옵션 행사로 인해 킥스비율 감소 등 당장 건전성 지표가 하락할 수 있으나 단기적인 실적이나 투자수익 실현에는 가까워지는 셈이다. 그러나 보험사 중 이례적으로 당국과 갈등을 빚은 사태로 번지면서 매각에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이 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비판수위를 높인 상황이기에 실제 적기시정조치 등을 시행할 경우 경영권 제한이 걸려 매각 협상 조건에서 롯데손보 측이 불리해질 수 있다. 또한 금감원과의 공개적 갈등 및 재무 이슈가 부각되면서 앞으로도 금융업을 영위해야하는 보험사로서 이미지와 신뢰도에 치명타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시장의 평가 절하는 인수가격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콜옵션 행사 후 자본 보강 수단이 부재한 상황이기에 실제 재무적으로도 상당한 자본관리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인수자 측면에선 자본 증액 규모가 커지게 돼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높다. 롯데손보는 현재 상황과 입장에 대해 “콜옵션은 현재 진행 중에 있고, 다양한 투자자 보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콜옵션을 완수한다고 해도 이전부터 이어진 당국과의 대내외적인 갈등이 JKL의 추후 사업이나 엑시트 전략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손보 인수엔 당국 승인이 필수적인데, 꾸준히 재무 지표의 취약을 문제삼아 온 당국으로선 인수 심사에 미온적일 수 있고 이는 매각 성사에 제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 긴급 브리핑에서 당국은 여러차례 '법규 위반'과 '금융업의 본질'을 짚으며 강한 질타를 쏟아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고유자금을 쓰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금융쪽에 종사하면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핵심적인 준수사항 위반을 강행하는 건 이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주주인 JKL이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금융업 포트폴리오의 철수까지도 각오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당국이 이번 사태로 주인이 PEF인 점 등 지배구조를 지적했기에 향후 금융기관 M&A를 추진하는 데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규제기관인 금융당국이 향후 PEF의 금융사 인수 시 받는 심사에 까다로워질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당국과의 '화해 모드'를 당장 가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금감원이 “자본 확충은 기본자본 위주로 됐으면 한다"며 직접 수혈을 에둘러 표현했지만 다수 출자자(LP)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사모펀드 특성상 추가 증자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인수 과정상 투입된 자본을 생각하면 매각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추가 증자를 설득하는 건 부담일 가능성이 높다. 자본성 증권 발행이 막힌 상황에서 회사 몸체에서 끌어올 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1.5%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본자본 기준 킥스 비율은 -1.56%다. 손보사 중 기본자본 킥스가 마이너스인 회사는 롯데손보와 MG손해보험 뿐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