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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의 기후兵法] 기후에너지환경부 실세는 2차관…에너지·배출권·전기차·녹색산업 총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실세가 2차관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차관이 맡는 분야는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넘어온 에너지 부문에 이어 환경부 핵심 기능이던 탄소배출권·전기차·녹색산업까지 더해지면서 기후부의 핵심이 됐기 때문이다. 2차관이 기후위기 대응에 치우친 정책을 펴면 에너지 수급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정부가 공개한 기후에너지환경부 편제를 보면 2차관 산하에 기후에너지정책실(기후에너지정책관·녹색전환정책관·수소열산업정책관·국제협력관)과 에너지전환정책실(전력산업정책관·전력망정책관·재생에너지정책관·원전산업정책관)이 나란히 배치됐다. 반면 1차관은 기획조정·물관리·자연보전·대기·자원순환·환경보건 등 전통 환경분야 어젠다를 총괄한다. 1차관의 경우 기획조정실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 환경부 1차관에서 맡던 배출권, 전기차, 녹색산업 부문을 잃어버린 셈이다. 기후부 초대 1차관(환경차관)과 2차관(기후에너지차관)은 각각 금한승·이호현 차관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조직도를 보면 기존 산업부 2차관 소관이던 석유·가스·광물·원전 수출을 제외한 전력·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이 새 부처로 이관됐다. 여기에 환경부 1차관이 담당하던 탄소배출권 관리, 녹색산업, 전기차 등까지 더해지면서 2차관이 쥐는 정책 범위는 크게 확대됐다. 새 조직의 눈에 띄는 변화는 전력망정책관 신설이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전략을 전담하는 역할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강화 정책을 설계한다. 2030년까지 전국 송전망을 약 30% 확대(3만7169km→4만8592km)하고, 2040년까지는 서해-남해-동해안을 잇는 U자형 해상 전력망을 구축하는 청사진이 제시돼 있다. 계통 대규모 증설은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집적지와 수도권 수요지를 연결하는 전제 조건이다. 전력망정책관 산하 전력망정책과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계통운영혁신과는 정전 대비 및 전력계통 운영 등을 담당한다. 재생에너지정책관에서는 기존 재생에너지산업과를 태양광산업과와 풍력산업과로 분리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산업 구조와 기술 특성이 달라 한 과에서 묶여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개선해 각각 독립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누적 보급량 34.7GW보다 3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 전력산업정책관 산하 전력시장과는 지역별 차등요금제나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등 전력시장 개편의 핵심 정책을 맡으면서 동시에 전기요금 억제에도 힘써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맞춰 지역별 차등요금제와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청정전력전환과는 이재명 정부의 2040년 탈석탄 정책에 맞춰 석탄발전 폐지 정책을 추진한다. 신설된 수소·열산업정책관 산하 열산업혁신과는 열 분야의 탄소감축 전략을 추진한다. 김성환 장관이 강조해온 열분야의 전기화(히트펌프, 전기보일러) 등이 이 부서에서 추진된다. 환경부 1차관에서 넘어온 녹색전환정책관의 역할도 눈에 띈다. 대기환경국 산하였던 대기미래전략과가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로 재편돼 전기차·수소차 보조금 및 충전 인프라 구축을 담당한다. 김 장관이 2035년 내연차 판매 금지 검토도 시사한 만큼 무공해차 보급의 핵심을 맡는다. 탄소포집(CCUS), 폐기물 재활용, 순환자원 산업 등도 녹색전환정책관에서 다룬다. 기후에너지정책관 산하 기후에너지정책과는 모든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최상위 계획인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과 함께 에너지 수급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책을 맡는다. 강력한 NDC 계획은 에너지 요금을 높일 수 있는데 해당 부서에 상충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기후경제과는 탄소배출권 관리 업무를 맡는다. 배출권 거래제는 전 산업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환경 규제다. 배출량 총량이 줄고 유상할당 비중이 높아지면 산업계 전반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NDC·재생에너지·열·배출권·녹색산업·수송 부문이 모두 기후부 2차관 산하에서 논의되고 추진되는 구조가 갖춰졌다. 기존에는 산업부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던 논의가 한 부처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정책 속도가 빨라진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에너지부, 에너지 차관, 환경 부서, 규제부서, 환경 담당 차관이 한 부서 안에서 막 갑론을박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하고 아예 독립 부서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이러는 거 하고 어떤 게 낫나"고 반문하며 “에너지 분야는 내부 토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시간 절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기후부에서 한쪽으로 치우쳐진 정책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조직법 통과 이후 기후부 신설 대응 긴급 간담회'에서 “에너지 정책 심장을 산업부에서 떼어내 규제 부처인 환경부로 이식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시도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좀먹고 에너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관 에너지미래포럼 대표는 지난달 12일 열린 9월 에너지미래포럼 조찬포럼에서 “기후부가 최우선 정책 목표를 기후위기 대응에 두면, 에너지 수급 안정에는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35 NDC 톺아보기-농축산·산림·순환④] 국민 1인당 2그루씩 나무 심어 탄소감축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산림 분야에서 제시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매년 1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산림 흡수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민 1인당 매년 2그루를 심는 셈이다. 이와 동시에 토양 탄소 저장, 목재 활용 등으로 탄소저감 효과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조림을 현실화하려면 종자 확보와 묘목 생산, 유휴부지 발굴을 위한 부처 간 협력 등 전방위적 지원이 필수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 1억그루 식재를 위해서는 연간 약 3만ha 면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2일 개최한 2035 NDC 공개토론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산림은 조림 연령이 높아지면서 연간 순생장량이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4030만만톤이던 순흡수량은 지난해 -3890만톤으로 줄었다. 오는 2035년에는 -3650만톤 수준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대규모 조림 확대 △국산 목재 활용 △바이오차를 통한 토양 탄소 저장 △산림 전용 억제 △산불 피해목 활용 등 수단을 병행할 방침이다. 농축산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18년 2760만톤에서 2035년 2000만톤으로 약 25.7% 감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축산 분야의 메탄 배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 전략은 저메탄·저단백 사료의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2.5% 수준인 저메탄 사료 보급률을 2035년까지 60%로 끌어올려 장내발효로 인한 메탄 배출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축분뇨를 바이오가스나 고체연료로 전환하는 시설을 확충하고, 농기계 전기화 및 고효율 장비 도입, 질소질 비료 사용 저감, 바이오차 활용 등을 병행한다. 다만,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최소 생산량은 유지해야 하는 만큼 감축 여력이 제한적이고, 탄소누출과 비용 문제 등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 폐기물·순환경제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1940만톤에서 2035년 920만톤으로 약 52.6% 감축을 목표로 한다 현재 국내 폐기물 재활용률은 86~87% 수준에서 정체돼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인 매립과 소각 비중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정부는 △폐기물 원천 감량 △플라스틱 사용 규제 및 바이오플라스틱 대체 △AI 선별 등 회수 고도화 △전기전자제품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품목 확대 △메탄 회수 및 소각열 에너지화 등을 추진한다. 특히 플라스틱 대체는 생활 부문에서 30%, 사업장에서 22.5%까지 확대하고, 생활 폐플라스틱 재활용률도 89%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검독수리 둥지 찾아 77년 전 남양주 예봉산 절벽 올랐던 미군 장교

지난달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제주도 한라산 절벽에서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를 발견했다면서 검독수리 번식 둥지가 국내에서 확인된 것은 77년 만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해(2024년) 7월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이 한라산 북쪽 인근에서 어린 검독수리 1마리를 구조했던 사건과 지역 주민의 목격담을 토대로 검독수리 조사에 들어갔다. 종복원센터는 지난 4월 한라산 북쪽 지대 약 90m 절벽의 1/3 지점에서 지름 약 2m, 높이 약 1.5m 추정되는 검독수리의 둥지를 발견했다. 검독수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대형 맹금류다. 겨울철 북쪽에서 한반도로 내려오는 철새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텃새로 국내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양구 등지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동안 번식 둥지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종복원센터가 77년 만에 둥지를 발견했다고 한 근거는 1950년 10월 미국의 저명한 조류 학술지인 '디 오크(The Auk)'에 게재된 논문이다. 논문 제목은 '한국의 조류 기록(Notes on the birds of Korea)'이다. ◇1950년 발표 논문 “1948년 예봉산에서 관찰" 이 논문은 1947년부터 1948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복무한 미국 육군 장교 로이드 레이몬드 울프(Lloyd Raymond Wolfe)가 작성한 것이다. 울프는 1947년 3월 10일 인천 남쪽에서, 3월 25일 수원 근처에서 각각 검독수리 한 마리가 목격됐다는 내용을 논문에 적었다. 또 같은 해 10월 19일 천마산에서 검독수리 두 마리를 직접 목격했다고도 했다. 울프는 1948년 4월 4일 가이드의 안내로 경기도 남양주 예봉산을 찾았고, 안내원은 정상 부근 협곡 벼랑에 둥지가 있다고 알려줬다. 이에 울프가 총을 쏘았고, 그 소리에 놀란 검독수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울프 일행은 바위 절벽을 올라 검독수리 둥지를 찾아냈다. 둥지에는 곧 부화할 알 한 개와 갓 부화한 새끼 한 마리가 있었다. 울프는 알과 새끼 둘 다 가져왔다. 논문에서 알은 울프 개인이 소장하고 있고, 새끼의 박제는 미국 국립 박물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울프는 1948년 4월 16일 천마산 절벽 꼭대기에서 또 다른 독수리 둥지를 발견했는데, 이 때는 밧줄이 없어서 둥지까지 내려갈 수 없었지만, 둥지 가장자리에 있던 배설물로 보아 어린 새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지금은 사라진 크낙새 관찰 내용도 울프는 장교로 근무하면서 주말을 이용해 사냥을 겸해 조류 관찰 여행을 계속했다. 그는 논문에서 “1947년 2월부터 7월까지는 인천에서, 1947년 7월부터 1948년 12월 말까지는 서울에 주둔했다"고 밝혔다. 그는 “열악한 도로 사정, 교통난, 그리고 다른 이유로 야외 활동은 주말이나 휴일로 제한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조사 활동은 주로 경기도와 강원도 서부 지역으로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울프는 일본으로 근무지를 옮긴 다음인 1950년에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에는 검독수리를 포함해 150여 종의 새를 기록했고, 125점의 박제를 확보해 미국 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논문에 기록된 새 중에는 지금은 사라진 광릉 크낙새도 포함돼 있다. 울프는 논문에서 크낙새를 '거대한 딱따구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새는 매우 희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되었지만, 저는 다행히 번식하는 세 쌍을 발견했다"면서 “이 세 쌍 중 두 쌍은 서울 북서쪽의 다른 지역에 있었고, 다른 한 쌍은 서울 북동쪽의 거대한 가문비나무(전나무숲을 말하는 듯)가 있는 숨겨진 계곡에 있었다"고 밝혔다. 크낙새는 수백 년 동안 나무를 보호해온 왕릉 주변의 벌목 제한 구역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수컷은 특히 경계심이 강해 관찰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울프는 “1948년 10월 31일 금천리 서쪽 소나무 숲에서 붉은 볏을 가진 수컷 크낙새 한 마리가 목격됐다"면서 “(이에 앞서) 1948년 5월 31일 어린 수컷 한 마리가 둥지를 떠나자 마자 사살됐다"고 보고했다. 논문에서는 울프 자신이 어린 수컷 크낙새를 직접 사냥했는지, 크낙새 박제를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 조류학 연구를 이어주는 역할 울프는 해방 직후와 한국전쟁 당시 침체됐던 한국의 조류학 연구의 명맥을 있는 중간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조류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국내 원로 조류학자인 고(故)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1929~2020)는 개성 출신으로 한국전쟁 전에 남한으로 내려온 다음 포병장교로 전쟁을 겪었고, 전쟁 후에야 경희대 생물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원 교수는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유학한 후 1961년 경희대 생물학과에 교수로 부임한 뒤 국내 조류학을 이끌었다. 원병오 교수의 부친이자 국내 1호 조류학자인 고(故) 원홍구 박사(1888~1970)는 평북 삭주에서 태어나 일본의 가고시마(鹿兒島)고등농림학교로 유학을 갔다온 후 교사 생활을 했고, 1947년 김일성종합대 생물학부 부교수로 취임, 북한의 조류학 연구를 이끌었다. 울프는 사냥과 조류 연구를 병행했다. 77년 전의 조류 연구 방법과 멸종위기종 개념이 지금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에 알을 채집하고, 박제 표본을 제작해 미국으로 반출한 그의 행적을 지금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는 어렵다. 제주도에서 검독수리 둥지를 확인한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강승구 박사는 “울프는 일본을 거쳐 필리핀으로 근무지를 옮긴 후에도 필리핀의 조류를 연구해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울프가 기증한 검독수리 새끼 박제 표본이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추석 전국 흐리고 비…남부지방 일부서 보름달 볼 수 있을 듯

추석인 6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지역에 따라 가끔 비가 내리겠으나 남부지방과 제주도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보름달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남해안과 제주 지역에서는 구름 사이로 달이 비칠 것으로 보인다. 5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6∼7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5㎜ 안팎, 전남·경남(서부내륙 제외)·경북(경북북동부·서부내륙 제외) 5∼20㎜, 서울·경기(남서부 제외)·서해5도·강원내륙·충북·전북·경북북동내륙·서부내륙·경남서부내륙 10∼40㎜, 인천·경기남서부·충남·경북북부동해안·북동산지 20∼60㎜, 강원산지·동해안 30∼80㎜(많은 곳 산지 100㎜ 이상) 등이다. 6~7일 전국 예상 평균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으로 전망됐다. 6일 아침 최저기온은 16∼22℃(도), 낮 최고기온은 17∼26도로 예상된다. 7일은 아침 최저 15∼22도, 낮 최고 19∼26도가 되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35 NDC 톺아보기-수송·건물③] 2035년 내연차 금지·그린리모델링 확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선 향후 10년 남짓한 기간 안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고 무공해차 중심으로 수송 부문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고강도 감축 시나리오에서 2035년 내연차 신규 판매 금지를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으며, 신차 판매의 90% 이상을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채워야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체 차량 중 무공해차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해 산업 구조·인프라·보급 속도 모두 대대적 변화가 필요해보인다. 건물 분야에서는 10년 후에 모든 건물의 에너지자립률을 40% 이상 상향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2035년 NDC 수송 부문 감축 시나리오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48% 줄이는 보수적 시나리오의 경우 등록 차량 약 2800만대 가운데 무공해차를 최소 840만대(약 30%)까지 확대해야 한다. 53%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950만대(34%) 이상, 고강도 감축(61~65%) 시에는 약 980만대 이상(35% 이상) 보급이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려면 2035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90% 이상이 무공해차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현실과 목표 간 격차다. 지난해 기준 국내 등록 차량 2629만대 중 무공해차는 약 72만대로 전체의 2.7% 수준에 불과하다. 보급 속도를 감안하면 현재 추세로는 2035년까지 800만~900만대 수준의 무공해차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30일 공개된 2035 NDC 건물 부분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 건물에서의 배출을 2018년 대비 46.7~51.3% 감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10년 뒤 모든 건물의 에너지자립률 40% 이상 상향을 검토 중이다. 신축 공공건물에는 자립률 60% 이상, 민간 신축에는 40% 이상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현재는 연면적 1000㎡ 이상 신축 공공건물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4등급(자립률 40% 이상) 의무화가 시행 중이며, 민간은 5등급(20~40%)으로 완화돼 있다. 정부는 2035년부터 매년 기축건물 연면적의 3%를 그린리모델링하는 로드맵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린리모델링은 단열·기밀·창호 교체 등 성능개선과 태양광·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분산자원·관리시스템 도입을 통해 난방·냉방 부하를 낮춰 배출을 줄이는 접근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생선 내장과 한약 팩에도…미세플라스틱에 매일 노출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 건강에 보탬이 되기 위해 먹는 한약이 사실은 미세플라스틱의 '숨은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중국과 국내 연구진이 각각 발표한 두 건의 연구는, 생선 섭취 방식과 액상 한약 팩(파우치)의 가열 과정에서 우리 몸속으로 상당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생선, 살코기는 안전해도 내장·아가미는 위험 중국 칭다오 해양과학기술센터 해양생태환경과학연구실 연구팀은 지난 8월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잡힌 생선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어류 37종, 모두 1075마리를 분석했는데, 생선 살(근육)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장에서는 39.6%, 아가미에서는 36.3%라는 높은 비율로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즉, 회나 구이처럼 살코기 위주로 먹을 때는 위험이 낮지만, 한국·일본·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즐겨 먹는 내장 발효 젓갈이나 아가미·내장을 넣은 찌개류는 직접적인 노출 위험이 있다. 연구팀은 전 세계인이 생선을 통째로 소비할 경우, 1인당 연간 약 5만6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표층수에 사는 작은 물고기일수록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았고, 반대로 깊은 바다의 큰 어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대형 어종은 수은·납 같은 중금속과 유기 오염물질 축적 위험이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데운 한약, 미세플라스틱 최대 3배 증가 일상 속 또 다른 위험은 한약 파우치 가열이다. 고려대 보건안전융합과학과 서지훈 교수와 한국분석과학연구소 정재학 소장 등 연구팀은 지난달 '환경독성학 및 환경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연구팀은 시판 액상 한약 5종을 골라 분석을 진행했는데, 상온 섭취 시에는 한 팩당 평균 3.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같은 한약 팩이라도 전자레인지(700W, 1분) 가열 시에는 5.5개, 중탕(끓는 물, 5분) 가열 시 무려 10.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연구팀은 “가열 과정에서 파우치 내벽(폴리프로필렌·폴리에틸렌 재질)이 손상되면서 미세한 입자가 떨어져 나오는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3팩씩 꾸준히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상온 섭취 시는 연간 3200개, 전자레인지 가열 시 5900개, 중탕 가열 시 최대 1만13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되는 셈이다. ◇현명한 소비와 제도적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소비자 차원에서 ▶생선은 가급적 살코기 위주로 섭취할 것 ▶내장·아가미 활용 요리 줄이기 ▶한약 파우치는 가급적 상온에 보관하면서 섭취하기, 꼭 데운다면 전자레인지 활용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 포장재 자체의 개선이다. 정부와 기업이 내열성 강화 포장재 개발, 생분해성 소재 대체, 안전 기준 마련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2035 NDC 톺아보기-산업②] 수소환원제철 등으로 2035년까지 탄소감축 최대 30%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 부문은 2018년 대비 최대 30%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이 요구된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은 수소환원제철, 혼합시멘트 확대, 공정 전환 등 대규모 기술 혁신과 공정 개선이 필수적으로 꼽힌다. 환경부는 지난 26일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설정을 위한 산업 부문 토론회에서산업 부문의 2035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최소 21%에서 최대 30% 이상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예컨대 전체 국가 감축 시나리오가 48%, 53%, 61%, 65% 등으로 검토되고 있고, 그에 대응해 산업 부문 감축률을 21 ~ 30%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산업 부문 배출 총량은 2018년 기준 약 2억7630만톤에서 2035년에는 최소 약 1억9300만톤, 최대 약 2억1930톤 수준으로 낮추는 안이 거론된다. 발전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더 많이 하는 만큼 산업 부문 감축률을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특히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3대 업종이 전체 산업 배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감축 성과가 곧 NDC 달성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 부문에서 가장 많은 배출량(약 30%)을 차지하는 철강업계의 감축 열쇠는 수소환원제철이다. 철광석을 수소로 환원해 고온에서 환원철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대신 수증기를 배출한다. 또한 전기로(EAF) 전환, 철스크랩 활용 확대, 저탄소 강재 생산기술 개발도 병행된다. 시멘트 산업은 석회석을 고온 소성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혼합시멘트(클링커 사용량 축소) △폐기물·산업부산물 활용 △연료 전환(바이오매스·폐열 활용) 등이 추진된다. 석유화학 산업은 공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전기·수소로 전환하고, 바이오 기반 원료나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또한 공정 최적화·효율화,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 도입도 필수다. 그러나 문제는 상용화 시점이다.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은 수소환원제철이 2037년 이후가 돼야 의미 있는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다. 설비 구축 기간과 수소·전력 인프라 확보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바이오 연료나 탄소포집 기술도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이며 대부분의 탄소 감축 기술이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상용화 시점, 투자 부담, 인프라 부족 등 현실적 제약을 우려하며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리포트] 북극항로 개척의 역설…탄소배출은 오히려 늘어나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며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Arctic Sea Route, ASR)가 세계 무역의 판도를 크게 흔들 전망이다. 유럽과 동북아를 잇는 항해 거리가 최대 40%, 운송 시간은 30% 줄어드는 이 신(新) 해상로는 한국 같은 교역국에 물류비 절감과 무역 확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 베이징대학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논문을 통해 “북극항로 개척이 2100년까지 전 세계 해상 운송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8.2% 늘릴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분석을 내놨다. ◇ 거리 단축이 배출 증가로 이어지는 역설 연구진은 6억4900만 건의 선박 위치(AIS) 데이터를 활용한 무역 통합 선박 배출량 예측 모델(TISEP)을 사용해 장기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2년 1.0Mt(메가톤, 1메가톤=100만톤)에 불과했던 북극항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100년에는 최대 117.6Mt(1억1760만톤)으로 117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이 전 세계 해상 교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2%에서 2.72%로 12배 이상 뛸 것으로 예상됐다. 즉, 항로 단축으로 선박당 연료 소모량은 줄어도, 물류비 절감이 교역량 급증을 불러오면서 전체 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석유·가스·화학 탱커가 북극항로 운항의 87% 이상을 차지해 배출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 배출의 지리적 재분배…동북아·북유럽 타격 북극항로 개방은 단순한 총량 증가뿐 아니라 배출 지도의 재편을 가져온다. 한국·중국·일본 인근 해역(남중국해·동중국해·동해)에서는 연간 43.4~85.8Mt의 추가 배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대비 2~5배 늘어난 수치다. 북유럽의 오슬로–로테르담 항로는 5.3Mt에서 39.4Mt으로 6배 이상 증가하고, 미국–영국 간 대서양 항로 역시 11Mt에서 36.4Mt으로 25.4Mt 늘어날 것으로 에상된다. 반대로 수에즈 운하, 말라카 해협, 파나마 운하 등 적도 인근 항로의 배출량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북반구 선진 공업국 해역이 오염 부담을 더 크게 떠안는 구조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08년 대비 2030년 20%, 2040년 70%, 2050년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IMO는 2040년 북극에서 '넷 제로' 전략을 우선 도입하고, 2050년 이후에는 전 세계로 확산해서 2100년 완전 넷 제로 달성을 추구하고 있다. 넷제로 전략은 전기·수소·원자력·그린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로 전환해 '연소 단계(tank-to-wake)'에서 아예 배출이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전락에 따르면 2100년에도 북극에서 연간 배출량을 1.32Mt 수준으로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이징대학 연구탐은 “현 정책으론 북극항로 배출 급증을 막기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의 '양날의 검'…물류 허브 vs. 기후 책임 한국 입장에서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온다. 일본과 함께 유럽–동북아 에너지 수송로의 핵심 기착지로 부상하고, 물류 허브 도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기회다. 조선 강국인 한국은 그린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 연료전지선 등 무탄소 선박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동북아가 오염 배출 급증의 최전선에 놓이면서 항만과 해역의 대기·해양 오염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위기이기도 하다. 또한 러시아,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국이 북극을 둘러싸고 군사·경제적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안정적인 물류망 확보라는 지정학적 과제를 떠안을 수도 있다. 이밖에 수에즈 운하 통행료 감소(이집트 GDP의 5% 차지)로 글로벌 물류비 지형도 변할 수 있으며, 한국 기업의 운송 전략에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북극항로는 한국 경제에 물류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탄소배출 급증과 지정학적 불안, 환경 책임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긴다. 한국은 세계적 조선 기술력을 기반으로 넷제로 선박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북극 환경 보존을 위한 국제 협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이익과 환경적 책임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운항 선박이 친환경연료를 사용하도록 해야 하고, 유류오염 사고나 선박-해양동물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안전사고를 염두에 두고 수색 구조 등 대응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연휴 초 남부지방부터 중부지방까지 점차 비 확대...기온 평년보다 높아

연휴 초인 2일 밤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면서 점차 중부지방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추석 연휴는 지난해만큼 폭염은 아니겠으나, 평년보다는 기온이 높아 낮에는 비교적 덥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 밤 충남·호남·제주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해 3일 새벽 충북과 경남, 오후 강원영동과 경북까지 확대되겠다. 또 3일 저녁 강원영서남부에 한때 비가 오겠다. 오는 5일 오후부터 6일 오전까지는 수도권과 강원을 중심으로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4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와 전남해안 30∼80㎜(제주 최대 120㎜ 이상, 전남해안 최대 100㎜ 이상), 광주·전남내륙·경남남해안 20∼60㎜, 전북 10∼40㎜, 부산·울산·경남내륙 5∼40㎜, 대구·경북 5∼30㎜, 강원영동과 충청 5∼20㎜, 울릉도와 독도 5㎜ 안팎, 강원영서남부 5㎜ 미만이다. 기상 정보가 실시간으로 변할 수 있어 연휴 기간 동안에도 최신 기상 정보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연휴 기간 전국은 대체로 평년보다 높은 21~29℃(도)의 기온분포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비가 그친 4일 이후부터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온난한 공기가 유입되며 평년보다 2~7℃ 높은 온화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저기온의 경우, 당분간 구름 많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평년보다 5~8℃ 이상 높은 14~24℃의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 희망의 씨앗을 남기고 떠나다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Jane Goodall) 박사가 10월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제인 구달 연구소는 구달이 미국 강연 투어 도중 자연적인 요인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침팬지를 연구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정의한 구달 박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끝없는 열정으로 전 세계에 환경 보전의 메시지를 전한 '희망의 전도사'이기도 했다. ◇인간을 다시 정의한 발견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은 정규 학위를 갖지 않은 평범한 젊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동물에 대한 열정은 그를 1957년 케냐로 이끌었고,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와의 만남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1960년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 파견된 그는 침팬지 연구를 통해 인류학의 패러다임을 흔들었다. 그는 침팬지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모습을 최초로 관찰해 '인간만 도구를 사용한다'는 통념을 무너뜨렸다. 이 발견에 대해 리키는 “이제 우리는 도구를 재정의하거나, 인간을 재정의하거나,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구달은 또 침팬지가 조직적으로 사냥하고 육식을 즐긴다는 사실, 복잡한 사회적 관계와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 그리고 집단 간 전쟁과 같은 어두운 본성까지 밝혀내며 인간과의 유사성을 조명했다. ◇비판과 성찰, 그리고 전환 연구 과정에서 그는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이며 인간적 관점을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동물의 개성과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는 오히려 새로운 시각을 열었다. 먹이를 통한 연구 방식 왜곡, 저서 표절 논란 등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그는 솔직한 인정과 성찰로 학문적 신뢰를 이어갔다. 1980년대 이후 그는 학자에서 환경운동가로 방향을 전환했다.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JGI)'를 설립했다. 1991년 청소년 환경운동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을 시작하며 전 세계에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90세가 넘어서도 매년 300일 가까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환경 보전을 호소했다. ◇한국과도 깊은 인연 구달은 일곱 차례 한국을 찾아 각별한 인연을 남겼다. 2004년 안양 학의천을 방문해 생태 복원 사례를 높이 평가하며 강에서 주운 조약돌을 '희망의 상징'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4년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는 '제인 구달의 길'이 조성됐고, 이화여대 강연에서는 수많은 학생·시민들과 만났다. 그는 DMZ 생태평화공원 구상에 지지를 표하고, 가리왕산 벌채와 돌고래 사육 문제 등 한국 현안에도 목소리를 냈다. 구달은 생전에 “희망은 행동이며, 우리는 매일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침팬지의 어머니'는 떠났지만, 그가 심어놓은 희망의 씨앗은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행동 속에서 여전히 자라나고 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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