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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연맹 정기총회 개최…LNG 국제협력·에너지안보 활동 강화

한국가스연맹이 정기총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확정하며 글로벌 LNG 협력과 에너지안보 활동 강화에 나선다. 한국가스연맹은 27일 서울 강남 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2026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2025년 사업실적 및 수지결산 △2026년 사업계획 및 예산 △임원 선출 안건 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는 지난해 연맹의 주요 활동 성과가 보고됐다. 연맹은 글로벌 LNG 시장 정보 제공 확대와 회원사 협력 강화에 주력하며 간행물 구독자를 14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에너지 정보 플랫폼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LNG 시장 전망 웨비나, 에너지안보 포럼, 국제 세미나 등을 통해 가스 산업 정책 논의와 산·학·연 협력 기반을 확대했다. 특히 국제 가스산업 협력 확대를 위해 세계가스총회(WGC) 및 국제가스연맹(IGU) 활동 참여를 강화하고 해외 가스협회와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한 점이 주요 성과로 평가됐다. LNG 국제행사 'LNG2029' 국내 유치에도 도전했으나 개최지는 호주로 결정됐다. 연맹은 올해에도 글로벌 네트워킹 확대와 LNG 국제행사 유치 기반 조성에 지속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LNG2026 및 차기 LNG 행사 참여를 통해 국제 협력 기반을 유지하고 향후 LNG2032 유치 가능성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내 에너지안보 논의 활성화와 회원사 지원 기능 강화를 위한 세미나·포럼 운영, 국제 정책 대응 역량 확대도 주요 사업 방향으로 제시됐다. 가스업계에서는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민간·공기업·학계가 참여하는 협력 플랫폼으로서 한국가스연맹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이노베이션 E&S, 호주 바로사 LNG 국내 첫 도입

SK이노베이션 E&S가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에서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를 국내에 처음 들여오며 한국 민간 자원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가스전의 탐사·개발·생산·도입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LNG를 국내로 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를 실은 자사 수송선이 지난 23일 충남 보령 LNG 터미널에 첫 입항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물량은 호주 북서부 해상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다윈(Darwin) LNG 터미널에서 액화한 뒤 국내로 운송한 것이다. 회사는 이번 도입을 시작으로 향후 20년간 연간 130만톤, 총 2600만톤 규모의 LNG를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 연간 LNG 도입량의 약 3% 수준에 해당한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12년 바로사 가스전 지분 투자 이후 약 14년에 걸쳐 사업을 추진해왔다. 해외 가스전 지분을 직접 확보하고 생산 물량을 장기 계약 형태로 국내에 들여오는 구조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다윈 LNG 액화설비를 활용하는 브라운필드(Brownfield) 방식으로 추진돼 신규 설비 건설 부담을 줄이며 투자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민간기업 주도의 해외 자원개발이 단순 투자 단계를 넘어 실제 국내 에너지 조달로 연결된 첫 성공 모델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SK 측은 이번 LNG 도입이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투자로 시작한 해외 자원개발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SK는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석유를 발견하고 1987년 민간기업 최초로 상업 생산에 성공한 이후 베트남·페루 등지에서 잇따라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자원 빈국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 40여 년간 그룹의 핵심 DNA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현재 SK는 전 세계 11개국에서 연간 약 20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스 생산 자산과 약 600만톤 규모의 LNG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가스 시장은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 영향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산업용 LNG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종수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은 “불확실한 국제 에너지 시장 환경 속에서도 자원개발 노력을 지속해 국가 경제 발전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바로사 LNG 도입을 계기로 공기업 중심이었던 해외 가스 확보 구조에서 민간 주도의 장기 자원 확보 모델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안정적 자원안보를 위한 도전적 자원개발이 필요하다.

일명 대왕고래 시추로 알려졌던 동해가스전 탐사사업이 꼬리를 감췄다. 지난 22년 여름에 10년간의 장기 계획 수립된 국내 대륙붕탐사사업의 일환인 광개토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이때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첫 번째 탐사시추의 성공 여부가 아니었다. 과연 한국이 10년 동안 계획한 24개의 시추를 장기적인 탐사 계획대로 추진 할 수 있을까였다. 만약 첫 탐사시추에서 성공했다면 지속적인 탐사시추가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려한 대로 첫 탐사시추에 실패하자마자 비난과 실패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장기적 계획인 광개토 프로젝트는 정부의 계획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이유는 불확실성이 크고 성공률이 낮다는 자원개발 특성에 대한 무지보다는 정치적인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대륙붕에서 탐사시추에 여러 번 실패했어도 이번처럼 나라 전체가 시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정치적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다. 국민 생활과 국가 산업의 기본을 지탱하는 에너지자원의 공급과 확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 경제는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국가 자원안보 특별법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자원안보의 근본이며 핵심인 자원개발을 장기적으로 그리고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자원의 93%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2024년 기준으로 석유, 가스, 석탄을 수입한 비용만 190조 원이 넘었다. 특히 석유가스 비용만 170조 원에 육박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하는 예산은 700억 남짓이다. 핵심광물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평년보다 두 배로 늘어난 규모이긴 하다. 물론 동해 심해 시추에 실패한 석유공사는 국내 탐사 예산은 전무하다. 이 예산으로는 동해 심해에서 탐사시추 1공도 감당하지 못하는 규모이다. 도대체 국가 자원안보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170조의 1%는커녕 0.05%도 투자하지 못하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당장 투자하지 않아도 탈이 없고 지금 투자한다고 바로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내가 내 임기에 투자만 해서 실패하면 돌아오는 것은 비난일 뿐이니 이해는 한다. 그래도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자원안보의 길인데 누군가는 봄에 씨를 뿌리고 누군가는 여름에 잘 가꾸고 누군가는 가을에 수확을 해야 모두가 넉넉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껏 한국의 자원개발이 크게 성공하지 못한 근본 원인은 연속성 있는 자원개발 정책을 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에 따라 자원개발 정책이 바뀌니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자원 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이 수십 년이 지나도 소중한 기술의 축적은 불가능하고 대규모 자본의 축적 효과도 보기 어렵다. 결국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다 제자리에 있다. 자원개발분야에서 탐사 실패는 병가지상사처럼 일상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실패를 당연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10%의 확률이 말해주는 것은 바로 성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회사 규모가 커서 100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 10개 사업에 성공하겠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는 1개의 사업을 10년 동안 꾸준히 추진해야 1개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면 실패는 없겠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고 얻는 것도 축적되는 것도 없다. 자원개발은 불확실성이 높고 성공률이 낮은 전형적인 고위험 사업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의 다각화, 인력의 전문성, 회사의 대형화 등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안정적 자원안보를 원한다면 철저히 준비하고 꾸준히 도전하라. bienns@ekn.kr

[기후 신호등] 강대국간 자원 전쟁, 지구 마지막 유산 ‘심해’마저 훼손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에게 여전히 낯선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수천 m 수심 아래의 심해저는 인간이 직접 관측한 면적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말 그대로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이 미지의 공간이 이제 전 지구적 에너지 전환과 자원 안보 경쟁의 최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 재생에너지 설비, 전력 저장 장치에 필수적인 니켈·코발트·구리와 희토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은 최근 태평양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수심 약 5700~6000m 해저에서 희토류를 함유한 진흙을 실제로 채취·인양하는 시굴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 성취를 넘어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 전략에 대응해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일본의 강력한 국가 전략을 상징한다. 동시에 인류가 지금까지 거의 손대지 않았던 심해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산업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도 지난해 7월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 탐해3호로 서태평양 공해상 첫 대양 탐사에 나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수심 5800m 지점의 코어링 시추를 통해 얻은 시료에서 최대 3100ppm, 평균 2000ppm의 고농도 희토류 부존을 확인한 것이다. KIGAM은 정밀 자원 탐사를 위해 오는 4월 2차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심해저에서 얻을 수 있는 전략 광물들 심해저에는 육상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전략 광물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해에서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자원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망간단괴(polymetallic nodules)다. 수심 4000~6000m의 심해 평원에 감자 크기의 둥근 형태로 흩어져 있는 이 광물에는 니켈·코발트·구리·망간이 고농도로 함유돼 있다.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필수적인 금속들이 한꺼번에 들어 있다는 점에서 '돌 속의 배터리'로 불린다. 둘째는 코발트 리치 크러스트(cobalt-rich crusts)다. 해저산의 사면과 정상부를 얇게 덮고 있는 이 광물층은 코발트뿐 아니라 희토류와 백금족(族) 금속까지 포함하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암반에 단단히 부착돼 있어 채굴 과정에서 해저 지형 훼손이 불가피하다. 셋째는 해저에 형성된 대규모 황화물 광상(seafloor massive sulfides)이다. 해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이 열수광상(熱水鑛床)에는 구리·아연·금·은이 고품위로 농축돼 있다. 지형이 급경사이고 열수 분출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기술적 위험성이 크다. 이 가운데 일본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EEZ에 분포한 희토류 함유 심해 진흙(퇴적토)이다. 일본 정부와 연구진은 이 지역에 약 68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연간 소비량을 기준으로 수백 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특히 디스프로슘·네오디뮴 등 고성능 자석에 필수적인 중희토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수심 6000m 아래에서 기계 작동해야 심해 자원의 존재가 곧바로 개발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심해 채굴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극한의 공학적 도전 중 하나다. 수심 6000m에서는 수압이 약 600기압에 달하고, 수온은 1~2℃에 불과하다. 염분과 황 성분으로 인해 금속 부식도 빠르게 진행된다. 태양광은 물론 일반적인 통신 신호도 도달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채굴 장비는 완전 무인 상태로 작동해야 한다. 일본은 수심 7000m까지 조사 가능한 자율형 무인탐사기(AUV)와 원격 조종 채굴 차량을 국산화했고, 해저 진흙을 흡입해 선박으로 끌어올리는 수직 양니관(揚泥管 혹은 洋泥管, riser-pipe)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 관은 수 ㎞에 걸쳐 설치되기 때문에 파손 시 대규모 해양 오염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채굴 이후의 제련 과정 역시 난제다. 심해 진흙은 희토류 농도가 낮고 불순물이 많아 기존 방식으로는 에너지 소모와 탄소 배출이 과도하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지속가능한 재료 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 저널에 수소 플라즈마 환원 공정(HPSR)을 제시했다. 이 공정은 화석 연료 대신 그린 수소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90%까지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약 18%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보이지 않는 파괴'에 대한 과학적 경고 심해 채굴을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환경 문제다. 특히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적물 플룸(sediment plumes)'이다. 해저를 긁거나 진흙을 흡입하는 순간 미세 입자들이 거대한 구름 형태로 확산돼 수십~수백 ㎞까지 퍼질 수 있다. 논바닥을 발로 딛고 다니면 진한 흙탕물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미국 하와이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퇴적물 구름 속의 미세 입자가 동물플랑크톤의 여과 섭식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소형 어류를 거쳐 참치와 상어 같은 상위 포식자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해양 먹이사슬 전체를 교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굴 장비의 소음 문제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텍사스 A&M대학교 연구팀은 채굴 소음이 수백 ㎞까지 전달돼 고래와 돌고래의 의사소통과 이동 경로를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해양 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보고했다. 또한, 영국 자연사박물관과 사우샘프턴 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네이처 생태학·진화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실제 채굴 시험 구역에서 대형 무척추동물의 밀도가 37% 감소하고 종 풍부도가 32% 하락했다. 연구진은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턴 구역(Clarion-Clipperton Zone, CCZ)에서 발견된 5000종 이상의 생물 중 90%가 아직 이름조차 없는 신종임을 경고하며, 무분별한 개발이 이들을 발견하기도 전에 멸종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해 생태계 복원의 냉혹한 현실 심해 채굴의 또 다른 문제는 복원 가능성이다. 심해 생태계는 한 번 파괴되면 '인간의 시간 척도' 내에서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CCZ는 심해 채굴이 초래할 생태계 훼손과 회복 불가능성 문제로 인해 환경 논쟁의 중심지다. 영국 국립해양센터 연구팀은 1979년 CCZ에서 실시된 시험 채굴 지역을 40여 년 뒤 재조사해 그한 결과를 지난해 3월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공개했다. 해저에는 여전히 채굴 장비의 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고, 대형 부착 생물은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CCZ는 태평양 중·동부 적도 해역에 위치한 수심 4000~6000m의 광대한 심해 평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망간단괴 분포 지역이다. 이 단괴에는 망간·니켈·코발트·구리 등이 포함돼 에너지 전환과 첨단 산업의 핵심 원료 공급지로 주목받아 왔다. CCZ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상 국가 관할권 밖 해저에 해당해 어느 국가도 소유할 수 없으며, 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규정된다. 이에 따라 탐사와 개발은 국제해저기구(ISA)의 관리 아래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상업 채굴은 아직 전면 승인되지 않았다. 망간단괴는 백만 년에 수 ㎜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괴 제거가 단순한 자원 채취가 아니라, 생물 서식 기반 자체를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행위임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망간단괴가 햇빛 없이도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산소를 생성하는 이른바 '어두운 산소(Dark oxygen)' 현상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는 단괴 제거가 심해 생명 유지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류 공동의 유산'을 둘러싼 외교 전쟁 심해저 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관리되지만, 실제로는 강대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가장 많은 탐사 계약을 보유하며 ISA 규칙 제정을 주도해 왔고, 태평양 공해에서 대규모 시험 채굴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ISA 절차를 우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ISA 사무총장 레티시아 카르발류는 “어떠한 국가도 인류 공동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은 미국과 '핵심 광물 프레임워크'를 체결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다자주의 질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7년 이후 하루 최대 350톤 규모의 심해 진흙 채취 실험을 통해 상업적 채산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일부 연구는 심해 광물 개발의 내부수익률(IRR)이 17~27%에 이를 수 있어 육상 광산보다 경제성이 높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태평양 도서국 사이에서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나우루와 쿡 제도는 새로운 경제적 수입원을 위해 채굴 찬성 입장인 반면, 팔라우·피지·사모아 등은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10년 이상의 채굴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폴리네시아의 모에타이 브로더슨 대통령과 팔라우의 수랑겔 휩스 주니어 대통령은 '네이처'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심해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인류 공통의 유산이며, 불확실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해 채굴에 앞서 기존 자원 재활용부터 검토해야 지난해 6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유엔 해양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했던 리사 레빈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는 “결국 경제성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며 테슬라 등 주요 업체들이 이미 니켈과 코발트가 필요 없는 LFP 배터리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심해 채굴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속 가능한 금융 싱크탱크 '플래닛 트래커' 역시 국가가 얻을 로열티 수익은 제한적인 반면, 자원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기존 육상 광산과 지역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해 채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도시 광산(urban mining)'과 '순환 경제'가 강력히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인류가 매년 버리는 가전제품 폐기물에서 회수할 수 있는 코발트와 구리의 양이 심해 채굴 예상량을 상회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전문가들은 “심해를 파헤치기 전에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재활용하고 수리해서 쓰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2026년은 심해 채굴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공해 해양생물다양성 협정(BBNJ)이 발효됐다. 이 협정은 공해상에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의무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향후 심해 채굴 활동에 강력한 법적 규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자원 패권을 선점하려는 국가들이 당장 속도전을 멈추지는 않을 전망이다. 심해저를 둘러싼 이 '총성 없는 전쟁'의 결말은 기술이 아니라, 인류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분 아래 지구 마지막 미개척지인 심해를 희생시킬 것인지, 아니면 기술 혁신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존의 길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중대한 기로에 인류가 서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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