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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재생에너지는 산업 연료이고 안보 자산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감을 자주 드러냈다. 법원의 저지를 받기는 했지만, 수억 달러에 달하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무산시키려 했고, 육상풍력 발전 사업도 막으려 했다. 다른 국가들에게 화석연료로 회귀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영국을 향해서는 “나라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경관을 해치는 흉물,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비난했고, 세기의 사기극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는 화석연료를 우선시 하며 태양광 프로젝트 수백 건의 최종 승인을 막았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변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큰 폭의 전력수요 증가를 겪고 있다. 기술 기업들은 전력 부족으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여기서 재생에너지의 실용적 가치가 부각되었다.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구글은 미시간주 남동부에 계획된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년간 2.7GW 규모의 태양광,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 번째 계기는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안보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를 부각시켰다. 에너지를 외부의 장거리 운송이나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으며, 운송로 봉쇄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이번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그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MAGA 진영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 보좌관인 스티븐 밀러의 아내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추종자인 케이티 밀러는 최근 “태양에너지는 미래의 에너지이다. 우리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토니 파브리치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등 트럼프의 주요 측근들도 전력수요 급증과 에너지 가격 부담이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름에 따라 태양광발전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어조조차 바뀌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비용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태양광 발전이 해결책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징후는 그동안 중지시켰던 여러 대규모 프로젝트의 허가 절차를 재개한데서 나타났다. 태양광발전을 전력망에 기생하는 존재라고 비판했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역시 어조를 바꿨다. 그는 태양광 발전이 전력망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상업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변화는 통계로 증명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26년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6GW의 발전 설비를 새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2025년의 53GW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점은 그 구성이다. 신규 설비의 절반 이상(43.4GW)이 태양광이며, 배터리 저장장치(24.3GW), 풍력(11.8GW)이 그 뒤를 잇는다. 천연가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약 6.3GW이다. 재생에너지가 미 전력망 확충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탄소중립의 수단이라는 명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재로 재정의되고 있다. AI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산업 연료이자,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안보 자산인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속도와 자립에 있다. 우리처럼 화석연료 매장량이 부족한 국가들에게 있어 태양광과 풍력이 이를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조차 실용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미 수립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할 때, 비로소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자립이라는 국가적 숙제 해결을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ekn@ekn.co.kr

“수소는 장기 산업, 일본은 이미 방향 정했다”…도쿄서 확인된 한일 탄소중립 전략 차이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장을 총괄한 오가사하라 노리히로(Ogasahara Norihiro) RX Japan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를 '수소'로 꼽으며, 일본 에너지 정책의 특징을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함께 가져가는 통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게 이번 전시회도 크게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차•수소 활용 기술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에는 빠졌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참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일본과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자동차들이 전시된 가운데 현대차의 수소차 NEXO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가 유독 높았다. 현대차는 오는 4월 일본 시장에 수소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으로, 일본 수소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현대차 임원진과 구매 담당자들이 대거 방문해 일본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며 “현대차 외에도 수소 분야에서 관련 기업들의 전시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앞으로 한일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수소를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외부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수소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며 두 에너지를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수소 산업은 탄소배출과 경제성 문제로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수소산업이 위축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의 수소 관련 협회들이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보급 목표는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반면 청정수소입찰(CHPS), 연료전지 등 수소 분야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은 통합 전략, 한국은 단일 축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수소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연료전지 비용은 일본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국가 정책상 반드시 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토요타 중심 산업 생태계, 정부의 지속적 지원, 장기 로드맵 기반 투자를 통해 수소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를 우선하는 전략이다. 최근 에너지 산업의 가장 큰 변수로는 AI와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일본은 데이터센터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수소와 ESS를 결합한 전력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계통용 ESS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스마트그리드 등이 함께 부각되며, 재생에너지·수소·저장장치가 결합된 통합 시장이 형성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한일 양국의 에너지 정책 차이는 수소 산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시장 중심 구조 △장기 정책 유지 △민간 투자 기반인 반면 한국은 △정책(규제) 중심 △경제성 중심 판단 △단기 성과 요구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은 투자 대비 빠른 수익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수소와 같은 장기 산업에서는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수소 산업의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 구조와 정책 지속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 기업 참여 감소도 확인됐다. 미·중 갈등과 일본과의 관계 경색 영향으로 일부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하면서, 한국과 일본 간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수소 분야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일본 수소차 시장 진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에너지 전환은 특정 발전원을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수소, ESS, 전력망을 결합하는 '통합 전략'의 문제라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중심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도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에너지 산업이 기술이 아닌 시장과 국가 전략의 문제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호남 40개 배전선로에 ESS 구축…태양광 추가 접속 숨통

전력망 포화 상태인 호남에 숨통이 트인다. 지역 내 총 40개 배전선로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결해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도록 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전망 ESS 연결 사업에 총 117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태양광은 설비용량 기준 최대 228메가와트(MW)까지 추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와 함께 지난 18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실이 발표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방안을 구체화한 사업이다. 사업은 포화 상태로 인해 배전선로 접속이 지연된 태양광 설비를 추가로 연결하기 위해 추진된다. 태양광은 낮 시간에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낮 최대 생산량 기준으로 배전선로 용량이 설정된다. 하지만 해가 진 저녁이나 밤에는 발전이 중단돼 배전선로가 유휴 상태가 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이에 ESS를 활용해 낮 시간에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일부 저장하고 저녁과 밤 시간에 이를 방전해 배전망 효율성을 높여 태양광의 추가 접속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에너지공단은 사업 참여 조건으로 가상발전소(VPP) 사업자를 요구했다. VPP는 태양광과 ESS를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VPP 사업자는 태양광 최대 5.7MW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ESS는 출력 4MW, 저장용량 20MWh 이상의 설비를 갖춰야 한다. 태양광은 배전선로에 신규로 연결하는 사업이거나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야 한다. 40개 배전선로는 광주·전남이 11곳, 전북이 29곳이다. 해당 선로는 모두 연결 대기 중인 재생에너지가 5.7MW 이상인 지역이다. VPP 사업자는 이 가운데 최소 3개에서 최대 7개 선로를 선택해 신청해야 한다. 다만, 배전선로별 허용 가능한 ESS 용량은 서로 다르다. VPP 사업자는 총 사업비의 50% 이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총 지원 예산은 1171억원이다. ESS 표준단가는 1MWh당 최대 5억8600만원으로, 개별 사업은 최대 117억원 범위 내에서 추진된다. 사업자 선정은 사업비, 설비 안정성과 성능, 국내 ESS 산업 기여도, AI 시스템 활용 등을 종합 평가해 이뤄진다. 사업 공고는 이달 말부터 5월 말 사이 진행되며, 최종 선정은 6월 중순에 이뤄질 예정이다. 전력거래소는 설명회에서 올해 하반기 육지에 도입 예정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ESS 차익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서는 전력도매가격(SMP)이 낮은 시간대에 충전하고 높은 시간대에 방전해 판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VPP 사업자는 ESS를 활용해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제주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배전망 구축 사업은 ESS 설치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만큼 사업자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VPP 사업자는 “사업비와 지원 규모가 매력적으로 설계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전망 인근 ESS 설치 부지 확보와 태양광 사업자(5.7MW 규모)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발전5사→발전공사로 통합’ 법안 발의…“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공기업을 한국발전공사로 하나로 통합하는 법안이 처음 발의된다. 흩어진 발전공기업을 한데 모음으로써 자산 및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중점 보급함으로써 석탄발전 폐쇄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의도이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발전공사법 발의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발전공사는 한국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로 합쳐 만든 발전사업 전담 공기업을 말한다. 발전공사에는 5개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모두 통합하고 화력발전을 줄여나가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정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의원들과 함께 발전공사법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발전공사는 지난해 12월 박해철 민주당 의원 등 15명이 발의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안'에서 정의한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주체가 될 계획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90% 이상이 민간 위주로 추진되자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발의됐다. 발전사업이 민간과 해외 자본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의원들과 시민단체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발전공사법은 국회에서 공공재생에너지법과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발전공기업은 여러 회사로 쪼개져 경쟁체제 속에서 운영돼 왔다"며 “하지만 발전공기업 간 경쟁은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비효율적 경쟁과 비용 증가를 낳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데에도 한계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전에서 5개 발전공기업이 분사됐다. 이는 발전부문에서 자회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점차 발전사업을 민간에 이양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도중에 중단됐고 5개 자회사만 남게 됐다. 정 의원은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의 한국발전공사로 통합해 공공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직접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미 국회에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된 만큼 이를 실행할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전공사법에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을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성규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정부는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 40기를 폐쇄할 계획"이라며 “발전소는 폐쇄되는데 발전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은 전무하다. 발전공사를 설립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해 폐쇄 발전소 노동자를 재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5개 발전공기업 통합 자체는 정부에서도 공감하는 사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7일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한전 발전공기업을 분리해 놓은 것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기후부는 발전공기업 통폐합 방안을 재정경제부와 논의 중이며, 1~2개 발전공기업으로 통합하거나 재생에너지공사를 신설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공사 신설보다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의 발전사로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5개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재생에너지 설비가 국내 전체 설비용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별도 공사를 신설하기에는 규모가 작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에 발의되는 발전공사법은 향후 다른 법안과 조율 및 수정 과정을 거칠 수 있지만 단일 발전공기업으로 통합하는 방안은 유지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법안에는 5개 발전공기업의 주식을 정부가 모두 매수하고, 32조원을 발전공사의 자본금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담겨 있어 재정 부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 5개 발전공기업의 주식은 100%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다. 발전공사가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 대규모 자본금 기반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문양택 기후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전공기업 재편방안' 토론회에서 “32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려면 국민적 공감대와 충분한 설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민간사업자뿐 아니라 민간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해온 기후환경단체와도 공공 역할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도 있다. 발전공사가 생길 경우 한정된 재생에너지 사업을 두고 공공과 민간 간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이란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하며 중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에 놀랐던 세계는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가 하루 만에 제거된 것에 경악했다. 이후 세계는 중동 석유와 가스가 움직이는 호르무즈로 옮겨갔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배럴당 60달러로 올해를 시작한 브렌트유는 전쟁 이후 최대 120달러 가까이 급등했다 9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 TTF 가스 가격은 단 2일 만에 100% 가까이 급등한 60유로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카타르 최대 LNG 시설 라스라판은 이란 공격으로 LNG 생산을 중단했고 마지막 레드라인이던 해수 담수화시설 쌍방 공격으로 공격 대상은 제한이 없어졌다. 전쟁은 온통 석유와 천연가스에 집중되어 있지만 호르무즈 봉쇄 일주일 만에 세계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빠르게 깨닫기 시작했다. 천연가스 생산이 중단되면서 카타르 LNG를 공급받지 못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의 비료생산이 줄어들거나 공장 가동 중단 위험에 빠졌다. 몬순 시즌이 시작되는 6월까지 비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 지역 식량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다. 인도는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설탕, 밀, 면화 2위 생산국이다.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은 세계 2위 비료 수출국이며, 반도체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세계 2위 헬륨 생산국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나프타 운송이 차질을 빚을 경우 여수·울산 등 국내 석유화학 단지 가동률이 낮아지고 이는 곧 반도체 공정용 소재 공급 지연으로 이어진다. 중동산 중질유 부족은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에 치명타를 주고 황산 부족을 야기해 구리, 코발트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망과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줄 것이다. 전 세계 공급량의 8%를 차지하는 연간 620만 톤의 중동 알루미늄 제련소 공급 중단은 전쟁이 끝나도 정상화까지 최대 1년이 걸린다. 이란 전쟁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에너지 '전환' 시대엔 화석연료를 악마화하며 마치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이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란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탄화수소 수송로가 막히자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 식량 공급에 필수적인 비료, 반도체 산업을 움직이는 헬륨,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송전선과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핵심 광물까지 우리 삶에 필수적인 거의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있으며 가격의 기록적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이미 2021년 유럽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일어났던 현상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간과했다. 이란 전쟁 이후 세계는 다시 에너지 안보 전략을 다듬을 것이며 한국 역시 이번 기회에 값비싼 교훈을 얻을 것이다. 첫째, 이제 에너지 믹스를 결정할 때 반드시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는 수십 년간 막대한 의존을 했던 중동 비중 감소와 미국 비중 증대를 의미한다. 둘째, 무리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기저 발전에 필요한 안정적이고 저렴한 연료 조달에 힘써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중국의 시큐리티 위안이며 이의 확장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공멸과 중국 지정학적 가치 상승에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자국 에너지 지배를 동맹국이 정면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전력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원전과 석탄 발전 가동을 이 기간 동안만이라도 최대로 올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안보의 가장 최우선은 수입선 다변화가 아닌 국내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이다. 이미 유럽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을 선택했지만 다시 러시아에게 손짓하고 있다. 이들이 북해 등 역내 개발을 꾸준히 했더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지 못했고 미국이 무리한 관세정책으로 에너지 수입을 강요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IEA는 2050년까지 석유 수요에 정점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수입 다변화 정책은 에너지 자립이며 에너지 주권 확립은 역설적으로 중동과 미국 탄화수소 의존도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해상풍력특별법 본격 시행, 준비기간 10년→5~6년으로 단축

해상풍력특별법이 처음 발의된 지 5여년 만에 시행된다. 해상풍력 계획입지제도에 따라 사업 준비 기간이 10년에서 5~6년까지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제도와 기존 사업자가 진행하던 사업 간 충돌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낼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26일 시행을 앞둔 해상풍력법을 뒷받침하는 하위법령 제정안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 보급은 정부가 주도하는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된다. 그동안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입지를 개발하고 인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주로 진행됐다. 지난 15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입지를 개발하고 민간사업자를 모집하는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도 도입됐다.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는 5개 지방자치단체(인천‧전남‧전북‧보령‧군산)가 신청한 7개 사업이 선정됐다. 반면 계획입지 방식은 정부가 입지를 개발하고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구조다. 계획입지에 따라 선정된 사업자는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와 전기사업 허가 등 28개 법령에 따른 42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현재 해상풍력 발전은 인허가부터 실제 상업 운전까지 통상 10년 정도가 걸리지만, 계획입지제가 도입되면 5~6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행령에는 △해상풍력발전위원회의 구성·운영 △해상풍력발전 예비지구 지정 절차 △민관협의회 구성 및 운영 △해상풍력발전사업자 선정 절차 △환경성 검토 절차 등 계획입지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규정됐다. 국무총리 소속의 해상풍력발전위원회는 예비지구 및 발전지구 지정 등 계획입지 전반의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한다. 지자체와는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민관협의회를 만들어 지역 주민과 이익을 공유할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어업인·주민 대표가 전체의 2분의 1 이상 참여하도록 의무화한다. 기후부는 법 시행일부터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 협력해 발전지구 후보지를 발굴할 계획이다. 풍력업계에는 전반적으로 해상풍력특별법 시행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특별법 시행은 사업 추진 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보다 안정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사업자들은 계획입지 선정 과정에서 기존에 사업자가 추진하던 사업과의 중복 문제를 우려해왔다. 풍력업계는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때부터 기존 사업자 보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정부가 정한 계획입지 해역에 이미 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자가 존재할 경우 해당 사업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사업 의지가 있는 사업자가 진행 중인 해상풍력 사업이 계획입지에 밀리는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기존 사업자나 지자체가 추진하던 집적화단지를 정부 계획입지에 편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해당 기준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기존 사업자 편입을 둘러싼 논란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2035년까지 해상풍력을 현재 0.4기가와트(GW)에서 2035년 25GW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신중론에도…독자 모델 개발 나서는 현대건설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둘러싼 업계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이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서며 에너지 사업 전략을 강화한다. 사업 초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은 각자 중장기적 전략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모양새다. 1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6일 시행 예정인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법)에는 인허가 규제 완화와 세제지원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으로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인해 개발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사전 계획 부재로 인한 난개발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는 특별법 시행 이후 입지 발굴에서 착공까지 전체 사업 기간이 10년에서 6.5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설명했다. 발전지구 지정 이후 사업자 선정부터 착공까지 3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봤다. 해상풍력 확대를 위한 정부의 유인책에도 업계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국내 1호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인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매매계약 체결이 지난 1월 최종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안정적인 수익 보장을 약속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1호 사업이 좌초되면서 후발주자들의 고심이 깊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반딧불이 프로젝트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울산항 남동쪽 해상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추진하던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에퀴노르가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이유를 두고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꼽았다. 부유체, 계류체, 다이나믹 케이블 등에 대한 기술 적립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매매계약 단가가 맞지 않았던 점도 지적됐다.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은 각자 강점에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을 내놓았다. SK에코플랜트·코리오 제네레이션·토탈에너지스가 공동 출자한 발전사업 포트폴리오 '바다 에너지'는 지난 1월 사업을 청산했다. 다만 사업 안정성이 비교적 높은 고정식 풍력발전 사업은 이어 나갈 방침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반도체·AI에 집중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친환경 사업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 종합 솔루션 기업을 강화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도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모양새다. 현대건설은 DNV의 에너지 전환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부유식 해상풍력이 2030년에 전 세계 14GW 규모로 상용화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에는 250GW 이상으로 가파르게 성장해 전 세계 해상풍력 발전량의 20%를 차지하는 시장가치 1조 달러 이상의 에너지 인프라 시장이 된다는 것이 현대건설 측 분석이다. 현대건설은 해상풍력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현대제철과 '부유식 해상풍력 독자모델 개발 및 기본설계인증(AIP) 획득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지난 13일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반딧불이 프로젝트 좌초 원인이었던 기술적 난제와 비용 측면을 그간 쌓은 해상풍력 실적과 공동연구를 통해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서남해 실증단지에서 최초 해상변전소를 세워 가능성을 확인했고, 제주한림 해상풍력에서 상업성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공동연구를 통해서는 콘크리트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의 부유체 개발을 통해 제작비를 기존 대비 20% 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건설은 하이브리드 부유체 설계와 부유체 부품을 정밀하게 제작하는 모듈러 제작, 급속 시공 기술 개발을 맡는다. 현대제철은 해상 풍력용 특화 강재 개발과 성능 검증을 수행한다. 현대건설은 이번 연구를 통해 부유체 설계 역량을 확보하고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 기반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부유체 개념 설계와 성능 해석을 포함한 기본설계를 향후 DNV 등 국제 선급기관으로부터 AIP 인증서 획득을 추진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도 포스코와 공동 개발한 부유체에 대해 DNV사로부터 AIP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약 0.3GW 수준만 설치된 초기 시장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다른 회사들은 사업에 속도 조절을 하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건설은 시장 불확실성에 공감하면서도 이번 투자를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최다 해상풍력 실적을 바탕으로 현재 390MW 규모의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국내 해상풍력 사업의 대형화, 고도화를 통해 해외 프로젝트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E칼럼] 에너지 위기에서 원전 가동률 높이기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기 때문에, 봉쇄가 단행되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물류비·물가·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원유뿐이 아니다. 천연가스(LNG) 공급에 병목을 만들 우려도 있다. 특히 LNG는 파이프라인 우회가 거의 불가능해 선박 운항이 멈추면 공급이 즉각적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고, 이들 원유가 대부분 호르무즈를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석유비축량은 약 200일 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소비량을 감안하면 약 2개월 분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다. LNG는 45일 그리고 석탄은 15일 분 정도이다. 반면 원자력발전을 위한 우라늄은 3년 분 정도가 비축되고 있다. 당장의 경제상황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정도에 따라서 민감하게 바뀔 것이다. 에너지 당국도 호르무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것은 대응이고 정책은 아니다. 에너지 정책에서는 이미 이런 상황이 고려되었어야 한다.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목적이 이러한 급변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0여년의 우리 에너지정책은 LNG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민간발전사 우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의 안정화 등은 결국 LNG 발전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온실가스 간접배출분을 포함하면 석탄발전과 LNG발전은 비슷한 수준임에도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고 LNG발전을 늘린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탈원전 정부에서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인 것도 재생에너지보다는 LNG 발전소 증가로 이어졌다. 천연가스 공급의 취약성 그리고 액화천연가스의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격의 폭등과 폭락이 빈번하다는 사실은 당연히 에너지 정책에 반영되었어야 할 것들이다. 지금 제시되고 있은 대응책은 석탄발전량과 원자력발전량을 늘리는 것이다. 석탄발전은 석탄발전량 80% 상한제를 해제하면 늘일 수 있다. 그런데 원자력발전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법률과 규제가 허락하는 최대치로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량을 더 늘리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원전가동률은 80% 수준이지만 더 오래된 원전을 운영하는 미국의 가동률은 90%가 넘는다. 원전 1호기당 불시정지횟수 등의 안전운전을 확인할 수 있는 간접적인 지표들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이 낮은 것은 규제의 문제이다. 규제의 문제는 규제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규제는 사업자와 규제기관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규제기관이 강하면 규제의 수준은 높아진다. 더 안전해진다고 볼 수 있다. 사업자가 강하면 규제의 수준이 낮아 지지만 경제성은 더 좋아진다. 이 양자의 팽팽한 밀고 당김이 당사자에게는 피곤한 일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최적의 안전성과 최고의 경제성을 얻게 해주는 것이다. 사람은 통제 본능이 있다. 즉 감독자는 피감기관을 점점 더 감독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그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통제의 욕구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검토하여야 한다. 30년쯤 전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자력발전사업자인 당시 한국전력이 구매하는 핵연료에 대해 검사하고 검사필증을 부여하였다. 문제가 있는 핵연료를 구매하면 운전상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는 어련히 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인수검사의 차원에서 검사할 것이었다. 그러나 규제담당자는 한사코 해당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후 검사필증을 부여했던 핵연료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규제를 폐지했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폐지하는 과정이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당 규제자의 밥줄 또는 다른 전문성의 부재에 의해서 결정될 필요는 없다. 원자력발전소 정기점검중 규제기관의 입회가 필요한 시점에서 규제자가 빨리 입회를 하거나 정기검사를 마치고 재가동 승인을 하는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으로 안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가동률을 높일 방안이 있을 것이다. 계속운전 심사 때문에 멈춰있는 원전이 있다면 심사를 가속할 방안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규제는 그대로 두더라도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것 등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또 미국은 어떻게 하길래 가동률이 90%가 넘는지를 보고 우리가 그렇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원자력발전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면 원자력계는 이에 부응하여야 한다. 정범진

[EE칼럼] 신규 원전 부지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지난 1월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는 응답률이 60.1%, 60.5%, 기존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신규원전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69.6%, 61.9%라는 두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을 뒤집으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신규원전 건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마침내 1월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제11차 전기본의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1월 30일 신규원전 2기와 소형원전 1기의 부지 확보를 위한 유치공모에 착수하여, 희망하는 지자체는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3월 30일까지 신청하도록 공지하였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다. 풍경 하나. 2003년 7월 22일 전북 부안군 수협 앞에서는 수천 명의 주민들이 모여 '핵폐기장 반대 부안군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단상에는 삭발을 한 여성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1990년 안면도, 1994년 덕적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다 실패한 정부는 2003년 울진, 부안 등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핵폐기장 부지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7월 2일 부안군의회는 유치신청을 부결시켰으나 7월 14일 부안군수가 산자부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7월 24일 산자부는 부안군 위도를 최종후보지로 발표하였다. 이에 주민들은 초중학생 등교 거부와 주민결의대회, 차량시위, 해상시위, 삼보일배 등 반대 운동을 확대해나갔다. 정부의 강행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는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절정에 달했다. 정부는 주민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거부하여 투표는 민간의 주관으로 시행되었다. 2004년 2월 14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91%의 반대가 확인되었다. 새로운 부지를 물색하던 정부는 2005년에 '3000억 + α'라는 지역지원 대책을 내세워 포항, 영덕, 군산 세 곳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89.5%로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주를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결정했다. 풍경 2. 2014년 8월 20일 김양호 삼척시장은 원전건설 신청 철회를 위한 주민투표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해 6월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시장의 공약이었다. 전임시장은 '원전건설은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안전행정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주민투표를 반대하다 그해 선거에서 현 시장에게 패했다. 삼척시민들은 삼척핵발전소 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반대 활동에 돌입했다. 원전 유치를 추진해온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2012년 10월 31일 실시되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개표도 하지 못하였다. 삼척시의 주민투표 요구는 2014년 9월 1일 안행부의 '국가사무' 유권해석을 내세운 삼척시 선관위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삼척시는 2012년 10월 석탄화력발전소 유치를 추진하던 경남 남해군이 주민투표를 실시해 사업을 백지화한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결국 민간기구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10월 9일 주민투표에 들어갔다. 투표에는 67.9%의 유권자가 참석하여 84.9%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주민투표가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무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원전 건설 추진은 어려워졌고, 5년 뒤인 2019년 5월 31일이 되어서야 산자부가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삼척시 대진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의결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불과 21세기 20년 동안 이런 전철을 겪고도 이번에 한수원이 공지한 후보부지 유치 공모를 보면 자치단체장이 해당 지방의회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신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떤 지원 대책을 내세워 주민들을 달래려 할지는 모르겠으나 원전 건설은 주민들의 생명 및 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사항이므로 주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신청은 현재 공지한 대로 받더라도 후보지 결정 과정에서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현지의 갈등과 대립을 줄이고 정책 수행 과정도 원활해질 것이다. 정부가 여론조사를 내세워 원전 건설을 추진하려면 다음 질문이 들어갔어야 마땅했다. “귀하가 사는 지역에 원전을 건설한다면 찬성하시겠습니까?" 신동한

지자체 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7곳 지정…11GW 규모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에 신청한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7개 사업이 총 11기가와트(GW) 규모로 선정됐다.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사업을 두고 개발사 선정 과정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토대로 2035년 해상풍력 25GW 보급을 달성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5개 지자체(인천‧전남‧전북‧보령‧군산)가 신청한 7개 사업을 재생에너지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로 조건부 지정한다고 15일 밝혔다. 7개 사업은 △인천 공공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0GW) △전남 진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1단계(1.5GW) △전남 진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2단계(2.1GW)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0GW) △보령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3GW) △군산시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0GW) △전남 신안 해상풍력 집적화단지(3.7GW)로 총 11.1GW 규모다. 7개 사업들은 2030~2035년에 상업운전을 할 계획이다. 11.6GW는 설비용량 기준 원전 11기에 달하는 규모이며 정부의 2035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 25GW의 44%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지난해 기준 0.4GW 정도에 불과하다. 집적화단지란 지자체가 발전사업 입지를 개발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 개발사를 선정하는 구역을 말한다. 보통 개발사가 발전사업 입지를 개발하고 주민 수용성 확보와 지자체로부터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구조와는 다르다. 집적화단지는 지자체가 주도해 개발한다는 점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와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부는 해당 사업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최대 0.1 추가 부여한다. 해상풍력의 기본 REC 가중치가 2.0임을 고려하면 REC 수익을 약 5% 추가로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기후부는 해당 사업에 공동접속설비 구축 등 전력망 연결을 지원한다. 다만 기후부는 일부 해역에 군 작전성 협의 등이 필요한 만큼 국방부와의 협의를 조건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군과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정이 철회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번 집적화단지는 오는 26일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지정됐다. 앞으로는 해상풍력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는 발전지구가 추진된다. 발전지구는 정부가 직접 입지를 개발하고 지자체 및 주민들과 협의해 개발사를 선정하는 사업이다. 집적화단지로 지정된 사업이 발전지구로 편입되는 것도 가능하다. 각 지자체들은 집적화단지를 직접 추진하는 만큼 지역 공기업 및 민간 개발사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각 지역 인근 해역에서 해상풍력을 개발 중인 개발사들이 선정 과정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발사 선정에 난항을 겪을 경우 이후 발전지구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심진수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정부는 이번 집적화단지 지정 이후에도 관련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상풍력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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