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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안보 힘’ 갈수록 약화…가행광산 10년간 1313개 문 닫아

우리나라의 자원안보의 힘을 높이는 자원 수급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가행광산 수가 10년전보다 22%나 감소했다. 다만 높은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텅스텐, 몰리브덴 광산의 종업원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광해광업공단의 '2024 광업요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광구 수는 2013년 5269개에서 2023년 3956개로 1313개(2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운영 중인 가행광산 수는 414개에서 322개로 92개(22.2%) 감소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자체적인 자원 수급력이 약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광업계 종업원 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종업원 수는 2021년 5589명에서 2023년 5088명으로 501명(약 9%)이 줄었다. 같은 기간 금속광산 종업원 수는 394명에서 352명으로 42명(10.7%)줄었고, 비금속광산 종업원 수는 3569명에서 3484명으로 85명(2.4%) 줄었다. 다만 텅스텐광산 종업원 수는 2021년 3명에서 2023년 22명으로 늘었고, 몰리브덴광산 종업원 수도 2021년 62명에서 2023년 72명으로 늘었다. 텅스텐은 공구강이나 군 무기로 사용되는 초경합금의 원료로, 매장량과 생산량이 중국에 쏠려 있어 매우 중요한 핵심광물로 분류된다. 텅스텐의 국가별 매장량을 보면 중국 230만톤(비중 52.2%), 호주 57만톤(12.9%), 러시아 40만톤(9.1%), 베트남 7만4000톤(1.7%) 등이다. 텅스텐 생산량은 2023년 기준 총 7만8000톤 가운데 중국이 6만3000톤으로 80.8%를 차지했고 이어 베트남 3500톤, 러시아 2000톤, 북한 1700톤, 볼리비아 1500톤 등이다. 몰리브덴도 철계 합금용으로 많이 쓰이며, 반도체나 윤활제, 의학용으로도 사용된다. 석탄광산 종업원 수는 석탄공사 소속이 2003년 3255명에서 2023년 892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민영탄광 소속원이 3347명에서 728명으로 줄었다. 국내 금속자원 생산량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 생산량은 3864톤에서 481톤으로 감소 △아연 생산량은 8213톤에서 1615톤으로 감소 △티타늄 생산량은 29만5987톤에서 20만213톤으로 감소 △금 생산량은 181kg에서 42kg으로 감소 △은 생산량도 5242kg에서 2322kg으로 감소했다. 인상흑연 생산량은 2019년 302톤에서 2021년 1만485톤으로 크게 증가했다가 2023년에는 전혀 생산되지 않았다. 반면 △철은 34만2345톤에서 50만3647톤으로 증가 △몰리브덴 생산량도 494톤에서 628톤으로 증가 △황철석 생산량 역시 36톤에서 53톤으로 증가했다. 광산업체는 규모가 작을수록 근로일수가 많고 임금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5~9인 규모는 근로일수 21.5일, 임금 약 387만원 △10~29인 규모는 근로일수 20.5일, 임금 약 420만원 △30~99인 규모는 근로일수 20.4일, 임금 482만원으로 조사됐다. 2023년 4분기 기준 광업 종사자들의 월평균 임금액은 석탄·원유·천연가스광업 약 537만원, 금속광업 약 472만원, 비금속광업 약 432만원, 광업지원서비스업 578만원으로 전체 평균은 454만원으로 나타났다. 금속광산 수는 총 233개로, △금 95개로 가장 많고 이어 △철(티탄철) 31개 △연·아연 30개 △동 27개 △텅스텐 17개 △은 13개 △사금 9개 △몰리브덴 5개 △망간 2개 △주석 2개 △안티몬 1개 △희토류 1개로 나타났다. 매장량은 △철 5468만톤(가채매장량 4416만톤)으로 가장 많고 이어 △희토류 2597만톤(2018만톤) △연·아연 1698만톤(1345만톤) △텅스텐 1537만톤(1190만톤) △은 790만톤(617만톤) △몰리브덴 615만톤(491만톤) △금 592만톤(452만톤) △동 228만톤(165만톤) △주석 44만톤(31만톤) △망간 36만톤(25만톤) △안티몬 2만톤(2만톤) △사금 2857kg(2000kg) 등으로 나타났다. 다만 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이 매장량은 순수 금속자원이 아닌 광석 기준임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텅스텐 매장량은 1537만톤인데, 품위 0.54%를 감안하면 매장량은 8만2998톤이 된다. 캐나다 자본이 지배하는 알몬티대한중석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상동광산에서 텅스텐 생산에 착수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체코원전은 시작일 뿐…K-원전 세일즈 다시 나선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라는 국정 목표를 내세웠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와 무관하게 체코 신규원전 우선협상자 선정은 우리 원전업계의 경쟁력을 확인한 분명한 성과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 업계는 정국과 무관하게 국가의 대표적 먹거리인 원전 수출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국내에서는 탈(脫)원전을 선언했지만 해외 원전수출은 적극 추진했다. 체코 우선협상자 선정도 전, 현 정부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 여러 국가들의 문을 꾸준히 두드린 결과라는 쾌거이다. 1일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60여기의 원전 건설이 계획돼 있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사례에서 보듯 건설역량, 원자로 기술, 가격 경쟁력 등을 종합할 때 이 중 약 70기를 수주할 실력과 경험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수출 역량이 있는 국가는 사실상 러시아, 일본, 프랑스, 미국, 중국, 한국 이외에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 체코에 이어 다음 수주로 유력한 국가는 마찬가지로 동유럽 국가인 폴란드다. 국영 폴란드전력공사(PGE)는 민영 발전사인 제팍(ZE PAK)과 함께 한수원과 협력해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가압경수로(APR1400) 2∼4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PGE와 제팍은 2022년 10월 한수원과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당시 원전 1기당 건설비 5조∼7조원대로, 전체 수주액이 10조∼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폴란드 측이 원전을 완전히 사는 방식이 아니라 한수원의 지분 참여율을 49% 가까이 희망하는 상황이어서 한수원은 투자 여력, 경제성 등을 따져보며 폴란드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원전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한 루마니아로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2023년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측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와 관련해 한수원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5년까지 원전 12기를 건설할 예정인 튀르키예 역시 한국의 적극 수출 공략 대상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월 튀르키예 정부에 원전 건설 프로젝트 예비 제안서를 냈다. 한전과 튀르키예 정부는 튀르키예 북부 지역에 1400MW 규모의 APR1400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논의 중으로, 올해 공동 타당성 조사를 거쳐 합의가 이뤄지면 양해각서(MOU) 체결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영국 등지에서 추가 원전 수주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영국과 사우디 수출사업은 한국전력이 추진하고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2030년까지 3기가와트(GW) 규모의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21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한전이 2017년 12월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했지만 6개월 만에 상실했다. 이후 아직까지 우선협상자 선정을 위해 여전히 일본 도시바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는 탈석유 에너지 계획 기조 아래 2030년까지 200억~300억달러(약 22조~34조원)를 투입해 1.4GW급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예비사업자 선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전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은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동은 최근 고유가로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월드컵 개최, 신규원전 수주, 네옴시티 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 사우디원전지원센터 관계자는 “예비사업자 발표 지연에 대해 사우디 측에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일단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측은 내심 우리나라가 이웃 국가인 UAE에 수출한 'APR1400' 원자로 도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웨스팅하우스는 자국에서도 원전 건설 기한을 맞추지 못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UAE에서 건설기한 내에 완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UAE도 바라카 1·2·3·4호기에 이어 5·6호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우디 측은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이웃 국가인 UAE에 수출한 'APR1400' 원자로 도입을 원한다"며 “무엇보다 웨스팅하우스는 자국에서도 원전 건설 기한을 맞추지 못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UAE에서 건설기한 내에 완공한 경험이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으로 우리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최종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 리스크는 큰 악재"라며 “자칫 불리한 조건에 계약하지 않도록 한덕수 대행과 관계부처 장관들은 물론 여야가 협심해 협상 주관과 금융지원, 포괄적 경제협력, 외교협력, 원자력 인력양성, 인허가 지원 등을 총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한울 3·4호기의 차질없는 건설 완료를 통해 탈원전으로 인한 우리나라 원전 산업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도입국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안한 정국과 함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도 불안요소다. 다만 산업부는 별도 채널로 갈등 해소와 전략적 협력을 타진하는 노력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으며 원만한 문제해결을 자신하고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는 자체 시공 능력이 부족해 독자적으로는 해외에 원자로를 건설해 수출할 능력이 없다"며 “한수원이 해외 사업의 최고의 협력 파트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연 360조 규모’ 국제 배출권시장 첫발…韓, 자발적 감축시장 활성화 나서야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기후협정 6조가 합의됨에 따라 탄소 감축을 본격적으로 시장화, 산업화 할 수 있는 '국제 배출권시장'이 본격 출범을 앞두게 됐다. 연간 2500억달러(약 36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우리나라도 자발적 감축시장을 활성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6조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6.2조는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자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규정이고, 6.4조는 시장 기반의 중앙집권체제의 탄소거래 메커니즘, 즉 국제탄소시장 설립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는 이번 합의를 통해 연간 2500억달러 규모의 거래와 50억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배출권시장은 각국이 감축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배출권 거래제와 자발적 감축시장을 통해 국제 배출권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이나 기관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확보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산림 조성,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다양한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생성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도 탄소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 배출권 시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국제 배출권시장에 발맞춰 제4차(2026~2030년)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계획은 국내 감축 목표 달성을 넘어 국제 배출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상할당 확대와 배출허용총량 설정 등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을 포함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대표적 정책으로, 배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거나 남은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감축 유인을 강화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배출권 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배출권의 무상할당 비율이 높으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줄어들지만, 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감축 유인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내 배출권 거래제가 강화될수록 제품 단가가 상승해 해외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제품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보호무역과 친환경 정책 간의 상충 관계를 면밀히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이 강화될 경우, 환경 규제와 시장 접근성 간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국제 시장 참여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교수는 “유상할당을 확대해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감축 여건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내 배출권 시장은 국제 시장과의 조화 속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시장 안정화 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시장 안정화 매커니즘(MSR)을 통해 배출권 초과 공급 문제를 해결하며 가격 변동성을 줄여왔다. 한국도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 감축시장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발적 감축시장은 기업이 국내외에서 시행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대해 배출권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국제 시장에서도 그 활용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기업이 자발적 감축시장을 통해 국제 배출권 시장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자발적 감축시장이 활성화되면 한국의 기술력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발적 감축시장은 해외 프로젝트와 연계해 한국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이를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장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감축한 온실가스를 국제 기준에 따라 배출권으로 인정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특히 국제 국제 배출권 시장은 연간 약 2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국제 협력의 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4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을 통해 배출허용총량 설정, 유상할당 확대 등 국내 배출권 시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자발적 감축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감축 성과를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국제 배출권 시장은 각국의 감축 노력을 연계하며 글로벌 협력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4차 배출권거래제 확정…감축목표, NDC보다 더 강화

탄소배출권거래제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오는 2031년부터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보다 강화되는 방안이 검토된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NDC에서 정한 온실가스 감축비율보다 더 높은 감축비율을 부여받을 수 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NDC 달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검토되는 사안이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는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5)'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배출권거래제란 온실가스 다(多) 배출기업을 대상으로 배출허용량을 정하고 여유·부족 기업 간의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4%가 배출권거래제로 관리된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은 크게 4차 할당계획 기간(2026~2030)과 5차 할당계획 기간(2031~2035)으로 나뉜다. 5차 할당계획 기간부터는 배출권거래제 감축목표를 NDC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부 관계자는 “NDC가 설정되면 NDC의 부문별 감축목표의 비율에 따라서 배출권거래제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들이 주로 배출량이 많고 더 감축 여지가 많다"며 “배출권거래제로 배출량을 조금 더 줄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NDC에서 만약 2018년 대비 2031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하는 목표로 잡았다면 배출권거래제에서는 45%보다 더 높은 감축 비율을 설정하겠다는 의미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4%를 관리하고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24%는 배출권거래제로 관리할 수 없기에 NDC대로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보장이 없다. 배출권거래제 규제로 관리되는 74%가 더 많이 온실가스 감축을 해줘야 2031년 이후에 NDC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배출권거래제로 관리되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 기업들은 자발적 탄소시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만큼 배출권거래제처럼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강요하지는 못한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은 규제 자체가 3차 기간보다 강화된다. 4차 할당계획 기간에 그간 배출허용총량 외로 편성하던 '시장안정화 예비분'을 배출허용총량 내로 포함해 배출허용총량 설정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배출권을 돈을 받고 판매하는 유상할당의 비율은 부문·업종별 여건을 고려해 차등적으로 확대한다. 3차 기간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은 최대 10%였다. 특히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한다. 발전 외 부문은 업계 경쟁력, 감축기술 상용화시기 등을 고려해 유상할당 상향수준을 조정한다. 5차 할당계획 기간에는 국내 배출권거래제 강화로 다른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은 탄소누출업종에 대해 산업보호조치를 도입한다. 배출권 할당체계의 개편도 이뤄진다. 4차 할당계획 기간 동안 온실가스 배출효율이 우수한 기업에 유리한 배출권 할당방식인 '배출효율기준(BM) 할당'을 참여대상의 75% 이상으로 확대한다. 배출권거래제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4차 할당계획 기간부터 배출허용총량의 부문을 전환·산업·건물·수송·폐기물·공공기타 등의 6개 부문에서 발전·발전 외 등의 2개 부문으로 단순화한다. 유상할당 판단기준은 업체 특성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해 대상 구분을 업체에서 사업장 기준으로 바꾼다. 배출권가격이 너무 낮아지지 않도록 시장 기능도 키운다. 4차 할당계획 기간부터는 이전 계획기간 대비 배출권 이월을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제3자의 시장 참여를 확대한다. 배출권 위탁거래, 선물거래 등 다양한 거래 형태를 안착시킨다. 다만, 5차 할당계획 기간에는 배출권 이월제한제도 등의 폐지를 검토한다. 배출권 수급균형을 조정하는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는 4차 할당계획 기간부터 시행된다. 환경부는 이번 4차 기본계획을 토대로 배출허용총량, 유상할당 비율 등 구체적인 수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4차 할당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탄핵·참사 여파에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 안 하기로

12월 중 발생한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에 최근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각종 연말연시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업계의 2025년 신년인사회 개최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를 2025년에는 개최하지 않을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시국의 영향으로 산업부에서 주관하는 전체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는 개최하지 않을 예정이다. 개별 업계별로는 일부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부 장차관 일정은 2일 정부 시무식, 3일 산업부 시무식 일정만 잡혀 있다. 집단에너지업계도 신년인사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집단에너지협회 측은 “2025년도 신년인사회는 지난 12월 13일 개최한 집단에너지의 날로 갈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자력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원자력계 신년인사회는 2025년 1월 10일, 도시가스협회가 주관하는 도시가스업계 신년인사회는 1월 17일로 예정돼있다. 매년 개최된 이들 업계 신년인사회에는 산업부 장관과 차관이 참석해 업계의 노고를 격려하고 에너지산업의 발전과 화합을 도모해왔다. 다만 올해는 이 행사들도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2025년 에너지업계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비용이 크게 증가한 여파가 반영되는 등 여러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으로선 수입비용 증가가 요금 등 시장가격에 반영되길 바라지만 최근 정국이 너무 불안정해 정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지만 민생안정을 위해 에너지업계가 정부와 협력해 더욱 노력해야 할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새해 날씨] 전국 구름 많고 큰 추위 없어

기상청에 예보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 날씨는 전국에 구름이 많겠으나 강원 동해안과 경상권 지역은 대체로 맑을 예정이다. 동해안 지역의 날씨가 맑아 아침 해돋이를 보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는 눈이 내릴 전망이다. 늦은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는 강원 중·북부 산지에는 1cm 미만의 눈이 내리고 그밖의 강원 내륙.산지에는 0.1cm 미만의 눈이 날릴 것으로 예보됐다. 수도권 지역의 최저기온은 영하 2도(℃), 최고기온은 8도로 비교적 따뜻한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맑은 날씨는 충남권과 전라권을 제외하고 내년 1월 3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 권역이 '좋음'∼'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실시간으로 기후 붕괴…극단적 기후 더 늘어날 것”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며,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 10개가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구 가열화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극단적 기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탄소 배출 감축,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 10개가 지난 10년 동안에 발생했으며, 특히 올해는 그 10개 가운데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WMO의 '2024년 전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4(±0.13)도 높은 상황이다. 기존까지 가장 뜨거운 해였던 지난해의 1.45도보다도 높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치명적인 폭염의 10년을 방금 지나왔다. 2024년을 포함해 가장 더운 해 10개가 모두 지난 10년 안에 기록됐다"며 “이것은 실시간으로 진행 중인 기후 붕괴이다. 2025년에는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전 세계는 기록적인 폭우, 홍수, 폭염, 산불 등 극단적인 기후 재난으로 몸살을 앓았다. 프랑스령 마요트에서는 열대성 사이클론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50°C를 초과하는 폭염이 수십 개국을 강타했다. 특히 올해 발생한 주요 기상 재난 29건 중 26건이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약 3700명이 사망했고,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 When Risks Become Reality: Extreme Weather In 2024(위험이 현실이 될 때: 2024년 극단적 날씨)에 따르면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한 폭염 일수가 41일 더 늘었으며, 이는 인간 건강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지속 가능한 발전의 모든 측면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기후 위기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공급 부족 문제가 나타났고, 가뭄으로 인해 벼와 과수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올해 8월에는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대규모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가을에는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배추 등 채소 작물의 생장 주기에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WMO는 이러한 극단적인 날씨에 대응하기 위해 '모두를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시 프로그램(Global Greenhouse Gas Watch)을 통해 기후변화 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5년 WMO 창립 75주년을 맞아 유네스코와 함께 '국제 빙하 보존의 해'를 선포하며 얼음 영역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더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이달 WMO 본부에서는 15개 국제기구와 12개국을 포함한 전문가 그룹이 모여 극심한 더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프레임워크를 논의했다. 이는 유엔 사무총장의 '극심한 더위 대응 행동 촉구(Call to Action)'에 따른 것이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온난화는 단순히 온도 상승에 그치지 않고, 극단적인 기후 현상과 재난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매 순간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신년사] 이상훈 에너지공단 이사장 “튼튼한 에너지안보 확보, 기업 탄소감축 부담 완화 지원”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 에너지안보를 확립하고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30일 내년 신년사로 “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수요관리 대응을 통해 튼튼한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혁신적인 다소비 산업 부문의 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글로벌 탄소 규제로 인한 우리 기업의 온실가스감축 및 해외 진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보급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 개편 등 질서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추진하고, 소상공인‧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고품질의 데이터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분야 디지털 혁신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하여, 올 한 해 원하시는 목표와 소망을 모두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해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에너지 산업의 발전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헌신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에도 국내외 정세의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 속에서 직면한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에너지안보, 환경, 기술혁신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글로벌 동향과 정책 변화에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수요관리 대응을 통해 튼튼한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혁신적인 다소비 산업 부문의 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글로벌 탄소 규제로 인한 우리 기업의 온실가스감축 및 해외 진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보급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 개편 등 질서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추진하며, 소상공인‧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적극 발굴토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고품질의 데이터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에너지분야 디지털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상황은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의미합니다. 새해에는 탄소중립 실현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산업을 위한 모든 이들의 노력과 혁신으로,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는 뜻깊은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길 잃은 RE100㉕] “전기요금 감당 되겠나” vs “기업에 RE100 전력 자유거래 필요”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이 오르면 국민적 반감이 커질 수 있다." “기업이 더욱 자유롭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거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 등 정세가 불안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시장에도 차질이 생기거나 반대로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RE100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RE100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윤 정부에서 RE100의 대안으로 제시한 CF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원전, 청정수소 등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강조하고 있다. RE100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은 RE100은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에 따라가는 흐름 속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이라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자유롭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도록 해주면 기업들이 RE100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저울질해서 알아서 RE100을 실천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경제는 지난 26일 RE100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로부터 시장 전망과 정책 개선점을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이하 유)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이하 최)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이하 진)가 참석했다. ◇ “RE100 정권에 따라 큰 변화 없을 듯"···“2~3년은 어려을 것" - RE100의 전망에 대해 듣고 싶다. ▲ 진: 뉴욕에서 RE100 인센티브가 출범한지 올해로 10년, 우리나라에는 도입된지 딱 5년이 됐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상당히 도전적이고 야심차게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트럼프나 우리나라 정권에 변화가 있다 해서 RE100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 본다. RE100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돈을 더 벌려고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기후 리스크를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된다고 보기에 비싸더라도 재생에너지 전기를 쓴다 ▲ 최: 친환경 깨끗한 에너지로 100%가 된다면 누가 마다하겠나. 하지만 지금 시장 상황은 조금 어렵다. 올해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와 미국 대선이 있었다. EU 의회는 극우와 우파가 득세를 하고 지지세력이 유지되고 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트럼프 인수위 전환팀에 전부 기후위기가 사기라는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석탄발전에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알아서 그냥 폐지했다. 유럽 같은 경우도 탄소국경세, 산림 벌채법 전부 연기되고 있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이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 금리에 취약하다. 최근 금리가 너무 높고 공급망 비용이 한 40% 정도 올라가니 기업들도 프로젝트 자체를 줄이고 있다. 공급망, 고금리 문제가 해소되면 RE100이 다시 추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향후 2~3년은 굉장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유: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RE100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삼성전자로 예를 든다면 애플 때문이다. 애플이 RE100을 안하면 납품을 안받겠다고 하니까 그렇다. 아모레퍼시픽도 RE100에 가입했는데 로레알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다. 로레알이 RE100을 선언하니 우리가 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이 안팔린다는 것이다. RE100도 중요하다. 다만, RE100은 온실가스 저감이 목표이기 때문에 결국 무탄소, 저탄소 전원을 폭넓게 인정하는 형태로 확대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에서 원전 전기를 쓴다. 아마존도 미국 정부에 원전 전기를 더 달라고 요청했다. ◇ “재생에너지 전력 보낼 송전선로 부족…정치권 해결 어려워" - 송전망 등 전력인프라 구축 지연으로 RE100이 잘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 전기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사업들의 신규 허가 신청 건수 가운데 많은 건들이 불허되고 있다. 송전선로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 풍력 대부분 다 호남하고 영남에 집중돼 있는데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선로가 부족하다. 단기간에 확충하기도 어렵다.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탄력을 받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반면에 이걸 더 중요시 여길 거라는 지적도 있긴 하다. ▲ 최: 계통문제는 RE100 찬성이나 반대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시선은 발전부분에 제한돼 있다. 발전소를 늘리려고 서로 격돌하는 데, 실질적 문제는 계통에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계통 문제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그렇다. 유럽이나 미국을 포함해 계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빨라야 10년 이상, 거의 20년 걸린다. 이미 외국에서는 님비가 아닌 '바나나'를 얘기한다. 님비는 우리집 앞마당은 안되지만 다른 곳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나나는 그냥 어디에든 아무것도 짓지 말라는 의미다. 송전망의 지역 수용성이 굉장히 떨어졌다. 우리가 돈을 얼마나 내야 하느냐도 문제다. 지난 정권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 1248조원이 들어간다 했다. 이것을 인구 50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2500만원이다. ESS까지 안가더라도 송전망 구축에 한전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100조원이 된다고 한다. 이것도 최소한이다. 계통 확대 비용으로 전기요금이 점차 오르기 시작하면 국민적 반감이 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 진: 기업재생에너지재단에서 RE100 매칭 포럼을 하고 있다. RE100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이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가격도 많이 올랐다. 전력인프라는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RE100이 탄력 받기는 어렵다.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거버넌스 문제인 것 같다. 거버넌스가 민간에 더 이전돼서 민간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에너지에 정치가 끼어있다 보니 전문가들과 공무원도 움직이지 않는 게 학습돼 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는 게 아쉽다. -윤석열 정부는 RE100 대안으로 CF100을 제시했다. ▲ 유: 문재인 정부 때 재생에너지가 연간 3.5기가와트(GW)씩 늘어났다. 윤 정부 들어서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됐는데 거기에는 연간 5.3GW 목표로 잡았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는 연간 6.3GW로 또 올랐다. 윤 정부가 오히려 문 정부보다 공격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제시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서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 한들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다. 윤 정부에서는 RE100 대안으로 CF100을 제안했다. 동양에서 글로벌 규범을 얘기해서 된 사례는 거의 없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얘기해서 된 거는 없다. 일단 윤 정부에서는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관심을 보이고는 있다. CF100은 개별 국가의 인정보다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인정해야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진: CF100이라도 잘됐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CF100도 기업들 평판이 올라가면 하는 거고 떨어지면 안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하는 CF100이 글로벌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겠는가 궁금하면 애플, 삼성, 현대차에 물어보면 된다. RE100은 규제가 아니다. ▲ 최: 유럽에서는 지금 재생에너지파하고 원전파가 싸우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쪽은 재생에너지를 넓혀야 한다는 쪽이고 프랑스는 원전으로 가자는 쪽이다. 정권에 상관없이 시장에 따라 에너지정책이 흘러가면 좋은데 트럼프가 가진 파워가 너무 세다. 미국 공화당은 올해 초에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서한을 보내면서 재생에너지를 옹호하느라 전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왜곡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등을 어떻게 썼는지 보고하라고 압박했다. RE100이던, CF100이던 기후의제가 트럼프 2기에서는 지금처럼 메인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유: IEA 밑에 청정에너지장관회의(CEM)가 있는데 거기서 CF100이 공식적으로 의제로 채택됐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 의장국이 됐다. 내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이고 APEC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니 한번 CF100으로 글로벌 규범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APEC 정상회의에서 탄력을 받으면 CF100으로 갈 수도 있고 못받으면 좌초될 것 같다. ◇ “기업들에게 전력 살 자유 줘야…재생에너지 비용 낮추는 게 관건" -RE100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할 정책은 무엇이라 보는가. ▲ 진: RE100을 할 때 재생에너지는 기업 의지로 빠르게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원전은 새로 들어오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RE100을 할때 자꾸 정부 정책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RE100의 전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다. RE100 관려해서 정부한테 해달라는 건 없다. 단지 전기를 사고팔 때 자유롭게 해달라는 거다. 자유롭게 거래를 해달라는 건 어떻게 보면 보수 정부의 정책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교해보면 거기서는 되는 데 국내는 안되는 게 태반이다.이번 정부 들어서 RE100이 오히려 잘될 줄 알았다. 전력시장의 자유는 보수정부의 색깔과 잘 맞는다. 최근 HD현대와 영암군하고 얘기를 해본 적이 있다. 영암군에서 영암호 태양광을 개발하고 민원과 계통 해결해서 HD현대에 일반 전기보다 더 싸게 공급을 해주겠다고 했다. 해남군에서도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할 때 일반 산업용 전기보다 더 싸게 해주겠다고 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165원이 넘어가지 않았나. 재생에너지 사업은 발전사업자가 지역 혜택제공 없이 발전만 하니까 민원이 생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일부 공장을 RE100 발전지역으로 옮긴다고 하면 이를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발전사업자와 기업의 개념하고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정의가 많이 다르다. 지자체 차원에서 주민들의 의식 전환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이뤄어지도록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 최: 우리나라가 제조업 기반이다 보니까 굉장히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태양광과 풍력이 우리나라 제조업에 100%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급이 될수 있을 것인가가 걱정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랑 변동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백업 전원이 필요하다. 지역 수용성 문제를 해결해도 비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일단은 송전망부터 구축을 빨리해야 할 것 같다. ▲ 유: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 재생에너지도 급전 지시에 따라 가동되는 중앙급전화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급전지시로 재생에너지를 껐다, 켰다 해야 되고 배터리를 설치해서 전기를 저장하고 보내기도 해야 한다. 또한, 경매제도가 도입돼서 현재 가격을 좀 낮춰야 된다고 본다. 정부가 추진하는 CF100도 나름 의의가 있다. 다만 우리 혼자만 주장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일본 제조기업들도 참여시키고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 진: 현재 재생에너지 전력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 때문에 비싼 것이고 RE100하고는 상관이 없다. RE100에서는 가격 결정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도 구매하지만 대부분 전력구매계약(PPA)이다. 기본적으로 RE100을 하는 기업들은 RPS를 없애기를 바란다. ▲ 유: 우리가 모델로 얘기하는 게 호주를 보면 청정에너지공사를 설립했다. 우리나라도 그런 공사를 만들어서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PPA를 하고 그런 전략은 어떻겠는가. ▲ 진: 재생에너지 입장에서 RPS와 같이 어떤 제도라도 다양하게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일반 전기 소비자의 부담을 갈수록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최: 시장에서 기존 플레이어들과 신규로 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이끌어주면서 잘 나가야 하는데 실제로 보면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용량은 고정돼있다 보니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수록 시너지가 나면서 이익이 많아지는 게 아니다. 최근 풍력이 대형화되면서 결함이 발생했다. 결함이 발생하니 설치선, 부품 운반비용 등을 포함해 비용이 더 올라갔다. 지멘스에너지가 2026년까지 우리가 계속 손실을 봐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RE100을 달성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금 유럽에서 바람이 없고 햇빛도 없는 둥켈플라우테가 이슈다. 태양광과 풍력 전력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11월 둥켈플라수테로 전력도매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1000유로로 올라갔다. 전력도매가격에 1000유로를 넘긴 건 2021년 에너지 위기 이후 처음이다. 재생에너지가 클린에너지라는 데에는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를 급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방법론이 잘못돼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그런 문제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유럽과 미국과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발생할 수 있다. ▲ 진: RE100 문제는 정치적 논쟁에서 빠졌으면 한다. RE100은 기업들이 안하면 힘들다니까 하는 것이다. 특별하게 세금이 들어간다면 문제지만 자기 비용으로 하겠다는데 그것까지 못하게 안 도와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원희·전지성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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