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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기후 적응 적극 지원…2028년까지 기후위험 분석 플랫폼 구축

정부가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계의 기후 리스크 관리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 대책(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이 지난 22일 최종 의결됐다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23일 공개했다. 이번 대책은 기후재난 대응을 넘어, 산업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우선 산업계가 기후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기술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후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후적응협의체'를 중심으로 업종별 현장 수요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응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한 규제나 권고가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분석 도구와 금융 지원을 함께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특징이다. 정부는 특히 오는 2028년까지 기업 전용 '기후위험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 제공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기업은 공장이나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장기 기후 변화 전망을 바탕으로 폭염·홍수·가뭄 등 기후 위험이 전력 사용량이나 생산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향후 기후 공시와 경영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어, 기업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 역량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국제적으로는 기업의 기후 위험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는 거버넌스·전략·위험관리·지표 및 목표의 4대 요소를 중심으로 전환 리스크와 물리적 리스크를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관리하도록 권고해 왔다. 국제 회계 기준(IFRS)의 기후공시(S2)는 이러한 TCFD 구조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이를 국제 회계기준 수준으로 표준화했다. 기후 리스크가 기업의 현금흐름과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투자자가 명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구체적 공시를 요구한다. 특히 시나리오 분석과 스코프(Scope) 1·2·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는 핵심 의무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서 단계적 공시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 지원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기반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연관된 경제활동에 대해 녹색채권,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등 금융상품을 활성화하고, 이차보전 방식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후 대응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이고, 관련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산업 현장을 위해서는 기상 정보를 보다 정밀하게 제공해, 발전 효율 저하나 설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지원한다. 산업계 지원은 국가 기반시설 혁신과도 맞물려 추진된다. 정부는 과거 기상 자료에 의존해 설계됐던 댐·하천·항만·건축물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의 기준을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반영해 강화할 예정이다. 이는 산업단지와 물류 인프라의 안정성을 높여, 기후재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붕괴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홍수 예보 확대와 도로 살얼음 예측 등 첨단 재난 대응 체계 역시 산업 활동의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아울러 정부는 농·어업 분야를 포함한 1차 산업에 대해서도 기후 적응형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 스마트 과수원과 자동화 양식장 등 지능형 생산시설 보급을 확대하고,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과 확산을 병행함으로써 농·수산물 수급 불안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는 식품 원료를 사용하는 제조업과 유통 산업 전반의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호현 기후부 제2차관은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산업과 생업, 국가 경쟁력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정부는 산업계가 기후 위험을 부담이 아닌 관리 가능한 경영 요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지역난방공사 사장 공모…이번에도 ‘정치인 출신’ 올까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하면서, 이번 인선 역시 정치권 출신 인사가 낙점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장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12월 31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임기는 3년이며, 경영 성과에 따라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공사 측은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해당 산업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 △조직관리 및 경영능력 △청렴성과 윤리의식 등을 주요 자격 요건으로 제시했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의 관심은 인선 배경에 쏠려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최근 두 차례 사장 모두 정치인 출신 인사가 맡아왔기 때문이다. 현 정용기 사장은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출신이고, 이전 사장이었던 황창화 전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치인이었다. 이 같은 전례로 인해 이번 사장 공모 역시 정권 성향에 맞는 정치권 인사가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역난방공사가 에너지 전환 정책, 공공요금 관리, 탄소중립 이행 등 정부 정책과 밀접하게 맞물린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정책 조율 능력을 갖춘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내부에서는 “지역난방 사업의 구조적 변화와 경영 환경 악화를 고려할 때, 이제는 에너지·열병합·집단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열요금 인상 논란, 집단에너지 경쟁력 약화, 청정열공급 확대, 탄소중립 대응 투자 부담 등이 동시에 커지고 있어 전문 경영인 필요성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난방공사는 단순한 공공기관을 넘어 에너지 전환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치적 고려보다 산업 이해도와 경영 역량이 검증된 인사가 선임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정치권 출신 사장의 연속이라는 관행이 이어질지, 아니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될지. 한국지역난방공사 차기 사장 인선을 둘러싼 관심이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대통령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못한 기후부

지난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의 업무보고에서 당혹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와 관련하여 던진 상식적인 질문에 아무도 명쾌한 답변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기후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단가(LCOE, kWh) 목표로 해상풍력은 330원에서 250원이하로, 육상풍력은 180원에서 150원 이하로, 태양광은 150원에서 100원 이하로 하겠다고 보고를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근본적인 질문'이라며 “태양광이 100원 수준이면 태양광에 집중 투자하지 왜 굳이 250원짜리 해상풍력을 해야 하느냐, 밤에 생산해서 그러느냐, 장기적으로 봐서 200원 이하로 내려가도 태양광 100원보다 비싼데 왜 이렇게 해상풍력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질의했다. 이에 장관, 차관, 국장은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상풍력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산업적 기여도가 높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는 재생에너지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상식적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상호간에 보완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가동 시간 상 서로가 서로를 보완한다. 태양광은 명백하게 해가 뜬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다. 7시부터 발전을 시작해 13시에 피크에 도달하고 16시 이후 급감한다. 또한 겨울에는 일조시간이 짧아 발전 시간대가 좁다. 해상풍력은 일반적으로 낮 보다 저녁에서 밤 사이 발전량이 많고, 특히 여름보다 겨울의 발전량이 많다. 태양광의 시간대별, 계절별 공백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설비 투자 측면에서도 태양광과 풍력은 상호보완적이다. 태양광은 공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소규모로도 얼마든지 설치가 가능하므로 장거리 송전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부지 확보, 미관 등의 문제로 대규모 개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계통 안정화 설비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풍력은 대규모 설비로 인해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장거리 송전망이라는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을 필요로 하지만, 한번에 높은 용량의 발전시설을 지을 수 있고 동시에 제조업 등 연관산업 육성에 탁월하다. 태양광은 한번 설치하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연관산업 유발효과는 크지 않다. 그러나 풍력, 특히 해상풍력은 연관산업 효과가 뛰어나고 지속적이다. 제주대 김범석 교수 자료에 의하면 1GW 해상풍력개발에 필요한 총 수명비용은 약 9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금액은 사업개발(2%), 해상풍력터빈(26%), 보조설비(19%), 설치시공(14%), 운영 및 유지(39%)로 구성된다. 해상풍력터빈은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큰 타워다. 블레이드, 베어링, 기어박스, 발전기 등으로 구성된 핵심부품으로 풍력 설비기술의 핵심이다. 기술성숙도가 중요한 분야로 국내 정책 연속성의 부재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있다. 보조설비는 해저케이블, 해상지지 철 구조물, 해상변전소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설치 시공 역시 우리나라의 건설 역량이 빛을 발하는 분야이다. 운영 및 유지 분야의 경우 2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기에 고용창출, 산업유치 등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기여도가 높으며, 충분히 육성될 경우 자동화 등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LCOE 하락을 유도한다. 이날 기후부 관료들은 해상풍력이 가지는 이러한 산업적 효과를 부각하려고 노력했지만 근본적인 상호보완성은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이 '밤에 생산해서 그러느냐'라고 의도치 않은 힌트까지 줬음에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기후부 관료들이 평소 전력시장 이슈에 보여주는 뿌리 깊은 '경직성'이 드러난 사례가 아닌가 필자는 우려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상호보완성에는 주목하지 않고 “태양광은 이러한 장점이 있으니 몇 년도까지 몇 GW(%) 보급하자," “해상풍력은 저러한 장점이 있으니 몇 GW(%) 보급하자"와 같은 담론이 등장한다.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것은 좋지만 찝찝하다. 이들 관료들이 아직도 국가 주도적인 공급 계획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전력시장과 같이 각종 기술과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일수록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방식은 비효율로 이어진다. 정부가 전기 소매가격(P)과 전기 공급계획(D) 둘 다 손에 쥐고 정치 · 행정 편의적으로 통제해왔기에 한전은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고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OECD 꼴찌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정부는 '판을 엎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정부와 공기업(한전)이 때로는 편을 먹고, 때로는 공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며 시장을 일방적으로 '계획'하는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 가깝게는 도매 시장의 지나치게 경직적인 가격 체계를 손봐야 한다. 실시간 가격 제도와 용량 시장 제도를 실시하고 보조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높여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할 설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변동비 (연료비) 평가 방식의 SMP 제도 역시 가격입찰제로의 전환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매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왜곡 없이 제대로 반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에 맞춰 시장이 반응하니 복잡다단하게 인센티브와 규제를 설계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인식이 관료들에게 부족하니 해상풍력을 두고 인허가 완화, 금융 지원, 항만 인프라 구축 같은 논의만 요란하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전력시장 개편은 뒷전이 될까 걱정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계기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김경식

SK이터닉스, 충주에코파크 연료전지 발전소 상업운전 개시

SK이터닉스가 충청북도 충주시 충주메가폴리스 일반산업단지 내에 건설한 '충주에코파크' 연료전지 발전소가 상업운전을 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충주에코파크는 설비 용량 40메가와트(MW) 규모의 고효율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발전소로, SK이터닉스가 주력하는 SOFC 단일 모델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총 271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부지 면적은 1만7173㎡(약 5200평)이다. 충주에코파크는 블룸에너지의 'ES 6.5 모델'인 0.3MW급 연료전지 120기를 사용해 연간 약 33만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약 9만4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충청북도 지역 내 분산전원 공급원 역할을 할 예정이다. SK이터닉스는 인근에 위치한 대소원에코파크(40MW)의 금융 조달 및 EPC(설계·조달·시공)를 함께 추진해 왔다. 대소원에코파크는 내년 상반기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으며, 두 발전소가 모두 상업운전에 돌입할 경우 총 80MW로,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 단지를 구축하게 된다. 이번 충주에코파크 상업운전 개시로 SK이터닉스는 청주(20MW), 음성(20MW), 칠곡(20MW), 약목(9MW), 보은(20MW)에 이어 누적 129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하게 됐다. 향후 대소원에코파크(40MW)와 파주에코그린에너지(31MW)의 상업운전이 더해질 경우, 누적 운영 규모는 200MW까지 확대된다. 또한, SK이터닉스는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 참여를 위해 약 100MW 규모의 연료전지 사업권을 확보해 개발 중이다. 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는 “충주에코파크의 성공적인 상업운전은 SK이터닉스가 추진해 온 연료전지 사업 역량과 실행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분산형 전원 보급 확대를 통해 에너지 자급률 제고와 지역 상생형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수원 신임 사장 5배수 좁혀져…‘실무 중심·구조 개편’ 대통령실 코드 맞췄다

한국수력원자력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최종 후보군(5배수)이 확정되면서, 업계에선 인선 결과를 두고 '실용, 실무'를 강조해온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인선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업무보고에서 발전공기업의 비효율성과 통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단순한 CEO 선발을 넘어 전력 공기업 전반에 대한 구조 재편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최종 후보 5명은 모두 한전 또는 한수원에서 전무급 이상 요직을 거친 인사들로 구성됐다. 최종 후보자는 김범년 전 한전KPS 사장(전 한수원 발전본부장), 김회천 전 남동발전 사장(전 한전 부사장),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 조병옥 한국방사선안전협회 이사장(전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 전휘수 전 한수원 기술부사장으로 알려졌다. 공통적으로 대규모 조직 운영 경험과 정부·주무부처와의 협업 이력을 갖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을 두고 “기술 리더십보다 조직 관리와 정책 이행에 방점을 찍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원자력 기술 중심 인사들이 최종 단계에서 탈락하면서, 인선 기준이 '전문성'에서 '관리·조정 능력'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번 인선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시점이 절묘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발전공기업 체계를 언급하며, “왜 발전사를 이렇게 나눠놨는지 모르겠다", “사장만 여러 명 생긴 구조 아니냐"는 취지로 현행 발전자회사 체계의 비효율성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발전자회사 분할 이후 경쟁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노동·안전 문제가 심화됐다는 점도 지적하며, 공기업의 역할을 “수익 창출이 아니라 국민 안전과 공공성"으로 재정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통령 발언이 발전공기업 통합 또는 구조조정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 메시지였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전 경영부사장 출신인 김회천 전 남동발전 사장은 이번 인선에서 상징성이 가장 큰 후보로 꼽힌다. 김 전 사장은 원전 기술 라인과는 거리가 있지만, 한전 본사 경영과 발전 자회사 수장 경험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김 전 사장이 최종 낙점될 경우 한수원 단독 경영을 넘어 발전 공기업 전반의 통합·기능 재편을 염두에 둔 인사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 전 사장이 아닌 한수원 출신 인사로 최종 결정된다면 2007년 김종신 전 사장 이후 19년 만에 내부 출신 사장이 임명되는 셈이다. 한 전력 공기업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의 발언과 이번 인선을 함께 놓고 보면, 차기 한수원 사장은 '원전 산업 리더'라기보다 '공기업 구조조정 국면을 관리할 인물'을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원자력인이 아닌 김회천 전 사장이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원자력 기술과 관련한 경력이 전무해 누가 최종적으로 선임될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 전문성이 강점으로 꼽히던 인사들의 탈락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강조해 온 원자력 안전 거버넌스 원칙을 들어, “조직 관리 능력과 별개로, 원자력 산업 특유의 안전 문화는 사장 개인의 이해도와 경험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면접에서 탈락한 김무환 전 포항공대 총장과 박원석 전 원자력연구원장은 이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인사들로 평가됐다. 이번 한수원 사장 최종 5배수는 단순한 인사 절차를 넘어, 정부가 한수원을 어떤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전 수출과 산업 확장을 이끄는 '산업 리더', 발전공기업 재편 국면을 관리하는 '조정자' 사이에서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맞물린 이번 인선은, 한수원의 역할이 후자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선의 핵심은 '누가 사장이 되느냐'보다 '앞으로 발전공기업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에 있다"며 “최종 낙점 결과는 발전 5사 통합 논의의 방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에너지 해결과제들의 구조 변화

요즈음 에너지학습과제들은 AI(인공지능) 관련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우리 정부의 내년도 업무보고내용을 유의할 필요가 많다. 산업통상부는 지역 성장과 제조업의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한 산업 경쟁력 극대화를 강조하였다. 물론 신-통상전략 추진도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6~2040) 수립전략 재점검을 중심과제로 제시하였다. 2040년까지 탄소발전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의 전환기반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망을 적기에 보강하고 시장제도 개편도 함께 한다. 구체적으로는 석탄발전의 감축, 적정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비중 유지와 재생에너지발전 확대에 필수적인 ESS(에너지저장장치), 양수발전 등을 통한 전력시스템 유연성 확충을 기한다. 그러나 지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윤석열 정부 확정) 발전원별 비중인 2038년 원전 35.2%, 10% 대인 석탄과 LNG 발전, 그리고 재생에너지발전 29.2% 수준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재생발전의 세부 내용조정은 불가피한 것 같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 석상에서 2035년 태양광 발전가격이 100원/㎾h 이하 하락이 가능한데도 330원대 해상풍력과 250원대 육상풍력 육성 당위성 검토지시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 발전원가는 40~50원대라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물론 관련 부처에서는 2035년 무렵 해상풍력 규모가 20GW을 초과하면 그 '규모의 경제' 효과로 150원/㎾h 수준 하향 가능성을 제시하고는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은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해상자원개발사업(대왕고래)의 정밀검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설령 성공하여도 국제 유가 70~80달러 수준에서는 그 개발 타당성 미흡을 걱정하였다. 미래예측의 동태적 엄정성과 가치 중립적 평가수준에 대한 우리의 실무능력 한계와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영혼 없는 'AI 논리' 구성은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고민은 최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발표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IEA가 지난 14일 밝힌 10년 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란다. 그만큼 빠르게 변한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의 주종 요인은 세계 경제의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 증가이다. 전기 자동차, 히트 펌프, 그리고 디지털로 연결된 스마트 가전제품 급증에 따른 것이다.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센터' 급증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이들 상당수는 AI 구동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2035년까지 세계전력수요는 전체 에너지 대비 6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IEA는 전망하고 있다. 당연히 에너지 공급부문 역시 빠르게 변화한다. 특히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발전원들의 역할증대가 주목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전력망 관리의 복잡성 문제 해결 필요성을 제기한다. 가변적인 신재생 전력 흐름을 고려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신뢰성과 경제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력시스템의 '디지털'화가 이런 문제 해결의 주역이 될 것 같다. '디지털'화는 효율성을 개선하고, 경제성을 높이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AI는 전력시스템 효율화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대부분이 독자적 특성을 강조하는 디지털 기반이다. 따라서 다른 시스템과 연계 강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독점적인 설계특성으로 '인터페이스'가 부족하며, 상호 연계기능이 부족할 수 있다. 이를 단편화(斷片化)에 따른 비효율성이라 할 수 있다. 비용 증가, 혁신 저해 등 '디지털'화의 장점을 저해한다. 따라서 에너지 시스템에 단순히 디지털 기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원활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상호연계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전력-에너지 부문 한계점들은 '고갈성' 자원의 가치를 금융시장에 인위적 척도인 화폐로 전환-평가하는 과정에서 유발된다. 2차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의 기반은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으로 비용 절감과 공동 성장이다. 지난 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자원공급한계는 익히 알려진 세계공영 체제의 위기 전형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금융 위기이다. 화석 연료 고갈,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취약성,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인해 세계금융 시스템 붕괴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심각한 재정적자 때문이다. 이에 세계 에너지 공급 시스템과 각국 정부 부채관리능력이 동시에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과 경제성장 양 부문이 동반 위축단계에 진입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우려는 '새로운' 자원 고갈과 성장한계론(Finite World)이랄 수 있다. 시의(時宜)에 적절한 논리개발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최기련

새울 3호기 운영허가 불발…한수원·원자력硏 과징금

1400MW 용량의 새울 3호기 운영허가가 연기됐다. 원안위에서 대부분의 운영에 관한 심의 및 검사를 통과했지만, 사고관리계획서의 추가 보고를 이유로 재심의하기로 한 것이다.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은 운영 및 건설허가변경을 받지 않고 이를 이행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최원호)는 지난 19일 제22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새울 3호기 운영허가 심의를 했으나, 추후 재상정하기로 했다. 새울 3호기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 건설된 원전으로, 시설용량은 1400MWe이다. 신형경수로 1400(APR1400)을 사용했다. 이는 국내에서 5번째로 운영허가가 신청됐다. 2016년 6월 착공돼 내년 2월 완공 예정이다. 종합설계는 한국전력기술, 원전연료 공급은 한전원자력연료, 주기기 공급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설비 시공은 삼성·두산·한화가 맡았다. 원안위는 새울 3호기에 대해 운영 기술, 최종 안전성 분석, 사고 관리 계획, 운전에 관한 품질 보증,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 원자로 및 관계시설 해체 계획 등을 심의한 결과 대부분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또한 원자로시설의 공사 및 성능에 대한 각 공정별 사용전검사를 통해 구조물 등의 검사, 설치 검사, 상온 기능 검사, 수압 시험 및 고온 기능 검사를 수행해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다만 원안위원들은 사고관리계획서의 구체적인 사고 경위 및 평가 결과에 대해 자료 보완 요청을 했으며, 이를 통해 운영허가에 대한 심의를 추후 재상정하기로 했다.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안전법에 의거한 운영변경허가 및 건설변경허가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원안위는 한수원에 대해 △운영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밸브를 교체한 한빛 5호기에 대해 과징금 6억원 △기술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앵커를 사용한 6개 호기에 대해 과징금 72억1250만원 △액·기체폐기물 배출 시 방사능 감시를 미수행한 월성 2호기 및 한빛 6호기에 대해 과징금 26억4000만원 등 총 104억52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원자력연구원에 대해서는 기장연구로 일부 시설을 건설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변경된 설계로 시공한 사안에 대해 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미래 전장의 승패, 배터리가 아닌 원자력에 달렸다

SF 영화를 보면 레이저 광선이 적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이 레이저 무기가 최근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이나 미국의 함정 탑재 레이저처럼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이 첨단 무기들이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막대한 양의 전기를 끊김 없이 공급해 줄 강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자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그 해답으로 꼽는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활용도가 높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SMR 하나만으로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빈틈을 채워줄 주인공이 바로 초소형모듈원자로(MMR)이다. MMR은 쉽게 말해 트럭에 싣고 다닐 수 있는 움직이는 발전소다. SMR보다 훨씬 작게 만들어져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찍어낸 뒤 트럭이나 수송기로 필요한 곳 어디든 배달할 수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속 오지나 고립된 섬, 재난으로 모든 게 파괴된 현장에도 즉시 전력을 공급한다. 기존의 덩치 큰 발전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장소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MMR이 가진 독보적 능력이다. MMR은 우리 군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K-국방의 핵심 열쇠가 된다. 앞서 언급한 레이저 요격 무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순간적으로 엄청난 전기를 쏟아부어야 한다. 디젤 발전기나 배터리로는 이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MMR은 연료 교체 없이 수년 동안 거뜬히 가동된다. 적의 공격으로 국가 전력망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 군의 지휘부와 작전 기지를 지켜줄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준다. 미국은 이미 MMR의 군사적 가치를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국방부의 '프로젝트 펠레(Project Pele)'다. 과거 전쟁에서 미군은 디젤 연료를 싣고 가던 수송 부대가 적의 공격을 받아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프로젝트 펠레는 이 위험한 연료 수송 작전을 이동형 원자로로 대체해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시도다. 미국은 MMR을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전장에 나간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필수 안보 자산으로 여긴다. 우리가 이 좋은 기술을 국방에 활용하려면 먼저 외교적 매듭을 풀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맺고 있는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막고 있다. MMR을 군사 기지의 전력원으로 쓰는 것은 핵무기를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비폭발적(Non-explosive) 이용이다. 시대가 변하고 안보 환경이 달라진 만큼 우리도 족쇄를 풀고 당당하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기술 활용을 가로막는 또 다른 벽인 규제 체계도 안보 현실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의 원자력 규제는 일반 대중의 안전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검증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군사 작전에 쓰일 MMR은 적보다 앞서나가는 신속성과 보안이 생명이다. 미국이 지난 60년 동안 일반 원전과 군사용 원전의 규제를 완전히 분리해서 운영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도 미국의 방식처럼 군사 안보용 MMR만큼은 별도의 트랙을 만들어 규제 절차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군사용 규제를 따로 만든다고 해서 안전을 포기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MMR은 기술적으로 대형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도가 낮다. 출력이 매우 낮을뿐더러 사고가 나더라도 외부 전원이나 사람의 조작 없이 스스로 식어서 멈추는 피동형 안전 개념이 적용된다. 위험도가 현저히 낮은 기술에 대형 원전에나 적용할 법한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발목을 잡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결국 SMR과 MMR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날게 할 두 개의 날개와 같다. SMR이 기후위기를 막고 국가 산업을 이끄는 주력 함대라면, MMR은 험지와 전방을 누비며 안보를 지키는 특수부대다. 이 두 날개가 튼튼하다면 우리나라는 진정한 에너지 강국이자 안보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레이저 무기를 움직일 심장이 없다면 그 무기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SMR과 MMR이 서로를 보완하며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낡은 규제와 협정을 과감히 혁신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문주현

“남아도는 전기로 비트코인 채굴하자”…美 텍사스는 제도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전기가 남아돌아 강제로 발전 출력을 줄이는 '발전제약(curtailment)'이 국내 전력계통의 고질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와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풍력·태양광 발전이 급증하면서 송전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발전기를 멈추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발전제약이 발생하면 전력의 시장가치가 사실상 '0원'이 된다는 점이다. 계통안정을 위해 발전을 중단하는 순간, 전력은 팔 수도, 저장하기도 어려운 잉여 자원이 되고 발전사업자는 그대로 손실을 떠안게 된다. 이런 가운데 발전제약 상황에서 전기를 버리는 대신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하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부교수와 이서진 부교수가 최근 발표한 '출력제한 전력의 가치화: 암호화폐 채굴을 통한 계통 유연성 확보' 논문은 2022~2025년 국내 전력가격(SMP·REC)과 비트코인 채굴 수익성을 비교 분석해, 발전제약 상황에서의 대안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발전제약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통한계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합산한 전력 판매가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 하지만 출력제약이 걸리는 순간 전력 판매 수익은 사실상 0으로 수렴한다. 반면 동일한 전력을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MWh당 수백 달러 수준의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정상적인 거래 환경에서는 전력 판매와 채굴의 수익성이 시기별로 엇갈릴 수 있지만, 발전제약 상황에서는 채굴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선다"고 분석했다. 즉, 채굴은 전력저장장치(ESS) 없이도 '전기의 가치를 저장(value storage)'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출력제약 문제를 ESS 확충만으로 해결하는 접근에도 한계를 지적했다. 대규모 배터리 저장은 비용이 높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 투자 대비 효과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논문은 잉여 전력과 전력 부족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력 부족은 예비력·기저발전·장주기 저장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잉여 전력은 수요반응(DR)이나 현장 부하 전환을 통해 즉시 흡수하는 것이 비용 최소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때 비트코인 채굴은 초단위로 가동과 중단이 가능한 대표적인 '유연부하'로 기능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모델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전력시장 운영기관 ERCOT(Electric Reliability Council of Texas)에서는 대형 비트코인 채굴장을 공식적인 수요반응 자원(Controllable Load Resource)으로 인정해, 전력이 남을 때는 채굴에 활용하고 전력 부족 시에는 즉시 가동을 멈추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굴업체는 계통 안정에 기여한 대가로 보상을 받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전력시장 규칙과 가상자산 규제가 중첩되며 이런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발전제약 명령은 법적 강제력을 갖고 있어 내부 소비조차 허용되지 않고, 채굴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전기사업법과 가상자산사업자(VASP)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연구진은 “문제는 기술이나 경제성이 아니라 제도"라며 “해외처럼 채굴을 유연부하나 수요반응 자원으로 인정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발전사업자의 손실을 줄이는 동시에 전력망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비트코인 채굴 자체를 장려하자는 주장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전기를 버릴 것인가, 아니면 쓰는 선택지를 제도적으로 허용할 것인가"에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출력제약은 불가피한 구조적 문제다. 이 논문은 그동안 비용으로만 인식되던 잉여 전력을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전력시장 제도 개편 논의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은 한국 기후변화학회에서 발간하는 '기후변화학회지'는 SCOPUS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국제저명저널이자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12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탄소중립법 개정안 기후위기특위 통과...기후취약계층 피해 지원 구체화 ‘눈길’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초점을 기존 '탄소 감축 중심'에서 나아가,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입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회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기후위기와 관련된 재해는 물론 이에 수반되는 2차 피해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보호·지원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선언적 규정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 조항을 보다 구체화하고, 정책 집행의 실효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가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탄소중립기본법 심사소위원회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이 기후위기와 관련된 재해 또는 이에 수반되는 피해에 대비하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구를 제안하며 입법 취지를 명확히 했다. 해당 문구는 최종 대안에 반영됐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역시 심사 과정에서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후취약계층 보호를 특별법 제정 이후로 미뤄서는 안 된다"며 조속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탄소중립법 개정안의 기후위기특위 통과를 계기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기술·산업 중심의 감축 논의를 넘어 실제 피해를 겪는 국민을 보호하고 회복을 지원하는 사람 중심 정책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기후취약계층 보호 대책이 법률에 그치지 않고 예산과 제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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