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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소식] 가스기술공 ‘고압배관 차단공법’ 신기술 지정, 가스안전공 ‘실시간 안전정보 플랫폼’ 구축, 대성에너지, 가스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사장직무대행 진수남)는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형상변화형 이중 플러깅 헤드 기술을 이용한 고압배관 차단공법'이 건설신기술(제1030호)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 신기술은 유체의 공급중단 없이 고압배관 이설작업 등을 위해 배관의 특정 부분을 차단하여 유체를 흐르지 못하게 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배관내부 이물질 등에 의한 누설을 방지하는 천연가스용 고압배관 차단 공법이다. 기존 사용 장비의 플러깅 헤드는 차단하고자 하는 특정 부위의 배관 진원도가 불량하거나 이물질 부착 등으로 인해 배관 내부 표면이 매끈하지 못할 경우 차단 고무와 배관 내면 사이에 미세한 틈새가 발생하여 가스가 누출되는 현상이 발생해 시공 품질 및 신뢰성, 안전성 확보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Sealing Element 형상을 변경하고, Gas Vent Pocket을 제작해 차단되지 못한 가스를 외부로 방출하는 부품을 적용함으로써 누설을 방지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가스기술공사는 축적된 핫태핑 시공 실적과 연구개발 노력을 통해 품질과 신뢰성을 높여왔고, 지난해 4월부터 준비하여 11월 신기술 지정신청 이후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첫 건설신기술 지정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진수남 사장직무대행은 “에너지 공공기관으로서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로 공사의 사업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28일 충남 천안의 한 굴착공사 현장에서 도시가스사 JB㈜, 통신사 SK텔레콤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간 위치기반 안전정보제공 플랫폼 구축 시연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플랫폼은 최근 서울 교대역 인근에서 발생한 도시가스 매설배관 파손사고를 계기로 굴착공사로 인한 가스배관 파손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행 가스관계법령에 따르면 굴착공사를 하는 자는 누구든지 가스배관 파손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굴착공사정보지원센터에 공사 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계획 미신고로 인한 사고가 전체 굴착공사 사고의 70% 이상을 차지함에 따라 굴착센터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랫폼은 스마트폰 앱, 카카오톡 채널, QR 코드 등을 통해 접속할 수 있으며, 굴착공사 현장정보, 인근 굴착공사 지도, 지하 매설물 현황 및 지하매설물 관리기관의 연락처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가스에 한정하지 않고 통신과 전기 등 모든 분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유관기관까지 협업했다. 특히 모바일 위치정보 등 무선통신기술을 활용해 굴착기, 천공기 등 건설기계 장비의 실시간 공사 위치를 전송받아, 사전 통보 없이 시행되는 무단굴착공사를 식별하고, 관계기관과 즉시 연결할 수 있도록 굴착공사자에게 안전정보를 제공한다. 플랫폼은 오는 9월 1일 오픈을 시작으로 11월 30일까지 3개월간 시범운영되며, 이 기간 중 굴착센터는 도시가스사업자 등과 협업하여 굴착공사 현장관리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플랫폼 시연회에 참석한 서원석 안전관리이사는 “굴착공사 안전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수반될 수 있다"며 “이번 플랫폼 구축이 국가 재난안전 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 국민 안전과 기반시설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대성에너지(대표이사 박문희)는 28일 서부트레이닝센터에서 '도시가스 협력업체 간담회'를 열고 협력사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안전관리 역량 제고에 나섰다. 이번 간담회에는 11개 시공 협력업체 시공관리자들이 참석했으며, 최근 도시가스 산업 현장에서 강조되고 있는 산업재해 예방, 현장 안전수칙 준수, 비상 대응체계 등 주요 이슈를 공유했다. 또한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 전략, 현장의 애로사항, 공사 품질 향상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이어 최근 사례를 중심으로 안전 수칙과 비상사태 대응 매뉴얼 교육이 실시돼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정시모 대성에너지 마케팅본부장은 “시공 협력업체와의 소통은 안전경영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협력사와 함께 안전문화 확산에 앞장서 무재해·무사고 현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성에너지는 시공사, 고객센터, 콜센터 등 협력사와 주기적인 간담회를 개최해 도시가스 관련 정책, 기술, 규정 등 다양한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협력사와의 신뢰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안전한 도시가스 공급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28일 지역 문제 해결과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2025년 로컬 임팩트 성장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로컬 임팩트 성장 지원 사업은 사회적경제기업과의 상생 협력 모델을 발굴해 소외 계층 일자리 창출,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지역 현안을 풀어 나가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처음 시행한 이 사업에서 대구 지역 사회적경제기업 19개사를 지원했으며, 그 중 1곳은 대구 약령시장의 한약재를 활용한 반려동물 세정제 개발로 국내·외 상표 출원 등 해외 진출 기반까지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스공사는 지난달 지역 대학 교수 등 전문가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하는 '사회적경제 간담회'를 갖고, 여기서 도출된 지역 현안과 사회적경제기업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사업 분야를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올해 사업은 △지역 통합 돌봄, △일자리 창출, △로컬 브랜딩, △친환경 순환경제, △지속 가능 에너지, △디지털 기반 문제 해결 등 6개 분야로 진행된다. 이번에 가스공사는 사회적경제기업 20곳에 기부금 2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사업 수행 기관인 (사)커뮤니티와경제가 최근 참여 기업 모집을 마치고 9월부터 연말까지 현장 실사 등 사업 진단과 맞춤형 사업 컨설팅, 사업화 지원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패널토론2] MS·구글·삼성·포스코  “AI 전력수요 폭증, 기업·정부 힘 모아야” 한목소리

[부산=전지성 기자]두 번째 패널토론에서는 글로벌 IT 기업과 한국 제조업계가 참여해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무탄소에너지(CFE) 조달 전략과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이 패널로 나섰다. 글로벌 빅테크와 한국 대기업들이 AI 시대 전력수요 폭증과 CFE 조달, 산업 경쟁력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윌 허드슨(Will hudson)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태평양 에너지·지속가능정책 디렉터는 “AI는 모든 산업을 바꾸는 기술이지만,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며 “MS의 미해결 탄소배출 97%가 공급망(스코프3)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반도체, 철강, 시멘트 등 소재 산업의 탄소배출이 크다"며 “한국, 일본, 대만은 MS 공급망의 핵심 지역으로, 이들 시장에서 청정에너지 접근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또 “재생에너지 가격 상승, 부지 부족, 복잡한 조달절차가 큰 걸림돌"이라며 “다양한 조달 옵션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펜서 로우(Spencer Low)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역지속가능성 총괄은 “AI는 전력수요를 늘리지만, 동시에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5~10% 줄일 잠재력도 있다"며 “AI를 활용해 송전망 효율화, 자원 최적화, 기후 예측 등에 혁신적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은 24/7 CFE 매칭을 '에너지·기후 문샷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지열·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기술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부의 투명한 인허가, 금융 지원, 규제 개선이 병행돼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CFE 조달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보람 삼성전자 DS부문 지속가능경영사무국 상무는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 무탄소 전력의 중요성을 말하며 “삼성전자는 AI발전을 위해 글로벌 기업에게 첨단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탄소감축 가치 실현을 위해 고객 및 관련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기술포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구글·MS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내외 규제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무탄소에너지 옵션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산업친화적 규제와 조달제도 개선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정책적 지원과 기술포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철강은 AI 인프라의 물리적 기반이자, 동시에 대표적 탄소 다배출 산업"이라며 “포스코는 공정 개선과 친환경 기술 도입을 통해 탄소저감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유럽 사례처럼 무리한 탈탄소 규제는 산업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탄소감축 가치를 반영한 '탄소 프리미엄 시장'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ISO 등 국제표준 논의에 적극 참여해 한국 철강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장 에릭 깁스는 토론을 정리하며 “AI 전력수요 폭증은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기업의 기술투자, 그리고 국제협력이 결합돼야 CFE 전환과 산업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패널토론1] 2030년까지 전력소비량 2배 증가…희소광물 의존 낮은 원자력 역할 필요

[부산=전지성 기자]부산에서 열린 'AI 시대, CFE 기술잠재력' 컨퍼런스 첫 번째 패널토론에서는 AI 확산으로 인한 전력수요 폭증과 이를 감당하기 위한 무탄소에너지(CFE)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좌장은 에릭 깁스(Eric Gibbs) CEBA 글로벌 전략 수석부회장이 맡았고, 패널로는 김태윤 국제에너지기구(IEA) 광물자원국장, 앙리 파이에르(Henri Paillere) 국제원자력기구(IAEA) 경제계획국장, 디비야 코타디엘(Davya Kottadiel) SEforALL 에너지 스페셜리스트가 참여했다. 김태윤 국장은 “AI가 불러올 전력소비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라며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 1000TWh에 달할 예정이며, 이는 한국 연간 전력소비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재생·원전 등 발전원 투자 속도와 달리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와 인프라 확충은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AI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전력망 최적화, 수요관리, 사이버보안 대응 등에서 AI는 시스템 효율성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높일 도구"라고 설명했다. 앙리 파이에르 국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원전의 전략적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과거 30년간 원전은 정체돼 있었지만, AI 시대의 전력수요 폭증은 원전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전 비중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원전은 기후변화에 덜 취약하고 희소광물 의존도가 낮아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이라며, “디지털 트윈 등 AI 기술을 접목하면 원전 설계·운영·수명 연장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은 원자력의 귀환(Nuclear Renaissance) 시기"라고 표현하며 국제사회의 투자를 촉구했다. 디비야 코타디엘 스페셜리스트는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위협적이지만, 이를 CFE 확대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추진하는 24/7 CFE 컴팩트는 기업들이 시간대별로 탄소중립 전력을 매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광·풍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자력·청정수소·CCUS까지 포괄하는 기술포용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투명한 회계·검증 기준이 마련돼야 기업 참여가 늘고, 시장 신뢰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을 이끈 에릭 깁스 수석부회장은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전력소비는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와 기업, 국제기구가 함께 협력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CEBA 회원사들은 이미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기기 위해 무탄소 전원을 적극 구매하고 있다"며 “AI 시대의 전력위기는 곧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CFE 확산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AI는 전력소비를 폭증시키지만 동시에 에너지 시스템 최적화와 무탄소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도구"라며 “AI가 불러올 전력 위기를 CFE 전환과 국제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토론을 마쳤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AI시대·CFE 잠재력] “AI가 불러올 전력 폭증, 무탄소에너지 전환이 유일한 해법”

[부산=전지성 기자]AI가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무탄소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 기술 잠재력과 국제 협력의 필요성이 부산에서 강조됐다. 미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청정에너지구매자연합(CEBA)의 리치 파월 회장은 27일 CF연합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AI시대, CFE기술잠재력' 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 “AI 확산은 전례 없는 전력 수요 증가를 불러올 것이며, 이는 동시에 에너지 전환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리치 파월 CEBA 회장은 “AI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요구하는데, 이를 단순히 화석연료로 채운다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동시에 AI 전력수요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과 민간기업의 투자, 그리고 글로벌 연대가 결합돼야 한다"며 “특히 CEBA 회원사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미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기기 위해 무탄소 전원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담을 이어받은 이회성 CF연합 회장은 CFE(무탄소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증가하는 청정에너지 수요를 고려할 때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회장과 이 회장은 한목소리로 국제표준화와 민간 참여 확대를 강조했다. 두 인사는 “AI 데이터센터의 폭증하는 전력수요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CFE 이니셔티브를 통한 국제 협력과 민관 파트너십이야말로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파월 회장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CFE를 구매할 수 있도록 시장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CFE 표준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산업과 시장의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제는 모든 무탄소에너지를 포괄하는 새로운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국제협력을 통해 새로운 CFE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CFE 이니셔티브를 통해 글로벌 표준화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은 AI 시대의 도래가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치 파월 회장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회성 회장은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답은 분명하다. 바로 무탄소에너지"라고 말했다. 이들의 대담은 “AI가 불러올 전력 수요 폭증은 위기가 아닌, 무탄소 전환의 도약대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 속에 마무리됐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CFE 라운드테이블] “재생에너지 넘어 원자력까지…무탄소에너지 전환, 국제 공조 시급”

[부산=전지성 기자]AI 시대에 폭증하는 전력수요, 재생에너지의 한계 속에 탄소중립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부산 CFE 라운드테이블에 모인 글로벌 에너지 리더들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늦는다"며 원자력까지 포괄하는 무탄소에너지 전환과 국제적 협력을 촉구했다. 지난 26일 부산 그랜드조선부산호텔에서 열린 CFE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무탄소에너지(CFE) 확대와 국제표준 마련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토론은 CF연합 이회성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으며, SEforALL, 산업통상자원부, IAEA, CF연합, CEBA 등 글로벌 주요 기관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각 인사들은 AI 시대 급격히 늘어나는 전력수요, 재생에너지 한계, 원자력의 역할 등 현안을 짚으며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국제사회는 한국이 주도하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에 무게를 실었다. SEforALL, IAEA, CEBA 등 글로벌 주요 기구가 한목소리로 “재생에너지·원자력·청정수소 등 모든 기술을 아우르는 국제표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역할에 주목했다. UN 산하 SEforALL의 디비야 코타디엘(Divya Kottadiel) 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SEforALL은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무탄소에너지 확대를 위한 글로벌 합의의 초석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뿐 아니라 커뮤니티, 기업 차원의 파트너십 확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양광, 풍력뿐만 아니라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무탄소에너지를 아우르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소모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무탄소 전원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비야 스페셜리스트는 “한국은 청정에너지 확산을 선도하는 국가로, CF연합과의 MOU 체결을 통해 글로벌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진영 산업부 기후에너지통상과장은 “전력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AI 시대에 청정에너지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한국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청정에너지 비중을 두 배 이상 확대하고, 원전·태양광·풍력 등 무탄소 전원을 적극적으로 전원 믹스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해 청정에너지 비중이 40% 미만이었으나, 원전을 포함한 CFE 확대를 통해 국제사회의 탈탄소 흐름을 선도할 것"이라며 “산업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무탄소 전환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 과장은 특히 “CF연합이 추진하는 무탄소 전원 컴팩트(CFE Compact)가 시기적절한 해법"이라며 “한국 정부는 CF연합과 협력해 국제적 표준과 인증 체계 정립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앙리 파이에르(Henri Paillere) IAEA 경제수석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파리협약이나 COP21에서 원전의 역할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발간된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원전을 최초로 미래 에너지옵션으로 명시했다"며 원전의 위상 변화를 짚었다. 그는 “원전은 단순한 저탄소 전원일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 비중을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희소광물 공급 위험이 존재하는 재생에너지와 달리, 원전은 안정적이고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덜 받는 장점이 있다"며 “전력뿐 아니라 수소 생산, 열원 공급, 해상운송 등 다양한 탈탄소 활용처를 갖춘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파이에르 수석은 “원자력의 귀환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기후 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IAEA는 앞으로도 CFE 이니셔티브와 함께하며 국제사회에 원전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양의석 CF연합 사무국장은 “한국은 이미 원전을 통해 40% 수준의 무탄소 전력을 확보했지만, 국제시장에서 실적이 RE100 기준으로만 평가되다 보니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F연합과 SEforALL은 새로운 글로벌 CFE 기준을 정립해 원자력·청정수소·CCUS까지 무탄소에너지로 인정받도록 할 것"이라며 “국가 간 상호인증체계 구축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적 합의는 이미 COP28을 통해 분명해졌다.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저탄소 기술 없이는 1.5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한국은 국제기구와 함께 표준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치 파월(Rich Powell) 청정에너지구매자연합(CEBA) CEO는 “청정에너지 구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용 절감인데, 청정전력의 비용을 감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CEBA는 현재 250개 글로벌 기업이 회원으로 있고, 150GW 이상의 청정에너지를 구매하고 있다"며 “원자력과 수소를 포함하는 CFE는 지속가능한 이니셔티브“라고 평가했다. 또 “CF연합·SEforALL과의 3자 협력은 글로벌 기업들이 무탄소 전환을 보다 실질적으로 달성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이회성 CF연합 회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앞으로 CFE 이니셔티브를 글로벌 표준으로 발전시켜 우리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AI 시대의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무탄소에너지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CF연합–SEforALL MOU 체결…무탄소에너지 확산 국제공조

[부산=전지성 기자] 한국 CF연합과 UN SEforALL(Sustainable Energy for All)이 글로벌 무탄소에너지(CFE) 확대를 위한 협력에 나선다. 양측은 26일 부산에서 열린 CFE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무탄소에너지 확산을 통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이행 촉진에 양기관이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전 의장이자 세계적 기후변화 권위자인 이회성 CF연합 회장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2025년 기후산업박람회(WCE)에 SEforALL을 초청하면서 추진됐다. 이 협약을 통해 SEforALL은 UN을 대표해 CF연합이 주도하는 'CFE 글로벌 작업반(GWG)'에 합류하게 됐다. 특히 △무탄소에너지의 정의 및 범위 △실적 검증·인증 방안 등 글로벌 CFE 기준 마련 과정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측은 협약에 따라 국제적 기준 정립, 민간 참여 확대, 기술·정책 협력 등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개회사에서 이회성 CF연합 회장은 SEforALL의 창립 배경과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SEforALL은 2011년 반기문 당시 UN 사무총장의 주도로 설립돼 보편적 에너지 접근과 효율성 제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끌어왔다"며 “14년간 이어온 이러한 노력이 파리협정과 COP28을 거치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4/7 CFE에 대해 “단순히 탄소 제로 전력을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 시간대별로 소비와 무탄소 전력 공급을 정확히 매칭하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며 “CF연합과 SEforALL이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에너지안보와 탈탄소의 균형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번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상 축사를 보낸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두 조직의 협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CF연합과 SEforALL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해결책을 실제 현장에서 행동으로 옮기며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2011년 UN에서 SEforALL을 출범시킨 경험을 회고하며, 당시 설정했던 세 가지 목표인 △보편적 에너지 접근 △에너지효율성 제고 △재생에너지 비율 확대가 이제는 글로벌 탈탄소 로드맵의 핵심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의 MOU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90여 개국의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탄소중립을 가속화하는 실질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CF연합과 SEforALL의 결합은 원자력, 청정수소, CCUS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의 엄격한 인증 체계를 마련해 정부와 기업이 신뢰성 있는 탈탄소화를 달성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MOU로 SEforALL은 CEM 회원국가, 미국 CEBA(청정에너지구매자연합회)와 함께 GWG 활동의 파트너가 됐다. 이는 CFE 이니셔티브가 UN 기구가 함께하는 글로벌 차원의 추진체계를 마련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 회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CFE를 인정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면, 탄소중립 이행 활동에 RE100에 더해 또 다른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은 무탄소에너지 확대와 국제적 신뢰성 확보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SEforALL은 유엔 , 정부 지도자, 민간, 금융 기관 및 시민 사회와 협력으로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촉구하는 '지속가능개발목표 7'과 지구온도 상승을 2°C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촉구하는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한 더 많은 조치를 더 빠르게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이다. CF연합은 지난해 10월부터 민·관 전문가 중심의 글로벌 작업반을 운영 중이다. 다양한 국제협력 기관과 CFE 인증제도 마련을 위한 협력체계를 가동해 무탄소에너지 활용 인증에 대한 세부기준을 정립해 나갈 예정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반도 찜통 만든 ‘두 겹 솜이불’…여름 기후 패턴으로 자리 잡을 듯

뜨거웠던 2025년 여름이 차츰 물러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기억에도 생생한 1994년, 2018년 불꽃 더위에 못지 않은 손꼽히는 폭염의 기록을 남겼다. 흔히 사용하는 '역대급'이란 표현에 어울리는 더위를 보였다는 얘기다. 허창회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025년 여름은 고기압과 저기압이 번갈아 세력을 확장하면서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매우 이례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여름 더위가 남긴 기록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8월 26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전국 62개 관측지점에서 관측된 폭염일 수는 평균 26.2일이었다.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 되는 날을 집계한 폭염일수는 평년 수준(10.6일)을 훨씬 뛰어넘었다. 열대야 일수도 14.3일로 평년 6.3일의 두 배가 넘었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에 최저기온이 25℃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날을 말한다. 여름철 전체 평균기온은 25.7℃로 평년의 23.8℃보다 2℃가량 높았다. 일최고기온 평균은 30.6℃로 평년( 28.5℃)보다 2℃ 이상 높았고, 일최저기온 평균값 역시 21.5℃로 평년 19.9℃보다 2도 가까이 높았다. 이번 여름 서울에서는 열대야가 10일 이상 이어진 경우도 세 차례나 있었는데, 6월 29일에서 7월 9일까지 11일 동안, 7월 19일에서 8월 2일까지 15일 동안, 8월 15일에서 25일까지 11일 동안 이어졌다.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6월 29일부터 8월 26일 사이에 6일을 빼고는 내내 열대야가 이어졌다. ◇역대 더위 기록에 뒤지지 않아 이처럼 평년보다 월등히 높았던 올여름 더위는 역대 더위 기록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올여름 폭염일수는 2018년 31일(여름 전체, 6월 1일~8월 26일 기준으로는 30.8일)과 1994년 28.5일(8월 26일까지로는 27.5일) 다음으로 많은 역대 3위 기록이다. 2024년 여름 전체 폭염일수 24일이나 2016년 여름 전체 폭염일수 21.9일은 이미 앞질렀다. 열대야 일수로는 20.2일(8월 26일까지는 19.7일)을 기록한 지난해와 16.5일을 기록한 1994년(8월 26일까지는 16.1일)과 2018년(8월 26일까지는 15.9일) 다음으로 많은 역대 4위 기록이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26일 현재까지 올여름이 가장 높지만, 이달 말까지 평균 기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지난해 여름은 평균기온이 25.6℃(8월 26일까지는 25.7℃)를 기록했다. 다음 순서인 2018년의 경우 평균기온이 25.3℃였다. 지금 추세로는 올여름이 역대 1위 또는 2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최고기온 평균은 26일까지 30.6℃를 보인 2018년(3개월 전체로는 30.3℃)과 같은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는 6월 1일~8월 26일 기준으로 최고기온 평균이 30.5℃를 기록한 1994년(여름 전체로는 30.3℃)과 2024년(여름 전체 30.5℃)이 자리 잡고 있다. 올여름 최고기온 평균이 역대 1위를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역대 순위 앞자리에는 들 전망이다. ◇올여름 유난히 더웠던 이유는 최용상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올여름은 장마철에도 폭염이 이어지고, 폭염 기간에도 강한 폭우가 잦았다"면서 “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례적인 확장과 정체로 장마가 평년보다 조기 종료되고 폭염이 일찍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확장한) 티베트 고기압과 (동쪽에서 서쪽으로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강력하게 유지되면서 한반도의 대기 상층과 하층을 뒤덮은 이중 고기압 구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도 높게 유지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밀려온 것이다. 마치 따뜻한 온돌방에서 두 겹 솜이불을 덮고 있는 상황과 비슷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반도 상층에서 하층까지 모든 영역이 고기압으로 덮이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열돔이 위치한 지역은 외부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폭염이 강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올해는 동아시아 상공에 북쪽 찬 공기 세력이 약해서 북태평양 기간의 북상이 빨라서 때 이른 폭염과 장마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7월이 유난히 더웠고 8월은 상대적으로 더위가 약했던 1994년 상황과 비슷했다. ◇앞으로 매년 여름 이렇게 더울까 지구 평균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최근 상황에서는 “올여름이 앞으로 겪게 될 여름 중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지난 6월 25일에서 7월 25일 사이에 나타난 폭염은 54년에 한 번 꼴로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1994년에 이어, 2018년과 올해처럼 강한 폭염이 최근 들어 더 잦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 더 잦아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폭염과 집중호우, 강릉의 가뭄 등으로 나타난 올여름의 양상은 일시적 이상기후를 넘어 지구온난화가 누적되면서 발생하는 동아시아 몬순 지역의 장기적 기후변화의 한 단면"이라면서 “앞으로도 폭염과 폭우의 강도와 빈도가 더욱 증가할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정수종 교수는 “한반도의 폭염과 폭우를 부르는 원인에는 뜨거워진 바다와 땅이 있다"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앞으로 (폭염 발생 빈도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용상 교수는 “한반도 폭염은 단순한 지속기간 증가를 넘어 집중호우로 수해 위험도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 속에서 새로운 여름 기후 패턴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E칼럼] 알뜰폰처럼 ‘알뜰전기’? 전력시장 혁신이 열어갈 길

전력 구매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독점적 공급 구조에 길들여져 있던 기업들이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직접 거래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LG화학이 여수공장에서 도매시장을 통해 전기를 사들였고, SK어드밴스드가 제도 첫 신청자가 되면서 포문을 열었다. 세아베스틸은 한화큐셀과 20년 계약을 맺어 장기 직거래의 신호를 보냈다. 한화솔루션이 뒤를 따를 기세이고, 코레일 같은 공기업까지 눈길을 주니, 변화는 산업 전반으로 번질 태세다. 이는 단순히 거래 방식의 변주가 아니라, 전력시장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웅변하는 장면이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전기요금 인상 여부'라는 눈앞의 변수에만 매달려 있다. 그러나 요금은 어디까지나 결과일 뿐, 본질은 전력시장의 지배구조다. 독점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요금만 억지로 눌러 놓는 방식은 손해 보는 집단과 이익을 챙기는 집단을 갈라치기 하는 단순한 제로섬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이제는 일반 소비자의 차례다. 통신시장을 떠올려보자. 한때 KT의 독점이 굳건했던 통신산업은 이동통신 도입과 함께 SKT·KT·LG의 경쟁 구도로 재편됐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뛰어들면서 소비자는 요금을 스스로 고를 권리를 손에 넣었다. 그 결과는 자명하다. 요금은 내려갔고, 서비스는 개선됐으며, 시장은 혁신의 길로 들어섰다. 전력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종착역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통신도 애초에 국영 독점에서 출발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KT가 사실상 전 영역을 지배했지만, 1990년대 들어 국제 압력과 국내 규제 완화의 흐름이 맞물리면서 균열이 생겼다. 1991년 다콤, 1997년 온세텔레콤 같은 신생 사업자들이 등장하며 국제전화 시장에 경쟁이 열렸고, 이어 장거리와 시내전화까지 개방이 확산됐다. 독점이 무너지고 다층적 경쟁이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며, 통신시장은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었다. 물론 경쟁 사업자의 진입이 곧장 효율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1997년 개인휴대통신 사업자들이 출범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은 단숨에 다섯 개 업체가 뒤엉켜 경쟁하는 구조가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기지국을 비롯한 인프라가 과도하게 증설되며 중복투자와 과잉투자 논란이 불거졌다. 고용 불안정 문제까지 뒤따르며 산업 전반이 흔들렸다. KT 역시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1989년 민영화라는 길로 들어섰지만, 기존 지위를 지키려는 저항은 완강했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표출되었다. 그럼에도 한국 통신시장의 경쟁 체제는 이런 난관을 뚫고서야 비로소 뿌리를 내렸다. 전력시장 개방을 둘러싼 논의에서 늘 방어 논리로 제기되는 망 중복투자 문제, 기존 독점 사업자의 저항, 기술적·비용적 부담을 이미 통신산업은 고스란히 겪고 극복해낸 셈이다. 그 결과 소비자는 요금 선택권과 서비스 다양성이라는 실질적 혜택을 손에 넣었고, 산업은 경쟁을 통해 혁신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 특히 알뜰폰(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제도는 통신시장의 진화를 잘 보여준다. MVNO는 자체 망을 보유하지 않고 기존 이동통신사의 망을 임대해 독자적인 요금제와 서비스를 설계해 제공한다. 막대한 망 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않고도 서비스 혁신과 가격 경쟁을 촉진할 수 있었기에, 소비자는 SKT·KT·LGU+라는 3대 이동통신사의 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수십 개 알뜰폰 사업자가 내놓는 다양한 요금제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소비자 권리를 확장하고 시장 효율성을 높인 대표적 성과였다. 전력망은 물리적으로 중복 구축이 불가능하다. 송전과 배전은 국가 차원에서 통합 운영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전형적인 자연독점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이 송배전망을 토대로 공급과 판매 주체를 다양화한다면, 통신시장의 MVNO 구조와 유사한 경쟁 원리를 전력시장에도 도입할 수 있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전력중개사업자(aggregator)다. 다수의 발전사업자와 신재생에너지 설비, 가정용 태양광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분산형 전원을 하나의 '가상발전소(VPP)'로 묶어 전력시장에서 거래하거나 소매시장에 공급하는 구조다. 개별 소규모 전원이 시장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중개사업자가 대신 메워주는 것이다. 둘째, 소매사업자(retailer)다. 이들은 송배전망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전력 도매시장에서 확보한 전력을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 인증 전력 상품,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 맞춤형 요금제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설계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한다. 즉, 송배전망은 공공적 독점으로 두되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개방하고, 그 위에서 전력중개사업자와 소매사업자가 경쟁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소비자는 지금처럼 한전만 상대하는 획일적 구조에서 벗어나, 통신시장에서 알뜰폰을 고르듯 자신에게 맞는 전력 공급자와 요금제를 고를 수 있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적 서비스의 도입을 촉진할 뿐 아니라,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새로운 전력시장 질서를 열게 될 것이다. 전력시장 거버넌스를 개혁하지 않는 한, 요금 논란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 정부는 전기료 조정이라는 미봉책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전력시장에 아예 공을 넘겨 스스로 그 책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 소비자들도 더이상 '전기세'라며 인상 마다 정부를 탓할리도 없고, 원자재 가격 하락때는 전기료도 하락하는 난생 겪어보지도 못한 호사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야말로 에너지 위기와 요금 갈등을 동시에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유종민

‘열 흡수’ 검정색 자동차, 도시열섬 부추긴다

도시에 주차된 차량이 도시 열섬 현상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차량의 색상과 재료 특성이 도시 표면의 열과 복사(적외선 반사) 특성을 크게 변화시켜, 밀집된 도심 지역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도시 열섬 현상은 에너지 소비나 콘크리트 구조물 집중 등으로 인해 도시 중심 지역이 주변 자연 경관보다 더 따뜻한 온도를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스페인 리스본 대학 연구팀은 최근 '도시와 환경 상호작용(City and Environment Interac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에서 주차 및 이동 중인 차량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주차 차량이 표면의 열 특성을 현저히 변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차량은 건물과 도로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건축 자재와 상당히 다른 재료(특히 금속)로 구성돼 있어 도시 열섬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선 차량은 급격한 온도 상승을 촉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의 얇은 금속 표면은 높은 태양 복사 흡수율과 열 저장량이 작아 온도가 쉽게 변하는 성질 때문에 주간 햇빛 노출 시 아스팔트보다 훨씬 빠르게 가열된다. 차량 표면이 주변 도로 표면보다 훨씬 뜨거워질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차량 색깔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연구팀 측정 결과, 검은색 차량과 흰색 차량은 주변 온도와 뚜렷한 기온 차이(ΔT) 패턴이 나타났다. 검은색 차량은 지붕 중앙 위 20cm 지점에서 ΔT는 3.39°C에서 3.79°C에 달했다. 반면 흰색 차량주변의 ΔT 값은 현저히 작았고 종종 주변보다 낮은 온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관찰 결과는 차량 색상이 주변 기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색상에 따른 차이는 '알베도(albedo, 빛의 반사율)' 때문인데, 차량 외장 코팅이 검정색이면 알베도는 0.05, 흰색이면 0.85의 알베도 값을 갖는다. 알베도가 높으면 빛을 더 많이 반사하는데, 아스팔트의 경우 0.05~0.2 정도의 알베도를 나타낸다. 연구팀은 “어두운 색상의 차량은 인접한 아스팔트에 비해 지표 근처 기온을 최대 3.8°C까지 상승시킬 수 있으며, 밝은 색상의 차량은 온도 차이를 덜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낮 동안 집중적으로 주차된 차량은 밀집되고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태양 복사 흡수와 표면 온도를 바꿀 수 있다"면서 “밝은 색상의 차량은 보행자의 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차 차량은 햇빛을 가리는 차양 역할도 일부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차량 아래 포장도로의 태양 노출을 줄이고 낮 동안 도로 등 바닥에 흡수되는 열의 양을 잠재적으로 낮출 수 있다. 밤에는 차량 본체(열 저장량이 적음)가 빠르게 식는 반면, 도로 표면은 저장된 열을 방출하며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유지된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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