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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미래 산업과 민생을 위한 국가전략, 원자력의 재정의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예고했다. 이 조치는 한국 에너지 정책의 구조와 우선순위를 새롭게 설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에너지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각 부처에 흩어진 권한을 통합하여 보다 일관되고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면,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목표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공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TV 토론에서 원자력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언급한 바 있고, 이는 체코 원전 수주 계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았다. 민주당 정부의 재집권이 문재인 정부 시절의 이른바 '탈원전' 기조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2025년의 국제 에너지 환경과 국내 산업 생태계는 과거와 크게 다르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AI 산업을 포함한 미래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가 맞물리는 오늘, 한국은 원자력이라는 무탄소 에너지원을 실용적 관점에서 재평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첫째, 에너지 안보라는 고전적 명제가 다시 중심 의제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해상 운송의 불안정, 중동의 정세 불안은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한국의 취약한 구조를 다시금 드러냈다. 천연가스 가격의 불안정과 선박 운송 리스크는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자력은 탄소 배출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연중무휴로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면서도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대안 중 하나로 여겨진다. 둘째,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생'과 '공공성'이라는 국정 철학은 원자력과 충돌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보적일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가계와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수급만으로는는 변동성 높은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원자력은 '기후위기 대응'과 '전기요금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 자산이다. 셋째, 이재명 정부가 한국의 글로벌 AI 및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압도적인 전력 공급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미국의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이미 원자력을 공공연히 지지하고 장기 전력 수급 계획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전, 판교, 용인 등지의 데이터센터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AI 인프라에는 전력망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성이 크고, 저장 기술은 여전히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제약이 크다. 특히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에는 물리적 한계도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원전 기술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SMR은 설치 면적이 작고 안전성이 높아 산업단지나 도심 인근에도 배치 가능하며, 수소 생산 등과 연계되어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전력망의 부담을 분산하고,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에너지부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면, 이 부처는 단순한 행정 통합기구를 넘어, 국가 에너지 전략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해야 한다. 원자력에 대한 재평가는 단순히 증설 또는 감축의 문제가 아니라, 그 역할을 재정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대형 발전소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SMR, 수소 연계형 원전, 산업단지 특화형 원전 등으로의 기술적 다변화와 공간적 분산이 필요하다. 더불어, 한국은 이미 원자력 수출국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체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국형 원자로가 유럽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도 건설될 가능성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한국의 산업적 이익을 넘어 전략적 신뢰 자산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의 정치적 유산과 이념적 입장을 넘어서, 2025년의 현실과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하기를 바란다. 원자력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기반이며, 기후와 안보, 산업이 교차하는 전략 자산이다.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용과 균형, 그리고 책임 있는 전환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하는 길일 것이다. 임은정

한전, LS전선과 해저 케이블 진단 기술로 세계시장 공략

한국전력(사장 김동철, 이하 한전)이 LS전선(대표이사 구본규)과 해저케이블 기술 사업화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협력에 나선다. 한전은 최근 LS전선과 LS 용산타워에서 한전이 개발한 해저케이블 상태판정 기술인 SFL-R1) 과 SFL2) 의 사업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문일주 한전 기술혁신본부장, 김형원 LS전선 부사장 등 양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SFL-R, SFL 진단패키지를 포함한 해외 사업화 모델을 개발하고 SFL을 활용하여 LS전선의 자산관리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체결됐다. SFL-R은 실시간 전류 신호를 측정하는 세계 유일의 기술로 현재 제주 #1 HVDC, #3 HVDC, 북당진-고덕 HVDC 등 장거리 HVDC 케이블을 모니터링 하는데 쓰이고 있으며, 휴대용 탐지기술인 SFL과 함께 99% 이상의 정확도로 고장을 탐지한다. 이번 협약으로 한전은 LS전선이 자체 운영중인 해저케이블 자산관리 플랫폼 내에 한전의 SFL-R 기술을 탑재하게 되었고, 향후 LS전선이 해외사업에 입찰시 한전의 SFL-R과 SFL 기술을 규격에 반영(Spec-In)해 공동 사업화가 가능하게 됐다. 또한 순수 국내 기술에 기반한 차별화된 시스템과 함께 장거리 케이블 통합 진단 솔루션 기술 패키징을 구축하게 돼 해저케이블 분야의 세계시장 진출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일주 한전 기술혁신본부장은 “이번 협약으로 국내 전력케이블 제조 및 운영 통합 솔루션 사업의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초석을 마련했다"며, “단발성 협력이 아닌 지속적인 상호 기술 교류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 이스라엘-이란 공습에 에너지 수급 비상대책반 가동

김준동 한국남부발전 사장이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이란 공습과 관련, CEO 주관으로 '에너지 수급 비상대책반'을 긴급 가동, 글로벌 에너지 수급 상황과 해외사업장 운영점검 등 안정적 발전사업 운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 13일부터 긴급 가동한 에너지 수급 비상대책반은 △ 에너지수급 점검반(유연탄·LNG·외환 점검), △ 발전운영 점검반(발전소운영, 건설자재 점검), △ 안전·보안 점검반(해외사업장 운영, 정보보안 등)으로 구성, 분과별로 이스라엘-이란 공습에 따른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다. 김준동 사장은 “이스라엘-이란 공습에 따라 에너지 가격, 에너지 수급, 환율 등 여러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에너지 수급 비상대책반을 통해 선제적으로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리스크에 촘촘하게 대응하여 안정적 발전사업 운영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남부발전은 앞으로도 CEO 주관으로 “이스라엘-이란 에너지 수급 리스크 관리 위원회"로 확대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위기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장마 첫날부터 사상 최대 강수량…산불지역 산사태 주의

제주도부터 시작된 장마로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승용차 운전자가 물속에 고립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산불이 발생했던 경북 지역의 산지는 토양 여건이 약화돼 장마에 따른 산사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13~14일 남부지방에는 제주 256.5mm, 부산 178.4mm, 전주에 157.9mm의 비가 관측됐다. 특히 14일 새벽 1시쯤, 부산 중구에는 1시간 동안 61.2mm가 내려 6월 강수량으로는 부산 지역 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로 인해 부산에서는 승용차에 있던 엄마와 딸이 불어난 하천 물에 떠내려 가다 119 구조대원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되기도 했다. 또한 도로가 유실되거나 옹벽이 무너지고,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이달 중순부터 시작하고, 대기 불안정으로 시간당 100㎜ 이상 극한 호우 발생이 잦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우려되는 지역은 경북 산불발생 지역이다. 나무 뿌리가 토양을 꽉 잡아줘야 장맛비에 쓸려가지 않는데, 많은 나무가 타 죽었기 때문에 토양 여건이 상당히 약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산에 오르지 않거나 산 주변을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된 장마를 대비해 상습 침수 구역을 정비하고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15일 오후부터 내일 오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고 특히 천둥 번개 등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전남해안과 제주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12시부터는 중부지방과 전라권, 경상서부내륙에, 밤 18시부터는 경상권으로 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에는 전국 대부분에 비가 그치지만, 일부 중부지방과 경남권해안, 제주도 오후(12~18시)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17일에는 중부지방에 가끔 구름이 많겠으나,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대체로 맑고, 18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제주도에 가끔 구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5~16일 예상강수량은 수도권 및 서해5도 20~60mm, 인천과 경기북서부는 80mm 이상 예상된다. 강원도는 20~60mm, 충청권은 10~60mm, 전라권은 20~60mm, 경상권은 20~60mm, 제주도는 30~80mm, 많은 곳은 120mm 이상 예상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일본 이어 미국도 무릎 꿇었다…40년간 준비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전략

중국을 경제적으로 봉쇄시키겠다고 큰 소리치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한방 먹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희토류 공급을 중단하자 미국 내 자동차 등 첨단산업이 가동 중단 위기에 놓인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2010년 일본에 이어 15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까지 무릎 꿇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중국은 40년 전부터 희토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철저하고 치밀하게 국가 전략적으로 이를 무기화하는 데 대성공했다.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이 진행됐다.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사회연결망 계정에 “(미국과) 중국과의 거래는 시진핑 주석과 저의 최종 승인을 거쳐 완료됐다. 중국은 자석과 희토류를 선불로 공급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합의 내용을 중국에 제공할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우리는 (대중) 55% 관세를 유지하고, 중국은 (대미) 10%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6개월 한시적으로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재개했다. 그러면서 중국 대변인은 “미국은 합의사안을 잘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미국의 합의 이행 여부를 보고 희토류 수출을 계속할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황상 이번 무역협상은 중국의 승리다.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의 세계 최고 패권지위를 확고히하고, 천문학적인 무역적자도 개선하기 위해 중국에 200%가 넘는 고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경제적 봉쇄에 착수했다. 하지만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반격에 나섰다. 지난 4월 4일 중국 정부는 희토류 7종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수출 통제는 수출 금지가 아닌 허가제로, 중국 상무부가 해당 광물이 군사용 또는 국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된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수출을 허가하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수출 통제된 희토류 7종은 디스프로슘, 이트륨, 사마륨, 루테튬, 스칸듐, 테르븀, 가돌리늄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7종의 사용처는 다음과 같다. △디스프로슘(Dy): 영구자석, 콘덴서, 자기 영동물질 소재 △이트륨(Y): 산업, 의료, 군수용레이저 관련 매질, 모니터 형광체 △사마륨(Sm): 영구자석, 중성차 흡수체, 레이저, 조명 △루테튬(Lu): 레이저, 크리스탈 제조 △스칸듐(Sc): 항공우주 부품 등 △테르븀(Tb): 모니터 등 형광체, 자기 영동물질 소재, 영구자석 △가돌리늄(Gb): 컴퓨터 메모리, 핵 반응제, 원자로 중성자 차폐제, 광학유리 등이다. 사실 희토류는 17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7종만 수출을 중단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동차 생산이 중단 위기에 놓이는 등 초비상에 걸렸다. 특히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희토류가 더 많이 사용되는 전투기 등 비행산업과 우주산업의 타격이 더 컸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15년전 사건이 또다시 회자됐다. 2010년 일본과 중국은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섬(댜오위다오)을 놓고 영토 분쟁을 벌였다. 당시 중국의 한 어부가 센카쿠섬 근처에서 조업을 하다 일본 해경에 체포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시켰고, 일본은 곧바로 어부를 석방시켰다. 중국은 '희토류' 하나만으로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과 일본을 바로 무릎 꿇게 했다. 그렇다면 희토류는 무엇이고, 중국은 어떻게 이를 무기화에 성공했을까.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REE)는 주기율표 제3A족인 스칸듐(원자번호 21), 이트륨(39)과 원자번호 57(란타늄)에서 71(루테튬)까지의 란탄계열 원소 15개를 더한 17개의 원소를 총칭한다. 지각에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지각 내 희토류 함량은 약 200ppm(0.02%)가량이다. 화성암보다는 화강암계열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별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 4400만톤(48.9%), 브라질 2100만톤(23.3%), 인도 690만톤(7.7%), 호주 570만톤(6.3%), 러시아 380만톤(4.2%), 베트남 350만톤(3.9%), 미국 190만톤(2.1%), 그린란드 150만톤(1.7%), 탄자니아 89만톤(1%), 남아프리카공화국 86만톤(1%) 등이다. 이처럼 희토류 매장량은 지구상에 넓게 분포돼 있지만 생산 비중은 유독 중국이 높다. 2024년 기준 국별 생산량은 중국 27만톤(69.2%), 미국 4.5만톤(11.5%), 미얀마 3.1만톤(8%), 태국 1.3만톤(3.3%), 호주 1.3만톤(3.3%), 나이지리아 1.3만톤(3.3%), 인도 0.3만톤(0.7%) 등이다. 미얀마의 희토류 생산량 대부분도 중국으로 수출된다. 최근 미얀마의 강지진으로 대중국 희토류 수출이 끊겨 중국 거래가격이 단기 상승하기도 했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에서 강점을 갖는 이유는 생산과 정제 과정이 매우 어렵고, 막심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희토류는 토지 내 함량이 적기 때문에 넓은 땅을 헤집어 놔야 한다. 또한 희토류 채굴 후 추출 및 분리 과정에서 대량의 화학약품이 사용되는데, 희토류 1톤 추출 시 황산이 포함된 6300만 리터의 독성가스와 20만리터의 산성 폐수, 1.4톤가량의 방사성 물질 함유 폐수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희토류 생산이 매우 어렵지만, 중국은 환경오염 이슈를 무시하고 국가 전략적으로 희토류 생산을 장려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 시장을 제패하게 됐다. 현재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반독점적 생산국이 됐지만, 20세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브라질, 인도, 미국, 남아공 등이 모두 주요 희토류 생산국이었다. 중국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1980년대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려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낸 결과이다. 다른 나라들은 엄격한 환경 규제와 생산비 증가로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중국은 느슨한 환경 규제와 가격 경쟁력으로 희토류 생산을 늘려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난립하는 중소업체들을 통폐합하고 희토류 개발 및 생산을 정부 통제하에 둠으로써 본격적으로 희토류의 자원 무기화에 나섰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 많은 희토류 기업들이 중국희토, 중국희유희토, 남방희토, 북방희토, 샤먼텅스텐, 광둥희토그룹 등 6개 국유기업으로 통폐합됐다. 2022년 6개 국영기업 가운데 중국희토, 중국희유희토, 남방희토 등 3개 기업과 2개 연구기관이 인수합병돼 중국희토그룹이 설립되면서 중국희토그룹, 북방희토, 샤먼텅스텐, 광둥희토그룹 등의 4대 체제가 형성됐다. 2023년 중국희토그룹은 샤먼텅스텐과 희토류 분리 및 제련 관련 협력계약 체결했고, 2024년 광둥희토그룹을 인수했다. 이로써 사실상 중국희토그룹(重희토류 중심)과 북방희토그룹(輕희토류 중심) 2강 체제가 됐다. 중국은 2001년부터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을 통해 희토류 관련 기술의 수출을 통제해 왔으며, 채광-분리-정제-제조 등 사실상 생산 공정 모든 단계에 해당하는 희토류 관련 기술을 금지·제한 목록에 포함했다. 2023년 12월 중국은 2023년 판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 발표를 통해 사마륨-코발트, 네오디뮴 자석(NdFeB), 세륨 자성체 설비 기술, 희토류 수산화붕산칼슘 제조 기술 등을 희토류 제련·가공·활용 기술 수출금지 항목에 신규로 추가해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통제 범위를 확대했다. 제한 목록에는 희토류의 채광·선광·제련 기술, 희토류 추출제의 합성 공정·배합 기술 등이 포함됐다. 그리고 2024년 6월 중국 정부는 희토류의 완전한 무기화에 나섰다. 국무원은 중국의 첫 희토류 관리 전문 행정법규인 '희토류 관리 조례'를 발표하고, 2024년 10월 1일부터 시행했다. 조례는 희토류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희토류 광물, 제련·분리, 금속 제련, 재활용, 유통, 수출입 등 전반적인 산업망·공급망에 대해 중국 정부가 통제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조례에서는 “희토류 자원은 국가 소유로 어느 조직과 개인도 침탈 혹은 파괴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했으며, “국가는 희토류 자원에 대해 '보호성 채굴'을 실시하고, 국가 차원에서 희토류 산업에 대해 통일적 계획을 시행한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국가자원 안전과 산업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을 입법 목적으로 명시함으로써, 희토류 자원 및 관련 제품을 중국 국가 안보와 연결했다. 아울러 “희토류 상품 및 관련 기술, 제조공정, 설비의 수출입은 대외무역, 수출입 관련 법률과 법규에 따라 진행"하며 “수출통제 품목일 경우, 수출통제 관련 법률과 법규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미국, 일본까지 당했는데 우리나라라고 무사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역시 희토류 원료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희토류 수출국의 무기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비축, 재자원화, 해외 물량 확보 등을 추진하고 나아가 국내 생산부터 가공까지 밸류체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광해광업공단의 2023 광업요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속광물 중 가채매장량이 가장 많은 순으로는 철(4335만톤) 다음으로 희토류(2018만톤)이다. 알고보면 우리나라도 희토류 부국인 것이다. 지금은 환경오염 이슈 때문에 생산, 정련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지만, 첨단산업에 없어선 안될 핵심적인 광물이고 무기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도 생산부터 가공까지 밸류체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부는 자원안보 차원에서라도 탐사부터 개발-채굴-가공-완제품-재활용에 이르는 희토류 산업 전후방 밸류체인을 구축해야 한다"며 “현재처럼 희토류 비축으로는 글로벌 자원 무기화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글로벌 관세 전쟁과 함께 진행되는 자원전쟁에 대비해 희토류의 자립적 밸류체인 구축이 필요하다"며 국내 생산체제 확보를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찬우의 카워드] 배터리 신흥강자 ‘LMR’…美 GM이 주목한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니켈·코발트 의존도를 낮추고 망간 비중을 높인 LMR(Lithium Manganese Rich, 리튬망간리치) 배터리가 글로벌 완성차업체 GM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차세대 전략으로 부상하면서 기존 LFP(리튬인산철)·NCM(니켈코발트망간) 체제를 넘어설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완성차 기업 GM은 삼성SDI와의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LMR 배터리 생산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앤디 오우리 GM 배터리 및 지속가능 기획 수석 엔지니어는 최근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과 최신 배터리 기술을 활용한 각형 LMR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오는 2027년 시범 양산에 이어 2028년부터 합작사 얼티엄셀즈에서 대형 전기트럭·SUV에 LMR 배터리를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LMR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조합이다.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을 30% 미만으로 낮추고 망간 비율을 60~65%까지 대폭 높인 것이 핵심이다. 망간은 가격이 저렴하고 매장량이 풍부해 원가 안정성과 공급망 리스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따라서, LMR 배터리는 △원가 안정성 확보 △LFP 대비 30% 이상 높은 에너지 밀도 △기존 NCM 생산라인과 호환성 유지라는 3중 경쟁력을 갖췄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낮은 원가와 열안정성으로 저가형 전기차에 적합하지만 구조상 부족한 에너지 밀도의 한계로 대형차 적용이 어려웠다. 또, NCM(니켈코발트망간)은 고에너지밀도로 프리미엄 전기차에 사용되지만 고가의 니켈·코발트 의존도와 재활용 복잡성이 걸림돌이었다. LMR은 두 기술의 단점을 보완해 LFP 대비 40% 낮은 kWh당 원가, NCM 대비 20% 높은 재활용 효율을 구현하며 중간시장을 공략한다.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들도 LMR 배터리 상용화와 기술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력과 공급망 경쟁력,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등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퓨처엠은 LMR 양극재 내 망간을 안정화하는 구조 설계를 통해 망간 용출 문제 등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생산라인을 활용해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 양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연내 LMR 양극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LMR 상업화 일정에 맞춰 대형 수주를 추진 중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LMR 양극재 개발에 이어 향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과 함께 에너지용량을 한층 높인 차세대 LMR 양극재 개발을 통해 LMR 제품 포트폴리오를 엔트리·스탠더드에서 프리미엄·대형 EV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장 변화와 고객 요구에 따라 전구체, 구형흑연 등 공급망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에서 오는 2027년 말 LMR 각형 배터리셀 시범생산에 이어 2028년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생산되는 LMR 배터리는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트럭, 에스컬레이드 IQ 등 대형 전기차에 탑재한다. 그러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와 한계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LMR 양극재는 충·방전 과정에서 층상구조가 불안정해지며 전압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전압 감소'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배터리 수명이 500사이클 이내로 단축될 수 있어 장기 신뢰성 확보가 관건이다. GM 등 주요 기업들은 도펀트와 코팅 등 다양한 보완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나 대량생산 과정에서의 재현성과 일관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충전과 방전 시 전압 차이가 커지는 '전압 이력' 문제도 지적된다. 이 현상은 에너지 효율 저하로 이어져, 실제 주행거리와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망간 함량이 높아지면서 열폭주 위험성이나 구조적 불안정성도 NCM 대비 높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공정 측면에서도 LMR 양극재는 900°C 이상의 고온 소성 등 제조 과정이 복잡해, 기존 NCM 대비 에너지 소비가 더 크고, 전구체 합성 등에서 새로운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여기에 망간이 전해액으로 용출되는 현상, 재활용 과정에서의 망간 분리 효율 저하 등도 실질적 상용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아직까지 극저온 환경이나 급속충전 등 실차 조건에서의 장기 신뢰성 검증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GM·포스코퓨처엠 등 국내외 기업들은 올해까지 전압 감소 문제를 대폭 개선하고, 에너지 밀도와 내구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MR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술적 난제와 공정상의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필수다. 한편, 배터리업계는 LMR이 단순히 LFP 배터리를 대체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LMR은 LFP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30% 이상 높아 '더 긴 주행거리'와 '더 적은 배터리 무게'로 대형 전기차와 SUV, 상용차 등 중·대형 차량 시장에 적합하다. 반면에 LFP는 가격이 저렴하고 열 안정성이 뛰어나 소형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여전히 강점을 가진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 세분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LMR이 LFP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전기차 다양화에 따라 가격대와 성능에 맞춰 다양하게 선택될 것으로 보고있다"며 “LFP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강원 기후테크 포럼 2025’, 강원 7번째 미래산업으로 ‘기후테크’ 가능성 제시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강원도와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강원 기후테크 포럼 2025'가 13일 원주 인터불고호텔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강원 7번째 미래산업, 기후테크'라는 주제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술·정책·산업 전략과 탄소중립 실현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이날 포럼은 전문가 간담회, 총 3부로 구성된 주제별 세미나, 개회식 및 기념식, 특별강원 등으로 진행됐다. 아젠다별로 다양한 산학연 관계자와 지자체, 기업, 시민이 함께 했다. 이날 개회식 및 기념식에는 김진태 도지사, 김동일 한국기후변화연구원장, 김시성 강원도의회 의장,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최재절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등 정·관·학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강원도는 지난 3월 7개 미래산업으로 기후테크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포럼은 강원 7번째 미래산업의 도약을 위한 시발점으로 산학연 전문가의 토론과 공론을 통해 궤적 이해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김동일 한국기후변화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 등 경제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는 21세기 최대의 글로벌 위기다. 전 세계 주요 경제인들이 참여한 세계경제포럼에서도 기후위기를 국가 간 갈등보다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만큼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과 대응이 절실하다. 기후테크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강원도민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포럼이 기후와 경제를 함께 살리는 국가 신성장 동력의 출발점이자, 도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글로벌 강원자치도의 미래비전을 밝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태 도지사는 “기후테크는 강원의 일곱 번째 미래산업일 뿐만 아니라,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수소 등 기존 6대 미래산업을 아우르고 융합할 수 있는 핵심산업이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산업이 기후테크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이어 “이번 포럼이 한국기후변화연구원의 대표 포럼으로 자리매김해 세계적 수준의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시성 강원도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기후테크가 강원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국내 최초로 착공된 기후변화대응 복합센터를 중심으로 강원도의 위상 또한 한층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설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포럼은 오전 10시 전문가 간담회와 함께 3부 구성의 세미나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세미나는 기후재난 대응 기술부터 산업 전환 전략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강원도의 기후테크 정책 방향을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1부 세미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역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발표에서는 강원연구원이 '기후변화와 강원 미래산업 전략'을 주제로,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에 둔 강원형 산업구조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한국임업진흥원과 산림항공본부는 '기후위기 시대의 산불 대응기술'을 발표하며, 대형산불 빈도가 높아진 기후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드론 활용, AI기반 조기감지 시스템, 항공진화기술 등 첨단기술 중심의 산불대응체계를 소개했다. 2부 세미나에서는신산업 육성과 기후정책 협력을 주제로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이 다뤄졌다. 국가 및 강원도 신산업 정책 설명회, 지자체 연계형 정책 세미나, 지자체 맞춤형 주도 환경정책 설계로 를 주제로 에서는 탄소중립과 기후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 신성장산업 육성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 특히 정부의 녹색산업 육성 로드맵과 강원도의 대응 방향을 함께 공유해 실질적 협업 가능성이 제기됏다. 발표자들은 수소 에너지, 탄소 포집·저장(CCS), 지속가능 농업 등 각 분야의 기후기술이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전환의 핵심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대학교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강원의 지형과 기후특성을 고려한 지역 맞춤형 수소 생산 및 활용 방안을 제시했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미래 기후농업 정책을 주제로 경종분야 및 축산분야 대응현황 및 주요 정책을 발표했다. 오후 본행사에 이어 기조연설에서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기후위기 시대, 산업전환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결정적 요소"라며, 탄소중립을 넘어선 기술주도형 경제모델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초청 강연에는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사무총장이 나섰다. 유 사무총장은 '트럼프 이후의 글로벌 ESG 동향과 탄소중립'을 주제로 트럼프의 반ESG정책에 따른 영향과 향후 전망 및 강원도의 지역화 및 기후대응의 선도적 역할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특별대담에서는 전의찬 세종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최재혁 기획재정부 CGI 국장,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유인식 ESG경영전략가, 김학주 CCS 전문가 등 민관 산학 대표인사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강원 7번째 미래산업, 기후테크' 육성전략을 주제로, 지역산업과의 융합, 기업 투자유치 방안, 전문인력 양성, 기술고도화 로드맵 등을 제안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마지막 3부 세미나(16:00~17:30)에서는 실천 가능한 기후기술 응용사례와 정책이 발표됐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탄소저감형 광물산업전환'을 통해 친환경 광물 채굴기술과 탄소배출 최소화 설비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강원대학교·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기후위기 대응기술과 지역혁신'을 주제로 도내 대학 및 연구기관의 공동연구 사례와 정책연계를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후변화와 ESG경영'을 통해 중소기업의 ESG전환 지원전략을 발표했으며, 강원테크노파크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활용방안' 발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ESS, 그린 수소 기술의 지역 확산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게 행사장 외부에서는 도내 기후테크 기업 및 참여기관의 전시봏옵 부스를 운영해 방문객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강원도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지역 중심의 기후기술로 풀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정부·지자체·기업·학계가 참여하는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체적 실행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ss003@ekn.kr

“내 땅에 변전소도, 발전소도 안된다”…극심한 님비현상에 국가 에너지정책 표류

수도권 전력 수급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분당발전본부 현대화사업과 동서울변전소 건설 사업이 각각 성남시와 하남시에서 주민 민원과 정치권의 반대로 표류 중이다. 양 사업은 모두 국가 에너지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탄소중립과 친환경 전환을 위한 필수 기반시설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눈치보기식 행정과 과도한 민원 수용이 맞물리며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향후 전력공급 안정성 저해, 탄소중립 계획 차질 등의 심각한 여파가 우려된다. 한전이 추진 중인 동서울변전소는 수도권 동부지역 전력공급을 위한 핵심 변전시설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국가 전력망 확충계획에 포함되어 설계 및 부지 조성에 착수했지만, 하남시와 지역구 정치인의 반대로 인허가가 보류되며 수년째 지연 중이다. 동서울변전소는 경북 울진에 위치한 한울원전 등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연결하는 핵심 설비이다. 이에 한전은 하남시 감일동에 위치한 동서울변전소의 지중화와 증설을 추진해왔다. 야외에 있는 345㎸의 시설을 지중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여유 용지에 초고압직류(HVDC) 전압 500㎸ 변환소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지역 주민들은 전자파 유해성 등을 이유로 한전에서 추진하던 사업설명회를 취소하고 강력한 반대 투쟁을 벌였다. 하남시까지 지역주민 반대를 이유로 한전이 신청한 지중화 등 건축허가 4건에 대해 불가 통보를 하면서 결국 건설사업이 멈췄다. 이후 한전이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한전은 중앙정부 계획과 법적 허가까지 다 받았지만, 여전히 지역주민 반대가 심해 지자체의 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행정심판은 2024년 12월에 한전이 승소했고 하남시가 변전소 증설건을 승인하지 않아 현재도 지연상태"라며 “주민수용성을 위해서 건물디자인 선호도 조사, 전자파측정지원 등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남동발전의 분당발전본부 현대화사업도 지자체 허가 지연에 막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분당발전본부는 총 922MW 복합화력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해 전기는 한전에 판매하고 열은 한국지역난방공사를 통해 성남지역 아파트 약 18만세대와 수도권 약 9만세대에 공급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분당발전본부가 설계수명 30년이 도래해 2033년까지 1조2219억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1014㎿/h급 고효율·친환경 설비로 교체하는 현대화사업에 착수했다. 남동발전에 따르면 현대화사업을 통해 대기배출물질(NOx)은 기존 30ppm에서 4ppm으로 약 86% 저감되고, 온실가스는 MWh당 기존 0.487톤에서 0.331톤으로 약 32% 저감되는 효과가 있다. 남동발전은 이 사업에 대해 2023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 인허가 승인을 받고, 2024년 2월 성남시에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 변경 신청을 했지만 지금까지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는 인근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주민들은 불법 증축에 따른 과태료를 남동발전에 대납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공공기관이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것까지 요구사안에 포함하고 있다. 남동발전 측은 “민간 불법행위 처리 요구는 부당하다"며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주민이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분당동 주민자치위원회 등 지역 내 찬성 여론도 적지 않아 주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에너지업계는 에너지시설에 대한 님비(NIMBY)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국가 탄소중립·에너지전환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님비현상은 시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 땅에는 안된다(Not In My Backyard)는 주민들의 이기적인 습성을 꼬집는 말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에너지 인프라가 개인의 불법 민원과 정치적 계산에 좌우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안보와 전력 공급 안정성은 국가의 기초 인프라 문제다. 지자체의 권한도 중요하지만, 법적 원칙과 공익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도 “지역 반발이 두려워 필요한 전력망 투자가 미뤄지면 결국 대규모 정전, 전력요금 인상, 산업경쟁력 약화로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정부는 갈등조정기구 등을 통해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줄곧 “친환경 발전소와 주민복지시설을 함께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주민 수용성과 공익을 동시에 고려한 좋은 모델이다. 일부 불법 건축을 이유로 국가사업을 발목잡아선 안 된다"고 말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성남시 관계자는 “주민 민원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선 시도 조속히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익명으로 “분당발전 현대화와 동서울변전소는 중장기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포함된 필수시설"이라며 “인허가 지연이 장기화되면 수도권 전체 전력공급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정절차는 지자체 권한"이라며 정부의 직접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에너지시설에 대한 님비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시설 설치율, 즉 에너지자립도에 따라 요금을 달리 적용하는 요금차등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에너지시설 님비현상은) 임시방편적인 해결책보다는 결국 에너지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에 따라 가격을 정상화해 해소해야 하는 문제"라며 “에너지 자립율이 높은 지역에게는 혜택을, 낮은 지역에게는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로 진행돼야 님비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효율 투자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자립에 따른 요금 차등제는 이재명 대통령도 동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 5월 16일 군산 유세에서 “서울과 영광의 전기요금이 같다. (에너지 자립률이 높은) 지방은 싸게, 소비지는 송전비를 붙여서 더 비싸게 해야 한다"며 “앞으로 전기요금은 올려야 한다. 지금도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올릴 때 지방은 덜 올리던지 그냥 유지하던지 해서 (자립률이 낮은 지역과) 에너지요금 차이, 규제 차이, 세금 차이 만들면 지방에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 전환 가속…‘친환경 플라스틱 표준’ 민관 손잡아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석유화학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친환경 플라스틱 국제표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원장 김대자)은 6월 12일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친환경 플라스틱 국제표준화 포럼'을 개최하고,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및 국내외 전문가 60여 명과 함께 국제표준 개발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생분해성 빨대, 비닐봉지, 멀칭필름 등 환경 우려가 큰 품목에 대해 국제표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생분해도 시험이 평균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걸리는 등 인증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시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속화 시험법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대자 원장은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KS표준을 신속히 마련하고, 이를 국제표준에 반영해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은 천연물 기반(PLA, TPS, PHA)과 석유계 기반(PBS, PES, PVA) 소재로 나뉘며, 특정 조건에서 완전 분해되는 특성을 지닌다. 최근 이 시장은 연평균 24.6%의 고속 성장세를 보이며, 2029년까지 약 3778천 톤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EUBP Market Data Report, 2024). 이번 포럼은 석유 기반에서 친환경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꾀하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가스 소식] 최연혜 사장 “일·가정 조화로운 일터 만들 것”, 가스안전公 ‘석유화학 안전향상 연구’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최근 국가 소멸 우려가 제기될 만큼 심각한 이슈로 떠오른 인구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인구문제 인식개선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캠페인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공동 기획해 지난해 10월 시작한 범국민운동으로,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최연혜 사장은 강석진 중소기업벤처진흥공단 이사장의 추천을 받아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다음 주자로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목했다. 가스공사는 자사 최초 여성 CEO인 최연혜 사장 부임 후 지금까지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가족 친화적 일터 만들기에 꾸준히 노력해 왔다. 특히, 가스공사는 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권장하고 있는 자동 육아휴직 제도를 올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임신·육아기 단축 근무제, 육아시간제도, 유연근무제(선택근무제) 등 모·부성 보호와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0.75명을 기록하고 20년 후 고령층 비중이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인구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는 국민 모두가 함께 풀어 나가야 할 숙제인 만큼, 가스공사도 국가 공기업으로서 인구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을 갖고 정부 정책에 적극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지난 12~13일 양일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의 라한호텔에서 '제49회 석유화학 플랜트 안전기술향상연구회'(이하 연구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안전기술세미나로 공사와 산업부 및 지자체, 정유·석유화학사 안전관리 임직원, 첨단기술보유 중소기업 등 각 분야에서 17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석유화학산업의 경영환경 변화 및 4차산업 디지털 전환, 안전리더십 등을 중심으로 △LG화학 박상필 책임의 Flare Stack 대기오염물질 발생 저감을 위한 운전 최적화 방안 검토 △SK에너지 박혜준 PM의 SK에너지 Smart Plant 추진 사례 △GS칼텍스 강재민 팀장의 GS칼텍스 여수공장 DX Journey 소개 △퓨처메인 이신혜 이사의 편의성과 신뢰성을 겸비한 설비 정밀안전진단 장비 구축사례 △서울과학기술대 조성종 박사의 석유화학플랜트 PAUT(위상배열 초음파 탐상검사) 실증연구현황이 공유됐다. 또한 석유화학 가스안전관리 이슈를 주제로 '조직변경에 따른 공정안전위험 관리 가이드 라인'에 대해 장방남 가스안전공사 차장(SMS검사지원부)의 발표가 이뤄졌고, 최근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만큼 참석자들 간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박희준 가스안전공사 기술이사는“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에도 현장 안전관리를 위해 노력해주신 업계 종사자들께 감사를 표한다"며 “공사도 석유화학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산업 현실에 맞는 규제혁신과 자율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4차산업 첨단기술 도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안전교류의 장으로서 앞으로도 회원 상호 간의 활발한 기술 정보교환을 통해 국가기간산업인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안전성 및 기술력을 선진화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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