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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 시장은 이번 사안을 대체로 호재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자본시장 진입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주가 향방은 세 가지 변수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상장을 통한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 지분 희석 부담, 상장 이후 미국 시장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공모 등록 신청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전날 밝혔다. 회사는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 방식은 추후 확정해 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ADR은 미국 투자자들이 해외 기업 주식을 자국 증시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예탁증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자본시장에 직접 접근해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글로벌 동종 업계와 같은 시장에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상장으로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의 사업 전망을 적시에 반영한 가치 평가가 이뤄져 새로운 밸류에이션 기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ADR과 국내 본주 사이 밸류에이션 격차가 발생할 경우 본주의 밸류에이션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과 샌디스크에 견줘 SK하이닉스는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 저평가 상태라는 점도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지난해 하이닉스는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하며 마이크론(24조2000억원)을 크게 앞섰지만, PER은 더 낮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올해 추정 PER은 7.8배, 샌디스크는 17.6배인 반면 SK하이닉스는 5.9배에 불과하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마이크론이라는 피어를 가진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수익성, 기술력, 고객대응력에서 우수함에도 밸류에이션 저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ADR을 통한 주주환원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주 발행을 통한 미국 증시 상장은 기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주 발행분만큼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ADR 발행은 찬성하지만 잉여현금흐름이 넘치는데 기존 주주 입장에서 지분이 희석되는 신주 발행 방식은 반대"라고 밝혔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주주환원 강화 계획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며 “신주 발행 형태로 진행되더라도 유통 주식 수 증가분을 웃도는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 가장 중요한 건 시장에서 유동성과 존재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상장이 의미를 가지려면 단순히 이름만 올리는 수준을 넘어 실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7년 뉴욕증권거래소에 ADR을 상장한 TSMC가 대표적인 예시다. TSMC는 대만 내 공장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미국에 상장했다. 전날 기준 TSMC 시가총액 약 2717조원 중 ADR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약 543조원)이다. 지난 한 달간 TSMC ADR 일평균 거래액은 7조3456억원에 달한다. 하이닉스의 국내 증시 일 거래량은 3조~4조원이다. TSMC는 미국 증시에서 거래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핵심 반도체 인덱스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개벌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의 기계적인 매수세를 유발하는 수급 기반을 형성했다. 이남우 회장은 “10~15조원 규모 ADR은 유동성 부족으로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기 어렵다"며 “SK하이닉스 전체 발행주식 수의 10~15%를 취득해 일부 소각하고 대부분은 미국에 상장할 것"을 제안했다. 전날 열린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곽노정 사장은 “ADR은 세계 최대 주식시장이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상장한 미국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3-26 16:21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