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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이사회가 인수제안을 받으면 그 내용과 판단 이유를 공시하도록 하는 '한국형 베어허그' 법안을 두고 '진지한 인수제안' 정의와 공시 의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개매수 단계에서 이사회의 의견 표명을 의무화하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쟁점은 공개매수 이전 단계의 '진지한 인수제안'이었다. 이를 법률로 정의할 수 있는지, 허위 제안이 불공정거래의 면죄부가 되지 않을지가 논란이 됐다. 인수제안이 이사회가 아닌 지배주주에게 향하는 국내 소유구조에서 공시 의무가 제대로 작동할지를 두고도 시각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김남근·김현정·박홍배 의원과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베어허그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지난 9월 '한국형 베어허그' 법안을 대표 발의(개정안)한 오기형 의원은 개회사에서 “11월 법안소위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라 그동안 논의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장으로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공개매수에 앞선 인수제안을 어디까지 공시 대상으로 볼지였다. 개정안은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제안을 받은 이사회가 접수 내용과 검토 계획을 주요사항보고서로 공시하도록 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위는 시행령에 맡겼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개매수 단계와 그 이전 단계를 나눠 봐야 한다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공개매수는 신고서가 접수되면 철회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 전에 회사에 인수하겠다고 한 제안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 그중 정말 진지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도 진지한 인수제안을 법률로 정의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황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경영진과 작전세력이 결탁하면 불공정거래로 처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진지한 인수제안이었기 때문에 공시했다'는 면죄부가 생기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안이 철회되거나 협상이 결렬됐을 때 후속 공시를 어떻게 의무화할지도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그 사이 오른 주가에 주식을 산 투자자의 피해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과제로 꼽았다. 금융당국도 비슷한 고민을 내비쳤다. 김미정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인수제안 공시 의무를 언제부터 부과할지 전문가 의견을 들었을 때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제안이 섣불리 공개돼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무 현장에서는 공시 시점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최철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인지한 때'를 가능한 한 구체화해야 언제 공시 의무가 생기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구속력 없이 오가는 초기 제안까지 즉시 공시하게 해 중구난방으로 퍼지는 것이 과연 모두에게 이익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밀유지 등을 이유로 공시를 미루거나 면제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두자고 제안했다. 발제를 맡은 심혜섭 변호사는 대안을 제시했다. 매수가격, 거래조건, 인수 후 경영방침, 자금조달계획 등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춘 제안을 '진지한 인수제안'으로 보고 세부 요건은 시행령에 위임하자는 것이다. 공시 사유는 세 시점으로 나눴다. 이사회가 이런 제안을 인지한 때, 검토 결과를 확정한 때,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한 때다. 공개매수 단계의 의견표명 의무화에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대상 회사가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만 규정한다. 황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제출된 공개매수신고서는 113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사회가 의견을 밝힌 경우는 18건(15.9%)에 그쳤다. 반대 의견 3건은 모두 경영권 분쟁 상황의 적대적 공개매수였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담은 개정 상법이 시행된 뒤에는 38건 중 13건(34.2%)으로 표명 비율이 높아졌다. 황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은 공개매수 단계의 의견표명을 모두 의무화하고 있다"며 “의무화에 매우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처럼 대상회사가 공개매수자에게 공개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절차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의 초점을 이사회의 의무에 맞췄다. 김 교수는 “베어허그 입법의 본질은 베어허그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베어허그 상황에서 이사회에 어떤 의무를 부과할 것인가"라고 했다. 그 법이론적 근거로는 2025년 7월 도입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들었다. 이사의 책임 범위에는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공개매수에 반대했는데 이후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충실의무 위반이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소유구조에서 베어허그가 작동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렸다. 황 연구위원은 개정안이 인수제안이 이사회로 간다는 것을 전제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등 내부 지분율은 평균 42.39%에 이른다. 그만큼 인수희망자는 이사회가 아니라 지배주주에게 제안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공시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저PBR 하위 30개사의 평균 내부 지분율이 55.25%로 오히려 더 높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면서 “베어허그가 그 자체로 저PBR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좌장인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나라 M&A는 지배주주 지분을 사는 형태가 90% 이상"이라고 짚었다. 심 변호사는 지배주주 존재보다 공정한 인수제도가 없어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베어허그는 독자적인 제도가 아니라 전략"이라며 “공정한 인수제도를 만들면 베어허그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했다. 재계는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장은 저PBR 해소라는 정책 취지에는 경제계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모범규준이나 행동지침 형태로 먼저 시행해 실효성을 검증한 뒤 법제화 여부와 수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공시 의무만 도입되면 공격과 방어의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송 팀장은 몇 가지 보완책도 제안했다. 이사회가 찬성·반대·중립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고르게 하기보다 미국처럼 '의견 유보'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사들의 형사상 배임 리스크까지 포괄하는 면책 조항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김미정 과장은 “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의식과 관행이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주주 충실의무 가이드라인이 일정 부분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금융위가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10-27 17:24 최태현 기자 cth@ekn.kr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대안(정무위안)이 일반주주 보호라는 제도 취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학계·투자업계·법조계에서 나왔다. 인수인이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와 발행주식 50%+1주까지만 공개매수하면 되는 '부분매수'가 함께 허용되면서, 지배주주는 지분 전량을 팔고 일반주주는 남은 물량만 나눠 갖는 구조가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이사 충실의무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주제로 57차 세미나를 열었다. 정무위안은 지난달 17일 정무위,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달 1일 본회의에는 오르지 못했다.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공동성명을 내고 처리 보류를 요청하면서다. 이날 좌장을 맡은 김순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어렵게 이사 충실의무가 도입됐는데 정무위안은 오히려 충실의무에 역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무공개매수는 지배권이 넘어갈 때 누구에게 얼마나 팔 기회를 주느냐 문제"라며 정무위안이 이 질문에 잘못 답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일반주주 전원 응모를 가정해 계산했다. 그 결과 코스피200에 속한 기업 가운데 지배주주가 있는 186개사의 평균 지분율(44.3%)을 기준으로 하면 일반주주는 보유 주식의 약 10.2%만 팔 수 있다. 지배주주가 50% 넘게 파는 거래에선 공개매수 물량이 아예 없다. 이 교수는 “지배권을 넘길지는 이미 지배주주가 다 결정했고 주주들은 아무런 의사 표현도 못 한다"며 “남은 물량을 가지고 시혜적으로 '당신들 것도 좀 사줄게' 하는 정도"라고 꼬집었다. 해외 제도와 비교해선 “전부매수도 안분매수도 아닌, 아주 안 좋은 요소만 골라낸 형태"라고 평가했다. 영국·유럽연합(EU) 등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나머지 주식 전부를 같은 값에 사도록 하고, 일본은 부분매수를 허용하되 지배주주도 공개매수로만 팔게 한다. 이 교수는 “정무위안은 두 모델의 절충이 아니라, 두 모델이 각각 갖춘 보호장치를 모두 뺀 형태"라고 말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한샘 사례를 들었다. 한샘 2대주주였던 테톤캐피탈은 2021년 창업주 일가가 시가의 약 1.9배에 경영권을 넘길 때 지분을 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후 소송에서도 모두 졌다. 김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엄밀히 말하면 한국 주식 전체가 아니라 일반주주 지분만 저평가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정무위안이 오히려 시장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상법 개정 이후 소액주주 지분까지 100% 사주는 거래가 꽤 늘던 추세였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도 전체 주식을 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지만, 시장 전체로는 안 좋은 결론이 나버린다"고 덧붙였다. 이종은 법무법인 넥서스 변호사는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의 우회로를 짚었다. 인수인이 우호 투자자와 지분을 나눠 각자 25% 미만을 취득하면 의무가 발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보유로 묶어 합산하면 된다는 반론에 대해 이 변호사는 “공동보유 여부는 금융당국이나 법원의 사후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기간을 생각하면 선행매수가 이미 진행되고 주주 피해가 가시화된 뒤에야 시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우회 보상'도 문제로 꼽았다. 가격이 같아도 인수인이 지배주주의 자산을 비싸게 사주거나 채무를 떠안는 식으로 별도 이익을 주는 경우다. 그는 홍콩이 이런 특별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이익을 공개매수가격에 반영하게 한다는 점을 소개했다. 이어 “법률안 단계에서 시정되거나 적어도 하위 규정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선행매수와 50%+1주만 사도록 하는 건 의무공개매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들 50%+1이라고 하지만 지배주주 지분을 생각하면 사실은 10%를 공개매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매수 범위를 100%로 하자고 제안했다. 대신 일반주주만의 결의로 의무를 면제하는 '화이트워시' 예외를 두고, 공개매수가격은 최대주주 매수가보다 높게 법률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거래 위축 우려에는 37개국 618건을 분석해 의무공개매수 도입 후 인수거래가 줄었다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반면 이 교수는 전부매수 강제에도 비용이 있다고 봤다. 인수인 수익률이 낮아지고,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 수준으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을 때 주가가 크게 오른 사례를 들었다. 원칙은 전부매수로 하되 일반주주가 승인하면 예외를 열어두자는 취지다. 이 교수는 대상회사 독립이사 위원회가 실사 허용과 공개매수 찬반을 결의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선행매수는 위원회와 이해관계 없는 일반주주(MoM)가 모두 승인할 때만 허용하자는 안도 내놨다. 이 교수는 “지금의 비교 대상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주주충실이 작동하는 상태여야 한다"며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10-23 09:02 최태현 기자 cth@ekn.kr

세 차례 상법 개정으로 주주 견제가 강해지면서 기업 자금조달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상증자 대신 지분 희석이 없는 주가수익스왑(PRS)과 신종자본증권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이들 수단이 장부상 부채를 줄여 보이게 할 뿐, 실질 상환부담은 기업에 그대로 남는다고 경고했다.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 이후 유상증자처럼 지분 희석이 생기는 자본거래는 절차적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7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추가됐고, 올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잇달아 시행되면서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거래조건의 공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강원구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유상증자 대신 신종자본증권이나 PRS 등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달수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마트·신세계푸드의 포괄적 주식교환은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마트가 헐값에 신세계푸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주주 반발이 나오자 일반주주 의견을 반영해 특별위원회를 다시 설치했다. 이후 신세계푸드 주식매수청구가격은 주식교환 기준가액 대비 30% 할증한 수준으로 올렸다. 국내 기업은 원래 유상증자 의존도가 낮았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20~2025년 비금융기업의 유상증자 조달액은 은행대출 순증과 회사채 순조달을 합한 금액의 평균 9.4%였다. 같은 기간 미국은 24.5%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일반기업의 신종자본증권 연간 발행액은 2023년까지 2조원대 이하였다. 그러다 2024년 6조9000억원, 지난해 6조3000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 말 잔액은 15조2000억원(80개사)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잡힌다. 이 때문에 발행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182%로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재분류하면 209%로 오히려 계속 오르고 있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커지면서 자본의 질적 저하가 심화하고 있는 점도 신용위험 측면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콜옵션 행사시점이 5년 미만인 물량이 67%에 달하고, 올해와 내년에만 8조8000억원어치의 조기상환 시점이 몰려 있다. PRS는 이보다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PRS 계약잔액은 지난달 기준 20조원을 넘어섰다. PRS는 형식상 주식 매각이지만 주가 하락 위험은 기업이 진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표면상 주식 매각이나 증자로 보이더라도 기초자산 가격 변동위험이나 투자자 원금 회수위험이 여전히 기업에게 귀속되어 있다면 경제적 실질은 부채에 가까울 수 있다"고 밝혔다. 위험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그룹별 누적 발행액은 SK 7조3000억원, 한화 3조6000억원, 포스코 2조5000억원 순이다. SK그룹의 PRS 관련 파생상품부채는 지난해 말 772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3000억원으로 불었다. 계약잔액의 32.3%에 해당한다. 배터리·에너지 관련 기초자산 주가가 내려간 영향이다. PRS를 매각으로 볼지 차입으로 볼지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한국회계기준원의 기존 견해는 엇갈려 왔다. 회계기준원은 지난해 12월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C)에 공식 질의했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 마련 등 후속 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거래로 재분류되면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은 즉시 나빠진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조기정산을 요구하는 '등급 트리거'가 붙은 계약이라면 유동성 압박도 겹칠 수 있다. 정 수석애널리스트는 “PRS를 단순히 만기 연장 가능성이 높은 거래로 취급하기보다, 일정 조건에서 단기자금소요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 상환부담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회계 변경 자체를 곧 신용도 하락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회계처리 변경은 새로운 위험의 발생이라기보다 기존에 내재해 있던 위험의 가시화"라고 덧붙였다. 신평사들은 보통주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김 전문위원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이외에 이익유보와 유상증자를 통한 보통주 자본확충을 병행하여 자본의 질적 저하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발행 여건 변화를 반영해 신종자본증권 자본인정기준 일부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강 수석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조달이 위축될 경우 차입이나 구조화금융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기업의 상환부담과 재무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유상증자에 대한 일방적인 부정적 인식이 불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10-13 17:24 최태현 기자 cth@ekn.kr

해외 시장 인프라 기관들은 결제주기 단축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안정적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해외 시장 인프라 기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조달과 시차 문제를 한국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2일차 세미나가 열렸다.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는 미국예탁결제원(DTCC), 홍콩거래소(HKEX), 나스닥, 싱가포르투자청(GIC) 관계자 등이 참석해 결제주기 단축과 거래시간 연장을 논의했다. 현재 국내주식은 일반적으로 거래를 한 날로부터 2영업일 뒤에 결제가 끝나는 T+2 체제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결제주기를 2영업일에서 1영업일(T+1)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결제주기를 줄이면 결제 과정에 묶여 있는 자금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거래 확인과 자금 조달, 증권 인도 등 사후 업무를 지금보다 짧은 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가장 먼저 결제주기를 단축한 미국은 결제 실패가 크게 늘지 않고, 청산기금 부담은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2024년 5월 T+1 결제를 도입했다. DTCC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매매확인(affirmation) 비율은 T+1 전환 전인 2024년 1월 평균 73%에서 전환 후인 2025년 10월 평균 95%로 올랐다. 매매 당일 거래 확인을 마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우려됐던 결제 실패는 크게 늘지 않았다. 금액 기준 결제 실패율은 2024년 5월 평균 2.01%에서 전환 후 2.12%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증권청산소(NSCC)의 청산기금은 128억달러에서 91억달러로 29% 줄었다. 커디히 CRO는 T+1 전환의 목표가 속도 자체가 아니라 “안전한 속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 상태는 추측이 아닌 지표로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상시뿐 아니라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원화 조달이나 외환결제가 지연됐을 때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사전에 시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시행 이후 수개월 동안 나왔다며, 결제 실패와 유동성 압박, 병목 현상을 사후에도 추적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시장 특유의 난제도 거론됐다. 유태석 HKEX 전무는 홍콩은 청산과 결제가 하나의 체계로 처리되지만, 한국은 청산을 거래소가, 결제를 예탁결제원이 나눠 맡는 구조라 T+1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매매 체결 기술은 크게 발전한 반면 결제 시스템은 여전히 기존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며, 외환 지급결제와의 연계를 전환의 관건으로 꼽았다. 홍콩의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2028년 전후 시행에 대체로 호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의 부담도 제기됐다. 커디히 CRO는 시차 탓에 해외 투자자에게는 T+1 기간이 더 짧게 느껴진다고 했다. 조슈아 그로스키 IBKR 아시아태평양 브로커리지 총괄은 “원화가 결제 수단으로서 제한적이라는 점을 글로벌 고객 관점의 과제"로 들었다. 박상욱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은 3년 전부터 타당성을 검토해 온 만큼 T+1 도입 자체는 논쟁거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인프라 기관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며 수탁기관과 은행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했다. 그는 결제주기 단축의 가장 큰 의미로 후선 업무 자동화를 꼽았다. 결제주기 단축은 거래시간 연장과도 맞물린다. 거래소는 이달 14일 오후 4~8시 애프터마켓을 열었다. DTCC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거래소들은 12월 6일 주 5일 하루 23시간 거래 개시를 계획하고 있다. 밥 맥코이 나스닥 부사장은 “뉴스와 지정학적 사건이 정규장 시간에만 일어나지 않는다"며 “접근성 확대에는 신뢰와 안전장치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웬 추아 GIC 아시아 주식 트레이딩 총괄은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늘어난 거래시간에 유동성이 실제로 붙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9-29 16:18 최태현 기자 cth@ekn.kr

국내 모험자본 운용 주기와 스타트업 성장 속도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을 넘어 기업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펀드 만기에 따른 자금 회수 압박이 기업의 성장 궤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하고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국내 모험자본은 왜 인내하지 못하는가?: 성장 이전에 회수를 강제하는 국내 세컨더리 시장'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 정치권과 금융당국,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본 운용 기간과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에 이르는 기간의 차이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세컨더리 시장은 기존 투자자가 가지고 있던 비상장기업 주식이나 펀드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파는 시장을 의미한다.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VC)이 보유 지분을 팔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국내에서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를 받아 IPO에 이르기까지 평균 13년이 걸린다"며 “반면 VC 펀드의 평균 운용 기간은 7~8년이라 약 6년의 구조적 공백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구조적 공백이 스타트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자금 회수 압박에 기업이 IPO 일정 단축을 고려하거나 신규 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등 궤도가 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주간보호센터에 로봇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자는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며 “차라리 IPO를 앞당겨 투자자 기대수익을 충족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성장은 긴 호흡으로 이뤄지는데 VC 시장은 수익을 빠르게 내길 원하고 있다"며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 단계에 집중하는 그로스 펀드가 아닌,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임에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엑싯 플랜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업이 지분투자 이외의 방식으로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은 은행을 비롯한 전통적인 금융권 대출에 접근하기 어렵다. 담보와 안정적인 현금흐름 부족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와 지분투자 외에 기업이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가에서 육성하려는 사업에 대한 대출이 활성화되면 기업은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제언이다. 기존 주주 지분 희석 우려와 투자자 기대수익 충족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자금 공급 통로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고용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대출 형식으로 자금을 공급하면 경영권 희석이나 밸류에이션 문제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대출을 허용한 것 역시 이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BDC는 개인투자자 자금을 모아 벤처·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다. 여기에 지적재산권(IP)을 유동화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을 넓히는 것과 함께 기존 투자자가 기업 성장를 기다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만기가 임박한 펀드 운용사(GP)가 기존 유동성 공급자(LP)가 아닌 새로운 LP를 모집해 기존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이어가는 구조다. 목승환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준비하고 있고 이를 통해 펀드 기한을 5년 가량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박민규 의원은 “비록 규제가 많지만 정부의 국내 창업 생태계 지원 정책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모험자본 확대와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에 대한 실제적 논의를 나눌 기반이 갖춰진 만큼 정치권 협의를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2026-08-27 13:53 김태환 기자 kth@ekn.kr

발행어음 금리가 연 4%에 육박하면서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운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자비용이 높아진 가운데 발행어음 조달액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하는 의무까지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어서다. 비싸게 조달한 자금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모험자본 투자까지 늘려야 하는 '이중 과제'가 생긴 셈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금리를 잇달아 올리며 1년물 금리가 3% 후반대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3.85%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NH투자증권(3.8%)과 KB증권(3.8%)가 뒤를 잇는다. 미래에셋증권은 3.65%로 가장 낮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증권사 역시 그 인상폭(0.25%p)만큼 발행어음 금리를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발행어음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1년 이내의 만기와 약정 이율로 별도의 담보 없이 발행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조달 금리와 운용 수익률 간 마진에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발행어음 금리 인상 자체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대응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예금 금리를 비롯한 시중 금리는 오르는데 발행어음 금리를 유지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발행어음 금리를 올리더라도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적인 측면에서 더 낫다는 평가다. 문제는 조달 이후다. 고객에게 지급하는 금리가 높아진 만큼 증권사는 이전보다 높은 운용수익률을 확보해야 마진을 유지할 수 있다. 리스크 기준을 유지하면서 조달 비용을 웃도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는 한정적이다. 발행어음 금리가 높아질수록 투자처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 예금이자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경쟁 상품의 금리를 고려해서 이자를 더 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상승한 발행어음 금리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의무도 올해부터 본격화했다. 올해는 조달액의 10%를 모험자본에 공급해야한다. 이 비율은 2027년 20%,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전체 운용자산을 기준으로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모험자본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발행어음과 모험자본 투자 사이의 '만기 불일치'를 부담으로 꼽는다. 발행어음은 만기가 최대 1년에 불과하지만,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은 성과가 나타나고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하나 키우더라도 1년 이상 걸리는 것이 보편적인데, 모험자본을 1년간의 성과만 따지고 보면 투자를 할 수가 없다"며 “만기 1년짜리 자금을 가지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투자처를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모험자본 의무 공급 비율은 계속 높아지지만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은 한정돼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특히 기업공개(IPO) 시장과 벤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선별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향후 의무 공급 비율이 20%, 25%까지 높아지면 적절한 투자처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적절한 투자처가 충분하다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의무 비율인 10%를 넘어 모험자본에 투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10%라는 의무 비율을 의식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 투자할 수 있는 풀(pool)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은 증권사에게 발행어음 발행 규모 확대를 주저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발행어음 사업자 일부에서는 잔액이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8조7751억원으로, 3월(9조1738억원) 대비 4.3% 감소했다. 동 기간 KB증권 발행어음 잔액은 11조4573억원에서 11조31억원으로 4% 줄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체 운용자산에서 10%만 되어도 큰 규모"라며 “이러한 대규모 자금을 우량기업이 아닌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시장의 크기를 감안할 때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선뜻 투자할 수 있는 모험자본 투자처는 많지 않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2026-08-19 16:59 김태환 기자 k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