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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6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자산 산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품 수가 1000개에 육박하고, 거래대금은 코스피의 절반 수준에 이르면서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자산은 10월말 국내 업계 중 처음으로 ETF 순자산총액(AUM) 100조원을 돌파했다. 김도형 삼성자산 ETF컨설팅본부장은 그러나 “ETF 산업은 아직 성장기이자 확장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7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TF 거래대금이 코스피의 절반에 이를 만큼 커졌지만, 산업 전반으로 보면 아직 성숙 단계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수요와 공급이 함께 확대되고 있는 만큼 ETF는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260조원을 돌파한 ETF 시장을 '과열'이 아닌 '확장'으로 규정했다. 김 본부장은 “2021년 말만 해도 ETF 사는 18개였고 상품 수는 533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9월 기준으로 사는 28개, 상품 수는 1029개에 달한다"며 “거래대금 비중으로 보면 ETF가 코스피 거래대금의 약 48%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의 시장 영향력도 커졌다. 그는 “2021년까지만 해도 개인 자금 비중은 1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40% 이상으로 확대됐다"며 “연금계좌를 중심으로 S&P500이나 나스닥 ETF가 빠르게 확산됐고, 일반 계좌에서는 레버리지나 테마형 상품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TF는 이제 주식을 대체하는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며 “기관투자자는 포트폴리오 분산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ETF를 활용하고, 개인투자자는 절세 계좌나 테마형 ETF로 접근하며, 외국인은 지수형 ETF를 중심으로 매수한다"고 덧붙였다. ETF 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품의 질'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제는 비슷한 상품이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결국 수익률의 차이를 만드는 건 '언제, 어떤 상품을 상장하느냐'의 타이밍과 사전 리서치의 깊이"라며 “고객이 느끼는 수익률 차이는 결국 사의 리서치 역량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ETF 산업은 과거 몇몇 회사가 독과점하던 구조에서 완전경쟁 체제로 이동 중이며, 이 과정에서 선도 사로서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고객 중심의 관점에서 상품을 내고 시장을 이끄는 것이 삼성자산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은 업계 1위 'KODEX' 브랜드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투자자 교육과 신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19년 업계 최초로 'ETF 투자자 교육팀'을 신설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연금 가이드북을 비롯한 각종 투자자 자료를 직접 제작해 시장에 배포하고 있다"며 “세미나, 웹세미나를 정례화해 투자자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ETF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빠르게 식을 수도 있는 산업"이라며 “결국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꾸준히 소통하고, 올바른 투자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유망한 테마로는 AI 전력 인프라, 로봇 산업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AI는 향후 5년, 어쩌면 10년 동안 시장을 이끌 메가테마"라며 “반도체에서 전력 인프라, 소프트웨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이어지는 혁신 단계 속에서 새로운 ETF 기회가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실제 자신의 포트폴리오도 공개했다. 그는 “저는 연금계좌에 KODEX 미국S&P500,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미국AI소프트웨어TOP10 그리고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전력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휴머노이드로봇은 현재 가장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핵심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TF 투자의 기본 원칙으로는 '장기투자'를 꼽았다. 김 본부장은 “S&P500에 23년간 투자해 단 하루도 팔지 않았다면 1000만원이 1억원이 된다"며 “하지만 단 열흘만 매매해도 수익률이 반토막난다. ETF는 부지런한 투자자가 아니라 '게으른 투자자'가 이기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AI가 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AI는 을 보조하는 역할로 발전하겠지만, 시장을 예측하는 인간의 판단까지는 대체하기 어렵다"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확한 정보 제공과 투자자 보호가 오히려 사의 핵심 역할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 본부장은 또 글로벌 1위 사 블랙록(BlackRock)에 대해서는 “블랙록은 ETF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한 교과서 같은 존재"라며 “삼성자산 역시 그들의 투자자 교육·소통 방식을 벤치마크하면서, 단순히 상품을 파는 회사를 넘어 'K-ETF'라는 고유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ETF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K콘텐츠'에 빗대며 “BTS가 K-POP을 세계 무대에 올린 것처럼 한국형 ETF(K-ETF)도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한국 투자자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고 싶은 ETF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2025-11-01 09:00 윤수현 기자 ysh@ekn.kr

지난 3월 홈플러스 부도로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을 계기로 사모펀드의 '깜깜이 '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공모펀드와 달리 보고서·회계감사·공시 의무에서 벗어난 사모펀드가 공적 자금까지 흡수하면서도 책임 소재와 수익 구조가 불투명해 사회적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유럽연합(EU)의 대체투자펀드지침(AIFMD)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사모펀드 공시와 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보고서, 회계감사, 수시공시 등을 촘촘하게 의무화하고 있다. 투자자가 수시로 펀드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다르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 자금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대규모로 투자하더라도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가 제한돼 있다는 이유로 내역 보고나 투자자 설명, 감독기관 보고 의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손실이 발생해도 사의 책임은 불분명하고, 수수료 구조조차 외부에서 알 수 없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다. MBK 측은 2015년 홈플러스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전체 인수금 5조9000억원 중 2조7000억원을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했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한국리테일투자'라는 SPC를 세우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나머지 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국민연금은 전체의 85%인 6121억원(RCPS 5826억원·보통주 29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에 명시된 복리 조건에 따라 이자가 불어나면서 RCPS 잔액은 현재 약 1조1000억원에 달하고, 국민연금이 받아야 할 이자만도 약 9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역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RCPS는 원금 상환권과 주식 전환권이 결합된 상품이었지만, 국민연금이 보통주 전환에 동의하면서 지난 2월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상환권이 SPC에서 홈플러스로 이관됐다. 이로 인해 사실상 채권 성격이던 투자금은 주식으로 격하돼 변제 순위가 밀렸고,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6월 MBK가 홈플러스 보통주 전량을 무상 소각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했던 295억원 규모 지분도 함께 사라졌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공시·감사 의무가 없는 제도 탓이라고 본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지금 금융 당국은 MBK의 순자산이 얼마인지, 지난 10년 동안 MBK가 수수료와 성과보수를 얼마나 가져갔는지 전혀 모른다"며 “유럽에선 감독 기관에 이런 내용들이 보고되고, 필요한 내용들은 사모펀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우리는 공개는커녕 관리·감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 주요국은 이미 사모펀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 규제 필요성이 커지자 2011년 '대체투자펀드지침(AIFMD)'을 제정했다. 이 지침은 사모펀드에 대해 레버리지 한도 설정과 지속적 준수를 의무화하고, 감독기관에 투자자산·레버리지 수준·거래상대방 신용위험·유동성 위험·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또 투자자에게는 투자전략, 수탁자, 유동성 위험, 이해상충 여부, 펀드 구조 등을 사전에 설명하고 공시하도록 했다. 연차보고서를 통해 대차대조표, 자산 내역, 수익·비용, 보수 구조, 배당 내역 등까지 공개한다. 미국도 투자자 보호와 자산 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모투자펀드(PEF) 사들에게 'Form PE' 제출을 의무화해 펀드 자산 규모, 투자자 구성, 레버리지 현황, 성과 등을 투자자와 금융당국에 상세히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자산이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초과하는 PEF의 경우, 분기마다 투자 활동 내역과 부채 사용 현황을 세부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국내 정치권도 '깜깜이 투자'의 대안으로 EU식 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창민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MBK사모펀드규제법'은 EU 사모펀드규제지침(AIFMD)를 참고했다. 자산 현황, 위험 관리, ·성과 보수까지 감독기관 보고와 일반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한 의원은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례보고서를 공개해 국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했다"며 “한국도 이제 깜깜이 펀드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사모펀드의 정보 공개 수준을 공모펀드와 동일하게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반 사모펀드에 대해 △분기별 자산보고서 작성·교부 △분기별 영업보고서 제출 △회계감사 △신탁업자의 자산보관·관리보고서 작성·교부 의무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사모투자펀드(PEF)의 경우에도 펀드 회계감사와 신탁업자의 자산관리보고서 교부 의무가 새로 부과된다. 같은 당 김남근 의원도 지난 4월부터 검토해 온 법안에 기업 인수 후 24개월 동안 고배당·자사주 매입·유상감자 등 자본유출을 제한하고 차입매수(LBO)나 자산매각 시 LP와 금융위원회에 보고를 의무화했다. 다만 우려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이 투자되는 사모펀드에는 해외 수준의 공시 강화가 필요하지만, 공모펀드와 같은 전면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과보수나 자기자본 투입 규모 등은 부분적으로 공개할 수 있으나, 투자 내역 전체를 완전 공개하면 사모펀드의 본질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5-09-16 15:06 김하나

북미와 동남아 등 해외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던 한화생명의 발걸음이 국내에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역량을 키워 미래먹거리를 발굴, 실적 우려를 씻어낸다는 목표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올 3분기 별도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2065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8% 낮지만, 전분기(577억원)와 비교하면 대폭 향상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는 6000억원을 밑도는 등 지난해 수준의 실적(7206억원)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생명이 사망보험금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흐름에 맞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뛰어든 까닭이다. 1분기말 기준 생보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이 882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시장 초기단계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청구권을 신탁회사에 위탁한 뒤 사망하면 신탁회사가 보험금을 대신 수령하고 계약자가 생전에 지정한 수익자에게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험계약 대출이 없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지만, 전 배우자가 자금을 유용하지 못하게 막는 효과가 있다. 분할 지급되는 동안 사망보험금에 이자가 더해지는 것도 강점으로, 한화생명은 최근 출시한 '상속H종신보험' 등과 결합하면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탁이 한화생명 산하 상속연구소의 컨설팅을 통해 마련됐다는 점도 언급된다. 종신보험 상품군의 경쟁력 강화 솔루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교보생명을 제외하면 소기의 성과를 내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국내 1위 부동산사(이지스자산)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흥국생명과 함께 인수 적격후보(숏리스트)에 올랐다.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투자손익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체투자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김동원 사장 주도 하에 노부은행·리포손해보험·벨로시티를 편입시킨 것을 필두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지스자산은 올 상반기 기준 67조원에 달하는 부동산자산(AUM)을 중으로, 시장점유율은 14% 수준이다. 상반기 별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34억원·556억원으로, 순자산 총액을 비롯한 펀드 관련 수치도 상승세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66.6% 규모로, 인수시 30조원 이상의 자산 확보가 가능하다. 드림플러스 역삼동 사옥을 비롯한 한화생명의 부동산을 이지스자산이 리츠로 전환하면서 자산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6월말 기준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이 160.6%(경과조치 후 기준)인 한화생명으로서는 요구자본을 줄일 필요성도 있다. 신제도에서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요구자본 부담이 과거 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은 한화건설이 주관한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에 일반출자자로 참여하면서 한화그룹과 파트너십을 형성한 경험이 있고, 한화생명의 식구가 되면 금융·건설·부동산을 아우르는 협력 밸류체인에서 추가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는다. 한화생명은 암·뇌·심 질환 전 과정을 보장하는 '한화생명 H건강플러스보험'을 출시하는 등 '본업' 경쟁력 향상 또한 노리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니드와 손잡고 출시한 'Need AI 암보험'의 경우 암 예방·치료·회복을 포함한 전 과정에 걸쳐 맞춤형 케어를 제공한다. 생명보험협회에 △급여 특정 전립선특이막항원 양전자단층촬영(PSMA PET) 검사비용지원특약(무배당) △급여 난임정자채취지원특약(무배당) △급여 특정남성난임수술특약(무배당) 관련 배타적사용권도 신청했다. 암과 난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한화생명은 2022년 3월말 이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지 못했으나, 올 6월 '시그니처H암보험 무배당' 부가특약 3종이 9개월간 배타적사용권을 받는 등 다시금 신상품 개발 성과를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 포화, 초고령사회 진입을 비롯한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과 해외진출이 가속화되는 트렌드"라며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경우 권유 자격·신탁수익자 범위 확대를 포함한 규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2025-09-10 17:00 나광호

부동산 권리조사 전문기업 리파인의 6%대 교환사채(EB) 발행에 대해 최대주주 리얼티파인이 '포화 상태에 이른 부동산 권리조사 분야 B2B 사업을 B2C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 조달'이라고 8일 밝혔다. 지난 1일 리파인 지분 약 10%를 가진 머스트자산(머스트)은 주주서한을 통해 리파인의 고금리 EB발행을 비판하며 법적대응 등을 예고했다. 머스트은 주주서한에서 제기하는 EB 발행 등의 문제에 대해 회사 측이 제대로 된 답변과 소통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리얼티파인측은 <에너지경제신문>에, 리파인이 부동산 권리조사 분야에서 더 이상 확장하기 어려운 만큼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트이 요구하는 주주환원에 관해 리얼티파인 측은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은 단기적인 호재"라면서 “대주주로서 중장기적으로 회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파인은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다른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리파인은 B2B 중심이라 B2C로 업무를 확장하려면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연구개발을 통해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시장 확장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머스트 측은 8일 본지에 “회사가 자산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업 확장을 위해 자사주를 낮게 매입한 명분으로 드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사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밝힌 적도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논쟁은 행동주의 펀드(머스트)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사(리얼티파인) 간 갈등으로 고조되고 있다. 양측은 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주주 환원이냐, 투자를 통한 성장이냐로 갈린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쟁점은 리파인이 쌓아둔 자본 활용 방법이다. 리얼티파인은 투자를 통한 성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머스트은 자본을 줄여도 사업을 문제없이 이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1년 코스닥에 상장한 리파인은 부동산 권리조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90%를 넘긴 압도적 1위 기업이다. 금융기관은 대출이나 보증서 발행을 결정하기 전에 권리조사를 통해 신용·권리관계·시세 등을 검토한다. 리파인은 이런 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리파인은 지난 5년간 매년 2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08억원 수준이다. 머스트은 리파인의 적정 자본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경영상 가장 중요한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현재 10%대에서 40~5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자본준비금을 줄여 주주 환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스트은 리파인이 자기자본을 500억원으로 줄여도 사업을 문제없이 이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나아가 380억원에 해당하는 사옥을 담보로 차입하면 적정 자기자본은 300억~400억원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자기자본을 5분의 1로 감소시키는 것이 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머스트은 1일 공개한 주주서한에서 “4월 9일 발행된 회사의 교환사채는 한국 자본시장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머스트은 “교환사채 발행은 무효화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인수한 대주주는 반환 처리 등 방식으로 피해를 원상 복구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일 스톤브릿지캐피탈과 LS증권 컨소시엄(리얼티파인)은 리파인의 지분 34.05%를 사들였다. 거래금액은 약 1603억원으로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리파인을 인수하고 일주일 뒤 리얼티파인은 리파인이 보유한 자사주 13.9%(241만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355억원의 교환사채를 인수했다. 교환가액은 주당 1만4709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여 최대주주에게 지불한 가격(2만7159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자율은 연 6%로 책정됐다. 머스트은 리파인의 재무구조 상 교환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지만, 최대주주를 위해 저가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머스트은 “EB의 발행 목적과 배경은 신규 대주주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한 뒤 대주주 스스로 유리하게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규 대주주를 맞이한 이후 주식별로 다른 가액으로 거래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관해 리얼티파인 측은 EB의 발행 목적은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증자도 있지만,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부분이 있어 택하기 어려웠다"며 “그래서 대주주 자금을 들여 자사주를 인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환사채의 사채이자율이 6%인 점도 머스트은 강하게 질타했다. 머스트 측은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의 이자율은 보통 0%이고, 기초자산 교환권의 가치가 있기에 논리적으로도 회사의 채권 조달 금리보다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파인이 EB를 발행한 목적을 최대주주의 인수금융 이자를 대신 갚아주는 것으로 머스트은 의심한다. 리얼티파인은 EB 발행 이후 우리은행 등 6개 금융기관에서 리파인 보유 지분 전체를 담보로 제공하고 421억원을 대출받았다. 인수금융 이자율은 연 5.89% 수준이다. 머스트은 “대주주의 자금 조달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가 5.89%보다 0.11%p 높은 6.0%의 높은 이자를 무리해서 부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얼티파인 측은 교환사채 이자율이 6%라고 비판하는 건 “결과론적인 얘기"라고 맞받았다. 리얼티파인 관계자는 “지난 4월 발행한 교환사채에 관해 지난해 말 검토했다"며 “그 당시에 직전 5개년 정도 교환사채를 발행한 회사 사례를 보면 0~15%로 매우 다양했다"고 말했다. 이어 “EB를 발행한 뒤 바로 전환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자율은 큰 의미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머스트은 “이자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면 이자율을 0%로 했으면 됐다"고 말했다. 리파인은 오는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머스트 측이 제안한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배당 재원 확대 안건을 상정했다. 머스트은 임시주총 일주일 전인 9월 17일까지 주주서한에 관해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5-09-08 16:15 최태현

코스닥 상장사 리파인은 우량기업이다. 매년 200억원대 현금을 벌어들인다. 회사에 쌓인 현금도 1300억원이 넘는다. 리파인의 지분을 약 10% 가진 머스트자산(이하 머스트)은 리파인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주주 서한을 지난 1일 공개했다. 리파인이 지난 4월 발행한 6% 이자의 교환사채(EB)를 두고 “한국 자본시장에 있어서는 안 될 사태"라며 비판하는 내용이다. 머스트은 리파인이 자신들의 주주 서한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전체 주주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021년 코스닥에 상장한 리파인은 부동산 권리조사 전문기업이다. 금융기관은 대출이나 보증서 발행을 결정하기 전에 권리조사를 통해 신용·권리관계·시세 등을 검토한다. 대출을 실행한 뒤에도 주기적인 권리조사가 필요하다. 리파인은 이런 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부동산 권리조사 분야에서 리파인의 시장 점유율은 90% 넘겨 압도적 1위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실적을 보면 전월세보증금대출 권리 조사료가 전체의 85.9%를 차지한다. 매출처는 보험사 비중(70.1%)이 압도적이다. 리파인은 보증 보험사에서 권리 조사당 수수료, 권리 보험사에서 보증금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는다. 권리조사 수가 늘거나 보증금액이 커질수록 매출이 커진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리파인은 안정적인 영업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년 평균 약 604억원 매출, 204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33%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매년 꾸준한 당기순이익이 나온 덕분에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08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6.57%에 불과하고 유동비율은 1365%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유동비율은 200%만 넘어도 우량하다고 평가한다. 지난 4월 리파인의 최대주주인 이길재 대표 외 3인은 보유한 590만534주(지분율 34.05%)를 스톤브릿지와 LS증권 컨소시엄(리얼티파인)에 매각했다. 거래금액은 약 1603억원으로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시 시세(1만6640원)를 훌쩍 뛰어넘는 주당 2만7159원에 거래됐다. 이길재 대표이사(173만주), 이창섭 사장(170만주), 김완태 사장(163만주) 등 리파인의 기존 임원 주식 전부를 사들였다. 이길재와 이창섭은 2000년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내 사내벤처로 출범할 때부터 창업을 같이 준비했다. 문제는 리파인을 인수하고 일주일 뒤 이뤄진 자사주 인수다. 리얼티파인은 리파인이 보유한 자사주 13.9%(241만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355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했다. 교환가액은 주당 1만4709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여 최대주주에게 지불한 가격(2만7159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자율은 연 6%로 책정됐다. 공시에 따르면, 리파인은 EB 발행가액을 이사회 결의일 전일 1개월과 1주일 가중 산술평균 주가에 10%를 할증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EB 조달자금은 회사 운영(인력 충원 등)에 120억원, 기타자금(론센터 신설, B2C플랫폼 강화 등)으로 235억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트은 리파인의 재무구조상 EB 발행이 필요없지만, 최대주주를 위해 저가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1일 머스트이 공개한 주주서한에 따르면, 머스트은 “EB의 발행 목적과 배경은 신규 대주주가 신규 이사회를 구성한 뒤 신규 대주주 스스로 유리하게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규 대주주를 맞이한 이후 주식별로 다른 가액으로 거래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설명을 요구했다. 리파인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300억원이 넘어 굳이 355억원을 교환사채로 발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주식별로 다른 가액이라는 의미는 리얼티파인이 리파인의 기존 최대주주에게 주식을 사들일 때(2만7159원)와 리얼티파인이 리파인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를 인수할 때(1만4709원)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머스트은 교환사채의 사채이자율 6%도 지적했다. 머스트은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의 사채이자율은 보통 0%이고, 기초자산 교환권의 가치가 있기에 논리적으로도 회사의 채권 조달 가능 금리보다 낮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한 내역 15건 중 2건을 제외하고 모두 표면 이자율이 0%다. 종합하면, 리파인이 EB를 발행한 목적은 최대주주의 인수금융 이자를 대신 갚아주는 것이라고 머스트은 의심한다. 리얼티파인은 EB 발행 이후 우리은행 등 6개 금융기관에서 리파인 보유 지분 전체를 담보로 제공하고 421억원을 대출받았다. 인수금융 이자율은 연 5.89% 수준이다. 머스트은 “대주주의 자금 조달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가 5.89%보다 0.11%p 높은 6.0%의 높은 이자를 무리해서 부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5-09-05 19:00 최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