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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학의 지향점은 일상으로의 복귀다. 이를 위해 '통증과의 전쟁'을 벌인다. 통증을 해소해야 제대로 된 재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통증이 있으면 근육에 힘이 안들어가고,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수많은 만성통증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낀 점은 두 가지다. 먼저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통증의 무서움이다. 다음으로 환자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회복 속도와 치료 결과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무릎질환 환자 두 분을 진료한 적이 있다. 조기축구를 하다 연골판이 파열된 40대 남성 A씨와 무릎 관절염 초기인 50대 여성 B씨다. A씨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재활을 선택했다. 그는 주사치료를 비롯해 허벅지 보강운동 등 힘든 과정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고통을 마주했다. 반면 B씨는 걱정이 너무 많았다. '혹시 인공관절을 해야 하나요?' '이러다 불구가 되는 것은 아닌가요?' 등 부정적인 마음이 그녀를 지배했다. 두 사람의 결과는 어땠을까? A씨는 근력으로 상처를 이겨내고 석달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해 일상의 행복을 다시 누리고 있다. B씨의 경우 한 달이면 충분히 나을 수 있음에도 회복이 느려 석달 가까이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통증으로 지친 몸에 마음 에너지가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 사례다. 사실 통증이 심하면 움직임이 줄어들고, 일상의 활동도 제한을 받는다. 오랜 시간 아프다 보면 마음도 힘들고, 성격도 예민해지고 우울감까지 생긴다. 이는 재활 치료에 있어 '최대의 적'이다. 재활은 지루하고 힘든 반복의 과정이다. 단번에 확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나아지는 그야말로 '시간과의 줄다리기'다. 그래서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오늘의 비바람을 이겨내는 긍정 마인드가 중요하다. 69세 남성 C씨가 오십견에다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내원했다. 어깨를 들어올리기도 힘들고,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체중 감소도 호소했다. 대학 병원에서 수술 권유를 받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온 것이다. 정밀 진찰을 해보니 재활로 회복 가능성이 보였다. 무엇보다 환자의 '낫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치료에 적극적이었다. 또한 직업군인 출신답게 규칙적인 생활도 재활에 도움이 됐다. 그는 도수치료에다 진료실에 내준 운동 숙제를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꾸준히 반복했다. 통증이 점차 호전되자 긍정의 마음도 함께 올라가면서 회복 속도를 끌어올렸다. 6개월 예상한 재활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됐다. 지금 그는 좋아하는 낚시와 캠핑을 다니면서 병원 방문 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50대 후반 여성 D씨는 허리 통증의 종합판이었다. 전방 전위증과 협착증은 물론 디스크 탈출도 심했다. 그녀도 비수술적 치료를 선택했다. 입원 기간 그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자주 써서 동료 환자와 내게 건네주곤 했다. '병원 복도에 걸린 고흐 그림을 감상하며 걷기 숙제를 즐거움과 희망으로 하고, 재활치료도 성실히 받으려 해요. 늘 감사해요 원장님!' 그의 감사 편지쓰기는 지루하고 힘겨운 재활에 자신을 다독여주는 안정제였다. 배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긍정 에너지를 가득 충전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샛별에서 세계적인 프로축구 스타로 성장한 박지성도 오른 무릎 수술 이후 재활 기간에 목발을 짚어가며 피아노를 배우러 다닌 적이 있다. 피아노 선율을 통해 외로움과 불안감을 떨치면서 긍정과 희망을 키운 것이다. 긍정 에너지의 파급력은 크다. 1인실 생활에 다소 무기력함을 보인 70대 환자를 20대들이 있는 4인실로 권유한 적이 있다. 처음엔 낯설어 했지만 젊은 친구들이 뿜어내는 활력과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에 젖어들면서 통증을 극복하고 기분좋게 퇴원한 그분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통증 질환은 우리 삶과 닮은 구석이 많다. 인생의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어 열심히 가꾸고 노력하면 좋은 결실을 맺듯, 질환도 긍정적인 생각과 강한 의지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솔병원 원장·대한육상연맹 의무위원장·재활의학과전문의>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2025-09-16 17:43 박효순

스포츠와 맺은 인연이 30년을 훌쩍 넘었다. 1994년 LG 트윈스를 시작으로 1996년부터 22년간 축구국가대표팀과 함께 했다. 지금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주치의로 활동중이다. 스포츠는 내 인생의 '배움터'였다. 좌절과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나고, '재활'을 통해 '부활'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숭고하고 감동적이다. 꿈을 향해 달리는 선수들의 열정에는 긍정의 힘이 잔잔히 녹아 있다. 대표적 사례를 꼽는다면 2016년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이다. 당시 박상영 선수는 패배 위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였다. 10-14에서 자기 암시대로 내리 5점을 따내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정상에 올랐다. 긍정 에너지가 일으킨 놀라운 효과는 축구와 골프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인공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년 6개월간 동고동락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그는 '긍정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능력을 120% 끌어올려 4강 신화를 완성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성공의 열쇠는 노력과 규율 준수, 그리고 긍정적 태도"라고 강조했다. 당시 공격수였던 설기현은 잦은 부상탓에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그에게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나는 국가대표 설기현이다'를 외쳐라"고 주문했다. 설기현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히딩크 감독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는 16강 경기 전후에서 보석처럼 빛났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 경기 날짜는 6월18일.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은 6월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16강전을 지켜봤다. '아직 16강도 통과하지 않았는데 무슨 8강 상대를 탐색하느냐'는 의아한 반응이 주류를 이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말 대신 행동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이탈리아를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포석이었다. 여기에 엄청난 호재도 따랐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개막 전 대통령에게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 병역 면제 혜택을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16강전 전날 저녁에 대통령이 승낙의 전화를 걸어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선수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16강 진출 후에도 히딩크는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는 유명한 말과 함께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더 높이 갈 수 있다"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계속 불어넣었다. 덕분에 선수들은 두려움과 한계를 뛰어넘으며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팀 스포츠인 축구와 달리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긍정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래야 노력과 끈기의 스토리를 써내려갈 수 있어서다. KLPGA 투어에서 활약중인 이주미 선수는 148번째, 최은우 선수는 211번째, 안송이 선수는 무려 237번째 경기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했다. 성적에 대한 압박과 극심한 스트레스 등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에서 '안되는구나'라는 좌절감을 '다시 해보자'는 용기로 바꾸고, '두드리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는 긍정의 힘으로 버텨 정상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다. 2년 넘게 주치의로 인연을 맺었던 박세리는 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였다. 유연성은 물론 강한 체력과 탄탄한 실력이 바탕이다. 그가 US 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을 펼친 배경에는 어떻게든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긍정의 에너지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강인해 보이는 박세리도 한때 번아웃으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지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슬기롭게 벗어났다. '스포츠는 살아있다'는 광고 문구를 참 좋아한다. 선수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긍정 에너지가 가득 담겨있기에. <솔병원 원장·대한육상연맹 의무위원장·재활의학과전문의>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2025-09-09 18:11 박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