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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원희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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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삼성·SK하이닉스에 전기료 25조 선납 제안…“첨단산업 전력망 투자 대응”

한국전력공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치 전기요금 약 25조원을 미리 납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급증하는 전력망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내년 말 정상화되는 한전채 발행 한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에는 약 20조원, SK하이닉스에는 약 5조원의 선납을 각각 제안했으며 한전과 양사는 현재 협의 중에 들어간 상태다. 박창률 한전 기획처장은 지난 2일 박정·안호영·김주영·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접경지역 내일포럼'이 공동 개최한 '전기요금 선납제를 통한 전력인프라 투자 확대 토론회'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박 처장에 따르면 한전의 연간 전기요금 매출은 약 96조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연간 약 4조원대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약 900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한전은 두 회사가 향후 5년치 요금을 선납하면 총 25조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확보한 자금은 대규모 전력망 건설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송전망 투자 수요만 약 72조8000억원에 달하며 향후 12차 전기본이 마련되면 필요한 투자 재원이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전의 전망이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단지 조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신규 전력망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박 처장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전기요금을 선납한다면 본인들의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 건설에 일정 부분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며 “한전 역시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망을 우선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재무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행 한전법은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2배로 제한하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5배로 확대됐다. 일몰 이후 다시 2배 기준을 적용받게 되는 만큼 대규모 자금 확보 방안이 따로 필요한 상황이다. 전기요금 선납제 자체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다. 한전은 현재도 정부기관과 군부대 등을 중심으로 연간 3500억~3900억원 규모의 전기요금을 미리 받고 있다. 다만 이자율, 목적 등 세부 기준은 부족해 이를 담은 내용의 한전법 및 전기사업법 개정안(박정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돼 상임위에서 논의 중이다. 한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국고채 금리에 0.15%포인트를 더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이 전기요금을 미리 내는 대신 해당 금리만큼 사실상 요금을 할인받는 구조다. 한전채 금리는 통상 국고채보다 약 0.3%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만큼 한전 입장에서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현재 양사는 제안을 놓고 한전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 처장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모두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두 회사 모두 이자율을 좀 더 높여 회사채 금리 수준까지 적용해 달라는 의견이 있고, 삼성전자는 20조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큰 만큼 선납 규모에 대해서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설명자료를 통해 “대규모 전기요금 선납제도는 전력망 확충이 시급한 기업과 투자재원이 필요한 한전이 서로의 필요를 상호 보완해주는 제도"라며 “국가적으로 한전채가 흡수하던 시중자금이 민간부문으로 흘러가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 전반의 채권 발행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도 전기요금 선납제 필요성에 공감하며 제도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양지 기후부 전력시장과장은 토론회에서 “한전의 자금 조달 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에는 할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상생적인 시도"라면서도 “대규모 선납에 적용하는 금리가 과도할 경우 오히려 한전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특정 소비자에 대한 특례로 비칠 우려도 있어 세부적인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단독] 서부발전 노조 “두 번의 사고, 직원들 트라우마…태안 IGCC 멈춰야”

“태안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은 한때 석탄으로 가스를 만들어 발전하는 꿈의 설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피 시설이 됐습니다." 김동규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중앙위원장은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충남 태안 IGCC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에는 IGCC에서 근무한 익명의 서부발전 관계자도 함께했다. 노조는 2023년 1월과 지난해 12월 두 차례 발생한 폭발 사고 이후 현장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졌으며 IGCC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IGCC는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가스화를 통해 단순 석탄발전보다 청정한 발전 방식으로 탈석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책임질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받았다"며 “그러나 국내에 운영 경험과 기술 노하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증과 상업운전을 거치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태안 IGCC는 석탄을 직접 연소하는 대신 고온·고압에서 산소와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만들고 이를 연료로 발전하는 설비용량 346메가와트(MW) 규모 설비다. 정부 연구개발·실증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7년 추진돼 2011년 착공했으며 총 1조3000억여원이 투입됐다. 상업운전은 지난 2016년 8월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전 문제가 반복됐다. 2023년 1월 첫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 12월 다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2명이 화상을 입었다. 두 번째 사고 이후 IGCC는 지금까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두 차례의 폭발은 직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김 위원장은 주장했다. 그는 “사고가 난 뒤 '그 시간에 내가 감독 업무를 했을 수도 있었다'고 이야기한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며 “사람이 언제든 오갈 수 있는 공간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직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익명의 관계자는 “특히 IGCC에서 1~5년가량 실제 근무해 설비를 경험한 직원들은 다시 IGCC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내에서 IGCC를 운영하는 곳이 태안밖에 없어 다른 사업소에서 관련 경험자를 데려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연차 직원들이 IGCC에 배치되는 상황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기존 직원들이 IGCC 근무를 꺼리다 보니 신입이나 저연차 직원, 다른 사업소에서 태안으로 이동한 직원들이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며 “두 차례 사고를 겪은 설비에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폭발 사고가 대형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IGCC에는 공기분리장치(ASU)와 고압 산소 관련 설비가 있는데, 당시 폭발이 이 설비 인근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도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사고가 이곳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단순한 사고를 넘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이 화재와 함께 우려하는 부분은 합성가스 누출 가능성이다. 합성가스에는 일산화탄소(CO)가 포함돼 있다. CO는 색깔과 냄새가 없어 사람이 누출 여부를 곧바로 인지하기 어렵다. 익명의 관계자는 “현장에는 CO 감지기가 설치돼 있고 직원들도 휴대용 감지기를 착용한다"며 “현장에서 감지기가 작동하면 작업자는 이동을 멈추고 왔던 길로 되돌아간 뒤 누출 지점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밝혔다. 이어 “고온의 가스가 흐르는 배관은 보온재로 감싸져 있어 가스가 새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누출되는지 바로 알기 어려운 구조"라며 “부식으로 어딘가에서 가스가 새기 시작해도 이를 즉시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IGCC를 당장 폐지하기는 게 쉽지 않다는 회사 입장에 노조도 공감했다. 노조가 추산하는 IGCC의 회계상 잔존가치는 약 8000억원이다. 내용연수도 약 20년 남아 있어 지금 폐지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회사를 걱정하는 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은 이번 사안을 서부발전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 IGCC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공론화돼 합리적인 해법이 마련되기를 바랐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안전 문제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며 “그러나 지금 폐지하면 약 8000억원의 잔존가치를 처리해야 하고 이는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평가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부발전은 지난해 말 IGCC 폭발 사고 여파로 약 90억원을 연결 재무제표상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이날까지 IGCC 발전량은 없는 상태다. 서부발전은 내년 말 정상화를 목표로 설비 상태진단과 건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 작업과 시운전, 안전성 검증을 거칠 예정이다. 노조는 IGCC가 애초 정부 주도의 실증사업으로 추진된 만큼 재가동 또는 폐지 여부를 발전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단독으로 '위험하니 폐지하겠다'고 결정하면 수천억원의 손실과 경영평가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며 “누구도 쉽게 폐지를 결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안전하게 운영할테니 다시 현장 근무를 요구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두산퓨얼셀, 미국 데이터센터에 연료전지 5014억원 규모 공급

두산퓨얼셀이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연료전지를 공급한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의 미국 자회사 하이엑시엄과 5014억원 규모의 인산형 연료전지(PAF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제품은 올해 하반기부터 오는 2028년 상반기까지 하이엑시엄에 순차 납품되며, 하이엑시엄은 이를 미국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퓨얼셀 연료전지는 높은 발전 효율과 24시간 연속 운전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 신뢰성과 유지보수 편의성, 부하 대응성을 충족한다고 두산퓨얼셀은 설명했다. 계약 체결 후 약 1년 안에 설치를 완료할 수 있고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증설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AI 시대 데이터센터 전력 병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가전력(BTM) 솔루션의 경쟁력을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확인한 것"이라며 “신속한 공급과 단계적 확장성을 앞세워 북미 시장에서 추가 수주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은 전북 익산공장에서 연료전지를 생생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약 275메가와트(MW)다. AI 데이터센터용 연료전지 수요 확대에 맞춰 증설도 검토 중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VPP·ESS 업계 “전력시장 개편 더는 못 미뤄”…정부에 도입 촉구

가상발전소(VPP)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운영하는 에너지 IT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제주에서 시범 운영 중인 실시간·예비력 시장의 육지 확대가 지연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기후솔루션과 해줌,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에이치에너지, 브이피피랩 등 4개 에너지 IT 기업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공동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기가와트(GW) 보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시장 개편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이 남는 시간에는 저장하고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하거나, 여러 분산자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묶어 수급을 조절하는 유연성 자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를 VPP라고 한다. 문제는 현행 전력시장에서 이들이 전력망 안정에 기여한 만큼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력시장 운영 역시 하루 전 발전계획을 세우는 하루전시장 중심이다. 당일 태양광·풍력 발전량이나 전력수요가 예상과 달라져도 이를 실시간 가격에 반영해 시장 참여자가 대응하도록 하는 구조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4년 6월 제주에서 재생에너지 입찰제와 함께 실시간시장·예비력시장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해 입찰하도록 하고 실시간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육지 확대 시점은 내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로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 대해 “아직 시행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시장 개편이 늦어지면서 VPP·ESS 기업들의 사업 확대에도 제약이 생기고 있다. 관련 기술과 설비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전력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지지 않으면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유연성 자원의 전력시장 참여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호주는 배터리와 VPP가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고, 미국도 분산에너지 자원을 전력시장에 참여시키기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 사업자들은 국내에서도 △실시간시장 확대 △보조서비스 보상체계 개편 △ESS·VPP의 시장 참여 자격 마련 △전력시장 개편 로드맵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별도의 대규모 재정 투입보다 시장 규칙을 바꿔 민간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선규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는 발전소를 더 짓는 것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며 “정부는 대규모 경직성 발전기를 중심으로 설계된 전력시장 규칙을 재생에너지에 맞게 다시 설계해 유연성 자원이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시장을 조속히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SMP 고공행진…165원 돌파, 3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이 킬로와트시(kWh)당 165원을 돌파했다. SMP가 165원대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했던 2023년 4월 이후 3년4개월여 만이다. 발전용 가스가격이 6개월 연속 상승하고 9월에도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육지 기준 일평균 SMP는 kWh당 165.1원을 기록했다. SMP가 165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3년 4월28일 168.5원 이후 처음이다. SMP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발전 연료비 상승이다. 한국가스공사가 9월 일반발전사업자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요금은 기가줄(GJ)당 2만4806원으로 전월 2만2726원보다 9.2% 올랐다. 발전용 가스요금은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해 올해 1월 1만6323원과 비교하면 52.0% 뛰었다. LNG 발전은 국내 전력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가장 마지막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SMP는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투입되는 발전기 가운데 가장 비싼 발전기의 변동비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만큼 LNG 연료비 상승은 곧바로 SMP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통상 9월에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냉방수요가 감소하고 전력수요도 여름철보다 빠르게 낮아진다. 그러나 올해는 9월 초·중순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오는 5~6일 28도에서 7~10일 29도, 11일에도 28도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도 이 기간 낮 기온이 25~31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고, 최고체감온도가 31도 안팎까지 오르는 곳이 있어 초여름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날부터 오는 4일까지 최대전력수요가 85.3~86.5기가와트(GW)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9월 SMP 향방은 높은 발전용 가스가격에 늦더위에 따른 냉방수요가 얼마나 더해지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 전력수요가 감소하면 SMP 상승 압력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늦더위가 장기화할 경우 LNG 발전 가동이 늘면서 높은 SMP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SMP 상승은 한전의 실적에도 부담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전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연평균 SMP를 kWh당 약 146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SMP는 이를 약 19원 웃도는 수준이다. 전기요금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SMP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구입비가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경제연구원 차기 원장 공모 착수…내달 3일까지 접수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에너지경제연구원 차기 원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김현제 제14대 원장의 임기가 지난 6월 종료된 데 따른 후임 인선이다. 3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에경연 원장 초빙 공고를 내고 다음달 3일 오후 5시까지 지원자를 모집한다. 에경연은 에너지 시장과 산업의 국내외 환경 변화를 조사·분석하고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전력·원전·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수소·석유·가스, 에너지안보, 기후변화와 에너지효율 등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쳐 정책 연구를 수행한다. 특히 정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수립을 뒷받침하는 각종 연구와 함께 에너지 수급 분석·전망, 국가 에너지 통계 작성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 전환, 에너지 시장·제도 개선, 에너지안보 강화 등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단지 등 대규모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과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비롯해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등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차기 원장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에너지 연구의 방향을 어떻게 이끌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김현제 원장은 2023년 6월 제14대 에너지경제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3년 6월 22일부터 올해 6월 21일까지 3년으로 지난 6월 공식 종료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년 기다릴 필요 없다”…육상풍력 허가, 실측정 없이 기상청 자료로 대체

육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1년 이상 현장에서 직접 바람을 측정해야 했던 규제가 완화된다. 앞으로는 발전사업허가 단계에서 별도의 풍황 실측 없이 기상청이 생산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3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는 지난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등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의견수렴 기간은 다음 달 17일까지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육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하는 풍황자료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현행 기준에서는 육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받으려면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지역에서 365일 이상의 풍황 계측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사업자는 통상 계측기를 설치해 풍속과 풍향 등을 직접 측정한 뒤 이를 토대로 사업성을 입증해야 했다. 개정안은 이를 “육상풍력 발전사업 허가신청의 경우 풍황자료로 기상청 재현바람장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라고 변경했다. 고시 개정이 완료되면 사업자가 발전사업허가를 위해 별도의 풍황 계측기를 설치하고 1년간 자료가 쌓이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만큼 사업 준비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편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육상풍력 범정부 보급 가속 전담반(TF)'에서 마련한 규제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다. 기후부는 당시 국방부와 산림청, 기상청, 지방자치단체,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 등과 TF를 구성하고 기상청 데이터를 활용한 풍황 계측 절차 개편을 10대 세부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정부가 육상풍력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보급 속도가 목표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서다. 국내 육상풍력 설비는 현재 누적 약 2기가와트(GW)다. 반면 정부는 보급목표를 2030년 6GW, 2035년 12GW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발전단가도 킬로와트시(kWh)당 150원 이하로 낮추고 국내 생산 풍력터빈 300기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실제 사업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일부 시각도 나온다. 발전사업허가 단계에서는 기상청 자료로 풍황 실측을 대신하더라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는 발전량과 수익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제 현장 계측자료가 사실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사업성을 검토할 때는 기상청 데이터로는 불충분하다"며 “결국 해당 지역에서 측정한 풍황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제 사업 전체 기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특별기고] 갈짓자 행보 에너지정책, 일보전진 이보후퇴인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전망에 대한 정책토론회는 한마디로 썰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부 장관은 물론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장조차 오지 않았다. 삼사백 명을 너끈히 수용할 대형강당에는 겨우 90명도 안 되는 청중만 듬성듬성 자리하였을 뿐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전망은 석 달도 훨씬 전에 발표된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재탕이었을 뿐이다. 어느 하나 새로운 것도 없었고, 희망사항만 잔뜩 늘어놓았을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솔직히 판을 짜고 수치로 꿰맞추는 것이야 쉬운 일이다. 속된 말로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렇기에 누구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 그렇다 보니 자그마치 열 명의 토론자가 제시한 의견도, 청중의 질문도 미적지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흥행의 실패였을까. 정부의 권능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정책토론회의 썰렁한 분위기는, 의도됐든 또는 의도되지 않았든, 정부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것일지도 모른다. 정부의 관심이 재생에너지 확산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강화하며 에너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었다고 믿었던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다. 기후부장관은 8월 18일 제12차 전기본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가스발전이 일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면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사실상 철회하였던 지난 4월의 에너지전환추진계획은 8월 20일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으로 구체화되었다. 심지어 5월 20일, 대통령은 정부출범 1주년을 맞아 열린 국정성과보고회에서 “일정한 기간까지는 화석연료 의존을 피하기 어렵다"며 “너무 급격하게 (탈탄소를) 하느라고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잘 균형을 맞춰 달라"고 탄소중립 속도조절을 지시하였다. 그리고 6월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온갖 무리와 편법 속에 추진됐던 용인국가산단 지정을 취소하기는커녕 서남권 반도체 산단, 반도체 산단보다 훨씬 불확실한 대대적인 AI 데이터센터까지 보태 속도전과 전격전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도 더 지어야 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도 더 지어야 한다. 제12차 전기본의 2040년 전력수요 전망이 4개월만에 폐기처분되는 것은 당연하다. 메가프로젝트로 자그마치 29%나 늘어난 2040년의 전력소비량 재전망을 충족시키려면 어쩔 수 없다. 솔직히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한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모처럼 벅찬 희망을 품게 하였다. 세 걸음, 열 걸음이 아니라 겨우 한 걸음 내딛는 게 아쉬웠으나 그것이 어디인가. 결코 내칠 일은 아니었다. 직접 전력구매계약(PPA)를 추진하는 발전사업자의 설비용량 제약을 완화하고, 농어촌의 햇빛소득마을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제주지역에 그쳤으나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을 해제하고, 협동조합을 비롯한 1 메가와트(MW) 이하 공익 목적의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전력계통 우선접속을 허용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소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떠넘겼단 가격변동 리스크를 완화한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조금 뜬금없으나 기후부의 올해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2030년까지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12기가와트(GW)까지 늘리겠다는 것도 더 공격적인 목표가 아쉽지만 그래도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일보전진 이보후퇴란 말이 있다. 한 걸음 전진했으나 두 걸음 물러섰다면 결국 퇴보한 것이다. 모든 일에 우여곡절이 있다지만 한 걸음 전진에 혹해서도, 그것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을 용납해서도 안 될 일이다. 모름지기 진정한 국민주권정부라면 약속할 때도, 약속을 철회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국민의 뜻을 충분히 헤아리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말의 성찬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갈짓자로 제멋대로인 듯하여 속상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개별 설치보단 중앙공급”…이명주 교수가 말하는 한국형 히트펌프 전환 전략

“우리나라처럼 공동주택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개별 설치보다 기계실에 중·대형 히트펌프와 축열조를 설치해 여러 세대에 열을 공급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이명주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만나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한다는 (정부의) 목표가 매우 도전적이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온실가스 감축분과 민간위원이자 건물·도시 전문위원회 전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건축물의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보급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고층 공동주택의 경우 세대마다 히트펌프 실외기와 저장설비를 둘 공간이 부족하고 전력설비 용량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동주택 특성에 맞춰 개별 히트펌프를 설치하거나, 단지 기계실에 중·대형 히트펌프와 열 저장시설인 축열조를 설치해 여러 세대에 열을 공급하는 중앙공급 방식을 적용하고, 특히 도시에 버려지는 열 등을 회수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생열과 하수열, 산업폐열, 데이터센터 폐열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기 위한 기반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이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하고 주변에 어떤 수요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국가·지역 단위의 '열지도'를 구축하고 이를 열네트워크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열에너지의 전환 없이는 건물부문 탄소중립도 달성하기 어렵다"며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다루는 정책과 열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정책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명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에서 어떤 정책에 주목하고 있는가. ▲ 건축물이 실제로 사용하는 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5210만톤(t)에서 2030년 3500만t, 2035년에는 2420만~2280만t까지 줄여야 한다. 17년 안에 절반 이상을 감축해야 하는 만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다루는 정책과 열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정책은 서로 떨어져 있었다. 지금 전문위원회에서는 이 두 정책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현재 국회에서 청정열에너지 관련 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법 제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 청정열에너지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열에너지를 국가 에너지전환의 독립적인 정책 대상으로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력은 장기계획과 통계, 시장과 지원제도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만 열은 건축물과 산업, 지역난방 등 여러 분야에 흩어진 채 관리돼 왔다. 열에너지는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의 약 48%를 차지한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열에너지에 관한 통계와 감축목표, 투자와 지원의 근거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열은 전기와 달리 멀리 보내기 어렵다. 도시 안에서 버려지는 열이 있어도 주변에 어떤 열수요가 있는지, 열의 온도와 발생시간이 맞는지 알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계획뿐 아니라 지역별 열지도와 열에너지 계획이 필요하다. 청정열에너지법은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책임과 근거를 만드는 법이어야 한다. - 청정열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한다면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나. ▲ 청정열 공급의무는 필요하다. 다만 몇 %를 의무화할 것인지부터 정해서는 안 된다. 지역마다 이용할 수 있는 열원의 종류와 양이 다르고 열수요의 밀도와 열배관을 설치할 수 있는 여건도 다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에너지사업자와 공공 열공급시설부터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처럼 계획단계에서 열공급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사업도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 지역에는 준비기간을 주고 지역별 열원과 수요를 조사한 뒤 적용해야 한다. - 의무비율을 정하지 않으면 보급이 따라올 수 있겠는가. ▲ 의무비율은 전국에 하나의 숫자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공통적인 최저기준을 두고 지역 여건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유럽연합은 지역냉·난방에 사용되는 재생에너지와 폐열·냉열 비중을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2%포인트씩 확대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향은 참고하되 먼저 실제 공급실적과 지역별 잠재량을 파악해 출발점을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환비용이 열요금에 그대로 반영돼 주민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정열 의무화는 공급량을 늘리는 제도인 동시에 지역 주민이 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열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가 돼야 한다. - 정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보나. ▲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350만대의 가스보일러를 350만대의 개별 히트펌프로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주택은 공동주택 비중이 높다. 특히 기존 고층 공동주택은 세대마다 실외기와 저장설비를 둘 공간이 부족하고 전력설비 용량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단지에서는 개별 설치보다 기계실에 중·대형 히트펌프와 축열조를 설치해 여러 세대에 열을 공급하거나 재생열을 이용하는 지역 열네트워크와 연결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신축 공동주택은 설계할 때부터 히트펌프 위치와 전력용량, 배관과 저장공간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보급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정책 성과를 기기 대수로만 판단하면 실제 효과를 알기 어렵다. 몇 대를 설치했는지와 함께 얼마나 많은 열을 공급했고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급 목표를 세우되 최종 성과는 감축량으로 평가해야 한다. - 기존 공동주택에 히트펌프를 대규모로 보급하려면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나. ▲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기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열의 양을 확인하는 것이다. 단열성능이 낮은 노후 공동주택에 큰 용량의 히트펌프부터 설치하면 초기비용과 전력사용량이 모두 늘어난다. 외피성능을 개선해 열소비량을 줄인 뒤 적정 용량을 산정해야 한다. 기존 공동주택은 세대별 설치 가능성만 살펴서도 안 된다. 단지의 변압기와 간선설비가 추가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겨울철 여러 세대의 히트펌프가 동시에 작동할 때 발생하는 최대전력도 검토해야 한다. - 히트펌프와 청정열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인가. ▲ 히트펌프의 경제성은 기기 가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설치비를 지원받아도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우면 사용자는 가동을 줄이게 된다. 반대로 전기요금을 일률적으로 낮추면 겨울철 전력수요가 한꺼번에 증가할 수 있다. 초기 시장에서는 설치비 부담을 낮춰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다만 보조금을 기기 구입비에만 집중하기보다 장기간 낮은 금리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더 지속적이다. - 전기요금을 히트펌프에 맞춰서 개편할 필요도 있는가. ▲ 전기요금은 히트펌프를 언제 작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히트펌프를 가동해 열을 저장하고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에는 가동을 줄이면 전력망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러한 운전에 요금 혜택이나 수요반응 보상을 제공하면 축열시설 활용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탄소배출권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히트펌프를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감축실적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화석연료 사용량이 실제 얼마나 줄었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지원제도와 동일한 감축량을 중복 인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화력발전이 많아 히트펌프가 탄소중립 수단으로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현재의 전원구조에서도 히트펌프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히트펌프는 전기로 열을 직접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공기와 물, 땅속에 있는 열을 끌어와 필요한 곳으로 옮기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기 1단위를 사용해 약 2.5~4단위의 열을 공급할 수 있다. 이 정도 효율이라면 화석연료 발전이 남아 있는 전력으로 운전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개별 가스보일러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국제에너지기구도 탄소집약도가 높은 전력으로 운전할 때조차 히트펌프가 가스보일러보다 온실가스를 최소 20%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감축효과는 더 커진다. - 물에 전기를 흘려 저항열로 물을 데우는 전극보일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 전극보일러는 역할이 다르다. 전기 1단위를 거의 1단위의 열로 바꾸기 때문에 같은 전력을 사용한다면 히트펌프보다 생산하는 열이 훨씬 적다. 대규모 전극보일러를 지역난방의 상시 열원으로 운영하면 전력수요와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출력을 제한해야 하는 시간에는 전극보일러가 유용할 수 있다. 남는 전기를 열로 바꿔 대형 축열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면 전력계통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극보일러는 잉여전력을 흡수하거나 피크수요에 대응하는 보완설비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 산업폐열이나 데이터센터 폐열 등 버려지는 열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 버려지는 열을 활용하려면 배관을 설치하기 전에 먼저 열지도를 그려야 한다. 어느 시설에서 몇 도의 열이 얼마나 발생하고 하루 중 언제 나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과 발전소, 하수처리장, 소각시설, 데이터센터가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이를 국가와 지역의 열지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열은 전기처럼 먼 거리까지 보내기 어렵다.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의 입지를 정할 때부터 주변에 공동주택과 병원, 공공시설처럼 열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요구하는 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새로운 기술과 제도가 자리 잡는 동안에는 익숙한 생활방식을 바꾸는 수고가 필요하다. 그 수고를 지금 우리가 감당한다면 다음 세대는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도 따뜻하고 쾌적하게 사는 일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 일상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민 10명 중 8명 신규 원전 건설 필요…원전 확대 공감대 높아”

국민 10명 중 8명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원전 건설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도 80%를 넘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2분기 에너지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분기 재생에너지 분야에 이어 원자력을 주제로 실시됐다. 재단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6월 12~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9.2%로 집계됐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은 이보다 높은 82.9%였다. 국내 원자력발전 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91.4%에 달했다.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6.5%였으며 향후 원자력발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71.2%로 나타났다. 신규 건설과 계속운전, 발전 비중 확대 등 전반적인 원전 활용 확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원전 정책에서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안전성'이었다. 원자력 정책 결정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로 원전 안전성을 꼽은 응답이 42.2%로 가장 많았다. 전력공급 안정성은 17.7%, 환경·생태계 영향 14.5%, 국가 및 산업 경쟁력은 12.2%였다. 원자력 분야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원전 안전성 확보가 28.3%로 1위를 차지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가 17.9%로 뒤를 이었으며 환경·생태계 영향 12.6%,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11.1% 순이었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SMR 개발 및 활용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6.8%에 달했다. 반면 SMR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39.7%에 그쳤다. 기술 개발 필요성에는 높은 공감대를 보였지만 실제 기술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원전 자체에 대한 높은 지지와 달리 실제 거주지 주변에 원전이 들어서는 데 대한 수용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거주지 또는 근무지 인근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6.3%로 과반을 기록했지만 국내 원전 필요성 91.4%,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 79.2%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원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는 '원전 안전성 강화'가 48.3%로 가장 높았다. 투명한 정보공개 및 소통 18.1%, 지역 일자리 및 경제 활성화 14.0%, 지역 주민 지원 확대 11.0%가 뒤를 이었다. 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원전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가운데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안전성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투명한 정보 제공 및 소통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조사원 면접전화조사(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응답률은 10.0%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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