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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 산업부
  • kevinpark@ekn.kr
수입업계 “최대 애로 ‘환율’…공급망 다변화 필요” [현장]

“한국 수입 엑스포는 제품 전시를 뛰어넘어 해외 공급 업체와 국내 수입 업체가 만나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입니다. 글로벌 경제 속에서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과 공급원 다변화는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입니다. 이번 행사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시길 바랍니다."(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 겸 하이랜드푸드그룹 회장 개회사 中) 23일 한국수입협회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 B홀에서 '한국 수입 엑스포(Korea Import Expo) 2026'을 개최했다. 이날 윤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엄중한 과제 앞에서 '수입'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와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했다. 개막식 축사에 나선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보호 무역주의 확대로 수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수입 없이 수출이 어렵고 공급망 완결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소비재 수입은 물가 안정과 국민 경제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실장은 “한국 시장은 혁신 제품의 경연장이며 수입은 이러한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자극제"라며 “산업부는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입을 지원하기 위해 수입 보험료를 낮추고 보험 한도와 대상을 확대하고, 이슈가 많은 축산물과 과일 등의 검역 절차를 부처 간 협동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 방향은 수입 업계가 처한 척박한 거시 경제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 만난 권기창 한국수입협회 상근부회장은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하며 공급망 다변화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권 부회장은 “현재 업계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환율"이라며 “환율 급등으로 수입 원가가 치솟아 마진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운송이 막혀 나프타나 황산 같은 핵심 원료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며 “소수 국가에 전략 물품 수입을 의존하면 국가 경제에 큰 문제가 생기는 만큼 수입 공급망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 가격이 올라 미국산 쇠고기 등 수입 육류 단가가 인상되며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알프스 암염·헝가리 와인·이탈리아 프레첼…유럽의 맛에 취하다 전시장 내부는 60여개국 150여 개 기업이 뽐내는 이국의 향기로 가득했다. 기자는 전 세계의 풍미를 혀끝으로 느껴보고자 유럽 국가들이 포진한 부스부터 샅샅이 누비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오스트리아 식료품 수입사 '트리벳 마켓' 부스에서는 투명한 소금 결정체가 발길을 붙잡았다. 트리벳 마켓 관계자는 “과거 바다였던 알프스 산맥 300m 갱도 안에서 압력으로 만들어진 암염"이라며 “외부 요인으로 오염될 확률이 극히 적고 제조 공정이 철저히 관리돼 깨끗한 제품"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함께 전시된 포도 주스 '트라우벤자프트'에 대해서도 “와이너리의 와인용 포도로 만들어 과일 맛이 진하고 농축돼 있어 취향에 따라 물을 섞어 마실 정도"라고 부연했다. 바로 옆 헝가리 부스에서는 와인과 천연 꿀 시식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수입사 담당자는 글라스에 붉은 와인을 따르며 “국제 품종과 달리 헝가리 토착 품종은 해당 지역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주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신토불이'처럼 헝가리 와인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해준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머금자 묵직한 느낌과 복합적인 풍미가 혀끝을 강하게 맴돌았다. 와인의 쌉쌀한 여운은 바로 옆의 헝가리산 천연 아카시아 벌집 꿀이 감싸 안았다. 이탈리아 무역공사(ITA)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운영하는 '하이 스트리트 이탈리아' 부스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ITA 관계자는 “이미 한국에 유통 중인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을 알리는 동시에 '바이어스 클럽'이라는 정부 운영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과 이탈리아 간 가교 역할을 소개했다. 화려한 제품들 사이로 시식용 정통 스낵 프레첼이 수북이 놓여 있었다. 길다란 프레첼을 집어 베어 물자 고소하고 짭조름한 풍미가 입안에 퍼져 이탈리아 현지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꼈다. 폴란드 부스에서는 도수 28도의 과일 보드카 '소플리차(Soplica)'가 애주가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수입사 직원은 “보통 보드카가 40도라 꽤 독한 편인데 이 제품은 저도수라서 탄산수를 섞어 마시면 부드럽게 넘어간다"며 “실제 과일이 같이 숙성되어 과일 맛이 진하게 우러난다"고 귀띔했다. 직접 맛본 모과 맛 보드카는 독한 알코올 향 대신 기분 좋은 상큼함과 청량감을 뽐냈다. 아직 한국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 리투아니아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25개 식품 업체를 소개하러 나왔고, 한국 유통망을 애타게 찾는 중"이라며 판촉에 열을 올렸다. ◇아시아·기타 대륙 부스의 이색 상품과 치열한 판로 개척 전시장 한켠에 자리 잡은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구역에서도 이색 제품의 등장과 한국 유통망을 뚫으려는 영업전이 이어졌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부스에서는 100% 사과로 빚은 '카네쇼 식초'에 우유를 붓자 효소 작용이 일어나 순식간에 몽글몽글한 요구르트가 만들어졌다. 이현경 선민에프앤비 차장은 “식초가 발효 식품이다 보니 우유와 만나면 바로 요거트화가 진행된다. 꿀이 들어간 식초라 산미가 무척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아 다채롭게 응용할 수 있다"며 시연을 이어갔다. 옆에 위치한 아키타현 주류 판매업자 역시 “스시집이나 고급 이자카야에 주로 납품하는 사케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이 일품"이라며 맑은 잔술을 권했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판로 개척 열정도 유럽 못지않았다. 말레이시아 세정제 업체 담당자는 유창한 한국어로 바이어들에게 “NSF 인증과 할랄 인증을 모두 받아 식품 가공 시설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다용도 세정제와 섬유 유연제"라며 “한국 진출은 처음이라 유통을 잘해줄 파트너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쉴 새 없이 명함을 건넸다. ◇대규모 팔레트 창고로 무장한 하이랜드푸드 등 대형 수입사 맹활약 해외 기업들의 구애에 발맞춰 국내 B2B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유통사들도 거대한 부스를 차리고 영업망 확충에 매진했다. 연간 15만 톤의 육류를 들여와 1조 원대 매출을 올리는 하이랜드푸드는 전면에 나서 글로벌 공급망 비전을 과시했다. 전하림 하이랜드푸드 선임은 중동 사태 등 대외 리스크 우려에 대해 “경남 창원에 2만7634 팔레트 분량의 물량을 보관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가공장과 물류 창고가 있다"며 “환율 상승이나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 대비해 미리 많은 물량을 수입해 보관함으로써 유연하게 방어하고 있다"고 탄탄한 인프라를 강조했다. 이어 “기존 육류 위주에서 벗어나 이번에 처음 수입 와인과 수산물로 영역을 넓혔고, 국내산 닭을 가공해 해외로 역수출하는 '케이본(K-BONE)' 브랜드도 새롭게 론칭했다"며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 계획을 덧붙였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파스타 면 '데체코(De Cecco)'를 취급하는 연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상장사 보라티알도 현장에서 홍보에 나섰다. 보라피알 관계자는 “30년간 이탈리아산 수입 식자재를 유통해 온 내공을 바탕으로 B2B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데체코 신제품 면은 통으로 길게 나와 요리 활용도가 높으며, 유지력과 맛이 뛰어나 셰프님들이 프리미엄으로 꼽는 제품"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LIG D&A 탑승객 맞춤형 ‘스마트캐빈’, 민간항공시장 노린다

유도 무기와 군용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LIG D&A가 상업용 여객기 객실 통합제어 시스템을 내세워 민간항공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방산 분야 전파 제어기술을 상용 항공산업에 접목해 탑승객 기내 진입 시 디스플레이로 좌석을 안내하는 체계와 기내식 물류 재고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스마트 캐빈(Smart Cabin)'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LIG D&A는 지식재산처에 항공기 서비스 제공 시스템 및 방법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정보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우주항공청(KASA)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발주한 '스마트 캐빈 기술 개발 사업'의 결과물이다. 세부 과제명은 '항공기용 대형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시스템 개발'이며, LIG D&A의 사명 변경 전 방산기업 LIG넥스원이 지난 2024년부터 과제수행기관으로 참여해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LIG넥스원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항공기 인테리어 엑스포 2024(AIX)'에 참가해 보잉, LG디스플레이와 함께 3사가 공동 개발한 스마트 캐빈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3사는 OLED 패널을 항공기용으로 적용하고 제어하는 데 주안점을 두며 기술 상용화의 초석을 다졌다. 시스템은 무선주파수 식별(RFID) 기술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연동해 기내 통신망을 구축하는 구조다. 기내 하드웨어 단말기와 데이터베이스(DB) 서버를 이더넷 기반 유선통신과 무선 와이파이 망으로 연결해 승객 동선과 객실 물류 데이터를 처리한다. 기술은 승객 탑승 안내 체계를 전산화하는 구성을 포함한다. 여객기 출입구 주변 하드웨어와 중앙서버 연동으로 작동한다. 탑승객이 기내 입구를 통과할 때 게이트 주변에 설치된 티켓 인식 안테나가 탑승권에 내장된 태그를 스캔한다.DB가 정보를 수신해 통합 디스플레이 처리 모듈(IDPM)로 분배하면 출입구 55인치 대형 OLED 패널이나 객실 칸막이에 설치된 30인치 투명 OLED 화면에 개별승객의 탑승 안내 이미지가 표출된다. 디스플레이에는 △승객 영문 이름 △지정 좌석 번호 △시각화된 기내 좌석 위치도 △사전 주문 기내식 종류가 나타난다. 이와 함께 기장 메시지, 기내 면세품 판매 내용, 기상 상태 등 다양한 정보는 물론 항공사 브랜딩 등을 패널에 담아 승객 경험 혁신에도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객실 승무원이 입구에서 개별 탑승권을 확인하고 좌석 방향을 구두로 안내하던 방식을 시각 자료 표출로 교체한다. 개별 탑승객이 통로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여객기의 지상 체류 시간(TAT, Turn Around Time)을 단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통로가 좁고 내벽이 둥근 항공기 객실 구조를 고려해 기체 벽면 곡선에 부착할 수 있는 플렉서블 OLED와 반대편 시야를 가리지 않는 투명 OLED를 하드웨어로 채택했다. LIG D&A가 비중 있게 다분 분야는 기내식 재고 파악 시스템이다. 여객기 기내식 준비실에 비치되는 밀카트와 컨테이너는 화재 예방을 위해 알루미늄 등 금속 재질로 제작된다. 밀폐된 금속 공간 내부에서 다수 RFID 태그 전파를 송출하면 신호가 내벽에 반사돼 얽히는 '다중경로 페이딩' 현상이 발생한다. 물류 창고에 쓰이는 전파 식별 장비를 항공기 카트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원인이다. LIG D&A는 방공 레이더·전자전 신호 처리 기법을 도입해 기내 전파 간섭 현상을 통제했다. 전파 노이즈가 발생하는 환경에서 표적 신호 강도를 분석하는 수신 신호 강도 지표(RSSI)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반영했다. 기내식 포장에 부착된 소형 태그 수백 개가 좁은 공간에서 전파를 방출하며 빚어지는 충돌 현상을 억제해 개별 식별 부호 수신율을 높였다. 밀카트와 컨테이너 내부 각 층에 스캐너 안테나가 장착되며 적재되는 기내식 단위마다 소형 태그가 부착된다. 사용에 따라 태그 개수에 변동이 생기면 카트 내부에 내장된 리더기가 신호를 해독해 네트워크 스위치를 거쳐 중앙 데이터 서버로 전송한다. 승무원은 준비실에 부착된 고정형 디스플레이나 휴대용 태블릿 단말기를 통해 기내식 잔여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특허, 도면에 따르면 승무원 단말기 화면에는 특정 통신 연결 상태·여객기 내 준비실 위치·개별 컨테이너와 밀카트 기호가 나타난다. 화면에서 카트 아이콘을 누르면 내부에 수납된 도시락·면세품 품명·형상·잔여 수량이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비행 중 승무원이 카트 문을 열고 적재 물품 수량을 파악하는 절차가 전산망으로 전환된다. 탑승 마감 시각이 임박했을 때는 단말기에 탑승을 완료한 승객과 미탑승 승객 좌석 위치를 색상으로 구분해 표시하며 기내 인원 점검 업무를 돕는다. 수집된 재고 데이터는 항공사 운항 비용 감축을 위한 분석 자료로 활용된다. 단말기에 구현되는 데이터 분석 화면에는 전체 기내식 사용 수량과 함께 미사용 중량 데이터가 누적 표시된다. 항공기 탑재 중량은 비행 시 항공유 소비량에 비례한다. 수요 예측 오차로 인해 승객에게 제공되지 못하고 남는 기내식이나 음료 하중은 기체 무게를 늘려 연료 소모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스템은 운항 구간·시간대·좌석 등급별 기내식 소진 통계와 미사용 중량을 클라우드 서버에 기록한다. 항공사는 누적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 운항편에 필요한 적정 기내식 탑재량을 역산해 여유분 명목으로 실리는 기체 잉여 하중을 덜어낼 수 있다. 상용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사들은 여객기 객실 공간을 정보통신망과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IoT) 설비 도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항공기 인테리어·기내 네트워크 부품 시장은 대형 항공기 제조사와 인가를 받은 부품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LIG D&A는 자사가 보유한 통신망 설계 기술과 국내 산업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기술을 결합해 상업용 여객기 부품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OLED 패널 시스템 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기내 엔터테인먼트용 네트워크와 연동이 가능한 시스템 체계 장착을 지원한다. 특히 항공기 운용 환경에 최적화되도록 장비를 저전력 고효율로 설계해 시장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LIG D&A 관계자는 “해당 네트워크 시스템을 민간 항공기에 국한하지 않고 선박·크루즈·대형 전시회·공연장 등 탑승권을 기반으로 입장을 제어하는 다중 밀집 시설물 전반에 확장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배터리 소재, 캐즘 극복 전략 ‘냉·온탕’ 뚜렷

글로벌 전기자동차(EV)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배터리 후방산업인 핵심소재의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비(非)중국시장의 폭발적인 소재 수요 성장 속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계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공고해지는 '공급망 패권의 역설'도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국내 배터리 핵심소재 기업들이 차세대 폼팩터 선점과 비(非)전기차 어플리케이션 다변화, 탈중국 공급망 재편, 대규모 자산 매각 및 손상 처리를 동반한 고강도 구조조정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미래상승 사이클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22일 SNE리서치의 2026년 1~4월 동향에 따르면,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 4대 핵심소재 시장 전반에서 비중국 지역 수요 성장률이 24~38%를 기록하며 전체 평균(14~17%)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장악력은 여전히 중국계 기업들이 87~94%의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양극재 부문을 살펴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 핵심 원자재법(CRMA) 등 규제 효과로 비중국 시장 적재량이 32만 9000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7.2%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실상은 탈중국 기조와 궤를 달리한다. 글로벌 완성차(OEM) 업계가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해 '반값 전기차' 출시에 사활을 걸면서 원가 경쟁력이 높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중국 시장의 수요 성장세 이면에는 중국 후난유능 등 중국계 기업들이 LFP 양극재 시장 1위를 독식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오히려 더 강하게 장악해 나가는 '공급망 패권의 뼈아픈 역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음극재 시장 역시 중국계 점유율이 94.4%에 이르며, 분리막(89.6%)과 전해액(87.4%) 시장도 중국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 양·음극재, 극한의 성능 한계 돌파로 승부수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국내 양극재 3사인 엘앤에프·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은 올해 1분기 뚜렷한 '전략 차별화'를 보여줬다. 엘앤에프는 1분기 11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국내 양극재 3사 중 가장 극적인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뤄냈다. 광물 가격 반등에 따른 926억 원 규모의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환입 효과가 컸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본업에서의 확실한 체질 개선을 증명했다. 비결은 '초격차 기술력'과 '미래 먹거리 선점'에 있다. 엘앤에프는 주행거리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제조 난이도 최상위 제품, 즉 니켈 비중 90% 이상의 '울트라 하이니켈(Ultra Hi-Ni)'로 전체 하이니켈 출하량의 88%를 채우며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했다. 여기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차세대 핵심 폼팩터로 꼽히는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용' 양극재 출하까지 선제적으로 본격화하며 양적 팽창을 넘어선 압도적인 질적 성장으로 캐즘의 파고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하이엔드 단결정 양극재를 통해 에너지 소재 부문 손익 분기점을 회복했고, 에코프로비엠은 전동 공구·AI 데이터 센터향 ESS 등 비 전기차 부문 매출을 전분기 대비 20% 성장시키며 방어에 성공했다. 음극재 시장에서는 '충전 속도' 혁신을 앞세운 실리콘의 매서운 추격이 눈에 띈다. 중견기업 대주전자재료의 1분기 실리콘 음극재 매출(약 120억 원)이 포스코퓨처엠의 범용 흑연 음극재 전체 매출(149억 원) 턱밑까지 쫓아왔다. 업계는 하이엔드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실리콘계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 동박의 턴어라운드…“EV 쏠림 벗고 AI 가속기·ESS 정조준"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동박업계는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규 캐시카우를 발굴하며 가장 먼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1분기 매출 1598억원을 기록했다. 또,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성 향상과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레깅 효과로 영업손실을 50억원까지 대폭 축소했다. 당기순이익도 39억원 올려 전분기(364억원 적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동박업계의 핵심전략은 'EV 의존도 축소'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체 매출 중 67%에 달하던 EV 비중을 올들어 38%까지 낮추는 대신 북미 ESS(BBU 포함) 비중을 22%, 하이엔드 모바일 및 전동공구 비중을 23%로 각각 크게 늘렸다. 특히,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초저조도 회로박(HVLP)의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북 익산공장의 생산능력을 올해 6700톤, 내년 1만6000톤 수준으로 올려 회로박 매출 비중을 16%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용 음극 집전체인 '니켈도금동박'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의 상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AI 가속기용 초극저조도 동박 수요가 전년 대비 53.5% 폭증하며 올해 하반기 강력한 실적 턴 어라운드를 예고했다. ◇부진 소재사 '빅배스'와 구조조정 반면에 수요 둔화와 막대한 고정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일부 소재사들은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충북 증평공장의 가동 중단, 중국 자회사 매각을 선언했다. 동박 제조사 SK넥실리스도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을 단행했다. SK넥실리스의 2025년 매출은 5060억원에 달했으나 고정비 증가와 시황 악화로 영업손실 1918억원을 감수했다. 이에 SK넥실리스는 부실 자산을 일시에 털어내는 '빅배스'를 실행했다. 가동률이 저하된 유휴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에 대해 1289억원 , 영업권 등 무형자산에 대해 1147억원 등 총 24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손상차손을 장부에 반영하며 2025년 544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확정지었다. 더불어 2025년 4월 말 비핵심 자산인 박막 사업부를 플렉시온(구 어펄마캐피탈)에 매각 완료하며 현금 확보와 주력 사업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이오(JEIO)의 경우, 전지소재 부문 가동률이 10%대로 하락하자 반도체 EUV 펠리클·방탄용 신소재를 대안으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내 생수 2ℓ? AI 의존하다간 가덕도 공항 마비”…항공보안학회·민간경비학회 작심 경고

#가방에 2리터짜리 대용량 생수통을 넣은 채 아무런 제지 없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다. 인공 지능(AI)이 수하물을 3D로 원격 투시하고 터미널을 배회하는 로봇이 승객의 미세한 이상 행동을 분석해 테러를 사전에 차단한다. 머지않은 미래, 첨단 기술이 완성할 '스마트 공항'의 화려한 청사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보안 전문가들의 입에서는 이 달콤한 환상을 산산조각 내는 뼈아픈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첨단 기계만 철석같이 믿고 섣불리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간 사상 초유의 보안 참사와 걷잡을 수 없는 공항 마비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사단법인 한국항공보안학회와 한국민간경비학회는 부산 사상구 괘법동 소재 신라대학교에서 '공항과 항만의 도시 부산, 복합보안체계 구축을 논하다'를 주제로 공동 학술 대회를 개최했다. 소대섭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서대학교 항공정책센터장)은 “폭발적인 ICT 발전 속에서 공항은 '완벽한 보안'과 '여객 서비스'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강요받고 있다"며 “가덕도 신공항을 품은 부산에서 항공 보안의 진짜 민낯을 짚어보고, 신공항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겠다"고 운을 뗐다. ◇“기계만 믿고 액체류 풀면 대재앙"…잊혀진 영국의 뼈아픈 실패 이날 현장의 이슈는 승객 체감도가 가장 높은 '기내 액체류 반입' 규제 완화 문제였다. 김정하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계획팀장은 “2025년까지 내용물을 3D로 정밀 판독하는 최신 'CT X-ray' 12개소 설치가 완료됐다"며 “장비 성능이 비약적으로 고도화된 만큼 낡은 액체류 반입 금지 고시를 개정해 승객의 대기 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학계의 반론은 매서웠다. 당장 '영국의 실패'를 소환하며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김용인 신라대 교수(항공보안학회 정보이사)는 “정부나 공항 당국이 신기술을 과신해 인프라도 없이 덜컥 기준부터 바꿨다가 공항 전체가 마비됐던 영국의 참담한 실패 사례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액체류 반입을 2리터까지 파격 상향하려면 기술적 완전성 검증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여객 동선이 엉키지 않도록 완벽한 인프라가 선행돼야 하며, 특히 일본·중국 등 주요 환승객이 쏟아지는 주변국과 치밀한 보안 기준 조율 없이 우리만 빗장을 풀면 국제적 고립과 대혼란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판독기·서비스 로봇 전성시대?…“결국 스위치 쥐고 감옥 가는 건 사람" 극심한 보안 요원 인력난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AI 원격 판독 시스템과 로봇 도입을 둘러싼 난상토론도 불을 뿜었다. 윤기동 한국공항공사 보안계획부장은 “민간 AI 전문 기업과 손잡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중인 원격 판독 시스템이 전국 공항의 보안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자사의 차세대 모델을 내놨다. 보안 장비 개발 업체 SST 랩스의 최광윤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이제 파편화된 AI를 넘어 선진국이 주도하는 '초거대 AI 모델'을 전면 투입해야 한다"며 “특히 가덕도나 울릉공항처럼 오지 특성상 근무 인력 상주가 까다로운 곳은 승객의 행동을 분석하는 '보안 서비스 로봇'까지 진지하게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계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최종 통제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조남현 인천국제공항산업기술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AI 도입은 매력적인 카드지만 AI의 성능이 엉뚱하게 저하되는 '드리프트 현상'을 막을 모니터링 체계와 데이터 무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우상엽 주 한국공항보안 감사(항공보안학회 연구윤리위원장)는 “스마트 공항의 핵심은 껍데기뿐인 장비 자랑이 아니라 '위험 기반 통합 운영 체계'로의 진화"라며 “기계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예외 상황을 통제하고 위협을 최종 판단하며, 사고가 터졌을 때 민원인과 맞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고도로 훈련된 '현장의 사람(요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를 '인간-기계 협업(Human-in-the-Loop)' 체계로 정의하며 “가덕도 신공항 같은 거대 인프라는 화려한 기계만 채워 넣을 생각 말고, 건축 도면을 그리는 첫 단계부터 '보안 대기열 면적'을 압도적으로 넓게 확보하는 선제적 조치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물리적 대기 공간이 좁으면 아무리 비싼 첨단 장비도 '보안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일침이다. ◇골든 타임 놓치면 도태…“가덕도 신공항 성공, 즉각적인 법제화에 달렸다" 토론 시간에는 유덕기 경운대 항공보안경호학부 교수가 정부의 뼈저린 각성을 촉구하며 열띤 행사의 막을 내렸다. 유 교수는 인천공항 경비 보안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유 교수는 “가덕도 신공항의 밑그림을 그리는 부산시와 정부 당국은 책상머리 행정에서 벗어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ICT 환경 속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는 현장 공항 운영자들의 피 끓는 고충을 설계도와 정책에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기술은 이미 현장의 문을 부수고 들어왔고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며 “정부는 첨단 보안 장비 고도화를 뒷받침할 과감한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IT 강국 대한민국이 글로벌 항공 보안 기술 표준을 지배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절체절명의 골든 타임"이라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종합] 대한항공 우기홍·아시아나 송보영, 100분 주주 간담회 개최…시장 소통에 진심 보였다

대한민국 항공업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규모 인수·합병(M&A) 완수를 앞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면적인 스킨십에 나섰다.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연이어 '아시아나항공 합병 통합 관련 주주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후 1시 30분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오후 4시 30분 아시아나항공까지 도합 100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 양사 경영진은 △단기 실적 부진 △주식 가치 희석 △우발 채무 △구조조정 우려 등 '돌직구'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구체적인 데이터와 타개책을 제시하며 시장과의 소통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과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비롯, 대한항공 측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CFO)·박희돈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오문권 재무본부장(전무)·최영호 경영전략담당 상무, 아시아나항공 측 강두석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서상훈 전략기획본부장(전무) 등 통합의 중추를 맡은 핵심 임원진이 총출동했다. ◇자산 49조·매출 23조 '글로벌 톱10' 메가 캐리어 도약…압도적 시너지 확신 양사 경영진은 이번 합병이 좁은 내수 시장과 만성적 과당 경쟁에 시달리던 국내 항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는 2026년 12월 17일 공식 출범하는 통합 항공사는 자산 49조 원, 매출 23조 원, 보유 기재 233대, 임직원 2만 8000여 명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는 글로벌 단일 항공사 기준 매출액 약 13위, 기재 수 약 14위에 해당하는 '톱 10 메가 캐리어' 반열에 오르는 수치다. 경영진은 통합에 따른 압도적 시너지를 수치로 증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중복 스케줄 분산, 단·장거리 환승 연계, 델타항공 조인트벤처(JV)망에 아시아나 노선 편입, 아시아나 밸리 카고 물량의 글로벌 네트워크 흡수 등을 통해 연 3000억 원의 시너지를 예상했다. 박희돈 대한항공 부사장은 “외부 회계법인 분석 결과 인수 후 통합(PMI) 소요 비용은 9000억~1조 9000억 원가량 발생하겠지만, 내부 전략을 통해 빠르면 2028년, 늦어도 2029년 초에는 통합 비용을 완전히 상쇄하고 본격적인 긍정적 시너지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용 절감 효과를 한층 더 강조했다. 서상훈 아시아나 전무는 “과거 자체 엔진 정비 능력이 없어 막대한 외주 수리비를 내고 리스에 의존했던 아시아나의 기재 정비를 대한항공 인프라로 내재화하면 연간 4000억 원을 점진적으로 아낄 수 있다"며 “수익 증대 최소 3000억 원을 더해 연간 총 7000억 원 이상의 압도적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합병 후 신용등급이 A0 이상으로 상향되며 과거 40년간 2% 수준에 불과했던 이익률이 폭발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였던 합병 비율은 외부 검증을 거쳐 1 대 0.273643으로 확정됐다. 최영호 대한항공 상무는 “당사가 이미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63.88%)에 대해서는 합병 신주가 일절 교부되지 않는다"며 “새로 발행되는 신주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52%에 불과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식 가치 희석 우려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단언했다. ◇우기홍 사단, 재무 현안 질의에 막힘없는 답변 대한항공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먼저 잡은 우기홍 부회장은 “항공 산업이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한 가운데 수많은 난관을 뚫고 최종 통합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며 “타협할 수 없는 절대 기준인 고도의 '안전 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진 약 1시간 가량의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공시 자료에 입각한 5대 재무 현안에 대한 집중적인 문답이 오갔다. 올 1분기 대한항공은 별도 기준 2427억 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종속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순손실(2516억 원)이 편입되며 연결 순이익이 336억 원으로 축소됐다. 합병 연말 후 주주들의 배당 환원 재원 축소 우려가 쏟아졌다. 오문권 재무본부장은 “대한항공 본업이 견조하고 신규 발행 주식 규모도 5% 수준에 불과한 만큼, 합병 이전부터 공지해 온 '당기 순이익 30% 이내, 매년 주당 750원' 배당 기조를 확실히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1분기 평가 환율 상승(1434.9원→1513.4원)으로 발생한 8651억 원 규모의 대규모 외화 환산 손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보잉 777-9 20대와 A350F 7대 등 초대형기 도입으로 외화 부채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 전무는 “영업상 외화 수입과 비용이 균형을 이뤄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제 영업 손익 타격은 제로(0)에 가깝다"며 “최근 5년 이상 달러 차입을 억제하고 엔화·위안화 등 잉여 통화 차입을 늘려 부채 규모 대비 실제 외화 환산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환위험을 지속 억제 중"이라고 답변했다. 러시아 관세 당국으로부터 부과받아 원금과 이자를 합쳐 2000억 원대로 불어난 과징금 리스크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에 박희돈 부사장은 “과거 행정 착오를 빌미로 부과된 83억 루블의 과징금이 1차 소송에서 반액(41억5000만 루블)으로 감액됐으나, 대러 제재로 송금이 막히면서 납부 지연 명목으로 다시 2배가 부과된 정치적 사안"이라며 “현재 초기 과징금 40%가량을 현지 모스크바 지점 수익 압류 형태로 성실히 납부 중이고, 추가 과징금은 재판이 진행 중이라 행정 집행은 보류된 상태다. 민간 외교 사절로서 근본적 해결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상세히 밝혔다. 최근 불거진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 이관 운영 차질 논란을 두고는 우기홍 부회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이란 사태 여파로 4월부터 항공유가가 최고 배럴당 220~250달러까지 2.5배 폭등하며 장거리 노선 수지가 극심하게 악화된 탓"이라며 “하반기 유가가 100달러 이하 정상 수준으로 안정화되면 티웨이 역시 스케줄을 정상 복귀할 것으로 보며, 노선 공급 축소 문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도 긴밀히 소통 중이라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일축했다. 양사 조종사·승무원 직급(시니어리티) 갈등 우려 역시 수십 차례의 노사 간담회를 통해 차별 없이 투명하게 융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보영 진영, 유동성·구조조정 불안 잠재워… “마일리지 10년 철저히 보장"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역시 피인수 기업 주주들의 의구심과 불안감 해소에 진땀을 뺐다. 송보영 대표는 “지난 5월 이사회에서 합병 계약이 승인되며 5년에 걸친 오랜 통합 과정이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자회사 편입 이후 1년 반 동안 IT 시스템 결합·정비 효율화·서비스 개선 투자를 지속해 온 만큼 온전한 결합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겠다"고 운을 뗐다. 주주들의 질타는 단기 실적 부진에 집중됐다. 에어제타로의 화물기 사업 매각 여파로 1분기 화물 매출이 83.5% 급감하고 5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에 대해 송 대표와 서상훈 전무는 “과거 10년간 아시아나가 화물 없이 단독 흑자를 낸 적이 거의 없었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상반기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아 월 유류비가 1500억 원이나 추가로 발생하는 돌발 변수가 뼈아팠다고 해명했다. 다만 최근 매각 딜 종결과 함께 유가가 110달러 선으로 안정화됐고 7~8월 전통적 성수기에 돌입하는 만큼 여객 부문 효율성을 극대화해 하반기에 적자를 턴어라운드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합병 비용 절감 이면에 인위적인 중복 인원 구조조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서 전무는 “경영진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합병 심사가 4년간 지연되는 동안 자연스럽게 채용이 조절돼 현재 우려할 만한 중복 인력이 없다. 향후 비행기 대수가 늘고 사업 영역이 확장되므로 남은 인력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해 쓴다면 생산성 측면에서 문제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유럽 등 슬롯 반납에 따른 영업 경쟁력 약화 지적에도 “물리적으로 반납한 슬롯 손실분도 있지만 새롭게 획득한 슬롯도 상당히 많다"며 “아시아나의 강점인 중국 노선과 대한항공의 태평양 노선을 결합해 시간대를 다양화하고 환승 수요의 선순환을 창출하면 확실한 수익성 증가를 이룰 것"이라고 답했다. 연말 유동성 고갈 위기설 역시 팩트 체크를 통해 반박했다.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행사가 7030원) 대량 행사에 따른 자금 이탈 우려에 서 전무는 “유통 주식 4000만 주 중 넉넉하게 10%가 청구한다고 잡아도 약 280억 원 수준이라 회사 자금 규모에 비하면 전혀 부담이 안 되는 구조"라며 “실제 지난해 화물 매각 당시 행사율도 0.1%(10억 원 미만)도 나오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가 하락 시 주가 엇갈림에 따른 불만 제기에도 항공주 특성상 유가 등 외부 변수에 같이 움직이고, 합병 비율이 고정된 만큼 연말까지 양사 주가는 수렴해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합병 기일 전일인 12월 16일 발동 가능성이 거론된 1437억 원 규모 자산 유동화 사채(ABS) 조기 상환 트리거와 1년 내 상환해야 할 1조 500억 원의 단기 차입금 리스크에 관해선 “해당 ABS 차입금은 계속 분할 상환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시점에 맞춘 잔여액 상환 준비가 모두 끝났다"며 “트리거가 걸려 예기치 않게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전혀 없다"고 확언했다.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에 대해서 송 대표는 “가치는 양사가 임의로 단독 결정한 것이 아니라 유사 컨설팅 업체의 과거 근거와 평가에 따라 객관적이고 정확한 교환 비율을 산정받았다"며 주주 가치가 인정받았음을 강조했다. 이어 “10년 유지 보장 방안 등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완료되고 최종 승인이 나는 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2020년 11월 첫 통합 결의 이후 4년여 간 이어져 왔던 험난한 여정은 이제 9부 능선을 넘어 대단원을 향해 가고 있다. 양사는 이달 말 국토교통부 합병 인가를 시작으로 7월 말 금융위원회 증권 신고서 수리, 8월 중 최종 주주 승인(대한항공 이사회 결의 및 8월 12일 아시아나 임시 주주총회) 절차를 밟는다. 아시아나 주식 매수 청구권은 7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행사할 수 있으며 대금은 10월 1일 지급된다. 올해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고 내년 1월 4일 합병 신주 교부가 이뤄지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기 실적·재무 리스크·주가 질의에 통합 앞둔 아시아나항공의 ‘근거 있는 자신감’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역사적인 합병 마무리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주주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영진은 질의응답을 통해 단기 실적 악화·구조조정 우려·유동성 문제 등 주주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시장과의 소통에 공을 들였다. 19일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1층 콘퍼런스 홀에서 주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약 40분간 열린 아시아나항공 주주 간담회에는 이승철 재무담당 상무의 사회로 송보영(송구영) 대표이사, 강두석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서상훈 전략기획본부장(전무) 등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해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주주들과 소통했다. ◇송보영 대표 “5년 통합 과정 마무리 단계…최선의 성과 낼 것" 송보영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 5월 13일 이사회에서 대한항공과의 합병 계약 안건이 승인되며 5년에 걸친 오랜 통합 과정이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최종 승인을 얻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4년 12월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1년 반 동안 △IT 시스템·인적 통합 △안전 운항을 위한 정비 효율화 △장기간 부족했던 서비스 개선 투자를 지속해 왔다"며 “자산을 잘 보존하고 양사의 경쟁력을 온전히 결합해 합병 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끝까지 준비 작업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사다난했던 합병 연혁…12월 17일 대망의 공식 출범 확정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3월 회계 한정 이슈와 누적된 경영 위기로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고 4월 매각이 발표됐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인수 계약을 맺었으나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해제됐다. 결국 항공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020년 11월 17일 한국산업은행과 정부 주도하에 대한항공과 신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가장 큰 난관이었던 기업결합 심사는 4년이나 소요됐다. 서상훈 전무는 “유럽연합(EU)에서 큰 진통을 겪어 2021년 1월 신고 후 딱 3년 만인 2024년 2월에야 '화물기 사업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2024년 8월 대한항공 주도로 에어제타(현 에어인천)와 매각 계약(마스터 어그리먼트)을 체결하며 승인을 마쳤고, 그해 11월 거래가 종결되며 대한항공이 지분 63.88%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 5월 13일 열린 통합 이사회에서 확정된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0.273643이다. 이는 이사회 전날 기준 1개월, 1주일, 전일 종가의 가중 산술 평균(대한항공 2만 5409원, 아시아나 6953원)으로 산정됐다. 회사는 다음 주 초 국토교통부 합병 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7월 말 금융위원회 증권 신고서 수리를 거쳐 8월 12일 통합을 승인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모든 절차가 완료되면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합병의 적절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검증도 마쳤다. 전원 독립적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ESG 위원회(특별위원회)가 두 차례 사전 검토를 거쳤으며, 법무법인 태평양과 삼일회계법인 등 외부 전문가로부터 거래 목적의 정당성·조건의 공정성·절차의 적정성·주주 간 이해상충 우려가 없음을 확인받았다. ◇매출 23조·자산 49조 '메가 캐리어' 도약…“연 7000억 시너지 확신" 사측은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수익 증대 최소 3000억 원, 비용 절감 4000억 원 등 연간 총 7000억 원 이상의 압도적 시너지를 예고했다. 수익 증대의 핵심은 '스케줄 최적화'다. 같은 시간대 중복 경쟁 노선을 효율화하고, 미주 등 간선과 동남아 등 지선 간 네트워크를 결합해 고객 편익과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에 아시아나가 합류해 얻게 될 수익 증대 효과와 여객기 하부 화물칸·전용 화물기 네트워크의 결합 효과도 강조됐다. 비용 절감은 구매 계약 최적화와 함께 '기재 정비 내재화'가 주도한다. 과거 재무구조 악화로 운용 리스에 의존하고, 자체 엔진 정비 능력이 없어 막대한 외주 수리비를 냈던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의 정비 수준에 맞춰 인프라를 일원화하면 연간 4000억 원을 점진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통합 항공사는 자산 49조 원(대한항공 38조, 아시아나 11조), 매출 23조 원(대한항공 17조, 아시아나 6조), 보유 기재 233대(대한항공 170대, 아시아나 67대), 임직원 2만 8000여 명(대한항공 2만 명, 아시아나 8000명) 규모의 매머드급 항공사로 커진다. 단숨에 글로벌 항공사 기준 매출액 약 13위, 기재 수 약 14위의 톱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한다는 게 아시아나항공 측 설명이다. 서 전무는 “1988년 창립 이후 40년간 아시아나의 누적 매출이 130조 원에 달했음에도 영업이익은 3조 원으로 이익률이 2% 수준에 불과했지만, 합병 후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신용등급 역시 작년 말 10년 만에 BBB+로 회복됐고 통합 후 A0 이상으로 상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통해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 경쟁력 강화와 항공정비(MRO), 물류, 관광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도 기대된다. 반대 주주들을 위한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가격은 7030원으로 확정됐다. 6월 30일 주주 명부 확정 후 7월 28일 주총 소집 통지와 함께 반대 의사 접수가 시작된다. 8월 11일(증권사 위탁 시 2영업일 전)까지 접수를 마감하고, 주총에서 찬성하지 않은 주주에 한해 8월 12일부터 9월 1일까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금은 10월 1일에 지급된다. 합병에 찬성한 주주는 12월 14일 매매거래 정지 및 15일 주주명부 확정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4일 합병 신주(0.273주)를 수령하며 거래가 재개된다. 1주 미만의 단주는 1월 4일 종가 기준으로 비율을 산정해 현금 지급된다. ◇주주들 질문 세례에 “구조조정·유동성 위기 없다" 정면 돌파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단기 실적 부진·구조조정·기업 경쟁력·유동성 등에 대한 참석자들의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경영진은 투명하게 수치를 공개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먼저 화물기 사업 매각 여파로 1분기 화물 매출이 83.5% 급감하고 영업손실 524억 원을 기록한 점을 지적하며 고유가·고환율 기조 속에서 여객과 밸리 카고만으로 손익분기점을 회복할 수 있을지 단기 수익성 방어 계획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송 대표는 “화물 매각 이후 여객 부문 효율성을 높여 고유가 이전에는 밸런스를 맞췄으나, 5월의 적자 지표는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은 순수 항공유(Fuel Cost) 단가 상승 부담 때문이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지난주 매각 딜이 종결되면서 유가가 110달러 선으로 안정화되고 있고 7~8월 전통적 성수기에 돌입하는 만큼, 이를 최대한 반영해 수익을 보전하고 이익률을 개선하겠다"고 부연했다. 서 전무 역시 “과거 10년간 아시아나가 화물 없이 여객 사업만으로 흑자를 낸 적이 한두 번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올해 야심 차게 여객 단독 흑자를 계획했으나 유가가 2배 이상 뛰며 월 유류비가 1500억 원이나 추가로 발생하는 돌발 변수를 맞았는데 상반기 적자 규모가 상당히 크지만 하반기에 최대한 만회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정비비 등 비용 절감 이면에 중복 인력 구조조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주의 우려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서 전무는 “경영진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합병 발표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채용을 적절히 조절해 현재 우려할 만큼 중복 인력이 많지 않다"고 화답했다. 또한 “향후 장기적으로 통합사의 비행기 대수가 늘어나고 사업 유지 영역이 확장될 것이기에 남은 인력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해 쓴다면 생산성 측면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유럽 등 슬롯 반납 및 화물 사업 양보 등 사전 조치로 통합사의 영업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송 대표는 “물리적으로 반납한 슬롯 손실분도 분명 있지만, 지난 2년의 운영 기간 동안 새롭게 획득한 슬롯 역시 상당히 많다"고 방어했다. 특히 아시아나의 강점인 중국 노선과 대한항공의 핵심인 태평양 노선 네트워크가 결합하고, 유럽·대양주 노선의 시간대를 다양화해 환승 수요의 선순환을 창출한다면 과거 양사가 겪었던 개별적 영업 한계를 극복하고 확실한 수익성 증가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가 하락 시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 교부보다 매도가 유리하지 않겠냐는 질문과 매수 청구 행사 예상 물량, 소비자의 마일리지 10년 가치 보전 방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서 전무는 “항공주 주가는 유가 등 외부 변수에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이미 합병 비율이 고정됐기 때문에 연말까지 양사 주가는 수렴해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12월 17일까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해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식 매수 청구권에 따른 자금 부담 우려에 대해서도 “총 주식 2억 600만 주 중 약 20%에 해당하는 유통 주식 4000만 주에서 넉넉하게 10%가 청구한다고 잡아도 400만 주, 280억 원 수준이라 회사 자금 규모에 비하면 전혀 부담이 가는 구조라고 할 수 없다"며 “실제 지난해 화물 사업 매각 당시에도 행사율은 0.1%(10억 원 미만)도 나오지 않았다"고 우려를 씻어냈다. 마일리지 정책에 대해 송 대표는 “가치는 양사가 임의로 단독 결정한 것이 아니라 유사 컨설팅 업체의 과거 근거와 평가에 따라 객관적이고 정확한 교환 비율을 산정받았다"며 주주 가치가 인정받았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10년 유지 보장 방안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완료되고 최종 승인이 나는 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합병 기일 전일인 12월 16일에 발동될 수 있는 1437억 원 규모 자산 유동화 사채(ABS) 조기 상환 트리거와 1년 내 상환해야 할 1조500억 원의 단기 차입금 유동성 고갈 리스크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서 전무는 “해당 ABS 차입금은 계속해서 분할 상환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 시점에 맞춘 잔여액 상환 준비가 모두 끝났다"며 “그 외에 트리거가 걸려 예기치 않게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적반하장도 유분수”…고려아연, ‘수천억 회계 조작’ 영풍·‘홈플러스 붕괴’ MBK 맹폭”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을 향해 파상공세를 폈다. 자신들의 뼈아픈 실책인 '환경오염 꼼수 회계'와 '홈플러스 경영 파탄'은 감춘 채 무리한 흑색선전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고려아연은 이들의 행태를 두고 “남의 눈의 티만 보고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격"이라며 맹비난을 가했다. 19일 고려아연은 영풍이 최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부터 맞은 중징계 철퇴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영풍은 석포 제련소의 토양·지하수 오염 정화 비용을 고의로 축소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누락한 충당 부채만 매년 1,400억~2,300억 원에 달하며 제련소 조업 정지와 얽힌 수백억 원 규모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역시 엉터리로 회계 처리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과징금 폭탄과 함께 전임 대표이사 '해임 권고'라는 초강수를 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대표이사 해임 권고는 금융 당국이 '고의성'을 명확히 인정했을 때만 내리는 최고 수위의 제재"라며 “명백한 법적 정화 의무마저 회계 조작으로 은폐하려 한 환경 파괴 기업의 민낯"이라고 일갈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를 향해서는 '홈플러스 사태'를 거론하며 펀드 자본의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MBK의 무리한 차입 매수(LBO) 방식이 낳은 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비판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을 투입한 상환 전환 우선주(RCPS) 가치가 사실상 '0원'으로 전락해 혈세 탕진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임금 체불과 대규모 실직 공포가 번지며 입점 업체 및 협력사의 연쇄 피해까지 현실화하자,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규탄 목소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실정이다. 영풍·MBK 연합이 제기한 자사 종속회사 '이그니오' 부실 인수 의혹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수치와 사실관계조차 결여된 왜곡"이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고려아연 측은 “손상차손은 고도의 추정이 수반되는 회계적 판단일 뿐, 실제 해당 기업의 가치는 장부가를 훌쩍 뛰어넘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그니오 인수는 영풍 측 장형진 고문조차 유상증자에 찬성표를 던졌던 핵심 미래 전략이었고 이그니오를 품은 자회사 '페달포인트'는 이미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려는 악의적 여론전에 대해 무관용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가 순자산 비율(PBR) 0.24배라는 처참한 성적표에 회계 부정 중징계까지 맞은 영풍은 본인들의 기업 가치 증발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라며 “억지 주장을 펴기 전에 수천억 원대 충당 부채 누락 사태의 전말과 책임 소재부터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순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경영진, 주주 간담회서 쏟아진 돌직구 질문에 “아시아나 합병, 통제권 안에 있다” 정면 돌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완수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시장과의 전면적인 소통에 나섰다. 19일 대한항공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한국투자증권 본사 4층 강당에서 '아시아나항공 합병 통합 관련 주주 간담회'를 열고 지난 4년간의 통합 진행 경과와 향후 미래 비전을 상세히 공개했다. 김준환 재무본부 부본부장 겸 자금전략실장(상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우기홍 대표이사 부회장·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CFO)·박희돈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오문권 재무본부장(전무)·최영호 경영전략담당 상무 등 핵심 경영진이 총 출동해 합병 성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주주들의 날 선 질문에 직접 답했다. ◇우기홍·최영호 “물리적 결합 넘어 생태계 재편…연 매출 23조 글로벌 톱텐 도약" 마이크를 먼저 잡은 우기홍 부회장은 이번 합병을 두고 “대한민국 항공 역사상 전무후무한 국적사 내 통합"이라며 “항공 산업이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한 가운데 까다로운 해외 경쟁 당국들의 승인 절차 등 수많은 난관을 뚫고 최종 통합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성공적으로 다다랐다"고 운을 뗐다. 우 부회장은 “두 항공사의 단순 물리적 결합을 넘어 국내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더욱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독보적인 노선 네트워크와 차별화된 고품격 서비스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 서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항공사의 타협할 수 없는 절대 기준으로 '안전'을 꼽았다. 그는 “양사에 축적된 고도의 기술력과 안전 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세계 최상급의 완벽한 안전 운영 체계를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2026년 12월 17일 출범하는 통합 항공사는 중국 노선 효율화와 스케줄 최적화와 양사의 구매력 및 인프라 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이라며 “창출되는 시너지와 견고한 수익성은 기업가치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며,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등판한 최영호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지난 4년간의 합병 경과와 구체적인 청사진을 브리핑했다. 최 상무는 좁은 내수 시장과 과당 경쟁, 만성적 수익성 악화·코로나19라는 구조적 한계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 직후 채권단의 제의를 받아 당해 11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12월 신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14개국에 기업 결합 신고서를 제출해 약 4년간의 심사 끝에 2024년 11월 28일 유럽연합(EU)의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12월 11일에는 잔금 8000억 원(총 1조5000억 원)을 납입하고, 이튿날 아시아나 신주 약 1억3000만 주를 인수해 지분 63.88%를 확보하며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 최 상무는 2026년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고, 지난 5월 각사 이사회의 합병 계약 승인을 거쳐 국토교통부에 합병 인가를 신청해 이달 말 인가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8월 중 최종 주주 승인(대한항공 소규모 합병 이사회 결의·아시아나 별도 주주총회)을 거치고 해외 42개국 운항 증명(AOC)을 취득할 것"이라고 상세한 타임 라인을 제시했다. 가장 큰 우려였던 주식 가치 희석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최 상무는 “합병 비율은 1 대 0.273643으로, 당사가 이미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에 대해서는 합병 신주가 일절 교부되지 않는다"며 “새로 발행되는 신주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52%에 불과해 주식 가치 훼손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시너지는 연간 약 3000억 원 규모로 추산했다. 여객 부문에서는 중복 스케줄 분산과 단·장거리 환승 연계, 델타항공 조인트 벤처망(JV)에 아시아나 노선을 편입시켜 미주발 승객 유치를 극대화한다. 화물 부문 역시 아시아나의 밸리 카고 물량을 자사 글로벌 네트워크로 흡수해 수익성을 높인다. 비용 절감 방안으로는 △대규모 공동 입찰을 통한 구매 단가 인하 ㅍ글로벌 중복 사무실·IT 인프라 재배치 △아시아나 리스 조건 개선, 엔진 정비 내재화를 통한 외주 수리비 절감 등을 꼽았다. 최 상무는 “이번 합병으로 소비자 편익 증진과 인천공항 허브 위상 제고, 외화 유출 방지·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며 “통합 항공사는 항공기 230여 대, 연 매출 23조 원이라는 외형과 탄탄한 펀더멘털을 갖춘 글로벌 톱텐(Top 10) 메가 캐리어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재무 현안 질의에 자신감 내비친 경영진 이후 1시간 가량 소요된 질의응답 세션에 본지는 공시 자료에 입각해 시장이 우려하는 5가지 재무 현안에 대해 질문했고, 경영진은 다소 껄끄러울 수 있음에도 투명하게 답변했다. 대한항공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2427억 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종속 기업 아시아나항공의 분기 순손실은 2516억6600만 원이어서 대한항공의 순이익은 336억 원으로 축소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배당 정책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기재한 바 있다. 때문에 올 연말 합병 완료 후 이러한 적자 구조가 대한항공의 재무제표로 편입될 경우 주주 환원 재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오문권 재무본부장(전무)은 “당사는 아시아나 합병 이전부터 당기 순이익의 30% 이내 배당을 공지해 매년 주당 750원씩 배당해왔다"며 “아시아나 실적이 부진하지만 대한항공 본업이 견조하고 신규 발행 주식 규모도 5% 수준에 불과한 만큼 기존에 약속한 배당 기조를 확실히 지키겠다"고 답변했다. 1분기 잠정 실적 자료를 보면 평가 환율이 1434.9원에서 1513.4원으로 78.5원 상승했다. 그 결과 1분기 연결 포괄 손익 계산서상 한 분기 만에 8651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외화 환산 손실이 발생했다. 대한항공의 기업 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보잉 777-9 20대와 A350F 7대 등 장거리 초대형기·화물기 도입으로 투자 방향이 선회됐다. 향후 막대한 달러 결제와 외화 차입금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순외화 부채는 이미 장부가 기준 55억 달러 수준이다. 오 전무는 “영업상 외화 수입과 비용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영업 손익 규모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며 “최근 5년 이상 달러 차입을 억제하고 원화나 엔화, 위안화 등 잉여 통화로 차입하고 있어 부채 규모 대비 실제 외화 환산 손실은 크지 않고, 향후 항공기 도입 시에도 잉여 통화 결제를 통해 환위험을 지속 억제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2022년 러시아 관세 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2024년 8월에는 납부 지연에 따른 추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과징금 규모는 원금과 지연 이자를 합쳐 총 2000억 원이 넘는 규모로, 한 분기 영업이익에 가까워 재무상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희돈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과거 행정 착오를 빌미로 러시아 측이 정치적 목적으로 83억 루블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사안"이라며 “1차 소송에서 반액인 41억5000만 루블로 감액됐으나, 대러 제재로 달러 송금이 차단돼 납부를 못 한 사이 납부 지연을 명목으로 다시 2배의 추가 과징금이 부과돼 4심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초기 과징금에 대해서는 현지 모스크바 지점 수익을 압류하는 형태로 40%가량을 성실히 기납부 중이며, 추가 과징금은 재판만 진행 중일 뿐 행정 집행은 보류된 상태"라며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타개책이 마련될 것이며, 당사 역시 민간 외교 사절로서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 수익성·티웨이항공 우려·인력 갈등 질문 세례에도 투명한 소통 이날 현장에서는 타 매체 기자들과 주주들의 뼈대 있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자기 자본 이익률(ROE)·투하 자본 이익률(ROIC) 등 구체적인 통합 수익성 목표()의 공개 시점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원화 기준으로 회계 처리를 하는 국내 항공업 특성상 유가, 환율, 전쟁, 관세 등 대외 변수에 워낙 큰 영향을 받는다"며 “아시아나 인수를 앞둔 시점에서 변동성이 큰 지표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있어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밸류업은 조속히 합병을 정상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며, 추후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적절한 재무 지표를 검토해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통합 수반 비용과 시너지 창출 시점을 묻는 주주의 질의에 대한항공 측은 외부 회계법인의 인수 후 통합(PMI) 분석 결과 합병 소요 비용은 약 9000억 원에서 1조9000억 원, 시너지는 연간 30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부사장은 “내부 전략을 통해 시장 기대치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해 빠르면 2028년, 늦어도 2029년 초까지는 통합 비용을 완전히 상쇄하고 본격적인 긍정적 시너지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4개 노선을 이관받은 티웨이항공의 운영 차질 논란에 대해서는 우기홍 부회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우 부회장은 “이란 사태 등의 여파로 4월부터 항공유가가 최고 배럴당 220~250달러까지 2.5배나 폭등해 장거리 노선의 수지가 전반적으로 극심하게 악화된 상황"이라며 “티웨이의 일부 감편 역시 이러한 막대한 유가 부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하반기 유가가 100달러 이하 정상 수준으로 안정화되면 티웨이항공 역시 스케줄을 정상 복귀할 것으로 보며, 노선 공급 축소 문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어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일축했다. 양사 조종사·객실 승무원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직급 체계(시니어리티) 갈등 우려에 대해서도 우 부회장은 “직원들의 백그라운드 자체가 군 출신, 대학 연계 프로그램 등 매우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기장 승진 시기 등에 대한 내부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부 외부 언론을 통해 다소 과장되게 알려진 측면이 크다"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수십 차례 노사 간담회를 거치며 누구도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투명하게 소통해 내부적으로 원만하게 융화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한화비전 CCTV 기반 ‘무선충전 빔’, 스마트폰·전기차·로봇 ‘전원 끊김’ 없앤다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이 1% 남았을 때 벽면 콘센트를 찾아 헤맬 필요 없는 세상이 열린다. 천장에 매달린 감시카메라가 방전 직전의 전자기기나 매장을 누비는 서빙 로봇을 찾아내 허공을 가로지르는 '전기 빔(Beam)'을 쏴 배터리를 충전시켜주기 때문이다.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등장하던 공간 무선충전기술이 정식 특허로 등록돼 상용화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본지 취재 결과, 글로벌 영상보안 솔루션 기업 한화비전은 '카메라 시스템에서의 무선전력 전송' 특허를 지난 1일 최종 등록했다. 방범 전용 장비로 쓰이던 CCTV(폐쇄회로TV) 인프라를 스마트 기기와 무인 모빌리티에 원격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대한 '공간 무선전력 플랫폼'으로 진화시킨 일대 혁신이다. ◇ 와이파이처럼 쏟아지는 전기…CCTV 인프라의 재발견 현재 널리 쓰이는 무선 충전은 충전 패드 위에 기기를 정확히 맞닿게 하는 '자기유도' 방식이다. 반면에 이번에 한화비전 특허에 적용된 기술은 마이크로파(RF:라디오 주파수)를 공기 중으로 쏴 수m 밖 기기를 충전하는 '원거리 방사 방식'이다. 와이파이 공유기 반경에 들어가면 인터넷이 연결되듯 CCTV 반경 안에 진입하는 순간 기기가 알아서 전력을 수신한다.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기존 CCTV망의 물리적 이점을 100% 활용한 설계다. 허공으로 전파를 쏘는 원거리 충전의 최대 적은 장애물이다. 실내 CCTV는 사각지대 제거를 위해 벽면 최상단이나 천장 정중앙에 위치해 공간 내에서 탁 트인 가시선(Line of Sight)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고출력 전파를 밀어내기 위해 필요한 대용량 전원까지 24시간 유선으로 튼튼하게 연결돼 있다. 수백억 원을 들여 무선 충전 송신기를 천장에 새로 공사할 필요 없이 기존 카메라 장비만 교체하면 스마트 빌딩 전체가 거대한 무선 충전소로 탈바꿈한다. ◇ '야기 안테나'부터 정조준 모터까지…전파 낭비 막는 '기구 공학' 허공에 전파를 무작정 흩뿌려 에너지를 낭비하던 과거 기술의 약점은 정교한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으로 해결했다. 이와 관련, 표적을 향해 전파를 레이저처럼 꽂아 넣는 '스나이퍼 방식'을 도입했다는 게 한화비전의 설명이다. 한화비전은 렌즈를 덮는 둥근 돔(Dome) 커버 내측면이나 내부 지지대(베이스)에 전파를 직선으로 강하게 쏘는 '야기(Yagi) 안테나'와 '패치 안테나'를 매립했다. 본체 하우징(제1 바디)은 내부 부품을 보호하고 전파 간섭을 막는 금속 재질로 제작하되 안테나가 에너지를 뿜어내는 부위(제2 바디)는 전파가 100% 투과하는 플라스틱 재질로 분리 설계했다. 핵심 킬러 기술은 내부에 장착된 기계식 회전장치 '로테이터(rotator)'다. 비전 인공지능(AI)과 통신 모듈이 배터리가 부족한 이동로봇의 좌표를 파악하면 내부 모터가 돌아가며 안테나 방향을 목표물 쪽으로 돌려 정조준한다. 기기가 움직이면 그 궤적을 끝까지 쫓아가며 빔을 쏜다. 불필요한 인체 전자파 노출과 에너지 낭비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메커니즘이다. 현장 설치 편의성도 모듈형 구조로 챙겼다. 한화비전은 천장에 고정된 본체에 외부 커버를 끼워 돌리면 안쪽의 암수 전원 단자와 물리적 결합 단자가 동시에 맞물려 안테나에 즉각 전기가 공급되는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aly) 구조를 고안해 냈다. ◇“기둥 뒤에 숨었어? 좌표 넘겨"…사각지대 지우는 입체 협업망 한화비전의 카메라 시스템 기반 무선전력 전송 기술에서 '다중 카메라 협업 지능'은 개별 카메라의 시야 한계를 완벽히 극복한다. 충전을 받으며 이동하던 기기가 거대한 기둥 뒤로 꺾어 들어가 1번 CCTV의 화각에서 완전히 사라져도 충전은 끊기지 않는다. 다른 각도에 위치한 2번 CCTV가 기기를 식별해 통신망으로 1번 카메라에게 위치 좌표를 즉각 넘겨준다. “네 시야엔 가려졌지만 유효 반경 내 사각지대에 타겟이 있으니, 안테나 조준각을 서쪽 30도로 틀어라"고 지시 데이터를 전송하는 식이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서로 대화하며 보이지 않는 암흑지대까지 입체적인 충전 빔을 꺾어 쏘는 무결점 그물망을 형성한다. ◇버스 정류장부터 로봇 공장까지…전력케이블 사라질 미래 지형도 이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선행 연구한 '정보 및 전력 동시 전송(SWIPT)' 국책 과제의 성과물이다. 통신망에 전력과 데이터를 한 번에 실어 보내는 6G 딥테크가 뼈대를 이룬다. 그런 만큼 일상생활과 첨단산업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적용사례 ① 스마트 팩토리·무인물류센터 '무한 생태계' 첨단 창고를 누비는 무인 운반차(AGV)와 자율이동 로봇(AMR)은 더 이상 '밥을 먹으러' 전용 충전 스테이션으로 복귀할 이유가 없어진다. 천장 아래를 돌아다니는 내내 실시간으로 전력을 받아 '24시간 논스톱 무한 가동' 체제를 이룩한다. 공장 곳곳에 부착된 수만 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 역시 영구적으로 배터리 교체 작업에서 해방된다. #적용사례② 차세대 메타버스(AR/VR) 기기의 초경량화 도약 현재 애플 비전 프로 등 AR/VR 장치의 가장 큰 약점은 크고 거추장스러운 외장 배터리 팩이다. 실내 허공에서 CCTV가 에너지를 즉각 쏴준다면 디바이스 자체의 배터리 부피를 대폭 덜어낼 수 있어 일반 뿔테 안경 수준의 극단적인 가벼움을 구현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폼팩터의 판도를 바꿀 핵심 열쇠다. #적용사례③ 실내외 주차장의 전기차량 원격 충전 한화비전은 이 기술의 적용 대상을 전기 자동차까지 명확히 적시했다. 야외 주차장이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천장 방범카메라가 바닥에 세워진 전기차에 무선으로 전력을 쏟아붓는 모빌리티 인프라로의 확장성까지 확실하게 염두에 둔 설계다. 무겁고 불편한 충전 케이블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적용사례④ 버스 정류장·지하철역 등 스마트시티 융합 기술의 무대는 실내 건물로 국한되지 않는다. 한화비전은 △실외 주차장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에 임플란트 형식으로 설치하거나 기차 내부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시민들이 출퇴근길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거나 지하철 승강장을 걷기만 해도 머리 위 카메라가 자동으로 전자기기 배터리를 충전해 주는 스마트시티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찬란한 K-방산의 이면, 그리고 참사의 기억법

2018년 5월 29일 폭발 사고(5명 사망), 2019년 2월 14일 폭발 사고(3명 사망), 그리고 2026년 6월 1일 폭발 사고(5명 사망·2명 부상). 불과 8년 새 국내 방위산업 현장에서는 도합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들이 유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반복됐다. K-방산의 눈부신 기술 발달과 전례 없는 수출 호황으로 매 국면마다 수조 원대 수주 잭팟 소식이 삽시간에 퍼지고, 국가 경제를 견인한다는 장밋빛 전망들이 판을 쳐 정부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이런 호황 속에서 중심을 잡고 현장의 안전을 객관적으로 통제해야 할 방위산업체 경영진과 유관 기관은 실질적인 유해·위험 요인 파악을 소홀히 해 무기체계 생산 실적과 시험 평가 일정에 목을 맨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비극이 채 잊히기도 전인 이달 1일, 추진제를 닦아내는 56동 세척공실에서 또다시 원인 미상의 폭발이 일어났다. 지난 8년간 무려 44건의 배기 장치 교체 등 안전 개선 요구를 받고도 묵살하고 배관이 막힌 잔류 화약 찌꺼기(슬러지)에 작업자들이 직접 손과 공구를 대도록 사지로 내몬 상황이 누적된 결과다. 왜 K-방산의 이면에서는 피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가. 최근 학계에 발표된 방위산업 안전 관련 3편의 내용을 깊이 교차 분석해 보면 이 비극은 철저히 구조화된 인재(人災)임이 명백해진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법과 제도의 방관'이다. 2024년 '안전문화연구(31호)' 실증 연구에 따르면 민간 방산 종사자들은 무기체계 시험 평가와 정비를 위해 군사 통제 구역에 들어가 위험천만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현행 안전 지침인 '국방 안전 훈령'의 적용 범위는 국방부·소속 군 기관으로만 한정돼 있어 방산 종사자들은 철저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온전한 적용은 커녕 사고 발생 시 명확한 피해 보상 제도조차 붕 떠 있는 실정이다. 방산 현장의 민낯은 더 처참하다. 2025년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안전보건융합공학과에서 발표된 박사 학위 논문의 '지오르기(Giorgi) 현상학적 심층 면담' 결과를 보면 종사자들은 “시험 평가 일정이 최우선이라 사소한 안전 문제는 무리하게 감수해야 한다", “사전 안전 점검은 서류상으로만 끝나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또 시야가 차단돼 위험한 장갑차 내부를 다루면서 작업자 간 의사소통 오류를 방치하거나 폭우·폭염과 같은 기상 상황 악화 속에서도 무리하게 야외 일정을 강행하는 부끄러운 행태도 목격됐다. 방산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외부 안전 교육이나 전담 통제 인력조차 없이 사고가 터져야만 사후 대처가 이뤄지는 환경에서 작업자들은 매일같이 극도의 불안감을 안고 화약고로 출근하고 있었던 셈이다. 나아가 방산업체들은 무거운 기계 장비를 옮기거나 폭발물을 취급하는 시험 평가 현장에 전담 안전 인력도 없이 종사자들을 반복적으로 내몰아 위험천만한 작업을 강행했다. 때문에 현업자들에게 큰 위험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줬지만 이 같은 관행은 10년간 1570건의 방산 사업 현장에서 산업 재해가 발생했다는 통계로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방위산업 조직 내 안전 관리 활동의 핵심은 '경영층의 확고한 안전 책무'를, '방산 현장에 맞춘 실질적 안전 교육'을, '투명한 의사소통'을, '사전 유해·위험 식별'을, '페널티가 아닌 포상 중심의 안전 문화'를 명시하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무시되기 일쑤다. 시간이 지나도 실적 앞에서 참사를 대하는 업계의 자세는 변하지 않아 '현장 안전제일'은 공염불에 불과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고질적 병폐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2025년 '한국안전학회지(40권 1호)'에 게재된 연구는 279명의 방산 종사자 데이터를 구조 방정식(PROCESS Macro Model 7)으로 분석해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연구는 조직의 겉치레식 안전 관리 관행이 실제 작업자의 '안전 행동'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이를 매개하고 조절하는 경영진과 관리 감독자의 실천적인 '안전 리더십'이 절대적임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학계는 이를 억지로라도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외부 통제력을 주문한다.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부가 직접 나서 방산업체 정기 안전 점검을 제도화하고, 규정 위반 업체에는 정부 방위사업 입찰 시 치명적인 타격이 될 '감산점(Penalty Point)'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스스로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실적으로 직결되는 압박을 통해서라도 통제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다. 나아가 현장 종사자들에게는 처벌(페널티)에만 급급한 문화를 넘어 자발적 안전 준수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상 문화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러한 안팎의 엄중한 지적과 잇따른 참사 비판에 직면하자 사고 당사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지난 14일 회사는 화공 분야 권위자인 연세대 문일 명예 특임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독립기구 '안전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외부 전문가 11명과 노조가 추천한 현장 직원 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를 통해 화약 등 위험물 취급 사업장의 표준 작업 절차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2단계 종합 진단을 거쳐 오는 9월 노사 합동 '신(新) 안전 문화 혁신 선포식'을 개최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전 환경 개선을 위한 대규모 자본 투입도 약속했다. 2023년 538억 원, 2024년 1114억 원, 2025년 2470억 원으로 안전 투자비를 매년 배 이상 늘려왔으며, 올해는 무려 4524억 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한 개선 조치를 취하고, 막대한 예산과 외부의 객관적 시선을 수혈해 무너진 현장의 신뢰를 재건하겠다는 경영진의 늦었지만 절박한 결단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러한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과 화려한 위원회 출범 그 자체가 온전한 '안전 리더십'을 단번에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 거창한 계획이 과거 종사자들이 토로했던 '서류상으로만 끝나는 요식 행위'로 또 다시 전락하지 않으려면 앞서 지적된 '44건의 배기 장치 교체 요구 묵살'과 같은 안일한 실적 지상주의부터 철저히 뜯어고쳐야 한다. 새롭게 개편될 시스템이 현장 최말단 작업자의 투명한 의사소통과 실질적 안전 행동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면 선포식 역시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일부 엄격한 통제 구역에서는 크레인 취급 인원 제한 등 철저한 규정 강화를 통해 대대적인 사고 예방 효과가 나타났고, 안전 선진 기업들은 대형 참사 이후 재해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혁해 이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는 문화를 구축했다. 참사를 기억하고 예방하는 방식이 곧 그 사회와 산업의 성숙도를 반영하는 법이다. 그런 만큼 제도적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서류로만 남기는 요식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 K-방산의 찬란한 금자탑이 언제까지 근로자의 피와 땀 위에 위태롭게 서 있어야 하는가.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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