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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 산업부
  • kevinpark@ekn.kr
[인터뷰 ] “미래 항공우주 인재 키우고, 탄소규제 해법 제시하겠다”

우주항공청 개청과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도래, 그리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UAM)와 탄소 중립이 급부상하며 항공우주 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기술의 경이로운 진보만큼이나 이를 빈틈없이 뒷받침하고 산업의 토대를 다질 정교한 '정책과 법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는 시점이다.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소재 에너지경제신문 본사에서 대한민국 항공우주정책 연구 산실인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 이재완 원장과 인터뷰를 갖고 학계와 산업계가 추진해 나갈 항공우주정책의 과제와 비전을 경청했다. 고려대학교와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법학 석·박사를 취득한 이 원장은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와 각국 주한대사 및 영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회 대표 및 산하 위원회 의장, 대한민국 대사 등을 두루 역임한 항공법 전문가이다. 한국항공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올해 3월 4일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을 맡았다. 인터뷰에서 이 원장은 항공우주산업의 중요성,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의 역할부터 국내 지속가능 항공유(SAF) 의무화·국제항공 탄소상쇄제도(CORSIA) 도입에 따른 규제당국과 기업 간 현실적 딜레마까지 전반적인 산업 및 정책 현안에 대해 입체적이면서 심도 깊은 통찰력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재완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산업 지형이 급변하는 이 시기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이 담당해야 할 핵심 임무는 무엇인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은 출범한 지 2년 된 조직으로, 기존 법학과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적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우리의 임무는 모빌리티 공학과 정비 분야 등 기술적 강점이 좋은 법과 정책 환경 속에서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정책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업무에 임할 때 항공 분야 전체가 더욱 빛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에 기반한 감각을 갖추고 실무자가 직접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전수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전통 법학이나 공학 중심 대학원과 비교할 때, 융합적 커리큘럼의 강점과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철저히 현실 국제 사회의 논의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사로 2년 7개월간 근무하며 느낀 것은 그곳이 글로벌 항공 규범이 형성되는 핵심 무대라는 사실이다. 대학원에서는 일반적인 공법뿐만 아니라 국제 연합(UN)이나 탄소 배출 등 현재 ICAO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살아있는 이슈들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강의한다. 우리 대학원에서는 모듈화된 정책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타국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한국이 어느 위치에 서 있고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대학원 차원에서 우수한 국제 항공우주 기관과의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정책 기능은 대학원의 수업만으로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 내 설치된 '항공우주법 연구소'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캐나다 맥길(McGill) 대학교·네덜란드 라이덴(Leiden) 대학교 등 유수한 해외 항공우주 연구소들과 MOU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당장 이들과 동일한 선상에 서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한국의 국력과 ICAO 내 위상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공동 세미나와 인력 파견·교류를 통해 국제 항공 우주 규범을 선제적으로 만들어내고 ICAO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한국항공대의 관련 역량은 어느 정도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국내에서는 의심의 여지 없이 본교 학부·대학원이 최고 수준이다. 아시아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면 싱가포르의 경우 항공 산업을 국가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 상당히 앞서 있고, 일본엔 항공 우주 정책에 특화된 전문대학원이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항공 운송 대국으로 성장했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식 경제 발전과 항공 산업 성장 모델을 배우고 싶어 한다. 정부 차원의 순수 연구 단체 지원과 조직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약점은 존재하지만 그간 쌓아온 국력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역내 항공 정책을 연구하고 리딩하는 데에 매우 우수한 역량과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방산·우주 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인재 공급 방안은 무엇인가. ▲기존 항공 분야의 경우 이미 국토부와 여러 항공사 간의 네트워크가 단단하게 구축돼 있다. 정책대학원은 공학 중심이 아닌 정책 중심이므로 이에 특화된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주 정책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영입을 추진 중이다. 원생들이 현장감을 잃지 않도록 우주 경제·정책 일반 등에 관한 실질적인 과목을 제공하며, 우주 산업이 방산 분야와도 직결되는 만큼 학계·정부·기업 3자 간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공동 연구와 세미나를 기획할 예정이다. -룰 세팅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글로벌 협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적 노력은. ▲진정한 국제적 감각과 협상력은 국제 규범의 토대인 ICAO 부속서(Annex)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에서 출발한다. 항공 정책의 펀더멘털은 결국 이 부속서에서 나온다. 부속서의 방대한 양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를 제대로 강독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지난 학기부터 사고 조사(Annex 13), 환경 보호(Annex 16), 항공 규칙(Annex 2) 등을 직접 원생들과 함께 분석하며 교육하고 있다. 외교관 시절 사고 조사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체득한 사실은 ICAO 이사국 활동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대사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부족하며 방대한 이슈를 지식적으로 뒷받침해 줄 두터운 서포팅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정책 지식으로 무장한 이들 인재가 정부를 서포트할 때 비로소 한국이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핵심 목표인 ICAO 이사국 파트 2(2그룹) 진입과 관련한 대학원의 커리큘럼은. ▲ICAO 이사회 회의는 연간 약 18주에 달하며, 그 의제는 개인이 모두 추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다양하다. 테크니컬한 규칙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 △항공 분쟁 △재정 △UN 텍스트 전반을 아우르는 일종의 정치적·행정적 영역까지 포괄한다. 항공 지식만으로는 탄소 배출 같은 거시적 이슈를 이해하고 방어할 수 없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항공 강국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러한 다방면의 이슈를 지식적으로 서포팅해 줄 연구 기관이 필요하다. 대학원 강의와 연구소의 기능 연계를 통해 핵심 이슈들을 심층 연구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배양시켜 국가의 정책적 입장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본 대학원이 현재 예의주시하며 파고드는 항공 우주 정책 및 법률적 쟁점은 무엇인가. ▲크게 법적 '펀더멘털 재정립'과 당면한 '현실 과제' 두 가지로 압축된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현행 항공안전법상 우주선을 항공기로 분류하는 체계의 정합성 문제와 권고적 효력으로만 치부되는 ICAO 부속서의 실질적인 국내법적 지위·효력 문제를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현실적으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차세대 모빌리티인 UAM과 탄소 배출(지속 가능성) 문제다. 이 두 사안은 항공업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안이다. 특히 UAM은 기술적 '브레이크스루'를 약속하지만 감항성·항공 종사자 자격 증명 체계 마련 등 숱한 안전성 이슈가 미해결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선제적 연구와 정부 정책 제안을 중점적으로 검토 중이다. -재학 중 산업 현장의 실무 데이터를 다루거나, 정부 정책 연구 용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가. ▲본 대학원은 직장인이 다수인 특수대학원의 성격을 띠고 있어 풀타임 대학원처럼 정규 수업 내에서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대학 내 '항공우주법연구소'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연구소가 UAM 안전성 등 현안과 관련해 스타트업 등 산업계와 공동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관심 있는 석·박사 원생들이 연구소의 일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본 대학원에 비전공자가 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고유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항공은 닫혀 있는 하나의 사일로(Silo)가 아니라 철저히 융합된 거대한 종합 학문이다. ICAO의 회의 테이블만 보더라도 외교관·관제사·공학자 등 수많은 이력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항공 분야에서 가장 치명적인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휴먼 에러'는 기계 공학적 결함이 아니라 조종사 등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적 이해를 요구한다. 또한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 말레이시아 항공기(MH17) 피격 사건을 ICAO에서 다룰 때 단순한 항공 기술 지식이 아닌 외교 동향 파악과 국제법 지식이 사태 해결의 결정적 열쇠로 작용했다. 비전공자 특유의 이질적인 학문적 시각과 입체적 경험은 항공의 복합성을 풀어내고 폭넓게 융합하는 데 오히려 더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이 향후 어느 분야로 진출해 어떤 청사진을 그리기를 기대하는가. ▲졸업생 다수는 국토부 등 정부 조직이나 방산업체, 그리고 주요 항공사와 같은 산업계 핵심 진영으로 진출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항공 안전 규제를 논하고 제도를 다듬는 이유는 항공 운송·우주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기 위한 지지대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들이 대학원에서 다진 정책적 기본기를 토대로 항공 경영과 공학을 유기적으로 조화시켜 대한민국 항공 우주 산업이 팽창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을 획기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탁월한 정책적 토대를 설계하길 바란다. -학술지 발간이나 해외 학술대회 참여 등 원생들을 위한 인프라와 실질적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는가. ▲아직 출범 초기라 체계를 갖춰나가는 중이지만 올 하반기에 국내에서 매우 명망 높은 항공우주정책법학회와 연계해 대규모 조인트 세미나를 개최할 확고한 계획이 있다. 이를 통해 원생들에게 실질적인 학술 발표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인프라가 본 궤도에 오르면 라이덴이나 맥길 대학 등 해외 유수 연구소와 공동으로 국제 세미나를 열고, 한두 달가량 원생들이 현지 연구실에서 강의를 듣고 연구 시스템을 피부로 느끼는 교류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다. -해외 대학원 교환 학생·이수 학점 상호 인정 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는가. ▲맥길이나 라이덴 대학의 항공 관련 학위 과정은 기본적으로 정규 로스쿨 산하에 있어 전면적인 학점 교환에는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규 파견이 아닌 단기간 방문해 특정 과목을 이수하고 이를 양 기관의 MOU 하에 우리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형태의 협력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도입이 타당하다. -항공우주 산업의 정책 전문가를 고민하는 예비 지원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제언이 있다면. ▲항공우주산업은 인류의 명백한 '미래' 그 자체다. 이 거대한 미래의 도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자신의 역량으로 직접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위대한 꿈을 꾸고 싶은 분들은 주저 없이 본 대학원으로 와달라. 항공 기술의 발전사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그것이 실생활에 얼마나 혁명적인 도움을 주는지 깨우치며, 산업에 실제적인 기여를 남기는 역군으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전임 교원 등 교수진 확충 계획이 있는가. ▲현재 전임 교원 2명에 조만간 합류할 분까지 초빙 교원이 3명이 되며, 이외에도 다수의 외래 강사진이 포진해 있다. 대학 본부와의 장기적 조율이 전제돼야 하지만 원생 규모가 확장되고 대학원 기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학생 밀착 관리를 위한 전임 교원 충원은 당연한 수순이자 필수 요소다. 특히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우주 경제 및 산업 분야에 깊은 통찰을 지닌 특화된 전담 교원을 충원하는 것이 학교의 장기적 발전을 이끄는 거대한 동력이 될 것이다. -EU나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과 비교해 한국의 제도가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탄소 배출 저감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이 주도하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며,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결의안은 항공 역사상 유례없는 중대 사안이다. 당면한 첫 번째 미싱 링크는 SAF 생산을 뒷받침할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청정 항공유를 공급할 생태계 구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2035년까지 무조건 병행해야 하는 국제항공탄소상쇄제도(CORSIA)와 지속가능항공유(SAF) 정책 간의 유기적인 결합, 즉 '정합성'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탄소 배출 기본 계획에는 SAF 도입과 항공기 운항 효율성 증진에만 매몰돼 정작 재무 타격이 큰 CORSIA 관련 대응책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두 제도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종합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공급망이 성숙하지 않은 가운데 합리적인 의무 부과·기준 설정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2030년까지 SAF 등 대체재를 활용해 탄소 배출 5% 감축'이라는 국제 사회의 원칙은 항공 이사국이자 선도국을 지향하는 한국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목표다. 그러나 중동발 위기로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해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항공 연료 체계를 뜯어고치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과 산업 경쟁력의 명운이 걸린 구조적 대변혁이다. 섣부른 독자적 의무 기준 강행보다는 규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들의 적응 동향과 속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그 보조에 발맞춰 유연하게 제도의 수위를 조절하는 전략적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다. -탄소 저감 비용의 소비자 전가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고 충격을 완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섣부른 티켓 가격 설정 논의에 앞서 가장 절실한 것은 대국민 홍보 작업이다. 소비자가 탑승하는 항공기에서 뿜어내는 탄소가 대기 중에 오랜 기간 머물며 기후 위기에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지, 이를 줄이기 위한 비용 지불이 왜 전 지구적으로 불가피한 희생인지 납득시키지 못하면 강력한 조세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제도 도입의 충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가 초기 단계에 직간접적인 보조를 하거나 기금을 조성하는 등 정부 차원의 재정 분담 논의가 반드시 병행돼야만 한다. -SAF 의무 미이행과 관련, 고의적인 기피와 공급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미이행을 구분해 과징금 등의 제재 수용성을 높일 수 있겠는가. ▲제도의 원활한 이행은 상당히 험난할 것이다. 아직 SAF 원료 수급망과 분배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불확실한 초기 단계에서 기업이 맞닥뜨린 불가피성과 고의성을 가려내 책임을 묻고 제재를 가하는 건 탁상공론이다. SAF 사용은 ICAO 차원의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이를 국내법으로 무리하게 강행 규정화해 처벌 위주로 밀어붙이면 산업계의 수용성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내딛는 기업들에게 당장 족쇄를 채우기보다는 최소 1~3년 정도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적응 유예 기간을 부여하고, 과도기 중 제도의 맹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해외 선진국의 적용 관행을 참고해 제재의 강도를 다듬어 나가는 입법적 유연함이 요구된다. -항공사 재무 부담 경감 차원에서 실효성있는 예산 지원 체계나 유인책은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가. ▲정책 당국으로서도 해법을 찾기 힘든 난제일 것이다. 규제에 순응하는 기업에게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직접적인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WTO 규정 등 국제 통상 규범에 정면으로 위배될 소지가 농후해 채택하기 극도로 어렵다. 국토부가 대안으로 검토하는 '배출권 인증 전문 기구 설립 지원' 등 간접 지원책 역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눈앞에 닥친 수십억 원의 과징금이라는 거대한 채찍을 기꺼이 감내할 만한 강력한 카운터 밸런싱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배출량 관리의 신뢰성 담보와 관련, 완전 독립 형태의 별도 전담 기구 신설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2개나 되는 국내 항공사들이 제출하는 수십만 건의 운항 연료 데이터와 상쇄 처리 내역을 취합해 빈틈없이 검증하고 ICAO에 허위 없이 보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막대한 업무량을 동반하는 전문적인 집행 과업이다.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기존 기관의 본질은 정책 '연구'다. 따라서 조직의 외형이 방대하지 않더라도 환경·탄소 배출 규제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는 실무자와 전문 회계 감사 인력, 통합 웹 시스템 관리자가 유기적으로 포진된 별도의 상설 전문 검증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마땅하다. -기후 외교와 항공 정책 분야의 리더십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법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협력 모델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환경 분야의 기여와 더불어 한국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UAM 운항 표준화 이슈나 뼈아픈 과거 대형 항공 사고들을 통해 축적한 세계구급의 사고 조사 기법 등 핵심 고유 의제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이러한 이슈들을 타국에 앞서 ICAO 무대에 끊임없이 제안하고 공론화시켜 글로벌 항공 규범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자처할 때 진정한 파트 2 리더십의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모범 사례를 보유한 해외 국가는 어디라고 판단하는가. ▲특정 단일 국가의 체계를 정답으로 꼽기는 무척 조심스럽다. EU가 이 분야의 선구자로서 대단히 촘촘하고 강제력 높은 법령 체계를 선제적으로 완비해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미국의 행보는 다르다. 포괄적이고 거창한 별도의 탄소 전담 법령 신설에 매달리기보다는 SAF 혼합 비율이라는 뚜렷한 목표 수치를 설정해 산업의 체질을 실용적으로 견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EU식 강공법 수용이 우리 실정에 부합할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하므로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닌 주요국들의 법체계와 접근법을 다각도로 해체해 분석한 뒤 최적의 요소를 취합하는 입법적 묘미가 필요하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 가장 시급히 조치해야 할 치명적인 법적 공백은 어떤 조항인가. ▲한국의 법률 체계는 뼈대가 철저히 CORSIA 중심으로만 제정돼 있으며, 정작 가장 중요한 대체 수단인 SAF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하위 행정 규칙인 '훈령' 수준으로 격하시켜 누락해 버렸다. ICAO는 부속서 16을 제정할 때 SAF를 별개의 독립된 제도가 아니라 CORSIA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탄소 상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하위 수단의 하나로 규정하고 유기적으로 묶어뒀다. 조속한 개정 입법을 통해 SAF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끌어올리고, 두 제도를 분리된 별개의 덩어리가 아닌 일원화된 단일 탄소 관리 시스템으로 조화롭게 통제하는 뼈대 수술이 가장 시급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인터뷰] ‘국내 유일 조종사 CEO’ 섬에어 최용덕 “기종 선택은 ‘결혼’…단거리 특화 ATR 72와 맺어져”

“항공사가 기재를 선택하는 건 '결혼'과 같습니다. 우리는 2시간 이내 단거리 노선에서 보잉 737을 비용 구조로 완벽히 이기는 기종과 맺어졌습니다." 지난 13일 월요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 C동 4층에 위치한 섬에어 본사에서 최용덕 대표이사와의 6개 매체 합동 간담회가 열렸다. 최 대표는 사전 취합된 질문은 물론, 현장에서 쏟아진 추가 질의에도 타 항공사의 구체적 사례부터 정책 펀드 금액 등 미세한 수치까지 거침없이 인용하며 정교한 전문성을 뽐냈다. 최 대표가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를 처음 구상한 것은 에어로케이 입사 직후인 2017년 하반기 말부터다. 당초 그는 청주공항 기반의 에어로케이 국제선을 띄우기 위해 소형기로 지방 승객을 모아오는 모델을 구상했다. 그러나 당시 울릉도보다 먼저 열릴 예정이던 1200m 수준으로 짧은 활주로의 흑산도 공항 개항 소식과 사천에 공항이 있음에도 국내선이 없어 시민들이 김포나 인천으로 리무진 버스를 타야 했던 현상을 보며 '독자적 지역 항공망'의 자생력을 확신했다. 창업의 결정적 트리거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였다. 미국에서 면허를 따 조종사로 취업했으나 팬데믹으로 비행을 할 수 없었던 1년의 강제 휴식기 동안 그는 매일 엑셀을 켜고 사업 모델을 짰다. 직감이 아닌 구체적 숫자로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를 증명하는 뼈를 깎는 과정이었다. 과거 자본시장에서 일했던 금융권 이력은 큰 무기가 됐다. 그는 “VC 투자를 유치할 때 금융과 비즈니스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어 메리트가 컸다. 항공기 계약서의 절반은 국제금융 부채자본시장(DCM) 계약서와 매우 흡사해 거뜬했고, 나머지 기술·정비 파트는 내 조종 면허 지식과 전기 검사 업체의 협력으로 수월하게 풀었다"고 회고했다. 설립 7년 차, 초기 적자 후 급상승하는 곡선인 'J커브 구간'을 지나는 스타트업의 데스 밸리를 넘는 비결로 그는 '테너시티(Tenacity·끈기)'를 꼽았다. 최 대표는 “수많은 창투사의 거절을 겪었지만 스타벅스도 20번이나 거절당했다"며 “마침 나이가 50이 돼 강기진 작가의 '50에 읽는 주역'을 철학서 삼아 버텼는데, 대표 스스로 뼈를 깎는 희생과 고통을 겪어야 비로소 누군가 나타나 돕는다"고 강조했다. 섬에어가 표방하는 RAM은 대형기 중심의 기존 저비용 항공사(LCC)와 철학이 다르다. 최 대표는 “터보프롭이나 터보팬, 터보제트 모두 엔진 코어(Core) 터빈 작동 원리는 똑같지만 외부에서 프로펠러가 돌며 양력과 추력을 직접 발생시킨다는 점이 다를 뿐"이라며 “3~4시간 비행해야 돈을 버는 737 기종으로 1시간 이내 거리의 국내선을 반만 채워 띄우는 건 엄청난 원유 낭비이자 탄소 배출이다. ATR 72-600은 단거리 노선에서 737을 완벽히 이긴다"고 지적했다.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 역시 단거리 국내선 특성상 제주 노선을 제외하고 도착 시간엔 별 차이가 없다. 섬에어는 경쟁 후보였던 드 하빌랜드 캐나다 대쉬 8-400이 이미 단종된 상황에서 신조 기체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프랑스 에어버스의 툴루즈 공장산 ATR을 선택했다. 기존 LCC들과의 공생 청사진도 뚜렷하다. 그는 “국가 자원을 쏟아부어 인천에 허브(Hub) 공항을 키웠지만 지방 공항을 이어주는 바퀴살(Spoke) 망이 없다"며 “LCC들이 운수권 배분 가산점을 받기 위해 억지로 지방 노선에 들어갈 바엔 우리가 자주 들어가 인천공항으로 승객을 모아주는 편이 국가적으로도 윈윈"이라고 언급했다. 지방 의료 붕괴 문제에 대해서도 확고한 논리를 폈다. 최 대표는 호주의 연구 논문을 인용해 “신뢰할 수 있는 항공망이 있으면 원격지 의료 인력의 60%가 지역 근무 의향을 보였다"며 2020년 노르웨이 연구를 들어 “상급 병원 항공 접근성이 안정적일수록 예방 가능 사망 인원이 35% 감소하고 응급 성과가 20%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8000명 인구에 병원 없이 보건소뿐인 울릉도에 항공이 필수로 들어가야 학교와 병원이 남는다는 것이다. 노선 수요는 철저히 데이터로 발굴했다. 도로교통공사 API를 연동해 톨게이트 간 차량 이동량을 뽑아내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정밀 타격했다. 최 대표는 “언론에서 태백산맥이 좌우를 나눈다고 하지만 사실 KTX 선로를 막는 건 지리산과 덕유산"이라며 “고속 버스 없이 시외 버스와 자차로만 4시간이 걸리는 군산-부산, 광주-부산 횡단 노선이 훌륭한 틈새 시장"이라고 짚었다. 또한 기존 선로를 써 KTX가 3시간 반이 걸리는 서울-진주 노선이나, 익산역에 내려 시내까지 택시비만 3만 원 이상, 버스로 1시간을 가야 하는 군산이나 울산과 달리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공항의 압도적 접근성을 파고들었다. 소형기의 안전성 우려에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네팔 등 해외 사고는 단종된 지 15년 넘은 30년 된 구형 기재를 제3세계에서 무리하게 굴리다 발생한 것"이라며 “최신 ATR 72-600은 보잉 737이나 A320과 동일한 안전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ATR 72-600은 흔히 보는 고정익 여객기들처럼 뒤로 젖혀진 형태(Swept-back Wing)가 아닌 일자형 직사각형 날개(Rectangular Wing)를 채택해 약간의 바람에도 즉각 양력을 받아 짧은 활주로 이착륙에 특화됐다. 가벼운 기체 무게(20톤) 탓에 난기류에 붕 뜨며 흔들림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양력을 잘 받는 특성일 뿐 절대 안전과는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용 압박에도 1호기를 12년 리스 방식의 신조기로 가져온 것은 완벽한 운항 신뢰를 위해서다. 마곡 본사 유리문 안쪽에는 ATR 프랑스 본사에서 파견된 30년 경력의 베테랑 외국인 정비사가 1년간 상주하며 매일 '트러블 슈팅'을 돕고 있다. 1·2호기 조종사 역시 해군에서 다발기를 운용하던 정예 '동력기' 베테랑들이다. '국내 유일 파일럿 CEO'답게 최 대표 본인도 향후 여유가 생기면 규정에 맞는 기종 전환 훈련과 면장을 받아 직접 조종간을 잡겠다고 밝혔다. 기단은 보잉 737 단일 기종만 800대를 굴려 효율을 증명한 사우스 웨스트항공 모델을 차용한다. 내년 말 개항이 확정된 울릉공항에 최소 8대를 선제 투입하고, 올해 착공하는 흑산도와 백령도를 아울러 향후 최소 25대 이상의 단일 기단으로 극단적 비용 효율화를 이룰 방침이다. 이날 최 대표는 대형기 위주로 설계된 국내 공항 인프라와 낡은 규제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 비행기가 사천이나 흑산에 들어가면 마치 거인 나라에 온 소인 같다"며 “탑승교 접속이 불가능한데 보도 이동 시설조차 없어 불과 5분 이동에도 회당 6만6000원짜리 버스를 하루에도 수없이 불러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상 조업 문제는 더 치명적이다. ATR 기종은 엔진을 활용한 자력 후진 출발이 가능함에도 공항 바닥에 직각으로 그어진 탓에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KAS)의 747용 거대한 트랙터로 푸시백을 강제로 받아야 한다. 한 번 밀 때마다 55만~66만 원의 조업비가 드는데, 70명을 꽉 채워봐야 조업비로 다 나가는 구조다. 기상 악화 시 대체 공항인 김해공항의 조업 역시 카스와 묶여 있다. 최 대표는 “주기선(駐機線)만 사선으로 다시 그려줘도 시동 걸고 알아서 빠져나가 회당 수십만 원의 조업비를 아끼고 티켓값을 내릴 수 있다"며 “한국공항공사가 시골 농협의 공용 트랙터처럼 장비를 구비해 하이에어 등 다른 후발주자가 와도 돌려쓰게 해달라"고 실질적 대안을 제시했다. 과거 대형사와 소형사 간 업역 분리를 위해 만들어진 '50석 제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선은 풀렸으나 국제선에 50석 제한을 두는 건 대형사 보호 외엔 국토교통부조차 공식 입장이 없는 옛날 개념"이라며 “78석까지 꽉 채우면 단거리 국제선 수익성은 어마어마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토부 산업과에 일부를 블록(Block) 처리해서라도 띄울 수 있는지 질의했으나 기준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답답함을 표했다. 사천의 항공 MRO 기업 협력 관련 질의에는 “현재 출퇴근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계열사 직원들이 사천 노선의 가장 탄탄한 고정 기업 고객"이라면서도 “추후 한국항공서비스(KAEMS)의 ATR 기종 면허 정비 인증 시 정비 위탁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수익 확장 전략은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취항 11주 차를 맞은 사천 노선의 적자는 '계획된 손실'이며 손익 분기점(BEP)은 기재가 5대로 늘어나는 내년 중반(목표 탑승률 80%)으로 잡았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80%를 넘긴 건 11주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지만 다행히 고유가로 진에어가 7월 16일까지 주중 사천을 비운항 처리하면서 평일 탑승률이 치솟는 반사이익을 봤다"고 솔직히 밝혔다. 당장 다음 스텝은 울산시와 MOU를 맺은 '김포-울산' 취항이다. 항공기 도입이 유가 여파로 2~3달 지연됐으나 연말에는 사천-제주, 울산-제주 노선과 단거리 국제선(쓰시마섬)을 띄운다. 쓰시마섬 바로 아래 1200m 활주로가 있는 낚시 성지 '이키섬'도 검토 중이다. 최 대표는 “기체 부식을 막기 위해 비닐 덧씌움과 테이프로 밀봉한 규격화된 아이스 박스를 지정해 울릉도 등 국내선부터 생물 수송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짐이 많으면 동일 운임으로 옆자리 빈 좌석을 구매하는 옵션도 운영 중이다. 내년엔 여수·광주·군산 등 호남권 개척과 여름철 터미널 시설, 조종 훈련생 수요가 있는 울진 비행장, 양양 하계 부정기 노선 진출을 검토 중이다. 백령도의 경우 추후 시계 비행이 아닌 정밀 계기 비행(IFR) 절차가 적용되면 법령 개정 없이 군 장병을 위한 이른 출발과 늦은 복귀 스케줄 편성도 가능해진다. 지방 의료 공백을 메울 '에어 앰뷸런스' 생태계도 구축한다. 섬에어 사옥 원그로브에 주주인 CVC 빅무브벤처스의 모기업 부민병원 검진 센터가 입주해 있어 조종사 신체 검사를 전담한다. 리스기를 제외하고 2028년부터 도입될 8대 신조 구매기엔 환자 수송용 들것과 영상 송출 장비 옵션이 기본 장착된다. 유가와 환율 리스크 앞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최 대표는 “기체와 달러 베이스 부품값이 대형사 대비 현저히 저렴해 환율 민감도가 낮고, 전체 원가 구조가 낮아 올인 프라이스(All-in Price) 운임을 싸게 잡았고, 유류 할증료 전가 메커니즘이 설계돼 방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위기 역시 먼 일본·중국 산둥 반도에 그쳐 대형사 대비 극히 제한적이며, 팬데믹 시기 폭발했던 내수 여행처럼 위기 시 현금을 쥐고 있으면 오히려 강한 자생력을 낸다고 덧붙였다. 환경 대응 역량도 탁월하다. 내년 국토부 지속 가능 항공유(SAF) 배합 가이드 라인이 1%지만 기종 자체는 이미 유럽항공안전청(EASA) 인증으로 50% 혼합이 가능하다. 최 대표는 “정기 노선에 40%를 섞어 쓰는 덴마크처럼 치킨 소비가 엄청난 우리나라의 폐식용유를 싹 모아 SAF로 활용해 보면 항공유 수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농담도 던졌다. 재무 구조 확립도 구체화됐다. 지배 구조 최상단 플랫폼 모회사 '마프앤비욘드'의 최대 지분은 최 대표 본인이 소유 중이라고 했다. 1호기를 12년 장기 리스로 들여온 것은 펀딩 코스트보다 이자율이 낮아 초기 현금 흐름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였다는 전언이다. 구매 계약을 맺은 8대 역시 할부 기간 달러 환율 노출을 고려해 2028년 상반기까지 리스기를 운영하고, 2029년 도입 시점부터 운용·금융 리스를 섞은 세일 앤 리스백(SLB,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할 방침이다. 현재 복수의 PE·VC 기관과 100억 원대 시리즈 B 투자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며 추가 펀딩 없이 자립하는 게 단기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현대차보다 신용도가 높은 미국의 우량 항공사들처럼 튼튼한 자체 등급을 받아 부채 자본 시장(DCM)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가장 절실한 과제로 중앙 정부의 '공익 노선(PSO)' 등 정책 금융 지원을 호소했다. 최 대표는 “국토부 산업과에서도 20년 전부터 수차례 연구 용역을 추진했던 사안이다. 미국의 필수 항공 서비스(EAS)와 일본의 이도지원법(130여 개 지방 공항, 50대 기재 보조)처럼 한국도 항공을 사치재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가 버스 준공영제에 연간 8000억 원을 투입하는데, 100분의 1만 지역 항공에 지원해도 지방 소멸을 막는다"며 “울릉도 주민이 100편의 배를 탈 때 5000원만 내듯 대중교통 운임 보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산업은행 등 국책 은행이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 혁신 펀드를 조성한다지만, '국가가 진짜 필요로 하는 사업'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이 없어 정책 자금 접근이 꽉 막혀 있다"며 정부의 전향적 마중물을 촉구했다. 인터뷰 말미, 최 대표는 사명 '섬에어(Sum Air)'에 대해 “물리적 섬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사이 단절된 각자의 보이지 않는 '섬'을 잇겠다는 뜻"이라며 “운송업의 본질인 정시성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하반기 채용을 묻는 질문에는 “조종 훈련생 인턴과 용감하고 실행력 있는 일당백 인재들을 애타게 찾는다"고 활짝 웃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英 버진 애틀랜틱 “대한항공 연계로 환승 시너지…韓 인천 장기 취항 의지 확고”

14일 오전 11시, 영국 국적 대형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Virgin Atlantic)'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에서 런던 히스로-인천 직항 노선 취항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개최해 한국 시장 진출 일성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코넬 코스터(Corneel Koster) 버진 애틀랜틱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브 기어(Dave Geer) 최고상업책임자(CCO) 등 영국 본사의 핵심 경영진이 한국을 직접 찾아 노선 운영 계획과 비전을 제시했다. 코스터 CEO는 환영사를 통해 양국 간 시너지를 높게 평가하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기술·혁신·창의성의 글로벌 리더이자 전 세계에 영감을 주고 있는 K-컬처의 중심지"라며 “지난 10년간 한-영 양국 간 무역 규모가 64% 증가해 약 160억 파운드(약 27조 원)에 달하는 만큼, 두 글로벌 수도를 연결하게 된 것은 엄청난 특권이자 영광"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1984년 리처드 브랜슨 경이 설립한 버진 애틀랜틱의 혁신적 DNA를 한국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코스터 CEO는 “당사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디자인한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들과 이코노미석 아이스크림 제공 등 항상 차별화된 프리미엄 풀서비스를 추구해 왔다"며 “런던-인천 노선에 보잉 787-9 드림라이너를 투입해 연간 18만 석을 공급할 예정이며, 매 항공편마다 3명의 한국인 승무원을 배치해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카이팀(SkyTeam) 내 유일한 영국 거점 항공사로서 파트너사인 대한항공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어 CCO는 초기 운항 실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신을 런던 내 대표적인 한인 타운인 '뉴 몰든(New Malden)' 거주자라 소개한 그는 “취항 첫 달부터 80%가 넘는 탑승률을 기록하며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강력한 수요를 확인했다"며 “취항 발표 이후 영국발 수요는 70% 이상, 한국발 수요는 40% 이상 급증했고 레저·비즈니스·교민 등 고객층이 매우 다변화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버진 애틀랜틱의 △아시아 노선 운영 전략 △재무 건전성 △지정학적 리스크 극복 방안 등과 관련한 심도 있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버진 애틀랜틱의 인천 취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슬롯 7개 배분 조건으로 성사됐다. 그러나 버진 애틀랜틱은 도쿄·상하이·홍콩 등 주요 아시아 노선에서 철수했던 이력이 있다. 이에 본지는 의무 운항 기간 3년을 채운 상태에서 슬롯만 챙기고 수익성이 높은 타 지역으로의 철수 계획과 의무 운항 기간이 지난 후에도 런던-인천 노선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 질의했다. 코스터 CEO는 단기 운항 우려를 일축하며 장기적인 투자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장거리 직항 노선에 새로운 경쟁자가 필요하다는 결정에 따라 당사가 슬롯을 배정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에 취항하기를 강력히 열망해 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노선은 훌륭한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직항 수요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을 통해 동북아시아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탁월한 환승 연결성을 제공한다"며 “단기 아닌 아주 오래 한국 시장에 머물 것이며,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버진 애틀랜틱은 작년 세전 2억500만 파운드(한화 약 4100억5125만 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주력인 미주 노선의 수요 둔화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처럼 재무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막대한 초기 마케팅 비용과 운영 손실이 불가피한 극동 아시아 장거리 노선 확장이 다소 무리한 행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본지는 런던-인천 노선의 초기 적자 구간을 안정적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와 해당 노선의 흑자 전환 시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는지도 물었다. 코스터 CEO는 “당사의 재무 성과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정확한 지적"이라며 “수익성 격차를 좁히기 위해 네트워크 최적화·스케줄 조정·생산성 향상·간접비 통제 등 전사적인 개선 작업을 연초부터 추진 중"이라고 했다. 또 “신규 기재 도입이나 객실 서비스 등에는 지속적으로 투자하되, 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긴축하며 운영 결과를 개선하고 있다"며 “다행히 올해 1분기 영업 실적은 당초 계획과 전년도 실적을 훨씬 뛰어넘는 긍정적인 흑자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 세계적인 항공유 가격 상승 등 거시적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중동 지역을 경유하는 환승 경쟁이 줄어들면서 역설적으로 당사의 직항 노선 수요가 매우 견조해졌다"며 “인도 노선의 경우 올여름 하루 6회로 증편할 예정이며, 한국 노선 역시 취항 첫 달 80% 이상의 탑승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후행 예약' 트렌드까지 고려하면 탑승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어서 시장의 예약 호조가 당면한 과제와 초기 시장 진입 비용의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게 코스터 CEO의 입장이다. 아직까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영공 통과는 여전히 제한된 상태다. 이 탓에 런던행 귀국편 비행시간이 14시간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유류비를 포함한 운영 비용 압박은 상수가 됐다. 과거 아시아 노선들에서 철수했던 이유 역시 수익성 문제에 기인한다. 기어 CCO는 “처음 서울 취항을 결정했을 당시부터 이미 러시아 영공을 크게 우회해야 한다는 제약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향후 수년 간의 모든 사업 계획을 그와 같은 전제 아래 수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런던-인천 노선의 결정적인 차별점은 바로 대한항공을 비롯한 스카이팀 파트너사들과의 압도적인 '환승 연결성'"이라며 “네트워크 인프라를 바탕으로 레저와 비즈니스 등 매우 다변화되고 풍부한 여행객 수요 믹스(Mix)를 창출해 내고 있으며, 이것이 과거의 수익성 문제를 극복하는 핵심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진 내외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지정학적 위기와 항공 화물 부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에 따라 우리 정부는 에너지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관한 영국 취재진의 질의에 김범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정부 차원에서 공공부문의 에너지 절약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당사 역시 항공사들의 유가 부담을 분담할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답했다. 지정학적 긴장 완화 분위기에 따른 러시아 영공 개방·통과 기대감에 대해 코스터 CEO는 “영공을 우회하지 않으면 연료와 비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이기에 전적으로 영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서 “아시아 또는 중동 항공사들과 달리 영국을 비롯한 유럽 항공사들이 우회 비행을 해야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긴 하지만 당사는 정부 지침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따르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영공 재개방을 촉구할 계획은 없으며, 당분간은 우회 항로를 전제로 안정적으로 운항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런던-인천 노선의 화물 적재 효율성과 물류 네트워크 흡수 전략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코스터 CEO는 “화물은 여객 비즈니스에 이은 당사의 '두 번째 핵심 사업(Second core business)'이며, 영국-미국 노선에서 화물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투입된 보잉 787-9 기종은 화물 적재 능력이 매우 뛰어나 현재 한국발 항공편에 반도체·데이터 센터 부품 등 하이테크 화물과 화장품·의약품을 매일 12~15톤가량 적재 중량 끝까지 가득 채워 운송하고 있다"며 “당사의 뛰어난 정시성을 바탕으로 양국 간의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 물류 수요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한국 국적사와의 차별화 전략 구사 여부도 관심거리였다. 기어 CCO는 “취항 초기 공격적이고 매우 경쟁력 있는 항공권 운임을 제공하고 있고,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된 맞춤형 기내 서비스와 영국식과 한국식이 조화된 맞춤형 기내식, 히스로 공항의 최고급 라운지인 '클럽 하우스' 경험이 기존 항공사들과 차별화되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역설했다. 코스터 CEO도 전날 기내에서 젓가락을 사용해 고추장을 곁들인 농어 요리와 소주, 김치를 즐겼다며 한국 고객을 위한 섬세한 서비스를 강조했다. 그는 “당사는 스카이팀 내 유일한 영국 기반 거점 항공사로서 에어프랑스-KLM, SAS 등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의 유연한 환승 일정과 마일리지 교차 적립 및 사용 혜택을 완벽히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HMM 본사 부산 이전은 ‘강제 이주’다

“제 두 살 아기에게 엄마의 품은 온 세상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회사와 정부는 제게 아이의 세상을 포기하라고 종용합니다.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는 건 그저 수백 킬로미터 이동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아이들에게서 엄마, 아빠의 품을 빼앗아 가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트럭에 실어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공장 기계가 아닙니다." 지난 2일 청와대 사랑채 앞, 13년 차 직장인이자 21개월 아기를 둔 엄마인 김 모 매니저의 절규가 매서운 봄바람을 갈랐다. 전체 조합원 776명 중 638명이 아스팔트 위로 쏟아져 나온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 지부의 총력 투쟁 결의 대회 현장. 기자가 직접 마주한 그곳에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화려한 구호에 짓눌려 졸지에 타향살이는 물론 가족과의 생이별을 강요하는 정부와 회사를 향한 근로자들의 눈물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대선후보 공약으로 내걸었던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걸고 맹렬한 속도전을 펴고 있다. 명분은 지역 발전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 선거 승리라는 얄팍한 '정치적 셈법'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 현업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행동대장 삼아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권을 침해하는 '폭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본사 이전의 절차적 정당성이나 노사 간의 신뢰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노사 협의를 지켜보겠다"던 해양수산부 장관의 며칠 전 취임사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한낱 기만극이었음이 드러났다. 사측은 회사 창립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모든 성과는 임직원의 노고 덕분"이라며 샴페인을 터뜨린 직후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본점 소재지 변경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에서는 100년 기업을 운운하며 근로자를 치켜세우고, 뒤에서는 삶의 기반을 통째로 뽑아버리는 기습 양동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근로자의 삶을 체스판의 말처럼 소비하는 이러한 행태는 단순히 한 가정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수출입을 책임지는 국가 핵심 산업의 치명적 자해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글로벌 해운업은 단순한 선박 운항을 넘어 고도화된 물류 네트워크와 첨단 IT 기술이 결합된 총성 없는 전쟁터다. 무리한 강제 이전에 반발해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물류 IT 핵심 인력들이 대규모로 이탈한다면 이는 곧바로 해운업 본원적 경쟁력의 추락을 의미한다. 이날 현장에서 한 직원은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퇴사를 고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결국 서비스 질 하락과 글로벌 해운 동맹의 균열, 나아가 국가적 물류 대란이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자 전국사무금융노조는 500여 명의 간부에게 1주 이상의 HMM 주식 매수 지침을 내리며 주총장 물리적 봉쇄라는 초강경 연대 투쟁을 천명했다. 일방적 이전 계획 중단과 투명한 정보 공개와 성실한 협의, 고용 안정 보장·강제 이전 금지 명문화라는 노조의 요구는 거창한 특혜가 아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과 일터를 지키기 위한 상식적이고 절박한 생존권 선언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서류상의 주소지나 거수기 경영진이 아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험난한 해운 불황의 파고 속에서도 밤낮없이 땀 흘려 지금의 HMM을 일궈낸 평범한 '사람'들이다. 정부와 사측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소수 근로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맹목적인 폭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 가족의 해체를 막아달라는 아기 엄마의 눈물을 짓밟고 세운 모래성 위에서는 그 어떤 거창한 국정 과제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명심해야 할 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비상경영에도 날아올랐다…1분기 영업익 5169억 ‘분기최대’

대한항공이 올해 1분기 역대급 여객 탑승률과 인공 지능(AI) 관련 하이테크 화물 수요에 힘입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47% 이상 뛰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 다만 1500원대를 훌쩍 넘긴 고환율과 고유가 등 중동발 복합 위기 전운이 짙어짐에 따라 4월부터 전격적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수익성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13일 대한항공이 공시한 별도 기준 올해 1분기 잠정 영업 실적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한 4조 5151억 원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익성 지표도 대폭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51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급증했고 영업이익률은 11.4%로 전년 동기 8.9% 대비 2.5%포인트(p)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2427억 원으로 25.6% 늘었다. ◇“빈 좌석 없이 날았다"…유럽·중국 노선 약진에 항공우주 사업도 '효자'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여객·화물·항공우주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1분기 여객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2조6131억 원을 기록했다.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임에도 전체 여객 탑승률(L/F)은 전년 대비 3.4%p 상승한 88.4%에 달했고, 수익성 지표인 일드(Yield·1km당 운임)도 130원으로 3.3% 올랐다. 특히 노선별 맞춤 전략이 빛을 발했다. 중국 노선은 한중 관계 개선과 중일 관계 경색의 반사이익으로 매출이 19% 뛰었다. 유럽 노선(18%↑)은 중동 전쟁 여파로 타 항공사들의 우회 경로가 늘어나면서 대한항공의 직항·환승 수요로 몰렸다. 동계 성수기 공급을 10% 늘린 일본 노선 매출도 12% 증가했다. 화물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1조 906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 확대로 △반도체 △서버 랙(Rack) △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항공 화물 수요가 쏟아진 덕분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성과도 눈에 띈다. '기타 수익' 부문은 81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4.0% 급증했는데, 이 중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매출이 2522억 원을 차지하며 전사 외형 성장에 큰 힘을 보탰다. ◇환율 1513원 돌파에 외화 환산 손실…선수금 유입으로 현금은 '두둑' 외형은 화려하게 성장했지만, 재무제표 이면에는 1500원 선을 뚫은 고환율 등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의 타격이 고스란히 담겼다. 1분기 말 기준 원·달러 평가환율은 1513.4원으로 작년 말 1434.9원 대비 78.5원 5.47% 급등했다. 이로 인해 장부상 순 외화 부채(약 55억 달러) 평가에 따른 외화 환산 차손실이 3895억 원이나 발생했다. 연료비의 경우 단가 상승과 환율 악재 속에서도 항공기 운영 효율화를 통해 연료 소모량을 절감, 전체 연료비(1조812억 원)를 전년 대비 1.2% 줄이며 선방했다. 재무 건전성 지표에는 다소 변동이 있었다. 부채 비율은 작년 말 244%에서 1분기 말 266%로 22%p 상승했다. 이는 보잉 787-10 2대와 에어버스 A350 1대 등 신형 중대형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금융부채가 늘어난 데다 유류 할증료 인상 등에 대비해 여행객들이 항공권을 미리 사두면서 선수금(영업부채)이 작년 말보다 17%(9506억 원)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다만 선수금이 대거 유입된 덕분에 현금성 자산은 4조3648억 원으로 25.0% 넉넉하게 확보됐다. ◇4월 1일부 '비상 경영'…스마트 물류·해외 환승객 유치 총력전 대한항공은 미국-이란 갈등 등 중동발 리스크 장기화로 2분기 고유가·고환율 파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4월 1일부로 전사적인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 안전 운항을 최우선으로 하되 내부 비용 효율화에 착수했다. 2분기 수익성 방어를 위한 세부 핀셋 영업 전략도 본격 가동한다. 여객사업본부는 고환율로 인한 한국발 아웃바운드 수요 정체에 대비해 미주 여름 방학 시즌을 겨냥한 한국행 인바운드 수요와 중동계 항공사 이탈에 따른 환승 수요 유치에 역량을 집중한다. 대한항공은 고유가 지속과 국가간 보호 무역주의 확산 기조에 따른 불안정한 시장 환경을 전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 환경이 글로벌 교역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존재한다"며 “미국 관세 조치 관련 불확실성과 각국 보호 무역주의 기조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과 항공 화물 수요 변동 가능성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물사업본부는 북미발 체리 등 마진이 높은 계절성 물량을 선점하고 AI와 K-뷰티 등 신성장 산업의 항공 수요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발맞춰 핵심 거점인 인천 화물터미널과 북미 대표 지점인 뉴욕 화물 터미널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스마트 물류 체계를 구축해 장기적인 운송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1Q 영업익 5169억원…전년 동기비 47.3%↑

대한항공이 올해 1분기 여객과 화물 사업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호실적을 거뒀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 등 고환율·고유가 악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13일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26년 1분기 매출 4조5151억 원, 영업이익 5169억 원, 당기 순이익 2427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1%, 영업이익은 47.3%, 당기 순이익은 25.6% 증가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여객과 화물 부문이 동반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1분기 여객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6억 원 증가한 2조613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설 연휴 기간 견조한 수요가 유입됐고, 유럽 및 주요 환승 노선을 중심으로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1분기 화물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6억 원 증가한 1조906억 원으로 집계됐다. 고정 물량 계약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수요가 강세를 보인 미주 노선에 부정기편과 전세기를 추가로 운영하는 등 탄력적인 노선 운영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화려한 1분기 성적표 이면에는 짙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분기부터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고환율의 파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과 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1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265.7%로 전년 말 대비 22%포인트(p) 상승했다. 부채 총계는 29조6499억 원으로 9% 늘었고, 자산 총계는 40조8077억 원(+6%)을 기록했다. 비용 급증 우려가 커지자 대한항공은 이달부로 전격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유가 변동에 단계적으로 대응하며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강력히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를 통해 재무 구조적 체질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수익성 방어를 위한 구체적인 영업 전략도 세웠다. 여객 사업은 고환율 등에 따른 한국발 수요 정체 가능성에 대비해 해외 출발 및 환승 수요 유치에 역량을 집중한다. 화물 사업은 시즌성 화물 물량을 선점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관련 산업, K-뷰티 등 성장 산업의 항공 수요를 적극 유치하고 시장 변화에 맞춘 탄력적 노선 운영으로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中 조선 점유율 70% ‘독식’…K-조선 ‘기술 우위’도 흔들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국의 '그립(Grip·장악력)'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저가 수주 중심의 양적 팽창을 넘어 이제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시장까지 집어삼키며 사실상 글로벌 조선업의 지배력을 굳히는 모양새다. 반면에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로 맞서온 한국 조선업은 압도적인 물량을 앞세운 중국의 규모의 경제 앞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수주 점유율은 물론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 잔량에서도 초격차로 뒤처진 우리 조선업계의 딜레마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완전히 드러나면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70% vs 20%, 굳어지는 점유율 격차…'10개월 연속 1위' 중국의 질주 13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와 업계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758만 표준선 환산 톤수(CGT)로 전년 동기 대비 40.3% 폭증했다. 글로벌 선대 교체 사이클과 맞물려 시장에 쏟아진 이 거대한 발주 물량을 쓸어 담은 승자는 단연 중국이었다. 중국은 1분기 수주 점유율 약 70.5%(1239만 CGT)를 기록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식했다. 한국은 20.3%(357만 CGT)에 머물렀다. 2025년 1분기 양국의 점유율 격차가 22%p(중국 48.8%·한국 26.8%)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격차가 50%p 이상으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최근 집계된 데이터에서도 중국은 10개월 연속 글로벌 수주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월별 데이터를 뜯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한국은 2025년 2월 수주 점유율이 11%까지 떨어지며 부진을 겪었던 반면, 당시 중국은 8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물량을 독식했다. 한국 조선사들을 작년 누적 247척의 수주 페이스를 보이며 질적 성장에 집중했지만 연초부터 시작된 중국의 공격적인 '밀어내기식' 수주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올해 1분기에도 한국의 점유율은 20%대 초반 박스권에 갇히고 말았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중국 조선업계가 수주하는 질적 수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벌크선과 소형 컨테이너선에 집중했던 중국 조선소들은 이제 한국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대형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과 메탄올 등 친환경 이중 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까지 수주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양으로 밀어붙이던 중국이 질적인 역량까지 끌어올리며 K-조선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형국이다. ◇182.07 고공행진 신조 선가의 역설, 달콤한 과실은 중국 몫 수주 물량을 뺏기는 와중에도 글로벌 선박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 조선시장의 가장 큰 역설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2.07을 기록 중이다.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수준(약 187)에서 소폭 숨을 고르고 있으나, 2021년 3월(130.2)과 비교하면 여전히 40% 이상 폭등한 수치로 극강의 하방 경직성을 띠고 있다. 선종별 척당 가격을 살펴보면 고부가가치 선종의 대명사인 대형 LNG 운반선은 2억4850만 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억6000만 달러,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은 1억2950만 달러를 기록하며 굳건히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 고공행진하는 선가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난다. 현재의 선가 방어가 한국의 압도적인 기술적 해자 덕분이라기보다는 중국이 막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도크(건조 공간)를 싹쓸이하면서 형성된 철저한 '공급자 우위 시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당장 배를 지을 공간을 찾지 못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슬롯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결국 시장 가격의 결정권마저 현재 도크를 무기로 쥔 중국 조선소들로 넘어가면서 선가 상승의 과실을 압도적인 물량을 확보한 중국이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다는 뼈아픈 분석이 나온다. ◇한계 부딪힌 '선별 수주'…원가 경쟁력 가르는 '후판'의 딜레마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제한된 도크 상황 속에서 척당 환산톤수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화력을 집중하며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한국이 수주한 선박의 척당 CGT는 약 4만2000으로, 2만6000 수준인 중국을 앞선다. 그러나 수주 잔량의 거대한 격차는 이 '질적 승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물량은 1억2095만 CGT로 약 64%에 달한다. 한국은 3635만 CGT(약 19%) 수준으로 양국의 일감 차이는 3배를 훌쩍 넘어섰다. 제조업인 조선업의 특성상 압도적인 물량 차이는 선박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등 주요 기자재 구매 협상력의 차이로 직결된다. 수년 치 엄청난 일감을 확보한 중국은 자국 철강사·부품사와의 대량 구매 협상을 통해 파격적인 단가 인하를 이끌어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 조선사들은 국내 철강사들과 매 반기마다 치열한 후판 가격 협상 줄다리기를 벌여야만 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양적 팽창을 넘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마저 확보하는 임계점에 도달해 한국의 고육지책이었던 선별 수주 전략도 서서히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美 USTR 제재와 IMO 규제, 2026년 하반기 반전의 마지막 분수령 독주체제를 굳혀가는 중국을 제어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에 기반한 대중국 해운·물류·조선업 제재 움직임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를 꼽는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촉발된 북미·유럽 선주들의 이른바 '탈 중국' 리스크 분산 움직임은 한국 조선업이 노려야 할 틈새다. 미국의 우방국 공급망 재편 기조 속에서 K-조선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탄소 배출 규제에 맞춘 노후 선박들의 친환경 교체 수요는 생존을 위한 핵심 타깃이다. 암모니아·수소 등 차세대 무탄소 연료 추진선 시장은 중국이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격전지다. 지난 9일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에서 이중연료(DF) 엔진이 장착된 4만6000㎥급 암모니아 추진 중형 가스운반선 2척을 세계 최초로 건조했고, 마무리 작업을 거쳐 오는 5월과 7월 말 각각 선주사에 인도한다.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기술로 설계 및 제작한 암모니아 운반선(길이 190m, 너비 30.4m, 높이 18.8m)은 미래 무탄소 해운 시장의 핵심 병기로 주목받고 있다. 이 선박은 3기의 고성능 화물창을 탑재해 암모니아와 LPG 등 액화가스 화물을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회사는 추진 엔진의 회전력을 전력으로 변환하는 축 발전기(Shaft Generator)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장착해 환경 규제 대응력을 높였고, 암모니아의 특성을 고려한 실시간 가스 감지장치·배출 회수 시스템 등 독보적인 방재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한화오션도 지난해 8월 '노르쉬핑 2025'에서 한국선급(KR)·노르웨이선급(DNV)과 3건의 MOU를 체결하며 △15만 CBM급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개발 △LNG 운반선 설계 최적화 △맥티브(MCTIB) 연료 탱크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친환경 선박 기술을 선점하고 탄소중립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친환경 연료인 암모니아(NH3)는 영하 253℃의 극저온이 필요한 액화수소와 달리 가압(약 8bar)이나 저온(-33℃) 환경에서도 보관이 가능하며, 동일 부피당 저장 밀도는 수소보다 1.7배나 높아 대규모 장거리 운송에 최적화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해운 연료 내 암모니아 비중이 46%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압도적 기술력을 갖춘 암모니아 추진선·운반선 수요는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조선업의 성패는 다가오는 '친환경선박 교체' 슈퍼 사이클에서 누가 주도권을 선점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안주하기에는 중국이 쥔 시장의 그립이 단단한 만큼 한 발짝 앞선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차세대 선박시장의 표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국 조선업은 중국의 하청 기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현장의 위기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LIG D&A, 적 미사일 ‘헛발질’ 유도…‘전자전 미끼’ 무인기 기술로 ‘가성비’ 전장 구현

21세기 전장에서 저비용 무인기를 활용한 '비대칭 소모전'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LIG 디펜스 앤 에어로스페이스(LIG D&A, 구 LIG넥스원)가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자전 미끼(Decoy)' 무인기 기술을 확보했다. 이 특허는 무인 비행체가 스스로를 거대한 유인 전투기처럼 위장해 적의 레이더를 교란하고, 적군의 고가 지대공 미사일을 낭비하도록 유도하는 첨단 전자전 기술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뼈대는 소형, 레이더상으론 '거대 전투기'…가변형 반사기와 모의 신호의 융합 9일 본지 취재 결과 LIG D&A는 최근 지식재산처로부터 '적 기만용 무인 비행체 및 그 운용 방법(특허등록 번호 10-2936491)'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의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한 뒤 대상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수신해 목표물의 거리와 고도, 방위, 그리고 크기를 식별한다. 이때 레이더 전파가 표적에 맞고 레이더 수신기로 되돌아오는 신호의 강도를 나타내는 척도를 레이더 반사 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드론과 같은 소형 무인 비행체의 RCS는 새 한 마리와 비슷한 크기로 나타난다. 특허에 명시된 기만용 무인 비행체는 내부 동작을 위한 '전원 공급 장치'와 비행을 위한 '비행 동력 장치'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또한 실제 전투기와 유사한 외형을 지니되 크기는 축소된 형태로 제작된다. 두뇌 역할은 항공 경로 제어를 관장하는 '비행 제어 컴퓨터(FLCC, Flight Control Computer)'와 기만 임무 및 각종 주변 장치를 총괄하는 '임무 장비 컴퓨터(MC, Mission Computer)'로 분산 처리된다. 이 기만용 무인기의 핵심 기술은 적의 RCS를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가변형 레이더 신호 반사기'다. 스텔스 기술은 항공기의 형상을 각지게 만들고 전파 흡수 물질(RAM)을 도포해 RCS를 극한으로 줄임으로써 레이더망을 회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LIG D&A의 가변형 레이더 신호 반사기는 기체에 탑재된 '신호 수집 안테나'를 통해 적 감시 레이더의 주파수와 위치를 산출하면 MC는 RCS 값이 커지도록 변위값을 계산해 리플렉터의 크기와 방향을 조절한다. 액추에이터가 측면을 둘러싼 반사체들을 접으면 크기가 최소화돼 은밀한 비행이 가능하고, 적을 유인할 때는 반사체를 활짝 펼쳐 레이더상에서 전투기와 맞먹는 거대한 표적으로 인식되게 만든다. 여기에 완벽한 기만을 위해 전자적 위장술이 더해진다. MC 내의 '신호 모의부'는 실제 아군 전투기가 발신하는 것과 동일한 피아 식별(IFF, Identification Friend or Foe) 신호·모의 신호를 생성하고, 이를 '모의 신호 안테나'를 통해 전방위로 방사한다. 적 방공망은 증폭된 레이더 반사 크기와 위조된 피아식별 신호에 속아 이 작은 무인기를 최우선 타격 대상으로 오인하게 된다. ◇정찰부터 양동 작전까지…유·무인 복합체계(MUM-T) 기반 3대 전술 시나리오 해당 무인기는 기체에 탑재된 '데이터 송수신기'와 카메라, 그리고 MC 내의 '데이터 처리부'와 '정보 수집부'를 통해 지상 운용 센터 및 주변 아군기(유·무인기)와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LIG D&A는 이를 바탕으로 한 세 가지 핵심 활용 방안(운용 시나리오)을 특허에 담았다. 우선 적의 감시 레이더에 전투기로 오인 식별돼 고가의 지대공 미사일 발사를 유도함으로써 적의 방공 무장을 강제로 소모시킨다. 또 카메라로 촬영함으로써 획득한 이미지를 정보 수집부에서 분석해 적 방공체 계의 위치와 환경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데이터 송수신기를 통해 지상 운용 관제 센터나 주변 아군 유인기에 실시간 전송한다. 유사 시에는 적군의 방공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아군 유인기 대신 미사일의 표적 역할을 하는 전자 방패 역할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무인기 편대가 특정 방향으로 진입해 적의 화력과 레이더 감시를 집중시키는 기만형 양동 작전을 펼치고, 그 사이 아군 유인 전투기가 반대 방향의 사각지대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한다. 이는 지난달 LIG 디펜스 앤 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사명을 LIG넥스원에서 변경하며 선언한 글로벌 우주·항공 리더로서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K-방산의 주력 수출품인 천궁-II·해궁 등과 같은 요격 미사일이 날아오는 적을 방어하는 '방패'라면 본 특허의 기만 무인기는 적의 방패를 허물어뜨리는 '보이지 않는 창'인 셈이다. 서로 완전히 상반된 역할을 하는 무기 체계의 원천 기술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LIG D&A는 미래 유·무인 복합전 및 전자전 시장에서 어떠한 형태의 전술적 요구에도 부합하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3000만 원 드론에 60억 미사일 쏘는 '가성비 딜레마'…저가형 방어 체계 급부상 이번 특허의 전략적 가치는 최근 전장의 핵심 트렌드인 '가성비'와 '비대칭 소모전'에서 드러난다. 군사 전략과 전장의 패러다임은 인류 역사상 급격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과거의 전쟁은 거대하고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항공 모함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 △첨단 지대공 미사일 네트워크 등 최고급 플랫폼 중심의 힘의 대결 구도를 보였다. 반면 21세기의 전장은 작고 저렴하며 지능적으로 군집하는 무인기(UAV)들이 주도하는 '비대칭 소모전(Asymmetric War of Attrition)'으로 급속히 재편됐다. 이러한 흐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중동 지역의 여러 분쟁을 통해 입증됐고, 방어자에게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 이상으로 방어에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안겨준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최근 전장에서는 2만~5만 달러(약 2700만~6700만 원) 수준의 저렴한 이란제 샤헤드(Shahed)-136 자폭 드론이 2000km를 비행하며 대량으로 투입돼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무기로 급부상했다. 반면 방어하는 측이 이를 요격하기 위해 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1발당 약 400만 달러(약 60억 원) 내외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드론 1대를 잡기 위해 수백 배 높은 비용의 미사일을 소모하게 만들어 방어 측의 경제·군사적 손실을 유도하는 셈이다. 이에 대응해 글로벌 군사 강국들은 30mm 기관포 등으로 드론을 파괴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방어 체계로 전환하며 다양한 저가형 요격 무기를 개발 중이다. 미국의 '루카스(Lucas)'는 샤헤드보다 저렴한 약 3만5000달러(약 4600만 원) 수준에 인공 지능(AI) 기반 자율 편대 비행·전파 방해 회피 기능을 갖췄다. 유럽 방산 기업 에어버스는 2kg 미만의 초경량 미사일을 탑재한 제트 추진 요격 드론으로 벌떼 드론을 요격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에스토니아 기업 프랑켄부르크(Frankenburg) 또한 약 1500만 원의 저렴한 드론 대응 특화 미사일을 개발 중이고, 국내에서도 니어스랩이 AI를 탑재한 요격 드론 '카이든(KAiDEN)'을 개발해 이란제 드론 대응에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적의 염가형 공격 무기를 더 값싸게 막아내는 기술'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LIG D&A의 특허는 정반대로 '저렴한 기만 무기로 고가의 적군 방어 무기를 강제로 소모시키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현대전의 가성비를 극대화할 역발상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LIG D&A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전장 상황에 맞게 대응한 것"이라면서도 “아직 사업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풍산 “탄약 매각 안 해” 직후 한화 “인수 검토 중단”…M&A 설 일단락

방산업계 대어급 매물로 거론되던 풍산 탄약 사업부문 인수설이 결국 무산됐다. 풍산 측이 매각 의사가 없음을 공식화하자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즉각 검토 중단을 선언하며 상황 정리에 나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풍산은 각각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확정 공시를 통해 탄약사업 인수·매각 논의가 종결되었음을 밝혔다. 먼저 입장을 낸 쪽은 풍산이었다. 풍산은 올해 3월 5일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풍산, 탄약사업 판다' 제하의 기사에 대해 이날 16시 49분 최종 부인 공시를 냈다. 서정국 풍산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기업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탄약 사업 매각과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풍산의 확정 공시가 나간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6시 49분에 대응 공시를 올리며 발을 맞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당초 방산 경쟁력 강화와 무기·포탄 수직 계열화 등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풍산의 탄약 사업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기회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날 공시에서 “풍산 방산부문에 대한 인수 검토는 중단됐다"고 공식 발표하며 인수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간 방산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풍산의 탄약 사업을 인수할 경우 화력 체계의 핵심인 포신(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탄약(풍산)을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해 왔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6일 미확정 공시를 통해 관련 내용을 검토 중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매각 측인 풍산이 사업권 수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양사 간의 전략적 판단 차이가 발생하면서 결국 인수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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