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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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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의 경영 현미경] ‘수주 27조’ KAI, 현금흐름 9천억 마이너스·부채비율 446% 내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025년도 연결기준 사업보고서에는 당기순이익 증가와 27조 원 규모의 수주잔고 달성이라는 실적 지표와,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대규모 순유출 및 부채비율 급등이라는 재무 지표가 동시에 기록되어 있다. 이익이 증가했음에도 9000억 원 이상의 현금이 영업활동에서 유출되고 부채비율이 446%를 상회한 재무 수치의 이면에는, 회계 장부상 부채로 계상되는 대형 수출 계약의 선수금 유입과 KF-21 및 LAH 양산을 앞두고 원부자재를 매입한 사업적 현황이 존재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KAI는 2025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3조6964억원, 영업이익 2692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7%, 11.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8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709억원) 대비 164억 원 늘었다. ◇재공품·원재료 증가, 영업활동 현금 흐름 적자 확대 원인 이러한 실적과 함께 작년 말 기준 KAI의 전체 수주잔고는 27조34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KAI는 폴란드 군비청과의 4조2080억 원 규모 FA-50PL 실행 계약과 말레이시아 국방부와의 1조1952억원 규모 FA-50M 계약, 이라크 정부와의 1357억원 규모 수리온 수출 계약 등을 이행 중이다. 또한 방위사업청과는 총 4조3579억 원 규모의 KF-21 최초 양산, 1조4053억원 규모의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 2차 양산 계약을 체결해 수주 잔고에 반영했다. 손익계산서상 실적지표와 달리, KAI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9033억원을 기록해 전년 -7282억원 대비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 순이익이 발생했음에도 대규모 현금 유출이 기록된 주요 원인은 재고자산의 증가에 있다. KAI의 재고 자산 장부상 금액은 2024년 말 2조3590억원에서 2025년 말 3조6370억원으로 1조2780억원으로 54.2%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조립 공정에 투입된 '재공품'이 9837억원에서 1조8731억원으로, 부품 등 원재료가 1조863억원에서 1조5068억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완성된 제품 재고는 436억원에서 347억원으로 감소했다. 경영진은 당기 현금 흐름 변동 요인으로 KF-21·LAH 양산을 위한 재고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KAI가 이행 중인 양산 계약의 향후 인도 일정을 맞추기 위해 원부자재를 구매하고 조립 공정을 진행하며 투입된 현금이 재고 자산의 형태로 회계상 반영된 것이다. ◇부채 비율 446.6% 기록, 수출 선수금 유입·외부 자금 조달 탓 KAI의 총부채도 2024년 6조2984억원에서 2025년 8조4729억원으로 2조1745억원 크게 불어났다. 이에 따라 부채 비율은 전년 364.7%에서 지난해 446.6%로 81.9%p 상승했다. 부채 증가의 세부 내역은 고객사로부터 수취한 선수금인 계약 부채와 외부 차입금 확대로 구성된다. 유동 계약부채와 유동 선수금 합계는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해 4조4024억원에 달한다. 해외 무기 수출 계약 특성상 고객사로부터 수령하는 착수금 및 중도금은 수익 인식 시점인 기체 인도 전까지 장부상 부채로 계상된다. 대형 수출 계약이 집중됨에 따라 관련 선수금 유입이 장부상 부채 수치를 높인 것이다. 동시에 운전자본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조달도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KAI는 2025년 1월과 7월에 제28회·제29회 공모 사채를 통해 총 1조원 어치의 무보증 회사채를 신규 발행했다. 재고 확충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결과 총 차입금과 사채 규모가 전년 대비 1조1113억원 증가한 2조14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무상태표의 비유동자산 중 무형자산 항목에는 전년도에 없었던 339억1300만 원 규모의 '영업권'이 새롭게 계상됐다. KAI는 2025년 7월 코스닥 상장사 ㈜제노코의 경영권 지분 37.95%를 545억원에 취득해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회사는 해당 지분취득 목적으로 '우주 통신 탑재체 및 항공 전자 사업 역량 강화'라고 밝혔다. 취득가액 545억원 중 제노코의 식별가능한 순자산 공정가치 몫을 제외한 차액이 무형자산 내 영업권으로 장부에 반영됐다. ◇올해 매출 전망과 1조 원 추가 자금 조달 KAI는 올해 별도 기준 매출액 전망치를 5조7306억 원으로 공시했다. 주요 매출 증가 요인으로는 △KF-21 양산 전환 △LAH 납품 본격화 △폴란드·말레이시아향 FA-50 생산 진척을 명시했다. 이같은 양산 일정과 관련, KAI는 올해 1월 27일 5000억원 상당의 공모사채를 발행했고, 이어 3월 4일 표면 이자율·만기보장 수익률 0% 조건으로 5000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CB)를 추가 발행해 1분기에만 총 1조원의 유동성을 추가 확보했다. 향후 재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변수도 공시됐다.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24일 발표한 10% 수준의 한시적 보편관세를 언급하며 “향후 미국의 행정·입법 동향에 따라 관세 정책과 실질 부담이 변동될 수 있어 현 시점에서 재무 상태·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없다"고 언급한 부분도 존재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항공기 내 위생 관리, 코로나 겪고도 ‘치외법권’…정부, 검역법령 개정 추진

코로나19·원숭이 두창(엠폭스) 등 신종 감염병이 국경을 넘나드는 핵심 통로인 항공기 위생 관리에 심각한 '법적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여객선 등 선박과 달리 비행기에 대해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사후 위생 점검 규정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당국이 칼을 빼 들고 검역법령을 전면 개정해 항공업계 전반의 기내 방역을 직접 통제하기로 했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질병관리청은 '국내 항공기 보건위생조사 도입 연구 목표'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국제 기구·해외 사례 비교·분석을 통한 검역법령 개정(제도화)와 과학적 근거 기반의 보건 위생 관리 체계 마련·고도화를 이번 제도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법령 개정 추진은 교통수단 간 검역 규제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현행 검역법 체계상 항만으로 들어오는 선박의 경우 1차 검역 조사를 마친 뒤에도 서류의 사실 확인과 실질적인 전염병 예방을 위해 당국이 대상 선박을 지정해 고강도 보건 위생 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수백 명의 내·외국인이 밀집해 장시간 머무는 항공기에 대해서는 정작 이러한 보건 위생 조사를 강제할 명시적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비행 종료 후 항공사 자체적인 객실 청소나 매뉴얼에 따른 소독은 이뤄지고 있지만 방역 당국 차원에서 개입해 기내 위생 상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행정적으로 관리·감독할 법적 테두리가 없었던 셈이다. 당국은 이 같은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주요 국제기구의 기준과 선진국의 방역 사례를 정밀하게 벤치마킹해 국내 실정에 맞는 '항공기 보건 위생 조사' 제도를 명문화할 방침이다. 명확한 법적 근거가 신설되면 여객기 역시 선박과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국가 보건 위생 조사의 대상이 된다. 이번 연구 용역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항공기 검역 및 보건위생관리가 필요하다는 배경에서 추진됐다. 당국이 벤치마킹하는 ICAO의 최신 지침인 '부속서9(출입국 간소화) 제17판(2025년)'은 각 체약국이 철저한 '위험 평가(Risk assessment)'에 근거해 항공기 소독 조건을 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내 소독이 필요할 경우 WHO 최신 지침 및 항공기 제작사 권고사항을 고려해 병원체의 유형과 위험군에 적합한 방식을 적용하고 오염 의심 구역에는 감염 병원체에 맞는 화학적 또는 비화학적 수단을 사용하며, 적절한 개인 보호구를 착용한 훈련된 인력에 의해서만 소독을 실시하도록 국제 기준을 엄격히 규정했다. 더불어 주먹구구식 방역을 탈피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 기반'의 위생관리 질적 고도화도 함께 추진된다. 시각적인 청결도를 확인 외에도 기내 환기 시스템을 통한 에어로졸 전파 억제력과 승객 접촉 빈도가 높은 좌석 표면의 오염도, 기내식 조리 공간(갤리)·화장실 내 바이러스 잔존 여부 등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측정해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질병청은 이번 연구를 통해 현장에 즉각 적용할 수 있는 '항공기 검역·보건위생관리 세부 방안'을 구체화한다. 우선 WHO와 ICAO 등 국제 가이드라인을 분석해 국내 적용 기준을 세우고 △세균 검출 △표면 오염도(ATP) 초과 △매개체(해충 등) 발견 △이물질 육안 확인 여부 등을 근거로 집중 점검할 대상 노선과 항공편을 핀셋 선정할 계획이다. 검역 현장의 실행력을 높일 촘촘한 감시망도 짠다. 현장 검역관이 기내 전체를 샅샅이 살펴보고 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격화된 '표준 점검표(체크리스트)'를 새로 도입한다. 특히 승객 접촉이 잦은 바닥·좌석·트레이 테이블을 비롯, 화장실·식품·식수 보관 구역 등은 '고위험 구역'으로 명시해 특별 관리한다. 이들 고위험 구역이나 육안상 오염이 의심되는 장소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ATP 검사를 실시하며, 필요시 검체를 채취해 정밀 감염병 검사까지 진행한다. 검사 대상에는 콜레라·장티푸스·세균성이질·장출혈성대장균(이상 2급), 비브리오패혈증(3급), 장염비브리오균·살모넬라균·장독소성대장균(이상 4급) 등 주요 법정 감염병 및 식중독 원인 병원체 9종이 대거 포함됐다. 위생 조사 결과 오염이 확인된 후의 사후 조치 지침도 깐깐해진다. 당국은 항공기의 빡빡한 지상 체류시간, 기종별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염 유형과 수준에 따른 세밀한 맞춤형 조치 기준을 신설한다. 여기에는 살균·살충 소독 방식부터 소독 약제의 범위와 투입 용량, 약제 노출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아울러 실제 기내 소독 업무를 대행하는 운송수단 소독업체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들의 장비와 시설을 직접 지도·점검하는 기준도 전면 보완할 방침이다. 새로운 규제 신설이 가시화되면서 항공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된다. 법령이 개정되면 공항에 도착해 다음 비행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Turn-around) 안에 한층 깐깐해진 국가 방역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각 항공사들은 기내 방역 프로토콜 전면 재정비와 인력 확충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 1Q 영업익 6389억 ‘순항’…“하반기 K-방산 수출 랠리·11조 선제 투자, 초격차 굳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회사 한화오션의 흑자 폭 확대와 본체 항공우주 부문의 호실적에 힘입어 2026년 1분기 견조한 성장을 달성했다. 주력인 지상 방산 부문은 내수 R&D 비중 확대와 수출 인도 일정에 따라 1분기 일시적인 '숨 고르기'를 거쳤으나, 39조7000억 원의 사상 최대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예고했다. 특히 실적 발표 직후 이어진 IR 컨퍼런스콜에서는 올해 폴란드 인도 물량 가이던스와 미국·중동·유럽 수주 파이프 라인, 캐나다 방산 밸류 체인 연계 수출 등 시장의 이목이 쏠린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질의응답이 오가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2028년까지 11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로드맵과 주주환원 강화 방안도 함께 공개됐다. ◇오션·항공우주 '쌍끌이' 호실적…“RSP 적자폭 대폭 축소" 3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 7510억 원, 영업이익 6389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21% 증가했다. 세전 이익은 5546억 원(141%↑), 당기순이익은 52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급증했다. 연결 기준 자산은 56조5428억 원, 부채 39조2031억 원, 순차입금 비율 41%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했다. 전사 실적은 한화오션과 항공우주 부문이 든든하게 받쳤다. 한화오션은 조업일수 감소에도 LNG 운반선 등 △고가 상선 프로젝트 비중 확대 △환율 효과 △원가 절감 등에 힘입어 매출 3조2099억 원, 영업이익 4411억 원(71%↑)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13.7%를 달성했다. 항공우주 부문은 매출 6612억 원(25%↑), 영업이익 226억 원(533%↑)으로 폭발적인 이익 성장을 보였다. 군수·장기 공급 계약(LTA) 물량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글로벌 엔진 제조사와 함께하는 국제공동개발(RSP) 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은 애프터마켓(AM) 부품 매출 비중이 확대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1분기 GTF 엔진 인도 대수는 232대로 전년 동기(257대) 대비 다소 줄었으나, AM 매출 증가로 1분기 RSP 영업손실을 전년 동기(253억 원) 대비 대폭 줄어든 161억 원으로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방산 수출과 ICT 호조로 영업이익 343억 원(2%↑)을 냈다. ◇1분기 쉬어간 지상 방산…“2분기부터 폴란드·이집트·호주 물량 본격화" 그룹 방산의 핵심인 지상 방산 부문은 1분기 매출 1조 2211억 원(5%↑), 영업이익 2087억 원(31%↓)을 기록했다. 내수 매출(5697억 원)은 41% 늘었으나, 수익성이 높은 수출 매출(6514억 원)이 13% 감소한 탓이다. 이에 대해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담당 전무는 “1분기 수출은 폴란드 천무 발사대 일부 물량만 제한적으로 반영됐고, 내수 매출 역시 양산보다는 이익률이 '로우 싱글(Low-Single)' 수준인 개발·정비 위주로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극적인 턴 어라운드가 예상된다. 한 전무는 “올해 연간으로 K-9 자주포 30문 이상, 천무 다연장 로켓 40대 이상을 폴란드에 인도할 계획"이라며 “2분기와 하반기에는 이집트 패키지·호주 레드백 장갑차·폴란드 물량에 국내 양산 매출까지 더해져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시적인 1분기 매출 믹스 변화일 뿐, 호주·이집트·폴란드 등 주요 수출 사업의 마진율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래 일감인 지상 방산 수주 잔고는 지난 1월 노르웨이 천무(1조3000억 원) 계약 등에 힘입어 39조7000억 원을 기록 중이며, 이는 연 매출 기준 약 3.5~4년 치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지난 4월 체결된 핀란드 K9 추가 수주(9400억 원)가 2분기에 반영되면 거뜬히 4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美 자주포 7월 윤곽·하이마스 지연 반사이익…글로벌 파이프 라인 '탄탄' 이날 IR 질의응답에서는 북미·유럽·중동을 아우르는 글로벌 추가 수주 파이프 라인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갔다. 한 전무는 “미국 차세대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독자 개발한 차륜형 자주포로 참여 중이며, 오는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과 연계해서도 현지 업체들과 K-9 등 지상 무기를 포함한 방산 밸류체인 구축 프레임워크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경쟁 모델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 납기 지연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한 전무는 “경쟁 무기의 나토(NATO) 국가 인도 지연이 최근 2년간 심화되고 있어 납기·원가·제품 경쟁력을 갖춘 우리 '천무'에 호재"라며 “특히 폴란드에 설립한 천무 유도탄 현지 합작 법인(JV)이 지속적인 유도탄 수요를 선점하는 강력한 경쟁 우위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페인 현지 파트너와의 K9 현지화 사업도 논의 중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현지에서는 대공 방어 체계 수요가 급증하며 '천궁-II(M-SAM)' 및 'L-SAM'의 조기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연됐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경비대(MNG) 수주 사업도 현지 정세가 안정화되는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시장의 경우 K-9 2차 패키지 논의와 더불어 '비호복합(대공무기)' 수출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한편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설에 대해서는 “현재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별도 기준 1분기 말 순차입금은 2조 3800억 원 수준이며 향후 방산 현지화 등 선제적 투자 및 운전자본 증가로 연말까지 다소 늘어날 수 있으나, 양호한 영업 현금 흐름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28년까지 11조 선제 투자…K-9 무인화·우주 경제권 아우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압도적인 기술 격차 확보를 위해 2028년까지 11조 원 이상을 쏟아붓는 메가 투자 로드맵도 발표했다. 글로벌 해외 투자에 6조2700억 원, 지상 방산·항공우주 인프라에 3조2400억 원, 신규 R&D에 1조56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게 사측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K-9A1을 K-9A2(자동화 포탑)를 넘어 K-9A3(완전 무인화)로 진화시키고, 다목적 무인 차량(Arion-SMET)·전투용 무인 수상정·잠수정·차세대 소형 무인기 엔진·레이저 대공 무기(천광) 등 유·무인 복합 체계 기술을 앞당긴다. 우주 부문에서도 누리호 고도화·차세대 발사체 사업 체계종합은 물론, 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와 연계해 위성 통신/관측 및 달·화성 탐사, 우주 자원 활용(ISRU)으로 이어지는 '저궤도 경제권' 독자 밸류 체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적극적인 투자 확대 기조 속에서도 주주 환원 정책은 한층 강화된다. '선(先) 배당금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설정' 제도를 정착시켜 주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올해 주당 배당금(DPS)을 3500원 이상으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2024~2028년 평균 배당액 이상의 강력한 주주환원을 이어간다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해진공 “유조선, 호르무즈 셧다운 리스크로 VLCC 운임 일일 50만 달러 폭등”

​글로벌 해운 시장이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와 주요 항로 우회 운항에 힘입어 단기적인 운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조선·건화물선·컨테이너선 등 3대 주력 선종 모두 당장 내년부터 역대급 규모의 신규 선박 인도가 쏟아질 예정이어서 머지않아 심각한 공급 과잉과 함께 구조적 하강 국면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영국의 해운·조선 분석기관 MSI(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2026년 1분기 시황 보고서 요약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해운 시장에서 가장 극적인 변동성을 겪고 있는 곳은 유조선 부문이다. 중동 분쟁 심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시장은 유례없는 운임 폭등을 경험했다. 이란 공습 직후 중동-중국 간(TD3C)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스팟 운임은 일주일 만에 일일 50만 달러까지 치솟았고 1년 기간 용선료 역시 일일 15만 달러를 기록하며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지속적으로 통제될 경우 하루 약 1200만 배럴의 원유 수출이 묶여 파이프 라인 우회 수송이 불가능한 정제 석유 제품의 경우 글로벌 수급 체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회 항로인 아프리카 희망봉을 택할 경우 항해 일수가 최대 90일 늘어나고 필요 선복량이 2.5배 급증해 실질적인 톤-마일(화물량×운송 거리) 증가가 발생, 물동량 감소분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호황에 가려진 '공급 폭탄'이 대기 중이다. 기록적인 운임 탓에 올해 노후선 해체(폐선)는 사실상 '제로(0)'에 머문 반면, 올 한해 유조선 신조 인도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4570만 재화 중량 톤수(DWT)로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유조선 전체 선복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VLCC 수주 잔량이 전체 선대의 25%에 육박해 선박 인도가 집중되는 2027년부터는 뚜렷한 선가 조정과 수익성 악화가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화물선(벌크선) 시장은 아프리카 기니 시만두(Simandou) 철광석 프로젝트 본격 가동으로 올해 약 2,500만 톤의 철광석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보크사이트 물동량 역시 전년 대비 8.0% 급증하면서 대형선인 케이프사이즈(Capesize)가 전체 운임 상승을 굳건히 주도하고 있다. ​올해 건화물선 전체 물동량은 1.9% 증가한 55억5900만 톤으로 전망된다. 장거리 항해와 체선 등이 반영된 실질 선박 수요 증가율은 2.9%로 선대 공급 성장률(2.8%)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글로벌 석탄 교역량은 전 세계적인 재생 에너지 급증과 탈탄소 여파로 지난해 첫 역성장(-4.3%)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8% 줄어들며 완벽한 구조적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단기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2025~2026년에 케이프사이즈를 중심으로 대거 발주된 신규 선박들이 시장에 인도되는 2028년 이후로는 심각한 선박 공급 과잉이 도래할 전망이다. 신조선가 역시 상반기 일시적 반등 이후 수주 잔량 잠식과 함께 하락세로 전환해 2028~2029년경 해운 사이클의 최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됐다. ​팬데믹 호황이 막을 내린 컨테이너선 시장은 쏟아지는 선박으로 인해 근본적인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했다.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수요 성장률은 3.0%로 전년(5.5%) 대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최대 타겟인 북미 노선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수요 약화 여파로 전년 대비 물동량이 1.2%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요 성장세가 꺾인 반면 선대 공급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총 선대 성장률은 4.2%에 달할 전망이며, 향후 5년 간 무려 1500만 TEU의 신규 선박이 바다로 쏟아져 나온다. 이에 따라 선복 공급 성장률은 2027년 7.2%, 2028년 9.2%로 매년 가파르게 치솟을 예정이다. ​극심한 수급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최근 운임이 단기 반등한 것은 온전히 지정학적 요인 덕분이다. 이란 분쟁 발발 전후로 선사들이 전쟁 할증료를 부과하면서 극동발 중동행 노선의 운임이 단숨에 140% 급등했고, 아시아-유럽 항로의 홍해 우회 장기화가 잉여 선복을 빨아들이며 하락 압력을 지지하고 있다. ​MSI 측은 “지정학적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운임 약세를 방어하고 있으나, 향후 홍해 항로가 정상화되어 운항 효율이 개선되면 그간 억눌렸던 공급 충격이 즉시 시장을 덮칠 것"이라며 “공급 확대 여파로 운임과 선가 모두 점진적인 약세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방산 빅4’ 영업익 4배, 중소기업은 제자리걸음…당정, ‘하드웨어·하도급’ 벗고 상생 생태계 짠다

국내 방위산업계가 전례 없는 '수출 잭팟'을 터뜨리고 있지만 대형 체계 종합 업체와 중소 협력사 간의 심각한 양극화가 생태계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낡은 하도급 관행과 경직된 획득 제도가 지속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함께 잡은 손, 더불어 만드는 K-방산 대도약' 정책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부승찬·김남근·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고,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주관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100대 방산기업 중 한국 기업들의 최근 매출 증가율은 39%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국내 방산 '빅4'의 합산 영업이익 역시 2021년 5128억원에서 2024년 2조1146억원으로 폭증했다. 하지만 하부 생태계의 사정은 다르다. 부 의원은 2022년 6.4%였던 대·중견기업 영업이익률이 2024년 13.7%로 치솟는 동안, 공급망을 지탱하는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5%에서 7.2%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고 언급했다. 부 의원은 “상당한 방산 수출 성과의 과실이 산업 전반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중소·중견기업들은 소외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소·중견기업은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는 혈관과도 같은 존재"라며 “공급망을 책임지는 기업들이 호황 흐름에서 소외된다면 K-방산의 지속 성장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지 생산'과 'SW·AI 전환'…샌드박스·독립 발주 절실한 이유 이날 현장에 모인 방산업계 관계자들이 단순한 이익 배분을 넘어 '규제 샌드박스'나 '독립 발주'와 같은 구조적 개선을 절실히 요구하는 데에는 명확한 거시적 배경이 존재한다. 첫째, 글로벌 수출 시장의 트렌드 변화다. 폴란드·중동 등 주요 수출국들은 완제품 수입을 뛰어넘어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기술 이전을 위한 '현지 생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대기업 단독 수출이 아닌 우수한 기술을 가진 부품·스타트업들이 처음부터 '한 팀'으로 동반 진출해야만 수주가 가능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UAE 현지에 K-방산 부품생산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인 LIG D&A의 장동권 전략기획실장이 “협력업체를 단순 하도급 업체가 아닌 공동 개발과 공동 해외 진출의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속도전이 된 방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간 첨단 기술이 방산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인증 절차를 유연화하고, 스타트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둘째, 무기체계의 핵심 가치가 전통적인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중심(SDD)'으로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획득 제도는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1회성 납품 방식에 머물러 있어 혁신 기술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미래 전장의 두뇌를 담당할 국방 AI 혁신기업 다비오(Dabeeo)의 발제는 이 한계를 명확히 짚었다. 다비오에 따르면 방산 분야의 인공지능은 1회성 납품(SI)으로 끝나는 장비가 아니라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과 성능 고도화가 필수적인 '국가 자산'이다. 박주흠 다비오 대표는 “현재처럼 체계 사업의 종속된 부속품 취급을 받는 낡은 하도급 구조에서는 역량 발휘가 불가능하다"며 “AI 전문 영역의 '독립 발주' 체계를 신설하고 소유권과 사용권을 분리하는 유연한 라이선스 방식을 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들은 낡은 잣대에 발이 묶여 있다. 배경호 퍼스텍 부사장은 “중견 기업의 기준 자체가 광범위해서 기업 규제와 중소 기업 보호 사이의 '정책적 소외'가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현행 자산 5000억원부터 10조원까지 하나로 묶인 기준 탓에 성장할수록 중소기업 보호 대상에선 제외되고 대기업 규제를 받는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메스 드는 정부, 하반기 '방위산업 상생법' 입법 예고 이러한 현장의 위기감과 당위성에 정부도 획득 제도 정비와 상생 환경 조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형석 방위사업청 방위산업진흥국장은 “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성과가 생태계 전체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 실태를 인정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오는 5월 '(가칭)방위산업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제정안 초안을 마련해 하반기 중 국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동참을 예고했다. 이은청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국장은 “방산 생태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간 협력관계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방산 분야만 별도로 평가하는 상생 수준 평가를 추진해 체계종합업체와 협력업체 간 협력 정도와 성과 공유를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윤성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진흥본부장은 “드론·인공 지능·로봇 등 미래 전장 기술에서 중소벤처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우수 민간 기술을 우선 도입해 실증한 뒤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 '국방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개발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강형배 인턴 기자·김수미 인턴 기자

“K-9·KF-21에 미사일도 세트 메뉴”…한화에어로스페이스, K-방산 ‘패키지 수출’ 시대 연다

K-방산이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마진율이 높고 지속적인 소모품 수익을 창출하는 정밀 유도 무기(PGM, Precision Guided Munition)를 세트로 묶어 파는 '패키지 수출(K-방산 2.0)' 시대로 본격 진입한다. 이는 K-9 자주포·다연장 로켓 천무·국산 전투기 보라매(KF-21) 등 무기를 쏘아 올리는 '발사 플랫폼'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겠다는 포부인 만큼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 향배에 이목이 집중된다.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 3층 오디토리움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화 테크 아카데미 2026'을 열고, PGM 사업부가 주도하는 첨단 항공 무장·스마트 탄약 국산화 청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강단에 선 백기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사업부 2사업단장은 확고한 비전을 밝혔다. 백 단장은 “대한민국의 자주 국방과 K-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KF-21과 같은 국산 전투기에 순수 대한민국 항공 무장을 탑재하기 위한 고효율 덕티드 추진 기술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K-장약의 아버지'라 불리는 손현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사업부 4사업단장 역시 “재래식 155mm 포탄에 유도 기능을 접목한 첨단 포탄 기술들은 대한민국 국방 전략의 미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적 스텔스기도 회피 불가"…2036년 양산될 '한국형 미티어' 첫 번째 테마는 4.5세대 국산 전투기 KF-21의 완벽한 '무장 독립'을 이끌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그 심장인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엔진 기술이었다. 우리 공군은 1949년 창설 이래 1970년대 500파운드급 MK82 폭탄 면허 생산을 거쳐 KF-21 자력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사일은 1950년대 미국산 팰컨(AIM-4)을 시작으로 줄곧 외산에 종속돼 향후 전투기 수출 시 해당 무기 제조국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치명적인 족쇄가 남아있었다. 조복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연구소 체계종합1팀 책임은 “현존 최고 성능인 유럽 MBDA사의 '미티어(Meteor)'에 적용된 덕티드 램제트 기술을 적용해 독자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 고체 로켓은 산화제(80%)와 연료(20%)를 모두 내부에 탑재해야 하지만, 덕티드 램제트는 비행 중 흡입한 외부 공기를 산화제로 쓴다. 그 빈 공간만큼 고체 연료를 가득 채워 사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 조정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연구소 추진탄약1팀장은 자사가 1973년 백곰 지대지 미사일부터 1989년 구룡 다연장 로켓, 최근 천궁과 천무를 거쳐 배회형 정밀 유도 드론(RPGW)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고체 추진 기관 전문 기업임을 강조했다. 그는 “덕티드 램제트는 초기 가속용 '무노즐 부스터'로 초음속에 도달한 뒤 '포트 커버'를 열어 유입된 공기와 '가스 발생기'에서 뿜어진 기체 연료를 폭발시켜 추력을 낸다"며 “종말 단계까지 마하의 초음속을 유지해 적기가 물리적 기동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게임 체인저"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2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국내 유일의 산화제 자체 제조 시설, 99.9% 신뢰도를 요구하는 포트 개방 화약(파이로) 장치 기술, 대전 사업장의 대규모 생산 설비 등을 완벽히 내재화했다. 이날 행사장에 공개된 설명 패널에 따르면 한화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2036년 이후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초음속 공대함-II, 공기흡입식 다연장 등 5대 유관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기자들의 기술 질의도 이어졌다. 초고속 비행 시 공기 유입으로 엔진 불꽃이 꺼지는 문제(플레임 아웃)에 대해 조복기 책임은 “영하 55도의 저온과 수백 도의 마찰열을 견디는 고도의 체계 종합 기술로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 킨잘·이스칸데르 같은 극초음속 타격에 대한 질문에는 “덕티드 램제트를 넘어 마하 5 이상 스크램제트 기반의 '하이코어(Hycore)'를 ADD와 선행 연구 중이며, 19개 대학과 75개 산학연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발 1억 美 '엑스칼리버' 한계 넘는다…우크라戰 교훈 담은 스마트 포탄 두 번째 테마는 K-9 자주포를 수직 정밀 타격 무기로 탈바꿈시킬 155mm 첨단 탄약 기술이었다. 김정훈 추진탄약2팀장은 “M549·XM1213과 같은 기존의 로켓 추진탄이나 항력 감소탄인 K307을 넘어 이제는 사거리 증가에 따른 탄착 오차를 줄여 소량의 탄약으로 표적을 제압하는 지능형 포탄이 필수"라며 투트랙 솔루션을 공개했다. 첫째는 '정밀 유도 포탄(155mm PGM)'이다. 길이 1m 이내, 중량 50kg 이하로 K9에서 발사된 후 공중에서 날개를 펴 통합 항법(GPS+INS)으로 유도 비행해 표적을 수직 타격(준수직 입사)한다. 2014~2019년 선도형 핵심 기술 개발을 마쳤으며 2026~2028년 탐색 개발, 2029~2032년 체계 개발을 거쳐 2033년 이후 전력화된다. 둘째는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탄도 수정 신관(CCF)'이다. 기존 재래식 포탄의 앞부분(신관)만 교체해 유도 기능을 부여하는 마법 같은 무기라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 전언이다. 2009년부터 선행 연구를 이어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말까지 자체 개발을 마친 뒤 2026~2031년 체계 개발을 거쳐 2032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사거리가 50km로 늘어나면 일반 포탄은 300m 이상의 오차가 생기지만 CCF를 장착하면 50m 원 안에 정확히 꽂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은 단연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으로 쏠렸다. 1발당 1억 원에 달하는 미국산 유도포탄 '엑스칼리버'가 러시아의 강력한 전파 교란(재밍)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지적에 김 팀장은 “우리 군은 초기부터 적의 강력한 재밍 위협을 상정해 고도의 '항 재밍(Anti-Jamming)' 성능을 요구했고, 당사는 관련 구성품 개발을 마쳤다"고 강조했다. 단가가 높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 1발로 목표를 제압하면 포탄뿐 아니라 비싼 추진 장약의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포신 마모까지 방지해 종합적인 경제성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했다. 경쟁사인 풍산의 사거리 연장탄과의 차별점으로는 '능동적 궤도 수정 제어' 유무를 꼽았다. 다만 김 팀장은 “초고압·고충격을 견뎌야 하는 관성 항법 장치(INS) 등 극소수 전자 부품은 아직 제한적인 해외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 국산화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한계를 짚기도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선원·해외 건설 근로자는 500만 원, 승무원은 20년째 100만 원”…항공업계, 조세 역차별에 ‘불만 대폭발’

동일하게 국경을 넘어 외화를 벌어들이지만 하늘에서 일하는 항공사의 운항·객실 승무원들은 20년째 조세 제도의 사각지대에 갇혀 있다. 해외 건설 근로자와 원양 어선 선원들의 국외 근로 비과세 한도가 월 500만 원으로 대폭 상향된 반면 항공 승무원의 비과세 한도는 2006년 이후 '월 100만 원'에 꽁꽁 묶여 있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턱없이 부족한 세제 혜택 속에 일선 종사자들의 박탈감이 극에 달하자 국내 항공업계를 지탱하는 21개 주요 기관이 전례 없는 단일 대오를 형성하며 정부에 강력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형 항공사·LCC·국제 기구·학계 총망라…“20년 역차별 끝내야"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공사 수장들과 학계·유관 기관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 '항공승무원 국외근로 비과세 형평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지지 동의서' 서명이 진행됐다. 개별 기업의 이해 관계를 넘어 대한민국 민간항공 생태계 전체가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참여 면면은 사상 초유의 규모를 자랑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를 비롯,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에어제타 등 총 10개 국적 항공사의 경영진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한국 지부·한국항공협회·항공의학협회·사단법인 한국항공교통관제사협회 등 주요 직능 단체와 한국항공대학교·한서대학교·항공우주산학융합원 등 학술·연구 기관 수장들까지 총 21개 기관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타 직군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비과세 한도의 합리적 조정 △20년 장기간 동결로 추락한 실질 지원 수준 회복 △대한민국 민간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현직 승무원 2891명의 절규…93.5% “현행 비과세 제도, 불공정하다" 일선 현장에 팽배한 불만은 수치로도 명확히 입증됐다. 현직 운항 승무원(87.9%)과 객실 승무원(12.1%) 28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뼈아픈 조세 불평등을 토로했다. 응답자의 76.2%는 근로 시간의 75% 이상을 국제선 비행에 할애하는 '절대적 국외 근로자'였으며, 5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율도 85.6%에 달하는 등 업계를 이끄는 핵심 인력들이 설문에 대거 참여했다. 조사 결과 선원·건설 근로자(500만 원)와 항공승무원(100만 원) 간의 비과세 한도 격차에 대해 응답자의 93.5%가 “전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강한 반감을 표출했다. 타 직군이 500만 원의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 조차 몰랐던 승무원도 43%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제도 개선에 대한 갈망도 압도적이었다. 응답자의 98.7%가 비과세 한도 확대가 “매우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향후 개선 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타 직군과의 형평성 확보(78.5%)'를 지목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가장 합리적인 비과세 한도 역시 타 직군과 동일한 '월 500만 원(84.3%)'이었다. 20년 전 잣대에 멈춰 있는 정책에 최소한의 물가 상승률(85.4%)과 체감 물가(87.1%)를 반영해 달라는 호소도 줄을 이었다. ◇“핵심 인력 뺏기면 비행 안전도 무너져"…생존 위한 방어막 절실 업계 전문가와 현장 종사자들은 이번 비과세 현실화 요구가 세금 감면 수준의 투정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의 붕괴를 막고 핵심 인재의 '엑소더스(대규모 이탈)'를 방어하기 위한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설문에서 승무원들은 비과세 확대가 가져올 파급 효과(복수 응답)로 '항공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86.3%)'에 이어 '해외 항공사로의 숙련된 인력 유출 방지(74.1%)', '우수 인력 확보 및 유지(53.8%)'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종사자 지원 정책을 묻는 질문에서도 '국외 근로 비과세 확대(82.8%)'가 타 정책들을 압도하며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항공 수요가 폭발하며 막강한 자본력과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무기로 장착한 중동 등 해외 유수 항공사들이 한국의 베테랑 조종사와 승무원들을 거침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조세 역차별로 인해 실질 소득마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핵심 인재 이탈은 곧 국가 항공 안전망 약화와 국제 경쟁력 추락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확보된 지지 서명을 바탕으로 국회와 정부에 정책 제안서를 제출하고, 항공 승무원 해외 근로 소득 비과세 확대와 항공 산업 인력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 정세로 인한 항공 산업 위기 상황에서 핵심 인력에 대한 지원은 필수적"이라며 “20여 년간 정체된 제도 개선을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파손 전차·자주포, 전쟁터서 뚝딱 수리”…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동식 야전 정비고’ 만든다

'K-방산 맏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장 한복판에서 파손된 전차나 자주포를 신속하게 수리할 수 있는 최첨단 '가변 조립식 야전 정비고' 기술을 고안했다. 좁은 상자를 펼치듯 거대한 정비 시설을 뚝딱 만들어내는 이른바 '트랜스포머 정비고'다. 고가의 무기 장비를 1회용으로 소모하는 대신 최전방 야전 유지·보수(MRO) 능력을 극대화해 기갑 전력의 생존성과 전투 지속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차세대 군수지원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10월 지식재산처에 '조립식 정비고'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려진 전차 살려라"…우크라이나 전쟁서 얻은 교훈 이번 특허의 핵심 배경에는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자리 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명세서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전차·자주포·로켓포 등을 이용한 고전적 전투가 여전히 전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하지만 피격되거나 고장 나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전투 차량의 비율이 높은 실정이어서 긴급 야전 정비를 위해 이동 및 조립이 간편한 정비고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명시했다. 파손된 궤도 장비나 고가의 무기를 멀리 떨어진 후방 대형 정비창으로 긴 시간 견인하지 않고 최전선 인근에 신속하게 임시 정비창을 구축해 즉각 조치함으로써 작전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현대 지상전에서는 뛰어난 무기 성능만큼이나 피격된 장비를 적재적소에 보수해 다시 투입하는 인프라가 승패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조립식 정비고 기술은 향후 우리 군의 전투 기동력 유지는 물론, 장갑차 등 무기 수출 시 타국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강력한 '현지 맞춤형 MRO 패키지'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웜기어·유압 실린더로 자동 전개…'이동식 큐브'가 거대 돔으로 특허에 공개된 조립식 정비고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이 스스로 좁게 접히고 넓게 펴지는 '자동 가변 접철' 시스템이다. 이 구조물은 크게 바닥과 하단 벽을 이루는 한 쌍의 '하부 단위 모듈'과 지붕 역할을 하는 한 쌍의 '상부 단위 모듈'로 구성된다. 트럭이나 열차에 싣고 다니는 '이동 모드'에서는 각 단위 모듈의 측벽과 상·하부벽이 직육면체 컨테이너 박스 형태로 콤팩트하게 접혀 기동성과 적재 효율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야전 목적지에 도착해 '설치 모드'를 가동하면 마법 같은 공간 확장이 일어난다. 각 모듈 내부에 탑재된 정교한 기계장치(제1~6 구동부)가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회전 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변환하는 웜(Worm)기어 장치와 벽면 모서리 사이를 강하게 밀어내는 유압(또는 공압) 실린더가 겹쳐있던 두꺼운 철제 벽을 밖으로 슬라이딩시키며 곧게 펼쳐낸다. 전개가 끝나 알파벳 'L'자 형태로 넓게 펴진 하부 모듈 2개 위에, 대칭 형태인 상부 모듈 2개를 레고 블록처럼 결합하면 내부에 거추장스러운 기둥이 전혀 없는 널찍한 단일 통합 정비 공간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호이스트에 리프트까지 품었다…길이는 터널형으로 '무한 연장' 이동식 정비고는 비바람만 피하는 임시 천막 가건물 이상의 설비를 자랑한다. 전개가 완료된 조립식 정비고 하단 바닥에는 수십 톤 중량의 전투 차량을 거뜬히 띄워 올려 차체 하부를 수리할 수 있는 '리프트(Lift)'가 장착된다. 또한 상부 천장에는 전차의 무거운 파워팩(엔진)이나 포탑 구조물 등을 들어 올리고 거치할 수 있는 천장 기중기 격인 '호이스트(Hoist)'가 내장되도록 설계됐다. 후방 정규 정비창의 핵심 인프라를 전선으로 통째로 옮겨온 셈이다. 공간 확장성도 무한에 가깝다. 정비고 전면에는 전차가 드나들 수 있는 힌지(Hinge) 결합형 도어가 장착되며, 후방 벽면은 상황에 따라 떼어낼 수 있다. 다연장 로켓(천무)이나 포신이 긴 K-9 자주포 등 덩치가 큰 체계를 정비하거나 여러 대를 동시에 수용해야 할 경우 동일한 단위 모듈을 뒷부분으로 계속 이어 붙여 터널 형태로 길이를 무한정 늘릴 수 있다. 전개된 벽면 결합 부위에는 구조물을 단단히 고정하고 밀폐력을 높여주는 '스토퍼(Stopper)' 장치도 반영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박규빈의 경영 현미경] “빚 쌓일수록 현금 넘친다”…현대로템, 6.3조 부채에도 웃는 이유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단 1년 만에 부채가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면 대체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나 무리한 차입 경영을 알리는 '적색 경보'로 해석된다. 늘어난 부채만큼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최악의 경우 존립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방산과 철도 인프라 수출의 최전선에서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로템이 최근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장부상 빚이 산더미처럼 쌓일수록 오히려 기업의 현금 곳간이 터질 듯이 넘쳐나고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는 수주산업이 만들어낸 '재무적 마법' 덕분이다. 현대로템의 2025년 말 기준 총 자산은 9조3180억원으로 전년 5조2854억원보다 약 4조326억원이나 급증했다. 기업의 덩치가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자산 팽창의 원인으로는 자본은 약 1조321억원 늘어나면서도 총부채가 3조2763억원에서 6조2768억원으로 약 91.6% 폭증한 결과로 분석됐다. 하지만 자본시장과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부채 급증에 전혀 우려를 표하지 않는다. 늘어난 부채의 핵심이 은행에서 빌려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차입금이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가 물건을 만들어달라며 먼저 앞당겨 준 '계약 부채'이기 때문이다. 2024년 말 1조7942억원이었던 현대로템의 계약부채는 2025년 말 3조9720억원으로 2조1778억원이나 늘었다. 당기에 늘어난 전체 부채 3조원 중 72% 이상이 계약부채 증가분인 셈이다. 수주산업에서 계약부채는 발주처로부터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받았지만 아직 제품을 제작·인도하지 않아 '매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임시로 부채에 잡아둔 금액인 선수금을 말한다. 이는 이자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무이자 자금일 뿐만 아니라, 향후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전액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전환되는 '착한 빚'이다. 즉, 장부상 선수금 계정의 액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돈을 벌 일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러한 계약부채의 팽창은 현대로템이 2025년에 연달아 터뜨린 초대형 잭팟 수주들의 결과물이다. 현대로템은 2025년 8월 폴란드 군비청과 무려 8조9814억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이행 계약을 맺었다. 앞서 2월에는 모로코 철도청과 2조2027억원 규모의 초대형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국가 간(G2G) 초대형 프로젝트가 성사되고 총 계약금의 일부가 막대한 선수금으로 현대로템의 계좌로 쏟아져 들어오며 장부상 부채가 크게 부풀어 오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제품이 순차적으로 인도되면서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한 매출채권 역시 2024년 9094억원에서 2025년 3조3919억원으로 2조4825억원(약 273%)이나 급증했다. 주요 거래 상대방이 폴란드 정부·모로코 철도청, 한국철도공사 등 국가 기관이기에 돈을 떼일 대손 위험은 제로에 가깝다. 막대한 무이자 선수금의 유입과 성공적인 수출 프로젝트의 진행은 현대로템의 수익성과 현금 창출력을 단숨에 폭발시켰다. 현대로템의 2025년 매출액은 5조8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성장했다. 이보다 훨씬 극적인 것은 이익 지표다. 영업이익은 1조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4566억원 대비 120.3%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과거 10%대 초반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은 마진이 압도적으로 높은 폴란드향 K-2 전차 수출 물량 인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며 17.2%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과거 오랜 기간 회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레일 솔루션(철도) 부문의 화려한 부활이다. 2024년 1231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철도 부문은 미국 LA 메트로·우즈베키스탄 고속 전철·이집트 전동차 등 양질의 해외 프로젝트 공정이 안정화되고 저가수주 물량이 해소된 덕분에 2025년 매출 2조896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하며 극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장부상 이익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현금 흐름표는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 능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2024년 1425억원이었던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은 2025년 9043억원으로 1년 만에 약 6.3배(7618억원) 증가세를 보였다. 곳간이 두둑해지자 현대로템은 과거의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했던 차입금과 사채를 대거 상환하기 시작했다. 2025년 현금 흐름표의 '재무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을 보면 유동성 장기부채 약 2556억 원과 사채 1150억 원을 상환하는 등 빚 갚는 데에만 막대한 자금을 썼다. 그 결과 회사의 '유동성 장기부채'는 전액 상환돼 장부에서 자취를 감췄다. 반면에 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4723억원에서 908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는 현대로템이 지급해야 할 이자부 차입금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훨씬 더 많은 완벽한 '순현금(Net Cash)' 경영 체제에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빚(선수금)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진짜 빚(차입금)은 갚고 현금은 넘쳐나는 마법이 실현된 것이다. 기업의 재무를 총괄하는 CFO 입장에서 선수금이 아무리 이자가 없는 '착한 빚'이라 하더라도 회계상 부채 총액이 6조 원대로 단기간에 급증하게 되면 재무 건전성의 대표 지표인 부채 비율이 치솟는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막대한 대규모 선수금 유입의 여파로 현대로템의 장부상 부채 비율은 전년 163.1%에서 2025년 말 206.4%로 43.3%p나 껑충 뛰어올랐다. 통상 부채 비율 200% 초과는 재무적 주의 단계로 여겨지며, 자칫 금융권 차입 한도 축소나 해외 대형 프로젝트 입찰 시 표면적인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으로 오인받을 소지가 있었다. 이에 현대로템 경영진은 2025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창원 공장 등 핵심 보유 토지에 대한 대대적인 자산 재평가를 실시했다. 과거 원가법으로 낮게 묶여 있던 5485억원 어치의 공장 부지의 가치를 공시지가 기준법 등을 활용해 현재 시가인 1조2982억원으로 재평가한 결과, 4364억원의 막대한 평가 차액이 발생했다. 회사는 여기서 향후 발생할 1284억 원 규모의 법인세 효과 등을 차감한 약 3081억 원을 '자산 재평가 이익' 명목으로 자본 항목인 '기타 자본 구성 요소(재평가 잉여금)'에 편입시켰다. 외부에서 유상증자 등으로 주주 가치를 희석하며 자금을 끌어오지 않고도 회사가 본래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가치를 현실화해 분모인 '자기 자본'을 단숨에 대폭 확충한 것이다. 당기순이익 7705억원 달성에 따른 이익 잉여금 증가와 자산재평가 효과가 강력한 시너지를 내며 2024년 2조90억원이던 총자본은 1년 만에 3조412억원으로 1조 원 이상 급증했다. 한발 앞을 내다본 회계적 묘수가 3조 원의 선수금 유입으로 인한 부채 비율 상승 충격을 선제적으로 억제하고, 향후 차세대 전차·수소 철도 모빌리티 생산 설비 등 대규모 시설 투자를 위한 든든한 재무적 융통성을 확보해 낸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자 과실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사상 최대 실적과 전례 없는 잉여현금 흐름(FCF)을 확보한 현대로템 이사회는 2025년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6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2024년 주당 배당금 200원에서 3배 인상된 결정으로, 총 현금 배당금 지급액만 655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로템은 이번 사업 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선진적인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식 천명했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 성향 8% 수준을 핵심 타겟으로 유지하며, 2025년 결산 배당부터 2027년 결산 배당까지 향후 3년간 매년 주당 배당금(DPS)을 10~50% 상향하겠다"는 강력한 우상향 배당 플랜을 확정 지었다. 장기적인 미래 투자 재원 확보와 주주 환원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약속으로,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대목이다. 이 배경에는 29조7735억원에 달하는 경이로운 수주 잔고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전년 대비 59%나 폭증한 수치로, 이는 2025년 연간 매출액인 5조8390억원을 기준으로 5년 치가 넘는 넉넉한 일감을 창고에 가득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EC2 K-2PL·계열 전차와 그리고 EC1 군수품·탄 등 폴란드 물량만으로도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실적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라크·페루·루마니아 건 수주 시 무난하게 탑 라인·이익 모두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K-UAM 통신망 ‘1.4GHz’ 검토…항우연, ‘위성 전파 간섭’ 검증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상용화의 핵심 인프라인 '전용 상공망(통신망)' 후보 주파수로 1.4기가헤르츠(GHz) 대역을 사실상 낙점하고 정밀 기술 검증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항공 모빌리티 상용화를 위해 치열한 주파수 확보전을 벌이는 가운데, 최적의 대역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해당 주파수가 기존 상용 통신 위성망과 겹쳐 심각한 '전파 간섭'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 당국이 이를 차단하기 위한 긴급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항우연은 K-UAM 상공망 후보 대역을 특정하고, 해당 대역의 위성 간섭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 과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K-UAM 상공망 후보 대역(1.4GHz) 대상 정지 궤도 위성 전파 간섭 영향성 분석 및 간섭 완화 기술 효과 분석' 과업 지시서에는 도심 환경을 3D로 모델링해 위성 전파가 UAM 기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하고 방어 기술을 검증하라는 지침이 담겨 있다. 특히 연구 기관의 공식 문건에 K-UAM 상공망 후보 대역으로 1.4GHz가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빌딩풍' 뚫는 1.4GHz, K-UAM 생명선 낙점된 이유 UAM 기체는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 상공 300~600m 저고도를 비행한다. 승객이 기내에서 유튜브를 보는 '서비스용 통신'은 기존 5G·LTE 망을 일부 활용할 수 있지만, 기체의 안전한 자율 비행과 지상 관제를 책임지는 '제어용 통신(C2, Command and Control)'은 단 1초의 끊김이나 지연도 대형 참사로 직결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망과 완벽히 분리된 별도의 독립된 주파수가 필수적인 이유다. 항공·통신 전문가들은 1.4GHz 대역이 도심 항공 통신의 '황금 주파수'라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5G 고주파는 직진성이 강해 도심 고층 빌딩에 막히면 전파가 끊기는 '음영 지역'이 발생하기 쉽다. 반면 저대역에 속하는 1.4GHz(L-대역)는 파장이 길어 빌딩 숲을 유연하게 에둘러 피해 가는 '회절성(回折性)'이 매우 뛰어나다. 비나 눈이 오는 악천후에도 통신 품질 저하가 적어 수도권 상공을 누비는 K-UAM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수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특정 주파수의 간섭 시뮬레이션을 긴급히 돌린다는 것 자체가 최종 할당을 앞둔 사실상의 '내정 단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주파수 삼국지…미국은 5GHz, 중국·홍콩은 1.4GHz 안전한 상공망 주파수 확보는 글로벌 모빌리티 패권을 쥐기 위한 국가적 과제다. 광활한 영공을 가진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근 드론 및 UAM 제어 통신을 위해 5GHz 대역(5030~5091MHz)을 우선적으로 할당해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고층 빌딩이 밀집한 중국 선전시나 홍콩 통신국(CA)은 도심 환경에 유리한 1.4GHz 대역(1430~1444MHz)을 저고도 무인기 전용망으로 공식 할당해 이미 실증에 돌입했다. 한국이 1.4GHz 대역을 성공적으로 채택할 경우,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향후 기체 및 통신 장비 수출 시 글로벌 호환성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늘길 덮치는 우주 전파… 제2의 '美 고도계 사태' 막아라 뛰어난 이점에도 불구하고 1.4GHz 대역은 치명적인 암초를 안고 있다. 바로 우주에서 쏟아지는 기존 '위성 전파'와의 정면 충돌이다. 1467~1492MHz 대역은 현재 동경(東經) 105도 상공에 위치한 통신 위성 '아시아스타(ASIASTAR)'와 향후 발사될 후속 위성 '실크웨이브-1(Silkwave-1)' 등 정지 궤도 위성들이 지상으로 강하게 쏘아 보내고 있는 주파수 대역과 정확히 겹친다. 위성에서 내리꽂히는 강력한 전파가 UAM 기체와 지상 기지국 안테나에 섞여 들어갈 경우 심각한 노이즈를 발생시켜 자칫 에어택시 통신 두절을 유발할 수 있다. 항공 분야에서 전파 간섭은 국가적 재난을 부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2021년 미국에서는 통신사들이 5G용 주파수(C-밴드)를 개통하려 하자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전파 고도계 주파수와 인접해 전파 간섭으로 착륙 시 추락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며 대규모 항공기 무더기 결항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항우연이 이번 시뮬레이션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와 같은 '주파수 간섭 대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항우연은 오는 7월 17일까지 기존 위성의 시간에 따른 궤도 기동 변화와 도심 건물에 의한 전파 차폐 효과를 반영해 3차원 정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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