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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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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발 2천원짜리 ‘빛의 방패’…한화시스템의 레이저 무기 ‘초격차 위용’ [심층기획]

현대 전장(戰場)에서는 수천만원짜리 자폭 드론 군집을 막아내기 위해 한 발에 수십억 원짜리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군사비 비대칭 무기' 전략을 감수하고 있다. 이처럼 드론과 로켓, 미사일이 뒤섞여 날아오는 복합 공중위협이 일상화 된 전쟁터에서 각국 군 당국과 방위산업계는 교환비가 맞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인 '레이저 무기(Laser Weapon)'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1960년 미국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메이먼이 세계 최초로 루비 레이저를 개발한 이후 '유도 방출로 인한 빛의 증폭'(LASER: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원리를 무기화하려는 시도는 강대국들의 오랜 꿈이었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기에 사실상 회피(방어)가 불가능하고, 곡선을 그리는 탄도 궤적이 아닌 직진 경로 특성상 명중률이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탄약 고갈의 공포 없이 전력만 공급하면 무한정 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우리나라도 레이저 무기 개발에 열외는 아니다. 영국의 최신 레이저 무기 '드래곤 파이어'가 1발당 약 1만7000원의 비용을 자랑하지만 한화시스템이 100% 국산화해 서울 용산에 실전 배치한 20킬로와트(㎾)급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의 1발당 사격 비용은 2000원 남짓에 불과하다. 때문에 혁신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레이저 무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QY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레이저 무기 시장은 2025년 7억4300만달러에서 연평균 20.35%씩 팽창해 오는 2031년 22억5700만달러(약 3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미 육군의 300㎾급 'IFPC-HEL'과 해군의 'HELIOS'를 이끄는 록히드마틴·보잉,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Iron Beam)'을 개발한 라파엘 등 전통의 방산 공룡들이 격돌하는 이 거대한 군수시장에서 한화시스템이 특허기술을 무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2월 전 세계 무기 수입의 30%가 집중된 중동의 심장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선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WDS 2026'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화시스템은 레이저 무기 '천광 블록-I'을 전면에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 시절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고정형으로 실전 배치된 바 있는 천광은 기동성을 대폭 높인 차량 탑재형(블록-II)과 함정·항공기용(블록-III)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00㎾급 출력을 향한 '열(熱)과의 전쟁'…빛을 엮고 열을 식히다 한화시스템이 출원하고 확보한 방대한 기술 특허에는 이들이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적 우위를 점했는지를 보여주는 치열한 혁신의 궤적이 드러난다. 수 ㎞ 밖 표적의 외피를 순식간에 녹여버리려면 현재 전술 레이저의 주류인 '고체 광섬유(Fiber) 레이저'의 출력을 100㎾급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단일 광섬유 하나로 이 정도 출력을 내면 내부의 온도가 치솟아 굴절률이 뒤틀리는 '열 렌즈(Thermal lens)' 현상이 일어나 빛의 품질이 무너지거나 매질 자체가 타버린다. 결국 여러 가닥의 중간 출력 레이저를 하나로 묶는 '빔 결합' 기술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수백 개의 빔을 합칠 때 위상(빛의 파동)이나 주파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출력이 오히려 상쇄된다는 점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혼성 빔 결합' 특허를 완성했다. 빛의 파동을 일치시키는 '결맞음 빔결합', 서로 다른 파장을 프리즘 같은 회절격자로 묶어내는 '파장 제어 빔 결합', 그리고 수직·수평 편광을 합치는 '편광 결합'을 하나의 시스템에 계층적으로 연동시킨 것이다. 모든 채널을 한 번에 통제하면 제어기에 막대한 과부하가 걸리지만 이 세 가지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제어 부담을 획기적으로 분산시키고 고품질의 결합 빔을 폭발적으로 뿜어낼 수 있게 됐다. 출력이 높아진 만큼 발생하는 맹렬한 고열은 무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열이 쌓이면 주변 공기가 가열돼 빛이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는 '열 번짐(Thermal Blooming)'이 일어난다. 특히, 굵은 대구경 광섬유들을 이어 붙이는 '융착부(Splicing)'에 발열이 집중되면 공기 입자 자체가 파괴되어 플라즈마화 되면서 레이저의 직진을 막아버리는 '에어 브레이크다운(Air Breakdown)' 현상까지 발생한다. 기존처럼 접착제로 붙이거나 단순 방열판을 대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한화시스템은 발상을 전환해 융착부 자체가 차가운 냉각수 유로에 직접 잠겨 흐르도록 만드는 '수냉식 직접 냉각' 특허를 고안했다. 펄펄 끓는 용광로의 심장에 얼음물을 붓듯, 극한의 열을 즉각 빼앗아 열 변형을 원천 차단했다. 동시에 빛이 강하게 집속되는 렌즈 시스템 구간을 아예 진공 상태(진공셀)로 만들어 에어 브레이크다운 현상마저 없앴다. 거대한 냉각 설비의 덩치를 줄인 공간 혁신도 눈부시다. 100㎾급 출력을 감당하려면 트레일러만 한 냉동기가 필요하지만 한화시스템은 상변화 물질(PCM)을 이용해 대기 시간 동안 차가운 에너지를 펜타데칸(Pentadecane) 같은 특수 물질에 미리 비축해 두는 '축냉식 냉각 장치'를 도입했다. 발사하는 짧은 순간에 비축된 냉기를 폭발적으로 방출해 냉동기의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여기에 수㎞에 달하는 증폭용 광섬유를 밖에서 안으로, 다시 안에서 밖으로 실타래를 얽듯 4중으로 겹쳐 꼬아버리는 '사중 나선 코일링' 기술을 더해 배선 공간을 압축했다. 납작하게 감긴 광섬유가 냉각 패널에 빈틈없이 밀착되어 열을 순식간에 식혀준다. 육중한 트럭에나 실리던 무기가 장갑차나 소형 전술차량에도 탑재될 수 있는 진정한 '기동형 레이저 무기'로 진화한 비결이다. ◇흔들리는 전장, '광학 노이즈 캔슬링'으로 바늘 구멍 뚫다 울퉁불퉁한 험지를 내달리는 기동 플랫폼 위에서 시속 수백㎞로 회피 기동하는 적 드론의 동전만 한 취약점을 수 초간 끈질기게 지져야 하는 레이저 무기에게 흔들림은 곧 요격 실패와 동의어다. 플랫폼의 미세한 진동이 수 ㎞ 밖에서는 수십 미터의 오차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차량 진동과 표적의 움직임을 하나의 고속 추적 거울(FSM)로 동시에 보정하려다 보니 연산 과부하로 렌즈가 구동 범위를 벗어나는 오류가 잦았다. 거울을 두 개로 나누어 쓰자니 거울끼리 움직임이 간섭되어 초점을 잃었다. 한화시스템은 이 난제를 '푸리에 영역 위상 정합(Fourier domain phase correlation)'이라는 고도의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풀어냈다. 카메라 영상에서 요동치는 배경 노이즈를 외부 소음을 상쇄하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이어폰처럼 걸러내고, 순수한 표적 중심부의 미세 이동량만 0.001초 단위로 발라내는 기술이다. 나아가 두 거울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미리 오차를 계산해 상쇄하는 '보상 행렬(Compensation Matrix)' 알고리즘을 주입했다. 두 거울이 유기적으로 동기화돼 출렁이는 전장 위에서도 표적을 자석처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압도적 타격 능력을 완성했다. 거리에 따라 초점을 잃어버리는 렌즈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도 뛰어넘었다. 일반적인 비축(Off-axis) 반사망원경은 렌즈 축이 어긋나 있어 먼 곳은 잘 맞추지만, 500m 안팎으로 코앞까지 다가온 드론에는 빔의 초점이 흐려져(광학 수차 발생) 화력이 급감하는 맹점이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빛의 경로가 일치하는 '동축(On-axis) 쿠데 광학 시스템'을 설계하고, 부반사경을 오목 렌즈 형태로 만들어 빛을 렌즈 내부에서 두세 번에 걸쳐 완만하게 확산시킴으로써 광학 왜곡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수 킬로미터 밖 원거리부터 초근접 표적까지 모두 동일한 고품질의 빔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표적까지의 거리를 재는 레이저 거리측정기(LRF)와 야간 조명기를 빛을 굴절시키는 '광학 쐐기(Optical wedge)'라는 부품 하나로 통합해 렌즈 시스템의 군살을 빼냈다. 특히, 무거운 조명용 레이저를 따로 다는 대신 타격용 부반사경의 위치를 앞뒤로 미세하게 움직여 레이저 빔의 발산 각도를 넓힘으로써 타격용 레이저를 거대한 '조명기'로 대체해버리는 기발한 특허까지 적용했다. ◇“산 너머 쏘고, 셀 수 없이 많아지는 암호 경호의 수"…상식 파괴하는 비대칭 전술 한화시스템의 특허에는 현대전의 전술 개념을 송두리째 바꿀 차세대 아이디어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빛은 무조건 직진하기 때문에 산이나 건물, 지평선 너머에 숨은 적(비가시선 표적(NLOS, Non-Line-of-Sight))은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이 레이저 무기의 최대 약점인 가시선(LOS, Line of Sight) 한계다. 한화시스템은 반사 거울과 짐벌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드론)를 하늘에 띄우는 기발한 '빔 경로 변경 장치' 전술을 특허로 냈다. 지상의 레이저 무기가 공중의 아군 드론 반사경을 맞추면 드론이 표적 간의 3차원 위치를 계산해 반사경의 '법선 벡터(Normal Vector, 반사각)'를 실시간으로 미세 조정한다. 사각지대의 적에게 빛을 '당구 쿠션' 치듯 튕겨 내리꽂는 것이다. 은폐된 적을 타격하면서도 아군의 발사 원점은 숨길 수 있는 혁신적 전술이다. 실전 배치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안전'과 '통신 보안' 문제 역시 치밀한 화학과 광학의 융합으로 잠재웠다. 기존 1㎛ 파장의 고출력 레이저는 빔이 대기 중의 먼지나 수증기에 부딪혀 산란될 경우 이를 바라본 아군이나 민간인의 망막을 태워 영구 실명을 유발할 위험이 컸다. 이는 UN의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실명 레이저 무기 금지)' 위반 소지까지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를 피하려면 인체에 닿아도 각막과 수정체에서 흡수되어 망막까지 투과되지 않는 1.5㎛ 이상의 '눈 안전 파장(Eye-safe)'을 써야 한다. 하지만 기존 대구경 라만 광섬유를 쓰면 파장이 길어지기 전 빛이 찢어지고 왜곡되는 '영분산(Zero-dispersion)' 지점을 통과하며 빔이 망가지는 한계가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광섬유에 '이산화 게르마늄'을 50~80%라는 극한의 비율로 특수 첨가해 영분산 지점을 아예 1.6㎛ 장파장 대역 너머로 이동시켰다. 시력을 보호하면서도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무기급 고출력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적의 해킹과 역추적을 막는 통신 보안 기술도 압도적이다. 아군 전투기나 정밀 유도 무기에 표적의 위치를 점 찍어 알려주는 '레이저 표적 지시기'는 기존에 레이저 빛의 깜빡임(펄스) 간격만을 조절해 암호화(PIM)를 했다. 이는 경우의 수가 24개에 불과해 적군이 쉽게 패턴을 읽어내고 아군의 위치를 역추적할 위험이 컸다. 한화시스템은 KTP(Kotassium-Titanyl-Phosphate)·KDP(Kinetic Data Processor) 같은 비선형 결정(OPO, Optical Parametric Oscillator) 파장 변환기를 결합해 펄스의 간격뿐만 아니라 펄스마다 빛의 '파장(색깔)'까지 무작위로 섞어 쏘는 '다중 파장 펄스 변조(WDM-PIM, 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Protocol Independent Multicast)' 특허를 냈다. 적군 입장에서는 시간과 색깔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풀어야 하므로, 암호 해독 경우의 수가 단숨에 천문학적으로 폭증한다. 전장에서의 해킹을 원천 차단한 '언크래커블(Uncrackable)' 시스템을 빛으로 구현한 셈이다. ◇보병이 메고 쏘는 '모듈형 레이저 소총'…다층 방공망의 룰 세터로 이러한 극한의 소형화와 열 제어·정밀 조준 기술이 향하는 궁극적인 종착점은 보병 개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휴대용 레이저 무기'다. 최근 한화시스템이 확보한 특허에 따르면 집채만 한 거대한 레이저 시스템을 △레이저 발진기 △빔 집속기 △제어 영상 처리기 △냉각기 △전원 공급기 등 각각 80㎏ 이하의 '도수 운반'이 가능한 5개의 조립식 모듈로 분할하는 데 성공했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험준한 산악 지형이나 고층 빌딩 옥상으로 병사들이 모듈을 들고 올라가 즉석에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쓸 수 있다. 무거운 배터리와 냉각기는 병사가 '백팩'처럼 등에 메고, 레이저 발사기는 익숙한 '소총' 형태로 손에 들고 쏜다. 이때 보병이 험지에서 들고 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거친 호흡과 손떨림마저 총기 손잡이에 내장된 3축 가속도 및 자이로 센서가 감지해 낸다. 센서가 물리적 떨림을 읽어내면 '역진 연산 좌표' 알고리즘이 멤스(MEMS) 기반의 압전 액추에이터를 구동해 총기 내부의 타격용 반사 거울을 0.001초 만에 흔들림의 역방향으로 꺾어(틸팅) 보정한다. 보병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고 쏴도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담보하는 '스마트 레이저 소총'의 개념이 완성된 것이다. 보병 한 명이 움직이는 든든한 방공망이 되며, 국가 중요 시설을 지키는 대테러 무기로도 손색이 없다. 물론 레이저 무기에는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기상 조건에 열에너지를 뺏겨 위력이 반감되고, 벌떼처럼 몰려오는 군집 드론을 상대로는 한 대씩 순차적으로 요격해야 하는 '시간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같은 연유로 현대전에서 레이저는 단일 무기체계로 쓰이기보다 전자기파 무기와 전자전, 전통적 대공화망이 겹겹이 방어막을 치는 소위 '다층 복합 방호 체계'의 핵심 정밀 타격 자산으로 통합될 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 3㎞ 밖에서는 재밍으로 적의 회로를 마비시키고 2㎞ 내로 진입한 표적은 그물형 드론으로 포획하며, 최종 방어선인 1㎞ 내외에서 고출력 레이저가 잔존 위협을 정밀하게 태워버리는 빈틈없는 무기체계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국가 전략인 '비전 2030'을 통해 현지 공동 생산과 기술 이전을 통한 방산 생태계의 자립을 열망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WDS 2026에서 차세대 레이다·AI 복합 솔루션과 함께 첨단 레이저 무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수백 건의 촘촘한 특허와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 생태계의 자립을 이끄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이로써 날씨·조준·부피·가시선 등 물리적 한계를 하나하나 극복하며 솟아오른 한화시스템의 '빛의 무기'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새로운 룰 세터(Rule Setter)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중동전쟁·곡물 출하로 운임↑…글로벌 해운 ‘순풍’

미-이란 전쟁의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 선사들의 할증료 인상, 남미지역 곡물출하 성수기 등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이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의 '주간 해운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건화물선(Drybulk)은 남미지역 곡물 성수기와 케이프선의 견조함이 시장을 이끌었고, 컨테이너선은 비수기임에도 선사들의 적극적인 운임 방어와 할증료 도입으로 상승했다. 유조선 시장은 이란의 아랍에미리트(UAE) 항만 공격으로 중동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오르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건화물선, 남미 곡물 피크·양대 수역 수요가 견인한 상승장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건화물선 시장은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 8일 기준 발틱운임지수(BDI)는 전주 대비 248p(9.1%) 상승한 2978p를 기록하며 3000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KOBC 건화물선 종합지수(KDCI) 역시 10.5% 오른 2만8692달러를 기록했다. 선형별로 대형선인 케이프(Cape)는 고점 인식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도 서호주 항로에서 마이너 광업사들의 활발한 운송(용선)계약 체결 여파로 운임이 올랐다. 중국 노동절 이후 철강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원료 구매 심리가 회복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선물(FFA)시장은 5·6월물이 강력한 백워데이션(현물 고평가) 구조를 보이며 2분기 말 하향 안정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중형선인 파나막스(Panamax)는 남미 대두 피크 시즌 유지와 북미 옥수수 수출 급증이 지수를 강하게 견인했다. 수프라막스(Supramax) 역시 대서양 곡물 항로 강세와 아시아 석탄 수요가 맞물리며 지지력을 유지했다. ◇컨테이너선, 비수기 뚫은 선사들의 '할증료' 승부수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42.81p 상승한 1954.21을,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2p 오른 2194를 기록했다. 비수기 진입으로 실질적인 화물 수요가 둔화됐음에도 운임 상승을 주도한 것은 미주와 남미 등 장거리 원양노선이었다. 주요 선사들이 비상연료 할증료(EFS)와 성수기 할증료(PSS)를 적극 도입한 결과다. 실제로 선사 MSC는 아시아-미주 동안노선의 EFS를 FEU당 430달러에서 644달러로 대폭 인상했고, CMA-CGM은 이달 1일부로 아시아-북미 전 노선에 FEU당 2000달러의 PSS를 전격 도입했다. 중동 항로는 미국-이란 간 협상 소식에도 이란의 CMA-CGM 컨테이너선 공격과 HMM 운영 화물선·고속정 위협 등 보안 사고가 이어지며 우회운항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과 관련된 굵직한 소식도 전해졌다. 독일 하팍-로이트(Hapag-Lloyd)는 이스라엘 선사 짐(ZIM) 주주들의 압도적 찬성(97%)으로 42억달러 규모의 인수안을 통과시키며 선복량 300만 TEU 이상의 초대형 선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아울러 머스크(Maersk) 최고경영자(CEO)는 중동전쟁이 종식될 경우 아시아-유럽 항로 운항시간 절감을 위해 홍해 및 수에즈 항로의 상업운항 복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UAE 석유터미널 피격에 VLCC 반등…유가는 '휴전 기대'로 하락 글로벌 유조선 시장은 중동지역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에 선종별 운임이 엇갈렸다. 5월 초 이란이 UAE 푸자이라항 석유터미널을 드론으로 공격했다는 소식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되며 중동-중국 구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단기급등 후 강보합세를 보였다. 수에즈막스(Suezmax) 역시 중동 긴장 고조로 서아프리카 등 대서양 수역의 대체 원유 수요가 몰리고 미국 원유 재고가 크게 줄면서 강세를 탔다. 반면에 호르무즈 해협 외곽마저 위험에 노출되자 화주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아프라막스(Aframax)와 제품선(LR2, MR)은 용선활동 급감과 가용선박 증가로 운임이 하락했다. 한편, 해상운송 리스크 고조에도 국제 유가는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주 대비 배럴당 6.52달러 하락한 95.42달러를 기록했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전개하고 미국-이란 간 14개 항목에 달하는 휴전 양해각서(MOU) 합의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원유 공급 불안 심리를 잠재웠기 때문이다. 다만, 벙커유(선박 연료유) 가격은 푸자이라항 피격 여파로 싱가포르 등 주요 항만에서 일시급등하는 불안정한 장세를 보였다. ◇신조선가 '강세' 랠리, 중고선·해체선은 약세 전환 선박매매 시장에서는 신조선가(Newbuilding)가 전 선형에 걸쳐 랠리를 이어갔다. 18만 톤급 케이프선 신조선가는 7200만 달러, 31만 톤급 VLCC는 1억2746만 달러로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와 달리, 5년 선령의 중고 선가는 선종별로 희비가 엇갈려 케이프와 수에즈막스 등은 전주 대비 상승했지만, 캄사르막스, 파나막스, VLCC 등은 하락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방글라데시 기준 인도 대륙의 선박 해체 가격은 벌커와 탱커 모두 전주 대비 톤당 5달러 하락(벌커 430달러, 탱커 435달러)하며 약세로 전환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역대급 실적 최윤범號 고려아연, 美핵심광물 패권 노린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이른바 '퍼펙트 스톰' 속에서도 고려아연이 질주를 거듭했다. 외형 성장을 넘어 압도적인 수익성까지 챙겨 본업의 고도화와 미래 신사업을 동시에 좇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11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으로 연결 기준 매출 6조 720억원, 영업이익 7461억원을 지난 6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8.4%, 영업이익은 무려 175.2% 급증한 실적이다. 분기 실적 공시가 의무화된 이후 무려 '105분기 연속 영업흑자'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이어갔고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역시 12.3%로 껑충 뛰며 내실을 단단히 다졌다. 이번 호실적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최악의 대외 환경을 극복하고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올 1분기는 이란 무력 충돌 우려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와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악조건 속에서도 고려아연은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무기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수급 불안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그 결과 금·은 등 귀금속의 판매량 증대와 이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렸으며, 핵심광물 부문의 매출 호조까지 더해져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보여준 '지속 성장'의 든든한 배경으로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뚝심 있는 미래 전략을 꼽는다. 최 회장은 2022년 말 취임 이후 기존 제련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다지는 동시에 △신재생 에너지·그린수소 △2차 전지 소재 △자원 순환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전략을 진두지휘해 왔다. 경영권 분쟁 등 내부적인 노이즈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된 이 비전은 이제 실제 이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궤도에 오른 신사업 부문의 실적 기여도는 올 1분기 구리(동) 판매량 증가와 함께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자원순환 사업의 전초기지인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Pedalpoint)'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확고한 실적 성장세를 띠며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완벽한 성공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막강한 기초체력을 확인한 고려아연의 시선은 이제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대륙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 회장과 경영진이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는 현안은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이다. 이는 미국 정부 등의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력과 북미 현지 네트워크가 결합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조기에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핵심 광물 밸류 체인 내에서 대한민국과 고려아연의 글로벌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릴 승부수로 평가받는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지난달 테네시주에 위치한 니어스타USA 제련소 및 관계사 인수를 마무리 짓고 '크루서블 징크(Crucible Zinc)'를 공식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최 회장은 출범 기념식에서 “우리의 모든 역량과 경험, 최신 기술을 총망라해 세계 최고의 핵심광물 처리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천명했다. 이어 “고려아연 성장의 근간에는 늘 '사람'과 '진심'이 있었다"며 “동료, 지역사회와 함께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위대한 기업을 만들 것"이라며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을 재차 강조했다. 고려아연의 광폭 행보에 미국 연방정부도 전폭적인 인허가 지원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최근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미국의 대형 인프라·자원 인허가 패스트트랙 제도인 'FAST-41' 적용 대상으로 최종 지정됐다. 국내 여러 부처에 산재한 복잡한 인허가 심사를 통합 관리해 속도전을 가능케 하는 파격적인 제도다. 미국 인허가위원회에 따르면, FAST-41에 지정된 프로젝트는 최종 결정기록서(ROD) 발급까지 걸리는 기간이 비지정 사업 대비 평균 18개월이나 단축된다. 공기 단축이 곧 수익성 극대화로 직결되는 만큼 엄청난 날개를 단 셈이다. 시장과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전쟁 위기나 귀금속 가격 변동 등 단기적인 모멘텀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의 고속 질주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리 생산량 확대 등 빈틈없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향후 본격화될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시너지가 강력한 방어막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윤상 iM증권 연구원은 8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현재 비우호적인 거시 환경과 실적 모멘텀이 다소 둔화하더라도 고려아연 주가의 중장기 방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중동 리스크가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며, 아연·연·동 등 주력 품목의 실물 수급 차질이 오히려 가격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희소금속의 전략적 가치가 치솟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을 쥔 고려아연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본격 AI·뉴 스페이스 시대…“항공우주 혁신 막는 낡은 규제 깨고 ‘법적 나침반’ 새로 만들어야”

인공 지능(AI) 기술의 급진전과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항공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하지만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속도를 기존의 낡은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규제 지체'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규범적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 법무법인 율촌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 39층 렉처 홀에서 항공우주정책·법학회 2026 춘계 학술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AI 시대, 항공우주 법적 현안과 정책 과제'였다. 현장에는 학계와 법조계, 산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치열한 연구 끝에 도출된 정책적 대안을 나누며 다가올 미래를 논의했다. ◇“AI 시대일수록 방향 제시하는 법학·인문학 통찰 절실해" 이근영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1988년 창립 이래 대한민국의 항공우주 정책 개발과 법적 문제 연구를 통해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온 우리 학회가 앞으로도 든든한 연구 플랫폼이 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손금주 율촌 방산우주항공전략센터장(변호사)은 “우리는 지금 AI가 항공과 우주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환기에 서 있으며, 피지컬 AI(Physical AI)가 곧 우리 곁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진보가 법의 공백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제도적인 개혁을 이끄는 시발점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황창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 역시 축사에서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항공기와 위성 발사체 설계·제작·운영 등 전 과정에 이미 깊숙이 스며든 현재의 기술이 됐다"며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합리적인 법과 정책의 뒷받침 없이는 산업으로 꽃피울 수 없으며, 반대로 현장의 기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는 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기술과 제도의 동반 성장을 역설했다. 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전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교수)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학문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했다. 황 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문제들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창의성 있게 함께 지혜를 모아 소통하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I 시대가 도래하고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 법이 질서를 부여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역설적으로 가장 필요한 학문은 인문학과 법학"이라며 “AI 시대일수록 오히려 법학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철학적 통찰을 남겼다. ◇복잡해지는 AI 항공기 사고…피해자 증명 부담의 거대한 벽을 깨라 '항공 교통 체계의 법적 안정성과 안전 관리 거버넌스'를 주제로 진행된 제1 세션의 서막이자 이번 행사의 서두는 서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 교수가 장식했다. 서 교수는 '제조물 책임법상 증명 부담의 완화 가능성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를 주제로 고도화된 항공기와 AI 소프트웨어 결함 시 피해자가 겪는 입증의 한계를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서 교수는 조종사의 과실·기체 결함·부적절한 구조물 등 여러 사고 차단 방벽들의 틈새가 일렬로 겹칠 때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스위스 치즈 모델(Swiss Cheese Model)' 시각 자료를 띄우며, 지난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를 거론했다. 해당 사고의 일부 유족들은 기체 제조사인 보잉을 상대로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한 그는 “소송 대리인은 실체적 측면뿐만 아니라 소송 진행이라는 절차적 측면에서도 미국 내 제소가 유가족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언급했다"며 사법학자로서 피해자들의 증명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서 교수는 통상적인 제조물 소송에서 피해자인 원고가 직면하는 거대한 장벽으로 세 가지를 꼽으며 심층 분석을 이어갔다. 첫째는 핵심 증거와 기술이 제조사에 집중된 '증거 편재' 현상이다. 그는 “현대형 소송의 증거는 물리·법률적으로 제조사에 편제돼 있다"며 “백신 관련 증거가 제약사의 영업 비밀인 것처럼 항공기 제조물 또한 완성품·부품·원재료 제조자 등 다수가 복잡하게 개입돼 있어 증거 편재 문제가 배가된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이를 규명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의 문제다. 서 교수는 “증명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다면 원고 승소 판결은 요원하다"며 승강기를 해체하고 분석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홍콩의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 판례를 방증으로 제시했다. 셋째는 물리적·내용적 접근성의 한계다. 흉부에 이식된 심장박동기 사례처럼 생명 유지와 직결된 제조물은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며 한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는 일반인에 불과해 내용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AI가 항공기에 본격 탑재되는 'AX(AI Transformation)' 시대에는 이 증명 부담의 벽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AI 소프트웨어가 단독으로 확대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증거 편재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대용량의 변경·훼손이 쉬운 전자 문서를 다루는 '디지털 포렌식' 과정이 큰 시간과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AI의 자율성, 예측 불가능성, 설명 불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본질 때문에 개발자조차 결함과 오작동에 대한 규명이 훨씬 어려워져 내용적 접근성이 극도로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서 교수는 양 당사자가 소송 전 자료를 상호 의무적으로 생성·제출하는 미국의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도입을 제안하면서도 “비례성과 비용 부담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가장 핵심적인 해법으로 그는 미국 판례법의 '기능 이상 이론(Malfunction Theory)' 취지를 살려 우리 제조물 책임법을 해석·개정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서 교수는 “우리 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 2가 미국의 기능 이상 이론을 계수했기 때문에 이 취지를 그대로 살리면 된다"며 “비정상적 사용이 부재한 사실과 합리적 2차 요인이 부재한 사실이 증명되면 확대 손해를 발생시킬 결함을 내재한 제조물로 법률 판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관이 요구하는 증명도 역시 “영미법계(커먼로)처럼 '과반의 개연성(balance of probability)'을 취해 현실 세계에서 피해자의 땀과 노력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최선의 증명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서 교수는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마련한 조력형-조화형-자유형 등 항공 AI 3단계 로드맵 시각 자료를 띄우며 정책적 제언을 던졌다. 그는 “사람인 조종사의 권한이 인공지능으로 양도되는 것에 비례해 조종사의 과실 책임이 항공 인공지능의 '제조물 책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법률적 함의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가 준비 중인 한국형 AI 로드맵에도 이러한 민사 책임의 전환 논의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지훈 공군 항공안전단 전문관은 '도심항공교통(UAM) 운영에 따른 공군 영향 분석 및 안전 확보 방안'을 다뤘다. 박 전문관은 성남 비행장(제15특수임무비행단) 인근에 설정된 잠실-수서 UAM 실증 노선을 지도로 보여주며 군 공역 침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UAM 실증 및 초기 비행은 회전익 항공기의 시계 비행(VFR)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성남 비행장은 VIP들이 이용하는 공항이자 기지 남북으로 육군 회전익 항공기 다수가 비행하고, 상공으로 항공로가 통과해 항공기 운항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V자 형태인 활주로와 UAM 실증 노선이 수평 거리 480~800m, 수직 300~600m 수준으로 인접하게 된다. 통상 회전익 항공기는 불규칙한 비행을 하므로 기상이나 장비에 따라 상하좌우로 이동 시 수송기 등 기존 항공기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는 게 그의 평가다. 박 전문관은 “우리나라 공역은 굉장히 협소한데 밀도가 높고, 분단 국가라 민간이 쓸 수 있는 공역이 적다"며 “국내 공역 상황을 반영해 UAM 기체에 자동 종속 감시 시설(ADS-B) 등 장비를 의무화해 관제 시설에서 식별 가능하도록 조화로운 비행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석대 한국공항공사 변호사는 'UAM 운용 체계상 신규 사업의 국내법적 구현 한계'를 조목조목 짚었다. 강 변호사는 도심 항공교통법은 UAM 산업 진흥·운영 체계 도입 정리를 위한 과도기적 성격이 아주 강하다며 두 가지 구체적인 입법적 불비를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K-UAM 운용개념서 1.5'에 비도심 공공 관광형 모델이 있는데, 정작 현재 도심 항공교통법에는 '관광 비행' 모델이 적용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법령은 버티포트(이착륙장)를 지정할 때 도심항공교통회랑을 동반적으로 같이 지정하도록 돼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운영 개념 1.0을 아예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지금의 1.5 모델의 유연성을 소화할 수 없는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본격 상용화 시점인 1.5 모델은 국가 공역 시스템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을 선명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국내 항공 4법 중심으로 통합적 UAM 규범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심우주 탐사·상업 위성 폭증…낡은 우주법·조달 체계 뜯어고쳐야 제2 세션에서는 '민간 우주 비즈니스의 걸림돌과 해법'을 주제로 우주 산업 생태계 전반의 정책적 한계와 개선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 활동 영역의 확장과 국가의 관리 감독'을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이 연구원은 다누리호의 성공과 향후 화성 착륙선 추진 등 우주 활동의 영역이 지구 궤도를 넘어 심우주로 뻗어나가는 현실과 민간 상업용 위성의 폭발적인 증가로 지구 궤도가 유례없는 혼잡 상태에 이르렀음을 데이터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외기권 조약에 따라 우주 활동이 국가 활동이 됐건 정부 활동이 됐건 민간 활동이 됐건, 일어나는 책임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고 전제했다. 이 연구원은 “지구 궤도상에 있는 우주 물체의 개수가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으며, 통제 불가한 상태가 돼 '지구 궤도는 이미 실패했다'는 이야기마저 듣고 있다"며 “이제는 무분별한 활동으로 달이나 다른 천체가 오염될 것을 미리 막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달 표면 기지 건설 등 심우주 활동 시 타국 활동 방해 금지나 우주 환경 오염 회피 등 복합적인 요소를 국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요컨대 우리 민간 기업이 달에 기지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 국가는 관리 감독 책임이 있으니 그냥 하라고 할 수 없어 환경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서 허가를 해줘야 한다"며 “여태까지 우주 물체가 어디에 있다는 단순한 정보만을 '등록' 받던 개념을 넘어 이제는 '허가'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권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안보·상업 융합 우주 비즈니스의 법·정책적 과제'를 심층 분석하며 산업계의 체증을 풀어냈다. 김 연구위원은 막대한 상업적 가치를 지닌 민간 우주 자산이 국가 안보 역량과 직결되는 융합 시대를 맞았지만 한국의 경직된 국방 조달 체계가 그 시너지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방위사업법은 획득 체계가 진짜 '물품'을 사다가 쓰는 것으로 표현이 돼 있다"며 “예를 들어 우리가 민간 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국방에서 쓴다고 했을 때, 이 '서비스'를 국방에서 계약으로 취득할 수 있느냐 하면 현재 법문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물리적 무기체계 확보를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법으로는 민간의 발사 '서비스'나 데이터 '이용'을 계약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국가가 물건을 직접 소유했을 때는 절차가 엄청 복잡해진다. 그럴 바에는 일정한 서비스를 외부 민간 기업에 맡겨서 쓰고, 국가는 원하는 효과만 얻으면 될 수 있도록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달 개념의 확장을 주문했다. 나아가 그는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인허가의 복잡성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은 “발사체 한 번 쏘려고 할 때 우주개발진흥법 제11조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개별 부처를 일일이 다 찾아가 서류를 각각 제출하는 것은 민간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맞지 않으므로, 규제 해소보다는 '합리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제주항공, ‘1Q 영업익 644억’ 공시 직후 승무원 무급 휴직 기습 공지

올해 1분기 600억대 호실적을 달성하며 축포를 터뜨린 제주항공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객실승무원들을 대상으로 단기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중동 전쟁과 같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선제적인 인건비 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제주항공 객실 기획팀은 이날 늦은 오후 사내망을 통해 '2026년 6월 객실 승무원 단기 무급 휴직 신청' 공지를 띄우고 희망자 접수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 기한은 오는 11일(월) 11시까지다. 8일 금요일 퇴근 무렵에 기습적으로 공지가 올라온 점을 감안하면 주말을 포함해 불과 사흘 남짓한 기간 동안만 신청을 받는 촉박한 일정이다. 이번 무급 휴직 대상에서 인턴 승무원과 올해 복직자는 제외됐고, 운항을 담당하는 조종사와 정비사와 사무직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 전반에 고환율·고유가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인건비 다이어트가 확산하는 추세다. 제주항공 측은 돌연 무급 휴직 카드를 꺼내든 핵심 배경으로 대외 악재로 인한 '운항 편수 축소'를 꼽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부득이하게 일부 노선의 운항 편수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며 “운항 편수에 비례해 근무 인원이 결정되는 객실 승무원 특성상 여유 인력이 발생했고, 육아·가족 돌봄·휴식이 필요한 승무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희망자를 받아 한 달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6월 한 달만 진행하며, 이는 타사의 절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와 같은 공지가 올라온 이날 오후 4시 41분 제주항공은 보도자료를 통해 1분기 매출액은 4982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5% 증가하고 357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때문에 일선 객실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동요가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고함지르기·왕복달리기부터 압박면접…고통과 공감 교차한 이스타항공 승무원 채용전형 체험기

단정한 유니폼과 환한 미소, 캐리어를 끌며 공항을 누비는 우아한 발걸음. 으레 '객실 승무원' 하면 흔히 떠오르는 고정관념들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소재 플렉스 체대입시 강서교육원에서 진행된 여객기 객실 승무원 채용 모의 행사장의 풍경은 이런 고정관념을 내팽개치게 만드는 그야말로 항공기 승무원이 되기 위한 처절한 체험 현장이었다. 이번 행사 프로그램은 이스타항공이 에너지경제신문을 포함한 주요 언론사 10곳의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객실 승무원 채용 체험 기회로 마련됐다. 실제로 객실 승무원 지원자 없이 오로지 기자들만의 체험을 위해 기획된 모의전형이었음에도 그 강도와 긴장감만큼은 100% 실전을 방불케 했다. 이스타항공이 출입기자들을 체육관으로 부른 의도는 명확했다. 객실 승무원은 대중들에게 외모 위주로 선발된다거나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만연된 인식을 불식시키고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기내 안전요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고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기내 안전요원으로서 업무를 완벽히 수행해내기 위해서는 체력과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기내 안전요원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인지를 채용 과정에서 미리 확인하고자 미국 컨설팅업체 머서(Mercer)와 함께 오랜 기간 전형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서비스'보다 '안전'이 우선…전형 대수술 거친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3월 승무원 전형 전면개편을 선언하고 새 전형을 정식 도입했다. 개편 전 '서류 평가→실무 면접→임원 면접→ 채용 검진'이던 4단계 전형을 '1단계 서류 평가→2단계 상황 대처 면접→3단계 체력시험→4단계 임원 면접→5단계 채용 검진'의 5단계로 세분화하고 강화했다. 서류 평가 합격자 비율을 기존 대비 약 2배 늘려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강도 높은 체력과 실전상황 대처 능력을 현장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데시벨 측정 등을 포함한 체력시험을 항공사가 직접 체육관을 빌려 시행하는 것은 국내 항공사 중 이스타항공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이스타항공 이선희 객실승무운영팀장과 김재원 객실훈련팀장은 “이 같은 채용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입사해 현재 현역으로 활동 중인 승무원들 역시 매년 리커런트(정기 훈련)를 통해 엄격하게 적격 관리를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1시간 진행된 체력시험은 우창완 객실승무운영팀 사무장과 안하영 승무원의 통제하에 부상 방지를 위한 꼼꼼한 스트레칭과 함께 시작됐다. 비정상 상황에서 지치지 않고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 객실 승무원 훈련팀 조교 등이 여러 차례 시범 운영을 거쳐 선정한 △암 리치(Arm Reach) △악력 △데시벨 △평형성 △배근력 △20m 왕복 오래달리기 등 6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눈 감고 버티기부터 왕복 오래달리기까지…10명 중 1명 살아남은 지옥의 체력장 첫 관문은 팔 길이를 측정하는 '암 리치'. 이스타항공의 서류전형에는 키를 기재하는 칸이 없다. 이미지 요소로서의 키는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기내 위급상황 시 구급장비나 소화기 등이 비치된 오버헤드 빈(머리 위 선반)에 팔을 뻗어 필요한 물품을 꺼낼 수 있어야 하기에 암 리치 측정은 필수다. 취지에 맞게 신발을 신은 채 까치발을 드는 것도 전면 허용된다. 신장 176㎝의 에너지경제신문 기자는 손을 뻗은 결과 무난히 기준선을 넘겨 가볍게(?) 통과했다. 또, 락커룸 안에서 실시된 '데시벨' 테스트도 무난히 소화했다. 이는 기내 위급의 패닉 상황에서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며 당황해 할 때 큰 소리로 강하게 구호를 외쳐 대피를 돕고 현장을 통솔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기자는 비상탈출훈련 구호인 “발목 잡아! 머리 숙여! 자세 낮춰!"라고 2회 연달아 고함을 질렀다. 측정 결과는 119.1dB로 록 콘서트장의 굉음과 맞먹는 쩌렁쩌렁한 성량으로 시원하게(?) 합격선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모의체험은 딱 여기까지였다. 곧바로 '헬 게이트(Hell Gate:지옥문)'가 열렸다. '평형성' 테스트부터 체험자들은 혹독한 한계에 부딪혔다. 난기류 등의 상황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평형성 종목은 눈을 감고 한쪽 다리를 든 채 팔을 양옆으로 뻗고 얼마나 오래 버티기 하느냐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시야가 차단되자 불과 몇 초 만에 평형감각을 잃고 몸이 좌우로 허우적댔고, 이내 발이 바닥에 닿아 가차없이 '탈락' 판정을 받았다. 이어 무거운 항공기 비상구 문을 개방하거나 노약자·아이·부상자 등 인력을 부축할 때 강한 힘이 요구되는 '악력' 시험 차례였다. 스마트기기의 화면이 하늘로 향하게 쥐고 겨드랑이를 뗀 채 3초 간 꽉 찬 캐리어를 한 손으로 잡고 든다는 생각으로 있는 힘, 없는 힘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쥐어짰다. 기자는 왼쪽 32.3㎏, 오른쪽 29.6㎏을 기록해 최고 32.3kg으로 측정됐으나 합격 기준치 미달로 역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충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배근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데드 리프트를 하듯 허리를 30도 굽히고 수직으로 무거운 체인을 당겼으나 역부족. 역시 합격선에 미치지 못해 '불합격' 처리됐다. 마지막 항목은 체력 소모의 끝판왕인 '20m 왕복 오래달리기'였다. 셔틀런 기계음에 맞춰 20m 거리를 반복해서 뛰는 종목으로 지구력을 측정하기 위해 시행한다는 게 이스타항공의 설명이었다. 꼭 비상 상황뿐만 아니라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는 등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객실 승무원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도 사전에 체크해야 하는 필수역량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왕복 25회차에서 점차 짧아지는 신호음 간격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더 뛸만 했다. 아뿔싸 26회차에 교관으로부터 부정출발 지적을 받고 아쉽게도 '아웃(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지하 체육관은 체험 기자들의 거친 숨소리와 열기, 그리고 땀방울로 가득 찼다. 에너지경제신문 기자를 포함한 10명은 전 항목을 마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날 참가자 10명 중 6개 체력시험을 모두 통과한 합격자는 단 1명에 불과할 정도로 강도가 무척 높았다. ◇“학원에서 준비해온 듯한 모범 답안은 안 통한다"…압박 질문 쏟아진 '상황 대처 면접' 체육관에서 체력을 소진한 기자들은 체육관에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이스타항공 마곡동 본사로 이동했다. 잠시 숨을 돌리는 것도 잠깐 이어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2단계인 '상황대처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과거 이스타항공의 실무면접은 타 항공사와 다를 바 없는 단순한 자기소개와 질의응답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승무원 준비생들이 학원과 과외 등을 통해 면접에서 모두 천편일률적인 답변을 하기 때문에 진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새로운 전형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객실 승무원들은 반복 훈련을 통해 웬만한 비상상황 대처 방법을 다 익히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기내나 일상생활에서는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당황스러운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처음 접하는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우선순위 파악 능력과 판단력, 그리고 순발력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롤 플레잉(Role Playing) 방식의 면접을 전격 도입한 것이다. 이날 강태영 인사팀장이 주관한 면접에서 제시된 '그룹 미션'은 사내 세대 갈등 해결이었다. 6명이 한 조를 꾸려 단 8분 동안 '메신저 소통과 칼퇴근을 중시하는 20대 신입 사원들'과 '대면 보고와 잦은 회식을 선호하는 50대 부장들' 간의 틈을 메울 방안과 회식 룰 3가지를 도출해야 했다. 기자는 조원들과의 토의 내용을 취합해 발표자로 나서 “저녁 회식을 줄이고 점심 회식을 도입하며, 저녁 회식을 하더라도 '1차에서 끝내기, 한 가지 주종 통일, 9시 이전 종료'라는 3가지 명확한 룰을 제안하겠다"고 제시했다. 또한, 대면 보고의 필요성도 충족시키기 위해 회식자리에서 자연스러운 소통을 유도하고, 회식 당일에는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 일찍 퇴근하도록 해 양측이 양보할 수 있는 절충안을 내놓겠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지는 과정은 말 그대로 진땀을 빼는 압박면접의 과정이었다. 강태영 인사팀장은 기자를 포함한 조원들에게 실제 업무 중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질문을 던졌다. “동기가 작성해 상사에게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 치명적인 수치 오류가 있습니다. 동기는 자리를 비워 연락이 안 되는데 상사는 5분 뒤 이 잘못된 보고서로 경영진과 중요한 회의에 참석해야 합니다. 동기의 평판을 지키면서 상사가 잘못된 정보로 회의하는 것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기자는 망설임 없이 “생성형 AI 등을 적극 활용해 5분 안에 수치를 빠르게 재수정하고, 상사가 올바른 자료로 무사히 발표하게 서포트한 뒤 동기에게는 나중에 이실직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강 팀장은 “상사가 새로 갖다준 보고서를 보고 '왜 이걸 이제야 말하냐'며 예민하게 화를 낸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며 날카로운 꼬리 질문을 찔러넣었다. 기자는 “일단 상사에게 욕을 들어 먹더라도 당장의 중요한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우선이므로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방어했다. 이 같은 꼬리물기 압박의 의도에 대해 강 팀장은 “제시한 답변 자체가 정답인지 오답인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AI를 활용하겠다는 임기응변 역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훌륭한 과정의 하나일 뿐"이라며 “실제 기내에서는 옆 사람이 누구든 신경 쓰지 않고 매뉴얼대로 본인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돌발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이런 극한의 압박 속에서도 자신만의 명확한 원칙과 가치관에 따라 얼마나 냉정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니폼 재킷 벗고 카디건 입다…멈추지 않는 안전 인프라 투자 이스타항공의 '안전 제일주의'는 비단 채용 전형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내 비상상황 발생 시 객실 승무원들이 제약 없이 훨씬 더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불편했던 기존 유니폼 재킷 대신 활동성이 뛰어난 '카디건'을 정복으로 착용할 수 있게 규정을 파격적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경인여자대학교에 '이스타항공 승무원 훈련전용 항공안전 실습실'을 조성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실습실은 이스타항공의 주력 기종인 보잉 737과 비슷한 크기의 목업(Mock-up·실물 모형)을 비롯, △비상 착수 수영 시설 △비상 탈출 슬라이드 △화재 진압실 △이론·실습 강의실 등으로 완벽히 구성돼 있어 실전과 다름없는 강도 높은 교육이 이뤄진다. 반나절 동안 땀범벅이 돼 진행된 모의전형을 체험한 결과 '4개 종목 과락'이라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아든 기자는 다음날 아침 신체 전반에 뻐근함을 느껴야했다. 그럼에도 이스타항공의 모의전형 체험이야말로 여객기 승무원들이 매일 하늘 위에서 감당하고 있는 묵직한 책임감의 무게일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했다. 안전을 향한 이스타항공의 뚝심과 그 엄격한 문턱을 넘어 하늘을 날고 있는 승무원들의 존재감이 새삼 듬직하게 느껴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안두릴 CEO “K-방산, 빠르고 미래 지향적”…韓 부품망 글로벌 편입 추진

“첫 논의에서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는 것은 전대미문의 속도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결단력이 뛰어나며 과감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매우 효율적인 파트너입니다."(브라이언 쉼프(Brian Schimpf) 안두릴 인더스트리 공동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CEO)) 7일 안두릴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소재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쉼프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K방산과의 협력 속도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안두릴은 인공 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래티스(Lattice)'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우선' 전략을 앞세워 한국 방산 시장과의 협력을 본격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2017년 미국에서 설립된 안두릴은 AI 방산 기술 기업이다. 정부 하청 중심의 기존 방산 모델과 달리 자체 투자로 연구·개발(R&D)과 생산을 먼저 진행하고 완성된 제품을 상용 형태로 공급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고스트-X(Ghost-X) △볼트-M(Bolt-M) 등 드론과 바라쿠다(Barracuda), 퓨리(Fury) 등 자율무인기(Autonomous Air Vehicle)가 이러한 방식으로 개발돼 현재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 군에 납품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총 43개의 오피스를 두고 있고 아시아에는 한국을 포함, 일본 도쿄·대만 타이베이에 지사를 두고 있다. 작년 8월 한국 지사를 설립한 안두릴은 법인 대표로 보잉 코리아 사장을 역임했던 존 킴(John Kim)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후 안두릴은 자사의 핵심 플랫폼인 '래티스'를 K-방산 협력의 중심축으로 삼고 국내 주요 방산 기업과의 협업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래티스는 수천 개의 센서와 데이터 소스를 통합·분석해 상황 인지부터 판단, 실행까지의 전 과정을 초 단위로 단축하고 버튼 하나로 실시간 지휘·통제(Command and Control)를 지원한다. 쉼프 CEO는 “오늘날 전장에서의 핵심 과제는 압도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며 “래티스를 통해 정보 처리에 소모되던 역량을 자동화해 지휘관이 정말 중요한 결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가장 먼저 HD현대와 안두릴은 지난해 4월 무인 수상정(USV)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MOU)과 8월 합의 각서(MOA)를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자율 무인 수상함(ASV) 시제함 설계·건조 및 AI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으며 올 2월 공동 개발을 위한 기본 설계를 마무리했다. 현재 이 시제함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며, 이르면 올해 10월 진수 후 미국 연안에서 시험 운항에 투입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협력 범위를 수상에서 수중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AS 2026)에서는 첨단 무인 잠수정(UUV) 시스템 공동 개발 MOU도 추가로 체결했다. 대한항공과는 지난달 30일 한국 시험장에서 3개 무인기 플랫폼을 활용한 시연을 통해 처음으로 사람의 원격 조종 없이 자율 비행으로 임무 수행을 완벽하게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2028년경으로 예상되는 한국 공군의 무인기 소요 사업에도 대비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는 한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무인기 분야 협력(Teaming Agreement)을 확대하는 한편, 전 세계 대규모 산불 예방을 위한 통합 솔루션 공동 개발에도 나서며 협력 범위를 다각화하고 있다. '래티스'의 적용 범위는 해상과 공중을 넘어 지상 무기체계로도 본격 확대되고 있다. 간담회가 열린 이날(7일) 오전 현대로템은 안두릴과 무기체계 고도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MUM-T) 지휘 통제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과 브라이언 쉼프 안두릴 CEO 등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미래 전장이 인간 지휘관과 AI가 팀을 이루는 작전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차량(HR-셰르파)과 다족보행로봇 등 무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주요 지상 무기체계에도 안두릴의 래티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래티스가 AI 두뇌 역할을 맡아 표적을 실시간 추적하고 전장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유인 전투 차량-무인 로봇-드론 간의 군집 제어와 자율 임무 수행을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현대로템은 안두릴의 드론 운용 체계를 활용해 이동형 대(對)드론 관제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안두릴의 정찰용 드론 '고스트'와 요격 드론 '로드러너', 직충돌 드론 '앤빌(Anvil)' 등이 공중에서 적 드론을 감지하면 현대로템의 차륜형 장갑차 같은 기동무기체계가 작전 상황을 분석해 지휘관의 임무 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안두릴과의 협력은 미래 전장의 핵심인 AI 지휘 통제 역량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래 방산 시장은 전통적 제조에서 기술·소프트웨어 체계가 통합된 형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MOU가 무기체계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 간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존 킴 안두릴 코리아 대표는 “지난 1년간 한국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율 무인 수상함 시제함 건조 착수, 자율형 무인기 공동 개발 등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왔다"며 “오늘 체결한 현대로템과의 협력을 포함해 한국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안두릴의 소프트웨어가 만나 더 정밀하고 효율적인 네트워크 기반 국방 역량 구축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업 설명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안두릴의 향후 행보에 대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본지는 단기간에 급성장한 안두릴의 증권 시장 상장(IPO) 시점 계획과 향후 10년 내 목표로 하고 있는 최종적인 기업 가치 규모와 근거에 대해 물었다. 아울러 각 파트너사별로 미래에 어떤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문의했다. 이에 쉼프 CEO는 “현재 구체적인 상장 타임 라인은 없다"면서도 “미국 사모 시장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언제든 자유롭게 조달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 역시 비상장 유지를 선호하고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안두릴은 최근 확보한 대규모 투자금을 무기 제조 시설 확충과 AI 기술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안두릴 관계자는 “현재의 무인기와 자율 시스템을 넘어 구상 중인 우주·사이버 보안·심해 자율 시스템 등 차세대 사업 포트폴리오 등 구체적인 미래 로드맵을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트너사들과의 미래 결과물 도출 계획에 대해서는 “우리는 정부 조달 이전 단계에서부터 자체 자본을 투입해 매우 빠른 속도로 실질적 역량을 입증해 낸다"며 “대한항공 무인기의 자율 비행 시연이나 HD현대의 시제함 건조 사례처럼 신속하게 초기 운용 개념을 시장에 입증해 향후 수요처의 본격적인 무기체계 획득과 작전 도입 결정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선정 기준에 관해서는 “해당 산업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의 뛰어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전제 조건"이라며 “자율 무인 수상함을 미 해군에 도입시킬 수 있는 것처럼 무기체계를 글로벌 시장으로 함께 진출시키고 확장할 수 있는 선도 기업 여부를 따져본다"고 화답했다. 경쟁사인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과거 팔란티어에서 약 10년간 근무해 그들을 매우 잘 안다"며 “그곳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통합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훌륭한 기업"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면서도 “당사는 선박이나 무인 시스템이 스스로 충돌을 피하며 자율적으로 기동하고, 실제 군사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자율화 소프트웨어'에 특화돼 있다"며 “양사의 역량은 상호 보완적이어서 실제 현장에서는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발한 중동 분쟁을 통해 현대전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쉼프 CEO는 이란-이스라엘 충돌을 언급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40일 동안 2만4000여 건의 타격을 가했고, 이란은 하루에만 1200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쏘아 올렸다"며 “현대전의 무기 소모 규모는 과거 걸프전과 비교해 최소 10배 이상일 정도로 천문학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군사 자산뿐만 아니라 데이터 센터·정유 시설 등 민간 인프라까지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동맹국들은 방어를 위해 훨씬 저렴한 무기를 초고속으로 대량 생산해 충분한 무기고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방산 부품 공급망 편입 계획에 관해 그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대규모 양산을 매우 빠르게 해내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강점이며, 이것이 우리가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가진 한국에 집중하고 투자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라고 설파했다. 또한 “한국의 우수한 부품 협력사들을 안두릴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시키기 위해 현지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관계를 구축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미 인턴 기자

LIG D&A, 천궁-II 수출 덕봤다…1분기 영업익 전년비 56% 쑥~

LIG 디펜스 앤 에어로스페이스(이하 LIG D&A, 구 LIG 넥스원)가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K-방산의 저력을 과시했다. 중동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결과다. 7일 LIG D&A가 공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16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9076억 원 대비 2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1분기 영업이익은 171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096억 원 대비 56.1% 급증했다. 특히 직전 분기 387억 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무려 342.4% 폭증한 수치다. 당기순이익 역시 1354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수익성 개선의 핵심은 한국 미사일 방어 체계(KAMD)의 핵심 자산인 천궁-II의 아랍 에미리트(UAE) 수출 사업의 본격화다. 이번 분기 수출 비중은 34.7%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사업부문별로는 천궁과 해궁 등 정밀 유도무기 양산 사업이 매출의 기둥 역할을 했RH,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보라매 양산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며 항공전자와 전자전 분야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미래 먹거리인 수주 잔고 역시 역대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수주 잔고는 25조31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수출 사업이 약 14조 원을 차지해 약 11조 원인 내수 사업 비중을 압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LIG D&A는 이번 실적 반등을 기점으로 해외 시장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연내 UAE 현지법인 설립을 마무리해 중동 사업의 전초 기지로 활용하고, 방산 혁신 펀드를 통한 스타트업 발굴 등 국내 방산 생태계 강화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스타워즈 광선총이 현실로…한화시스템, 보병용 ‘백팩형 레이저 소총’ 개발 주도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수만 원짜리 자폭 드론이 전장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가운데 스타워즈나 아이언맨 같은 공상 과학(SF) 영화에서나 보던 보병용 '레이저 소총'이 국산 방산 기술을 통해 실제 전장에 등장할 채비를 마쳤다. 수십 톤짜리 대형 트럭이나 군함에만 실을 수 있었던 거대한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보병 1명이 거뜬히 짊어지고 쏠 수 있도록 극한의 소형화와 정밀 제어 기술을 완성함으로써 무거운 실탄 대신 배터리를 메고 빛의 속도로 적을 요격하는 '1인 방공망'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한화시스템은 지식재산처로부터 '휴대용 레이저 무기(10-2190610)'와 '레이저 무기용 조준점 유지장치 및 이를 구비한 휴대용 레이저 무기(10-2350378)' 특허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특허는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주요 기능별로 소형화하고 복수의 모듈로 분리해 도수 운반·신속 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한화시스템은 작년 4월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레이저 사업 일체를 109억9500만 원에 양수하며 관련 기술 일체를 확보했다. 현재 한화시스템 내 '레이저 사업 센터'는 △레이저 대공 무기 △레이저 폭발물 제거 장비 △레이저 발진기 △레이저 포 발사 장치 등 레이저 무기체계 연구·개발(R&D)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기술 개발의 중심에는 신주훈 레이저 사업 센터장과 조준용 레이저 체계팀장이 있다. 미등기 임원인 신 센터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MBA를 마친 전략통이다. 그는 한화솔루션 기초 소재·M&A 담당 임원과 한화임팩트 투자전략실장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실 방산팀장 등을 역임하며 사업 구조 재편과 미래 전략 수립을 주도해 왔다. 실무 기술을 지휘하는 조 팀장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레이저 전문가다. 과거 ㈜한화/방산 레이저사업부장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사업부 레이저사업센터를 거치며 국산 레이저 무기 체계의 기틀을 닦아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레이저는 전자기파의 유도 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을 뜻하고, 전기 에너지·화학 에너지 등 외부 입력 에너지를 광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레이저의 3대 구성 요소는 외부 입력 에너지에 의해 빛을 유도 방출하는 레이저 매질(laser medium), 레이저 매질에 외부 입력 에너지를 공급하는 펌핑원(pumping system)과 반사경으로 구성돼 유도 방출된 빛을 증폭시켜 레이저 빔을 발생시키는 공진기(optical resonator)가 있다. 빔의 출력 형태에 따라 레이저는 레이저 무기 용도로 사용되는 연속형 및 센서 용도로 사용되는 펄스형으로 분류되며, 매질에 따라 레이저는 기체·고체 레이저·액체·자유 전자로 나뉜다.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 빔의 특징인 지향성(직진성)과 고에너지 밀도를 활용한 무기를 말하며, 미래전과 RAM(Rocket·Artillery·Mortar) 방어에 유망한 대공무기로 이용되고 있다. 레이저 무기의 장점으로는 발사·운영 유지 비용이 적다는 점과 교전 시간이 빠르다는 점,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표적에 의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단점으로는 무기 시선(line of sight)의 제약과 대기에 의한 빔 집속 능력 저하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레이저 무기의 핵심 구성 요소로는 발생 장치와 제어 장치, 표적 추적 조준 장치가 있다. 레이저 무기를 개인 화기 수준으로 줄일 때 직면하는 가장 큰 물리적 장벽은 단연 '무게'와 '전력', 그리고 '발열'이다. 표적의 외피를 태울 만큼 강력한 빛을 만들어내는 레이저 발진기,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배터리, 펄펄 끓는 열을 식힐 냉각기까지 소총 하나에 모두 우겨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존의 레이저 무기는 산악 지형이나 복잡한 도심 시가지에서는 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화시스템은 이 딜레마를 철저한 '분리'와 '스마트 통제'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풀어냈다. 특허에 따르면 무겁고 열이 나는 레이저 발진기·제어 보드·충전 배터리·공랭식 냉각기 등 핵심 부품들은 병사가 등에 멜 수 있는 '백팩(배낭)형 모듈'로 통합했다. 반면 실제로 적을 조준하고 레이저를 쏘는 조준 발사부는 기존의 '소총' 형태로 가볍게 만들어 병사의 두 손에 들려준다. 배낭 속 심장에서 만들어진 치명적인 레이저 빔은 특수 제작된 '광·제어 통합 케이블'이라는 빛의 탯줄을 타고 손에 들린 소총으로 전달돼 표적을 향해 뿜어진다. 스쿠버다이버가 무거운 산소통은 등에 메고 가벼운 호흡기만 입에 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험준한 산악 고지대나 도심의 고층 빌딩 옥상에 보병이 직접 걸어 올라가 즉각적인 대드론 방어망을 펼칠 수 있는 '도수 운반형(Man-portable) 레이저 무기'가 탄생한 것이다. 전장 상황을 고려한 '스마트 전력·냉각 관리' 기술도 돋보인다. 레이저를 쏠 때마다 무조건 배낭 속 냉각팬이 도는 것이 아니라, 온도 감지 센서가 발진기의 열을 실시간으로 읽어 한계 온도에 도달했을 때만 송풍팬을 돌린다. 배터리 소모를 극한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소음과 열 방출을 최소화해 적에게 아군의 위치를 들키지 않는 은밀한 특수 작전(Stealth Ops)을 가능케 한다. 또한 전투 중 배터리 잔량이 넉넉할 때는 파괴력이 높은 '연속 발진(Continuous Wave)' 모드로 빔을 뿜어내지만 배터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제어 보드가 이를 스스로 판단해 레이저를 일정한 간격으로 짧게 끊어 쏘는 '점사(펄스 발진)' 모드로 자동 전환한다. 척박한 야전에서 보병이 한 발이라도 더 적을 타격할 수 있도록 장비 스스로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디테일이다. 가벼운 레이저 소총을 만들었다 해도 이를 보병이 들고 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총알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구를 떠나 관성으로 날아가지만, 레이저 무기로 적 드론의 외피를 뚫으려면 모터나 배터리 등의 동전 크기의 취약점에 수 초간 지속해서 빛을 쪼이는 집광을 통해 열을 가해야만 한다. 일정 체류 시간(Dwell Time)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때 렌즈를 들고 있는 보병의 거친 호흡과 심장 박동, 극도의 긴장으로 인한 수전증(손떨림)은 치명적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울 때 손이 조금만 흔들려도 불이 붙지 않고 종이 표면만 긁고 지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1km 밖의 표적을 향해 쏠 때 총구에서의 1mm 떨림은 표적 지점에서 수 미터의 오차로 벌어진다. 이 때문에 기존 휴대용 레이저 화기 개념도들은 무거운 삼각대에 총을 단단히 거치한 뒤 운용하는 한계에 머물러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인간의 생리·물리적 한계를 '역진 연산 좌표' 기반의 초정밀 조준점 유지 장치 기술로 극복해냈다. 소총 내부에는 스마트폰이나 최첨단 드론의 자세 제어에 쓰이는 초정밀 '3축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가 탑재돼 있다. 병사가 숨을 쉬거나 손이 떨려 총구가 상하좌우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 총기 내부의 두뇌인 구동 제어부가 그 떨림의 크기와 방향, 3차원 위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낸다. 그 다음 총열 내부에 장착된 '타격용 반사 거울'을 병사의 손이 흔들린 방향과 '정확히 반대 방향(역방향)'으로 꺾어버린다. 이때 거울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겁고 느린 기계식 모터가 아니라, 전기를 가하면 즉각적으로 수축·팽창하는 미세 전자 기계 시스템(MEMS,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기반의 '압전(Piezo) 액추에이터'다. X축과 Y축 십(十)자 형태로 교차 배치된 압전 액추에이터와 거울을 팽팽하게 당겨주는 복원 스프링이 0.001초의 딜레이도 없이 손떨림을 상쇄한다. 마치 이어폰이 외부 소음의 반대 파동을 쏴 소음을 없애는 '노이즈 캔슬링'처럼 병사의 떨림을 반대 방향의 거울 꺾임으로 상쇄하는 완벽한 '광학 노이즈 캔슬링'인 셈이다. 보병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서 쏴 자세로 방아쇠를 당겨도 총구를 빠져나간 빛의 창 끝은 적 드론의 정수리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총기에 내장된 '레이저 거리 측정기(LRF)'가 표적까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재면 총기 내부의 렌즈 초점 조절부가 앞뒤로 미세하게 움직여 레이저 빔이 적의 표면에서 가장 뜨거운 초점으로 맺히도록 스스로 조절한다. 병사는 조준경 안의 레이저 에이머(표적 표시용 레이저)로 붉은 점을 표적에 맞추고 방아쇠만 당기면 거리를 계산하고 초점을 맞추며 흔들림을 상쇄해 적을 불태우는 모든 과정이 총기 내부에서 찰나의 순간에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완벽한 '스마트 웨폰'이다. 탄피와 화약 냄새, 반동도 없는 이 소총은 국가 주요 시설 방어나 도심지 대테러 작전에서 파편 피해 없이 적의 드론만 핀셋처럼 제거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어 미래 지상전의 판도를 뒤집을 새로운 '빛의 방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제주항공, 737-8 중심 기단 현대화 가속…2030년까지 고효율·저기령 체질 개선

제주항공(대표이사 김이배)이 노후 항공기 정리와 차세대 기종 도입을 병행하며 기단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재 늘리기 외에도 연료 효율이 높고 정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매기' 중심의 전략적 기단 운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낡은 날개 떼고 '차세대 기단' 전환 속도 제주항공은 최근 기령 20년이 넘은 노후 구매기 2대를 매각하고 계약이 만료된 리스 항공기 2대를 반납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기단 현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정리를 통해 제주항공의 여객기 평균 기령은 11.8년까지 낮아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차세대 기종인 보잉 B737-8(MAX)로의 빠른 전환이다. 제주항공은 현재까지 총 10대의 737-8을 인도받아 운항에 투입 중이며, 이는 초기 확정 계약 물량 40대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공급망 위기 뚫고 '계획대로' 인도 진행 최근 글로벌 항공업계가 항공기 공급망 차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인도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선제적으로 체결한 대규모 계약 덕분에 인도 우선 순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올해 상반기 이미 2대의 구매기를 도입 완료했으며, 연말까지 5대를 추가로 들여와 올해 총 7대의 차세대 항공기를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도입 일정에 차질은 없으며, 예정대로 기단 현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30년 '평균 기령 5년 이하' 목표… 수익성·안정성 두 토끼 잡는다 제주항공의 기단 전략 핵심은 '구매 도입'을 통한 원가 절감이다. 구매기는 리스기와 달리 반납 시 발생하는 막대한 원상복구 비용이 없고, 정비 충당 부채 부담도 낮출 수 있다. 또한 매각이나 임대 등 자산 운용의 유연성이 높아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유리하다. 실제로 차세대 항공기 비중이 늘면서 비용 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2025년 누적 유류비는 전년 대비 약 16%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경영 효율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정된 40대 도입 이후 시장 수요에 따라 추가로 10대를 들여올 수 있는 옵션도 보유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기단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운항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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