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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 kcs25@ekn.kr
지난해 경북 대형 산불…대기오염으로 주민 건강도 크게 손상 가능성

지난해 3월 경북 지역을 휩쓴 대규모 산불은 단순한 산림 소실을 넘어 해당 지역에 심각한 대기오염을 초래했고, 주민 건강에도 해로운 결과를 낳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산불은 이는 국내외 여러 연구가 증명하듯 호흡기 질환부터 심혈관 질환, 나아가 사망 위험까지 높이는 중대한 보건 위기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산불 발생 시 대기오염으로부터 주민, 특히 농촌 지역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정교한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기록적인 미세먼지 농도와 광역적 오염 먼저 일본 후쿠오카여자대학교 환경과학과 마창진 교수와 원광보건대학교 보건의료행정과 강공언 교수가 지난해 여름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당시 산불은 과거 최대 피해였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을 뛰어넘는 4만8239ha의 산림을 태웠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었는데, 산불 기간 중 안동시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당 119.0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에 달해 국가 대기환경 기준치인 35㎍/㎥의 3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불의 영향은 발생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수백 ㎞ 떨어진 곳까지 미쳤다. 연구팀은 산불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충남 서산에서도 미세먼지(PM10) 속의 원소 농도가 평상시보다 88.77%나 증가했으며,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인 납(Pb) 농도 역시 14.05% 상승했음을 확인했다. 산불 연기는 서풍을 타고 동해를 건너 일본 이시카와현과 시마네현의 초미세먼지 농도까지 각각 20.83%와 5.75% 상승시킨 것으로 관측됐다. ◇농촌 지역과 고령 농업인에게 더욱 치명적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은 농촌 지역에 더 깊은 상흔을 남겼다. 지난해 3월 경북 산불 발생 기간에 전국 8개 농업 지역의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 산불 기간 중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평균 PM2.5) 농도가 평상시보다 각각 47.3%와 2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김기연 교수와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평가과 김진호 박사가 최근 국제 학술지 '화재(Fire, MDPI)'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연구팀은 특히 한국 농촌 특유의 분지 지형과 새벽 시간대의 높은 습도가 미세먼지 농도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했다. 초미세먼지는 상대습도와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대기가 정체된 상태에서 미세먼지가 수분을 흡수해 입자가 커지거나 2차 생성을 통해 농도(㎥당 질량)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고령층 비중이 높은 농촌에서 농업인들이 연기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대기 정체가 심한 새벽 시간에 야외 작업을 할 경우 고농도의 유해 물질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해외 연구: 산불 연기의 치명적인 건강 영향 산불로 인한 대기 오염이 사람의 건강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통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기계공학과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5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 연기 노출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14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 수(30명)의 약 47%에 해당하는 수치로, 산불 연기가 직접적인 불길만큼이나 치명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하발라 파이 박사팀이 지난달 같은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3년 캐나다 산불 당시 연기가 캐나다와 미국 전역에 퍼져 약 500건의 추가 암 발생 사례를 초래할 정도로 발암 위험을 높인 것으로 추정됐다. 캐나다 내에서만 미세먼지와 오존 노출로 인해 약 78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아이칸 의과대학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산불 미세먼지가 미국 내에서 연간 약 2만4100명의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산불 미세먼지가 신경계 질환 사망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순환계 질환과 암 사망률도 높인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심혈관계 질환과의 연관성도 심각하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 환경보건학과 연구팀이 지난달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65세 이상 노인 약 2500만 명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산불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수록 뇌졸중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특히 산불 미세먼지 농도가 1㎍/㎥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위험이 1.3%씩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적인 미세먼지보다 산불에서 유래한 먼지의 독성이 더 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피해 예방을 위해 1년에 한번 대피 훈련 필요"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나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불을 둘러싼 구조적 쟁점 2차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다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국가 차원의 산불 대피 체계를 마련하고, 시장·군수 주관으로 각 읍면 단위로 연 1회 이상 실제 대피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상청과 산림청, 지자체 등의 자동기상 관측망(AWS)을 통합 운용해 국민들이 산불로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오 경북대 초빙연구교수(충북산림포럼 이사장)는 “산불 예방 관리를 공공 기후서비스로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불 예방을 기후 대응·적응 사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읍면이나 마을 단위로 '마을숲관리단'을 조직해 감시 순찰과 초기 대응, 교육홍보 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리포트]美 트럼프 행정부, 온실가스 규제 근거 폐기…국내외 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토대가 되어온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 폐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가장 공격적인 규제 완화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 환경 규제 체계를 근본에서 흔드는 결정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대대적인 후퇴를 예고한 셈이다. 국제 사회와 글로벌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 수장인 리 젤딘 청장과 함께 “EPA가 완료한 절차에 따라 이른바 '위해성 판단'을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이 판단을 두고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린 재앙적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역사상 단일 조치로는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라고 강조했다. '위해성 판단'은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등 6종의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국민 복지에 위해를 가한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과학적 결론으로, 지난 17년간 차량 연비 기준과 발전소 배출 규제 등 미국 기후 정책의 핵심 근거로 기능해 왔다. 젤딘 청장은 이날 이를 연방 규제 과잉의 '성배(聖杯, Holy Grail)'에 비유하며 “관료적 규제, 이른바 레드테이프가 잘려 나갔다"고 선언했다. ◇배출 급증 전망… 보건·기후 피해 우려 확산 규제 근거가 사라지면서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환경방어기금(EDF)은 이번 위해성 판단 폐기로 인해 미국이 2055년까지 최대 180억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EDF는 이로 인해 2055년까지 최대 5만8000명의 조기 사망과 3700만 건의 천식 발작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폭염과 대기질 악화가 보건 부담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덜 안전해지고, 덜 건강해지며, 기후 변화에 맞설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결국 화석연료 산업만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보험료, 식료품, 에너지 비용 상승의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 가정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州) 정부 차원의 법적 대응도 예고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명백히 불법적인 조치"라며 소송 제기를 공식화했다. 과학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기후과학자 프리데리케 오토는 이번 결정을 “가장 기본적인 물리학 법칙에 대한 거부"라고 평가했다.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균열… “미국 없는 감축 체제" 가속하나 이번 '위해성 판단' 폐기는 미국 국내 정책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국제 기후 거버넌스 전반에 구조적 균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산업혁명 이후 누적 배출량 기준으로는 최대 배출국이다. 이런 국가가 온실가스 규제의 과학적·법적 근거 자체를 부정하면서 다자 기후 체제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이 지난해 이미 재탈퇴를 선언한 파리 기후협정의 실질적 이행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 협정은 각국이 자발적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는 '하향식·자율형 체제'에 기반하고 있어, 주요 배출국의 이탈이나 정책 후퇴가 연쇄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감축 의지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중심으로 한 다자 협상 체제는 과학적 합의와 법적 연속성을 전제로 작동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위해성 판단'을 폐기함으로써 과학적 합의 자체를 정치적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향후 기후 협상에서 미국의 발언권과 신뢰도는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기후 리더십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을 제외한 기후 거버넌스"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미국과 무관하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차 전환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는 기후 규범이 더 이상 미국 중심의 합의 체제가 아니라, 지역 블록별 규범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파장 예상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저탄소 산업 질서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자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시장이 탄소 규제를 기준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국만 규제 완화 노선을 고수할 경우 오히려 무역 장벽과 기술 고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한국 자동차·배터리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동화 정책 후퇴로 전기차(EV) 전환 속도가 둔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86.8% 급감한 1만2166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자 수요가 내연기관차로 완전히 회귀하기보다는, 전기차의 대안인 하이브리드차(HEV)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현지 판매와 수출에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달콤한 독’과의 전쟁 선포…“정부의 공적 개입 불가피”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과도한 당류 섭취 문제를 해결하고, 이른바 '설탕세'로 불리는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국회 정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민국헌정회,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설탕 소비 억제를 위한 정책적 공감대 형성과 부담금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업계 입장을 대변한 패널을 제외하고 주제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부담금 도입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윤영호 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주제 발표에서 “청량음료나 주스, 커피 등에 들어가는 첨가당은 충치·비만·당뇨·심경색·뇌졸중·암 등 만성 질환을 유발한다"면서 “치매와 우울증 위험과도 관련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 5명 중 1명, 어린이·청소년 3명 중 1명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 비춰 당류를 과다 섭취하고 있다"면서 “첨가당 과다 섭취는 건강 악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WHO는 지난 2016년 설탕세 도입을 각국에 권고했는데, 2023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120여 개국 혹은 지방 정부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2018년 '청량음료 산업부담금(SDIL)'을 도입해 음료 100mL에 첨가당이 5~8g이 들어가면 18펜스(약 350원), 8g 이상 들어 있으면 24펜스(약 470원)의 부담금을 징수한 결과, 첨가당 음료 소비자 매출이 33% 감소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기준을 4.5g으로 강화하고, 모든 가공식품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단장은 “설탕 과다사용 부담금 징수를 위해서는 가칭 '건강공동체문화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 기구를 설치하고, '건강 친화 경영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초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탄산음료 소비가 줄어들고 당 섭취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로 칼로리 음료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인공 감미료의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당 섭취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 중에 상당량의 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배추김치에도 설탕이나 물엿이 적지 않게 들어 제품을 구입할 때 성분·함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진수 교수는 “해외에서 'sugar tax'라고 해서 국내에서도 '설탕세'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당류 과다 사용 부담금'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 부담금의 납부 의무자는 부과대상 식품의 제조업자가 되고, 이를 통해 (설탕을 덜 사용하는) 다른 방식의 생산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가공식품 중에서 당류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식품, 대표적으로 청량음료 등 가공음료와 간식류 등이 부과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축사에서 “오늘날 초가공식품이 식탁을 지배하는 형편이라 설탕 과다 섭취를 개인의 절제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정부의 공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때 환경부 장관 재직 때 한강 등 4대강 별로 수도요금에 부과하는 물이용부담금을 도입 과정에서 '준조세' 도입에 반대하는 주민 등을 설득하기 위해 3년 동안 300여 차례의 소통을 가졌고, 두 차례 2만4000명에게 장관 명의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설탕 관련 부담금을 도입할 경우에도 끈질긴 설득을 통해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이사장은 “부담금으로 조성한 재원은 건강 인프라 구축에 투입해서 초고령사회의 건강 손실 기간을 줄이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도 축사를 통해 “어릴 때 혀가 한번 중독되면 바꾸기 어렵다"면서 “부담금으로 어린이 식생활 개선에도 쓰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 입법 추진 협의체'도 출범했다. 이날 출범식을 가진 이 협의체에는 대한민국헌정회와 서욿대 건강문화사업단, 한국환자단체연합, 한국심장병환우회, 한국소비자연맹, 한국건강학회 등이 참여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멸종위기 삵과 수달…도로 위에서 숨을 거둔다

설 연휴를 맞아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에 차량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나는 설렘 속에서 많은 이들이 도로 위에 오르지만, 하나 더 생각할 게 있다. 바로 로드킬(road-kill, 야생동물 교통사고)이다. 로드킬은 차량에 탑승한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포유류인 삵과 수달은 로드킬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면서, 개체군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와 충북대 수의과대학 김기윤 교수 등은 최근 국제 학술지 '동물 세포와 시스템(Animal Cells and Systems)'에 국내 멸종위기종 삵과 수달의 로드킬 발생 특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9~2021년 국토교통부 로드킬 정보시스템(KROS)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종의 사고 발생 시기와 공간적 특성을 정밀 분석했다. ◇가을철에 집중된 삵 로드킬 분석 결과, 삵(Prionailurus bengalensis)은 조사 기간 동안 총 589건의 로드킬 피해를 입어, 국내 멸종위기 포유류 가운데 가장 많은 희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00건 가까운 수치다. 삵은 산림과 농경지의 경계 지역을 오가며 생활하는 대표적인 '가장자리(edge) 종'이다. 이 같은 서식 특성상 도로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로드킬 위험에도 상시 노출돼 있다. 특히 삵의 로드킬은 가을철에 집중되는데, 이는 여름철보다 약 6.9배 높은 수준이다. 가을은 어린 개체들이 어미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분산기로, 도로 위험에 익숙하지 않은 개체들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겨울철에도 번식을 앞둔 수컷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로드킬 발생 빈도가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수달(Lutra lutra) 역시 로드킬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다. 같은 기간 동안 총 22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수달은 하천과 해안 등 수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며, 물고기를 주 먹이로 삼는 반(半)수생 포유류다. 수달의 로드킬은 여름철에 가장 집중되고, 가을철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번식과 새끼 분산 시기와 맞물려 이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로 하천 수위가 높아질 경우, 수달이 다리 아래 수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도로 위로 올라와 이동하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수달의 로드킬은 해안 도로와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도로 폭와 차량 속도가 중요한 변수 연구팀 분석 결과, 삵과 수달 모두 3~4차선 도로에서 로드킬 발생 확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삵 로드킬은 주로 산림과 농경지의 경계에 위치한 4차선 국도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4차선 도로가 한국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가장 흔한 형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달 역시 4차선 도로처럼 규모가 큰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할 확률이 높았다. 삵의 경우 차량 속도와의 상관관계에서 특이한 점이 나타났다. 제한속도가 시속 40~50㎞ 구간과 시속 80~100㎞ 구간에서 사고 위험이 높았다. 시속 40~50㎞ 구간은 주로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관련이 있다. 이에 비해 시속 80~100㎞ 구간은 고속도로나 주요 국도처럼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구간이고, 이런 도로에서 사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달은 차량 속도 자체보다는 수역과의 거리나 고도 등 서식지 환경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수달 역시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근처나 해안 도로처럼 차량 속도가 빠른 구간을 지날 때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결국, 교통량이 매우 많은 도로는 동물이 접근을 기피하게 만들지만, 적당한 교통량과 높은 주행 속도가 결합된 구간은 동물이 도로에 진입했다가 피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다. ◇도로는 '이동 경로'가 아니라 '장벽'이 됐다 삵과 수달은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상위 포식자다. 이들의 감소는 생태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로드킬의 근본 원인으로 도로 건설에 따른 서식지 파편화를 지목했다.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고 짝을 만나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경로를 도로가 가로막으면서, 도로 횡단이 불가피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차선이 넓고 차량 속도가 빠른 국도와 고속도로는 동물들에게 사실상 넘을 수 없는 장벽이자 고위험 지대로 작용한다. 이 문제를 개인 운전자의 부주의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연구팀은 로드킬 저감을 위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표적 관리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삵의 경우, 산림과 농경지 경계부에 위치한 도로 구간을 중심으로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와 생태 통로를 집중 설치할 필요가 있다. 수달은 하천과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수중 이동이 가능한 통로나 육상 언더패스를 설치해, 도로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울러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로드킬 다발 구간에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특히 사고 빈도가 높은 4차선 국도 및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속도 제한을 강화해 운전자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수많은 차량이 도로 위를 오갈 것이다. 도로 위에서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하면 ‘오염 불평등’ 그림자 드리울 수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 중이라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이른바 '새벽 배송' 카드를 꺼내 들면서 유통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의 급성장에 대응해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배송 시간대의 변화가 환경과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새벽 배송 확대는 단순한 유통 규제 완화가 아니라, 대기 오염과 환경 불평등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밤에는 오염이 더 쌓인다"…토론토대 연구의 경고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시민·광물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비(非)피크 시간대 상업용 배송이 대기 질 및 환경 정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연구팀은 상업용 배송 트럭의 운행 시간을 낮에서 저녁·밤 시간대(비피크 시간대)로 전환할 경우, 대기 오염 물질의 농도와 공간적 분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밀 분석했다. 분석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부에 위치한 광역 토론토 및 해밀턴 지역(Greater Toronto and Hamilton Area, GTHA)이다. 그 결과, 배송 시간이 밤으로 옮겨지면 낮 시간대 교통 혼잡이 완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절반에 불과했다. 밤 시간대에는 오히려 대기 오염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핵심 요인은 '대기 안정성'이다. 낮에는 태양 복사열로 인해 공기가 활발히 위아래로 섞이며 오염 물질이 확산한다. 반면 밤에는 지표면이 식으면서 대기가 안정화되고, 오염 물질이 퍼질 수 있는 혼합 경계층이 매우 얕아진다. 이로 인해 디젤 트럭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은 공기 중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지표면 근처에 정체된다. 특히 블랙 카본(BC)과 이산화질소(NO₂)와 같은 자동차 기인 오염 물질은 밤과 새벽 시간대에 농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비피크 시간대 배송 시나리오에서 하루 평균 블랙 카본 농도가 소폭 상승하거나, 낮 시간대의 개선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류센터와 도로 인근은 '오염 핫스팟' 이러한 영향은 모든 지역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물류센터, 대형 유통 허브, 고속도로 인근은 트럭 통행이 집중되며 대기 오염의 '핫스팟'이 되기 쉽다. 연구에 따르면 도로 화물 운송은 전체 주행 거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질소산화물(NOx) 배출의 약 65%, 초미세먼지(PM2.5) 배출의 약 69%를 차지할 정도로 오염 기여도가 높다. 특히 새벽 배송처럼 야간·새벽 시간대에 트럭 운행이 집중될 경우, 이들 지역 주민은 밤의 대기 정체로 인해 더 높은 오염 농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야외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실내 공기 질 악화로 이어져 장기적인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연구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문제다. 캐나다의 경우 물류 거점이나 고속도로 인근에는 이민자, 저소득층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낮 시간대 배송 감소로 인한 대기 질 개선 효과도 상대적으로 크게 누리지만, 동시에 밤 시간대에 집중되는 오염 증가의 피해 역시 가장 직접적으로 감내하게 된다. 그 결과, 배송 시간 조정이라는 정책 변화가 지역 간, 계층 간 대기 오염 노출의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야간과 새벽에 근무하는 배송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대기 오염 물질이 지표면에 정체되는 시간대에 오염원이 발생하는 도로 위에서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트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은 교통 관련 대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 사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 짧은 시간의 노출이라도 장기적인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해법은…전기차 전환과 경로 재설계 연구팀은 새벽 배송 자체를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전제로 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디젤 배송 트럭의 전기차 전환 및 친환경 차량 도입 ▶주거 밀집 지역과 소외 계층 거주지를 피한 야간 배송 경로 재설계 ▶물류센터 주변 지역의 대기 질을 고려한 공간적 형평성 평가 ▶초단기 배송을 당연시하는 소비자 기대치 조정 ▶충전 인프라 구축과 친환경 물류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 확대 등이 제시됐다. 특히 배송 차량의 전기차 전환은 블랙 카본과 질소산화물 배출을 거의 제거할 수 있어, 새벽 배송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건강 피해를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은 유통 경쟁력 강화라는 경제적 논리만으로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배송 시간대의 변화는 특정 지역 주민의 건강권과 직결되고, 물류 시스템 전반의 환경 부담을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새벽 배송 확대를 논의할 때, 쿠팡과의 경쟁 구도나 소비자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대기 오염의 공간적 불평등과 환경 정의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정책적 시야가 요구된다. 지속 가능한 유통 혁신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그 이면의 사회적 비용까지 계산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낙동강변 공기에서 남세균 독소 불검출…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낙동강 주변 공기 중에서 남세균 독소를 분석했으나, 모든 시료에서 독소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세균은 녹조의 원인 생물로 마이크로시스틴 등 인체에 해로운 조류 독소를 생산한다. 조류 독소는 간 독성, 생식 독성 갖고 있어 인체에 해롭다. 기후부는 지난해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경북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낙동강 본류 5개 지점의 공기 중 남세균 독소를 조사한 결과, 모든 조사 지점에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 6종이 검출 한계 미만(불검출)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가 녹조가 수그러든 9월 이후에 진행됐고, 해외에서도 공기 중 조류독소 검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공동 조사는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지난 2024년 여름 낙동강 주변 주민과 환경활동가 등 97명을 조사한 결과, 46명(47.4%)의 콧속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 건강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기후부는 지난해 봄부터 시민사회와 공동조사를 추진했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난 가을에야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조사는 9월 15~25일 사이 ▶대구 화원유원지 ▶대구 달성보 선착장 ▶경남 창녕 남지 유채밭 ▶창원 본포 수변공원 ▶김해 대동선착장 등 5곳에서 진행됐다. 수변경계로부터 5m 이내에 채집 장치를 설치해 공기 시료를 채취했고, 별도로 강물(상수원수) 시료도 채취했다. 강물·공기 시료는 시민단체 측인 경북대 연구진과 기후부 국립환경과학원의 의뢰를 받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에서 분석했다. 분석 결과, 5개 지점의 공기 시료 20개 모두 검출한계 미만이었다. 이에 비해 강물(원수) 시료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불검출부터 최대 328ppb(㎍/L)까지 검출됐다. 분석에 참여한 경북대 이승준 교수는 “녹조가 줄어드는 시기에 조사를 실시했고, 일부 채집일에는 비가 내리는 등 최적의 실험 조건은 아니었다"면서 “공기 속 독소 채집 시간도 2시간으로 짧았다"고 말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7일의 경우 대구는 6.6㎜, 북창원에는 1.1㎜, 기헤에는 2.6㎜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시료 채취 과정에서 풍향이나 풍속 등도 고려하지 않았다. 조사 지점별로 강물에서 검출된 조류 독소 6종의 농도를 보면, 화원유원지가 최대 16ppb, 달성보 선착장에서는 최대 0.36ppb, 남지 유채밭에서는 최대 328ppb, 본포 수변공원에서는 최대 5.34 ppb, 대동선착장에서는 최대 8.94ppb를 기록했다. 이번 강물 조사에서 나온 최대치 328ppb는 기존에 기후부(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수치를 크게 웃돈다. 지금까지 정부가 밝힌 수치는 2022년 7월 25일 낙동강 매리지점 수심 0.5m 표층 시료에서 검출된 41.9ppb, 같은해 8월 8일 같은 지점의 혼합시료 47.3ppb가 최고였다. 328ppb일 경우 정수장에서 99.7% 이상 제거해야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크로시스틴 먹는물(수돗물) 수질기준(1ppb 이하)를 달성할 수 있다. 한편, 환경단체는 지난 2022년 여름 낙동강물에서는 조류독소 농도가 최대 3000~4000ppb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환경단체는 효소결합면역항체법(ELISA) 키트를 이용해 200여 가지의 마이크로시스틴 전체 농도를 분석했다. 만약 조류 독소 농도가 4000ppb라면 99.9%를 제거해도 먹는물 수질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중국 꽃매미, 한국을 교두보 삼아 미국 침공에 성공하다

20여 년 전 한국 사회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낯선 곤충에 두려운 시선을 던졌다. 붉은색 날개의 꽃매미(주홍날개꽃매미)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해서 이 곤충을 '중국매미'로 불렀다. 도심 나무 그늘에서도 쉽게 발견됐던 이 곤충은 포도밭과 과수원을 덮친 해충이기도 했다. 유충과 성충은 나무의 즙을 빨아 먹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말라죽는 원인이 된다. 배설물은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이 꽃매미(학명 Lycorma delicatula)가 10여 년 전부터 멀리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미국 동부 지역에서 널리 퍼져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간간이 들려왔다. 미국에 피해를 입히는 꽃매미도 중국에서 직접 건너온 것으로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가 꽃매미의 글로벌 침입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이 여러 피해 지역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학교 생물학과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보 B'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꽃매미는 중국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진출하는 단계적 확산 경로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한 통과 지점이 아니라 침입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도시 환경에 적응한 꽃매미가 한국 진출 꽃매미는 문헌상으로는 1932년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으나, 이후 발견된 적이 없다가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나타났고 학계에 공식 보고됐다. 이후 수도권과 충청·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포도·사과·복숭아 등 주요 과수에 피해를 입히며 농가의 경계 대상이 됐다. 방제는 쉽지 않았다. 살충제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도심 공원과 가로수, 철도·고속도로 주변 녹지까지 꽃매미 서식지가 확대됐다. 뉴욕대 연구팀의 연구는 바로 이 시기의 한국 개체군에 주목했다. 유전체 분석 결과, 한국의 꽃매미 집단은 중국 상하이 도시 개체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에 진출했을 때 이미 도시 환경에 적응한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꽃매미가 한국 침입에 성공한 이유로 도시 환경의 구조적 유사성을 지목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한국의 대도시는 고온의 열섬 현상, 반복적인 살충제 사용, 단순화된 녹지와 가로수 체계라는 점에서 중국 상하이와 매우 닮았다. 한국 도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은 스트레스 대응 능력, 대사 조절 능력, 화학물질 해독 능력이 더욱 강화됐다. 특히 살충제와 식물 독성 물질을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선택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경유지'가 아니라 '교두보'였던 한국 이 연구가 기존 인식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한국의 위치를 단순한 중간 경유지가 아닌 '교두보(bridgehead)'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교두보란 침입종이 한 번 자리를 잡은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발판이 되는 곳을 의미한다. 꽃매미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개체 수를 늘렸고, 이 가운데 일부가 2014년 쯤 미국으로 유입됐다. 한국의 도시 환경은 침입 대상이 된 미국 동부 도시들과도 닮았다. 비록 미국으로 건너간 개체군은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든 상태였지만, 이미 도시 생존에 필요한 핵심 유전 형질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의도치 않게 미국 침입을 가능하게 한 '중간 증폭기' 역할을 한 셈이다. 다시 말해 연구팀은 한국에서의 적응과 확산 과정이 미국 침입을 위한 '사전 적응 과정'으로 기능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도시에서 살아가는 데 최적화된 개체를 골라내는 역할을 한국 도시가 수행했다는 것이다. ◇통합적 대응전략 없이는 피해 반복돼 연구팀은 꽃매미 이동과 확산 과정을 '인위적으로 유도된 침입 적응'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외래종이 새로운 나라에 도착해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생지와 경유지에서 이미 인간이 만든 환경에 적응한 결과, 어디로 가든 침입에 성공할 수 있는 형질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꽃매미 문제는 특정 국가의 관리 실패라기보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도시화가 낳는 문제인 셈이다. 글로벌 대도시들이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연결된 생태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도시 확장이 계속되는 한 꽃매미와 같은 사례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는 국경 통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도시 녹지 정책, 생물다양성 관리, 외래종 대응 전략을 통합적으로 재설계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가든, 어느 도시든 또 다른 '글로벌 침입자의 교두보' 혹은 '증폭기'가 될 수도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재생에너지와 석탄 동시 확대…중국의 전략적 모순

지난해 전력 소비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은 석탄·원자력·가스 발전소 확충과 더불어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도입하며 새로운 발전 용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설치하고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승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외부 시각에서 보면 모순적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이 과연 기후 위기 해결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기후·에너지 문제를 산업 전략과 성장 동력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이에 따라 최근 학술 연구와 국제 분석 자료를 종합해서 중국의 속내를 짚어봤다. 결론은 중국의 정책은 '위선'보다는 경제 성장, 에너지 안보, 정치적 안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고위험 전략에 가깝다는 것이다. ◇청정에너지는 환경 정책이 아니라 '핵심 산업 정책'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산업에 집중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이 부문이 이미 중국 경제 성장의 실질적인 엔진이 되었기 때문이다. 핀란드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의 수석 분석가 라우리 밀리비르타와 벨린다 셰이프는 지난 5일 기후변화 분석 전문 매체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에 발표한 분석에서 2025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이 태양광·풍력·배터리·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산업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부문은 중국 전체 신규 투자의 약 90%를 차지했고, GDP의 약 11.4%에 해당하는 15조4000억 위안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브라질이나 캐나다의 연간 경제 규모에 필적한다. 카본 브리프에 실린 이 분석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순한 감축 의무 이행이 아니라, 미래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산업 전략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석탄 발전 증설의 역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석탄 정책은 외부 관찰자들에게 가장 큰 혼란을 준다. 핀란드 CREA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가 공동으로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에만 161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석탄 화력발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분석 보고서는 지난 3일 카본 브리프에 게재됐다. 공동 저자인 GEM의 크리스틴 쉬어러는 이를 “석탄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마지막 돌진"이라고 표현했다. 중앙 정부의 장기적 탈탄소 목표와 달리, 지방 정부와 국유 발전 기업들은 향후 기후 규제가 강화될 것을 예상하고, 규제 창이 닫히기 전에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를 승인받으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국의 석탄 증설이 기후 정책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정책 전환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나타나는 방어적 투자 행동임을 시사한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공급업체와 장기적으로 체결한 경우가 많아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한몫하고 있다. 발전소 가동률을 높여 이미 싼 값에 구매한 연료의 처리를 가속화하려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 화석연료를 멀리는 분위기 속에서 화석연료 가격이 내리면, 발전소는 값싼 연료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게 돼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이른바 '그린 패러독스(green paradox)'가 발생하기도 한다. ◇'1+N' 체계의 구조적 한계: 2030과 2060 사이의 간극 중국은 2030년 이전 탄소 배출 정점 도달과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1+N' 정책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서 '1'은 국가 차원의 최상위 가이드라인이고, 'N'은 에너지·산업·교통 등 부문별 실행 계획이다. 칭화대학교 공공정책관리학원의 장팡 교수와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켈리 심스 갤러거 교수 등이 지난해 9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이 체계의 한계를 지적한다. 연구팀은 현재 정책 수준만으로도 2030년 탄소 피크 달성 가능성은 높지만,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는 감축 강도와 정책 범위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1+N 정책만으로는 2060년에 약 43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여전히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 부문의 메탄 배출, 시멘트·철강 등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비(非)에너지 배출, 그리고 CCS(탄소 포집·저장) 확대 전략이 미흡하다는 점이 구조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 중앙 정부의 설계와 지방 정부의 실행 사이의 불일치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앙 집중식 계획과 지방의 보호주의가 충돌하면서 재생에너지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산업 공정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1+N' 정책 패키지와 더불어, 국유 기업 및 에너지 시장의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방 정부의 '전시 행정'과 지역 불평등 중앙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의 21세기 중국센터의 웨이라 공은 지난해 12월 '카본 브리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방정부의 기후 정책 참여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실질적 감축을 목표로 하는 '실행 중심 참여'가 있는 반면, 상급 기관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 행정(performative participation)'과 형식적 계획 수립에 그치는 '상징적 참여(symbolic participation)'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급 지방 관료들은 저탄소 시범사업을 상급자의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승진 기회를 확대하려는 유인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중국의 기후 정책이 외부에서 과장되거나 불균질하게 보이는 원인 중 하나다. 기후 정책의 또 다른 그림자는 지역 불평등이다. 중국과학원(CAS)의 왕푸는 지난해 12월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의 탈탄소 전략이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하이와 저장성 같은 동부 연안 지역은 청정기술 산업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신장과 닝샤 등 서북부 지역은 여전히 에너지 집약적 산업과 오염 부담을 떠안고 있지만 경제적 보상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환경 부담과 경제 손실이 동시에 발생하는 '루즈-루즈(lose–lose) 구조', 즉 동반 불이익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베이징화학기술대학교의 윈후이민 등은 지난해 8월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급격한 전환이 석탄 의존 지역에서 대규모 실업과 좌초자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기후 정책은 '위선'이 아니라 '고위험 관리 전략' 종합하면,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진심이냐 위선이냐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보이는 전진과 후퇴, 때로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정책 선택은 방향 상실의 결과라기보다, 서로 긴장 관계에 있는 세 가지 국가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에너지 수입 의존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석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전기차·배터리 등 청정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 동시에 급격한 전환이 초래할 수 있는 실업, 지역 격차, 사회 불안을 관리해야 하는 정치적·사회적 제약도 안고 있다. 이 세 목표는 동일한 속도와 방향으로 달성될 수 없다. 에너지 안보와 지역 안정성은 기존 산업에 대한 완충 장치를 요구하는 반면, 청정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은 빠르고 집중적인 구조 전환을 전제로 한다. 그 결과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중앙 정부의 장기적 탈탄소 비전과 현장에서의 석탄 유지·유예 정책이 병존하는 '이중 궤도' 형태를 띠게 되며, 이는 외부에서 볼 때 갈지(之)자 행보로 인식된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기후 문제를 국가 생존과 경제 패권의 문제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해법은 환경적 일관성보다 경제적 안정성, 정치적 통제 가능성, 사회적 충격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결국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도덕적 위선의 산물이 아니라, 성공할 경우 거대한 전환을 이끌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심각한 내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성공과 실패가 중국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데 있다. 트럼프 체제의 미국이 국제 기후정치에서 리더십을 포기하고, 유럽연합도 주춤하고 있는 지금 전 세계가 중국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일자리 위협 산업로봇…탄소중립 앞당길 수는 있을까

글로벌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지난달 자사의 인공지능(AI) 챗봇이 한 달 동안 230만 건의 고객 상담을 처리하며 정규직 상담원 700명의 업무량을 대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IBM 역시 향후 5년 내 백오피스 인력의 30%를 AI와 자동화로 대체하겠다며 신규 채용 중단을 선언했다. 영국의 BT그룹은 2030년까지 최대 5만5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육체노동자를 대체하던 자동화의 물결이 이제 전문직 화이트칼라와 숙련 공정까지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합의 없는 도입은 결코 안 된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등 이른바 '신(新) 러다이트 운동'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아틀라스는 지난달 초 미국 라이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제품 전시회) 2026에서 처음 선을 보였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과 '피지컬 AI'의 결합은 고용 시장을 뒤흔드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전 지구적 과제인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할 결정적 열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들이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하는 산업로봇이 어떻게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지 최근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한국 제조업의 풍경을 바꾸는 로봇: '생존'과 '그린'의 결합 한국은 로봇 강국이다.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밀집도가 1012대에 달해 2023년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도시·지역계획학과 연구팀은 'SSRN'에 공개한 논문에서 “한국의 중소 제조기업(SMMs)들은 인건비 상승,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협동로봇(Cobots) 도입을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로봇화는 탄소중립 목표와 결합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5만 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탑재한 '반도체 인공지능(AI) 팩토리'를 구축했다. 여기서는 실시간 데이터 학습을 통해 제조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소모를 최적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당진 특수강 공장에 태깅 로봇을 도입해 오부착 오류를 최소화함으로써 자원 낭비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였다. 포스코는 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해 제철소 용광로 등 위험 설비를 정밀 진단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 대형 사고로 인한 환경 오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진화 중이다. 한화오션은 조선소 자동화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로 용접 협동 로봇을 대거 투입해 작업 준비 시간을 60% 단축하고 정밀도를 높여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있다. ◇ 산업로봇 도입 확대: 온실가스 감축의 강력한 동력 산업로봇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제조의 핵심이다. 중국 쓰촨대학교 경제학부의 왕젠룽 교수팀은 2023년 '사회 속 기술 (Technology in Socie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산업로봇의 확산이 기업의 탄소 배출 강도를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동난대학교 경제관리대학의 야오웨이지 교수 등은 2024년 3월 '청정 생산 저널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산업로봇 사용량이 1% 증가할 때 탄소 배출량은 약 0.2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브릭스(BRICS)에 속한 40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러한 감축 효과가 로봇이 정밀 제어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막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생산성 향상 효과'와 청정 제조 기술의 발전을 유도하는 '기술 진보 효과'를 통해 실현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과 무역 구조의 고도화 로봇 도입은 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도록 도와 간접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중국 광업기술대학교 경영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7월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로봇을 통한 지능형 제조는 가공·조립 위주의 저부가가치 공정에서 연구개발(R&D)과 설계 중심의 고부가가치 단계로의 이전을 촉진하는 '가치사슬 등반 효과'를 유도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 집약적 공정이 줄어 전체 탄소 배출량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샤오싱대학교 경영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데이터 과학 및 관리 (Data Science and Management)'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산업로봇의 적용이 수출 제품에 포함된 탄소 배출 강도(CIE)를 유의미하게 감소시켜, 국제 시장의 엄격한 환경 규제를 준수하는 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기서 CIE(intensity of CO2 emissions embodied in manufacturing exports)는 제조업 수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집약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출 무역에 포함된 전체 탄소 배출량을 수출을 통해 창출된 총 부가가치로 나눈 비율로 계산한다. 이 지표는 특정 국가나 산업의 수출 제품이 얼마나 탄소 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국제적인 환경 규제 준수나 수출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고숙련 인적 자본: 로봇의 탄소 감축 효과를 완성하는 열쇠 로봇 도입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운영하는 인적 자본의 고도화가 필수다. 중국 시안교통대학교 경제금융대학과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연구팀은 2024년 6월 '혁신과 녹색 발전 (Innovation and Green Develop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숙련 노동력이 로봇의 정밀 조작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함으로써 탄소 감축 효과를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서 언급된 고소득 전문직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행이 특허 데이터와 직무 데이터를 결합하여 산출한 'AI 노출 지수'를 분석한 결과, 의사(일반의 및 전문의),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AI 대체 위험이 높은 직업군은 역설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고 임금 수준도 높은 전문직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의 핵심 업무인 방대한 전문지식 학습, 문서 및 보고서 작성, 논리적 추론, 규정 및 판례 검색 등의 영역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이 가장 빠르게 능력을 향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노출 직종 내에서도 단순 정보 전달이나 기초 자료 조사 같은 정형적 업무는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기획, 심층 해설, 관계 형성 등 '기계가 하기 어려운 역할'로 이동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 이제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AI나 로봇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도구로 부려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 유연성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피지컬 AI(산업로봇 등) 시대에 노동 유연성은 기술 도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산업 구조를 저탄소 기반으로 재편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로봇 도입은 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노동 요소가 지역이나 산업 간에 자유롭게 흐를 때 더욱 강화된다. 특히 인력 수급이 어려운 지역으로 숙련된 인재가 유연하게 유입될 때 산업로봇의 탄소 감축 기여도는 극대화된다. 로봇은 단순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수작업을 대체하는 '노동 대체 효과'를 유발한다. 이때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 더 가치 있고 지능화된 직무로 유휴인력이 신속하게 재배치(Reallocation)되면, 산업 전체의 에너지 효율과 노동 생산성이 동시에 향상된다. 피지컬 AI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노동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직무를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훈련 체계는 필수적이다. 노동자가 로봇을 도구로 부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될 때, 기업은 단순 생산량 확대를 넘어 공정의 '청정화'와 녹색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피지컬 AI 시대에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완화는 단순히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지능형 제조 기술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탄소중립의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에너지 반등 효과'와 정책적 해법 그러나 로봇 도입이 생산 효율을 높여 오히려 생산 규모를 급격히 확대시키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드는 이른바 '에너지 반등 효과(energy rebound effect)'는 탄소중립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쓰쵠대학교 왕젠룽 교수는 로봇 가동에 필요한 전력이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할 경우 감축 성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반등 효과'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재생 에너지 인프라의 통합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공장 지붕 등에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해 로봇 가동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녹색 기술 혁신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터키 오스팀 기술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에너지 정책(Energy Polic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AI 기반 청정 에너지 특허와 로봇 기술이 결합될 때 탄소 감축 효과가 극대화되므로, 정부는 '더러운(Dirty)' 혁신 대신 '녹색 혁신'에 R&D 자금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로봇 도입을 통해 얻은 탄소 감축 성과를 탄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저탄소 기술을 채택하게 될 전망이다. ◇ESG 경영과 산업로봇의 시너지 효과 투명한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는 산업로봇 도입을 가속화하는 비료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 충칭 메카트로닉스 직업기술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8월 '사이언티픽 리포츠'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정밀 제조와 폐기물 감소가 가능한 로봇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이를 통해 환경적(E)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특히 ESG는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춰 중소기업이 초기 투자비가 비싼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금융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로봇은 다시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의 탄소 배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도와 ESG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인지 역량과 지능형 로봇의 협업이 여는 저탄소 미래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의 산업 현장 투입 추진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인력 감축 사례에서 보듯이 산업로봇과 AI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도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중국 난징항공우주대학교 경제경영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4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AI와 로봇을 통해 경제 구조를 '가볍고 깨끗하게'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로봇 도입으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노동자 재교육과 재생 에너지 전환에 재투자함으로써, 일자리 위기를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이라는 인간 특유의 인지 역량을 로봇의 정밀함과 결합할 때, 비로소 기술은 일자리를 뺏는 기계가 아닌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뒤바뀐 지구 순환…한반도 날씨 극단적으로 만든다

최근 한반도에서는 여름철이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국지적 집중호우 등이, 겨울철에는 한파와 이상 고온이 자주 나타나는 등 날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에서만 나타나는 지역적인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 대기 순환 체계가 재편되고, 그 영향이 '원격상관'을 통해 한반도까지 전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격상관(遠隔相關, teleconnection)은 멀리 떨어진 지역의 날씨·기후 변화가 대기나 해류의 흐름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함께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한쪽에서 생긴 기후 변화가 보이지 않는 공기 길을 따라 지구 반대편 날씨까지 바꿔 놓는 것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와는 다른 개념이다. 나비효과는 '혼돈(chaos)이론'에서 나온 개념으로, 아주 작은 초기 변화가 시간이 지나며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큰 결과로 증폭될 수 있음을 뜻한다. 원격상관으로 날씨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최근에 발표된 두 가지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북반구 따뜻할수록 여름 몬순 강화돼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시아–호주 여름 몬순 체계가 남반구-북반구 간 온도 차이에 의해 장기적으로 조절돼 왔음을 1만3500년에 이르는 홀로세의 기후 자료를 통해 밝혀냈다. 연구팀은 호주 북동부 몬순 전면 지역에 위치한 브롬필드 늪에서 채취한 호수 퇴적물의 입자 크기와 유기물 함량을 활용해 호주 여름 몬순 기록을 복원했다. 그 결과, 홀로세 초기부터 약 7800년 전까지는 여름 몬순이 약해지다가 다시 점진적으로 강화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아시아와 호주 몬순 시스템이 남북반구 간의 온도 구배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고위도 기후 변화가 남북반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일으켜 열대수렴대(ITCZ)의 위치를 이동시키고 몬순에 영향을 미친다는 통합적인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북반구가 상대적으로 따뜻해질수록 대기의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열대수렴대가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결과 동아시아 여름 몬순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 더 많은 수증기와 강수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북반구와 남반구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 몬순 순환 자체가 약화된다. 열대수렴대는 적도 부근에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무역풍이 만나 공기가 상승하면서 구름과 강수가 집중되는 강수대를 말한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단순히 여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북반구의 장기적 온난화가 동아시아 겨울 몬순의 세기를 약화시키는 경향도 함께 보인다고 설명한다. 즉, 기후변화는 한반도의 여름을 더 습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면서도, 겨울철에는 한파의 빈도와 성격 자체를 바꾸는 이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 겨울 불규칙하고 극단적으로 바뀌어 이는 한반도의 겨울이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면서도, 한파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불규칙하고 극단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기후변화는 한반도의 겨울을 단순히 온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한 계절로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베리아 고기압과 북극의 한랭 공기 저장고가 약해지고, 그 결과 한반도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던 차고 건조한 북서풍 계열의 겨울 몬순 바람이 전반적으로 약해진다. 과거처럼 한겨울 내내 강한 추위가 길게 이어지는 전형적인 '계절형 한파'의 빈도는 줄어드는 대신 한파가 '짧고 강하게' 나타나는 비정형적 양상이 늘어난다. 평상시에는 비교적 온화한 겨울 날씨가 유지되다가도 대기 순환이 일시적으로 크게 흔들릴 경우 고위도의 강한 한기가 한반도로 급격히 쏟아져 내려올 수 있다. 이와 함께 한파와 함께 나타나는 동반 현상도 달라지고 있다. 겨울 몬순이 약화되면 기본적으로 공기가 덜 건조해지지만, 강한 한기가 돌발적으로 유입될 경우에는 폭설·강풍·급격한 체감온도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한파'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한파의 횟수는 줄어들 수 있으나, 한 번 발생할 때 사회·경제적 충격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유라시아 제트기류, '흔들림'에서 '동조화'로 이와 동시에, 대기 상층을 흐르는 제트기류의 성격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최근 20여 년 사이 유라시아 제트기류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유라시아 대륙 전반에서 제트기류의 세기가 동시에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상류–하류 동서 일관성(UDZC)'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데, UDZC에서 상류는 제트기류의 서쪽(유럽·대서양), 하류는 동쪽(동아시아·한반도)을 의미한다. 동서 일관성은 이 두 지역의 제트기류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상류의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치우치면 하류의 제트기류는 남쪽으로 치우치는 등 상류와 하류가 남북으로 엇갈려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제트기류의 세기와 대기 순환이 유라시아 전역에서 동시에 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제트기류가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라, 대륙 전체의 날씨를 한꺼번에 묶는 '동기화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연구팀은 2022년 동아시아와 유럽, 북미 일부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 새로운 제트기류 패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실크로드 원격상관, 대서양에서 한반도까지 두 번째 논문이 특히 주목하는 개념은 '전 지구적 실크로드 원격상관(Circumglobal Silk Road, CGSR)'이다. 이는 북대서양에서 시작된 대기 이상이 '로스비 파동(Rossby wave)'이라는 형태로 제트기류를 따라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다시 북미까지 전달되는 거대한 파동 구조를 말한다. 로스비 파동은 지구 자전과 위도에 따른 코리올리 효과 때문에 중위도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크게 굽이치며 형성된다.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저주파 구조로, 고기압과 저기압의 위치를 오래 고정시켜 폭염·가뭄·한파 같은 극한 날씨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파수(wavenumber)가 6인, 즉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산-골 쌍이 6번 나타나는 로스비 파동이 제트기류와 공진해 정체하기 쉬운 조건이 자주 만들어지고 있다. 그 결과 유럽·동아시아·북미가 하나의 파동 체계로 연결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극한 기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 파동은 이동 경로상에 있는 지역마다 고기압과 저기압의 배치를 바꿔 놓는다. 동아시아에 이 파동이 도달하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시에 강화되며 상층과 하층에서 하강 기류가 겹치는 '열돔' 조건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구름이 억제되고, 비는 줄어들며, 지표면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극단적인 폭염과 가뭄이 지속된다. 중요한 점은 이 현상이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파동 구조가 북미 서부에도 고기압을 형성해, 동아시아와 북미의 폭염이 동시에 발생하는 '연결된 재난'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반도 날씨, '국지적 상황'으로 설명되지 않아 두 연구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오늘날 한반도의 날씨는 더 이상 한반도 주변만 살펴봐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남북반구 간의 온도 불균형, 유라시아 대륙 상공의 제트기류 구조 변화, 그리고 대서양에서 시작되는 원격상관이 서로 맞물리면서, 한반도는 전 지구 기후 시스템의 변화에 훨씬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는 평균 기온을 조금씩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기 순환의 '연결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 결과 한반도의 폭염, 가뭄, 집중호우, 한파는 앞으로도 더 잦고, 더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제 지역 기상 현상을 넘어 전 지구적 대기 연결 구조를 함께 고려하는 기후 인식과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두 논문은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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