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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 kcs25@ekn.kr
온난화로 열린 지름길 북극항로…친환경 연료가 ‘필수’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해상 수송로인 '북극항로(북동항로)'가 글로벌 물류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항로(약 2만㎞)에 비해 부산~로테르담(네덜란드) 운항 거리가 약 1만 5000㎞로 25%가량 단축되고 운항 소요 시간도 30일에서 20일 안팎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맨의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모든 상품 물류가 마비될 수도 있는 최근 상황까지 고려하면 북극항로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지난 8월 22일 부산신항에서 출항한 국내 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의 '팬스타 아크로호'가 국내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북극해 구간을 통과한 뒤 출항 22일 만인 지난달 13일 목적지인 로테르담항에 성공적으로 입항했다. 이수호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지난 8월 기자 브리핑을 통해 “이번 시범 운항을 통해 기존 항로 대비 운항 거리와 소요 기간, 연료 소모량, 운항 비용 등을 정밀 분석해 북동항로의 상업적 경제성에 관한 실측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당시 김성범 해양수산부 장관 직무대행도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시범 운항을 시작으로 극지 항해 선박 건조를 지원해 2030년까지 정기 상업 항로를 개통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블랙카본'에 가려진 기후 재앙… 극지방 기름 유출 우려도 심각 그러나 북극항로의 활용 확대가 가져올 경제적 혜택 뒤편에는 심각한 환경적·안전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미세 탄소 입자인 '블랙카본(Black Carbon, BC)'이 북극의 눈과 얼음 위에 쌓이면 태양광 반사율(알베도)을 낮춰 빙하 녹음과 지역 온난화를 가속하는 심각한 기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칭화대학교 환경대학·탄소중립연구원 연구팀은 지난 8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50년 북극항로 운항을 통해 연간 23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지만, 선박 배출 블랙카본은 연간 22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기반 운항이 지속될 경우 경제적 이득 10억 달러당 북극 지역 온도가 0.002~0.002.9℃ 상승하는 기후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박 배출가스가 극지방 구름 구조를 변형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 극지환경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한 논문에서는 “단 한 척의 선박이 배출한 미세입자 오염물질조차 국지적 구름 방사열 구조를 변화시켜 구름이 열을 가두는 효과를 최대 22%까지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극한의 저온과 유빙, 위성항법장치(GPS) 작동 불능 환경에서 선박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양 기름 유출(Oil Spill) 사고로 이어져 방파제나 오염 회수 인프라가 전혀 없는 북극 해양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 위험도 지적된다. 알리안츠의 해상위험 컨설팅 글로벌 총괄 라울 칸나는 지난 8월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10년간 북극권에서 발생한 500여 건의 선박 사고 중 절반 이상이 기계 피해 및 고장 때문이었다"며 “구조와 수리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극지방에서는 작은 기계 고장이나 좌초 사고도 대규모 해양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O 중유 금지 규제… 무배출·저탄소 '친환경 연료' 전환 필수 이 같은 대기·해양 오염 우려에 대응해 국제해사기구(IMO)는 북극해 역내에서 벙커C유 등 중유(HFO)의 사용 및 운송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를 2024년 7월 시행했다. 이에 따라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바이오연료 등 탄소 및 미세먼지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친환경 대체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팬스타 아크로호 역시 이번 운항에서 선박용 경유인 MGO(Marine Gas Oil)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벙커C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부산광역시는 지난달 5일 발표를 통해 “IMO의 북극해 중유 금정 규제에 맞춰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시범 운항 선박 팬스타 아크로호에 3억 원의 연료비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향후 연간 5억 원 규모로 확대해 친환경 벙커링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연료로의 빠른 전환만이 북극항로의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칭화대 연구팀은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소 및 e-연료(전자연료) 등 무배출 대체 연료로 빠르게 전환할 경우, 물동량이 늘어나도 블랙카본 배출량은 감소하는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도달해 환경과 경제가 상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료 전환의 단계적 경로를 제시한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구이저우대학교와 홍콩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발표한 논문에서 “단기적으로는 대두(콩) 기반 바이오디젤 등이 현실적인 과도기 연료 역할을 하지만, 2040년 이후에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e-연료(e-메탄올, e-암모니아, e-수소 등)가 주도적인 탈탄소 연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극항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이끌 전략적 자산이지만, 단순한 '거리 단축'을 넘어 친환경 대체 연료 선박 건조와 전용 벙커링 인프라 구축이 선제적으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진정한 '녹색 회랑'으로 거듭날 수 있을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국 환경 비상시국 회의’ 개최… “개발 폭주 중단·검증 촉구”

전국의 기후·환경단체와 활동가들이 정부의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을 규탄하고,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과 환경정책 전환을 촉구하며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했다. 전국 환경단체 및 활동가들은 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전국환경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정부의 주요 개발정책을 점검한 뒤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신규 원전, 신규 댐, 신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사전 검증 없이 속도전으로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발사업을 먼저 확정한 후 전력·용수 공급 및 송전망 건설을 후속으로 맞추는 추진 방식이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검증 없는 개발 폭주 중단 △주요 개발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지역주민 참여 종합 검증 △기후·생태위기 대응으로의 환경정책 전환 △공식적인 '기후·환경 정책대화의 장' 마련 등 4가지 핵심 사항을 촉구했다. 시국회의 측은 향후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기후환경 시민검증단을 운영하고, 전국적인 공동행동을 전개하며 정부에 정책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환경회의를 비상체계로 전환하고 시국회의의 사무국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민단체들이 '환경비상시국회의'를 연 것은 2004년 11월 노무현 대통령 정부 이후 22년 만이다. 당시에는 새만금 개발과 골프장 건설 등에 항의해 서울 광화문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54일간 천막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국내 임산부·태아 ‘대체 PFAS’ 노출 해외보다 높다 [환경 포커스]

국내 임산부와 태아 체내에서 기존 규제 대상 과불화화합물(PFAS)뿐만 아니라 규제를 피하기 위해 도입된 대체 과불화화합물(Replacement/Alternative PFAS)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일부 대체 물질의 노출 농도는 해외 선행 연구 수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체재와 전구체 물질 역시 산모의 태반을 쉽게 통과해 태아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환경 보건 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는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고영림 교수팀과 서울대 병원, 서울대 보건대학원(최경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최근 게재됐다. ◇국내 최초 산모-태아 4대 생체 시료 동시 추적 연구팀은 2016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서울대 병원 '이상적인 모유(IBM)' 코호트에 등록된 단태아 임산부-신생아 151쌍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단일 혈액 시료 분석에 의존했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산모의 혈청, 혈장, 소변, 그리고 출산 시 채취한 탯줄 혈액(제대 혈청) 등 총 4가지 생체 시료를 짝을 이뤄 분석하는 '다중 생체 시료(Multimatrix) 바이오모니터링' 기법을 도입했다. 분석 대상 물질은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불화옥탄산(PFOA) 등 기존 규제 화합물(Legacy) 20종과 생체 내에서 PFAS로 변환되는 전구체(Precursor) 9종, 그리고 규제 대체재로 개발된 대체 PFAS 4종(9Cl-PF3ONS, 11Cl-PF3OUdS, HFPO-DA, ADONA) 등 총 33종이다. ◇오염 원인 및 인체 노출 경로: 규제망 피한 '대체 PFAS'의 부상 PFAS는 1940년대 테플론(PTFE) 개발 이후 열·화학적 안정성과 물, 기름, 오염을 튕겨내는 특성 덕분에 조리기구 코팅, 방수 의류, 식품 포장재, 소화약제 등 산업 및 소비재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인체 노출은 주로 오염된 음용수 및 음식물 섭취, 실내 먼지 흡입, 피부 접촉을 통해 발생하며, 코팅제 등에 쓰인 PAPs 등 전구체 화합물이 체내 흡수 후 생체 변환을 거쳐 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2009년 스톡홀름 협약을 시작으로 PFOS, PFOA,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 등 기존 장쇄 PFAS에 대한 국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산업계가 규제를 받지 않는 대체 PFAS(9Cl-PF3ONS, 11Cl-PF3OUdS, ADONA 등)를 대량 도입했다는 점이다. ◇대체 PFAS 노출 수치, 아시아 타 임산부 코호트 웃돌아 연구 결과, 산모 혈청과 혈장에서는 PFOA, PFNA, PFDA 등 장쇄 화합물뿐만 아니라 대체 PFAS인 '9Cl-PF3ONS'와 '11Cl-PF3OUdS' 역시 분석 시료의 70% 이상에서 검출됐다. 특히 대체재인 9Cl-PF3ONS(혈청 중앙값 mL당 0.96 ng(나노그램, 1ng=10분의 1g)와 11Cl-PF3OUdS(0.03 ng/mL)의 산모 혈청 농도는 기존 아시아 임산부 코호트 연구에서 보고된 수치(각각 0.63 ng/mL, 0.01 ng/mL)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국내에서 규제 이후 대체 물질 사용이 대폭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대체 PFAS인 9Cl-PF3ONS(태반 통과율 0.445)와 전구체 물질인 6:2 diPAP(탯줄 혈청 중앙값 4.46 ng/mL, 태반 통과율 1.371)는 산모 체내에만 머물지 않고 태반을 효율적으로 통과하여 태아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료별 배설·결합 특성 차이 규명 다중 시료 분석을 통해 체내 동태 특성도 명확히 밝혀졌다. 단백질 결합력이 높은 장쇄 PFAS는 혈액(혈청·혈장)에 축적되는 반면, 사슬이 짧은 단쇄 PFCAs(PFBA, PFPeA, PFHxA)는 신장을 통해 빠르게 배설되어 소변에서 주로 검출됐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 흔히 혼용되어 온 산모의 '혈청'과 '혈장' 시료를 비교한 결과, 응고 단백질(피브리노겐 등) 존재 여부에 따라 PFDA, PFUnDA, PFTrDA, L-PFOS, 9Cl-PF3ONS 등 11개 화합물의 측정 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달랐다. 연구팀은 두 시료를 상호 교체해 비교해서는 안 되고, 연구 간 비교 시 일관된 시료 매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산 위험성 및 신생아 머리 둘레 영향… 성별 감수성 차이 관찰 연구팀은 PFAS 노출이 산모 및 태아의 건강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우선, 산모 혈청 내 PFOA 및 Br-PFOS 농도가 높을수록 조산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신생아 머리 둘레 감소도 화인됐다. 산모 혈장 내 대체 PFAS(11Cl-PF3OUdS) 농도는 신생아의 머리 둘레 감소와 연관성을 보였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여아의 경우 산모 혈청 L-PFOS 및 탯줄 혈청 9Cl-PF3ONS 농도가 높을수록 머리 둘레가 감소하는 것으로나타났다. 남아의 경우 소변 내 ADONA 농도가 머리 둘레 감소와 연관되는 등 성별에 따라 반응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PFAS 노출이 출생 체중 감소, 내분비 및 면역계 교란, 신경발달 영향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기존 독성학·역학 연구 경고와 일맥상통한다. ◇“대체재 관리 및 다중 생체 시료 모니터링 체계 구축 시급" 연구팀은 기존 규제 물질에만 집중된 단일 시료 모니터링 방식으로는 신종 화학물질의 인체 노출 위험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PFOA나 PFOS 같은 기존 PFAS 규제 이후 도입된 대체 물질들 역시 임산부 체내에 축적되고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 전달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기존 규제 화합물뿐만 아니라 대체재 및 전구체에 대한 신속한 독성 평가와 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정확한 위험 진단을 위한 '다중 생체 시료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함께, 신생아 성별에 따른 맞춤형 위험 평가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02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4.3% 초과 달성? 사실은

202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목표보다 4.3% 더 줄여 초과 달성했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감축 속도는 3년 연속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 '목표 초과 달성'이라는 표현만으로 온실가스 감축 상황을 안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공동위원장 : 한성숙 국무총리, 이창훈 민간위원장)는 '2025년도 온실가스 감축목표· 국가기본계획 이행점검 결과'를 최근 서면으로 심의·의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25년 순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090만 톤으로, 당초 목표인 6억1760만 톤보다 2670만 톤(4.3%) 적었다. 이는 1996년 기후변화정부간 협의체(IPCC) 지침을 적용한 결과다. 하지만, 지난 20일 기후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보듯이 현재 국제 통계에 사용되는 2006년 IPCC 지침을 적용하면 2025년 총배출량은 6억8571만 톤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산림 등 흡수원을 반영한 순배출량은 6억5470만 톤으로 오히려 0.5% 증가했다. 2025년 3월 발생한 경북 대형 산불로 산림의 탄소흡수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산림·토지 부문의 흡수량은 전년보다 22.8% 줄었다. 이와 함께 전년 대비 감축률은 2023년 3.6%에서 2024년 1.8%, 2025년 1.3%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점은 장기 감축목표 달성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산업과 전환 부문의 상황이 엇갈렸다. 산업부문 배출량은 2억4070만 톤에서 2억3290만 톤으로 3.2% 줄었다. 그러나 기후대응위와 기후부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고배출 업종의 생산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감소 비중이 컸다는 뜻이다. 전환부문 배출량은 오히려 2억1270만 톤에서 2억1430만 톤으로 증가했다. 원전 정비일수가 전년보다 143.5일 늘면서 석탄발전이 증가한 영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4년 537억kWh에서 지난해 582억kWh로 늘었지만, 전력부문 전체 배출량을 줄이기에는 부족했다. 교통·농축수산·폐기물 부문도 연간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교통부문은 무공해차 보급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폐기물부문은 폐기물 감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대응위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1억5430만 톤을 추가로 줄여야 하며, 앞으로 연평균 5.9%의 감축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감축, 원전 정상화, 전기·수소차 보급, 산업부문 저탄소 전환과 폐기물 감량 등 구조적인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기후대응위는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업이 배출한 탄소, ‘청구서’로 날아온다…새로운 기후위험 대비를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빙하·홍수 재난을 계기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 8월 발생한 히말라야 빙하 관련 홍수로 네팔에서는 최소 1450명이 숨지고 60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복구에 필요한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과학과 법률, 경제의 영역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과거에는 기후변화가 폭염이나 홍수 등 특정 재해를 얼마나 악화시켰는지를 밝히는 데 연구가 집중됐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특정 기후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높였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하려는 연구가 등장하고 있다. 핵심은 '기후변화가 원인인가'라는 질문에서 '누구의 배출이 어느 정도 기여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배출과 기후재해를 연결하다 대표적인 연구가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기업의 배출량을 지구 평균기온 상승과 지역적 극한고온, 경제적 피해까지 연결하는 이른바 '엔드투엔드(end-to-end) 귀속' 접근법을 제시했다. 기업의 배출→온난화→극한기후→경제적 피해라는 연결고리를 정량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셰브론의 배출과 관련된 1991~2020년 극한고온 피해의 경제적 손실을 7910억~3조6000억 달러(약 1076조~4896조 원)로 추정했다. 다만 이 수치가 셰브론이 실제로 해당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기업의 배출이 초래한 온난화가 특정 기후현상의 위험과 경제적 피해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과학적으로 추정한 결과다. 논문 역시 이러한 분석이 향후 기후책임 관련 소송에 활용될 수 있는 과학적 틀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배출량으로 재해 발생 위험까지 계산 지난 8월 '지구의 미래 (Earth's Future​)' 저널에 발표된 미국 인디애나대학 연구진의 후속 연구는 이 접근법을 더욱 발전시켰다. 연구진은 누적 CO₂ 배출량과 극한고온·극한강수 발생 위험 사이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모델링해 특정 국가나 화석연료 기업의 누적 배출이 특정 기후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계산했다. 연구 결과 주요 화석연료 기업 10곳의 배출은 2021년 미국 태평양북서부 폭염의 발생 가능성을 약 31% 높인 것으로 추정됐다. 2022년 파키스탄의 극한강수 위험도 약 7%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배출량을 알고 있는 다른 국가나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후책임을 둘러싼 과학적 질문을 상당히 구체화한 것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재해가 발생했다"는 수준을 넘어 “특정 배출 주체의 배출이 없었다면 해당 재해의 위험이 얼마나 달라졌을 것인가"​를 계산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물론 이 모델링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배출량이 작은 기업이나 개별 사건에 적용할 경우 더욱 엄격한 불확실성 평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은 이 같은 과학적 귀속 결과와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과거 탄소의 '미래 청구서'까지 계산 이에 앞서 지난 3월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연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을 특정 지역의 경제적 피해와 연결하는 '기후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의 정량적 산정 체계​를 제시했다. 과거 배출로 이미 발생한 피해뿐 아니라 과거에 배출된 탄소가 앞으로 만들어낼 미래의 피해까지 경제적 가치로 계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1990년에 배출된 CO₂ 1t은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80달러의 피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또, 2020년 이후에도 2100년까지 추가로 약 1840달러의 피해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같은 금액을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법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추정치의 불확실성 범위가 각각 40~530달러, 500~5700달러에 이를 정도로 매우 넓기도 하다. 연구진도 이런 피해액이 실제로 한 주체가 다른 주체에게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과 동일한 것은 아니며, 그것은 별도의 도덕적·법적 문제라고 명확히 구분한다. 그럼에도 과거의 탄소 배출이 수십 년 뒤에도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학에서 법률로, 법률에서 기업으로 이러한 과학적 발전은 기후소송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해 7월 기후변화에 관한 권고적 의견에서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의무와 관련한 국제법적 문제를 다뤘다. 특히 여러 국가의 누적된 행위가 기후체계에 피해를 초래하는 상황에서도 국가책임에 관한 기존 국제법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제시했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 인과관계는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여기서 국가의 국제법상 책임과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ICJ의 권고적 의견이 기업의 과거 배출량에 따라 자동적으로 배상책임이 발생한다는 규칙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이 배출량과 기후피해 사이의 연결고리를 점점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소송에서도 과학적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은 확대되고 있다. ◇당장 '기후부채'로 회계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업이 과거에 배출한 탄소를 모두 금액으로 환산해 당장 회계상 '기후부채'나 '충당부채'로 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충당부채로 인식하려면 과거 사건으로 인한 현재의무가 존재하고 경제적 자원의 유출 가능성이 높으며 그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과거에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조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회계상 부채가 아니라고 해서 재무적 위험이 아닌 것도 아니다. 기후 관련 소송이나 규제가 확대되고 특정 기업의 배출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과학적 방법이 정교해지면, 기업에는 소송비용과 배상금, 규제 대응비용, 보험료 상승, 자본비용 증가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적·전환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지금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는 미래의 기후 리스크로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탄소 감축은 미래 비용을 줄이는 위험관리 기업 입장에서 탄소 배출은 더 이상 현재의 배출비용이나 규제비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 배출한 탄소가 미래의 기후피해와 법적 분쟁, 경제적 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론 현재의 연구만으로 특정 기업이 과거에 배출한 탄소량을 근거로 미래의 기후재난 피해액을 그대로 청구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 기후재해에는 자연적 변동성뿐 아니라 지역의 사회·경제적 취약성, 적응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과학적 귀속과 법적 책임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있다. 하지만, 간극은 점점 좁혀지고 있다. △누가 배출했는지 추적할 수 있고 △그 배출이 온난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계산할 수 있고 △특정 기후재해의 위험을 얼마나 높였는지 추정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까지 금액으로 산정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배출한 탄소가 당장 내일 청구서가 되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가는 그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지금의 탄소 감축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비용인 동시에, 미래의 기후 관련 법적·재무적 위험을 줄이는 위험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체력 탓 아니었네”…마라톤 기록 늦추는 도심 오염물질 [환경 포커스]

마라톤에서 기록을 좌우하는 것은 체력과 날씨만이 아니었다. 대기 중 이산화질소(NO₂) 농도가 높을수록 마라톤 완주 기록도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선수보다 일반 참가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컸다. 영국 레스터대 심혈관과학부 연구진이 세계 6대 마라톤 참가자 275만여 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 스포츠의학 저널인 '스포츠 메디신-오픈(Sports Medicine - Open)'에 발표됐다. ◇275만 명의 '달리기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연구진은 2010~2024년 열린 베를린·보스턴·시카고·런던·뉴욕·도쿄 마라톤의 기록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된 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75번 열린 대회 기록을 분석했다. 최종 분석 대상(참가자수)은 275만6553건이었다. 여기에 각 대회 당일의 대기오염 자료를 결합했다. 분석한 오염물질은 이산화질소(NO₂)와 초미세먼지(PM₂.₅)였다. 기온과 습도 등을 반영한 열지수, 바람, 연도별 차이도 함께 고려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NO₂ 농도가 ㎥당 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높아질 때 남성의 완주시간은 평균 1.43분, 여성은 1.56분 길어졌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농도 차이로 바꿔 보면 더욱 눈에 띈다. NO₂ 농도가 연구기간 중 낮은 편인 25백분위수(하위 25%, 5.2㎍/㎥)에서 높은 편인 75백분위수(상위 25%, 10.3㎍/㎥)로 올라가면 남성은 약 7.3분, 여성은 약 7.9분 완주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잘 뛰는 사람'보다 '보통 사람'이 더 힘들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결과는 참가자의 실력에 따른 차이다. 엘리트 선수에서는 NO₂ 1㎍/㎥ 증가할 때 기록 지연이 0.34분에 그쳤지만, 뒤쪽에서 달리는 일반 참가자에서는 2.12분으로 약 6배 컸다. 평균 완주시간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 영향도 엘리트 선수는 0.18%, 레크리에이션 러너는 약 0.67%였다. 연구진은 일반 참가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친 데 대해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반 참가자는 엘리트 선수보다 코스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오염물질을 더 많이 흡입할 수 있다. 또 엘리트 선수는 높은 심폐 능력과 생리적 여유능력을 갖고 있고, 평소 훈련을 통해 산화스트레스 등에 대한 적응력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설명은 이번 연구에서 직접 입증된 것이 아니라 가능한 기전으로 제시된 것이다. ◇미세먼지 영향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의외로 PM₂.₅(초미세먼지, 지름 2.5㎛ 이하, 1㎛(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기록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PM₂.₅ 농도가 1㎍/㎥ 증가했을 때 남성은 0.13분, 여성은 0.14분 빨라지는 방향의 결과가 나왔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PM₂.₅가 운동능력을 높인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반면 NO₂는 도시 도로의 자동차 연소에서 주로 발생한다. 마라톤 코스가 도심 도로를 따라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교통량과 NO₂ 노출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NO₂와 PM₂.₅가 햇빛과 함께 지표면 오존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이번 연구에는 오존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달리기 좋은 날"에는 공기도 포함해야 이번 연구에서 NO₂ 농도 자체는 대체로 높지 않았다. 연구기간 전체 대회의 중앙값은 7.3㎍/㎥였고, 25~75백분위수는 5.2~10.3㎍/㎥였다. 그럼에도 기록과의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점이 연구진이 주목한 부분이다. 물론 이 연구는 개인이 마라톤 코스의 어느 구간에서 얼마나 오염물질을 들이마셨는지를 직접 측정한 연구는 아니다. 대기오염 자료의 공간 해상도가 약 11㎞로 42.195㎞의 마라톤 코스를 따라 나타나는 미세한 농도 차이를 반영하지도 못했다. 따라서 연구진도 결과를 다른 지역이나 훨씬 높은 오염 수준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때 기온과 습도뿐 아니라 대기질 예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NO₂가 교통과 밀접하기 때문에 대회 주변 차량 통행을 줄이거나 대회 시간대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화상 입은 지구’…기온 내려가도 상처는 깊어진다 [기후 리포트]

사람이 뜨거운 물에 손을 잠깐 담갔다 빼면 피부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더 높은 온도에 더 오래 노출될수록 더 심하게 화상을 입고 피부 조직이 손상된다. 기후변화와 지구 생태계도 비슷하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를 넘어섰다가 다시 내려오더라도 그동안 지구시스템에 축적된 변화가 모두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영구동토와 해양처럼 느리게 반응하는 시스템은 '오버슈트(overshoot, 기온 한계 초과)'의 흔적을 오랫동안 남길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초과가 현실화할 경우 '오버슈트→정점→하강→안정화'​라는 경로를 거치게 되며, 정점의 온도가 높고 초과 기간이 길수록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UNEP 보고서를 정량적으로 뒷받침하는 논문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논문은 UNEP 보고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얼마나 뜨거웠나'에서 '얼마나 오래 뜨거웠나'로 캐나다 콩코디아대 미첼 디카우 연구원·H. 데이먼 매튜스 교수와 사이먼 프레이저대 커스틴 지크펠트 교수 연구팀은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핵심 개념은 '도·년(degree-years)'​이다. 오버슈트 기간 동안 기준 시나리오보다 높은 온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를 누적한 값이다. 예를 들어 기준보다 0.5℃ 높은 상태가 10년 지속되면 5℃·년이다. 연구진은 지구시스템모델을 이용해 42쌍의 오버슈트·기준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그 결과 영구동토와 해양처럼 변화가 느린 생태계에서는 최고기온보다 누적된 도·년이 오버슈트 이후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변수에서는 도·년과 변화 사이의 선형관계가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화상과 비슷하다. 같은 뜨거운 물이라도 피부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닿았는지가 손상 정도를 결정한다. 기후에서도 오버슈트의 '높이'와 '시간'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버슈트' 때 무슨 일이 벌어지나 우선 극지방 영구동토층에서는 탄소 손실이 나타난다. 오버슈트 기간 동안 상승한 열이 지표면 아래 토양으로 천천히 전달되면서 얼어있던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하고, 억제됐던 토양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작용이 활성화된다. 매장된 탄소가 이산화탄소와 메탄 형태로 대기 중에 다량 방출된다. 오버슈트가 끝난 뒤 지표면 기온이 내려가 얼어붙은 얼음 땅 일부는 다시 얼어붙을 수 있지만 이미 분해돼 대기 중으로 배출된 탄소가 다시 토양 유기물로 쌓여 동결되기까지는 수천 년이 걸린다. 인간의 시간 지평에서는 복구 불가능한 단방향 자산 손실이다. 배출된 탄소는 지구를 계속 데우는 '탄소 채무(carbon debt)'로 남게 된다. 두 번째는 심해 온난화 및 열팽창 해수면 상승이다. 오버슈트 동안 해수 표면이 흡수한 막대한 열이 해류의 침강과 대류 혼합을 통해 심해에 쌓이게 된다. 이 열은 바닷물 부피를 지속적으로 팽창시켜 열팽창에 의한 해수면 상승을 장기간 유발한다. 다시 기온이 내려가면 대기와 맞닿은 해수 표면은 빠르게 식지만, 심해 열은 수백 년 동안 빠져나가지 못하고 '심해 축적 열 채무(subsurface heat debt)'로 남는다. 세 번째는 심해 산소 결핍이다. 오버슈트 동안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해양 순환이 약화되면서 산소가 결핍되고 이산화탄소가 과다 용해된 표층수가 심해로 하강한다. 심해 산소 농도가 급격히 감소(빈산소화)하면 해양생물 서식지가 크게 축소된다. 심해의 산소 결핍 물 덩어리는 수백 년간 지속될 수 있다. ◇기온은 돌아와도 바다와 영구동토엔 상처가 남는다 연구진은 30개 기후변수의 복원성을 분석했다. 영구동토의 토양 탄소, 최대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 강도는 연구에서 설정한 기온 복귀 시점에 복원성이 거의 0%로 나타났다. 열팽창에 의한 해수면 상승, 해양 온도와 산소의 복원성도 약 20~25% 수준이었다. 특히 해양은 지표면보다 반응이 느리다. 지표 기온이 다시 낮아져도 오버슈트 기간에 흡수한 열이 심해에 남아 해양 온도와 산소, 열팽창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구동토 역시 한 번 녹아 손실된 탄소가 단기간에 다시 축적되기 어렵다. 대기 중 CO₂를 줄여 표면 기온을 100%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더라도 심해와 영구동토층 깊은 곳에는 수백~수천 년간 한번 입은 상처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화상을 입은 피부의 표면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와도 손상된 조직이 즉시 회복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기온이 다시 내려갔다"와 “지구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는 말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UNEP가 정책적으로 제시한 “오버슈트의 정점과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에 구체적인 측정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오버슈트가 불가피하다면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만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그 상태에 머무르는지, 즉 누적된 '도·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에서 말하는 '복원성 0%'는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금세기 말 기온이 기준 시나리오로 돌아오는 시점의 상태를 비교했으며, 수백~수천 년에 걸친 장기적인 지구시스템의 회복까지 평가한 것은 아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비행기가 남긴 구름, 이산화탄소보다 무섭다?…온난화 숨은 주범[기후 신호등]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자주 쳐다보게 되는 가을.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 뒤로 길게 늘어진 하얀 선도 자주 볼 수 있다. 흔히 '비행운(aircraft contrail)'이라고 부르는 이 구름은 단순한 수증기 자국이 아니다. 항공기 엔진에서 나온 수증기와 미세입자가 상공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만들어지는 얼음구름이다. 조건이 맞으면 수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고 주변의 자연 구름과 섞이면서 넓은 권운으로 변하기도 한다. 비행운은 항공기의 기후영향을 이해할 때 매우 중요한 변수다. 지금까지 항공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논의는 주로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CO₂)에 집중돼 왔다. 하지만 항공기는 대류권 상층부를 비행하면서 CO₂ 이외에도 수증기와 질소산화물, 입자 등을 배출한다. 이 가운데 특정 기상조건에서 만들어지는 비행운은 구름의 양과 복사 특성을 바꾸면서 지구의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학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뜨거운 배기가스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 생성 비행운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사실 간단하다. 항공기 엔진에서 연료가 연소하면 수증기와 여러 배출물질이 나온다. 이 뜨겁고 습한 배기가스가 고도 8~12㎞ 안팎에서 매우 차가운 공기와 급격하게 섞이면 수증기가 응결하고 얼어붙는다. 이 때 배기가스 속 그을음이나 황산염, 유기물 등의 미세입자는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얼음핵'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은 얼음결정들이 항공기 뒤에 길게 늘어서면서 비행운이 된다. 하지만 비행운이 생긴다고 모두 오래 남는 것은 아니다. 주변 공기가 건조하면 얼음결정은 곧바로 승화해 사라진다. 반대로 상공의 공기가 얼음에 대해 과포화된 상태인 '얼음 과포화 영역(ISSR)'에서는 얼음결정이 증발하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이때 비행운은 수십 분에서 수시간 이상 지속되며 주변의 자연적인 권운과 섞인다. 결국 하늘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짧은 비행운과 오랫동안 남아 넓게 퍼지는 비행운은 기후 측면에서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친다. ◇햇빛은 막고 지구의 열은 가둔다 비행운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구름과 마찬가지로 지구가 주고받는 복사에너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비행운을 구성하는 얼음결정은 태양빛 일부를 우주로 되돌려 보낸다. 이 때문에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가 줄어들어 지구를 식히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낮 시간에는 이 단파복사 반사 효과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비행운은 지표가 우주로 방출하는 적외선을 흡수했다가 다시 지표 방향으로 방출한다. 이는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열을 붙잡는 온실효과로 작용한다. 따라서 비행운에는 냉각효과와 온난화 효과가 동시에 존재한다. 지역과 계절, 낮과 밤, 구름의 두께와 고도 등에 따라 어느 효과가 더 큰지가 결정된다. 모든 비행운이 항상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전 지구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비행운의 경우 냉각효과보다는 온난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 항공편 2%가 비행운 기후효과 80% 차지 비행운 문제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그 영향이 항공편 전체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지난 2024년 '대기 화학 및 물리학(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비행운의 순 복사강제력은 연평균 ㎡당 62.1mW였다. 유럽에서는 876mW/㎡, 미국에서는 414mW/㎡로 추정돼 지역별 편차도 컸다. 더 놀라운 것은 항공편별 편차다. 연구진은 전체 항공편의 약 2%에 불과한 항공편이 연간 비행운 에너지 강제력의 약 8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행운 대책의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결과다. 모든 항공편의 비행시간을 늘리거나 모든 항공기에 동일한 기술을 적용하기보다는, 비행운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특정 고도와 항로를 찾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운을 많이 만드는 항공편에는 공통적으로 기상조건이라는 변수가 작용한다. 같은 항공기가 같은 항로를 운항하더라도 어느 날은 비행운이 거의 생기지 않고, 다른 날에는 수시간 지속되는 비행운을 만들 수 있다. ◇'하얀 줄'이 사라져도 비행운은 남는다 비행운 연구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행운이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에서 항공기가 만든 비행운이 기존의 자연적인 권운 속으로 들어가 섞일 수 있다는 점을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육안으로는 항공기 흔적을 확인하기 어렵고 위성 관측에서도 자연적인 구름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독일 율리히 연구소 연구진도 지난해 11월 같은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비행운의 상당 부분이 기존 권운 내부에서 형성될 수 있고, 이런 '숨은 비행운'의 정확한 기후효과에는 여전히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비행운의 기후 영향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늘에 선명한 흰 줄이 보이는 비행운만 계산한다면 자연 구름 속에 숨어버린 비행운의 영향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을음 배출을 1000분의 1로 줄여도 비행운은 생긴다 그렇다면 항공기 엔진의 배출입자를 줄이면 비행운도 줄어들까. 최근 연구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답한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 연구팀은 지난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신 A321네오(neo) 항공기의 린번(lean-burn) 엔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발표했다. 린번 엔진은 연소효율을 높이고 그을음 배출을 크게 줄이는 기술이다. 연구 결과 엔진에서 배출되는 그을음 입자는 기존 엔진보다 약 1000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지만, 실제 비행운을 구성하는 얼음결정의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연구진은 그을음 외에도 연료의 성분, 황산염과 유기물, 엔진 윤활유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입자 등이 얼음결정의 생성에 관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비행운은 단순히 '그을음이 많아서 생기는 구름'이 아니다. 여러 종류의 미세입자가 얼음결정의 씨앗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저황 연료를 사용했을 때는 얼음결정의 수가 기존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엔진 기술과 연료 조성을 함께 개선해야 비행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비행운 안 생기는 하늘'로 우회 현재 가장 현실적인 비행운 저감 방안으로 꼽히는 것은 비행운이 잘 만들어지는 공역 자체를 피해 운항하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공학부 연구진은 지난 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에서 얼음 과포화영역을 피해 항공기의 고도를 조정하거나 항로를 일부 우회하면 비행운의 온난화 효과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항공기 전체를 우회시키는 것이 아니다. 기상예측을 통해 비행운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좁은 지역을 찾아 그 구간만 피하는 것이다. 항공기가 수십~수백㎞를 크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조금 바꾸거나 항로를 소폭 수정하는 방식이라면 추가 연료 소비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2035~2045년 사이에 비행운 회피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100% 적용에 이른다면 파리기후협약의 지구 온도 상승 제한 목표(+2°C)를 지키기 위해 인류에게 남겨진 지구 온도 예산 중 9%를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대책 시행을 10년 늦추면 탄소 예산 절약이 약 2%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행운 대책도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상예보가 틀리면 비행운도 못 피한다 하지만 관건은 비행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느냐다. 그래서 기상예측의 불확실성은 현실적인 장애물로 등장한다. 얼음 과포화 영역은 상공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항공기가 운항하는 고도에서는 작은 기상조건 차이도 비행운 형성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시간 뒤 특정 고도와 위치에서 공기가 얼음에 대해 과포화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보가 틀리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비행운이 생기지 않을 곳을 피해 불필요하게 항로를 우회할 수도 있고, 반대로 비행운이 생길 곳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비행운 회피를 상용화하려면 고해상도 기상예측과 항공기 운항정보, 위성관측 등을 실시간으로 결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의 위성 관측 역시 자연 권운 속에 섞인 비행운을 정확하게 식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회비행하면 CO₂가 늘어난다 비행운 회피에는 명확한 '역설'이 있다. 항로를 돌아가면 비행시간이 길어지고 연료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비행운으로 인한 단기적인 온난화 효과를 줄이는 대신 CO₂를 추가로 배출하는 셈이다. 따라서 비행운 회피의 효과를 평가할 때는 '비행운을 얼마나 줄였는가'만 볼 수 없다. 추가 연료소비로 발생하는 CO₂까지 함께 계산해 전체적인 순기후효과를 따져야 한다.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이런 상충관계까지 고려해 비행운 회피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평균적인 추가 연료소비가 비행운 회피로 얻는 기후 편익을 크게 상쇄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실제 운항에서는 항로와 기상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지속가능 항공유(SAF)를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이것도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항공기 설계와 엔진 특성뿐 아니라 연료의 성질과 대기환경 조건도 지속적인 비행운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SAF는 기존 화석연료와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입자의 양과 특성을 바꿀 수 있다. 이를 통해 비행운 형성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SAF라고 해서 모두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원료로 생산했는지, 생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는지, 토지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전체 환경효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SAF 사용=비행운 문제 해결'이라는 단순한 접근도 경계해야 한다. ◇'비행운을 없애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비행운 문제를 다룰 때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온난화 효과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항공기 엔진의 배출물은 비행운뿐 아니라 대기오염과 오존화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료를 더 많이 사용해 비행운을 피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더 친환경적인지는 추가 CO₂와 다른 배출물까지 계산해야 판단할 수 있다. 또 비행운을 줄였을 때 자연 구름의 양과 수명, 복사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결국 비행운 저감기술은 하나의 지표만 놓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CO₂, 비행운의 복사효과, 질소산화물, 미세입자, 연료소비, 구름 변화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해법은 특정 기술 하나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CO₂·비행운·대기오염·연료소비·생태영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놓고 가장 비용효율적인 조합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변기 세균부터 젖은빨래 냄새까지…생활 속 미생물 예방법

화장실에서 변기 물을 내릴 때 미세한 물방울과 입자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세탁한 빨래를 세탁기 안에 오래 두거나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미생물이 증식해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두 현상 모두 물기와 미생물, 주변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변기 물 내릴 때 생기는 미생물 에어로졸 호주 플린더스대의 리라 아디야니·커스틴 로스·해리엇 와일리 연구진과 애들레이드대의 벤 반 덴 아커 연구진은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에어로졸과 생물학적 에어로졸을 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최근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했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고체 또는 액체 입자다. 여기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미생물이 포함되면 생물학적 에어로졸, 즉 바이오에어로졸(bio-aerosol)이 된다. 변기 물을 내리면 물의 흐름과 난류가 발생하면서 변기 안의 물이나 오염물질이 미세 입자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일부 연구에서 이러한 입자가 성인의 호흡 높이까지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어로졸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감염이 일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진은 변기 안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양과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에어로졸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변기 내부의 미생물 농도가 높을수록, 한 번에 내리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에어로졸과 바이오에어로졸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변기 뚜껑을 닫는지, 물을 내리는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환기가 이뤄지는지에 따른 독립적인 효과는 연구 결과가 제한적이고 일관되지 않았다. 따라서 뚜껑을 닫거나 환기하는 조치가 에어로졸 노출을 얼마나 줄이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젖은 빨래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 세탁한 빨래에서 나는 꿉꿉한 냄새도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 젖은 섬유는 수분과 적당한 온도,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과 피지·땀 등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질을 제공한다. 빨래가 축축한 상태로 오래 머물면 미생물이 증식하거나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기고문에서 섬유과학자 사니야트 이슬람은 젖은 빨래의 냄새가 미생물과 섬유의 특성, 세탁기 내부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젖은 걸레 같은 냄새와 관련된 미생물로는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Moraxella osloensis)가 알려져 있다. 이 미생물은 건조나 자외선에 비교적 잘 견딜 수 있어, 세탁 후에도 냄새 문제가 남을 수 있다. 세탁기 내부 역시 미생물이 머물 수 있는 장소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서는 드럼세탁기의 문 고무패킹과 세제 투입구 등에서 미생물 생물막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세탁기 내부에 남은 미생물이 다시 빨래에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섬유의 종류도 냄새에 영향을 미친다. 폴리에스터는 소수성이면서 기름 성분과 친화성이 있어 피지나 땀의 유분 성분을 붙잡기 쉽다. 이에 따라 면이나 비스코스 등 다른 섬유보다 냄새가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일부 곰팡이는 흙냄새와 관련된 지오스민(geosmin) 같은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물질은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냄새가 감지될 수 있어, 미생물의 양이 많지 않더라도 냄새가 두드러질 수 있다. ◇물기와 미생물 관리가 핵심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에어로졸과 젖은 빨래의 악취는 서로 다른 현상이지만, 생활공간에서 미생물과 물기가 어떻게 이동하고 머무는지를 보여준다. 화장실에서는 변기 주변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환기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관리 방법이다.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것도 간단한 예방 조치가 될 수 있지만, 실제 저감 효과의 크기는 아직 충분히 확립되지 않았다. 빨래는 세탁이 끝난 뒤 가능한 한 신속하게 꺼내 널거나 건조기로 말리는 것이 좋다. 이미 냄새가 밴 옷은 섬유 관리표시가 허용하는 온도에서 다시 세탁하고, 세탁기 문 고무패킹과 세제 투입구를 청소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세탁기 내부도 제조사 지침에 따라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상적인 위생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미생물의 존재 자체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 미생물이 증식하거나 주변으로 퍼지기 쉬운 조건을 줄이는 것이다. 물기가 오래 남지 않도록 하고, 오염원이 쌓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생활 속 미생물 노출을 줄이는 출발점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늘어나는 AI 활용…탄소 배출 줄이는 데 도움될까 [기후 리포트]

인공지능(AI)이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AI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환경적 부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AI가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복잡한 공급망에서 배출이 집중되는 지점을 찾아내며, 위성영상으로 메탄 누출을 탐지할 수 있다.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해 전력망을 최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자는 파리 기후협정의 저지선도 돌파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1.5℃ 아래로 다시 내려오는 데 필요한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시급해졌다. AI가 주목받는 이유다. ◇AI로 기업 탄소 회계 자동화 기업의 기후 대응에서 출발점은 정확한 탄소 배출량 측정이다. 하지만 기존 탄소 회계(Carbon Accounting)는 여러 사업장과 부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사람이 취합·검증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오류가 발생하기도 쉬웠다. 일부에서는 AI가 이러한 탄소 회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학술논문 사전 공개 플랫폼 '프리프린츠(Preprints.org)'에 게재된 한 논문에서는 AI 기반 탄소 회계 도구를 도입한 12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75%가 데이터 정확도 향상을 경험했고, 78%는 보고 과정의 효율성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46%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대응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AI가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기업의 탄소정보 관리와 규제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초기 투자비용과 기존 정보시스템과의 통합, 직원들의 기술 적응 등은 과제로 지적됐다. ◇공급망 탄소 배출도 한눈에 확인 기업 내부뿐 아니라 복잡하게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을 추적하는 데도 AI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이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24년 국제산업·시스템공학회(IISE)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에서 아랍에미리트 칼리파 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은 블록체인·사물인터넷(IoT)·AI를 결합한 지속가능한 공급망 탄소 회계 체계​를 제안했다. IoT 센서가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하면 블록체인이 데이터의 투명성과 위변조 방지를 지원하고, AI가 공급망 전체의 데이터를 분석해 탄소 배출이 집중되는 '핫스팟'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산업단지처럼 여러 기업과 생산설비가 밀집한 공간에서는 디지털 트윈과 에지 AI를 활용한 탄소 관리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실제 공장·설비·전력망 등의 상태와 작동을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현해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태를 분석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을 말한다. 에지 AI(Edge AI)는 데이터를 중앙 서버나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센서나 기기 등 데이터가 발생하는 현장에서 AI가 직접 분석·판단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의 버질 페피스 교수팀은 현 센서의 오류나 데이터 누락이 발생하더라도 AI가 남아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위성으로 메탄 누출까지 찾아낸다 AI의 활용이 특히 주목되는 분야가 메탄이다. 메탄은 단기간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해 조기 감축의 기후효과가 크지만, 배출원이 다양하고 간헐적으로 발생해 누출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는 2018~2025년 발표된 메탄 배출 관련 AI·머신러닝 연구 63편, 93개 모델 사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메탄 배출을 '찾아내기→배출량을 계산하기→감축 조치로 연결하기'의 세 단계로 나눠 AI의 활용 가능성을 분석했다. 메탄 배출 모니터링(감지, 위치 추적, 정량화, 예측)과 이를 실제 감축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이다. 실제로 AI는 위성·항공영상과 지상 센서 등을 분석해 메탄이 새는 지점과 배출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느 곳부터 점검하고 수리해야 가장 큰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AI 기술을 이용하면 위성사진을 분석해 가로·세로 약 100m 정도의 작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메탄 누출도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분광영상 분석에 특화된 AI 모델인 '메타넷(MethaNet)'은 시간당 40㎏이 넘는 대규모 메탄 배출원의 배출량을 실제 값과 약 17% 정도의 오차 범위에서 추정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AI의 역할이 누출을 찾아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실제 시설을 보수해 얼마나 많은 메탄을 줄였는지 측정·검증하는 단계까지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망도 AI로 탄소 최적화 전력 수요를 사전에 예측하고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국제 정보통신기술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 중국 국가전망 신장전력공사 연구진은 새로운 전력 소비 예측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건물과 산업시설의 시간별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학습해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패턴을 예측한다.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전력 수요가 급증하기 전에 피크 부하를 분산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화에 맞춰 전력망을 조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력계통의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AI를 활용해 에너지 시스템과 전력망 운영을 최적화하고 있다. 미국의 송전망 기술기업 라인비전(LineVision)은 기상·풍속 데이터를 분석해 기존 송전선의 송전 가능 용량을 높이는 동적 송전용량(DLR)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AI의 탄소 발자국보다 감축 효과가 클까 AI와 데이터센터의 환경 부담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 연산량이 증가할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물 사용량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AI가 화석연료 채굴과 운반, 이용에서 채산성을 높여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겨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도록 한다. 하지만 AI가 에너지·산업·운송 등 전 분야의 효율을 높일 경우 그 감축 효과가 AI 자체의 환경 부담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 지속가능성 과학·혁신 부문의 에이미 루어스(Amy Luers) 박사 등은 2024년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기고한 글에서 “AI가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지만, AI 자체의 에너지·자원 소비에 따른 환경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4월 발표한 '에너지와 인공지능(Energy and AI)' 보고서에서 AI를 에너지·산업·운송·건물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경우 2035년 연간 약 14억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니컬러스 스턴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2025년 6월 국제학술지 'npj 기후행동(Climate Ac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 AI를 전력·식품·모빌리티 분야에 적용하면 2035년 연간 32억~54억t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AI의 진정한 가치는 탄소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언제 증가하며 어떤 조치를 취했을 때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실제 감축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바로 AI가 동시에 탄소 감축을 가속화하는 '넷제로 내비게이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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