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박원 칼럼] 탄소크레딧과 비트코인](http://www.ekn.kr/mnt/thum/202507/news-p.v1.20250722.840f3061ef604c138084e1912d14888b_T1.jpg)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2016년 발간한 '나와 세계'라는 책에서 이런 경고를 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 모두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이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복잡해서 단지 '지구온난화'라는 명칭만으로는 부적절하다. 대기가 뜨거워지면 전 지역이 더워져야 하지만 모순되게도 일부 지역은 더 차가워진다. 폭풍과 홍수의 빈도가 증가하고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많아진다. 지금의 보수적인 예측보다 지구가 훨씬 빠른 속도로 뜨거워질 가능성은 무척 높다." 지난주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 등 우리나라에 큰 상처를 남긴 극단적 폭우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예언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예전에는 없었던 폭우와 폭염, 폭한과 폭설 등 극한의 이상기후는 이제 일상이 됐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 재난은 해마다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무력하기만 하다. 현재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인류는 조상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각종 호사를 누리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하루 안에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여행할 수 있고, 어떤 복잡한 문제도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으면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풍부한 식량과 높아진 위생 수준,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치명적인 독소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탄소'다. 인간이 더 멀리 여행하고, 더 편리한 생활에 빠져들수록 탄소 배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화석 연료 사용이 급증하며 지구는 급속히 뜨거워졌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인류에 대한 '탄소의 복수'는 더 빨라질 것이다. 몇 년 안에 우리가 예상치 못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환경 파괴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 영화들은 이를 경고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스스로 파괴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인류 최초 문명 발상지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지역만 해도 그렇다. 그곳은 한때 삼림이 울창했다. 하지만 마구잡이 벌목으로 결국 사막이 되고 말았다. 탄소 배출로 똑같은 비극이 지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파국을 막으려는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각국은 2015년 12월 채택된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탄소 감축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미국 등 일부 국가가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으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은 거스를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목표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 산업이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해야 할 이재명 정부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고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강화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스위스 사례를 소개하며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배출권 가격이 너무 싼 데다 탄소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낮은 탓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 배출량 중 가격이 책정된 비중이 30%에 육박했다. 인증된 배출권인 '탄소크레딧' 수요도 전년 대비 3배 넘게 늘었다고 한다. 탄소배출권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김재민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대표는 “경제 성장과 탄소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탄소크레딧에 금융 이익을 연계시켜야 한다"며 “이는 탄소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류의 생존이 달린 '탄소 감축'에 성공하려면 탄소크레딧도 비트코인 같이 투자 가치가 있는 자산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탄소 저감 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지구를 구하는 일도 규제보다는 시장이 더 잘할 수 있다. 장박원 기자 jangba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