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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여헌우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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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재택근무 자취 감추나···‘원격 근무’ 사용자 2년 새 42%↓

전자업계 업무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전후로 유행하던 원격근무제 사용자 수가 대부분 기업에서 줄어들고 있다. 업종 특성상 생산직 인원이 많은데다 직원들 호응도 저조한 탓에 '재택근무'가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를 공개한 주요 전자기업 7개사의 원격근무제 사용자 수는 2022년 3만8606명에서 지난해 2만2494명으로 41.7% 줄었다. 같은 기간 이들 회사의 총 직원 수(기간제 포함)는 23만5608명에서 24만1146명으로 소폭 늘었다. 이에 따라 원격근무제 사용 직원 비중은 16.3%에서 9.3%로 감소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 원격근무 이용자가 8063명에서 2064명으로 빠졌다. 2022년에는 직원의 6.6%가 해당 제도를 활용했지만 작년에는 1.6%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원격근무제를 공식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LG전자에서는 2022년 3780명이었던 원격근무제 사용 직원이 지난해 2815명으로 줄었다. 비중도 10.9%에서 7.8%로 변경됐다. 같은 시기 LG디스플레이 소속 제도 이용자는 1만1774명에서 7247명으로 변경됐다. LG이노텍 내에서 원격근무를 경험한 이는 7076명에서 2745명으로 61.2% 급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7913명에서 7623명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업계에서는 재택근무를 포함해 실제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이 통계보다 훨씬 적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1년 중 하루라도 제도를 사용해도 '사용직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시적인 사정으로 재택근무를 할 뿐 해외에 거주하며 정기적으로 원격근무를 하는 사례 등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지금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며 “(현재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갔지만 필요한 때 원격근무제를 활용할 수는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재택근무가 줄어드는 현상은 이미 예견된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023년 9월 실시한 '상위 50대 기업 재택근무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 31곳 중 58.1%가 '재택근무 시행 중'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시행한 적이 없다'는 기업이 3.2%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률이 당시에도 크게 감소했던 셈이다. 해당 조사에서 현재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기업 가운데 61.9%는 '필요 인원을 선별하거나 개별 신청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재택근무를 축소 또는 중단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냐는 질문에는 '반대가 거의 없었다'는 응답이 50.0%로 가장 많았다. '일정 부분 반대가 있었지만 정도가 강하지 않았다'고 한 기업은 36.7%, '강한 반대가 있었다'고 한 기업은 10.0%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원격근무제에 대한 직원 호응이 저조해 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생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많아 제도 활용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소비자 물가가 오르며 사내에서 점심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떠올랐다. 본사 소속 인원들의 경우에도 소통 불편과 사내 분위기 변화 등으로 재택근무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전자기업 직원은 “원격근무를 활용할 수 있다 해도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APEC CEO 서밋,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 기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경주·경북뿐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7~18일 APEC 경제인 행사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경주를 방문해 “아태 지역 경제 리더들이 모여 미래 성장과 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행사"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총 21개 경제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APEC 기간 중 글로벌 기업인과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APEC CEO 서밋'과 APEC 기업인 자문 기구인 'ABAC(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 회의'를 주관한다. 이를 위해 'APEC CEO 서밋 추진단'과 'ABAC Korea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17일 'APEC CEO 서밋 경제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지자체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APEC CEO 서밋 개최 후보지인 경주 예술의 전당을 방문했다. 그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환담을 나눈 후 예술의 전당 시설을 함께 둘러보고 행사 준비 상황 전반을 살폈다. 참가자 숙소, 환영만찬장, 부대행사 예정지 등도 확인했다. 대한상의가 딜로이트 컨설팅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APEC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7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직접효과는 3조3000억원으로 경제 활성화, 내수 소비 활성화 등 효과가 기대된다. 취업 유발효과는 2만2634명 수준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예뻐야 산다”…‘냉장고 경쟁’ 전선 디자인으로 넓어진다

가전업계가 국내 냉장고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디자인 경영'에 힘을 주고 있다. 다양한 색상이나 특이한 외관을 지닌 제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빌트인 스타일'로 집에 녹아들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비스 강화를 위해 펼쳐지던 신기술 경쟁 전선이 디자인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키친핏 맥스 비스포크' 냉장고를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기존 냉장고 장에 좌우 4mm 간격만 있어도 빌트인처럼 빈틈없이 딱 맞게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다. 냉장고 문도 90도 이상 활짝 열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강화를 위해 상품 구조까지 변경했다. 좌우로 여유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단열재 두께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키친핏 맥스'의 경우 해당 두께를 기존 제품의 3분의 1 수준인 8mm까지 내렸다. 이를 통해 음료·소스류 등을 보관하는 문 안쪽 수납 공간을 약 22%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LG전자는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냉장고 핏 앤 맥스' 제품군을 확대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핏 앤 맥스는 힌지(제로 클리어런스·Zero Clearance) 기술로 냉장고와 벽 사이의 틈을 최소화해 빌트인처럼 설치하는 제품이다. LG전자 역시 최적화된 냉장고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 아파트 등에 적용된 일반적인 가구장 깊이(700mm)에 맞춰 냉장고를 설계한 게 대표적이다. 냉장고에서 나오는 열을 앞쪽으로 배출하게 하는 신기술도 적용했다. 제품군은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김치냉장고, 컨버터블(냉장·냉동·김치냉장고) 등으로 확대했다. 고객이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일렬로 설치한다면 각각 기능을 활용하면서 하나의 제품처럼 보이는 일체감 있는 주방을 꾸밀 수 있다. 가전업계가 냉장고 디자인 경영에 몰입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벌어졌던 '맞춤형 가전 경쟁'이 고도화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2010년 비스포크, LG전자는 2021년 오브제컬렉션 브랜드를 각각 선보이며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 가전제품을 판매해왔다. 고객들은 특이한 색상의 냉장고를 구매하면서 에어컨, 세탁기 등도 통일하는 소비 성향을 보였다. 업체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었다. 다만 제품 색상과 라인업이 워낙 다양해지고 AI 기능 등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냉장고 마케팅 차별화 요소도 사라졌다. 이에 양사는 B2B 형식으로 주로 나가던 빌트인 냉장고의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 가정에도 이같은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힌지·방열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했다. 삼성·LG전자는 빌트인 스타일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온·오프라인에서 제품 가격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키친핏 맥스 냉장고와 JBL 블루투스 스피커, 비스포크 큐커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LG전자는 서울 양평동에 있는 '베스트샵 서울양평220점'에 핏 앤 맥스의 장점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냉장고 장 앞으로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제거해 완전히 빌트인 스타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제품에 새로워진 AI 기능 등이 있음에도 양사 모두 디자인을 최우선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라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봄철 ‘불청객’ 미세먼지 공습에 공기청정기 마케팅 ‘박차’

봄철 불청객 미세먼지·황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전업계가 공기청정기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시기에 결혼 시즌까지 겹치자 신제품을 쏟아내는 동시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월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AI+ 360˚ 공기청정기'를 출시하며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강화했다는 점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신제품은 오염원을 감지하는 'AI 공기질 센서'를 처음 탑재했다. 이 센서는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반려동물 배변 냄새의 원인인 암모니아를 비롯해 요리할 때 발생하는 유증기 등 오염원을 감지할 수 있다. LG전자는 제품 하단 중앙부에 'UVC LED 램프'를 탑재했다. 이는 토출하는 공기를 자외선으로 살균해준다. '펫케어' 등 신기능을 추가했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는다.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AI+ 360˚ 공기청정기에는 반려동물 냄새를 제거하는 '펫 특화필터'를 장착할 수 있다. 쿠쿠홈시스는 최근 '쿠쿠 인스퓨어 헤리티지 공기청정기'를 내놨다. 마케팅 포인트는 '디자인 경쟁력'으로 잡았다. 쿠쿠홈시스는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공간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절제된 네모 형태와 이상적인 비율을 조합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가전에 사용하는 메탈이 아닌 회벽 느낌으로 제품을 구성했다. 흙, 나무 등 자연에서 착안한 컬러 4가지를 제공한다. 성능도 향상시켰다. 토탈케어 청정 필터 시스템은 한국공기청정협회 CA인증을 받았다. 봄철 극초미세먼지(0.01µm) 99.999%를 제거한다. 스마트 듀얼 청정 센서로 극초미세먼지뿐 아니라 새집 증후군까지 감지·분석할 수 있다. 코웨이는 '노블 공기청정기2'를 지난달 선보였다. 이 회사는 공기청정기가 관리할 수 있는 면적이 133㎡로 넓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제품 청정면적이 100㎡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능 자체가 33% 개선된 셈이다. 크기는 반대로 27% 가량 줄였다. 코웨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블 공기청정기만의 청정 기술인 '상하 4D 입체 청정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소개했다. 노블 공기청정기2는 공간 환경에 따라 공기의 방향을 조절하는 에어팝업모션과 실내 오염도를 감지해 알아서 작동하는 자동모드 같은 기능도 제공한다. 교원 웰스의 경우 지난달 공기청정기 신제품 '에어가든 Lite' 2종을 내놓으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다. 강력한 공기청정 성능에 저소음까지 실현한 에어가든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가격 부담은 낮췄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 월 대여료가 기존 제품 대비 약 15% 저렴해졌다. 교원 웰스는 공기질 뿐 아니라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상황도 눈여겨봤다. 위생에 대한 고객들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해 신제품에 자사 모델 최초로 '항균더블케어필터'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세스코 역시 지난달 공기청정기 '트루살균 판테온'과 '트루에어 판테온'을 내놨다. 트루살균 판테온은 공기청정과 공기살균 엔진이 함께 탑재돼 있다. 트루에어 판테온에는 공기 청정기능만을 넣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판테온은 한국공기청정협회와 한국오존자외선협회 인증을 받았다. 가전 기업들은 미세먼지 소식이 들려오면서 결혼 성수기까지 다가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2만2000건으로 2019년(23만9000건) 이후 가장 많았다. 선제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거나 대여했던 경우 교체 주기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시장이 포화 상태지만 성능이 강화된 제품은 수요가 더 늘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미래 기술 선점’ 삼성·LG전자 ‘6G 개발 시계’ 빨리 돌아간다

삼성·LG전자가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개발에 매진하면서 글로벌 표준 정립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이동통신 기술 표준 단체 '3GPP' 의장·부의장을 각각 배출하는가 하면 글로벌 기관과 협약을 맺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3GPP 의장을 배출했다. 김윤선 삼성전자(삼성리서치) 마스터가 '무선접속망 기술표준그룹'(TSG RAN)을 이끌게 됐다. 1998년에 설립된 3GPP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에릭슨, 화웨이, 노키아, 퀄컴 등 글로벌 이동통신 기업과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세계 이동통신 기술 표준 정립을 주도하고 있다. 회원사는 800여개에 이른다. 3GPP에는 '무선접속망'(RAN), '서비스 및 시스템'(SA), '핵심망 및 단말'(CT) 등 3개의 기술표준그룹(TSG)이 있다. 기술표준그룹 산하에 각 4~6개, 총 15개의 기술분과(WG)가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3GPP 의장 배출을 통해 앞으로도 더욱 확대된 역할로 6G 표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마스터가 의장으로 선출된 무선접속망 기술표준그룹은 물리계층, 무선 프로토콜, 주파수 활용 등 무선 기술 전 분야의 표준화를 총괄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3GPP에서 의장 2석(RAN WG1, SA WG2)과 부의장 4석(RAN WG2, SA WG4, SA WG6, CT WG3)을 보유해 회원사 중 가장 많은 의장석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같은 단체에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김래영 책임연구원이 3GPP 'SA 총회' 부의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SA 총회는 5G 및 6G 이동통신의 시스템 아키텍처 표준화를 주도하고 다양한 서비스 시나리오와 요구사항, 보안 메커니즘 등을 정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LG전자는 미국통신산업협회(ATIS) 주도 6G 기술단체 '넥스트 G 얼라이언스'에서도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s) 분과 워킹그룹 의장사를 연임하고 있다. 삼성·LG전자는 일찍부터 6G 시장 개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기본기를 다져왔다. 3GPP 참여 외에도 독자 또는 다른 기업·기관과 협업을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월 일본 이동통신 사업자 KDDI 산하 'KDDI 리서치'와 차세대 통신 기술 연구 협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KDDI리서치는 MIMO(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시스템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단일 셀(Cell) 기반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다수의 셀을 활용하는 분산형 MIMO(Distributed-MIMO, D-MIMO) 시스템에 있어서 시스템의 설계와 운영에 AI를 적용해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는 통신 기술에 AI를 내재화하기 위한 연구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AI-RAN 얼라이언스(AI-RAN Alliance), 넥스트 G 얼라이언스등 업계 협의체를 통해 AI 기반의 6G 연구를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AI-RAN 연구와 업계 협력을 위해 '실리콘밸리 미래 통신 서밋'을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6G 백서'도 두 차례 발간했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이번에는 통신 사업자·사용자의 주요 요구사항과 AI 기술의 부상 등 내용을 주로 다뤘다. LG전자는 6G 통신 선행 연구개발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내 최초 6G 산학협력 연구센터인 'LG전자-KAIST 6G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통신 기술 강점을 가진 우수 대학들을 포함해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과 6G 핵심기술 연구개발(R&D) 협력 벨트를 구축해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는 '6G 그랜드 서밋'을 개최하며 국내외 전문가들과 6G 분야 연구개발 현황과 미래 방향성 논의도 주도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6G 기술 리더십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5G와 6G의 중간 단계인 '5.5G' 통신망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G 서비스 테스트를 위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일본 NTT는 6G 먀 기반 기지국 무선 송수신 기술을 개발했다. NTT의 경우 SK텔레콤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세계 6G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327억달러(약 47조6000억원) 가량 커질 전망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관세전쟁’ 격랑속으로… 韓 가전업계 ‘공장 이전’ 고민 깊어진다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관세전쟁' 격랑이 우리나라 산업계를 덮치기 시작한 가운데 가전업계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삼성·LG전자가 세계 최대 소비 시장 미국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공장은 대부분 멕시코·베트남 등에 있어서다. 월풀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경쟁사들은 현지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터라 미국 정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 NICE신용평가가 시장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미국의 관세부과가 한국 가전산업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가전제품 소비 규모는 전세계에서 약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점유율을 살펴보면 냉장고 29.5%, TV 21.1%, 세탁기 18.6%, 스마트폰 10.3% 등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삼성·LG전자의 2023년 합산 점유율은 냉장고 40%, TV 55.2%, 세탁기 40% 등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23%)가 애플(53%)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비결은 상품성이다. 현지 매체나 소비자단체가 진행하는 주요 평가에서 삼성·LG전자는 매번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컨슈머리포트 최근 조사를 보면 삼성전자는 교반식(봉돌이) 세탁기·건조기 세트 부문에서, LG전자는 드럼 세탁기·건조기 세트, 통돌이 세탁기·건조기 세트 등 2개 부문에서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5 울트라는 최신 스마트폰 성능 평가에서 2년 연속 왕좌를 지켰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세탁기를 제외한 대부분 가전 제품을 국내 또는 멕시코·베트남에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품목에 관세 부과를 예고할 경우 삼성·LG전자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냉장고의 경우 삼성·LG전자는 한국과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하지만 미국 기업 월풀과 중국에 인수된 GE는 미국 내에 공장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물량 대부분이 베트남에서 공급되지만 애플의 중국 수입 비중도 90% 이상이다. TV 경쟁 상대인 하이센스, TCL 등은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에서 주로 제품을 만든다. 우리 기업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데다 현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멕시코에서 만들던 냉장고 물량 일부를 국내로 돌렸다. LG전자는 멕시코에서 만드는 제품을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업계는 트럼프 1기 당시 세탁기에 '긴급수입 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던 사례를 복기하고 있다. 당시 최대 50% 고율관세 부과가 예고되자 삼성·LG전자는 발빠르게 미국 내에 생산기반을 마련했다. 현지생산 전인 2015년과 후인 2023년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삼성전자(15→19%)와 LG전자(15.5→21%) 모두 개선됐다. 관세전쟁이라는 악재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기업이 버티고 있는 냉장고가 우선 사정권에 들어올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TV는 경쟁사들 행보를 지켜보며 우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를 12일(현지시간) 시작하며 관세 전쟁 신호탄을 쐈다. 면세쿼터가 폐지되며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전쟁에 휘말리게 됐다. 미국은 다음달 2일 상호관세 발표도 예고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관세 관련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무역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 등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라며 “(다음달 2일) 관세 시작 전까지 유연성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 냉장고 등을 미국에서 만들기로 결정한다 해도 라인을 조성하거나 공장을 만들어야 해 시간이 꽤 걸린다"며 “실제 관세가 부과된다면 소비자들이 제품 사재기에 나서는 현상 등 다양한 변수가 많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냉장고 시장 2배 커진다는데···‘수출 코리아’ 계산 복잡해진다

전세계 냉장고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관련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은 알지만 무게·관세 등에 따른 장벽이 워낙 많아 맞춤 전략을 짜기 쉽지 않아서다. 삼성·LG전자는 일반 냉장고보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스마트 제품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다양한 시장 환경을 살피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1일 시장조사업체 GM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냉장고 시장 규모는 1230억달러(약 18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가정용이 70%, 상업용이 30% 가량을 차지했다. 2034년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뛴 2850억달러(약 416조원) 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성장률이 9%에 이르는 셈이다. GMI는 냉장고 수요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소비자의 건강 의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과 제품 기술에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꼽았다. 개방도상국부터 선진국까지 대부분 나라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삼성·LG전자는 해당 시장에서 최상위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는 북미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20.9%로 1위, LG전자가 18.8%로 2위를 차지했다. 월풀, 제너럴일렉트릭(GE), 일렉트로룩스, 히타치, 파나소닉, 하이얼 등이 주요 경쟁 업체로 꼽힌다. 문제는 각 국가별 선호 제품군이 워낙 다양한데다 무게·관세 장벽까지 있어 정형화된 수출이 힘들다는 점이다. 대형 냉장고의 경우 부가가치에 비해 물류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수요처에서 현지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구가 많은 국가들은 냉장고 부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세워둔 경우가 많다. 이밖에 소득 수준에 따라 단순 냉장 기능이 들어간 제품만 원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습도 제어 같은 고급 식품 보존 기술이 필요한 곳도 있다. 선진 시장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기술을 넣은 스마트냉장고가 각광받고 있다. 작년 전세계 스마트냉장고 시장 규모는 34억달러(약 5조원)로 전체의 2.8% 가량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11.9%로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KOTRA)가 지난해 발간한 해외 시장 동향 보고서를 봐도 각 나라별 '맞춤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2023년 시장 규모 16억4000만달러)은 더운 날씨에 국민소득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며 냉장고 판매가 늘어나는 곳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로 관세 장벽은 없지만 베트남 현지 생산(61%)과 중국산 점유율(24%)이 한국산(5%)을 압도하고 있다. 전기 요금이 높고 일부 지역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해진다. 인구 1억7000만명이 넘는 방글라데시에서는 41.3%만이 냉장고를 보유하고 있다. 밸류체인을 분석해보면 냉장고 생산 부품·원료의 90% 이상이 수입되고 있어 현지 생산 방식을 검토할 수 있겠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2024년 시장 규모 9억7000만달러) 역시 연평균 12.5% 가량 냉장고 수요가 뛸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62%), 태국(27%)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삼성·LG전자 등 대기업은 일단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신제품에 보안 솔루션 '녹스', 기기 연결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트싱스', AI 음성비서 '빅스비' 등을 적용했다. LG전자의 경우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빌트인 스타일 등 디자인 경쟁력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소형 프리미엄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의 해외 수출 또는 생산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김치냉장고 명가'로 유명한 위니아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핵심 기술 해외 유출 피해 7년간 33조원”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국내 산업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이 140건 일어나 33조원 가량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술을 노리는 사례는 지속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특허청, 한국지식재산보호원과 함께 '우리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회원기업의 지재권 보호 및 분쟁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된 행사로 약 8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는 지식재산권 보호·분쟁대응 지원을 담당하는 실무사무관들이 직접 맡았다. 특허청은 발표를 통해 “국내기업은 첨단산업 기술력 보유와 한류열풍 지속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기술 유출·침해 및 브랜드 위조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 기업의 핵심 기술을 노리는 해외 기업들의 기술유출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청은 “특허청이 작년 '방첩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국정원·법무부·경찰청 등과 산업스파이를 잡는데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허청은 우리 기업의 미국 내 특허소송 건수가 2020년 97건에서 2022년 103건, 작년에는 117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등 우리 수출기업의 해외특허 분쟁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특허 출원은 주요국 대비 저조하고, 수출을 앞둔 기업들의 지식재산 분쟁 대응역량은 미흡한 편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2023년 분석에 따르면 내국출원 대비 해외출원 비중은 미국과 일본이 각각 51%, 46.2%지만 한국은 32.6%에 그쳤다. 특허청은 “정부의 지재권 분쟁위험 진단, 해외권리화 및 지식재산 컨설팅 지원 등을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허·영업비밀침해 범죄 수사현황 및 신고절차'와 '상표침해범죄 수사현황 및 신고절차'에 대한 발표와 질의응답이 펼쳐졌다. 신상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지식재산은 기업의 혁신과 성장의 핵심동력"이라며 “우리기업들의 지식재산 보호를 위해 특허청은 지속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국내기업의 지재권을 침해하는 전세계 위조상품 무역규모는 2021년 기준 약 11조원으로 그해 우리나라 수출액의 약 1.5%에 달한다"며 “글로벌 지재권 문제로 우리의 수출동력과 첨단산업 경쟁력이 타격받는 일이 없게끔 정부와 함께 다양한 기업지원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 노동시장 세계 100위…경직된 노사관계에 글로벌 경쟁력 떨어진다”

경직된 노동규제와 노사 관계가 우리나라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관세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 결속부터 다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2025 경제자유지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가대상 184개국 중 종합순위 17위로 '거의 자유'(Mostly Free) 등급을 받았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내에서 싱가포르(1위), 대만(4위), 호주(6위), 뉴질랜드(11위)의 뒤를 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스위스(2위), 아일랜드(3위) 등이 최상위권에 올랐지만 미국(26위), 일본(28위) 등은 경제력 대비 순위가 낮았다. 중국(151위)과 북한(176위)은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헤리티지 재단은 1995년부터 기업·개인 경제활동 자유 수준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국제노동기구(ILO) 등 자료를 분석해 작성한다. 재계에서 주목하는 점은 한국의 순위가 전년 대비 3계단 떨어졌다는 점이다. 종합 평가에서 74.0점을 기록했지만 노동시장(56.4점) 같은 주요 항목에서 '부자유(Mostly Unfree)' 등급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노동시장 순위만 놓고 보면 한국은 전체 184개국 중 100위에 올랐다. 노동시장 항목은 근로시간, 채용, 해고 등 규제가 경직돼 있을수록 낮은 점수를 받는다. 지난 2005년 해당항목 신설 이후 한국은 지속해서 '부자유' 또는 '억압(Repressed)' 등급을 받고 있다. '정치불안' 환경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개혁' 기치를 걸고 다양한 정책 추진을 약속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멈춰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경영계와 노동계가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해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헤리티지 재단 역시 경제자유지수 관련 총평에서 “한국 경제가 경쟁력 있는 민간 부문에 힘입어 회복력을 보였으나 현재 정치적 혼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제22대 국회에서 최근 재발의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그 궤를 같이한다. 산업계에서는 크고 작은 노사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노조와 성과급 지급액을 두고 갈등을 겪다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 회사 노조가 임금협상 과정에서 1인당 4500만원씩 성과급을 달라며 파업을 지속한 탓이다. 사측이 수백억원 규모 적자가 나더라도 2650만원씩 성과급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대화를 거부했다. 현대제철의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전년(7983억원) 대비 60% 이상 빠졌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수출 기업 노사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수십년간 계속된 파업에 사측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어진 상태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무작정 들어줄 수 없어 그동안 계속 업무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해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주요 생산시설 중 상당수는 '고비용 저효율' 늪에 빠진 상태다. 배정연 경총 국제협력팀장은 “각국은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유치를 위해 앞다퉈 규제개선과 인센티브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만성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경직된 노동규제 개선과 노사관계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TV와 모니터 사이···삼성·LG ‘이동형 TV’ 新가전 흥행에 웃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동형 TV' 흥행에 함께 웃고 있다. TV와 스마트모니터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신(新)가전이 1인가구·신혼부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제품 특성을 잘 살린 마케팅 활동을 해외에서 진행해 수요를 더 늘리는 게 양사의 공통 목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 모니터에 무빙스탠드를 결합한 '무빙스타일'을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2023년 10월 출시 이후 5개 분기 연속 판매가 늘고 있다. 전분기 대비 매번 두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일 정도다. 삼성전자 스마트 모니터 전체 판매량 5대 중 4대는 무빙스타일로 나가고 있다. 이는 제품이 처음 나온 2023년 4분기와 비교해 비중이 약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혼수·이사철을 앞두고 제품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의 경우 5월 한달에만 1만대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2021년 'LG 스탠바이미'를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한 LG전자는 최근 상품성 개선 모델 'LG 스탠바이미 2'를 출시했다. 지난달 5일 진행된 첫 신제품 라이브 방송에서는 초도물량 1000대 이상이 38분만에 완판됐다. 당시 방송에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40만명에 육박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전작인 스탠바이미도 온라인 행사 물량이 1분만에 동나는 등 이미 흥행돌풍을 일으켰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동형 TV 흥행 배경으로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꼽고 있다. 집안에 TV를 두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는 경우가 많아지며 무빙스타일이나 스탠바이미가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1인가구나 신혼부부 사이에서 이동형 TV 선호도가 높다는 게 양사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편리하게 이동하며 TV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보다 가격 부담이 덜한데 세컨드 TV 등 활용성이 다양하다는 게 인기의 원인"이라며 “최근에는 집 안을 넘어 매장 등으로 진출하며 B2B로 수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LG전자는 비슷하지만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양성'을 강조한다. 무빙스타일은 4K 해상도 M8·M7·M1부터 FHD 해상도 M5까지 4개 라인업을 선택할 수 있다. 크기 또한 43·32·27형 등으로 다양하고 색상도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가 필요에 맞게 제품을 조합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무빙스타일을 조합해 구매할 수 있는 전용 페이지를 삼성닷컴에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제품 경쟁력 강화에 '올인'했다. 수년간 쌓은 제품 판매 노하우에 고객들의 목소리를 결합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신제품을 내놨다. LG 스탠바이미 2는 화질·음질 인공지능(AI) 프로세서 알파8 2세대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AI가 영상과 사운드 등을 분석·보정해 콘텐츠에 최적화한 화면과 서라운드 사운드를 전달한다. 독자 스마트TV 플랫폼 'webOS'를 탑재해 기존 LG전자 TV제품들과 비슷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LG전자는 이동형 TV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전통적인 TV 대신 OTT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제품이지만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무빙스타일과 스탠바이미 2 모두 기존 TV 라인에서 만들 수 없다는 점은 변수다. 제조사 입장에서 국내 수요가 언제 정체될지 모르는 상황에 생산량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셈이다. LG전자의 경우 4년여전 스탠바이미 출시 초기 기존 제품과 혼류생산이 불가능한 탓에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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