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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하나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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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힘 퇴장 속 ‘더 센’ 상법 개정안 단독 처리

앞으로 자산 2조 원 이상인 대기업 상장회사는 소액주주도 이사 선임에 더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을 2명 이상 분리 선출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다.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주주 충실 의무 강화'에 이어, 보다 강도 높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이 연이어 추진되는 셈이다. 이날 소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이사회 견제 장치를 강화해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애초 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여야 협의로 처리하려 했지만, 이달 초 집중투표제 등에 대한 추가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는 야당 측 주장에 일부 후퇴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여당은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판단 아래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상법 개정과 관련해 소위 7차례, 공청회 2차례를 거쳐 충분히 논의했고 더는 늦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자본시장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다음 달 4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최종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마주 앉을 일 없다’는 北…김여정 담화에 담긴 속내는?

북한이 28일 이재명 정부를 향한 첫 공식 담화를 통해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더 이상 동족 간 특수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의 '국가 대 국가' 적대관계 인식을 반복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담화가 겉보기와 달리 수위를 조절한 대응이자, 이재명 정부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향후 8월 한미연합훈련(UFS) 결과에 따라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은 이날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제목의 담화를 공개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든 흥미 없다"고 잘라 말하며, “이재명 정부가 정의로운 척 수선을 떨어도 우리 국가의 대적 인식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취임 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 등 선제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서는 “나름대로 기울인 성의 있는 노력"이라고 평가했지만,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되돌려 세운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한 통일부 정상화 움직임을 “흡수통일 망령에 사로잡힌 것"이라고 비판하고, 이 대통령 역시 전임 윤석열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번 담화는 북한이 지난 6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침묵으로 일관해오다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메시지다. 다만 이번 담화가 일정 부분 수위 조절의 흔적을 보였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자주 쓰이던 '괴뢰', '반동', '앞잡이'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오산', '망령' 등 비교적 완곡한 표현이 사용됐다. 담화 역시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발표됐을 뿐, 내부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담화는 겉으로는 강경하지만, 실제로는 자극적 표현이 사라진 비교적 수위 조절된 메시지"라며 “기존 무시 전략에서 낮은 수준의 '관심 표명'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8월 한미연합 군사연습(UFS)이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도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연습"이라고 비난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만큼, 북한이 군사훈련 강도와 내용을 지켜본 뒤 후속 대응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북한의 발언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내 주도의 평화 기반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 필요한 건 목표 중심 접근이 아닌 관계 중심의 패러다임"이라며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기보다는 우리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조용히 실천해가는 것이 전략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대북전단 금지, 확성기 방송 중단과 같은 조치는 북한의 반응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과 평화를 위한 자발적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통일부는 28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담화는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난 몇 년 간의 적대적 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높아졌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에너지경제 여론조사] 李 대통령 지지율 61.5%…2주 연속 하락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주 연속 소폭 하락하며 61.5%를 기록했다. 취임 후 이어지던 상승세가 멈췄지만 60% 초반 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월 21~25일까지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 보다 0.7%포인트(p) 하락한 61.5%로 나타났다. '매우 잘함' 50.0%, '잘하는 편' 11.5%였다. 반면 '매우 잘못함'(24.8%)과 '잘못하는 편'(8.2%)을 합친 부정 평가는 0.7%p 올라 33.0%를 기록했다. 나머지 5.5%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28.5%p 높아 오차범위 밖 우세를 계속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취임 후 첫 주부터 7월 2주차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6월 2주차 58.6%, 6월 3주차 59.3%, 6월 4주차 59.7%, 7월 1주차 62.1%, 7월 2주차 64.6% 등 5주 연속 상승했지만 7월 3주차에 들어 처음으로 62.2%로 하락한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 다시 61.5%로 소폭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지명 철회, 자질 공방, 임명 강행 후폭풍 등 최근 잦은 인사 논란과 폭우·폭염 등 재난 피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지율이 오차범위내에서지만 소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40대(77.7%)와 50대(75.8%)에서 긍정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60대(60.0%)와 30대(52.9%)가 뒤를 이었다. 20대는 긍정 47.8%, 부정 46.1%이 팽팽하게 갈렸다. 70세 이상에서도 긍정(48.6%)이 부정(38.1%)을 소폭 앞섰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77.3%)에서 가장 높은 긍정 평가를 받았으며, 인천·경기(65.7%), 강원(63.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구·경북(TK)은 51.4%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42.8%)는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85.9%, 중도층의 64.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35.1%만이 긍정 평가를 내렸고, 부정 평가가 58.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진행된 정당 지지도 조사(응답자 1005명,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50.8%를 기록해 국민의힘(29.0%)을 21.8%p 차이로 앞섰다. 민주당은 지난주와 동일해 보합세를 유지하며 5주 연속 50%대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2주 연속 소폭 상승해 양당 간 격차가 23.4%p에서 21.8%로 좁혀졌다. 이외에도 조국혁신당(3.5%), 개혁신당(3.8%), 진보당(1.2%), 기타 정당(2.3%) 등이 뒤를 이었다. '지지 정당 없음'은 8.0%, '잘 모르겠다'는 1.3%로 무당층은 총 9.3%였다. 리얼미터는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은 전당대회 국면의 영향으로, 다수의 당대표 출마 선언과 함께 '극우 결별' 논쟁, 후보 단일화 제안, '친윤' 당대표 견제론 등 다양한 쟁점이 부상하며 일부 중도·진보층의 관심까지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민주당이 40대(67.8%)와 50대(62.4%)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국민의힘은 70세 이상에서 42.1%로 민주당(40.7%)을 앞섰다. 20대는 민주당(35.9%)과 국민의힘(36.0%)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에서는 민주당이 67.2%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은 18.4%에 그쳤다. 인천·경기에서도 민주당이 57.2%로 국민의힘(22.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지지를 받았다. 서울(46.8% 대 30.9%), 부산·울산·경남(46.4% 대 33.9%) 등 대부분 지역에서 우세했다. 반면 대구·경북(TK)에서는 국민의힘이 41.7%로 민주당(36.5%)을 앞서 유일하게 우위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무선전화 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했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2508명, 정당 지지도는 1005명의 응답을 분석에 반영했다. 표본오차는 각각 95% 신뢰수준에서 ±2.0%p(국정수행) 및 ±3.1%p(정당 지지도)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조선으로 돌파구”…한미 통상 협상 막판 총력전

한미 통상 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미국 측의 관심이 집중된 조선 산업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며 해법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 주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각각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담판에 나서기로 한 만큼 협상 타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첫 고위급 협상에 나섰다. 양측은 이튿날인 25일에도 뉴욕에 있는 러트닉 장관의 자택으로 자리를 옮겨 2차 협상을 이어갔다. 일본 협상단이 타결 직전 러트닉 자택에 초대된 전례가 있어 기대감도 컸지만, 이틀 연속 협상에도 결국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채 결렬됐다. 김 장관은 △대미 투자 확대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을 포함한 진전된 수정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협상 과정에서 대미 투자 확대와 함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및 쌀 등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초 안보와 통상을 연계한 포괄적 '패키지 딜' 전략을 구상해왔던 정부는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정부는 일본의 대미 통상 협상 전략을 정밀 분석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은 약 5500억 달러(약 75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전면에 내세워 관세·투자 중심의 합의를 이끌어낸 대신, 일부 품목의 관세를 15% 수준으로 인하하는 합의를 도출했다. 특히, 농산물과 디지털 등 비관세 분야는 제한적으로만 협상에 반영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런 특징과 배경을 분석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유사한 방식의 전략을 택했다. 미국의 기대치는 최대 4000억 달러(약 550조원)으로 차이가 적지 않지만, 1000억 달러(약 137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제안해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 위 실장은 지난 9일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미국 투자의 키를 쥐고 있는 재계와 만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저녁 식사를 했고 지난주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번 주 저녁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했다. 재계 안팎에선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 미국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삼성과 D램 세계 1위 SK하이닉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방산과 조선, 태양광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한화 등이 준비한 투자금이 약 1000억 달러(약 137조 원) 규모로 전해진다.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는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그간 쌀, 소고기 등 주요 농산물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해 협상에서 제외해 왔지만, 김 정책실장이 “농산물도 협상 품목에 포함돼 있다"고 공식화하면서 일정 수준의 개방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민감 품목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나 쌀·감자·사과 등 주요 품목이 협상 대상에 오를 경우, 국내 농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이틀간 워싱턴과 뉴욕에서 진행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간 협상에서, 한국 측은 조선·반도체 등 전략 제조업 분야의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측은 이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 산업에 특히 높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대통령실은 25일에 이어 26일 통상현안대책 긴급회의를 열고 “양국간 조선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정된 협상안을 바탕으로 미국 측과 재접촉에 나설 계획이지만, 타결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당분간 EU 및 중국과의 외교 일정에 주력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실질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은 오는 30~31일 이틀에 불과해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통상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뒤인 오는 31일이 양국 간 고위급 협상이 재개될 유력한 시점으로 관측된다. 이는 한미 상호 관세 25% 부과 시점인 8월 1일 직전이다. 같은 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관세 협상에 대한 외교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연금 사각지대’ 전방위 손질…與 이수진 의원, 개정안 발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이 본격 추진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무소득 배우자, 청년, 육아휴직자, 군복무자 등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민연금법 및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무소득 배우자의 국민연금 적용 △18세 청년에 대한 최초 국고지원 △육아휴직 기간 연금보험료 국가 지원 △군복무 전체 기간 연금 가입 인정 △기초연금 부부감액제 단계적 폐지 및 소득기준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현행법은 소득이 없는 배우자를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학업이나 군복무로 소득이 없는 27세 미만 청년 역시 연금 제도에서 배제돼 있다. 이 의원은 “혼인 여부나 생애주기 상황에 따라 연금 가입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가입자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무소득 배우자와 18세 이상 27세 미만 무소득자에 대한 적용제외 조항을 폐지하고, 18세 청년에게는 최초 3개월간 연금보험료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도록 했다. 아울러 18세가 되는 시점에 소득이 없는 청년은 기준소득월액 하한액으로 자동 가입되며, 해당 기간의 보험료는 전액 국비로 납부된다. 소득이 있는 청년에게도 해당 3개월을 연금 가입기간에 산입하고, 이 역시 국가가 부담토록 했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연금보험료 지원도 현실을 반영해 손질된다. 현재는 납부 유예 후 '추납' 방식으로만 보장되지만,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9~2023년 육아휴직자 중 실제 추납에 나선 비율은 0.69%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육아휴직 기간 중 연금보험료의 50%를 국가가 직접 지원하도록 했다. 군복무 기간의 연금 가입 인정도 확대된다. 현행법은 최대 12개월까지만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군복무 전체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역의무로 인해 발생하는 가입 공백을 제도적으로 메우겠다는 취지다. 기초연금에 적용되고 있는 부부감액제도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현재는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수령할 경우 각자의 연금액에서 20%를 감액하지만, 개정안은 이 비율을 2026년 10%, 2027년 5%로 점진적으로 축소한 뒤, 2028년부터는 전면 폐지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이 같은 개정안 내용 중 △18세 청년 첫 연금 국고지원 △육아휴직 연금보험료 국가 분담 △군복무 크레딧 확대 △기초연금 부부감액제 폐지 등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세운 핵심 연금 공약과 일치한다. 이수진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연금제도 밖으로 밀려난 사각지대 국민에게 최소한의 노후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시도"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연금 공약 이행뿐 아니라, 연금의 실질적 보장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정치보복·낙지부동 없앤다”…최대 피해자 이재명의 결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직권남용죄 남용 방지와 정책감사 폐지를 지시했다. 전 정권 국정과제 관련 공직자 처벌의 '정치보복' 고리를 끊어내고, 공직사회의 적극 행정을 장려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밝힌 추진 과제는 △과도한 정책감사 폐단 차단 및 적극행정 활성화 △직권남용죄 남용 방지를 위한 법 개정 검토 및 수사 신중화 △민원·재난·안전 업무 및 군 초급간부 등 현장 공무원 처우 개선 △비효율적인 당직제도 전면 개편 △일 잘하는 공무원에 대한 포상·승진 확대 등 총 다섯 가지다. 이 가운데 제도 개선이 시급한 '직권남용죄'와 '정책감사' 관련 과제는 향후 100일 내 개선 완료를 예고했다. 이 같은 개혁 드라이브는 그간 직권남용죄가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며 공직사회 전반에 불신과 위축을 초래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직권남용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직권남용죄 접수 건수는 1994년 300건에서 2019년 1만6880건, 2020년 1만6167건으로 54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소 인원도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에 53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며, 이후 점차 감소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적폐청산 작업이 마무리되던 시점과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기소의 상당수가 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다는 데 있다. 2017년 5월 이후 2022년까지 확정된 직권남용죄 사건 40건 중 약 126개의 행위가 기소됐지만,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5건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특히 단일 혐의로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사건 7건 중 2건은 전면 무죄였다. 무죄 사유로는 △해당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보유하지 않았거나 △상대방의 행위가 법적 의무가 아닌 사실상 보조업무였던 경우,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한 경우 등이 지적됐다. 이 대통령이 '정책감사 폐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시기 통계조작·탈원전 정책 감사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감사 등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된 정치감사 논란'이 공직사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해왔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정책 결정의 '당부'가 아닌 '절차적 위법성'만을 본다고 해명해왔지만, 실제 감사 실무에서는 정책을 집행한 공무원들이 형사책임을 지는 구조가 반복됐다. 이 같은 전례는 이 대통령 본인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발표한 '경기도 정기감사'에서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한 지역화폐 및 남북교류사업에서 발생한 지원금 횡령 사건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전임 시장·지사 시절 정책적 판단의 책임을 공무원에게 물을 때 얼마나 위축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본래 국가 정책의 위법성을 시정하고 경각심을 불어넣는 감사의 본 기능은 약화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오히려 '괜히 책임질 일은 만들지 말자'는 인식이 팽배해지며, 공직사회 전반에 소극행정이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24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요즘은 복지부동이 아니라 '낙지부동'이라고 한다. 붙어서 아예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에는 이미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과 정책 목적의 '당부' 여부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직권남용죄 개정을 담은 형법 개정안도 여럿 올라와 있다. 개정안은 △'직권'의 의미를 명확히 해 자의적 법집행을 막고, △현행법상 처벌 공백 상태에 놓인 '지위의 영향력을 이용한' 직권남용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산재 장애’ 李 대통령, SPC 공장 찾아 “유사 사고 반복 용납 못해”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저도 산재 피해자"라며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라면 정말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업 중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대통령이 직접 산재 사망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 시흥의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서 “산업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빈다"며 “죽지 않는 사회, 일터가 행복한 사회, 안전한 사회를 꼭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이 공장의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윤활유를 뿌리던 중 컨베이어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 현장의 안전과 인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온 이 대통령이 직접 사고 현장을 찾은 것은 반복되는 산재 구조를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저도 노동자 출신이고 산업재해 피해자이기도 한데, 그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며 자신의 소년공 시절 산재 경험을 꺼냈다. 그는 과거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에 팔이 끼여 장애를 얻은 바 있다. 이어 “떨어져서 죽고, 깔려서 죽고, 끼어서 죽는 산재가 불가피하게 예측 못 한 상태에서 발생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고가 반복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예측 가능하고 방지도 가능한데 왜 반복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추측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예방을 위한 비용과 사고 발생 이후의 대가가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이 희생되는 구조라면 정말로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진 발언에서도 이 대통령은 노동 현장의 실태를 '후진국형'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고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가까운 선진국이라는데, 현장만큼은 선진국 같지 않다"며, “앞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꼭 이 공장에서 있었던 사고뿐만 아니라,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자살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교통사고와 산재도 많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며, “새 정부는 각종 사유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복한 사회가 못 될지라도, 불행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최소화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허영인 SPC 그룹 회장,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 김지형 SPC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SPC삼립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SPC 임직원과 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식품업계에서는 강희석 CJ푸드빌 음성공장장, 이정현 크라운제과 대전공장장도 자리했다. 정부 측에서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산업재해에 대해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시한 데 이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도 “산재 사망 1위 국가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게 잘 대처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尹 정부 감세로 재정 악화”…與, 조세특위로 증세 나선다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이달 말 공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시기의 '부자 감세'를 되돌리는 방향의 조세 정상화 기조를 공식화하며 증세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세수 파탄 때문에 국가의 정상적 운영도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재정이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아끼고 줄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근본 해법은 비뚤어진 조세 기틀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당내 '조세제도개편특별위원회(가칭)' 설치에 나서기로 했다. 김 직무대행은 “특위를 중심으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곳간이 비어 있는데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면 부자 감세로 인해 펑크난 재정을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수석부대표는 특히 “법인세만 달랑 인상한다고 보면 안 되고,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를 하는 것이 맞는지, 또 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 기구를 통해 당내 논의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나라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기에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것은 증세가 아니다"며 “우리가 그동안 (부자감세 이전까지 유지해온) 재정 규모가 있는데 그것을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혁 수석대변인도 최고위 직후 “조세 제도에 세목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내용이 있고, 정기국회 때 예산과 함께 처리되는 것이 입법 과정"이라며 “이 틀에서 윤석열 정권이 망쳐놓은 국가재정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특위의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의 이 같은 기류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나온 것으로, 당정 간 정책 조율을 통해 증세를 포함한 조세 정의 실현 전략을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부와 민주당 내부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상(24%→25%)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강화 △증권거래세 인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이 가운데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은 당내에서도 논쟁 중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을 섬세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결국 극소수의 주식재벌들만 혜택을 받고 대다수의 개미 투자자는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배당소득제 개편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與 대표 출마 박찬대, ‘내란 동조’ 野 45명 제명 촉구안 제출

8·2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저지에 나섰던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실제 제명안은 아닌 정치적 압박으로 당 대표 경선에서의 선명성 강조 전략으로 해석된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결의안의 대상인 국민의힘 의원 45명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서 '인간 방패'를 자처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가 집행되지 못했던 건 국민의힘 의원 45명이 윤석열 관저를 둘러싸고 '인간 방패'를 자처했기 때문"이라며 “법과 공권력을 향해 등을 돌리고 윤석열 얼굴만 바라보던 인간 방패 45인은 명백한 내란 동조범"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들은 지금도 국회에서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받으며 법률을 다루고 예산을 심사하며 심지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재명 정부를 흔들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헌법을 무너뜨린 자들이 민주 정부의 정당한 권한을 부정하는 현실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앞서 이달 8일에도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내란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결의안은 사실상 그 연장선상에서 의결 가능성보다는, 제도적 상징성을 활용해 정치적 선을 긋고 전선을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의원이 제출한 것은 제명안이 아니라 제명 촉구 결의안으로, 일종의 정치적 의사 표명에 해당한다.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해 본회의에 상정돼 과반수로 처리된다. 실제 제명안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3분의2(200명)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제22대 국회에서 윤리특위는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태로, 민주당은 오는 29일 운영위에서 윤리특위 구성 안건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앞으로 제명안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윤리특위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제명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정치적으로 힘을 모으고, 추후 구성되면 제명안을 내겠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11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제출돼 있다. 76년간의 의정 사상 제명안이 통과된 것은 1979년 10월 4일 김영삼 신민당 총재 단 한 차례 뿐이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對美 관세 협상 먹구름…李 대통령, 실용 외교·통상 전략 ‘시험대’

25일(현지시간) 예정돼 있던 한미간 2+2 통상협의가 돌연 취소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관세 협상에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협상 시한(8월1일)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일본은 무려 5500억달러(약 760조원)의 대미 투자를 댓가로 15% 관세율 타협에 성공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전략과 협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외교·통상 당국은 일본이 미국과 15% 수준의 관세 합의를 조기에 매듭지은 상황에서 돌연 하루 뒤 예정됐던 '한미 2+2 통상협의'가 미국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미국이 '시장 접근권'의 대가로 요구한 막대한 현금을 지불했다. '재팬 인베스트먼트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으로 5500억 달러(약 760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쌀 시장 일부 개방, 방위비 증액(140억→170억 달러), 항공기 100대 구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을 포괄적으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일본에 적용하려던 25% 보편 관세를 15%로 낮췄고, 자동차 관세도 12.5%로 인하했다. 자동차는 일본 대미 수출 흑자의 80%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특히 협상을 총괄하던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빈손으로 귀국하면서 분위기가 경색됐다. 게다가 한미 2+2 협의가 일방적으로 연기되면서 “미국이 우리나라가 제시한 안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채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측은 한국에 총 4000억 달러(약 550조 원) 규모의 투자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지난해 한국 정부 예산의 80%를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쌀·소고기 시장 개방 △방위비 인상 △LNG 프로젝트 참여 등 일본과 유사한 조건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실용 외교를 내세우면서 '지연 전략'을 취했던 이 대통령과 통상 당국의 협상 전략, 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일본이 먼저 협상 타결에 성해 시간을 벌면서 유리한 조건을 따내겠다는 시도가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에 번호를 매겨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더 이상 각국이 협상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강한 신호였다"며 “그간 민주당 정부가 '지연 전략'을 택했지만 일본이 선타결하면서 이 전략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미국이 급할 게 없고 협상의 고삐를 한국이 미국에 넘겨준 상황"이라며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국익형 수입 확대 전략'을 최종 협상 카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원하는 '현금'을 에너지·반도체·항공기·무기 등 전략 물자 수입 확대를 통해 던져 주고 기업과 국가 투자 펀드를 통한 전략적인 투자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실익을 챙기자는 전략이다. 그러나 농산물 특히 쌀·소고기 수입 확대 요구에는 부정적이다. 다만 일본보다 적게 주고도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서는 투자·산업 전략에서 더 파격적인 카드를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산 원유나 셰일가스는 우리가 어차피 수입해야 하는 품목"이라며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산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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