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미지

김하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하나 기자 입니다.
  • 정치경제부
  • uno@ekn.kr

전체기사

‘장동혁 대 주호영’의 싸움…“사상 첫 민주당 대구시장 나올 판”

6·3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국민의힘 '철옹성' 대구에서 예상치 못한 내분이 벌어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 아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컷오프 결정이 6선 중진 주호영 부의장의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면서다. 일각에서는 “대구시장 선거가 국민의힘 대 민주당 싸움이 아니라, '장동혁 대 주호영'의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오는 30일 대구시장 출마 여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대구 서구 두류네거리에 선거사무실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공천 싸움으로 당이 흔들리는 판에 김 전 총리까지 나오면 대구 표심을 어떻게 잡겠느냐"며 “지금 대구 민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싸늘하다"고 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대구에서 국민의힘 내전에 민주당 유력 후보까지 가세하는 구도는 전례가 없다"며 “누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든 사상 첫 민주당 대구시장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대구의 30년 공식이 이번에 처음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여론조사 결과까지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영남일보·리얼미터가 지난 25일 발표한 조사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8명 전원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모두 앞섰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47% 대 40.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지만, 주호영 의원과는 7.1%포인트(p), 추경호 의원과는 9.9%p 격차로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를 보였다. 윤재옥·최은석·유영하 의원 등 나머지 후보들과는 15%p 안팎의 격차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숨기고 싶은 국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구 텃밭에서조차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빨간 점퍼 대신 흰 점퍼를 입고 다니는 장면이 잇따라 포착됐다. 추경호 의원은 22일 대구 달성공원 새벽시장을 찾을 때 흰 점퍼에 빨간 목도리만 매었고, 주 부의장도 같은 날 대구 반월당 일대에서 흰 점퍼만 걸친 채 시민들과 만났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빨간 점퍼 대신 흰 점퍼로 당색을 지우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에서까지 빨간 점퍼를 못 입겠다는 건 당색을 지우고 싶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공천 파동이 지지층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주 부의장의 탈당·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국민의힘의 내홍은 한층 증폭되고 있다. 주 부의장은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다음 날 심문기일이 잡혔다. 주 부의장 측은 “위헌·위법한 당의 행위에 경적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 지금 입장"이라면서도 “무소속 출마 등 나머지 행보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공석이 되는 대구 수성갑 보궐선거에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뛰어드는 이른바 '주한(주호영·한동훈) 연대'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친한계를 중심으로 '기각 시 탈당·무소속 출마 가능성'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 전 대표는 “주 의원은 제가 주장하는 보수 재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씀했다"며 “우리는 이미 연대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과 쇄신 보수를 기치로 내건 두 사람을 축으로 한 '반장동혁 전선'이 대구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내에서는 '추진(추경호·이진숙) 연대설'도 제기되고 있다. 선두권이었던 이 전 위원장이 컷오프되면서 추경호 의원의 경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 지역구인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 전 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컷오프 철회를 재차 요구하면서도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의 요청을 받는다면 그 순간부터 생각해보겠다"며 여지를 뒀다. 다만 보수 표심 분산이라는 걸림돌은 크다. TK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보수 표가 쪼개지면 민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선거 연대가 최종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주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포기하더라도 지방선거 이후 한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주 의원이 이번에 출마를 안 하더라도 장동혁 체제에 맞선 보수 재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국민의힘이 자초한 위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의힘은 후보만 내면 무조건 찍히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보수 정체성이 25%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빨간 점퍼를 벗는 건 당에 대한 부끄러움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고, 나만이라도 장동혁 체제와 거리를 두겠다는 절박함이 흰 점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희준 정치 컨설턴트는 “대구 부동층은 선거 때가 되면 거의 다 국민의힘으로 돌아가는 표"라며 “주호영 전 부의장도, 한동훈 전 대표도 그걸 알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당원 구성이 윤석열 중심의 종교 보수 성격으로 바뀌면서 지방선거 참패도 실패가 아닌 시련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며 “실패를 인정해야 변화와 혁신이 생기는데, 그걸 실패로 보지 않으니 체제가 바뀌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베스트셀러’에 ‘아들 결혼’까지…李 대통령 49억 재산 내역

이재명 대통령의 재산이 1년 새 18억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재산변동 신고사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이 대통령의 재산은 49억7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8억8000만 원 늘어났지만,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제 순증가액은 16억5000만 원 수준이다. 재산 증가분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항목은 예금이다. 1년 전 15억8000만 원이었던 예금 잔액이 30억6000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예금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책 판매 수익이다. 이 대통령은 저서 인세로만 15억6000만 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4월 출간한 '결국 국민이 합니다'가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데 이어,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와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12·3 불법 계엄 극복 과정을 회고하는 내용을 담은 책으로, 한 권에 2만2000원이다. 출판사는 지난해 5월 이미 20만 부 이상 팔렸다고 밝혔다. 통상 인세율을 10~20%로 가정할 경우 최소 35만 부에서 최대 70만 부 수준의 판매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출판사 측은 지난해 5월 판매량 20만 부 돌파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업계 관행은 인세율 10% 수준이지만, 판매량에 따라 인세율이 올라가는 '러닝 개런티'가 적용되면 수익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책은 수익 정산 방식이 훨씬 다양하고, 이 대통령 저서는 전자책 판매 비중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김혜경 여사도 2018년 출간한 '밥을 지어요'로 607만 원의 인세 수익을 신고했다. 주식 관련 수익도 보탬이 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코스피 5000' 공약을 내걸며 KODEX 200 등 국내 주요 ETF(여러 주식을 묶어 거래소에 상장한 펀드 상품) 4000만 원어치를 직접 매수했다. 당시 그는 앞으로 5년간 매달 100만 원씩 추가로 투자해 총 1억 원어치를 사겠다고도 약속했다. 이후 코스피 지수는 이 대통령의 공약 수치인 5000을 넘어 지난달 6000선마저 돌파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ETF 투자 수익률은 약 1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현재 예금 잔액 가운데 ETF 수익이 얼마나 차지하는지 등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급여 수입도 반영됐다. 현재 대통령 연봉은 2억7177만 원으로 월 급여는 2265만 원(세전)이다. 세후로는 1400만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직급보조비 월 320만 원과 정액급식비 월 16만 원이 포함돼 있다. 경조사 등으로 현금 자산도 총 2억5000만 원 증가했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14일 장남 동호씨의 결혼식이 열렸는데, 이때 받은 축의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통령의 총자산 중 건물은 23억 원으로 3억5390만 원이 증가했다. 이 대통령 부부가 공동 명의로 소유한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2억2900만 원 오른 16억8500만 원으로 신고됐다. 건물 자산에는 분당 아파트 외에 부부 공동 명의의 인천 계양구 아파트 전세(4억8000만 원)와 장남 동호씨 명의의 강원도 속초 아파트 전세(1억3500만 원)도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보유 차량 가운데 2024년식 G80(8400만 원)을 매각했으며, 현재는 2006년식 뉴체어맨(219만 원) 한 대만 보유하고 있다. 콘도 회원권은 2650만 원이다. 사인 간 채권은 7억원이다. 채무로는 분당 아파트 세입자 임대보증금 11억3000만 원, 김 여사의 개인 간 채무 2억5000만 원, 장남의 주택자금대출 3166만 원 등 총 14억1166만 원을 신고했다. 이 대통령의 장남 동호씨는 지난해 엑스알피(리플) 등 가상자산 4000만 원어치를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증시 호황에 웃은 청와대 참모들, 얼마나 벌었나 보니

지난해 증시 호황 덕에 주식 투자로 재산을 불린 대통령비서실 참모들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대통령비서실 등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장형 법무비서관은 본인과 자녀의 주식 보유액이 지난해 7월 초 94억7000만원에서 같은 해 말 136억8000만원으로 늘어나 6개월 만에 42억원 넘게 불었다. 이 비서관은 본인 명의로 테슬라 주식 9666주를 보유 중이며, 현재 평가액이 62억3750만원에 달했다. 이전보다 20억9381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이 비서관의 장남과 장녀도 각각 테슬라 주식 5767주, 577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테슬라 주식 평가액이 각각 26억원에서 37억원대로 늘었다. 바이오 종목에 집중 투자한 이민주 국정홍보비서관은 관련 주가 상승에 힘입어 21억원대였던 주식 자산이 28억원대로 늘어났다. 에이치엘비(1만5500주), 에이치엘비제약(3만2000주), 큐리언트(5만주) 등을 추가 매수한 영향이다. 특히 큐리언트 주가 급등이 평가액 상승을 이끌었다. 이 비서관은 재산공개 자료에 “주식시장 활황에 따라 전체적으로 수익률이 좋았고, 큐리언트 주가가 특히 급등해 주식 평가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유 중이던 NAVER 주식 1000주는 업무 연관성을 고려해 매각했다. 배우자도 카카오 주식을 582주로 늘리는 등(SK스퀘어 1주, SK텔레콤 3주 보유) 증권 자산이 1533만원에서 3550만원으로 증가했다. 조한상 홍보기획비서관은 3억7085만원에서 4억6008만원으로 늘었다. 엔비디아(49주), 아이온큐(33주), 알파벳(총 30주) 등 AI·빅테크 종목을 신규 매수한 데 이어, CATL, 리게티컴퓨팅, 크리티컬메탈스 등 미래 산업 관련 종목을 편입했다. 특히 워런 버핏이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일본 종합상사주에도 적극 베팅했다. 마루베니(2200주), 미쓰이E&S(2000주), 스미토모상사(900주), 이토추상사(1500주) 등 일본 상사주를 대거 편입하고, 옥시덴털페트롤리움, 리버티에너지 등 에너지 종목 비중도 확대했다. 조성주 인사수석비서관은 예금 자산을 일부 줄이는 대신, 배우자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주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을 활용한 투자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조 수석의 증권 자산은 563만원에서 5355만원으로 늘었는데, 배우자가 엔비디아(32주), 팔란티어(100주), 알파벳(16주) 등 미국 빅테크 종목을 신규 매수한 영향이 컸다. 특히 장남은 ISA 특판 상품에 가입해 절세형 투자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기 투자 인센티브 확대를 주문하자 ISA를 통한 절세형 투자 전략이 반영된 사례로 풀이된다. 장녀는 퀀텀컴퓨팅, 팔란티어 등 성장주를 편입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배우자의 '잦은 매매'에 힘입어 주식 자산이 5억4618만원에서 6억7562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배우자가 국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60여 종목이 넘는 상장주식을 사고팔며 적극적인 운용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HJ중공업(630주), 금호석유(693주), 대동(1650주), 대주전자재료(520주), 디이엔티(2550주), 미래컴퍼니(2630주), 바이오비쥬(2450주) 등 다양한 종목을 신규 매수하거나 비중을 확대했다. 반면 LG화학, 카카오, 현대차 등 일부 대형주는 정리하며 종목을 빠르게 교체했다. 주식을 적극 정리한 참모들도 있었다. 한상익 국정과제비서관은 공직 취임에 맞춰 주식 대부분을 처분했다. 위메이드, 두산로보틱스, 에스비비테크, 엔피, 위메이드맥스, 카카오 등을 매각해 증권 자산이 9071만원에서 3006만원으로, 6065만원 감소했다. 재산공개 자료에 “공직 취임에 맞추어 총액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고 기재했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비서관 역시 SK스퀘어·SK텔레콤·네오팜·롯데케미칼·우리금융지주·티케이지애강 등 보유 주식 전부를 처분해 현재 증권 평가액이 0원으로 신고됐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월가 두드린 金총리, 원유 캐온 姜실장…이번엔 ‘민생 전면전’

중동발 위기 장기화에 정부가 사실상 비상경제 체제를 가동하자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외교 일정을 접고 민생·경제 대응 전면에 나섰다. 정치권 안팎에선 월가와 중동을 누비던 '투톱'이 동시에 내치로 돌아선 것을 두고 “총리와 비서실장을 사실상 '분신'처럼 활용해 직접 지휘하는 이재명식 업무 스타일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외교·내치를 넘나드는 행보가 차기 주자급 '체급 키우기'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김 총리는 25일 비상경제 대응체계 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민생·경제 전반의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비상체계를 가동했다"며 “정부는 비상한 상황에 맞춰 비상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총리 주재 '비상경제본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원팀 대응에 나서고, 기존 경제부총리 주재 회의를 격상해 주 2회 운영한다. 거시경제·에너지·금융·민생복지·해외상황 등 5개 대응반을 통해 전방위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김 총리는 기존 외교 일정도 접고 민생을 챙기고 있다. 당초 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Boao Forum for Asia)'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기조연설까지 예정됐던 국제행사를 직전에 취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총리실은 “중동 분쟁 격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 비상경제 대응을 직접 지휘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보아오행을 접은 김 총리는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K-국정설명회'에 참석해 “비상한 상황,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의 주례 보고 내용을 소개하며 “2주 만에 진행된 주례 보고에서 최근 경제 상황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내치 전선에 즉각 가세했다. 강 실장은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에너지 위기 관련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되는 당일부터 현장에서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전달 체계를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중동 사태로 고물가와 원자재 공급난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피해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라는 취지다. 강 실장은 재난·복지 분야까지 직접 챙겼다. 대전 대덕구 공장 화재 유가족들이 정보 부재를 호소하며 이 대통령에게 SNS 메시지를 보낸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국가위기관리센터와 행정안전부에 '재난 초기 소통 매뉴얼' 신설을 지시했다. 또 6년간 방치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아동보호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관계기관의 위기 정보 통합 관리 체계 수립도 독려했다. 두 사람의 행보는 불과 며칠 전까지 글로벌 외교 무대에 맞춰져 있었다. 김 총리는 1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했고, 차기 미국 대선의 유력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는 JD 밴스 부통령과 두 번째 만남을 갖고 신뢰를 쌓았다. 귀국 후인 23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이클 해리스 뉴욕증권거래소(NYSE) 부회장과 자본시장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NYSE 부회장이 방한해 정부 고위급 인사를 면담한 것은 처음이다. 총리실은 정부의 강력한 자본시장 개선 노력에 대해 부회장이 깊은 관심을 보이며 만남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지난 15일 이란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를 직접 방문해 1800만 배럴의 원유 긴급 도입을 확정 지었다. '무박 2일' 일정이 공항 미사일 공격으로 '무박 4일'로 늘어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강훈식 비서실장을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로 임명한 뒤, 각국을 오가며 방산 수출과 경제 협력 업무를 맡기며 역할을 확대해왔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비서실장과 직접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등 전면에 나선 행보를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차기 지도자 육성'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김어준 씨는 강 실장의 잇따른 해외 행보를 두고 “비서실장이 민항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국정 운영 경험을 폭넓게 쌓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보수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단독 해외 출장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앞서 김 총리의 방미를 두고도 “차기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언급했지만, 김 총리는 “언론은 무협지 공장이 아니다"라며 이를 일축했다. 국정 전반을 아우르는 외교·경제 경험을 폭넓게 쌓도록 하려는 이 대통령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종석 비서실장이 UAE 외교 현안 해결을 위해 전용기를 타고 방문한 정도가 예외적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의도된 후계자 육성이라기보다 이 대통령 특유의 통치 스타일로 해석한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장악력과 직접 지휘 성향이 강해 총리와 비서실장을 사실상 '분신'처럼 활용하는 스타일"이라며 “외교와 내치를 넘나드는 역할 확대는 의도라기보다 업무 방식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규모가 커진 만큼 대통령이 모든 현안을 직접 챙기기 어려워지면서 가장 가까운 공식 라인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정치적 체급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다주택 공직자 OUT”…‘부동산 정책 라인’ 확인해보니

청와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 부동산 정책 핵심 라인 공직자 14명 중 1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본지가 공직윤리시스템에서 재산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국토부·재경부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공직자 14명 중 1명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로 확인됐다. 8명은 1주택자, 2명은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였다. 다만, 재산 신고 기준 시점과 현재 보유 현황 사이에는 일정한 시차가 있을 수 있다. 나머지 재경부 실무 라인 3명(2차관·경제정책국장·부동산시장과장)은 재산 관련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재산이 공개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고위직 중에는 다주택자 보유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엑스(X·옛 트위터)에 부동산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다주택자·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를 원천 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훈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은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특별자치시 나성동 나릿재마을1단지 아파트(112.59㎡)를 본인(56.29㎡, 3억9491만9000원)·배우자(56.29㎡, 3억9491만9000원) 지분으로 각각 신고했다. 또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다가구주택(96.90㎡, 4억7200만원)과 강남구 도곡동 역삼럭키아파트(12.47㎡, 1억9140만원)를 추가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대치동 다가구주택과 세종 아파트는 임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 명의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다세대주택(65.95㎡) 전세권(6000만원)도 별도 신고했다. 상당수는 1주택자였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래미안(111.92㎡)을 본인·배우자 공동 명의(각각 67.15㎡·44.76㎡, 합산 약 15억6785만8000원)로 1채 보유하고 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부친 명의로 서울 마포구 마포동 쌍용아파트(84.91㎡, 7억6800만원) 1채를 신고했다. 본인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산운마을(83.50㎡)에 전세(6억4000만원)로 거주 중이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 아파트(54.40㎡)를 본인·배우자 공동 명의(각각 27.20㎡, 합산 7억5500만원)로 1채 보유하고 있다. 본인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힐스테이트 상도 센트럴파크(118.18㎡)에 전세(7억5000만원)로 거주 중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배우자 단독 명의로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2가 중화산풍림아이원(130.00㎡, 4억원) 1채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의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주택공급 컨트롤타워인 주택공급추진본부의 수장 김영국 본부장은 동작구에 7억3500만원 규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2025년 3월 27일 기준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푸르지오' 아파트(84.91㎡) 1채를 보유하고 있다. 김 실장의 총 신고 재산은 44억7800만원 규모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세종시 종촌동 가재마을 아파트 1채(84.99㎡, 3억3200만원)를 보유하면서, 서울 강서구 염창동 현대1차아파트 전세권(84.34㎡, 5억2000만원)도 함께 신고했다. 해당 전세권은 모친 간병을 위한 거주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어머니 명의 주택이 있는 양천구 신정동과 전세 거주지인 강서구 염창동이 인접한 생활권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2차관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 명의로 서울 구로구 아파트(42.44㎡, 5억250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는 주택을 보유하지 않거나 분양권 등 형태로만 자산을 보유해 무주택 또는 준(準)무주택자로 분류된 사례도 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재산 공개가 확인된 11명 중 주택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읍 삼영프라자 상가(172.64㎡, 5000만원)와 아산시 요진 와이시티 아파트 전세권(84.00㎡, 1000만원), 서울 성북구 종암동 다세대주택 전세권(21.50㎡, 3000만원)이 전부다. 구윤철 재경부 장관은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112.85㎡) 분양권(12억2400만원)을 신고했다. 현재 미입주 상태로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개포동은 토허구역 지정 지역으로, 입주 이후 실거주 여부에 따라 규제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대책의 실질 설계를 담당하는 허장 재경부 2차관, 김재훈 경제정책국장, 백경원 부동산시장과장의 재산 공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다주택 여부'만을 기준으로 공직자를 배제하는 방식 자체가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기준 자체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주택 수가 아니라 자산 가치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의 고가 아파트 1채 보유자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했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까지 다주택자 배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일괄적인 배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부동산 정책은 시장 경험과 이해가 중요한 만큼,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가진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핵심"이라며 “정책 방향과 공직자의 자산 보유 간 괴리는 과거에도 반복돼온 문제로, 단순히 개인 보유 형태를 문제 삼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해당 기준이 고위공직자뿐 아니라 실무자까지 포함되는지 여부와 '고가' 및 '과다 보유'의 기준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담당자의 보유 현황을 파악 중이며, 조사 이후 관련 업무 배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김하나의 밀착] “발로 뛰는 행정”…정원오, 지하 35m 철골·배관 사이 누볐다

6·3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둔 23일 오전,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복합개발 지하공사 현장 출입문 앞에 섰다. 형광색 안전조끼에 안전모, 발목을 단단히 감싼 보호대와 안전화까지 착용한 그는 공사장 출입 게이트를 통과하며 직접 지하로 향했다. “발로 뛰는 행정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념에서다. 이날 정 후보는 '하나씩 안전 착착! 안전공약'을 발표하기 전 지하 35m 아래까지 내려가 철골 구조물과 거대한 배관이 얽힌 공사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정 후보는 “버스 환승이나 주차 등 교통 기능은 충분히 갖춰지느냐"고 물었고, 현장 관계자는 “지하에 환승센터와 주차장이 모두 포함돼 복합 교통체계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굴착기 소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는 곳곳을 손으로 짚어가며 공정과 안전 상태를 확인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바닥과 벽면을 번갈아 살피기도 했다. 이곳은 사업비 약 1조7000억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하 공사 현장으로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의 핵심 구간이다. 강남구 코엑스 사거리(9호선 봉은사역)부터 삼성역 사거리(2호선 삼성역)까지 1000m 구간의 지상·지하에 스마트 환승시스템이 구축된다. 지하 5층(시설면적 21만㎡) 규모의 복합 환승센터와 철도 터널도 2029년 12월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총 1㎞ 구간에 지하철과 GTX 노선, 버스 환승센터, 대규모 상업시설까지 들어서며, 서울의 교통과 도시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미래형 교통 허브'로 평가된다. 정 후보는 “이곳은 철도·버스 환승체계와 GTX 연계 교통망을 통해 서울의 미래 도시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지하 공간에 대한 시민 불안을 해소하고 관리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본 정 후보는 “직접 내려와 보니 규모가 큰 공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정돈이 잘 돼 있고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처럼 예방 중심의 안전 관리가 모든 공사장에서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소규모 공사장까지 이런 수준의 안전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책임지고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 후보는 '정원오표 4제로(zero) 안전' 공약을 발표했다. 성동구청장 시절 입증했다고 강조한 싱크홀·침수·제설·스마트쉼터 정책을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이다. 우선 정 후보는 지하 공간 안전 대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치구 관할 이면도로를 포함한 서울 전체 도로를 지표투과레이더(GPR)로 탐사해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AI 안전지도'를 만들고, 이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위험 지역은 재탐사와 긴급 점검에 나서고, 지하·지상·화재 등 각 분야 안전지도를 통합해 시민 참여 기반의 실시간 예측·신고·예방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기후재난 대응 체계도 전면 손질 대상으로 제시했다. 정 후보는 성동구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한 침수 피해 예방 시스템을 서울 25개 자치구의 표준 가이드라인으로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폭설과 폭염, 한파 대응도 '생활 밀착형 안전'으로 묶었다. 한강 홍수 예보를 현재보다 앞당기고, 국토교통부·한국수자원공사와 치수 안전 협약을 체결해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 후보는 이날 공약 발표를 마무리하며 “보이지 않아도,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행정의 가장 무거운 책임"이라며 “성동에서 검증된 꼼꼼한 안전 행정을 서울의 흔들리지 않는 표준으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속도 내라” 말 대신 SNS…관가 흔드는 李 대통령 한 줄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각 부처 장관들의 정책 성과를 직접 부각시키는 '리포스트(repost)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성과를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정책 추진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부처에는 확실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22일 본지가 이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한달 간 총 9건의 부처 장관 등을 상대로 한 '리포스트'가 확인됐다. 날짜별로 보면 ▲지난달 24일 김민석 국무총리·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지난달 25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지난달 26일 구 부총리 ▲7일 하정우 수석 ▲9일 조현 외교부 장관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14일 이금융위원장 ▲19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등이다. 정책 분야별로 보면 경제·금융과 AI·산업 분야가 각각 4건, 2건으로 가장 많은 대통령 지원사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금융 분야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 강도가 가장 높았다. 이 대통령은 구 부총리에 대해 지난달 26일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되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손실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언급하며 물가 및 시장 관리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별도 코멘트 없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보완, 고배당기업 분리과세 도입, AI 데이터 비용 세액공제 확대 등 세제 개편 방향을 담은 내용을 올렸다. 이는 정책 방향에 대한 '무언의 승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도 금융위원회의 '주가조작 신고 포상제' 확대 방침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힘을 실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포상금을 상한 없이 부당이득의 최대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이 대통령은 해당 글을 리트윗하며 “이억원 위원장님 잘하셨습니다. 이제 주가조작 신고 시 수십억, 수백억 원을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직접 홍보에 힘입어 해당 게시물은 리트윗을 포함해 게시 7일 만에 조회수 170만 여건을 기록했으며,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역대 홍보 콘텐츠 중 가장 높은 반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교 분야의 경우, 재외국민 보호 성과에 대해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조현 외교부 장관의 SNS 글을 리트윗하며 “외교부 잘하고 있다. 누구보다 빠르게, 안전하게"라고 평가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출발한 전세기가 중동 체류 우리 국민 등 206명을 태우고 무사히 귀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이 대통령은 중동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 안전"이라며 “현지 체류 국민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 시 우방국과 공조해 신속하고 안전한 철수 계획을 마련·실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조 장관이 15일 군 수송기를 통해 추가로 204명을 귀국시켰다고 밝히자, 이 대통령은 SNS에 “기쁜 소식"이라고 재차 리트윗하며 대응 성과를 직접 강조했다. 민생 분야에서는 국민 체감도가 높은 물가 안정 성과에 대통령이 즉각 힘을 실었다. 19일에는 식용유와 라면에 이어 제과류·양산빵·빙과류 가격 인하 소식을 알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게시물을 리포스트하며 “이런 성과들이 쌓이면 악명 높은 대한민국 고물가도 많이 시정될 것"이라고 적었다. 송 장관은 해당 글에서 “4월 출고분부터 제과류는 2.9~5.6%, 양산빵은 5.4~6%, 빙과류는 8.2~13.4% 가격이 인하될 예정"이라며 기업들의 가격 인하 동참을 설명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열심히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아주 잘 하고 있다. 화이팅!"이라고 덧붙이며 유관 부처까지 함께 격려했다. AI와 산업 분야는 미래 전략 측면에서 집중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 7일 하정우 수석에 대해 “열정과 실력, 그리고 시대와 국민에 대한 충심을 믿는다"고 평가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관련 게시물 역시 코멘트 없이 리포스트됐지만, 산업 정책과 현장 소통 행보를 대통령이 직접 공유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SNS '지원사격'이 부처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부처나 인물에게 힘을 몰아주기보다는 경쟁 구도를 형성해 성과를 끌어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괜찮은 인물을 발탁해 기회를 주고, 그 성과를 국민 평가에 맡기는 것이 대통령 역할이라는 소신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 SNS에 이름이 오르면 성과를 입증해야 하고, 빠지면 뒤처졌다는 인식이 생긴다"며 “이런 분위기가 부처 간 경쟁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SNS에 한 번 올라가면 해당 부처 내부에서도 '속도 내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공식 지시보다 더 빠르게 전달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보내면 역풍, 늦추면 압박”…호르무즈 파병에 與·野 ‘전략적 침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전략적 침묵'에 들어갔다. 파병을 결정하면 민심 이탈이, 결정을 늦추면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의 공통된 기류는 '선(先)입장 표명 자제'에 가깝다. 외통위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내는 데는 신중한 분위기"라며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외통위 내부에서도 숙고론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사안은 성급하게 '파병을 한다, 안 한다'고 미리 결론 낼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미국과 협의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 단계에서 정치권이 앞서 방향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일단은 즉답을 피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요청과 관련해 한미 간 충분한 논의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지난 17일 한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압박과 관련해 “신중히 대응할 사안"이라며 “한미 관계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협의 과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와 국방부도 공식 요청 여부와 범위, 임무 성격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파병 그 자체에 대해 미국 측과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실제 여론은 정치권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7~18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요청에 따른 한국 해군 파병에 대해 반대는 60.9%, 찬성은 34.4%로 집계됐다. '매우 반대' 응답도 37.2%에 달해 국민적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병 반대 이유로는 '미국 주도 국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 경계'(45.1%)가 가장 많았고, '군 인명 피해 및 교전 발생 위험'(36.4%)이 뒤를 이었다. 반면 찬성 응답자들은 '한미동맹 강화 및 대미 신뢰 유지'(56.8%)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 같은 여론은 정치권이 선뜻 입장을 내지 못하는 배경과 맞닿아 있다. 여당이 파병 수용 쪽으로 기울 경우 '미국 눈치보기'라는 비판과 함께 반전·평화 정서를 중시하는 지지층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미국 요구를 장기간 외면할 경우에는 에너지·수출입로 확보 등 실익을 고려한 찬성 여론도 적지 않은 만큼, 동맹 관리 부담과 외교적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시간 벌기'를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정을 미룰수록 외교·통상 분야에서 추가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트럼프식 협상은 향후 방위비, 통상 현안, 품목 관세 문제로 압박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보복 가능성' 프레임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이어져 온 만큼 이번 사안도 같은 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성격 자체가 다르다"며 “여러 나라가 파병 요구를 거절하고 있고 미국 내부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문제를 관세나 통상 압박과 연결시킨다면 오히려 그때는 더 버텨내야 할 사안"이라며 “동맹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온 상황에서 갑자기 '동맹의 의리'를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건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한미동맹 관리도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동시에 파병이 전쟁 참여로 이어지는 상황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 우리가 적대 관계도 아닌 만큼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은 피해야 한다"며 “세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협의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동의 여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해외 파병 시 국회 동의를 요구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히면서 기존 파병 동의안의 작전 범위 확대 조항을 근거로 추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군 주도 연합 작전 참여 여부와 임무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더 우세하다. 김 의원 역시 “국회 동의 여부는 파병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별도의 부대를 파견하거나 연합 작전에 참여하는 경우라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떠올리는 또 하나의 기억은 2003년 이라크 파병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전 개시 직후 빠르게 파병안을 처리했지만, 추가 파병 문제를 둘러싸고는 정부·여당 내 이견과 정치적 부담이 겹치며 긴 시간이 소요됐다. 이번 사안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파병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여론과 국회 절차, 지방선거까지 고려하면 속전속결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절충안' 가능성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체에 정식 참여하는 대신 청해부대 작전 범위만 한시 확대하는 방식으로 미국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이란 반발을 최소화하려 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독자 파견, 비전투 지원, 상징적 기여 같은 중간 지대를 찾으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본지 여론조사에서도 선호하는 파병 형태로는 비전투 지원이 39.9%로 가장 높았고, 경제·인도 지원 25.3%, 적극 군사 지원 13.9%, 상징적 지원 13.5% 순이었다. 김준형 의원은 “파병이 전쟁 참여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인터뷰] ‘추경 7번 편성’ 안도걸 의원, “지금 안 쓰면 늦어…경제성장률 하락 방어”

두바이유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뚫은 지난 10일, 여의도에서 가장 바쁜 의원 중 한 명이 움직였다. 기재부 차관 출신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이다. 코로나 1기 때 예산실장·차관으로 7번의 추경을 직접 설계한 그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터지자마자 당내 중동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추경 예산 편성만 7번 해봤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추경을 많이 편성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대통령 발언과 법안 발의 사이, 그 간격이 유독 짧은 의원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1월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세외수입 징수율 문제를 “어느 세월에 될지 모른다"며 강하게 질책하자, 사흘 만인 30일 '국가채권 관리법 개정안'을 내놨다. 앞서 지난해 9월 대통령이 “배우자·일괄공제 금액은 올려야 한다"고 발언했을 때도, 46일 만에 동거주택 상속공제 확대와 공제 한도 상향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냈다. 퇴직연금 기금화 공약이 나오자마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으로 화답했다. 대통령이 SNS에서 자사주 소각 입법을 압박하기 전, 안 의원은 지난 1월 2일 '상법 개정안'을 선제 발의해뒀다. 이 법안은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반영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연이 아니다. 안 의원은 대통령 당선 직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분과 위원으로 향후 5년 국정과제 로드맵을 직접 설계했다. 123대 국정과제와 564개 실천과제를 도출했다. 대통령의 언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누구보다 먼저 아는 이유다. 본지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안 의원을 만나 유가 폭등으로 성장률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추경 설계와 자본시장 과제,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이재명 대통령이 조기 추경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현재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 극복과 고유가에 따른 물가 안정이 핵심이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가 둔화되면서 경제회복이 더뎌진다. 재정이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유류세 인하 확대, 에너지 바우처 확대를 통한 서민·소상공인 지원, 정책금융으로 중소기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 수입선 다변화 비용 증가분 지원도 포함해야 한다." - 이번 추경 편성,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재원 걱정은 크지 않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올해 15~20조원 초과세수가 예상된다.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이 가능해 인플레이션 압력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1기 때 차관으로 7번의 추경을 편성한 경험에서 말하는데, 지금이 딱 추경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 에너지 위기 여파로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크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의 소득 대비 에너지 지출 비중은 10%로 상위 20%의 3.4%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공공요금 인상 논의로 이어져 저소득층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석유화학업계는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수급 차질까지 겹쳐 여수 등 석유화학 주력 지역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 추경만으로 성장률 하방 압력을 막을 수 있나.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3~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유가가 리터당 150달러까지 가면 물가상승률도 2.9%포인트 더 뛰게 된다.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다. 추경으로 소비 여력을 보완하면 내수 침체를 완화하고 하방 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 분석으로는 15조원 편성 시 성장률을 0.11~0.2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됐다. 정유사가 국내 공급을 줄이고 수출에 나설 우려는. “그 부분을 연계 대책으로 막아뒀다. 수출 물량을 전년 동기 대비 100% 이내로 제한하고, 정유사 손실은 분기별로 산정해 재정으로 보전한다. UAE에서 600만 배럴 긴급 도입도 확정했고, 국가에너지기구(IEA) 결정에 따른 비축유 방출도 진행 중이다. 최고가격제와 수출 상한, 손실 보전을 세트로 운용하기 때문에 공급 축소 우려는 제한적이다." - 유류세 인하 카드는 병행할 수 있나. “최고가격제는 가격 상한을 설정해 급격한 인상을 막는 것이고, 유류세 인하는 원가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성격이 다른 정책이라 병행이 가능하다. 현재 휘발유는 7% 인하된 리터당 763원, 경유는 10% 인하된 523원이 적용 중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인하 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유가 급등이 코스피 상승 흐름에 발목 잡을 것으로 보나.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2.9%에 달하고, 원유의 69%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우리 경제 구조상 다른 나라보다 타격이 크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기업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하다. JP모건은 코스피 7500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조정 이후 중장기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 '코스피 5000 특위'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위'로 명칭이 바뀌었다.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 본래 목적인 제도 개선으로 명확히 가자는 뜻이다. 세 차례 상법 개정을 완수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아직 남아있다. 다음 과제는 의무공개매수제다. 지금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를 배제한 채 이중가격으로 거래한다. 의무공개매수제를 도입하면 경영자와 일반주주 사이 가격 차별이 해소된다. 합병 시 주가 인위 조작을 막기 위해 합병가액 산정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종합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제2의 삼성전자, 엔비디아가 나올 수 있도록 벤처 모험자본 공급 기반도 더 넓혀야 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단독] 文·尹·李 대통령은 바뀌는데…‘불사조 기관장’ 11명·공석 40곳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 11명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이 아예 공석인 곳도 40곳에 달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핵심 공기업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18일 기준 본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총 344개 공공기관장의 임기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후 여전히 재직 중인 이른바 '불사조 기관장'은 최소 11명으로 집계됐다. 임기가 끝났음에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직을 유지 중인 기관장이 9명, 연임 중인 기관장이 2명 등이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기술보증기금은 2021년 11월 김 이사장 취임 이후 4년 4개월째 기관장이 교체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감사원 사무총장 등 핵심 요직을 거친 김 이사장은 2024년 11월 3년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고, 이후 대통령 선거 등이 잇따르면서 임원 추천 절차가 지연됐다. 연봉이 2억9000만원에 달하는 이사장 자리를 1년 4개월간 더 유지한 셈이다. 후임 이사장 공모는 지난 1월 2일에야 마감됐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복수 후보자를 추천한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한 인선 절차는 기관 내부에도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완료 시점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병국 국제식물검역인증원장은 2022년 2월 취임 이후 4년 1개월째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임기가 만료됐지만, '문·윤·이' 세 정부에 걸쳐 원장직을 수행 중이다. 후임 원장 선임을 위한 1차 서면 심사는 완료된 상태다. 면접을 거쳐 후보자 2명을 이사회 심의에 올린 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추천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김홍연 한전KPS 사장과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각각 2021년 6월, 2021년 4월 취임 이후 각각 4년 9개월, 4년 11개월 기관장을 맡고 있다.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2022년 1월 취임 이후 4년 2개월),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2022년 2월 취임 이후 4년 1개월),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2022년 3월 취임 이후 4년), 노수현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2022년 3월 취임 이후 4년) 등이 기관장을 유지하고 있다. 황철주 한국발명진흥회장은 2022년 12월 취임해 3년 3개월 재직 중이며, 오는 12월 임기 만료된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후, 연임으로 장기 재직 중인 사례도 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2021년 2월 취임 이후 5년째 재임 중이다. 지난달 선출로 인해 2028년 2월 24일까지 임기 4년 연임이 확정됐다. 권대근 경북대학교치과병원장도 2022년 1월 취임 이후 4년 2개월째 업무를 보고 있다. 그는 최초 취임 기준으로 총 6년 4개월간 병원장을 맡게 됐다. 병원 관계자는 “특별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며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해 정부 교체 시기와 우연히 맞물려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사조 기관장'들의 연명 현상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후임 인선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대부분 공공기관장은 관련 법률과 정관에 따라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을 유지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도뿐 아니라, 정치적 관행과 인적 특성까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공희준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법적 임기가 보장된 이상 강제로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현재 자리를 유지하는 기관장들은 제도와 개인적 '맷집'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불사조 기관장'들이 자리를 지키는 사이 주요 기관장 자리도 계속 비어 있는 상태다.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은 총 40곳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한국공항공사, 강원랜드, 한국남동발전,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연간 수조 원대 예산을 집행하거나 국가 기간시설을 운영하는 핵심 기관들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과거에는 다소 논란이 있는 인사라도 일괄적으로 내려보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 정부는 전문성과 실용성을 더 따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른바 '낙하산' 인사조차 검증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인선이 더 늦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LH의 경우 국민 주거 정책의 핵심"이라며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면 국정 방향이 정리되는 만큼 공공기관도 이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인선을 서두를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