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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찬우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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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혁신이 경쟁력”…韓 배터리소재, 인니서 “캐즘 극복·탈중국”

국내 배터리 소재기업들이 인도네시아로 향하고 있다. 저렴한 인도네시아 니켈을 직접 제련해 원가절감을 실현하고 배터리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핵심 원자재의 가공·생산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국내 배터리 소재사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소재기업 에코프로는 중국 전고체 제조사 GEM과 협력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모로왈리 지역에 국제 녹색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이 단지를 통해 니켈 광석 채굴부터 리튬 배터리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게다가 글로벌 평균 니켈값 대비 20% 저렴하다. 최근엔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70%는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사용되고 있었는데, 향후엔 배터리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소재업계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캐즘 극복과 중국 의존도 축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원가 절감을 통해 전기차 캐즘의 가장 큰 원흉인 가격 문제를 해소하고, 중국에 치우쳐 있던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우리쪽에 유리하게 가져오면서 무역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에코프로다. 에코프로는 중국 GEM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모로왈리 지역에 국제 녹색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간 인도네시아 니켈 시장은 중국 기업이 점령한 탓에 진입장벽이 높았는데 GEM을 통해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GEM은 니켈 제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에코프로와 10년 넘게 협력해온 기업이다. 해당 사업은 제련-전구체-양극재 등 양극 소재 생태계 전반을 포괄할 것으로 예상돼 획기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양극소재 시장 가격 파괴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에 따르면 이 공장은 2026년 말 가동 예정으로 생산규모는 연간 5만톤에서 20만톤 규모로 차츰 확대할 예정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공장이 준공되면 니켈의 중간마진을 최소화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네시아의 니켈 값은 시중가 대비 20%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홀딩스는 중국 리젠드 리소스 앤 테크놀로지와 협력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지역에 혼합수산화침전물(MHP)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MHP는 니켈과 코발트를 포함한 중간 소재로, 배터리용 니켈 황산염 생산에 사용된다. 초기 연간 6만톤의 니켈을 생산할 계획으로, 이는 약 120만대의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 가능한 규모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현대차그룹, 워싱턴사무소장에 드류 퍼거슨 前 하원의원 선임

현대자동차그룹은 드류 퍼거슨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5월 1일 자로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에 선임한다고 15일 밝혔다. 드류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앞으로 미국 정부 및 의회와 현대차그룹 사이의 소통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공화당 소속의 미국 조지아주 4선 연방하원의원 출신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세제 개혁 등 핵심 정책들을 적극 지지하고 추진했다. 특히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입법 활동에 참여하며 공화당 내 정책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현대차그룹의 미국 주요 생산거점이 위치한 조지아주에서 오랜 기간 의정활동을 펼쳐 현대차그룹에 대해서 익숙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미국 입법 절차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양한 정책을 조율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정부 및 정책 결정자들과 자동차 산업은 물론 로보틱스, UAM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향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 영입으로 미 정부와 보다 원활히 소통하고 미국 내 정책 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24년 말까지 8년간 조지아주 제3지역구 하원의원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는 공화당 하원 수석부총무(House Republican Chief Deputy Whip)로 활동하며 공화당의 입법 전략을 조율했다. 이 외에도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에서 사회보장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예산위원회(Committee on the Budget)와 공동경제위원회(Joint Economic Committee)에서도 활동했다. 이에 앞서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West Point)시의 시장직을 맡으며 지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현대차그룹, 러시아 복귀 시동…‘고품질’로 중국차와 승부

현대자동차그룹이 러시아 복귀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로 수출길이 좁아지자 예전 잘나가던 러시아 시장 카드를 다시 꺼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2년 만에 돌아가는 러시아 시장은 많이 달라졌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집중한 사이 중국 브랜드들이 시장을 점령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중국 기업들과 차별화된 품질의 차량과 서비스를 통해 시장의 원래 주인이 누군지 알려줄 방침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9일 개최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2030년 판매 목표대수에 '러시아 시장 판매량' 5만대를 포함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중장기 목표서 빠진 러시아 대수가 다시 명시된 것이다. 러시아는 현대차그룹의 주요수출 시장이자 생산거점이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 합산 27.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특히 연간 20만대 생산이 가능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그룹의 핵심 생산 거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철수가 불가피해지면서 현대차그룹은 202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2년 내 재매입이 가능한 '바이백 옵션'을 설정해놨는데, 올해 이 조건을 실행시킬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종전 분위기가 형성된데다 올해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바이백 조건 발동의 마지막 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복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내 중국차 판매는 2021년 12만대에서 2023년 117만대로 폭증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8.1%에서 60.4%로 급상승했다. 하발, 체리, 지리 등 중국 기업들은 특유의 가격 경쟁력과 현지 생산력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특히 일부 브랜드들은 현지조립(CKD), 공장 인수를 통해 러시아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공격적인 전략을 실행해왔다. 다행히 빈틈은 있다. 러시아 현지서 중국 차량의 품질과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다. 알렉세이 포드셰콜딘 러시아 자동차 딜러 협회장은 “브랜드가 수리와 지원을 보장하지 못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2025년에는 러시아에서 중국 브랜드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예비 부품을 신속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고객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지며 기업들은 러시아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에 갖고 있는 이 불만들을 해소해준다면 충분히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복귀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재가동과 CKD 방식의 재진입을 동시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과거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현지 특화 모델의 부활과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신차종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 철수 이후에도 유지된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러시아에서 기술 컨설턴트와 딜러 마케팅 인력을 채용하는 등 인프라 재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복귀를 대비한 사전 준비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성공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복귀한다면, 글로벌 판매량 확대뿐만 아니라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판도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현대차·기아, 印서 23만대 팔았다…분기 기준 역대 최대

현대차·기아가 세계 3위 규모의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올해 1분기 기준 역다 최대 판매 실적을 새로 썼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호조에 힘입은 덕분이다. 13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의 월간 판매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 1분기 인도에서 총 22만9126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15만3550대, 기아는 7만5576대를 각각 판매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으로,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전년 동기(합산 22만5686대)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기아는 지난 2019년 8월 현지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이후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현지 점유율을 살펴보면 현대차 13.0%, 기아 6.4% 등 합산 19.4%로 집계됐다. 브랜드별 판매 순위는 현대차가 2위, 기아가 6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판매 증가는 현지형 모델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회사의 SUV 판매량은 전체의 80%인 18만1758대를 기록했고, 이 중 크레타·베뉴·쏘넷·셀토스가 총 12만1582대 판매돼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각사의 차종별 판매량은 현대차가 △크레타 4만8449대 △베뉴 3만1195대 △엑스터 1만7330대 순으로, 기아는 △쏘넷 2만2497대 △셀토스 1만9441대 △카렌스 1만6352대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아가 지난 2월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한 전략 모델 '콤팩트 SUV 시로스'가 1만5986대 팔려 흥행을 이끌었다. 현대차·기아는 1996년 처음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입지를 다져 왔으며, 현지 특화 중장기 전략을 통해 기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23년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공장을 인수했고, 연산 20만대를 목표로 올 하반기 가동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인도법인(HMIL)이 증권시장에 상장했으며, 현지에 15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인도 공과대학교와 '현대 혁신센터' 공동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인도에 특화된 마이크로모빌리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시승기] KGM 무쏘 EV, 저렴한 유지비로 여가 즐길 수 있는 ‘도심형’ 전기 픽업

KG모빌리티(KGM)의 무쏘 EV는 일상과 캠핑 두가지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있는 전기 픽업트럭이었다. 터프한 오프로드 성능은 없지만 낮은 차고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주행감, 편안한 승차감이 돋보였고 기대 이상의 인테리어와 편리한 인포테인먼트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10일 KG모빌리티는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 강남점에서 자사 첫 전기 픽업트럭 '무쏘EV'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했다. 행사는 센터부터 경기 양평 서종면의 한식당까지 왕복 약 80km의 코스로 진행됐다. 대부분의 길은 자동차 전용도로로 구성됐으며 약간의 정체구간도 있어 차량의 실제 성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차량 외관은 KGM의 대표 SUV 토레스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전면부는 토레스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워낙 호평 받았던 디자인이기에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지만, 무쏘라는 이름에 토레스의 얼굴을 한 점에 대해 의문이 달리기도 했다. 측면부는 일반 SUV와 픽업의 매력이 조화를 이뤘다. 전체적 디자인 자체는 영락없는 픽업트럭이었지만 전고가 낮은 덕에 보다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후면부는 트렌디한 픽업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최근 출시된 기아 타스만과 유사하게 대형 엠블럼이 새겨져있었고, 양옆에 대담한 리어 램프가 달려있었다. 실내는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럽고 편안했다. 내장재가 엄청 좋은 품질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우선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KGM 링크 내비게이션을 하나의 화면으로 연결한 파노라마 와이드 스크린이 가장 돋보였다. 현대차나 고급 SUV에서나 볼 수 있던 인테리어를 KGM 모델에서 보게 되니 더욱 반가웠다. 터치 반응성 등 성능도 준수했다. 이전에 토레스 EVX를 탔을 때 디스플레이 터치가 잘 안눌리고 반응이 느려서 불편했는데, 무쏘 EV는 크게 체감되는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날이 뜨거워서인지 시동을 너무 오래 걸어서인지 화면을 비롯한 디스플레이 기계 자체가 상당히 뜨거웠다. 주행에 지장은 전혀 없지만 혹시나 고장이라도 날까 불안한 부분이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공조장치 버튼이 디스플레이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최근 트렌드긴 하지만 조작이 빈번한 공조장치의 경우 물리버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외에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 암레스트 등 운전할 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다른 부품들은 모두 품질이 준수했다. 특히 더블 D컷 스티어링 휠은 뛰어난 그립감에 운전의 재미까지 더해줬다. 2열도 기대 이상이었다. 일반 SUV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고 시트도 약간의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어서 충분히 편안했다. 픽업의 매력인 데크는 활용성이 뛰어났다. 실제로 물건을 싣진 못했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넓고 튼튼해보였다. 무쏘 EV의 데크는 최대 500kg까지 적재할 수 있다. 테일게이트는 최대 2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 성인 2명이 앉아 자연을 감상하거나 간단한 취식을 즐길 수 있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승차감이었다. 투박한 외관과 달리 부드럽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했다. 현대차-기아의 웬만한 SUV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방지턱, 요철 등을 넘을 때도 푹신하게 지나갈 수 있는 성능이었다. 출력은 다소 아쉬웠다. 에너지밀도가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된데다 차체도 무겁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약 3초 있다가 앞으로 나아갔다. 차량은 80.6kW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주행거리 400km 및 복합 전비 4.2km/kWh를 달성했다. 무쏘EV는 지프, 콜로라도처럼 산악길을 달리는 차량은 아니다. 특화된 기능도 탑재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이 강점이란 생각이 든다. 넓은 적재공간으로 서핑, 캠핑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실을 수 있는데, 승차감은 오프로더들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무쏘 EV는 저렴한 유지비로 풍부한 여가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차량일 것으로 보인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주간 신차] 전기차부터 픽업까지…KGM·BMW·푸조·지프 총출동

4월 둘째 주 국내 신차 시장에 다양한 친환경차 모델들이 출시됐다. KG모빌리티(KGM)는 실용적인 전기 SUV를, BMW는 프리미엄 전기 쿠페 세단 두 종을 선보였고, 푸조는 고효율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준중형 해치백을 출시했다. 여기에 지프는 정통 픽업트럭을 더해 개성 넘치는 선택지를 제안했다. KGM이 새롭게 출시한 '토레스 EVX 알파'는 기존 EVX 라인업의 합리적 진입 트림이다. 전동화 핵심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일부 고급 사양을 제외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207마력(152kW)의 전기모터와 73.4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최대 417km(복합 기준) 주행이 가능하며, 400V 급속 충전을 통해 10~80% 충전까지 약 33분이 소요된다. 안전사양으로는 전방 추돌 방지 보조, 차선 유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기본 제공하며, 가격은 4,398만 원(개소세 인하 기준)으로 책정돼 실용성과 경제성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BMW는 프리미엄 전기 쿠페 세단 i4의 부분변경 모델을 이달 국내 출시했다. 먼저 뉴 i4 eDrive40은 후륜구동 기반으로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3.8kg·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6초 만에 도달한다. 84kWh 배터리로 최대 420km 주행이 가능하며, 205kW급 급속 충전도 지원한다. 함께 출시된 뉴 i4 M50 xDrive는 고성능 전동화 모델로, BMW M의 모터스포츠 기술이 반영됐다. 전·후륜에 각각 모터를 탑재해 합산 544마력, 81.1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은 단 3.9초. 어댑티브 M 서스펜션과 고급 내장 사양이 더해져 주행 감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두 모델 모두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8.5를 통해 향상된 UX를 제공하며, 최신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및 파킹 어시스트 기능도 기본 적용된다. 가격은 eDrive40이 7830만~8450만원, M50 xDrive는 8490만~9160만원이다. 푸조는 준중형 해치백 308의 새로운 전동화 트림인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국내 출시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1.2L 퓨어텍 가솔린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e-DCS6)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136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2초에 주파한다. 복합연비는 17.1km/L로 높은 연료 효율을 자랑하고, EV모드 주행도 일부 상황에서 가능해 도심 주행에 특히 유리하다. 실내는 10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인치 터치스크린, 푸조 특유의 컴팩트 스티어링 휠이 특징이며, 판매가는 4399만원이다. 지프는 11일, 정통 오프로드 감성을 앞세운 픽업트럭 뉴 글래디에이터를 국내 출시했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에 Dana M210/220 와이드 액슬,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 장치를 갖춘 이 모델은 강력한 지형 적응 능력을 자랑한다. 3.6L V6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kg·m를 발휘하며, 최대 2,721kg의 견인 능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탈부착 도어, 접이식 윈드실드, 프리덤 하드탑이 적용돼 오픈 에어링의 묘미도 살렸다. 12.3인치 터치스크린과 무선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TMAP 내비, 알파인 오디오 등 첨단 편의사양이 기본 탑재되며, 루비콘 단일 트림 기준 8510만원. 한정판 '뉴 글래디에이터 41 에디션'도 9대 한정 출시돼 미군 군용차 '윌리스 MB'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과 굿즈가 포함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수출 흔들리는 국내 車 산업, 고물가·환율에 내수도 ‘위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수출과 내수 모두 위태한 상황에 처했다.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로 수출에 차질이 생긴데다 달러 강세로 물가도 오름세를 보이며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힐 전망이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9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46원으로 출발했다. 전날보다 38.1원 떨어지며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날(1364.1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고환율 흐름은 글로벌 금융 불안과 미중 무역전쟁 등 리스크로 인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환율 기조는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원화가치가 낮아질수록 해외 수출시 얻는 환차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그렇지 않다. 미국이 최근 한국을 포함한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면서 환율효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사실상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에 연간 약 160만대의 차량을 판매한다. 그 중 100만대분은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와 환율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지만, 제네시스 등 일부 차종은 한국 생산 비중이 높아 관세에 타격을 받는다. 한국지엠은 전체 판매량의 약 90%가 미국으로 향한다. 트럼프 관세 타격에 완전히 노출된 것이다. 이에 한국지엠은 철수설이 돌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두 브랜드는 관세가 없었다면 고환율 기조에 웃었겠지만 지금은 환율보단 관세의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또 현대차그룹의 경우 당장은 가격동결을 발표했지만 가격 인상 요인은 항상 존재한다. 만약 현대차그룹의 현지 차량 가격이 올라간다면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올해 현대차의 수출 전망은 어두운 것으로 평가된다. 환율은 내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1400원대를 훌쩍 넘은 환율은 차량에 들어가는 수입 부품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이는 완성차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제조단가 상승, 가격 경쟁력 약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 가격이 오르고 금융비용까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고환율은 국내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들의 내수심리도 약화시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9로, 전년 동기 대비 2.1% 올랐다. 1월(2.2%)과 2월(2.0%)에 이어 세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고물가 압박은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소비 심리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가 동시에 작용하면 완성차 기업 입장에선 차량 가격 인상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이 경우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고 차량 판매는 더 감소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고환율 장기화 시 오히려 부품수입가·에너지 비용·해상운임비 상승 등 원가 상승 압박으로 환율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반감되는 한편 부품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고환율로 인한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로 인한 자동차 내수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관세와 고환율 이전에도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글로벌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KG모빌리티)는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한 70만2853대를 판매했다. 특히 해외판매는 2.6% 감소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휘청이는 테슬라에, 배터리 업계 中 웃고 韓 긴장

글로벌 전기차 대표주자 테슬라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CEO의 정치 참여로 인한 불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매월 감소하는 판매량까지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이 여파는 글로벌 배터리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테슬라의 빈자리를 채우며 반사이익이 전망되는 반면,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은 '테슬라 리스크'라는 또 하나의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9일 SNE리서치 1~2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년 대비 14.1% 감소한 19만대를 판매하며 2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주력 모델인 모델3, 모델Y의 판매 부진이 두드러졌으며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38%, 북미 시장에서는 2% 감소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이미지 악화까지 겹쳤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활동에 반발한 일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엔 미국 전역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경영 방식과 회사의 윤리 문제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발생했다. 테슬라는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다. 중국에서 차를 생산해 현지를 비롯해 한국 등 여러나라로 수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이 서로에게 관세를 매기면 테슬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중국 소비자들의 미국 브랜드 불매 분위기가 심화되면서 판매량에 타격을 받을 것이고, 미국에서 중국으로 공급하는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겹악재는 테슬라의 주가 하락폭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초 이후로 40% 이상 하락했다. 월가의 최대 테슬라팬으로 불려온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마저 목표주가를 43% 낮출 정도다. 테슬라의 하락세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웃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판매가 없어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데, 테슬라의 중국 및 글로벌 판매량이 휘청이니 더욱 날개를 달 수 있는 상황이다. BYD 등 중국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수록 중국 기업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상승하기 때문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BYD는 81.0%(21.9GWh) 성장률과 함께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2위를 기록했다.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9.7%(49.6GWh)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직격탄을 맞는 분위기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1~2월 테슬라에 탑재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했다. 그나마 폭스바겐 ID 시리즈, 기아 EV3, GM의 얼티엄 기반 모델들의 판매 호조로 전체 납품량은 8.5% 증가했지만 테슬라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실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1분기 LG엔솔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추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테슬라의 빈자리를 현대차나 GM, 포드 같은 기존 고객사가 메울 수도 있지만, 최근 BYD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이 수요가 중국쪽으로 넘어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BYD는 지난 1월 한국 시장에 이어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스위스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이 경우 배터리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중국 내 CATL, BYD 같은 현지 기업에 쏠리게 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흔들림은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산업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글로벌 수요처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기술은 빠른데 정부는 느릿…전고체 배터리 양산 걸림돌

꿈의 배터리로 불려온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이 점점 다가오는데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뛰어난 성능만큼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과 경쟁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8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메탈 음극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SLMB)의 시장규모는 2024년 2억달러에서 2035년 320억~470억 달러로 10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를 사용한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시간이 빠르며 안전성도 높아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고 있는 기술이다. 한국에선 삼성SDI가 2027년 양산할 계획으로 타 기업 대비 다소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완전 상용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여전이 많다. 높은 제조비용, 낮은 수율, 짧은 수명, 리튬 덴드라이트(금속 결정체) 형성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SDI, 퀀텀스케이프, 토요타 등 기업들도 황화물계·산화물계 등 다양한 고체전해질 기반 기술을 통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대량 생산에 적합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높은 배터리 단가도 발목을 잡는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팩 생산비용은 2023년 기준 평균 $139/kWh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 비용은 $400에서 $800/kWh 사이로 평가된다. 이 또한 추정치로 업계에선 최대 10배까지 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최소 5배 이상 비쌀 것"이라며 “5000만원짜리 전기차에 들어가는 NCM 배터리의 단가를 200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전고체 배터리는 순식간에 차 값을 수억원으로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시장이 커질수록 단가는 낮아질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2035년엔 배터리 단가가 120달러/kWh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비층을 잡지 못하면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한순간이 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선 시장 선점을 위해 민간 기술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 정책과 생태계적 협력 구조가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정부 주도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산업기술종합연구소(NEDO)를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 R&D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DoE) 차원에서 장기 기술 로드맵을 마련했고 GM·포드 등이 전고체 스타트업과 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CATL이 정부 지원 아래 초고에너지밀도 '응축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eVTOL 기업 오토플라이트와도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업들의 주도로 전고체 배터리 전략이 주도되고 있다. 삼성SDI는 2023년 말부터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상용화 목표하면서 최근 고체 배터리 조립 장비 파일럿 라인도 수주했다. 이어 SK온은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와의 협력을 강화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반면, 정부 차원의 유기적 전략은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소재부터 공정, 양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의 전략 설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기술적 도전과 상업적 기회가 공존하는 전략적 전환점"이라며 “규제 완화, 공동 테스트베드 구축, 원천 소재의 국산화 등 민·관 협력을 통한 생태계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美 관세 맞이한 K-배터리 ‘한국판 IRA’ 기대

미국의 25% 관세 조치로 한국 배터리 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전기차 캐즘의 대안으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원가가 올라 부담은 늘었지만 34%의 관세를 맞은 중국과 비교했을 땐 오히려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선 '한국판 IRA((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배터리 시장에서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을 선언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관세 인상에 해당하는 품목이 양극재, 음극재 및 기타 원부재료 등이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경우 모두 미국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타격이 엄청나진 않지만 배터리 셀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관세 사정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한국판 IRA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의 대체 먹거리로 ESS에 집중하고 있다. ESS는 원료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관세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제도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판 IRA'로 불리는 개정안은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시 기존의 법인세 공제 방식 외에도 직접 현금 환급, 제3자 양도 방식 등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지정 이후 투자된 자금에 대해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던 기존 투자에 대해서도 수천억원 수준의 환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배터리업계는 투자 15%, 연구개발 30% 안팎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흑자 기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지난해 시장 부진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국내 3사는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간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배터리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미국은 배터리팩을 생산할 경우 킬로와트시(㎾h)당 최대 45달러를 현금으로 주고 있고 배터리 공장 투자액의 30%를 보조금으로 돌려준다. 이에 국내 업계도 세액공제가 아닌 '직접 보조금 지급'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는 국가에서 지정한 첨단전략산업 중 하나로, 향후 UAM, 드론, 로봇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필요한 핵심 산업"이라며 “소재 및 장비까지 국내 업체들의 밸류체인이 잘 형성돼 있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이와 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의 이차전지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파격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실효성 있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개정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현지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북미 ESS 시장에서 K-배터리의 대응력을 끌어올릴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돼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은 전력망 수요를 중심으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ESS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2023년 미국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한화큐셀과 4.8GWh,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GWh에 이르는 수주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증설 라인을 ESS 생산에 활용해 기존 계획이던 애리조나 공장보다 1년 빠른 북미 현지 생산 전환이 가능해졌다. 삼성SDI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ESS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차세대 ESS 전용 배터리 'SBB1.5'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37% 높여 5.26MWh 용량을 구현하며, 대형 ESS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삼성SDI는 2026년부터 ESS 라인업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추가해 고밀도 NCA 배터리와 함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다양한 수요와 가격대를 커버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SK온도 올해 말까지 북미 ESS 시장 진출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ESS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재편하며 조직 역량을 강화했고 미국 IHI테라선솔루션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북미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 SK온 관계자는 “ESS 시장 진출 준비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어느정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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