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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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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스스로 실내공기 CO₂ 흡수·저장하는 기술 나왔다

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길이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와 듀크대, 아르곤국립연구소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건물 그 자체가 탄소를 흡수하는 구조물로 바뀔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미국 시카고대학과 듀크대학, 아르곤국립연구소, 중국 난양공대 등의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탄소 나노섬유 공기 필터를 이용한 분산형 직접 공기 포집'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탄소 나노섬유(Carbon Nanofiber, CNF) 위에 폴리에틸렌이민(PEI)을 코팅한 새로운 공기 필터를 개발, 건물 환기 시스템에 장착함으로써 실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직접 포집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이 바로 탄소 싱크로 변신" 연구를 이끈 포춘 슈 시카고대 교수는 “모든 건물의 환기 시스템이 바로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 DAC) 장치가 될 수 있다"면서 “이는 탄소중립을 향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앙집중식 대형 발전소가 태양광 덕분에 옥상 패널로 분산된 것처럼, 탄소 포집도 이제는 분산형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필터는 표면적이 넓고 다공성인 CNF 구조 위에 PEI를 입혀 만든 일종의 '탄소 스펀지'다. 대기 중 농도(약 400ppm)에서도 CO₂를 빠르게 흡수하며, 습한 조건에서는 더 잘 흡착이 되는 구조다. 연구팀은 전 세계 건물 환기 시스템에 이 기술이 적용될 경우 연간 5억9600만톤의 CO₂를 제거, 즉 2020년 기준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약 1.8%를 상쇄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2024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6억9158만톤과 맞먹는 양이기도 하다. ◇태양열과 전기열로 '스스로 정화' 기존 DAC 시스템은 CO₂ 흡착제의 재생에 막대한 열 에너지가 필요했으나, 이번 CNF 기반 필터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재생이 가능한 '저탄소' 기술이기도 하다. CNF는 태양에너지 흡수율이 94.4%에 달해, 단순히 햇빛만으로도 재생 온도인 약 80℃에 도달할 수 있다. CNF는 열 전도성이 높아 열 손실 없이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빠르게 가열할 수 있다. 덕분에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에서도 순 탄소 제거 효율이 92.1%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태양열 재생 방식은 CO₂ 1kg 제거당 0.073kg의 탄소만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성까지 확보 - “CO₂ 톤당 209달러면 가능" 기술경제성 분석(Techno-Economic Analysis, TEA) 결과를 보면, 이 필터로 공기 중 CO₂ 1톤을 포집·저장하는 데 드는 총비용은 209~668달러 수준이다. 이는 현재의 대형 DAC 설비(톤당 100~1000달러)에 비해 경쟁력이 있으며, 특히 태양열 재생 방식만 고려할 경우 포집 비용은 톤당 약 362달러로 낮아진다. 연구진은 “필터 생산 비용이 총비용의 64%를 차지하는데, 필터의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 포집 비용의 추가 하락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절약과 건강까지 이 시스템은 단순한 탄소 포집을 넘어 건물 에너지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기존 환기 시스템은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공기를 지속적으로 들여와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냉난방 에너지가 낭비된다. DAC 필터가 실내 CO₂를 실시간으로 제거하면 외기 유입량을 줄일 수 있어 난방·환기·공조(HVAC) 에너지 소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HVAC 부문은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30%, 온실가스 배출의 10%를 차지한다 또한 실내 CO₂ 농도가 1000ppm을 넘으면 인지 능력 저하, 두통, 피로 등의 문제가 보고된 바 있다. 이 필터는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함으로써 건강과 생산성을 함께 높이는 효과도 가져온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은 중앙집중식 DAC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건물 인프라를 활용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형 기후대응 기술의 전환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더 이상 거대한 플랜트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건물·학교·사무실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포춘 슈 교수는 “도시의 모든 환기구가 작은 DAC 장치가 된다면, 인류는 '건물이 숨 쉬는 도시'라는 새로운 형태의 탄소중립 사회에 한 발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Wu, R. et al. Science Advances, 11(42), eadv6846 (2025). DOI: 10.1126/sciadv.adv6846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리포트] 파리협정 10년…경제성장 탓에 탄소배출량은 더 늘었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 채택 이후 10년이 됐다. 전 세계는 탄소 배출의 효율 측면에서는 분명한 진전을 이뤘지만, 그 성과는 급격한 경제 성장에 의해 거의 상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애드리언 래프터리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최근 네이처 자매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의 핵심 내용이다. 연구팀은 전 세계 157개 국가를 대상으로 2015~2024년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탄소집약도는 연평균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집약도는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말한다. 연평균 3.1% 감소는 파리 기후협정 이전(1960~2015년)보다 세 배 가까운 속도다. 하지만 2015~2024년 세계 GDP가 41% 급증하면서 총 CO₂ 배출량은 오히려 5.6% 증가했다. ◇탄소 효율은 높아졌지만, '성장의 역설'에 막혀 이번 연구는 탄소 배출량을 '인구 × 1인당 GDP × 탄소집약도'의 곱으로 분석한 확률통계모델(IPAT 방정식 기반 베이지안 접근법)을 활용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각국이 기술혁신과 정책으로 탄소 효율을 개선했음에도, 전 세계 경제 성장 속도가 이를 압도했다. 연구를 이끈 래프터리 교수는 “파리협정 이후 탄소 효율이 빠르게 개선된 것은 분명한 성과지만, 세계 경제의 고속 성장으로 그 효과가 완전히 상쇄됐다"며 “이는 기후변화가 왜 '초복합 난제(super wicked problem)'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초복합난제라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시급하며 이해관계가 얽혀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다. 탄소집약도 개선 덕분에 3°C 이상 온난화가 일어날 확률은 2015년 26%에서 2024년 9%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C 이하로 억제할 확률은 17%로, 10년 전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2100년 예상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은 2.6°C에서 2.4°C로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온난화의 최악의 가능성은 줄었지만, 목표 달성에는 여전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면서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가 누적되고 있는 탓에 현재의 개선 속도는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C 목표' 달성 위해 국가감축목표 상향 필요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5년마다 국가별 기여방안(NDC)을 갱신해야 한다. 논문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2015년에 제출한 첫 번째 NDC(NDC-1)를 달성하더라도 2°C 이하로 유지될 확률은 34%, 두 번째 NDC(NDC-2, 2021년에 제출한 상향 목표)를 모두 달성하면 53%로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기후안정을 '매우 가능성 있게(80%)' 달성하려면 2100년까지 누적 배출량을 845Gt CO₂(8450억톤)로 제한해야 하고, 매년 4.2%씩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지금보다 두 배 빠른 감축 속도 없이는 2°C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5~2024년 사이 중국은 탄소집약도를 37% 줄여 목표(36%)를 초과 달성했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총 배출량이 오히려 18% 증가했다. 미국은 탄소집약도 32% 개선, 총 배출량 10% 감소로 협정 효과를 일부 입증했으나, 여전히 독일보다 탄소 효율이 50% 낮다. 독일은 배출량 28% 감소, 탄소집약도 37% 감소로 NDC-1을 초과 달성하며 가장 낮은 탄소집약도를 유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 직후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는데, 실제 탈퇴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2100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은 2.1°C에서 2.2°C로, 2°C 이하로 억제할 확률은 34%에서 27%로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의 감축 중단이 글로벌 기후 안정 목표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임을 보여준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NDC-1 달성 확률은 약 40~50%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선진국 중 중간권에 해당하며,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절반 정도지만 추가 정책 강화 없이는 진전이 어렵다고 분석됐다. 한국의 탄소집약도는 2015년 대비 2024년 약 2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점인 2018년에 비해서는 11.4% 감소했고, 2015년보다는 4.8% 줄이는 데 그친 것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집계했다. ◇10년의 교훈 — '성장의 방식'을 바꿔야 이번 '파리협정 10년 성적표'는 “기술의 진전이 반드시 배출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운다. GDP 중심의 성장 모델이 유지되는 한, 탄소 효율 개선은 배출 총량 증가를 막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래프터리 교수는 “탄소 효율이 아무리 개선돼도 무한한 경제 성장은 결국 그 효과를 삼켜버린다"며 “이제는 감축 목표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성장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을 기후정책과 조화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 없이는, 2°C의 문턱은 여전히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곧 전 세계는 파리협정의 '두 번째 10년'을 맞이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노력으로 기후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위험은 줄었지만, 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한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다.열심히 노력한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감소 성과를 거둬야 할 때라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력망 확충 독일에선…“소통·설득으로 주민 신뢰·공감부터 얻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위해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전력망이 통과하는 지역의 주민과 자치단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월 제정되고, 지난달 26일 시행된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이하 전력망법)'에서 주민의견수렴 절차 등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서왕진(조국혁신당)·박지혜(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환경연구원, 프리드리히애버트재단, 기후시민프로젝트 등이 주최하고 주한 독일대사관이 후원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독일 전력망 정책의 시사점과 한국의 전력망 갈등 해법'이 심포지엄 주제였다. 이날 발제는 독일 연방네트워크청(FNA) 소속으로 연방부문 계획 승인 및 전력망 확장 부서장인 보도 헤르만 박사가 맡았고, 그는 FNA의 전력망 확충 사업을 소개했다. FNA는 전기(전력망)뿐만 아니라 가스·통신·우편·철도까지 담당하는 독립된 연방기관이다. 독일에서는 '연방요구사항계획법(BBPlG)'에 따라 전력망 확충과 관련한 9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 가운데 주 경계를 넘는 36개 프로젝트를 FNA이 관할하고 있다. ◇독일, 원전 폐쇄한 남쪽으로 전력공급 헤르만 박사는 “독일에서는 에너지 전환이 2010년 시작됐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속화됐다"면서 “원자력 발전소 폐쇄로 전력이 부족해진 남쪽으로 북쪽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 보강과 확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37년까지 3000억유로(약 500조원), 2045년까지 모두 6000억유로에 이르는 투자가 필요하다. 헤르만 박사는 “독일에서는 전력망(주로 고압 송전망) 확충 과정에서 시민·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네트워크 확장의 5단계'라는 체계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5단계는 ▶장기적 전망을 통해 수요를 예측하는 시나리오 프레임 단계 ▶전력망 개발계획 및 환경보고서 작성 단계 ▶BBPlG법에 프로젝트를 반영하는 단계 ▶노선에 대한 공간적·환경적 타당성 평가 단계 ▶구체적인 허가·승인 절차 단계 등이다. 의회에서 진행하는 3번째 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단계에서는 모두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된다. 헤르만 박사는 BBPlG법 프로젝트 1호인 '엠덴/오스트-오스테라트'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 해상풍력 전력을 서부 및 남부 독일에 공급할 이 전력망은 2027년 가동 예정이며, 직선거리는 300㎞에 이르는 고압 직류 송전망이다. 2018년 처음 계획이 신청된 이래 2020년까지 4차례 설명회, 4차례 공개 청문회가 열렸다. 지금은 계획 승인 절차가 완료됐다. 헤르만 박사는 “소통이 신뢰를 창출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가져온다"면서 “시간이 더 걸리기는 하지만, 설득을 통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의견수렴 절차 법률에 담아야 두 번째 발제는 독일 에너지 분야 씽크탱크인 '아고라 에너르기벤데'의 선임연구원인 염광희 박사가 맡았다. 염 박사는 “독일은 산업구조나 에너지 해외의존도 등에서 한국과 비슷하기 때문에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한국이 배울 점이 많다"면서 “전력망 확충과 관련해 독일은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구체적인 사항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 의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권한을 행사하고, 재량권이란 명목으로 행정기관에 책임을 미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염 박사는 “BBPlG법에서는 이 법에 포함된 전력망 프로젝트를 공익사업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신속한 절차가 가능하다"면서 “이에 따라 지역 주민 등이 소송을 제기해도 프로젝트 추진이 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노선을 정할 때 사전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법률로 정해 놓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염 박사는 “한국의 경우 한국전력이 제안하고 전기위원회가 승인하면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확정되는 시스템이라 국회의 통제가 불가능하다"면서 “계획 확정 뒤에야 주민 의견수렴을 진행하는데, 공청회도 생략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사업이 확정된 후에 지자체와 주민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염 박사는 “개별 보상을 뛰어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전력망이 통과하는 지역 지자체에 수수료를 납부하고, 지역별 차등 전력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 전력망 설치 국민 부담 가중 우려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선 국회입법조사처 유재국 입법조사관은 용인 전력망 추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유 조사관은 “수도권 좁은 부지에 많은 전력망 회선과 대규모 변전설비를 설치하면 과밀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전력망 지중화를 진행할 경우 공사기간과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용인 전력망은 전력망법에 따라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결국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될 것인데, 편익과 수익은 전력망 끝단의 산업체가 모두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원인자 부담 원칙과도 상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조사관은 “용인반도체산업단지 조성은 에너지 정책과 공공자산 운영 정책, 공공기관 운영 정책, 지방자치제도, 산업정책, 기후정책 등 모든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제각각 추진되는 대표적인 국가사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에서 나온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과 유용상 사무관은 “전력망법은 독일 사례를 반영했고, 국무총리 주재로 범부처 관계자와 전문가, 지자체가 참여하는 전력망위원회가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하도록 하고 주민 의견을 더 듣는 식으로 개선했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소통을 통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력망법이 만능은 아니지만, 개선된 점은 있다는 것이다. 유 사무관은 “한전의 경우도 업무 관성이나 인력 부족 때문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데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점차 그런 관성도 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식탁 오르는 뱀장어, 99%는 멸종위기종

최근 전 세계 뱀장어 소비 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한 연구가 충격을 주고 있다. 전 세계 식탁에 오르는 뱀장의 99%가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주오대학교의 카이후 겐조 교수와 시라이시 히로미 연구원, 국립대만대학교 한위샨 교수 등 연구팀은 뱀장어 생산 소비에 관한 세계 최초의 정량적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뱀장어의 99% 이상이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 목록(Red List)에 등재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에 속한다는 것이다. 뱀장어는 서식지 파괴와 과도한 어획, 기후 변화, 질병 등의 복합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민물 뱀장어(Anguilla 속(屬))는 전 세계적으로 16종이 있으며, 이 중 IUCN이 평가한 12종 가운데 1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멸종 위기에 근접한 종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전 세계 11개국, 26개 도시의 소매점과 식당에서 채집한 282개의 뱀장어 제품 샘플에 DNA를 분석했고, 이를 전 세계 생산(양식)·무역 통계자료와 결합했다. 유통되고 있는 뱀장어 종 구성을 파악한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중일 3국이 전 세계 소비의 86% 차지 분석 결과, 결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종은 북미뱀장어(Anguilla rostrata)가 75.3%를 차지했다. 동아시아뱀장어(Anguilla japonica)가 18%, 유럽뱀장어(Anguilla anguilla)가 6.7%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세 종은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사와 달리 기존 '비공식 협의체'의 통계에서는 아메리카 뱀장어가 52.7%, 일본 뱀장어가 43.5%, 유럽 뱀장어가 3.6%를 차지한다. 이 경우도 전 세계 뱀장어 소비량의 99% 이상이 멸종 위기 상태인 세 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은 일치했다. 비공식 협의체는 동북아뱀장어 보호를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 동북아지역은 세계 장어 소비의 중심지임이 확인됐다. 논문의 연구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한국 역시 세계적인 뱀장어 소비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국가별 국내 공급량(소비량 추정치) 통계(2020~2022년 평균)를 살펴보면, 중국이 1위(17만1995.1톤, 일본이 2위(5만4993.9톤), 한국이 3위(1만8813톤)를 차지했다. 국내 공급량은 생산량과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제외한 것이다. 한중일 3국의 국내 공급량은 전 세계 공급량 28만5863.3톤의 86%를 차지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뱀장어 공급량은 366.7g으로, 전 세계 평균(FAO 데이터 기준 36.2g)보다 훨씬 높으며, 일본(436.2g), 홍콩(427.7g)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동북아 지역이 전 세계 뱀장어 자원의 고갈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동북아 국가의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관리 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유럽뱀장어는 2009년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국제 거래에 관한 국제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의 부속서 II 생물 종으로 등재됐다. 부속서 I 생물 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종으로, 특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거래를 허용한다. 부속서 II 생물 종은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종의 생존을 저해하는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거래를 통제해야 하는 종이다. 한국의 경우 CITES 부속서 II 생물종인 유럽뱀장어를 수입하는데, 수입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부는 이와 관련된 통계를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 뱀장어의 복잡하고 취약한 생활사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동아시아뱀장어는 독특하고 복잡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어 자원 관리가 특히 어렵다. ▶산란 및 탄생: 뱀장어는 강에서 살다가 먼 바다로 이동하여 산란하는 강하성 어류다. 동아시아뱀장어는 한반도에서 약 3000㎞ 떨어진 필리핀 인근의 마리아나 해구 부근(서마리아나 해령 남단)의 깊은 바닷속에서 산란한다. 알은 부화하여 투명한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 버들잎/대나무잎 모양의 유생)가 된다. ▶이동 및 변태: 렙토세팔루스는 해류를 따라 6개월에 걸쳐 육지의 하천으로 이동하며 실뱀장어(유리뱀장어, glass eel)로 변태한다. 실뱀장어는 투명하여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쉬우며, 크기가 7~8㎝에서 5~6㎝로 줄어든다. ▶성장: 실뱀장어가 강에서 5~7년 동안 성장하면 노란색을 띠는 황뱀장어(yellow eel)가 된다. ▶산란 회귀: 가을이 되면 황뱀장어는 산란을 위해 바다로 떠나기 위해 은뱀장어(silver eel)로 변하며, 짠 바닷물에 적응하는 기간(2~3개월)을 강어귀에서 보낸다. 바다로 들어간 뱀장어는 산란장에 도달할 때까지 먹지도 쉬지도 않고 이동하며, 산란 후에는 최후를 맞이한다.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시급한 과제 뱀장어 개체군 감소의 주요 원인이 소비로 지목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뱀장어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뱀장어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양식 뱀장어는 자연 서식지에서 포획된 어린 실뱀장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야생 개체군이 지속적인 어획 압박을 받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뱀장어 보호를 위해서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주문했다. ▶ 생산 및 무역 통계의 투명성 확보: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통계 보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입논문은 전 세계 뱀장어 생산 및 무역 통계의 심각한 불일치를 지적한다. 특히 중국의 양식 생산량 보고 수치를 보면, FAO와 비공식 협의체 간에 약 16만톤이나 차이가 난다. 니다. ▶불법 활동 단속 및 규제 강화: 유럽뱀장어가 CITES 부속서 II에 등재되고 유럽연합(EU)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으나 불법채취와 밀수 등의 불법 활동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수요는 아메리카뱀장어 등으로 옮겨가 북미 대서양 연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뱀장어 역시 불법 포획 및 거래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 유도: 현재 소비되는 뱀장어의 99%가 멸종 위기종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뱀장어 제품을 선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뱀장어 개체군 보호뿐만 아니라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발자국 등 환경 영향까지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소비 패턴 연구가 필요하다. ▶인공 양식 기술의 경제성 확보: 한국에서는 2016년에 뱀장어의 알과 정자로 수정란을 만들어 완전 양식에 성공한 바 있다(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다만, 이는 아직 실험실 수준이며, 경제성 있는 대량 양식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먹이 개발 및 최적의 사육 조건 연구 등 완전 양식 기술의 상용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바다에 사는 다양한 장어 종류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어 종류에는 뱀장어(민물장어) 외에 붕장어·갯장어·먹장어 등이 있는데, 이들은 바다에서만 산다. 붕장어(아나고)는 얕은 바다의 모래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갯바위 낚시로도 잘 잡힌다. 주로 회로 먹는데, 전남 여수나 경남 통영 등지에서는 장어탕으로도 먹는다. 붕장어의 치어인 돌장어는 구이로 먹는다. 갯장어는 이빨이 개 이빨처럼 생겼고 한번 물면 잘 놓지 않는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전남 갯마을에서는 '참장어'라고 하지만, '하모'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모는 일본어 '하무(は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나 샤부샤부로 먹는다. 먹장어(곰장어)는 턱이 없고 커다란 빨판처럼 생긴 주둥이를 갖고 있다. 보통 구워 먹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강찬수의 기후신호등] AI로 수요 급증한 데이터센터 어디에 세울까

인공지능(AI)의 폭발적 확산은 인류 문명을 혁신의 시대로 끌어올렸지만, 그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전력 먹는 괴물'이 자라고 있다. 대규모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모아 데이터의 저장·처리·전송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AI 모델의 학습과 서비스 제공에는 엄청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서버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지구 전력망과 수자원 체계의 새로운 위기 요인으로 부상했다. 에너지와 물을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곳, 주민 반대가 덜한 곳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것이 과제가 된 것이다. ◇ 폭증하는 전력 수요, 'AI 산업의 역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4년 약 415테라와트시(TWh, 1TWh=1000억k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약 930TWh)와 맞먹는다. 특히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같은 기간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IEA, Electricity 2024 Report). 미국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14년 58TWh에서 2023년 176TWh로 3배 늘었으며, 2028년에는 최대 580TWh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최대 12% 수준이다. 이같은 전력 폭증은 곧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미국 데이터센터들이 2023년 9월부터 1년간 배출한 탄소량은 1억559만톤으로, 미국 국내 항공산업의 연간 배출량(1억3100만톤)에 근접했다(미 에너지정보청·EIA, 2024). 미국 내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의 56%가 여전히 화석연료(석탄 16% 포함)에서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AI 확산은 빅테크 기업들의 '넷제로' 약속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탄소발자국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IT 시장분석·컨설팅 기관인 한국IDC는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5년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연평균 1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AI의 학습용 연산량이 6개월마다 두 배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데이터센터는 이제 국가 전력정책을 좌지우지할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 '물 먹는 하마'가 된 AI 서버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그림자는 냉각수 사용이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의 발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 시스템이 가동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전체 전력의 30~40%가 사용된다. 특히 증발 냉각 방식은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한다. 한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는 연간 1만2000~6만 명의 인구가 사용하는 물과 맞먹는 양을 쓴다(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 2023). 미국의 경우 2023년 기준 데이터센터는 냉각에만 170억갤런(약 64억리터)을 직접 사용했고, 전력 생산 과정에서 2110억갤런을 간접적으로 소비했다(UC 버클리·LBNL 공동연구). UNEP는 “데이터센터의 냉각에 쓰이는 물의 양은 덴마크 전체 소비량보다 4~6배 많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센터의 3분의 2 이상이 물 부족 지역인 미국 남서부 사막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물부족 문제를 부채질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 환경공학과 줄리안 헌터 교수는 “AI 산업은 물과 전기를 동시에 집어삼킨다. 냉각 기술을 혁신하지 않으면, 기후위기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 반발과 규제 강화, 커지는 사회적 압력 미국 테네시주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xAI 데이터센터가 가스터빈을 자체 발전기로 사용하면서 질소산화물을 배출해 주민 반발을 불렀다. 애리조나와 네바다 사막 지역에서도 농업용수 부족 문제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이에 각국은 규제 강화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효율지침(2023 개정)을 통해 500kW 이상 데이터센터의 에너지·물 사용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미국 뉴저지주는 데이터센터 운영사에 분기별 물·전력 사용량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전력 사용 감축 계획이 없는 외국 데이터센터 4건을 반려했다. UN 지속가능 정보통신기술(ICT)위원회의 리사 토머스 박사는 “이제 데이터센터 산업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지역사회의 감시를 피할 수 없다. 에너지·물 사용량의 투명한 공개는 기업의 생존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논란은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 the meter)' 방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미국 펜실베이니아 서스퀘해나 원전 옆에 데이터센터를 세워 전력을 직접 공급받으려 했으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공정성 논란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비평가들은 “일반 소비자가 유지비를 부담하는 공공 전력망에 대기업이 무임승차한다"고 지적한다. ◇지구를 벗어나다: 우주·물속·지하의 새로운 입지 지상의 전력·수자원 제약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은 우주·해저·지하 광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 = 구글은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에서 시범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주는 밤낮 없이 태양광을 받을 수 있어 95% 이상 가동률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진공 상태를 이용한 자연 냉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사선 차폐, 파편 충돌, 전송 지연 등 난제가 남는다. 스타클라우드(Starcloud)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크리스 헤이스 박사는 “지상보다 10배 효율적인 전력 이용이 가능하지만, 비용은 100배 비싸다"라며 “우주 데이터센터는 아직 실험실 단계"라고 말했다. ▶수중 데이터센터 =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Natick) 프로젝트'는 2018년 스코틀랜드 앞바다에서 시행되어 PUE 1.07을 기록, 세계 최고 효율을 입증했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지표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는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사용량을 IT 장비(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가 실제로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나눈 값이다. PUE 1.07은 냉각 등 부수적인 용도에 사용된 에너지는 실제 IT 장비 운영에 들어간 에너지의 7%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이후 중국 하이란윈(Hailanyun)이 해상 풍력 발전과 결합한 수중 데이터센터를 상하이 앞바다에 착공했다. 해당 시설은 전력의 97%를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을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도 유사한 기술 상용화를 검토 중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오픈AI와 함께 해상 데이터센터, 이른바 '플로팅(Floating) 데이터센터' 개발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 위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폐광·지하 데이터센터 = 스위스의 마운트10(Mount10), 노르웨이 레프달 광산(Lefdal), 영국 켄트의 사이버포트 벙커 등은 이미 냉전 시대 핵벙커를 데이터센터로 전환했다. 국내에서는 전남 장성군이 LS그룹과 협력해 석회석 폐광을 활용한 15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장성군 관계자는 “폐광의 안정된 온도와 지하수 냉각 시스템은 데이터센터 냉각비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 장성은 새로운 '데이터 금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혁신 경쟁: 원전·수열·액침 냉각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버티기 위해 에너지 효율 혁신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빅테크들은 간헐성이 큰 풍력·태양광 대신,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자력으로 눈을 돌렸다. 아마존·MS·메타·구글은 기존 원전과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거나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구글은 펜실베이니아 수력발전소 두 곳에서 20년간 최대 3GW(기가와트)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4조원 규모)을 체결했다. 또한 '솔루나(Soluna)' 같은 기업은 송전망 부족으로 버려지는 잉여 풍력·태양광을 데이터센터와 공동 배치(co-location)해 저가에 확보하는 모델을 운영 중이다. 냉각 혁신도 활발하다. 서버를 특수 절연액에 담가 냉각해 전력을 30% 절감하는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천수·지하수의 열을 히트펌프로 재활용해 냉난방 비용을 30% 절감할 수 있는 수열 에너지(Water Thermal Energy)도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평균 PUE는 1.76으로, 글로벌 평균 1.55보다 비효율적"이라면서 “정부가 최소 효율 기준을 제정하고, 새로운 냉각 기술의 도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현실: 수도권 집중, 전력망이 한계에 다다르다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약 9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신규 건립 신청 300건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2028년까지 수도권 내 대형 센터 40곳이 추가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전체 수전용량(수용가가 전기를 받기 위해 설비한 변압기 용량의 총합)은 4.1GW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100MW급 데이터센터 하나는 5만 명 신도시의 전력과 맞먹는다"며 “현 속도로 늘면 수도권 전력망은 2030년 이전에 포화에 도달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력망 확충에는 최대 10년이 걸리고, 주민 반발이 커지면서 사업 속도는 더디다. 데이터센터 집중은 전력요금 상승과 송전망 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네트워크 품질, IT 인력, 서비스 기업 접근성 때문에 수도권을 고집한다. 지방 이전을 추진해도 전력계통영향평가 부담은 수도권과 동일해 지방 매력도가 낮다. ◇분산형 해법: 지역 균형과 지속 가능성을 향해 지속가능한 냉각과 청정 에너지, 그리고 균형 잡힌 입지 전략 없다면 AI의 미래도 없다.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데이터센터의 녹색 전환부터 이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2024)을 근거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 정책을 본격 추진 중이다.특정 지역을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해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간소화하고, 지방 전기요금 감면제를 적용한다. 권역별 전략도 제시됐다. 수도권은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호남권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의 대형 센터를, 영남권은 원전 인근 입지를 활용한 안정적 전력형 센터를 유치한다는 것이다. 실제 SK그룹은 AWS와 협력해 울산에 103MW급 AI 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LNG 복합발전소 인근 부지를 활용하고,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냉각 기술을 통합한 '토털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를 제시해 유치에 성공했다. SK 측은 “전력·냉각·AI 반도체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통합형 모델이 지방 입지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역 분산 외에도 지속 가능한 데이터 인프라를 위한 과제는 남아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효율 향상이다. 이를 위해 PUE 최소 기준 도입, 냉각 기술 혁신, 폐열 회수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도 시급하다. RE100 수준의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 물·전력 사용량 공개 의무 등도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주민 참여형 정보공개와 보상체계 마련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인공지능 전문가 디미트리 니콜로풀로스는 “강력한 공익 보호 장치가 없다면 데이터 센터가 늘어날수록 기존 분열과 환경 비용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 “단순히 얼마나 많은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데이터 센터를 어디에, 누구를 위해 건설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의류건조기, 섬유형 미세플라스틱 내뿜는다…“추가 필터 필요”

의류 건조기가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미세섬유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세탁보다 건조 과정에서 더 많은 미세섬유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네바다주 사막연구소와 환경단체 '리그 투 세이브 레이크 타호(League to Save Lake Tahoe)' 공동연구팀은 일반 가정의 건조기 배출구에서 나오는 섬유를 직접 수집·분석한 결과를 최근 학술지 '환경 독성학 화학(Environmental Toxicology and Chemistry)'에 발표했다. 논문은 건조기를 한 번 가동할 때마다 평균 138㎎의 섬유형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일반 가정 7곳의 건조기 배기구에 1㎜ 크기의 메시(mesh) 필터를 설치하고, 3주 동안 실제 세탁물을 건조하도록 한 다음 필터에 걸린 물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1회 건조 시 55~244㎎(평균 138.6㎎)의 미세섬유가 포집됐다. 이를 미국 내 약 8200만 대의 전기 건조기에 적용하면, 연간 약 3543톤의 미세섬유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셈이다. 그중 약 2728톤은 셀룰로오스(면·마 등 천연섬유), 460톤은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 성분으로 추산됐다. 합성섬유에서 나오는 미세섬유는 그 자체가 미세플라스틱이다. 배출된 미세섬유는 공기 중으로 확산돼 호흡기나 수계로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의류 제작 과정에서 섬유에는 염료, 난연제, 방수처리제, 그리고 독성이 논란인 PFAS(과불화화합물) 등이 첨가된다. 따라서 섬유 조각이 미세플라스틱처럼 환경 중에 남아 생태계나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북극해 심층수에서도 폴리에스터 섬유가 다량 검출된 바 있다. 그 동안 세탁 시 발생하는 미세섬유 오염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번 연구는 “건조 과정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회전식 건조기의 열풍은 섬유를 마모시키고, 외부로 바로 배출하는 통풍식(vented) 구조 때문에 대기로 곧장 방출된다는 것이다. 가정 실내 공기가 오염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세탁기의 오염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일부 걸러질 수 있지만, 건조기의 경우 배출구를 통해 바로 대기 중으로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미세섬유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고성능 보푸라기 필터 사용 ▶건조기 덕트·환기구에 추가 필터 장착 ▶무환기형(ventless) 건조기 사용 ▶자연건조 활용 확대 등을 제안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대기·기후·에너지 통합, 시너지 효과 거둘 수 있는 정책부터 추진을”

기후와 에너지, 환경을 한데 묶은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가 출범한 가운데, 시행착오를 줄이고 새 부처의 정책 방향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힌트를 제공하는 학술 연구 논문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부터 먼저 시행하라는 주문이다.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안영환 교수와 같은 대학 기후환경융합학과 유승직 교수 등이 최근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2050 탄소중립에 따른 대기·기후·에너지 통합관리 방향에 관한 탐색적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 4월에 처음 제출됐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제안의 성격이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대기(Air)-기후(Climate)-에너지(Energy)의 통합(ACE 통합)은 환경-에너지 업무를 함께 다루게 된 기후부가 구체적으로 통합 정책을 펼쳐나가는 데 필요한 실질적 제언을 담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탄소중립 정책이 대기질 개선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직접배출과 전과정평가(LCA) 두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 결과, 같은 감축정책이라도 어떤 기술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온실가스는 줄지만 대기오염이 늘어나는 '길항효과(Trade-off)'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수소나 암모니아를 혼소(混燒)하는 발전기술은 탄소 배출을 줄이지만, 질소산화물(NOx)과 암모니아(NH₃) 배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에너지 효율 향상, 전기차·철도 등 저탄소 교통수단 확대, 수요관리 정책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함께 줄이는 '시너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감축만이 아니라 대기질 개선, 에너지 안보, 국민 건강이 함께 고려돼야 완전한 정책이 된다"면서 “정책 수단 간 상호 영향을 세밀히 평가하지 않으면 오히려 환경 성과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기후부는 시너지를 내는 정책을 우선 추진하고, 길항효과가 있는 기술은 선제적 연구와 제도적 관리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는 또 기후부가 향후 추진할 4대 정책 방향, 즉 ▶수요관리와 효율 개선 등 즉각적 감축효과가 큰 시너지 정책을 우선 투입할 것 ▶수소·암모니아 혼소 등 신기술은 사전평가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 리스크를 관리할 것 ▶대기·기후·에너지 계획을 하나의 통합계획 체계로 묶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할 것 ▶LCA와 단수명 기후오염물질(SLCP) 분석 등 과학적 기반을 강화해 데이터 중심의 정책결정을 뒷받침할 것 등을 제시했다. 산업·발전·수송 등 부문별로도 구체적 시사점이 제시됐다. 발전부문은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전원 확대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석탄에서 LNG로의 전환이 단기적으로는 일부 오염물질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문에서는 원료·공정 대체가 전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공정별 세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송부문은 전기차·철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되, 전력 생산 단계의 배출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논문이 제시하는 기후부의 핵심 과제는 ▶시너지 정책에 집중적인 자원 투입 ▶길항효과 기술의 선제적 관리 ▶과학적 근거 기반의 통합평가체계 구축 등이다. 이번 연구 자체가 옛 환경부 및 환경산업기술원의 지원으로 이뤄진 만큼 기후부가 앞으로 세워야 할 중장기 전략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대기질 개선, 에너지 공급안정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ACE 통합관리'가 정책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프라이팬 코팅제로 쓰이는 과불화화합물, 어린이 뇌 발달에 영향

임신 중 산모의 혈액에 포함된 '영원한 화학물질'이라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아이의 뇌 구조와 기능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핀란드 투르쿠대학교와 스웨덴 오레브로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세계적 의학저널 '랜싯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 Health)'에 실린 논문을 통해 공개됐다. 과불화화합물(퍼플루오로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 PFAS)는 물·기름·열·전기에 강한 특성 때문에 20세기 중반 이후 조리도구, 방수 의류, 가구, 식품 포장재, 치실, 소방용 폼 등 다양한 제품에 쓰여 왔다. 플라스틱처럼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며, 한 번 배출되면 토양과 수계에 수백 년 이상 남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PFAS는 마시는 물과 음식, 심지어 직업적 환경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며, 체내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투르쿠대의 핀브레인(FinnBrain) 출생 코호트 연구를 통해 분석을 진행했다. 이 출생 코호트 연구는 2011년부터 임산부와 자녀를 장기 추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분석에는 임신 24주차에 채혈한 산모 혈액과, 해당 산모가 출산한 뒤 만 5세가 된 아이의 뇌 MRI 데이터를 모두 확보한 51쌍의 산모–어린이 데이터가 사용됐다. PFAS 농도는 질량분석기로 정밀 측정했고, 아이들은 구조적 MRI, 확산강조영상(DTI), 기능적 MRI(fMRI)를 통해 뇌의 회백질, 백질, 피질 두께, 표면적, 기능적 연결성을 평가받았다. 그 결과, 산모의 혈액 속 PFAS 농도가 아이의 뇌량(corpus callosum), 후두엽(occipital lobe), 시상하부(hypothalamus) 등 특정 뇌 영역의 구조적·기능적 특성과 유의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퍼플루오로노난산(PFNA)과 선형 퍼플루오로옥탄산(PFOA)은 뇌량 백질의 무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분지형 퍼플루오로헥산술폰산(PFHxS)은 후두엽의 회백질 용적과 표면적을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분지형 PFOA는 같은 영역에서 부피를 증가시켰다. 분지형 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PFOS)은 시상하부의 미세 구조 변화를 예측했다. 연구진은 또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었지만, PFAS의 화학 구조에 따라 뇌 반응이 달랐다"고 밝혔다. 카르복실산 작용기를 가진 PFAS(예: PFOA, PFNA)가 술폰산 작용기(PFOS, PFHxS 등)를 가진 물질보다 뇌 구조와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는데, 이는 전자가 태반과 혈뇌장벽을 더 쉽게 통과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다만 시상하부에서는 술폰산계 PFAS의 영향이 더 뚜렷했다. fMRI 분석에서는 PFAS 노출이 뇌 기능적 연결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PFNA와 PFOA는 운동 영역인 우측 중심전이랑(right precentral gyrus)의 신호 동기화를 높였고, PFHxS는 시각 영역인 양측 내극피질(intracalcarine cortices)의 연결성을 낮췄다. 시상하부는 체온·식욕·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핵심 기관으로,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부위에서의 변화는 PFAS가 뇌 대사 조절과 내분비 기능에까지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책임저자인 투르쿠대의 아론 배런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결과는 일상 수준의 PFAS 노출도 어린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PFAS의 화학 구조별로 뇌의 다른 부위가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하세 칼손 교수는 “PFAS가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해로운지, 중립적인지, 혹은 일부는 보상적일 수도 있는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기능적 의미를 밝히려면 장기적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FAS는 현재 유럽연합(EU)에서 지속성 유기오염물질로 분류돼 규제되고 있으며, 일부는 생산이 중단됐지만 대체물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구팀은 “신규 PFAS가 더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며 “환경 내 축적성과 인체 잔류성을 고려하면 임신부와 영유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가을비 맞아? 서울 530㎜ ‘평년 3배’…벼 수발아 현상

올가을 비가 너무 잦다. '가을 장마'란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 지역의 경우 평년(1991~2020년 평균)에 비해 5~6배 수준의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다음주까지 비가 이어질 경우 벼농사에도 지장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4일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서울 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모두 530㎜에 이른다. 이는 평년 같은 기간의 165.5㎜의 3배가 넘는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내린 비만 해도 160㎜에 이르는데, 이는 평년 같은 기간에 내린 25.7㎜의 6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올여름 중부지방 장마기간(6월 19일~7월 20일) 32일 동안 서울에 내린 비는 모두 357.1㎜인데 비해 9월 12~10월 13일 사이 32일 동안에는 강수량이 430㎜에 이른다. 장마철보다 더 많이 내렸다. 일강수량이 0.1㎜ 이상을 기록한 날수도 지난 여름 장마철 32일 동안에는 모두 16일이었으나, 최근 32일 동안 비가 내린 날은 모두 17일로 가을비 내린 날이 하루 더 많다. 장마 때보다 비가 더 자주 내린 셈이다. 물론 올해는 장마 기간도 짧고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장맛비가 계속 내리기보다는 6월 20∼21일, 7월 중순 한두 차례에 많은 비가 집중된 탓도 있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200.5mm로 평년(356.7mm) 대비 55.0%로 적었고, 강수일수도 8.8일로 평년(17.3일) 대비 절반 수준으로 역대 네 번째로 적었다. 그래도 최근 32일 동안 내린 비는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웃돈다. 최근 비가 자주, 많이 내린 것과 관련해 기상청은 지난달부터 북쪽 지방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고 있으나, 남쪽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높은 해수면 온도 탓에 수증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북쪽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비구름이 동서로 길게 형성된 탓에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 통보관은 “장마 때와 비슷하게 정체전선이 형성되는 것은 맞지만, 시기적으로 북쪽에서 찬 공기가 확장하고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는 과정"이라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북쪽 찬 공기와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되는 여름 장마 때와는 반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초여름 장마는 강한 비가 자주 내리지만, 가을에는 비가 자주 내리더라도 강하게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정체전선이 형성된 것은 맞지만 흔히 사용하는 '가을 장마'라는 말은 기상청의 공식 용어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13~14일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린 데 이어 17일에도 수도권·충남권·호남권에, 18일에는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19일 이후에는 당분간 비 예보가 없다. 이처럼 비가 자주 내리면서 농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과와 같은 경우 햇빛을 보지 못하면 제 색깔을 내지 못하게 되고, 무 같은 경우도 땅속에서 싹이 날 수가 있다. 10월 중순이면 중·만생종 벼의 경우 이미 다 익은 상태인데, 잦은 비로 논바닥에 물이 차 있으면 콤바인이 논에 진입해 작업하기 어려워 수확이 늦어질 수 있다. 박중수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과장은 “벼가 익은 상태에서 비가 계속 내리고, 기온도 2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면 수발아(穗發芽)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발아는 벼 이삭을 수확하기도 전에 이삭에서 싹이 트는 현상을 말한다. 박 과장은 “30여 년 농업 분야에서 일했지만 이런 가을 기상은 처음"이라며 “최근 수발아가 잘 안 되는 벼 품종이 보급된 덕분에 그나마 다행이지, 종전 품종 같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비가 계속되고, 기온도 높게 유지된다면 개량 품종이라도 수발아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다음주까지는 기온이 20℃ 아래로 떨어질지, 비가 그칠지 등 기상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빠른 피드백 담당할 ‘정책조정위’ 설치 필요

1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추석 연휴를 보내고 14일 국회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통합 부처로서의 면모를 보일 전망이다. 마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이름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라는 긴 이름으로 바꿨다. 출범 전부터 기후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물(수질·대기 등의 환경 부문)과 기름(석유·석탄·가스·원전 등 에너지 부문)이 합쳐졌으니 쉽게 융합될 수 없고 정책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기후부가 '4중 딜레마(Quadrilemma, 콰드릴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중 딜레마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이냐,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 것이냐, 원자력발전을 확대할 것이냐, 자연생태계 보존에 얼마나 무게를 둘 것이냐 등이 서로 얽혀 쉽게 풀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한 부처에서 네 가지를 모두 다루게 되면서, 어느 하나를 앞세우면 나머지 세 가지에서 반발이나 부작용이 터져나올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 “부처 내에서 갑론을박을" 주문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부의 에너지 차관, 환경 부서이자 규제부서의 환경 담당 차관 등이 한 부처 안에서 막 갑론을박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하고, 아예 독립 부처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이러는 거하고 어떤 게 낫나"고 반문했다. 기후부 내에서 격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조직의 우두머리인 장관이 '재생에너지 우선', '화석에너지 감축 속도 조절', '원자력 진흥', '생태계 보존'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을 싣는 발언 한마디에 조직 전체가 한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민간 조직도 아니고,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공무원 조직에서 인사권자의 생각에 반하는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겠다고 나서는 직원이 얼마나 있을까. 한두 번은 있을 수 있지만, 계속 반복하기엔 개인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장관이 모든 의견을 충분히 다 듣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장관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물과 물이 만난 지 7년이 지났지만 기후부 공무원, 환경부에서 온 공무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온 공무원들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깊이 있게 토론해서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나온 길을 보면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갖고 있던 하천·수자원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넘어왔는데, 7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26일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세미나 주제가 '통합물관리 2.0시대의 물시설·정보·산업의 통합 연계'였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2018년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도 기존의 물관리 시설, 물정보, 물산업은 개별 구축·관리되고 있어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어 분절된 시스템 극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과 기름이 아닌, 물과 물이 만났지만, 7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통합이 안 됐다는 얘기다. 물 관련법 정비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사실 두 조직이 만났을 때는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으로 통합을 이뤄내야 완전하게 통합될 수 있다. 두 조직 구성원을 가까운 곳에, 혹은 한 공간에 밀어 넣는 것이 물리적 통합이라고 하면 그것은 어렵지 않다. 조금 더 노력하면 사람들을 뒤섞을 수 있다. 인사 발령을 통해 조직을 뒤섞을 수 있다. 그게 생물학적 통합이다. 최종적으로는 법과 제도,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합하는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내야 한다. 물과 기름이 만났으니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레드팀' 있었지만 댐 건설 정책 강행 이 대통령의 답변처럼 부처 내에서 융합이 되지 않더라도 갑론을박은 가능하다. 지난 2023년 환경부에서는 차관이 젊은 사무관을 중심으로 '레드팀'을 구성해 운영한 적이 있다. 업무혁신 아이디어와 환경 이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전담 조직(TF)이었다. 탁월한 성과를 보인 직원에게 파격적인 승진까지 제시했지만, TF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런 레드팀이 있음에도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반대하는 14개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을 밀어붙였다. 김성환 장관은 환경부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14개 댐 가운데 7개 댐의 건설을 취소했고, 나머지 7개 댐은 공론화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나아가 신규 댐에 붙였던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도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애초에 이런 정책이 왜 추진됐는지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시행착오는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기후부에서 이런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차관의 노력이나 레드팀의 노력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형태의 부처 내 거버넌스 필요 환경부 고위관료 출신인 한 인사는 “섣부른 정책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처에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미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업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기후부 내에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 후 외부로 공개한 뒤 사회 여론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 긴 주기의 의견수렴 과정이 아닌, 부처 차원의 정책 결정 전에 짧은 주기로 빠른 피드백을 받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때인 지난 2000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지속위)라는 게 만들어졌다. 재정경제·외교통상·행정자치·건설교통·환경 장관 등 11개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미니 내각' 수준의 거대한 위원회였는데, 환경보전과 개발을 조화시키는 게 위원회의 목표였다. 이 위원회는 이명박 정권 때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환경부 소속 위원회로 강등돼 운영돼 왔다. 다양한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환경부 내의 지속위가 새로 출범한 기후부 내에서 의견 조정 역할을 맡으면 좋겠지만, 지속위는 지난해 다시 대통령 직속으로 바뀌었다. 다만 김대중 정부 때처럼 큰 역할은 없어지고, 유엔에 제출할 지속가능발전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형식적인 자문위원회로 그쳐서는 안 돼 이에 따라 기존 환경부에 있던,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문위원회 같은 것을 고쳐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새 거버넌스는 기존 위원회와는 달라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제가 생길 때 방패막이로 삼기 위해 만드는 일회성, 이벤트성 자문회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그리고 정책결정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곳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예를 들어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작은 노사정위원회 같은 것을 기후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과도 같다. 회의도 가능하면 월 1~2회로 자주 열어야 한다. 회의를 비공개로 하더라도 회의록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한다. 모든 중대 정책은 이 위원회에서 먼저 심의를 거친 다음, 그 심의 결과가 장관에게 보고된 다음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태훈 전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장(중앙대 명예교수)은 “프랑스의 생태환경부 같이 대부처의 운영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고, 자문위에서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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