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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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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테크]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태양광 녹색혁명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확보가 필수이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넉넉한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만일 도로와 철도, 방음벽과 고가도로 같은 일상적 인프라를 '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바꿀 수 있다면 의외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도로 주변 유휴지와 고속도로 위, 그리고 철도 방음벽까지 태양광 패널을 입히려는 아이디어를 보면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녹색혁명'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도로변 유휴지, 잠자는 공간이 에너지 밭으로 중국 란저우교통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에너지(Ener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세계 도로 인프라의 숨은 에너지 잠재력을 정량화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도로 주변 유휴지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도로변 태양광, PV+RN)을 설치할 경우 수평 설치 시 16.01테라와트(TW, 1TW=10억kW)의 발전 용량을, 최적 경사각 설치 시 10.9TW의 발전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인류가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전력의 수백 배에 달하며, 수명주기 전체로는 각각 56만3000 테라와트시(TWh)와 44만8000 TWh의 전력 생산 잠재력을 갖는다. 태양광 패널을 수평으로 설치하면 그림자가 지지 않기 때문에 촘촘하게 설치할 수 있어 발전 용량은 크지만 최적 경사각 설치에 비해 발전 효율은 떨어진다. 최적 경사각 설치는 간격을 둬야 하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 설치할 경우 수평 설치보다 용량이 적지만, 효율이 높아 실제 발전량은 많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위도·일사량·전기요금·설치비용 등을 통합해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으로 계산했다. 평균 투자수익률(ROI)은 최적 경사각에서 7.47%, 수평형에서 6.53%로 나타났다. 특히 쿠바·소말리아·아이티·말리·자메이카 등은 태양광 자원이 풍부하고 설치비용이 낮아 25~45%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탄소배출 30% 감축 가능…한국은 공간 제약이 변수 이 연구는 도로변 태양광이 탄소중립 실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을 포함한 상위 28개 전력 생산국이 도로변 유휴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화석연료 발전을 전면 대체할 경우, 총 111억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이들 국가의 총 배출량의 33.9%, 전 세계의 28.6%에 해당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국가별로 지형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위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태양광 자원이 약하고, 전력 수요는 높아서 인도네시아·일본·베트남과 함께 도로변에 태양광 설치 폭이 가장 넓게 필요한 국가로 꼽혔다. 한국이 도로변 태양광으로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려면 필요한 발전 용량 기준으로 국토의 3.6%(최적 경사 설치)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 논문에서 비교한 28개 주요국 가운데 국토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2위인 네덜란드가 3.5%, 일본이 1.85%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도로망 밀도는 높지만, 산지가 많고 도로 주변 유효 면적이 좁아 도로변 태양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간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단순히 도로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음벽·고가도로·터널 상부·고속도로 휴게소 부지 등 복합형 인프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후·계절별 일사량 편차가 큰 한반도의 조건을 고려할 때, 남향 고정식보다 수직형 양면 모듈이나 동서향 분산 배치가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형 도로변 태양광 모델, 도심형 재생에너지 실험대로 국내에서도 이미 도로와 철도 시설을 활용한 '한국형 PV+RN' 모델이 일부 도입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일부 고속도로 방음벽과 비탈면에 태양광을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며, 국토교통부는 고속도로 상공의 유휴 공간을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주)더블유피 기술연구소와 한국철도공사 연구팀은 한국태양에너지학회지의 '태양에너지(2025년 제1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철도 방음벽이 소음 저감과 청정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양면형 모듈을 적용해 반사광(알베도 효과)을 활용할 경우 단면형 대비 최대 20% 발전량 증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MLPE(Module Level Power Electronics) 시스템을 통해 열차 그림자나 오염으로 인한 효율 저하를 최소화하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기반 스마트 유지관리 시스템으로 이상 징후를 실시간 감지한다. 좁은 국토에서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도 방음벽 태양광은 한국형 PV+RN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고속도로를 덮는 태양광 지붕, '이동형 발전소'의 가능성 중국과학원·칭화대·미국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지구 미래(Earth's Fu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320만 ㎞의 고속도로를 태양광 패널로 덮을 경우 연간 17.85페타와트시(PWh, 1경7580조Wh), 즉 미국 전체 전력 생산의 4배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시스템은 연간 96억 6000만 톤(G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눈·비·진눈깨비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중 10.8%(약 14만 명)를 줄이는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4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태양광 패널은 고속도로 위 약 5.5m 높이에 10도 경사로 설치되어 차량을 직사광선과 악천후로부터 보호하고, 도로 포장 수명을 연장하며 전기차 충전소로도 활용 가능하다. 물론 도로 위 태양광 패널의 설계·관리가 잘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빗물이 모여 고속도로 표면에 쏟아질 경우 운전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빛과 그림자 패턴의 변화가 교통사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한국의 과제 ― 제도 통합과 기술 실증 도로·철도 인프라를 에너지 거점으로 전환하려면 공공 인프라 개방과 법제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발전사업 허가, 교통안전 기준, 환경영향평가가 서로 다른 법령에 흩어져 있어 실제 설치 과정이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도로관리청·지자체·전력회사 간의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도로 기반 신재생 인프라 표준모델'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도로 주변은 미세먼지와 제설제 염분에 노출되어 유지 보수가 어렵기 때문에, 방진형 모듈, 자가세척 코팅, 모듈 경량화 기술 등 현장형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근 휴게소나 물류기지에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은 먼 나라 사막의 발전소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 곁의 도로를 잘 활용한다면 거기서 녹색혁명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강찬수의 기후신호등] 지구,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2025년 지구는 더 이상 '안전한 행성'이 아니다. 이기적인 인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지구 시스템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국제 과학 프로젝트 '플래닛 헬스 체크 2025(Planetary Health Check 2025)'에 따르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을 유지하는 9개의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PB) 가운데 7개가 이미 안전범위를 넘어섰다. 특히,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 항목이 처음으로 안전지대를 벗어났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이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아주던 바다 생태계의 완충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고, 지구 시스템이 '고위험 지대(high-risk zone)'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구의 건강검진': 9개 행성 경계 '행성 경계' 개념은 스웨덴 스톡홀름 복원력센터의 요한 록스트룀 등이 지난 2009년 제시한 프레임워크다. 지구가 스스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운영공간(safe operating space)을 의미한다. 이 경계를 넘어서면, 지구 시스템은 인간이 경험한 적 없는 불안정 상태로 진입해 회복이 어려운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행성 경계는 9개 항목에 걸쳐 평가를 해왔다. 지구 건강을 체크하는 검진 항목이 9개라는 의미다. '플래닛 헬스체크 2050' 평가에 따르면, 이 9개 가운데 7개가 이미 안전범위를 벗어났다.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성층권 오존층과 대기 에어로졸 부하(미세먼지 오염) 두 항목뿐이다. 즉, 지구는 이미 '위험 증가 지대(zone of increasing risk)'의 상한선에 서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당연히 해양 산성화 문제다. 해양 산성화는 보이지 않는 '붕괴의 신호'다. 지금까지 바다는 인류의 최대 완충지였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CO₂의 약 4분의 1이 바다에 흡수돼 지구 온난화를 늦춰왔다. 그러나 그 대가로 바닷물의 산성도가 빠르게 높아졌다(산성도를 나타내는 pH 값 자체는 낮아짐). 지표로 사용되는 아라고나이트 포화도(Ω)는 1750년 이전 수준의 80% 이상을 유지해야 안전하지만, 최근 관측값은 2.84로 떨어지며 안전경계(2.86)를 공식적으로 밑돌았다. 아라고나이트 포화도(Ω)는 바닷물 속에 있는 탄산칼슘이 얼마나 잘 녹거나 침전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값이 높을수록 산호나 조개껍질 같은 해양 생물이 껍질과 골격을 만드는 데 유리하고, 값이 낮아지면 이런 생물들이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산호, 조개류, 플랑크톤 등 탄산칼슘 기반 생명체의 생존을 직접 위협한다. 해양 생태계 붕괴는 곧 탄소 순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행성 경계 보고서 공동저자인 요한 록스트룀은 “바다는 더 이상 우리의 방패가 아니다. 스스로 산성화되고 있으며, 그 영향은 대기·기후·식량체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티핑 포인트':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의 경고 행성 경계 9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그 뒤에는 훨씬 더 많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지구의 수많은 기후환경 요소가 갈림길에 처했다. 바로 티핑포인트에 있다는 얘기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작은 변화가 시스템 전체의 급격한 전환을 일으키는 임계점을 의미한다. 최근 독일 뮌헨 공과대학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등이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상(Greenland ice sheet),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 아마존 열대우림, 남미 몬순 등 지구 시스템의 핵심 요소들이 불안정해지고 있고, 열대 산호초 등 일부는 이미 임계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들 요소가 서로 연결된 '티핑 연쇄(cascade)'를 형성하기 때문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시스템도 연쇄적으로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그린란드의 빙상 손실은 해수의 염분과 밀도를 바꾸어 AMOC를 약화시키고, 그 결과 아마존의 강수 패턴이 무너져 열대우림이 사바나로 바뀔 수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수 세기가 아니라 수십 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글로벌 시스템연구소(GSI)와 영국 엑서터대학, 스톡홀름 복원력 센터 등에서도 '글로벌 티핑 포인트 보고서 2025'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서도 지구가 위험한 기후 티핑 포인트에 근접하거나 이미 도달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파국적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전례 없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티핑 포인트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1.5°C를 초과하는 전 지구적 온도 오버슈트(overshoot)의 규모와 지속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전 세계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넷 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핑 포인트 위험을 막으려면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의 전례 없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중 행성 위기'의 실체: 기후·생물·오염의 연결고리 지금의 기후환경 위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자연 생태계를 훼손한 인류 탓에 벌어진 일이다.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위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플라스틱 오염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연구팀은 지난 9월 '환경과학저널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플라스틱 산업이 이 삼중 위기에 모두 개입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의 90% 이상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며, 플라스틱 산업만으로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5%를 차지한다. 플라스틱의 미세입자는 해양 산성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플라스틱 속 화학첨가물은 '신규 화학물질'의 안전 경계를 넘어서 지구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바로 행성 경계 9개 항목 중 하나다. 이처럼 단일한 기후 대응책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에너지·소재·소비·순환의 전환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는 기후환경 위기가 서로 얽혀 있는 만큼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환경신데믹(eco-syndemic)'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도넛 경제학': 경계를 지키면서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는 길 이 같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실낱 같은 희망은 남아있다. 바로 영국 옥스퍼드대 케이트 라워스가 지난 2012년 처음 제안한 '도넛 경제학(doughnut economics)'이다. 지나친 개발은 행성 한계를 초과하고 인류의 자멸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인류 복지를 위해 최소한의 개발은 필요하기 때문에 과도한 개발과 최소한의 개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그 범위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자는 것이 도넛 경제학의 핵심 내용이다. 옥스퍼드대 도넛 경제학 행동연구소 소속의 라워스와 앤드루 패닝은 도넛 경제학의 핵심 내용을 10월 초 '네이처(Nature)'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도넛 모형을 이용해 '인류의 사회적 기초(social foundation)'와 '지구의 생태적 한계(ecological ceiling)'를 동시에 측정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이 프레임워크에서 도넛의 안쪽 구멍은 인간의 결핍(빈곤·교육·건강 등)을, 바깥 테두리는 행성 한계의 초과(탄소배출·토지사용·해양산성화 등)를 의미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란 이 두 경계 사이, 즉 '도넛의 알맹이' 안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라워스의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두 배로 늘어나는 동안, 행성 경계 초과는 더 심해졌고 인간의 결핍은 여전히 30억 명을 덮고 있다. 가장 부유한 20%의 국가가 생태 초과의 40%를 유발하고, 가장 가난한 40%의 국가는 사회적 결핍의 60%를 떠안는 구조다. 라워스는 “지속 가능한 번영은 더 많은 성장(growth)이 아니라 더 나은 분배(distribution)와 재생(regeneration)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행성 경계를 지키면서 인간의 삶을 유지하려면 경제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는 GDP 성장에 의존하는 기존의 선형 경제 대신, 자연의 순환 구조를 모방해 자원과 에너지가 다시 사회와 생태로 돌아오는 구조를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화석연료 산업의 단계적 퇴출 ▶플라스틱 및 화학물질의 순환 체계 구축 ▶지역 단위의 생태복원·녹색 일자리 전환 ▶사회적 기초를 보장하는 복지·교육 투자 확대가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의 안정성과 인류 복지를 함께 회복하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다. ◇티핑포인트에 이르지 않는 선택을 지구는 지금 '회복 가능한 선'을 향해 마지막 균형을 잡고 있다. 빙상과 산호, 아마존 숲과 대서양 해류, 토양과 대기—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그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전체 시스템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보고서와 논문을 발표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는 이미 위험 지대에 들어섰지만, 아직 되돌릴 여지는 있다"고 말한다. 티핑포인트에 이르지 않도록 선택하고 서둘러야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도넛 경제학 행동연구소의 라워스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 정책은 인류를 도넛의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데 실패해 왔다"면서 “경제의 이론과 실천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촉구하는 탈성장 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생태적 초과에 불균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곤에서 벗어나야 할 계층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고려해서 각국은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녹색전환연구소와 그린피스, 도넛집(集)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도넛 경제학의 개념을 현장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과 생태계 훼손을 피하면서도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으려는 시도다. 한편 '글로벌 티핑 포인트 보고서 2025'는 사회와 기술의 '긍정적인 티핑 포인트'를 촉발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보급,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등이 자기증폭적인 변화, 연쇄적인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면 지구 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2050년 글로벌 건설 부문 탄소발자국 두 배로 ‘폭증’ 전망

전 세계 건설 부문에서 배출되는 탄소 발자국(온실가스 배출량)이 오는 205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더욱이 지금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건설 부문만으로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하기 위한 잔여 탄소 예산을 2030년 안에 모두 소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탄소예산은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를 지킬 수 있는 한계 내에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말한다. 중국 베이징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 바우하우스 어스(Bauhaus Earth)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최근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팀은 1995년부터 2022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건설 산업의 공급망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을 정량 분석했고, 2050년까지의 추세도 예측했다. 그 결과 지난 30년간 건설 부문의 탄소 발자국은 두 배로 증가했으며, 지금과 같은 '현상 유지 시나리오(SSP2)'가 지속되면 2050년까지 다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시멘트·철강 등 재료 중심 구조가 핵심 원인 2022년 기준으로 건설 산업의 전 세계 탄소 배출 비중은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1995년(20%)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특히 건설 부문 탄소 발자국의 절반 이상(55%)은 시멘트·벽돌·금속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재료에서 비롯됐다. 시멘트 단독으로 28%를 차지했고, 여기에 클링커·벽돌·점토를 합치면 40%에 이르렀다. 다시 금속류(철강·알루미늄·구리 등)를 추가하면 55% 수준이 된다. 이 다섯 가지 재료군의 비중은 1995년 39%에서 2022년 57%로 증가해, 건설 산업이 갈수록 '재료 의존형'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지금의 재료 구조는 과거보다 3.8배 더 탄소 집약적"이라며 “건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근본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탄소 예산 2025년부터 초과… “다른 산업 감축해도 역부족" 논문에 따르면 지금처럼 건설 부문 활동이 계속된다면 올해부터는 건설 부문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파리 기후협정의 '1.5°C 목표'를 지키기 위해 허용된 연간 한계선과 맞닿게 된다. 즉, 인류가 매년 배출해도 기온 상승을 1.5°C로 억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을 건설 부문으로만 다 써버리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2050년까지의 건설 부문의 누적 배출량은 440GtCO₂(기가톤, 1Gt=10억톤), 즉 4400억톤으로, 이는 1.5°C 목표(83% 확률 기준)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연구팀은 “건설 산업은 탈탄소화가 가장 어려운 부문 중 하나"라며 “시멘트·철강·벽돌 같은 전통 재료에 대한 의존이 깊고, 생산성 향상도 정체돼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 산업은 또한 매년 모래와 자갈 40억 톤을 소비하고, 전 세계 담수 사용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등 환경 부담이 중첩돼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비중 감소, 신흥국 비중 급증 1995년에는 전 세계 건설 탄소 발자국의 절반이 고소득 국가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의 산업화 국가들이 포함됐다. 반면 2022년에는 구조가 급변해, 중국이 전체의 49%를 차지하며 단독 1위로 부상했고,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건설 부문 탄소 발자국은 절대량 기준으로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고소득국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선도적 감축 역할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경제력이 높은 국가일수록 순환건설, 모듈식 설계, 재료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탄소 감축의 핵심 해법으로 '재료 혁명(material revolution)'을 제안했다. 즉, 시멘트와 철강 같은 고탄소 재료 대신 바이오 기반 소재(목재·대마·흙·대나무 등)나 알칼리 활성 재료(alkali-activated materials)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벌목, 생물다양성 손실, 식량 생산과의 토지 경쟁 등 환경적 상충 관계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역별 맞춤 전략과 제도 혁신 필요 연구팀은 “전 세계에 일률적인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유럽·미국 등 고소득 지역은 순환건설(circular construction)과 재료 혁신 중심으로, 신흥국은 저비용·현지조달형 솔루션을 통해 기후 목표와 경제 성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건축법과 안전 기준을 바이오 기반 건축물도 인정하도록 개정하고, 건축가·엔지니어·정책입안자들이 지속 가능한 설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문화적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츠담연구소의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 박사는 “지금의 건설 방식이 계속된다면 인류는 1.5°C 목표를 '지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며 “건설 부문에서의 근본적 전환 없이는 어느 산업의 감축 노력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낙동강 수돗물서 검출”… 과불화화합물(PFAS) 우려에 정부 본격 대응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본격 대응에 나섰다. 최근 낙동강을 비롯한 국내 주요 수계 수돗물에서 PFAS가 잇따라 검출되고, 일부 지역은 미국의 강화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 이하 기후부)는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대응 전략 포럼'을 열고, 2028년까지 수돗물 속 PFAS에 대한 수질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포럼에는 학계·업계·지자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토론 좌장은 단국대 독고석 교수가 맡았다. ◇낙동강 수계 수돗물서 미국 기준치 초과 검출 PFAS는 탄화수소의 수소가 불소로 치환된 인공 화학물질로,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죽지 않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린다.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소방용 거품, 합성섬유, 전선 절연체 등에 널리 쓰이지만 인체에 축적되면 신장암·고환암·간 손상·호르몬 교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과불화화합물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최근 본지(https://www.ekn.kr/web/view.php?key=20251015023545829)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낙동강 수계 등 국내 수돗물에서 이 PFAS가 꾸준히 검출된다는 사실이다. 부산대 오정은 교수팀이 2021년 낙동강 유역 14개 정수장을 세 차례 조사한 결과, 시료의 77.8%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새 기준치(L당 4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를 초과했다. 강변여과수를 이용해도 농도는 낮아지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23년 전국 140개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PFAS의 일종인 PFOA 검출율이 82.9%, PFOS 검출율이 31.4%에 이르렀으며, 일부 정수장에서는 미국 기준치(4ng/L)의 두 배를 넘는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낙동강의 PFAS 오염이 상류 공단 폐수, 매립지 침출수, 미군 부대 지하수 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해외 연구 “암 위험 증가"… 국내 연구도 신경 발달 영향 확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올해 초 '노출 과학과 환경 역학(Journal of Exposure Science & Environmental Epidemi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돗물 내 PFAS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구강·인두암, 소화기계·호흡기계 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PA의 새 기준(4ng/L 이하)을 초과할 경우 매년 6,800건 이상의 암이 PFAS 노출로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PFAS의 태아 및 아동기 뇌 발달에 대한 영향도 우려된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임신부 혈액 속 PFAS 농도가 높을수록 아이의 뇌 신경회로 형성과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수돗물 정수과정에서 PFAS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윤호 교수는 “활성탄이나 이온교환수지로는 PFAS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며 “막여과 등 고비용 기술을 현실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장 정수장의 기술 여건을 반영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정수장 427곳으로 모니터링 확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기후부는 이번 전문가 포럼에서 PFAS 관리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현재 101곳인 대규모 정수장 모니터링을 전국 427곳으로 확대하고, ▶PFAS 분석 정밀도를 5ng/L에서 1ng/L 수준으로 향상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독성 참고값을 반영한 인체 위해성 평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부는 '상수도 과불화화합물 대응 기술개발' 연구개발사업을 2026년 예산안에 신규 편성(37억 원)하고, 2030년까지 총 384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멤브레인, 고효율 흡착소재, 전기화학·플라즈마 등 고도 정수처리 기술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럼이 단순히 수질 기준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내 먹는 물 안전체계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이 오염된 뒤 정수장에서 정수하려고 얘쓰기보다는 오염원을 추적해 배출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효정 기후부 물이용정책관은 “PFAS와 같은 유해물질을 사전 예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자체·학계·산업계가 과학적 협력 거버넌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정보와 기술개발 성과를 지속적으로 공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숨 쉬는 독성물질 BTEX, 한국도 사망 위험 높은 편”

대기 중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BTEX 노출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국제 연구를 통해 확인돼 오염을 줄이기 위한 각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BTEX는 벤젠(benzene), 톨루엔(toluene), 에틸벤젠(ethylbenzene), 자일렌(xylene) 등 네 가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의 혼합물을 말한다.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나 주유소 증발가스, 도시 난방연료, 산업용 용제 등이 배출원이다. 이와 관련 최근 '랜싯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 Health)' 저널을 통해 발표된 국제 공동연구는 “대기 중 BTEX 노출이 일일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처음 입증했다. 이 연구는 중국 푸단대,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등 46개국 757개 지역의 자료를 모은 다국가·다도시 연구(multi-country multi-city, MCC) 네트워크에서 수행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와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이환희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BETX를 '보이지 않는 호흡 독(毒)'이라고 지칭하면서, 대기오염 중에서도 아직 규제가 미비한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 62만 명 분석… 노출 3일 이내 사망률 '즉각 상승' 이 연구에서는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총 6238만 건의 사망 사례와 대기오염 자료, 기상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BTEX 농도가 하루 또는 이틀 전보다 IQR(사분위 범위)만큼 높을 때 전체 사망률이 0.57% 증가했다. 특히 호흡기 질환 사망률은 0.68%, 심혈관 사망률은 0.42% 늘었다. IQR(사분위 범위)만큼 높다는 말은 BTEX 농도가 하위 25% 수준에서 상위 25%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호흡기 사망 위험이 특히 높게 나타난 이유는 BTEX가 호흡기를 통해 직접 흡입되어 염증과 폐 기능 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역치(threshold)가 없었다'는 점이다. BTEX 농도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도 사망률이 선형적으로 증가했고, 오히려 저농도 구간에서 곡선의 기울기가 더 가팔랐다. 농도가 높아질수록 사망률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BTEX는 '어느 농도 이하에서는 안전하다'는 식으로 기준선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아직 BTEX에 대한 대기환경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유럽연합(EU)도 벤젠에 대해서만 연평균 m³당 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제한치를 두고 있고, 나머지 톨루엔 등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한국, 세계 평균보다 사망 위험 높아 이번 연구에는 한국의 도시(2001~2018년 자료)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 한국의 BTEX 평균 농도는 1.59ppb(ppb=10억분의 1)로, 글로벌 평균(1.86ppb)보다 다소 낮거나 비슷했다. 하지만, BTEX 농도가 IQR만큼 오를 때 전체 사망률은 0.77% 증가해 증가폭이 세계 평균(0.57%)보다 높았다. 개별 성분별로 보면, 벤젠은 0.71%이 증가했고, 톨루엔은 0.77%, 자일렌(에틸벤젠 포함) 0.73% 증가해서 모두 글로벌 평균을 웃돌았다. 사망률은 단순히 오염 농도뿐 아니라 도시 밀도와 교통량, 소득 불평등, 의료 접근성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결합해 인구의 건강 취약성을 높인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은 산업화된 교통 중심 국가이면서도 주유소·차고지·도로변 등 생활 근접지역의 BTEX 관리가 미흡해, 측정치로 보고된 농도보다 실제로 더 높은 농도에 노출돼 사망률이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인천, 울산, 여수 등 대도시와 산업도시에서는 국가 대기오염 측정망을 통해 BTEX 성분이 주기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EU처럼 국내에서는 벤젠에 대해서만 대기 환경기준치 (연평균 5㎍/m³)가 설정돼 있고, 나머지는 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학계는 “미세먼지·이산화질소처럼 BTEX도 대기질 관리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한다. ◇ “BTEX 줄이기 위한 정책 즉각 시행해야" BTEX는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조차 희미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기 노출만으로도 인체 내 염증 반응, 자율신경 교란,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장기 노출 시에는 백혈병, 신경계 손상, 불임, 간·신장 질환 등 심각한 독성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문 저자들은 BTEX 노출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우선 산업시설과 정유공장, 교통 부문에서 BTEX 배출 저감 설비 의무화하는 등 배출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청정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BTEX 함량 제한 표준을 도입하는 등 연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유소에서는 증기 회수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해서 연료 주입 시 증발되는 가스를 재포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심 및 공단 지역에 BTEX 감시망을 구축하고, 고농도 시기에는 건강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조치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BTEX는 미세먼지보다도 더 은밀하고 치명적인 생활 속 독성물질"이라며 “이제는 '숨 쉬는 독'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 감시체계와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테크] 콘크리트에 검댕 뿌리니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대변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건축 자재인 콘크리트가 이제는 전기를 저장하는 '슈퍼 배터리' 역할을 할 날도 머지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 전도성 탄소 콘크리트(ecˆ3, electron-conducting carbon concrete)' 기술은 건축물의 기둥, 벽, 슬래브 등 구조 요소 자체가 에너지 저장 장치 역할을 하도록 한 것으로, 건축과 에너지 시스템의 융합이라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발표된 이 기술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건축 환경에 적용가능한 확장성과 안정성을 입증, 청정에너지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잠재력을 보여줬다. ◇획기적인 기술: 구조적 강도와 에너지 저장을 동시에 ecˆ3는 기계적 강건함과 전기화학적 에너지 저장 능력을 결합한 다기능성 시멘트 기반 복합 재료다. 이 기술은 수퍼커패시터(supercapacitor) 원리를 이용하는데, 기존 콘크리트 혼합물에 나노-탄소검댕(nano-carbon black, nCB) 입자를 뿌려 전기가 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도 ecˆ3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수퍼커패시터의 에너지 밀도를 10배나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상업용 슈퍼커패시터에 사용되는 유기 전해질을 적용, 단일 셀에서 최대 2.7V의 고전압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의 수계 전해질 시스템보다 거의 7배 높은 에너지 밀도(최대 2207Wh/㎥)를 기록했다. 에너지 저장 능력의 핵심은 콘크리트 내부의 나노 탄소 네트워크 구조다. 핵심은 전도성 재료를 시멘트에 섞는 과정이다. 기본 바탕은 일반 포틀랜드 시멘트지만, 여기에 nCB를 약 13% 비율로 넣어 콘크리트 내부에 전도성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 미세한 탄소 입자들이 시멘트 매트릭스 전체에 분산되면서, 전기가 통하는 길이 생긴다. 또한 연구진은 전해질 침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주입(cast-in)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처럼 콘크리트를 굳힌 뒤 전해질에 담그는 대신, 염화칼륨(KCl) 용액을 혼합수에 미리 섞어 타설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전해질이 콘크리트 속 기공에 자연스럽게 퍼지며, 제조 시간도 단축된다. 마지막으로 모르타르(시멘트+모래)를 추가해 기계적 강도를 높였다. 모래는 전기화학적으로는 중립이지만 구조적 강성을 강화해, 실제 건축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용 슈퍼커패시터' 재료로 발전시킬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이 이 네트워크를 3차원 나노 규모로 시각화한 결과, nCB 입자는 섬유 모양의 프랙탈 구조(fractal-like structure)를 형성했다. 시멘트 매트릭스를 관통하고, 전해질이 침투할 수 있는 기공 공간 근처에 우선적으로 위치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기공 네트워크 인접성'은 이온-전자 결합 효율을 높여 강력한 에너지 저장 능력을 보장한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건물 벽, 다리, 도로 등 모든 구조물이 전기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조물에 내장된 '스마트' 기능과 안전성 문제 해결 이 기술은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미래 인프라의 중요한 요구 사항인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지만, 높은 비용, 안전 문제(화재 위험 등),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 그리고 리튬·코발트·니켈과 같은 희소 자원에 대한 의존성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ecˆ3는 풍부하고 저렴한 원자재(시멘트 및 탄소 검정)를 사용한다. 수퍼커패시터로서 급속 충방전 주기와 긴 사이클 수명이라는 장점도 제공한다. 연구팀은 중성 염 용액(염화칼륨, KCl) 외에도, 해안 지역 적용을 위한 해수와 유사한 염화나트륨(NaCl) 전해질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또한, 높은 pH를 유지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부식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수산화칼륨(KOH) 전해질도 호환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는 특정 부식 위험이 있는 환경에서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실제 하중을 지탱하는 아치형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이 아치 구조물은 하중을 지탱함과 동시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했다. 특이하게 이 아치에 기계적 하중(압축 하중)을 가했을 때 LED의 밝기가 변동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은 응력으로 인한 장치 내 접촉 저항 또는 전하 분포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구조적 수퍼커패시터가 잠재적으로 실시간 구조물의 건전성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고대 로마의 건축 혁신을 미래 기술로 ecˆ3 기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확장성이다. 연구팀은 전극 두께와 셀 개수에 따라 에너지 저장 용량이 선형적으로 비례하고, 예측 가능하게 확장된다는 것을 광범위한 실험 데이터로 검증했다. 연구팀은 전극 제작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해질을 미리 혼합수에 넣어 주조하는 '주입형 전해질(cast-in electrolyte)' 방법을 개발했다. 이는 두꺼운 모놀리식(monolithic) 전극을 제조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대규모 적용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서 모노리식 전극이란 콘크리트 자체가 전극 역할을 하게 만든 구조를 말한다. 금속 집전체나 별도 코팅층이 필요 없는, 콘크리트가 구조체이자 전극인 '일체형 전극 구조'인 셈이다. ecˆ3 기술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건축 혁신 중 하나였던 고대 로마의 건축 원리를 현대에 되살려냈다. 로마인들은 철근이나 강선을 사용하지 않고도, 돌과 콘크리트의 압축력만으로 거대한 건축물을 세웠다. 돔과 아치, 기둥 구조를 통해 재료가 가장 잘 버틸 수 있는 방향으로 하중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은 최소한의 재료로도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ecˆ3 기술 역시 이러한 원리를 현대 기술과 결합해, 재료의 효율성과 건축적 비전을 함께 구현하고 있다. 즉, 콘크리트의 물리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구조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ecˆ3는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원자재를 활용하여, 하중을 지탱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하는 다기능성 건축 자재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당신 발톱에 오염물질 노출 이력이 담겨 있다

사람의 발톱이나 동물의 비늘, 거북의 등딱지 속에는 우리가 살아온 환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케라틴(keratin) 조직이 수년, 수십 년에 걸친 환경오염 노출 이력을 기록하는 '생체 타임캡슐(bio-archive)'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조직을 초정밀 분석하면, 개인의 건강 위험을 평가하거나 지역별 오염을 장기적으로 감시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주사로 혈액을 채취하거나 피부를 절개하는 등 사람의 피부나 신체 내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생체 시료를 얻을 수 있는 '비침습적' 방법이다. ◇뱀 비늘: 도시 속 중금속 오염 지도 남아프리카 더반(Durban)에서 서식하는 뱀인 블랙맘바(Black mamba)는 도시 환경의 '살아 있는 오염계측기'로 주목받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워터스랜드 대학 연구진이 이 뱀의 배쪽 비늘(ventral scale)을 분석한 결과, 비소(As)·카드뮴(Cd)·납(Pb)·수은(Hg) 등 중금속이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비늘의 주성분인 케라틴은 중금속과 결합하는 힘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간이나 근육보다 비늘에서 중금속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뱀이 몸속 독성 물질을 비늘에 격리해 해독하는 일종의 생리적 메커니즘으로 추정된다. 도시 외곽의 녹지 지역에서 잡힌 뱀은 공업지대나 상업지대에서 잡힌 뱀보다 비소·납·카드뮴 농도가 확실히 낮았다. 즉, 뱀의 비늘만 분석해도 도시의 오염 패턴과 토지 이용 변화를 정밀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발톱: 라돈에 노출된 세월을 기록하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라돈(²²²Rn)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오랜 기간 머물렀던 집이나 직장에서 얼마나 라돈에 노출되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캐다다 캘거리대학 연구팀은 이 한계를 발톱 속 방사성 납(²¹⁰Pb) 으로 해결했다. 이달 초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라돈이 공기 중에서 붕괴하면 ²¹⁰Pb가 생성되고, 이 물질은 몸에 흡수되어 머리카락·손톱·발톱 등 케라틴 조직에 천천히 쌓인다. 연구팀은 동위원소 질량분석법(IDMS)을 이용해 발톱 속 ²¹⁰Pb와 안정 납(Pb)의 비율을 정밀 측정했다. 그 결과, 라돈 농도가 높은 환경(평균 ㎥당 354.9 Bq(베크렐, 방사능 측정 단위))에서 26년 이상 거주한 사람의 발톱에서는 낮은 노출 그룹(평균 28.4Bq/m³, 22년 노출)에 비해 ²¹⁰Pb/Pb 비율이 약 4배(397%)로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6년 전에 라돈 저감 조치를 취한 사람의 발톱에서도 여전히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즉, 발톱은 수년간의 라돈 노출 이력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었다. ◇거북 등딱지: 핵실험의 흔적을 품다 거북의 등딱지 역시 오염의 역사를 기록한다. 등딱지는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층이 해마다 덧붙으며 '나이테' 같은 성장 고리를 만든다. 각 고리를 분석하면 그 시기의 오염 상태를 연대별로 복원할 수 있다. 미국 태평양-북서부 국립 연구소와 뉴멕시코 대학 등 연구팀은 지난 2023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넥서스(Nexus)' 저널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연구팀은 핵무기 제조와 원자로 연료 생산이 이뤄졌던 지역의 거북 표본에서우라늄-235, 우라늄-236 등 인공 방사성 물질을 검출했다. 1940~50년대 핵실험이 집중됐던 마셜제도 에네웨탁 환초의 푸른바다거북 등딱지에는1978년(실험 종료 후 20년 뒤)에 채집된 표본에서도 여전히 인공 우라늄이 남아 있었다. 미국 오크리지 보호구역의 거북 등딱지에서는 1955~1962년 사이 핵물질 유출량에 따라우라늄 동위원소 비율이 연도별로 달라지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거북 등딱지의 성장 고리는 수십 년 전의 오염사건까지 추적할 수 있는 '환경 연대기' 역할을 한다. ◇개인 건강과 환경정책의 새 도구 발톱의 ²¹⁰Pb 분석 기술은 향후 비흡연자 폐암의 새로운 위험 평가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폐암 환자 5명 중 2명이 기존 검진 기준(흡연 이력 중심)에 해당하지 않는데, 이 기술이 라돈 노출 비흡연자까지 조기 검진 대상에 포함시키는 길을 열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나이·유전적 감수성에 맞춘 '맞춤형 라돈 저감 기준치'를 제시하는 데도 응용될 전망이다. 뱀 비늘 분석은 도시별·지역별 중금속 오염도를 정밀하게 파악해 환경정책 수립에 도움을 준다. 거북 등딱지 분석은 과거 핵실험은 물론 체르노빌(1986), 후쿠시마(2011) 같은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거북 등딱지 외에도 조개껍질, 산호, 선인장 가시, 상어의 눈 수정체, 물고기 이석(耳石), 새 깃털, 포유류 치아 등도 오염의 흔적을 남기는 잠재적 생체 지표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최근 자연사 박물관 등에 보관된 옛 표본을 분석해 과거의 오염 상태를 추적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리카락과 발톱, 비늘과 등딱지는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고, 그 속에는 우리가 숨쉬고 살아온 환경의 역사,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오염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고 말한다. 과학은 이제 버려지던 흔적으로부터 개인의 건강을 체크하고, 지구 환경의 변화까지 읽어내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온실가스 감축 앞당기면 건강· 경제 손실 크게 줄여”

지구 온도 상승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밀리는 이른바 '기후 오버슈팅(Overshooting)' 경로가 현실화하면 실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보건 및 경제적 피해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완화 정책을 시급히 추진하고 엄격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바스크 기후변화센터와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제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온도 목표 초과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 추정'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온도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한계선(저지선)을 말하는데, 온도 목표 초과는 이 기후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밀리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왕 온실가스를 줄일 것이라면 앞당겨 서둘러 줄인다면, 지구온난화도 예방하면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과 경제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실외 대기오염은 전 세계 공중 보건에 가장 큰 환경 위험 요소로 꼽힌다면서 2021년에만 세계적으로 470만 명 이상이 대기오염 탓에 조기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기오염은 인명 손실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완화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O3) 같은 유해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공동편익(cobenefits,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저지선 초과 달성의 함정: 대기 오염 피해 증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AR6)에서 제시된 시나리오 중에는 '초과 달성(EoC)' 궤적, 즉 기후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밀려나는 오버슈팅 궤적이 포함돼 있다. 지구 온도가 설정된 한계를 일시적으로 초과한 후 21세기 후반에 '넷네거티브 배출(net-negative emissions)'을 통해 한계 안으로 기온이 낮아져 안정화되는 시나리오다. 이 EoC 경로는 종종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연시키고, 예방보다는 사후처리인 탄소 제거(CDR) 기술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기후 관련 위험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1.5°C 목표치 초과를 피하도록 설계된 '넷제로(NZ) 경로'는 CO2 배출량을 넷제로로 조기에 감축하고, 이를 통해 온도 상승을 최대한 막는 시나리오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오버슈팅을 피하는 것이 기후 완화 노력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초기에 (특히 2030년에) 훨씬 더 큰 대기오염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NZ 경로는 EoC 경로에 비해 일관되게 더 낮은 조기사망 예측치를 제시한다. ◇엄격한 넷제로 정책, 막대한 편익으로 돌아와 오버슈팅을 피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2°C 미만으로 유지하는 엄격한 기후 정책(NZ)은 막대한 보건 및 경제적 공동 혜택을 제공한다. 우선, NZ 경로를 따를 경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만70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Z 정책은 또한 모든 지역에서 극도로 높은 조기 사망이 나타날 가능성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혜택도 크다. 2030년까지 총 2조2690억 달러(2020년 기준, 약 3267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EoC에 비해 NZ 정책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모든 지역에서 일관되게 더 많은 공동 편익을 얻게 된다. ◇중국,인도가 가장 큰 혜택 예상 특히, 중국과 인도는 이러한 비(非)오버슈팅 기후 정책으로부터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NZ 경로를 따를 경우, 중국은 8만4000명, 인도는 7만3000명의 대기 오염 관련 조기 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2030년에 8490억 달러에서 1조770억 달러에 이르는 가장 큰 경제적 공동 편익(중앙값 9220억 달러)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중국과 인도가 현재 전 세계 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대기 오염으로 인한 가장 높은 보건 부담을 겪고 있다"면서 파리 기후 협정 제6조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재정 및 기술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들 지역의 탈탄소화와 대기질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리협정 제6.2조는 국가 간 감축량 이전을, 제6.4조는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을, 제6.8조는 비시장적 접근으로 거래가 아닌 정책·기술 협력·재정 지원 형태의 감축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앞당기는 비오버슈팅 시나리오가 가까운 미래(2030년)와 세기 중반(2050년)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입증했다"면서 “이러한 전략은 기후 변화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을 개선하고 경제적 번영도 증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생분해성 플라스틱, ‘환경 구원투수’인가 ‘또 다른 재앙’인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s, BP)이 급부상하고 있다. BP는 보통 미생물 활동을 통해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물(H₂O), 바이오매스로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제조사와 많은 소비자는 BP가 기존 플라스틱의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해 줄 '녹색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에 따라 음식물 포장재나 일회용품, 농업용 멀칭 필름 등 환경 유출 위험이 높은 분야에서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BP가 과연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과학계의 비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발표된 관련 연구를 종합하면, BP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특히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나노플라스틱(MNPs) 문제, 독성물질 배출,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 관리의 어려움 등 여러 면에서 심각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분해(biodegradable)'라는 함정 BP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제품에 '생분해성'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으면 어떤 환경에서든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오해는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의 과도한 소비를 장려하고, '생분해성'이라고 표시된 제품을 무단으로 투기하는 행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생분해가 일어나려면 환경 조건이 맞아야 한다. 생분해는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세균·곰팡이 등)의 효소 작용을 통해 고분자가 분해되는 생물학적 과정이다. 생분해 속도는 산소 함량, 주변 온도, 산성도(pH), 수분 함량, 미생물의 종류와 풍부도, 고분자 특성(결정성·분자량)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대표적인 BP인 폴리젖산(polylactic acid, PLA)의 분해는 산업 퇴비화 시설의 조건(높은 온도, 높은 습도, 충분한 산소)을 전제로 한다. 환경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온도에서는 토양에 버려질 경우 분해가 되지 않아 토양을 오염시킨다. 반면,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olyhydroxyalkanoates, PHA)와 전분 블렌드(starch blends)는 산업 퇴비화 조건에서는 물론 토양이나 해양 환경 등 다양한 환경에서 분해 가능성을 보인다. 그렇지만 PHA나 전분 블렌드조차도 해양 환경에서는 분해가 느리거나 제한적일 수 있다. 실제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해양 환경에서의 분해율(중앙값)은 전분 블렌드가 43%, PHA가 9.0%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PHA는 토양 환경에서 분해 잠재력(중앙값 38%)을 보였으나, 해양 환경에서는 낮은 온도와 낮은 용존산소 농도로 인해 분해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파항대학의 타오픽 모스후드 교수 연구팀은 2022년 '녹색 및 지속가능 화학 분야 최신 연구(Current Research in Green and Sustainable Chemistr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부분의 BP는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되며, 자연 상태에서는 수십 년간 잔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에 섞여 들어간다면 BP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재활용 시스템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생분해성 물질이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에 섞여 들어가면, 재활용된 물질의 특성이 바뀌어 제품 불량을 초래할 수 있다. PLA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 재활용 공정에 섞여 들어가더라도 재활용된 PET의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PLA 오염 수준이 0.1% 미만이어야 한다. 폴리프로필렌(PP) 재활용에서는 5%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BP는 재활용될 수 있지만, 기존 플라스틱과는 별도의 흐름으로 분리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에는 BP를 기존 플라스틱과 분리해 수거할 수 있는 전용 인프라가 미흡하다. 이로 인해 BP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 또는 소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P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및 퇴비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품 회수 및 재활용에 대한 생산자 책임제도(EPR)를 도입하는 정책적 책임이 필수적이다. ◇분해돼도 문제: 미세 플라스틱 및 독성 물질 배출 BP가 기존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덜 유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성물이 생태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BP는 특정 환경에서 기존 플라스틱보다 더 빠르게 쪼개져서 미세 플라스틱(MNPs)과 나노 플라스틱(NPs)을 생성한다. 중국 칭화대와 시안교통대 연구팀은 2020년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자외선이 내리쬐는 담수 및 해수 환경에서 생분해성인 폴리부틸렌 아디페이트 테레프탈레이트(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PBAT)의 미세·나노플라스틱 생성률이 비(非)생분해성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보다 2.6배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노화(aging) 과정에서 표면 균열과 구멍이 생겨 더 빨리 붕괴하기 때문이다. 생분해성 미세·나노 플라스틱은 기존 미세·나노 플라스틱과 유사하거나 더 큰 독성을 나타내고, 생태계에 축적될 가능성도 있다. PLA 및 PBS(polybutylene succinate)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조류 일종인 클로렐라(Chlorella vulgaris)의 성장을 억제했는데, 성장 억제 효과가 기존 폴리에틸렌(PE) 및 폴리아미드(PA, 나일론)와 비슷했다(PLA는 48%, PE 는 47%). PLA 미세플라스틱은 에쁜꼬마선충(C. elegans)의 번식 능력을 감소시키고 DNA 및 생식선 발달에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노화된 BP는 표면에 산소(O)를 함유한 작용기가 늘어나게 돼 기존 플라스틱보다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능력이 더 높을 수도 있다. 생분해성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유해물질을 생물체로 운반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PLA 미세 플라스틱은 구리·납 이온을 흡착해 메기 조직에 축적됐고, 성장 억제와 면역 억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BP의 또 다른 위협은 단량체(monomers)와 올리고머(oligomers, 2~40개의 단량체가 붙어 있는 형태)다. BP는 분해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분해 중간 생성물을 환경에 고농도로 방출할 수 있다. 올리고머와 단량체는 분자량이 작아 세포막을 더 쉽게 통과해 조직과 장기로 이동할 수 있다. PCL가 분해된 올리고머는 담수 미생물과 해양 조류·포유류 세포에 대해 PCL 입자 자체보다 더 큰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됐다. BP도 기존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기능성 향상을 위해 안정제·가소제·색소 등첨가제를 사용한다. 첨가제가 환경에 용출되면 유해성을 유발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과 폐기물 처리의 딜레마 BP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 즉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CF)은 원료 조달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로 파악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에서 유래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예: PLA)은 원료 조달 단계에서 CO₂를 흡수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이는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PE, PP)이 원료 단계에서 탄소 흡수가 없는 것과 대비된다. 생산 단계는 일반적으로 모든 플라스틱 제품의 전 과정(life cycle) 중 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과정이다. PLA와 같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모노머 생산과 중합 공정에 천연가스·전기 등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PBAT는 부분적으로 석유 기반 원료를 사용하고 생산 공정이 복잡해 탄소 배출량이 높은 편이다. 어쨌든 생산단계까지 PLA 제품의 총 탄소 배출량은 PP 플라스틱 제품보다 61.43%~73.75% 낮아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폐기 단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바로 온실효과가 큰 메탄(CH₄) 배출 가능성이다. 매립지(landfill) 땅속에서 산소가 없는 혐기성 조건에서 분해될 때 메탄이 발생하는데, 메탄은 CO₂보다 지구 온난화 지수(GWP)가 20배가 넘는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매립될 경우, 기존 플라스틱보다 더 심각한 기후 변화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업용 멀칭 필름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주요 응용 분야 중 하나다. LCA 기반 연구에 따르면, 생분해성 멀칭 필름은 기존 플라스틱 멀칭 필름보다 탄소 발자국이 낮다. 이는 생분해 멀칭 필름의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 소비가 적고, 폐기 때 수거할 필요가 없어 인력 투입 비용과 관련한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용 필름 사용이 늘면 그 자체가 토양 환경을 변화시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킨다. 필름 멀칭 처리는 토양의 온도와 수분을 높여 미생물 활동을 촉진하고, 이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 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물론 생분해성 멀칭 필름은 기존 플라스틱 필름보다 N₂O 배출량을 낮출 수 있지만, 필름을 남용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비싼 가격도 장벽으로 작용 BP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높은 생산 비용이다. 현재 BP의 가격은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의 3~10배에 이르고 이로 인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원료 혁신, 생산 공정 최적화 및 생산 규모 확대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BP는 불투명한 관리 시스템과 환경적 한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보의 투명성, 표준화된 테스트 방법론의 확립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연구가 표준화된 테스트 방법(standard test method)을 따르지 않거나, 동일한 환경(예: 퇴비화)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표준을 사용하고 있어 결과의 비교 가능성이 떨어진다. 또, 대부분의 BP의 분해도 테스트는 실험실 조건에서 최적화된 조건으로 진행되고, 실제 환경 조건(field conditions)에서 이뤄지는 테스트는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순수 고분자 상태로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아, 첨가제까지 포함된 실제 최종 소비자 제품의 분해도를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분해 연구는 반드시 생태독성 연구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BP도 마찬가지다.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나노 플라스틱, 올리고머와 단량체 등 분해 중간 생성물의 독성을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근본 해결책으로 기대하긴 어려워 BP가 기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PLA와 PHA와 같은 제품은 환경 오염을 줄이고 에너지를 회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BP가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고, 기존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BP의 도입이 마치 환경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처럼 오인되고, 무단 투기 행위를 장려하는 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생분해성 제품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부적절하게 폐기된다면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명확한 라벨링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소비자가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고, 사용한 플라스틱을 올바르게 폐기하도록 행동 변화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결국, BP는 문제 해결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BP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소재 개발과 함께 폐기물 분류 기술에 대한 투자, BP와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 폐기물 처리 시설의 확충,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의 환경적 책임 의식 향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알래스카 덮친 태풍 ‘할롱’의 경고: “눈앞에 닥친 기후 위기”

태평양 괌 북쪽에서 발생한 제22호 태풍 '하롱(Halong)'이 멀리 알래스카까지 진출해 큰 피해를 남겼다. 태풍이, 그것도 10월 중순에 알래스카까지 진출해 피해를 낸 사례가 과거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기후 변화의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1~12일 (현지시간) 알래스카 유콘-쿠스코크윔 삼각주 지역에 최대 풍속이 시속 161㎞(초속 45m)에 이르는 태풍이 밀어닥쳤다. 특히 해안 마을인 킵눅과 크위길링옥이 직격탄을 맞았다. 초기 피해 조사에 따르면, 킵눅에서는 구조물 90%가 파괴되거나 거주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고, 크위길링옥에서도 주택 3분의 1 이상이 파괴됐다. 이 재난으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고, 1500~2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군용기를 통해 앵커리지와 벳헬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방 재난 지역 선포를 요청했고, 피해가 워낙 막심하여 많은 이재민이 최소 18개월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던리비 주지사는 특히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피해 지역의 일부 공동체는 혹독한 북극 기후 속에서 겨울철 거주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대성 저기압 변질 후에도 세력 유지: 이례적 현상 알래스카 도달 시점에 '할롱'은 이미 '전(前)태풍(ex-typhoon)', 즉 열대성 특성을 잃은 온대저기압이었지만, 중심 부근 풍속은 여전히 허리케인 2등급 수준(시속 약 160km, 초속 45m)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롱'은 원래 북서태평양(경도 100°E~180°E) 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태풍이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하롱은 지난 5일 오전 3시 괌 북쪽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했다. 발생 당시에는 초속 18m였는데, 서진 후 북진을 계속했다. '하롱'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남쪽 해상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당시에는 최대풍속이 초속 45m에 이를 정도로 매우 강한 태풍이었다. 기상청은 10일 오후 3시에 태풍 '할롱'이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이후 '하롱'은 북태평양의 따뜻한 해수면 위를 지나며 에너지를 흡수한 뒤, 제트기류를 타고 북동쪽으로 치달았다. 이동 경로는 일본 동쪽 → 알류샨 열도 → 베링해 → 알래스카 서부 해안이었다. 기상학적으로 태풍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은 구조적 변화(열대성 온난핵을 잃고 전선을 동반)를 의미할 뿐, 반드시 세력이 약해졌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하롱의 잔해는 알래스카에 허리케인 2등급 수준의 강풍을 동반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온대 저기압은 북위 30°부터 60° 사이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이름에 온대가 붙는다. 처음부터 중위도에서 형성됐다면 중위도 저기압, 열대 저기압이 중위도로 진입하여 생겨났다면 잔존 저기압이라고 부른다. 알래스카대학 기상학자 릭 토먼은 “이러한 현상이 이례적이지만,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022년 알래스카를 강타했던 태풍 '메르복(Merbok)' 역시 온대저기압으로 전환된 상태에서 강력한 강풍을 유지한 바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 따뜻한 바다가 폭풍을 키웠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폭풍은 해수면 온도 상승 등 기후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북극권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이라는 것이다. 이번 폭풍이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며 북쪽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북태평양의 비정상적인 해수면 온도 상승이다. 하롱이 알류샨 열도에 도달하기 전 통과한 북태평양 대부분 해역의 수온은 평년보다 훨씬 따뜻했으며, 이 따뜻한 바닷물이 폭풍에 에너지를 공급했다. 실제로 태풍이 지나간 후 알류샨 열도 동쪽의 우날래스카에서는 10월 사상 최고 기온인 20℃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폭풍은 기후변화의 또 다른 결과인 해빙 감소와 해수면 상승, 연안 침식 등과 결합하면서 피해를 증폭시킨다고 설명한다. 특히 피해 지역인 서부 알래스카의 지반은 매우 평탄한데, 영구동토층이 녹아 지반이 침하하고 있어, 폭풍 해일에 더욱 취약한 상태였다. 한편, 태풍이 세력을 유지한 채 북위 60도 알래스카까지 북상했다는 것은 한반도에도 '경고'가 될 수 있다. 최근 해수온도가 크게 상승한 상태여서 슈퍼태풍이 북위 35도인 한반도 남해안까지 세력을 잃지 않고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다행스럽게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가을까지 강하게 유지되면서 한반도로 접근한 태풍은 하나도 없었다. ◇예보의 한계와 관측 데이터 부족 문제 제기 이번 재난을 겪으며 기상 예보 및 대비 대응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기상 예보 모델은 폭풍이 베링해 진입하는 경로는 비교적 잘 예측했으나, 알래스카에 접근한 이후에는 예측이 빗나갔다. 태풍 이동이 빨라지고 매우 이례적인 경로로 바뀐 탓이었다. '하롱'의 최종 경로와 강도는 알래스카 해역을 가로지르기 불과 36시간 전까지도 명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많은 지역에서 대피할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상공 기상관측용 풍선 발사 횟수가 줄어드는 등 알래스카 서부와 원격지에서의 기상 관측 데이터 부족 문제가 제기됐다. 예를 들어, 베링해의 세인트 폴 섬에서는 8월 말 이후, 코체부에서는 2월 이후 상공 관측이 없었고, 폭풍이 접근하던 시기 노움에서는 이틀 동안 기상 관측 풍선이 없었다. 이러한 데이터 부족은 수치 모델 예측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특히 열대성에서 온대성으로 전환되는 복잡한 과정에서 예측 오차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던리비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초기 2500만 달러의 연방 지원금을 할당했으나, 2022년 메르복 피해액(2,800만 달러)을 고려할 때, 이번 복구 비용은 이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주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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