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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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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는 히말라야…네팔 대홍수는 ‘예고된 재앙’

지난 26일 오전 8시 37분쯤(현지 시간) 네팔과 중국 티베트 국경 부근에서 엄청난 양의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내리는 사태(ice-rock avalanche)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지진이 산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분석 결과, 지진이 아니었다. 거대한 빙하·암석 덩어리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진동이 규모 5.2에 해당하는 지진파처럼 관측된 것이었다. 위성 분석에 따르면 해발 약 5200m에서 빙하 하단부 약 0.2㎢가 떨어져 나와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추락했다. 떨어진 얼음과 암석은 엄청난 양의 토사를 끌어안으면서 거대한 토석류(土石流, 흙과 돌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현상)로 변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빙하와 암석이 렌데 콜라 계곡을 막아 일종의 자연댐을 만들었고, 이 임시적인 물막이가 버티지 못하고 터지면서 한꺼번에 물과 토사가 하류로 쏟아졌다. 즉, '빙하 붕괴 → 얼음·암석 사태 → 계곡 막힘 → 임시 호수 형성 → 자연댐 붕괴 → 돌발홍수 → 토석류 증폭'이라는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이 물은 렌데 콜라에서 보테코시 강으로, 다시 트리슐리 강으로 흘러내렸다. 트리슐리강은 네팔 중부의 핵심 수계로, 나라야니강을 거쳐 인도로 흘러간다. ◇사망 600명 넘어…한국인 9명 실종 피해는 네팔과 중국 티베트에 걸쳐 발생했다. 네팔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네팔·중국 양국에서 집계된 전체 사망자 수는 600명을 넘어섰고, 실종자는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는 19개의 교량과 40㎞의 도로가 유실됐고, 수력발전소 등 전력 인프라도 피해를 입었다. 한국도 이번 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네팔 라수와 지역의 216MW 규모의 어퍼 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가운데 9명이 연락 두절됐다. 이 가운데 6명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3명은 한국남동발전 직원이다. 고립됐던 한국인 10명은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한국 정부는 27일 외교부·경찰·소방으로 구성된 11명의 긴급대응팀을 네팔로 파견했다. ◇사고 원인은 '빙하호 붕괴'가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빙하호 붕괴 홍수(Glacial Lake Outburst Flood·GLOF)라고 하지만, GLOF로 단순하게 규정해서는 안 된다. GLOF는 빙하가 후퇴하면서(혹은 녹아내리면서) 만들어진 빙하호의 물이 빙퇴석 제방이나 얼음 제방의 붕괴로 한꺼번에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반면, 이번 네팔 재난은 그보다는 빙하 자체의 붕괴와 빙하·암석 사태가 강을 막았다가 다시 터뜨린 사건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이점에 주목한다. 빙하호는 위성으로 호수의 면적과 수위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지만, 수천m 높이의 산 정상부에 매달려 있는 불안정한 빙하가 언제 떨어질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의 지형학자 볼프강 슈방하르트 교수는 이번 사고 경로 상류에 대규모 빙하호가 없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GLOF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을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빙하·암석 사태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기후변화와 무관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번 사고가 기후변화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제방 붕괴가 아닌 빙하 자체의 무너짐이 '직접적인 원인(trigger)'이지만, 이런 위험을 키운 '장기적인 배경(background)'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자들은 히말라야가 급격하게 따뜻해지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가 2023년 발표한 '힌두쿠시 히말라야의 물과 얼음, 사회, 생태계' (HI-WISE) 보고서는 힌두쿠시-히말라야 빙하가 2011~2020년 10년 동안 이전 10년에 비해 65% 더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암반과 사면을 붙잡아주던 힘이 약해지고, 눈·얼음·암석이 불안정해진다.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npj 자연재해(Natural Hazards)'에 발표된 인도 연구진의 연구는 히말라야의 온난화와 기후변동성 탓에 '매달린 빙하'의 기하학적·역학적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달린 빙하는 산의 급경사면이나 절벽에 매달린 채 계곡 바닥까지 이어지지 않는 빙하로, 붕괴할 경우 얼음과 암석이 한꺼번에 아래로 쏟아져 큰 산사태나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위험은 단순한 GLOF만이 아니다. △빙하호 제방 붕괴 △빙하 붕괴 △암반 붕괴 △산사태 △토석류 △폭우와 홍수가 결합하는 복합재난이 된다. 이번 네팔 사고가 바로 그런 미래의 한 단면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는 있었다 이번 사고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나름 대비는 했지만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7월 5일 중국 티베트 쪽 보테코시 상류의 작은 공바통샤 빙하호가 붕괴했다. 당시 호수 자체는 작았다. 하지만 물이 계곡에 쌓여 있던 토사를 엄청난 양으로 끌어안으면서 작은 GLOF가 거대한 토석류로 변했다. 미국 데이턴대 연구팀은 2022년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서 당시 사고 때 홍수파가 보테코시 계곡의 기존 토사를 끌어들이면서 최대 유량이 초당 약 618~4123㎥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히말라야에서는 작은 빙하호나 빙하 붕괴도 계곡에 쌓인 토사를 만나면 엄청난 규모의 홍수·토석류로 증폭될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2021년 2월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차몰리에서는 빙하·암석 붕괴가 리시강가 계곡으로 쏟아지면서 거대한 홍수와 토석류가 발생했다. 수력발전 시설이 파괴되고 2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더 충격적인 사례는 2023년 10월 인도 시킴주 사우스로낙 빙하호 붕괴다. 약 5000만㎥의 물이 쏟아지면서 60㎞ 하류의 1200MW 티스타 III 댐이 사실상 파괴됐다. 사우스로낙 호수의 붕괴 가능성과 예상 피해는 이미 2019년과 2021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제시됐지만 재난을 막지 못했다. ◇빙하가 녹으면 결국 물 부족으로 이어져 ICIMOD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가 계속될 경우 2100년까지 지금의 힌두쿠시 히말라야 빙하 부피의 최대 80%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 공급량은 세기 중반을 전후해 정점에 이른 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빙하는 겨울에 저장한 눈을 얼음으로 보관했다가 여름과 건기에 조금씩 물로 공급하는 거대한 자연 저수지다. 따라서 빙하가 감소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녹은 물 때문에 하천 유량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빙하가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더 이상 저장할 얼음 자체가 부족해진다. 이는 네팔만의 문제가 아니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하는 인더스·갠지스·브라마푸트라 등은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네팔·부탄·중국 등 아시아 수억 명의 농업과 생활용수, 수력발전에 직결된다. 오스트리아 등 국제연구팀은 2021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아시아 고산지대 빙하가 약 2억5000만 명의 물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빙하 감소로 인한 물 부족을 우려했다. ◇댐과 발전소 건설이 더 큰 재앙 불러 여기에서 '개발'이라는 또 하나의 문제가 등장한다. 네팔은 세계적인 수력발전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험준한 산악지형과 큰 낙차, 풍부한 강수량 때문에 수력발전은 네팔 경제개발의 핵심 전략이다. 세계은행(WB)도 2025년 네팔 국가경제보고서에서 수력발전이 네팔의 장기 경제성장을 이끌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남동발전이 참여한 어퍼 트리슐리-1은 216MW 규모의 수로식 발전소다. 대규모 저수지를 만들지 않고 강의 자연적인 물 흐름과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네팔의 개발 계획이 강 전체로 통합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발전소 하나씩만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데 있다. 히말라야에서는 한 계곡에 발전소를 하나 짓는 데 그치지 않고 '계단식 개발(cascade development)'도 진행된다. 상류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하류 발전소가 다시 충격을 받고, 하류의 도로·교량·송전망·마을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 기업은 왜 그곳에 갔나 한국남동발전은 이번에 사고가 난 어퍼 트리슐리-1 발전소 건설에서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고, 국제금융공사(IFC)도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설계·조달·시공(EPC)를 담당했다. IFC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당시 네팔 최대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 가운데 하나였고, 네팔의 전력 공급을 크게 늘리는 사업으로 추진됐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역시 이 사업에 참여한 이유를 한국 기업의 해외 수주 지원 및 해외 인프라 개발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향후 국내 기업이 인도·방글라데시 등에 진출할 가능성을 연다는 의미도 있었다. 실제로 IFC는 2019년 이 트리슐리-1 사업에 4억5300만 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를 지원하면서 네팔의 전력 공급을 크게 늘리고 최대 900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경보할 시간이 없었다" 네팔 당국은 홍수 정보를 사고 발생 후 확보했고 하류에 경보를 보냈다. 하지만 홍수가 너무 빨랐다. 네팔 현지 언론은 홍수예측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고 정보가 오전 8시 56분에 도착했고 4분 뒤 하류 지역에 경보를 전달했지만, 그때는 이미 홍수가 라수와 지역에 도달한 상황이었다고 보도했다. 상류의 자동 수위관측소 상당수는 경보를 보내기도 전에 홍수에 휩쓸려 사라졌다. 이것이 이번 사고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조기경보 시스템이 없었다기보다 극단적인 산악재난을 감당할 만큼의 '리드 타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5년 발표된 한 논문에서도 “보테코시 유역의 기존 경보체계가 실제 재난 상황에서 확보할 수 있는 대피 시간이 매우 짧다"며 정확히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히말라야에서는 단순히 사이렌을 설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재난이 발생한 뒤 경보하는 시스템"에서 “재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가격에 넣는 개발'이 필요하다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네팔에서 수력발전을 모두 중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력발전은 네팔의 경제개발과 에너지 안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강에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가?"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신 “2100년의 기후와 빙하 조건에서도 이 발전소가 안전한가?"하고 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빙하·빙하호·영구동토층을 포함한 '유역 단위' 위험평가 △GLOF만 보지 말고 '빙하 붕괴'를 별도 재난으로 관리 △광학위성에만 의존하지 않는 상시 관측 △발전소 훨씬 상류까지 감시 △국가를 넘어선 초국경 위험관리 △수력발전 투자에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도입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이번 네팔 사고는 한 번의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 히말라야가 앞으로 맞닥뜨릴 '새로운 재난의 표준형'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국 기업과 공공기관이 해외에서 수력발전·도로·철도·광산·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제 “사업성이 있는가"와 함께 “기후변화 이후에도 안전한가"를 묻는 것이 해외 인프라 사업의 새로운 기본 조건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서울 투수블록 60%, 3년만에 막혀…교체보다는 세척이 답

지난 2022년 8월 서울 동작구에는 시간당 약 14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이날 내린 비로 서울 곳곳의 도로와 지하철역, 주택이 물에 잠겼다.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발달장애인 여성과 가족 두 명이 침수로 목숨을 잃었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도심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불투수면적 비율, 즉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구역의 비율은 1960년 7.8%에서 2020년 50.1%로 급증했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공간이 줄어들면서 도시 침수 위험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이에 대응해 2015년 '물순환 회복 및 저영향개발 기본 조례'를 제정했고, 투수 블록 등 빗물 침투 시설을 확대해왔다. 도시 침수도 막고, 지하수를 함양해 하천이 마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장기 추적조사 결과, 설치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수 기능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수블록의 공극(구멍)이 먼지와 토사 등으로 막히기 때문이다. ◇38개월 만에 61.5%가 최하 등급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김리호 박사 연구팀은 서울 투수 포장의 장기 성능을 조사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워터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Water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 시내 보도 13곳을 대상으로 2018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38개월간 정해진 시험방법(KS F 2394)에 따라 투수 성능을 측정했다. 설치 초기에는 대부분의 지점에서 1~2등급의 높은 투수 성능을 보였지만, 38개월 후에는 13곳 가운데 8곳(61.5%)이 최하 등급인 5등급으로 떨어졌다. 5등급은 투수계수가 초당 0.05㎜ 미만으로, 서울시 보도 건설 매뉴얼의 최소 권장 기준인 3등급(0.10㎜/초 이상)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빗물을 땅속으로 침투시키기 위해 설치한 투수블록 상당수가 3년여 만에 사실상 제 기능을 잃은 셈이다. 핵심 원인은 '공극 막힘'이었다. 투수블록은 내부의 미세한 공극을 통해 빗물을 지하로 흘려보낸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먼지와 토사, 각종 퇴적물이 공극을 막는 '막힘(clogging)' 현상이 발생한다. 서울연구원이 설치 1년 미만의 투수블록 30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상당수가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노후화뿐 아니라 자재 품질, 시공 과정, 주변 토사 유입, 초기 관리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답은 '교체'보다 주기적인 세척 문제는 현행 제도가 설치 이후의 성능 관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투수 성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장 측정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태면적률 역시 준공 이후 실제 기능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도 최근 지자체 개발사업 감사에서 생태면적률 이행 및 사후관리 부실에 주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면적률은 개발로 훼손된 자연의 물순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일정 면적을 자연녹지나 투수성 포장 등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투수블록은 이러한 생태면적률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다. 투수블록의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공극이 완전히 막히기 전에 퇴적물을 제거해야 한다. 연구팀은 고압 살수(pressure washing)​를 통해 막힌 공극을 청소하면 투수 성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특히 투수 성능이 2등급 수준인 0.50㎜/초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정기적인 고압 살수를 실시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능 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최소 권장 기준을 기존 3등급(0.10㎜/초 이상)에서 2등급(0.50㎜/초 이상)​으로 높이고, 1.50㎜/초 이상을 '0등급'으로 신설해 고성능 제품 개발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설치했나'보다 '작동하나'가 중요 투수블록을 많이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도시 홍수를 막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설치 이후에도 실제 투수 기능이 유지되는가다. 물론 투수블록만으로 극한호우를 막을 수는 없다. 빗물정원, 침투도랑, 저류시설, 녹지 등 다양한 저영향개발 시설과 함께 도시 전체의 물순환을 회복해야 한다. 연구팀은 “앞으로는 투수블록의 설치 위치와 시기, 제품 성능, 정기 측정 결과, 세척·보수 이력 등을 관리하고, 일정 기준 이하로 성능이 떨어지면 의무적으로 세척·보수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네팔 홍수로 남동발전·두산 직원 등 한국인 8명 연락두절…10명 고립

네팔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서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던 한국인 8명이 연락두절되고, 다른 한국인 10명은 현지에서 고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있는 네팔 중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19명이 숨지고 외국인 291명과 네팔인 93명을 포함한 여행객 384명이 실종됐다고 네팔 경찰과 관광청이 밝혔다. 네팔 정부는 육군과 경찰 등으로 구조팀을 구성해 피해 지역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외교부도 이날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수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직원 8명과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다른 한국인 직원 10명은 현지에서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으며, 네팔 정부는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헬기를 투입했다. 주네팔 한국대사관은 사건을 인지한 직후 네팔 정부에 한국인 8명의 연락두절 사실을 통보하고 신속하고 적극적인 수색·구조를 요청했다. 동시에 영사를 현장에 파견했다. 정부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교부·소방청·경찰청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신속대응팀도 현지에 파견할 예정이다. 사고 소식을 접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정연인 대표이사를 포함한 현장대응팀도 27일 현지에 급파할 예정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해외 사업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는 한편, 매뉴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홍수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 북쪽의 라수와 지역을 비롯한 네팔-중국 국경 일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와 급격한 물살로 마을과 도로, 교량, 전력시설 등이 피해를 입었으며 구조 헬기가 투입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수위가 높아 착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홍수인한 피해 규모와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네팔 당국은 하천 주변 주민들에게 고지대로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전력시설 피해도 발생했다. 네팔 에너지부에 따르면 약 430MW의 전력 공급 능력이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네팔 전체 수력발전 설비용량 3.2GW의 12%를 넘는 규모다. 이번 피해가 발생한 보테 코시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네팔의 트리슐리강으로 흘러든다. 지난해에도 이 일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9명이 숨지고 24명이 실종됐으며, 네팔과 중국을 연결하는 '우정의 다리'가 유실돼 교통과 무역이 수개월간 차질을 빚었다. 당시 홍수는 티베트에서 빙하호가 붕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 소속 기후 전문가들은 이날 돌발 홍수가 빙하에서 발생한 눈사태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재 네팔과 중국 당국은 양국 국경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팔 정부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하천 주변 저지대 주민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모유에서 검출된 ‘영원한 화학물질’ PFAS, 엄마에서 아기로 넘어간다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한국 여성의 모유에서 검출됐다. PFAS가 포함된 모유를 먹는 영아의 경우 체내에서 PFAS가 검출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PFAS 중에서 과거 사용이 제한된 것은 줄어드는 대신 일부 대체물질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PFAS 오염이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로 확인됐다. PFAS는 이제 환경 속에만 존재하는 오염물질이 아니라 '인체 내부의 오염물질'​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 모유 425개 시료에서 확인된 PFAS 경희대 간호과학대학의 김주희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 221명, 2023년 204명 등 모두 425명의 한국 산모로부터 모유를 채취, 5종의 PFAS를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모유에서 분석한 PFAS는 △PFDeA(과불화데칸산) △PFHxS(과불화헥산술폰산) △PFNA(과불화노난산) △PFOA(과불화옥탄산) △PFOS(과불화옥탄술폰산)이다. 2018년과 2023년의 분석 결과를 비교했을 때 PFHxS는 66.7% 감소했지만 PFNA는 161.5%, PFDeA는 135.1% 증가​했다. 반면 대표적인 PFAS인 PFOA와 PFOS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즉, 오래된 PFAS를 규제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하나의 PFAS를 줄이면 다른 PFAS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대체(substitution)'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바람직하지 않는 대체'라고 표현했다. ◇모유 속 PFAS가 문제가 되는 이유 PFAS는 일반적인 환경오염물질과 조금 다르다. 탄소와 불소가 강하게 결합한 구조를 갖고 있어 자연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배출되면 오랜 기간 환경에 남을 수 있다. 인체에 들어온 뒤에도 혈청 단백질인 알부민 등에 결합해 체내에 장기간 머문다. 연구진은 일부 PFAS의 인체 생물학적 반감기가 수년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의 혈액에 들어온 PFAS가 모유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이번 한국 연구에서도 PFAS가 모체의 순환계에서 모유로 이동할 수 있으며, 모유 수유가 영아의 PFAS 노출에서 중요한 경로라고 설명한다. 영아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신생아의 신장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 성인보다 PFAS를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영아의 체중과 모유 섭취량, PFAS의 체내 이동과 배출 특성 등을 이용해 생리학적 기반 약동학(PBPK) 모델​을 구축, 영아의 혈중 PFAS 농도를 추정했다. 그 결과 4가지 PFAS(PFHxS·PFNA·PFOA·PFOS)의 추정 영아의 일일섭취량은 2018년 중앙값이 하루에 체중 1㎏당 38.5 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 2023년 기준으로는 48.7 ng/kg/일이었다. 연구진이 이를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4종 PFAS 주간섭취허용량(TWI)에 해당하는 일일 기준치와 비교한 결과, 2018년은 61배, 2023년은 77배​였다. 해당 비교에서 두 코호트 모두 100%가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치의 77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EFSA 기준의 61배 혹은 77배'라고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EFSA 기준은 영아의 혈청 PFAS 농도를 바탕으로 산모의 장기 섭취량을 역산해 설정한 건강기반 기준인 반면, 이번 연구는 실제 산모의 모유 속 PFAS 농도를 바탕으로 영아의 노출량을 추산했기 때문이다. 두 수치는 산출 방식과 적용 대상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일단 국내 영아의 PFAS 노출이 심각성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 정도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규제된 기존 PFAS만 따로 보면 노출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러 PFAS를 합쳐 보면 영아의 전체 불소계 화학물질 부담이 감소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임신 중 산모의 혈액에 PFAS가 존재한다면 태반을 통한 태아기(prenatal) 노출​될 수 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당장 모유 수유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현재 환경 수준의 화학물질 노출 위험보다 모유 수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이점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의 해법은 수유 포기가 아니라 먹거리·물·제품·산업공정 등 PFAS의 발생원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PFAS 정책도 기존의 PFOA·PFOS 같은 개별 물질 규제에서 벗어나 PFAS 전체를 하나의 화학물질군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PFAS는 어떤 물질인가 PFAS는 과불화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의 총칭이다. 대표적인 물질이 PFOA와 PFOS다. 물과 기름을 밀어내고 열에 강하며 화학적으로 안정하기 때문에 과거부터 방수·방유 코팅, 섬유, 식품 포장, 반도체·전자산업, 소방용 포말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돼 왔다. PFAS는 탄소-불소 결합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PFAS는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체에서도 혈청 단백질에 결합하고 장기간 남을 수 있다. PFAS의 모든 종류가 똑같은 독성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에서는 △백신 항체반응 저하 등 면역기능 변화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 등 이상지질혈증 △갑상선 기능 및 호르몬 관련 변화 △임신·출생 및 태아·영유아 발달 관련 영향 △간 기능과 신장 관련 지표 변화 △심혈관 위험인자와의 연관성 △신경생리 및 발달과 관련된 변화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李정부 ‘기후·에너지’ 점검…“1년차 기틀 마련, 2년차는 실행의 시간”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그 동안의 기후·에너지·환경 분야의 정책 성과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25일 열렸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국회 박지혜·서왕진·안호영 의원과 한국기후변화학회(학회장 송영일)·한국환경정책학회(학회장 송영일)·혜화포럼(대표 안병옥)이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과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주최측은 “지난 1년간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탄소중립 경제구조 개혁 등의 틀을 세웠지만, 이제는 방향 설정을 넘어 국민과 산업 현장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의 결실을 보아야 할 때라고 판단해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은 기틀을 마련한 시간" 주제발표에 나선 추장민 한국환경연구원(KEI) 명예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 1년 차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포함한 42개 법률의 제·개정과 주요 국정과제 설계를 완성하면서, 기후·환경·에너지 통합 행정 체계의 제도적 기반을 다진 '기틀 마련의 시간'이었다"고 요약했다. 또, 예산 규모는 전년 대비 9.9% 증가한 19조 1662억 원으로 확대돼 실행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후부 예산 중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투자가 36.4% 대폭 확대된 것에 비해, 대기환경 예산은 오히려 16.5% 감소하는 등 정책적 무게중심의 뚜렷한 이동이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 사이트인 '빅카인즈'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기후·에너지 정책이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등 특정 산업·에너지 과제에 다소 과밀하게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추 위원은 “향후 2년 차에는 기후적응, 순환경제, 생물다양성 등 전통적 환경 정책과의 적절한 균형을 확보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와 같은 거대 수요 변수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밀한 정책 조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2년 차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실행의 시간'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도 이재명 정부 2년 차에 거는 기대를 드러냈다. 윤 원장은 “이재명 정부 2년차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보급 목표를 실제 가시적인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이끌어내야 하는 본격적인 '실행의 시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에너지 정책 또한 단순히 설비를 무제한 확충하는 기존의 공급 중심 관성에서 탈피해, 수요관리와 전력 계통의 유연성 강화를 최우선 전제로 삼아야 한다"면서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의 대규모 전력수요 증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공공성과 계통 비용을 평가해 관리 대안으로 작동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원장은 이를 위해 △수요관리 등 강화 △분산에너지 특별법 보완 △전력감독원 설립 완수 △재생에너지 보급 가속 △기후시민회의 의제 확장 △기후환경정책 균형 확보 등 새 정부 기구의 권한과 데이터 환류 체계를 실질화하는 6대 우선 과제를 강력히 제안했다. ◇'기후적응형 생태복원' 체계 강화를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고재경 경기연구원 초빙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와 송전망 공급을 무한히 늘리는 물리적 대안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요반응과 주거 효율 개선 등 수요 관리를 핵심 전환 자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 중심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 실행될 수 있도록 재정과 권한을 지자체로 적극 이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찬 서울시립대 교수는 “개별적으로 산재한 자연환경 보전 정책을 국가 자연자산 관리라는 하나의 유기적인 순환적 통합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특히 “보호지역 면적 확대(30×30)라는 양적 성과에만 안주하지 말고, 기후변화 속에서도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연결성이 유지되도록 국토 공간전달체계를 연계한 '기후적응형 생태복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이투뉴스 선임기자는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자평을 두고 “선결 개혁과 철학, 전략이 결여된 관치이자 공급자 중심의 퇴행적 전환"이라면서 “경직된 원전 증설과 수도권 일극 전력망 건설은 계통 왜곡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다양한 현장 우려와 비판을 적극 수렴"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 수준에 걸맞은 가시적인 재난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극한 기후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유역 통합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4대강 하천 재자연화를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는 “이재명 정부의 환경 정책 기조는 개발주의를 위장한 '그린워싱'에 가깝다"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이라는 개발 독재식 명분으로 장거리 고압송전선로 건설을 강행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고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용철 충남대 교수는 “2030년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 전국 확대 조치로 소각량이 급증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생산단계부터 한국형 에코디자인을 적극 도입하는 등 순환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한나 기후부 정책기획관은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개진한 전통 환경 정책과의 불균형, 송전망 갈등, 지역 거버넌스 한계 등 다양한 현장의 우려와 비판을 적극 수렴해 2년 차 실행 계획에 내실 있게 조율하여 담겠다"고 밝혔다. 이날 종합 토론회에서 송영일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주요 기후에너지 정책의 이행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만들고, 기후위기 대응에 가려지기 쉬운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국토 공간 계획과 연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기복 한국환경정책학회장은 “기후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려 있는 자연환경 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데이터 센터 인프라 급증에 따른 온실가스 간접배출(Scope 2) 및 물 공급 문제를 해소할 선제적인 수요관리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병옥 혜화포럼 대표는 “현 정부가 속도전과 기술패권을 강조하면서 에너지 분야가 지나치게 압도하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생물다양성과 자원순환 등 의도치 않게 소외된 전통적 환경 성과들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책적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우분은 고체연료, 돈분은 바이오가스’…가축분뇨 자원화 실증 성공 [환경포커스]

국내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는 대부분 퇴비(액비)로 처리돼 왔으나, 최근 살포할 농경지가 충분하지 않아 과다 살포에 따른 토양오염 우려가 있었다. 살포한 퇴비는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흘러들어 녹조 발생 등 수질오염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가축분뇨를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고체연료로 전환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 최근에는 고체연료 활용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과 구체적인 활용 전략을 실증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고체연료 기술 개발에 착수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총 298억 원을 투입해 '바이오매스 고체연료 생산·이용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정부는 가축분뇨(우분)와 농업 부산물의 품질 관리를 위해 표준화된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적은 에너지로 우분을 건조하는 전용 발효·건조 공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압축·성형을 거치지 않고도 보일러 등에서 손쉽게 쓸 수 있는 고체연료도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발열량이 1kg당 3500kcal 이상인 고체연료를 생산하는 실증 사업과 함께, 생산된 연료를 330MW급 상용 발전 설비에 투입하고 환경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처리 기술 고도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가축분뇨 고체연료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연간 118만 톤의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전환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매년 3만 8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연간 온실가스 50만 톤을 감축할 방침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부는 지난달 가축분뇨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고체연료 제조 시 일정한 형태로 성형하지 않아도 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또한 가축분뇨 자체만으로는 발열량이 부족하거나 편차가 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톱밥, 농작물 부산물, 커피찌꺼기 등 보조원료를 최대 40% 미만 비율로 혼합하여 제조하는 것을 전격 허용했다. ◇우송대 오성욱 교수 연구팀, 타당성 입증 이러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최근 발표된 국제 학술 연구를 통해 그 과학적·환경적 타당성이 한층 더 명확히 규명됐다. 우송대학교 철도건설환경공학과 오성욱 교수 연구팀은 실제 가동되는 연소 시설 조건에서 우분(소 분뇨)과 돈분(돼지 분뇨)으로 만든 고체연료의 발열량 특성, 연소 시 배기가스 배출 거동, 연소 후 남는 재(Ash)의 재활용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관련 논문을 최근 환경기술 분야 국제 저널인 '환경 기술(Environmental Technology)'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분과 돈분은 연료로서의 타당성과 환경 오염 제어 측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먼저 우분 기반 고체연료는 수분 함량을 약 4% 수준으로 낮추었을 때 저위발열량(LHV)은 ㎏당 14.6 MJ(메가줄), 회분 함량은 21.5%로 국내 가축분뇨 고체연료 품질 기준(LHV 12.6 MJ/kg 이상, 회분 30% 이하, 수분 20% 미만)을 충족했다. LHV는 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열량 중 수분 증발에 들어가는 증발열을 뺀, 실제로 연료 효용가치가 있는 발열량을 말한다. 또한 실제 연료를 태울 때 선택적 비촉매 환원설비(SNCR) 등 일반적인 오염 방지 장치를 가동한 결과, 먼지(1.3 mg/m³), 일산화탄소(CO, 105.7 ppm), 질소산화물(NOx, 46.8 ppm), 황산화물(SOx, 17.2 ppm) 등 오염배출 수준이 모두 대기환경 규제치 이내로 안정적으로 제어돼 청정 연료로서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돈분은 혐기성 소화를 통한 바이오가스 생산에 적합 반면 돈분 기반 고체연료는 수분 함량(12.5%) 기준은 충족했으나, 저위발열량이 8.5 MJ/kg에 불과하고 회분 함량이 34.6%에 달해 국내 연료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연소 시 황산화물(SOx) 배출량이 SNCR 설비를 적용하더라도 기준치(60 ppm)를 훨씬 초과하는 286 ppm에 이르러 황 관련 대기오염 문제가 우려됐다. 돈분 연료는 타고 남은 재에서도 구리(Cu)와 아연(Zn) 등 중금속 농도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비료 등으로 자원화하기 전에 별도의 안정화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가축분뇨를 일률적으로 고체연료화하기보다는 가축 종류에 따른 차별화된 자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분은 우수한 연료 품질과 환경 배출 제어 능력, 재활용성을 갖추고 있어 직접적인 고체연료화 사업에 적합했다. 반면, 돈분은 연료 직접 연소보다는 바이오가스 생산을 위한 혐기성 소화나 정화 처리, 액비화 등 대안적 경로로 유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체계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논문은 축분 고체연료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 외에도 연소 후 남는 부산물(연소재)을 통해 비료의 주원료인 '인(P)' 자원을 회수하는 훌륭한 창구가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실험 결과 가축분뇨 연소재의 90% 이상이 바닥재(Bottom ash)로 회수되는데, 이 바닥재에 유용한 인산 성분이 집중적으로 농축되는 성향을 보였다. 특히 우분의 경우 바닥재 내 인(P2O5, 오산화인) 함량이 약 5만200 mg/kg에 이르렀다. 이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 광석을 유해 중금속 우려 없이 대체해 친환경 비료 원료 등으로 안전하게 재활용될 수 있는 가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과 과학의 시너지… 친환경 탄소중립 축산 환경 구축 기대 이에 앞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퇴비로 처리되는 가축분뇨 100만 톤을 고체연료로 전환할 경우, 연간 약 50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 및 506억 원 규모의 유연탄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정밀 분석한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축분뇨 고체연료는 축산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석탄을 대체하고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며 현장 적용성을 꾸준히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우송대 연구팀의 연구 성과는 정부가 추진 중인 가축분뇨 에너지 자원화 정책이 학술적·과학적으로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을 방증한다. 다만, 연구 결과가 시사하듯이 축종별 분뇨 특성을 정밀하게 고려한 맞춤형 자원화 인프라 구축과 규제 지원이 병행되어야만 정책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호남선 태양광 잠재력 438MW…전력가격 오르면 경제성 쑥↑

국토의 약 70%가 산지인 국내 상황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산림이나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이미 개발된 공간을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철도 주변의 방음터널과 방음벽, 비탈면, 중앙분리대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를 고려해 국내 연구진이 철도 유휴부지 태양광의 경제성을 기존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장우식 조선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와 나승범 한영대학교 친환경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 등은 이와 관련된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인 '에너지스(Energies)'에 발표했다. ◇호남선에 438MW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연구진은 대전~목포를 잇는 호남선을 대상으로 가상의 태양광 사업을 설계했다. 철도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음터널, 성토 비탈면, 방음벽, 중앙분리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설치 가능 용량은 모두 438MW(메가와트)로 추산됐다. 방음터널이 207MW로 가장 많았고 성토 비탈면 146MW, 방음벽 57MW, 중앙분리대 28MW 순이었다. 이를 통해 첫해 약 517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문제는 경제성이었다. 연구진은 2024년 기준 계통한계가격(SMP) 120.5원/kWh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 70.2원/kWh를 적용해 경제성을 분석했다. SMP는 전력시장에서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거래할 때 적용되는 가격을, REC는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했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증서를 말한다. 연구진이 일반적인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계산한 결과, 사업비 약 6억6700만 달러(약 9200억원)에 대해 순현재가치(NPV)는 약 317만 달러(44억원으로), 비용편익 비율(B/C)은 1.005로 나타났다. B/C값이 수치상으로는 1보다 커 경제성이 있지만 매우 아슬아슬한, 사실상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투자비 회수에도 20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전력가격이 하락하거나 건설비가 상승하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경제성은 빠르게 사라진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NPV가 약 44억원에 불과해 사업의 수익성이 매우 얇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SMP가 120.5원에서 119.5원/kWh로 떨어지거나 자본비용이 1522달러/kW에서 1531달러/kW로 상승하면 손익분기점에 미달할 위험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상황 좋아지면 더 설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여기서 기존 경제성 분석의 한계를 지적했다. DCF는 미래의 가격과 비용을 일정하게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 태양광 사업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결정을 바꿀 수 있다. 전력가격이 오르면 설비를 추가할 수도 있고, 시장이 나빠지면 투자를 늦출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런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는 실물옵션(Real Options) 분석을 적용했다. 실물옵션 분석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경영상의 유연한 선택권(옵션)들이 가지는 실질적인 가치를 재무적으로 평가하고 측정하는 분석 기법을 말한다. 연구진은 특히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발전설비를 추가할 수 있는 '확장 옵션'의 가치를 계산했다. 그 결과 확장 옵션의 가치는 1억7254만 달러(약 2380억원)로 평가됐다. 옵션이 실제로 경제성을 갖게 되는 상태가 될 확률은 약 67%로 분석됐다. 반면 사업 규모를 줄이는 축소 옵션의 가치는 장비 철거와 처분 비용 때문에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본 사업의 DCF 순현재가치와 확장 옵션 가치를 합친 프로젝트의 총 가치는 1억7571만 달러(약 2425억원)로 평가됐다. 단순히 현재의 수익성만 보면 간신히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지만, 앞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유연성'까지 고려하면 투자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태양광 효율 높아지고 건설비 내려가면 가치 더 커져 기술 발전을 가정한 분석에서는 경제성이 더욱 높아졌다. 태양광 모듈 효율이 20% 개선되면 NPV는 1억1700만 달러, 자본비용이 30% 낮아지면 1억62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시나리오에서는 NPV가 2억7600만 달러, 확장 옵션 가치는 3억7200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연구진은 특히 전력가격과 건설비가 사업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철도 운영기관이 생산한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자가소비 방식도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남선 438MW 사업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연간 약 517GWh로, 철도 운영기관 전력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자가소비의 구체적인 경제적 가치는 이번 연구에서 별도로 계산하지 않았다. ◇“소규모 시범사업보다 대규모 개발 필요" 연구진은 철도 유휴부지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력가격 하락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판매가격을 보장하는 가격 하한제를 검토하고, 산림이나 농지를 새로 훼손하지 않고 기존 철도시설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철도 유휴부지 태양광에 대한 REC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호남선 한 노선을 대상으로 한 가상사업이라는 한계도 인정했다. 실제 사업에서는 계통연계 비용과 인허가, 구조물별 설치조건 등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연구진은 철도 태양광의 경제성을 '지금의 가격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는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현재는 경제성이 아슬아슬하더라도 앞으로 전력가격이 오르거나 태양광 기술이 발전할 경우 설비를 추가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대규모·확장형으로 설계한다면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수심 2000m까지 뜨거워진 바다…겪어보지 못한 재앙 온다

2026년 여름 지구의 바다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스위스·스웨덴·영국 등 국제연구진은 '세계기상귀속(World Weather Attribution,WWA)'을 통해 지난달 유럽 주변 바다는 기록적인 해수면온도를 보였고, 특히 지중해에서는 평년보다 최대 6℃ 높은 수온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WWA는 기후변화가 특정 폭염·폭우·해양열파 같은 극한기상을 얼마나 더 강하고 빈번하게 만들었는지를 분석하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도 지난 6월 전 지구 해수면 온도가 관측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1일 발표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관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재의 해양 상태가 다시 한번 '미답(未踏, 밟아보지 못함)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국면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 세계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6월 전 세계 바다, 다시 최고 기록 올들어 바다 표층 수온 기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C3S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북위 60도에서 남위 60도 사이의 비(非)극지 해양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86℃로 6월 기준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였던 2024년 6월보다 0.01℃ 높았다. 특히 6월 21일에는 C3S의 일평균 해수면 온도가 20.86℃까지 올라 2023년과 2024년 같은 날짜의 20.83℃ 기록을 넘어섰다. 코페르니쿠스 해양서비스(CMEMS)가 집계한 2026년 6월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92℃로, 역시 6월 기준 최고 수준이었다. 열대 태평양의 평균 수온도 27.26℃로 기존 기록을 넘어섰다. 이 기록은 단순히 지구온난화만으로 설명되는 현상도 아니다. 올해에는 강한 엘니뇨가 동시에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해양대기국(NOAA)의 기후예측센터(CPC)는 지난 6월 11일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했다. NOAA는 엘니뇨가 2026년 북반구 겨울까지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7월 전망에서도 NOAA는 엘니뇨가 연말까지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초여름 전망보다 강도가 높아지는 양상이 뚜렷했다. ◇진짜 문제는 바닷속…수심 2000m에 쌓인 열 하지만 기후과학자들이 더욱 주목하는 지표는 해수면 온도 자체가 아니다. 바다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열을 저장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해양 열함량(OHC)'​이다. 중국과학원(CAS) 산하 대기물리연구소(IAP)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첨단 대기과학(Advances in Atmospheric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해 표층부터 수심 2000m까지의 상층 해양 열함량이 관측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고 밝혔다. 2024년보다 약 23제타줄(ZJ)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해양 열함량은 9년 연속 최고 기록을 이어갔다. 23제타줄은 2023년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과 비교하면 약 37년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는 그동안 온실가스 증가로 대기 중에 축적됐던 열에너지가 한꺼번에 바다로 들어갔고, 여기에 엘니뇨·라니냐 등에 따른 해양 내부의 열 재분배 현상까지 더해진 탓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열이 바다 표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에 설치된 수천 개의 관측 부이(buoy, 부표)로 수심 2000m까지 측정한 결과, 바다 내부의 급격한 온도 상승이 확인됐다. 바다는 말 그대로 거대한 '열 저장고'가 돼가고 있는 셈이다. ◇바다가 품은 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기온을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가 온실가스 증가로 얻은 초과 에너지 가운데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한다. 바다가 없었다면 대기의 온도는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바다는 지금까지 인류의 기후위기를 일정 부분 '완충'해온 셈이다. 문제는 이 완충 역할에도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바다가 열을 계속 흡수하면 해수의 열팽창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빙하와 빙상이 녹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뜻해진 바다는 대기 중으로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며 폭우와 강한 폭풍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동시에 산호초와 어류 등 해양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스트레스를 준다. 더 무서운 것은 '열 관성(thermal inertia)'이다. 바다는 육지보다 비열이 크기 때문에 열을 훨씬 많이 저장한다. 그리고 바닷속 깊이 들어간 열은 매우 느리게 이동한다. '거대한 열 관성' 탓에 바다에 저장된 열은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바다가 저장한 거대한 열에너지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기와 육지의 기후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한 엘니뇨가 거대한 바다의 열과 만난다 여기에 올해는 또 하나의 변수가 겹쳤다. 바로 엘니뇨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자연적인 기후 변동 현상이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태평양에 저장돼 있던 열이 대기와 상호작용하면서 전 세계 기온과 강수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엘니뇨가 주목받는 이유는 발생 시점부터 강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 엘니뇨'라는 표현도 등장했지만, NOAA의 공식적인 분류라기보다는 언론 등에서 매우 강한 엘니뇨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국종성 교수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 3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엘니뇨가 전 지구 해수면 온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기후모델을 분석한 연구팀은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엘니뇨가 전 지구 해수면 온도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엘니뇨와 관련된 대기 현상들이 서로 강하게 연결되고, 해수면 온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엘니뇨가 지역별 해수면 온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와 엘니뇨가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기후 영향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기후 체제 전환'이 무서운 이유 해양이 미답의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을 두고 '기후 체제 전환(regime shift)'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기후과학에서 '기후 체제 전환'라는 개념은 기후 시스템의 평균적인 상태, 즉 기준선 자체가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평균기온이 30℃이고 35℃가 극단적인 폭염이었다면, 새로운 기후 체제에서는 35℃가 평균에 가까워지는 식이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 시스템 대부분이 과거의 기후 통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도시 배수시설은 과거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댐은 과거의 유입량과 홍수 빈도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농업은 과거의 계절과 강수 패턴을 전제로 작물 품종과 파종 시기를 결정한다. 기후 체제가 바뀌면 평균 자체가 달라진다. 과거의 '100년에 한 번' 발생하던 사건이 새로운 기후에서는 훨씬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대비 수준이 아예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해양 온난화는 생태계와 식량 문제로 번진다 해양 온난화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물고기가 더운 물에서 살기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식물플랑크톤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미국 MIT 등 연구진은 지난 3월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난화가 진행되면 일부 아열대 지역 식물플랑크톤의 단백질 성분이 약 20% 증가하는 반면, 고위도 지역에서는 단백질 성분이 약 15~30%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식물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의 출발점이다. 플랑크톤의 영양학적 구성 자체가 바뀌면 이를 먹는 동물플랑크톤과 어류, 더 나아가 해양 포유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강한 엘니뇨가 동태평양의 차가운 심층수를 끌어올리는 용승(upwelling)을 약화시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페루 연안처럼 영양염이 풍부한 용승에 의존하는 지역에서는 멸치류 같은 어종의 생산성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곧 수산물 가격과 사료 가격, 식품 물가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가 농업뿐 아니라 수산업을 통해서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기후플레이션(Climate + inflation)'​의 경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반도 바다도 이미 뜨거워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도 예외는 아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서 2025년 동아시아 주변 바다의 평균 표층수온이 20.84℃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6~10월 평균 수온은 26.44℃로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표층수온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산과학원의 분석을 보면 한국 해역의 장기적인 온난화 속도는 더욱 가파르게 나타난다. 1968~2025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은 연간 약 0.0276℃,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은 약 0.0131℃였다.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이다. 올여름 우리나라 양식업 현장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 곧바로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고수온 주의보 속에 양식장들은 애써 기르던 물고기를 대량으로 방류했다. 양식어류는 수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대량 폐사 위험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예방'만으로는 부족하다…이제는 '전환적 적응'으로 2026년의 뜨거운 바다는 이미 변해버린 기후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도록 요구한다. 수산업은 고수온에 강한 품종과 육상 순환여과식 양식시스템(RAS), 외해 양식 등 새로운 생산체계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다를 더 정확하게 읽는 기술도 중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해양 관측망과 인공지능(AI)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 기반 해양 예측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향후 200일의 해양 상태를 빠르게 예측하는 KIST-오션(Ocean)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역시 한반도 주변 해역을 대상으로 한 고해상도 해양·대기 결합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내일의 바다 수온'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향후 수개월의 수온, 어종 이동, 해양열파, 양식장 위험 등을 예측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6년 여름의 바다는 단순히 '바다 수온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다는 이미 '미답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이제 인류의 생존은 기후 기준선 자체가 바뀐 새로운 바다에 맞춰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40℃ 폭염’ 속 유럽을 구한 태양광…일몰 후 발전량 제로는 숙제

2026년 여름 유럽은 북아프리카에서 북상한 뜨거운 공기가 대규모 고기압에 갇히는 이른바 '오메가(Ω) 열돔'이 형성되면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남부와 중부 곳곳에서 40℃를 넘는 폭염이 장기간 이어졌다. 폭염과 더불어 극심한 가뭄도 이어졌다. 극한 기후 속에 유럽의 에너지 시스템 또한 시험대에 올랐다. 폭염은 냉방 수요를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가뭄과 강물 수온 상승을 초래해 원자력과 화력발전의 냉각 시스템을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태양광은 한낮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기록적인 발전량을 내면서 전력망을 지탱하는 핵심 전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해가 지는 순간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일몰 후 절벽'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았다. 2026년 유럽의 폭염은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저장장치와 유연한 전력망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을 뚜렷이 보여줬다. ◇원전마저 흔든 가뭄…냉각수 부족이 전력 공급 압박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크리스 로슬로 선임 에너지 분석가는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 '태양광이 유럽 그리드의 극한 폭염 극복을 돕다'를 통해 이번 여름의 폭염과 가뭄이 유럽 전력 시스템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타격이 컸던 것은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였다. 다뉴브강 수위가 크게 떨어지면서 헝가리 팍스(Paks) 원전과 루마니아 체르나보다(Cernavodă) 원전은 냉각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팍스 원전은 평상시 헝가리 전력 수요의 약 40%를 담당하지만 극심한 수자원 부족 상황에서는 발전량이 크게 떨어졌다. 프랑스에서도 강물의 수온 상승이 원전 가동을 제약했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하천 생태계 보호를 위해 강물 온도가 허용 기준을 넘은 일부 원전의 출력을 제한했다. 7월 중순에는 프랑스 원전 설비용량 가운데 상당 부분이 가동되지 못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강물의 수온 상승 등 환경적 요인에 따른 것이었다. 이탈리아 포(Po)강과 독일 라인강에서도 수위 저하와 고수온이 발전소 냉각 시스템에 부담을 주면서 전력 공급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는 기후변화가 전력 수요뿐 아니라 발전소 자체의 가동 능력까지 동시에 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태양광, 폭염 속 '낮의 구원투수'로 부상 전통적인 발전원이 흔들리는 동안 전력망을 지탱한 것은 태양광이었다. '엠버'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6~7월 태양광은 유럽연합(EU)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25%를 담당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폭염 기간에는 태양광의 장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폭염이 발생하는 낮 시간에는 기온 상승과 함께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는데, 태양광 역시 이 시간대에 발전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엠버는 프랑스와 헝가리에서 폭염일의 태양광 발전량이 평상시보다 약 17% 높았다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도 가정용 지붕 태양광이 한낮에 생산한 전력만으로 가정용 에어컨을 수 시간 가동할 수 있을 정도의 발전량을 제공했다. 폭염이 심할수록 냉방 수요가 늘고, 동시에 태양광 발전량도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전력망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준 셈이다. ◇태양광도 폭염에는 약점…패널 온도 오르면 효율 하락 태양광이 폭염의 수혜를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극한 고온에서 발전 효율이 무조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교(UTS)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태양광 패널은 약 25℃를 넘어설 경우 온도가 1℃ 상승할 때마다 출력이 약 0.4~0.65%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외부 기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강한 일사량이라는 장점이 패널 자체의 온도 상승으로 일부 상쇄된다. 결국 '햇빛이 강할수록 무조건 태양광에 유리하다'는 단순한 공식도 깨진다. 앞으로의 태양광 확대에서는 설치 용량뿐 아니라 패널의 열관리와 주변 미기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해가 진 뒤…'일몰 후 절벽'과 전기요금 급등 태양광의 가장 구조적인 한계는 해가 지면 발전량도 빠르게 사라진다는 점이다. 엠버에 따르면 한낮 태양광은 독일 전력 수요의 약 55%, 네덜란드에서는 약 58%를 담당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그러나 일몰과 함께 태양광 발전량은 사실상 0으로 떨어진다. 문제는 폭염이 해가 졌다고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건물과 도시가 축적한 열로 저녁에도 냉방 수요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때 태양광을 대신해 가스발전 등 화석연료 발전이 빠르게 투입되면서 전력시장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실제로 6월 30일 헝가리에서는 전력 가격이 일시적으로 MWh당 900유로(약 147만원)를 넘어서는 등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 나타났다. 낮에는 태양광이 전력 가격을 끌어내리지만 저녁에는 발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정 전원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태양광 확대가 곧바로 전력망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낮의 전력 과잉'과 '밤의 전력 부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법은 '낮의 태양광'을 밤으로 옮기는 것 이번 폭염이 던진 가장 분명한 과제에 대한 해법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확대다. 엠버의 코스탄차 란겔로바 글로벌 전력 분석가는 지난 12일 내놓은 다른 보고서에서 저렴한 낮 시간의 태양광 전력을 저장해 밤으로 옮기는 배터리가 태양광 발전의 다음 성장 단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가격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엠버에 따르면 2025년 배터리 설치 비용은 kWh당 약 140달러(약 20만원)로 2010년과 비교해 95% 하락했다. 불가리아와 칠레 등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생산된 전력을 대규모 배터리에 저장해 저녁 시간에 공급하는 체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태양광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설치하느냐'에서 '얼마나 많은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한 시간에 꺼내 쓸 수 있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패널 아래 식물이 자라는 '바이오솔라'도 대안 폭염에 따른 태양광 패널의 효율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도 등장하고 있다. 시드니 공대(UTS) 연구진이 제시한 '바이오솔라 그린 루프(Biosolar Green Roof·BGR)'는 태양광 패널과 옥상 녹화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패널 아래에 식물을 배치해 식물의 증산작용으로 주변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옥상보다 태양광 패널의 온도를 최대 10.3℃ 낮출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발전 효율을 약 4.2~6% 높일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는 태양광 발전을 단순히 에너지 시설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 녹지와 결합된 복합 인프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 많은 태양광'에서 '더 유연한 전력망'으로 2026년 유럽의 폭염은 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한 단계 더 분명하게 보여줬다.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에너지 전환에서 핵심 질문은 '태양광을 얼마나 더 설치할 것인가'가 아니다. 낮에 넘쳐나는 태양광을 어떻게 밤까지 가져갈 것인가, 그리고 극한 폭염에서도 발전 효율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새로운 질문이 되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발전설비 확대가 아니다. 태양광·ESS·전력망·수요관리·냉각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유연한 전력망'​이라는 것이다. 특히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시대에는 발전원별 취약성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전과 화력발전은 수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태양광은 열관리와 저장 능력을 높이며, 전력망은 지역 간 전력 이동과 수요 반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폭염에 흔들리는 아이들…정신건강 악화에 뇌 발달 지연까지 [기후 리포트]

기후변화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고온에 노출될 경우 정신건강뿐 아니라 뇌의 발달 과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두 가지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하나는 폭염과 어린이·청소년의 정신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세계적으로 종합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임신기와 영유아기의 고온 노출이 취학 전 아동의 신경발달 지연과 관련된다는 대규모 중국 연구다. ◇기온 1℃ 오르면 정신건강 위험 0.9% 증가 정신건강과 관련된 연구는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등의 연구진이 최근 '국제 역학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0~2024년 국제적으로 발표된 연구 2만3045건을 검토해 최종 23개 연구, 약 2600만 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연구 대상에는 미국과 캐나다, 중국, 베트남, 터키, 호주, 핀란드 등의 자료가 포함됐다. 미국 연구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3건이었다. 분석 결과, 일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 어린이·청소년의 정신건강 관련 위험이 0.9% 증가했다. 특히 5~18세는 1.5~1.6% 증가해 가장 취약한 연령대로 나타났다. 폭염 시기만 따로 분석했을 때 전체 연령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5~18세에서는 폭염 기간 정신건강 관련 위험이 25.3% 증가했다. 다만 폭염만 분석한 연구가 4건에 불과해 연구진은 이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문에서 말하는 정신건강 결과는 단순히 기분이 나빠지는 정도가 아니다. 분석 대상에는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응급실 방문, 입원, 외래진료, 위기상담 전화와 정신질환 진단 등이 포함됐다. 다만 연구 수가 부족해 우울증, 불안장애, ADHD 등 개별 질환별 위험을 구체적으로 산출하지는 못했다. ◇임신 중 폭염도 아이의 뇌 발달에 영향 뇌 발달과 관련된 두 번째 연구는 중국 푸단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2월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진은 중국 551개 도시에서 3~5.5세 어린이 10만1228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부터 출생 후 3세까지의 고온 노출과 신경발달을 조사했다. 연구 대상은 중국 전국에 걸쳐 있어 지역별 기후 차이도 반영했다. 아이들의 발달은 언어·의사소통, 대근육 운동, 소근육 운동, 문제 해결, 개인·사회적 능력 등 5개 영역을 평가했다. 그 결과 ​임신 중 극심한 고온에 노출된 경우 신경발달 지연 위험이 35% 높았고, 출생 후 3세까지 극심한 고온에 노출된 경우에는 53% 높았다. 특히 고온과 발달 지연의 관계는 단순히 일정하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온도에서 위험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J자형 관계를 보였다. 출생 후에는 여러 가지 폭염 정의를 적용해도 폭염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경발달 지연 위험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폭염은 어떻게 뇌와 마음을 흔드나 두 연구가 다루는 결과는 서로 다르지만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즉 두 번째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뇌가 만들어지는 시기의 취약성'이고, 첫 번째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성장한 어린이·청소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정신건강상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 연구에서는 고온에 따른 탈수, 피로, 짜증과 신체적 스트레스, 그리고 더운 밤의 ​수면장애 등이 정서 조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됐다. 야외활동과 학교생활의 차질, 부모의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역시 간접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뇌 발달 연구에서는 고온이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해 코르티솔을 증가시키고, 뇌의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특히 태아기부터 영유아기는 뇌가 빠르게 구조적·기능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여서 환경적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폭염 대책도 '열사병 예방'에서 '뇌와 마음 보호'로 이번 두 연구가 폭염이 특정 정신질환이나 신경발달 장애를 직접적으로 일으킨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연구는 관찰된 연관성을 종합한 메타분석이고, 두 번째 연구 역시 고온 노출과 신경발달 지연의 관계를 분석한 관찰연구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확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들 연구는 폭염 대응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임신부와 영유아는 폭염으로부터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가정과 보육시설의 냉방·환기, 충분한 수분 공급, 야외활동 조절 등 기본적인 열 노출 저감 대책이 중요하다. 학교 역시 폭염 기간 실내 온도를 관리하고 수업·체육활동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폭염이 장기화될 때 어린이의 수면장애, 과도한 피로, 불안·짜증, 행동 변화 등을 조기에 살피고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정신건강 연구진 역시 기후적응 정책에 어린이 정신건강을 포함하고 고위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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