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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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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속 ‘영구 화학물질’ PFAS…원인은 상류 하수처리장 방류수

미국 전역의 표류수 취수구 상당수가 상류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된 방류수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비의도적 재이용(De Facto Reuse, DFR)'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수돗물에서 발암 물질이자 '영구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검출될 확률이 극적으로 높아진다는 종합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지속가능 공학 및 도시 환경 학부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ES&T)'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상류 하수 영향, 어떻게 측정하고 판단했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미국 내 6881개 표류수 취수구(약 2억 3200만 명 대상)와 1만6000여 개 공공 하수처리장(WWTP)의 지형·수문 데이터를 고해상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추적하는 수문모델(DRINCS2.0)을 구축했다. 취수구가 상류 하수처리장의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한 근거는 수계 경로 추적 및 DFR 비율 산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수처리장 방류구에서 배출된 물이 물길을 따라 하류 정수장 취수구에 도달하는 유량 관계를 산정한 후, 취수구 지점의 전체 하천 유량 대비 상류 하수처리장의 누적 방류량의 백분율(DFR %)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미국 전체 표류수 취수구의 37%(2543곳)가 상류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DFR > 0%)으로 나타났다. ◇하수 1% 넘으면 수돗물 PFAS 검출률 2배 '껑충' 연구팀은 미국 환경청(EPA)의 제5차 미규제 오염물질 감시 규칙(UCMR5) 수질 측정 데이터와 수문모델을 연계해 수돗물 내 PFAS 오염 실태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먼저 검출 빈도의 급증이다. 상류 하수 영향이 없거나 DFR 비율이 1% 미만인 정수장에서는 최소 1종 이상의 PFAS가 검출된 비율이 30% 미만이었으나, DFR 비율이 1%를 초과한 정수장에서는 PFAS 검출 비율이 약 60%로 2배 이상 급격히 상승했다. 단쇄 PFAS는 잘 걸러지지 않는다. 특히 전통적인 하수 및 정수 처리 공정으로 잘 제거되지 않는 단쇄(short-chain, 짧은 사슬) 과불화화합물인 과불화부탄산(PFBA)과 과불로펜탄산(PFPeA)의 검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물질들은 상류 하수 배출원을 타고 내려와 정수 과정을 그대로 통과한 뒤 수돗물까지 잔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절적인 변동성도 나타났다. 가뭄과 높은 증발로 하천 자연 유량이 줄어드는 8~9월(늦여름~초가을)에는 DFR 중위값이 약 3.5%까지 올라가며, 수돗물의 PFAS 검출 비율도 연중 최고치인 약 30%를 기록했다. 반면 수량이 풍부한 봄철에는 DFR이 낮아지며 검출률도 약 22%로 떨어졌다. ◇인프라 격차와 고도정수처리 강화의 절박성 재래식 정수 처리 공정(침전·모래여과 등)은 하수 유래의 미량 유기 오염물질이나 PFAS를 제거하지 못한다. 따라서 과불화화합물과 미약품 잔류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활성탄(GAC/PAC), 오존처리(Ozonation), 역상투압(RO) 등의 고도정수처리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DFR 영향을 받는 정수장의 59%가 어떠한 고도정수처리 시설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구 1만 명 이하를 담당하는 소규모 정수장의 경우, DFR 영향을 받음에도 고도정수시설이 없는 비율이 71%에 달해 오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연구팀은 오염 위험에 노출된 지자체가 고도정수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전략적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구밀도 높은 한국 수계도 주의가 필요 연구팀은 비의도적 하수 재이용(DFR) 현상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강 수계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한국 서울 한강 수계 연구(중앙대 오재일 교수팀, 2010년 국제 저널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논문 등을 주요 인용 문헌으로 다루었다. 국내 연구진 역시 과거 한강 수계에서 내분비계 교란물질(EDC)과 의약물질 및 개인위생용품(PPCPs) 잔류 현상과 계절적 변동성을 조사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기존 연구들은 잔류 의약물질 등에 집중했을 뿐, 난분해성 영구물질인 PFAS 오염과 DFR의 상관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인구밀도가 매우 높고 주요 정수장 취수구가 하천 중·상류 도심 및 공단 하류에 밀집해 있어, 건기 시 상류 하수 유입에 따른 DFR 압력이 미국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및 첨단 전자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산업 폐수 문제도 심각한 변수로 지적된다. 공장 폐수가 지자체 하수처리장을 거치지 않고 자체 처리 후 강으로 직접 배출(industrial point sources)될 경우 알려지지 않은 특수 화학물질이나 고농도의 PFAS가 수계로 직접 유입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공 하수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폐수 배출원에 대한 정밀한 통합 수질 감시와 정수장의 고도처리 인프라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지정학 위기가 부른 ‘탄소 폭탄’…국내 산업계 감축 압박 커진다

미국-이란 전쟁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등으로 중동산 석유·가스 공급에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지정학 위기로 석유·가스 공급망이 마비될 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중대한 문제도 함께 터진다. 바로 석유와 가스를 땅에서 뽑아내고 운송하는 '업스트림(Upstream, 상류)'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업스트림 배출(채굴, 정제, 수송)은 연료 전과정(Life-cycle) 온실가스 배출량의 15~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에너지 원자재 자체가 더 '더러워진' 상태로 수입된다면, 이를 가져다 쓰는 제조업(미드스트림, 중류)과 최종 소비(다운스트림, 하류) 단계에서는 기존보다 훨씬 더 혹독한 탈탄소 노력을 기울여야만 기후 목표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 지정학적 위기가 만든 '업스트림 탄소 폭탄'의 실체 중국 인민대학과 칭화대 등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지정학적 분쟁이 지속돼 전 세계 석유·가스 수송 경로가 봉쇄되는 고위험 상황이 될 경우 2050년까지 업스트림 단계에서만 누적 18억 톤(CO2 환산량)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유럽연합(EU) 전체의 1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업스트림의 탄소 배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저탄소 유전의 매장과 고탄소 대체 자원 개발이다. 중동 유전은 추출 과정의 에너지 효율이 높고 플래어링(가스 태우기) 비율이 낮아 탄소 배출 강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전쟁 등으로 중동 공급망이 막히면 저비용·저탄소 자원인 석유 72억 톤과 천연가스 3조 3000억 ㎥가 땅속에 묶이게(Stranded) 된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캐나다 오일샌드, 아프리카 심해 가스, 미주 해상 유전 등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 강도가 높고 생산 비용이 비싼 대체 자원이 무더기로 개발된다. 두 번째 이유는 수송 거리의 연장이다. 안전한 우회 수송 경로를 찾다 보니 해상 수송 거리가 길어져 수송 부문에서만 약 1억 2,700만 톤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된다. 이로 인해 지구 온난화를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전 세계 잔여 탄소 예산(1700억 톤) 중 약 1.1%가 순식간에 소모된다. 이는 시멘트나 철강 같은 대표적 감축 난이도 높은 산업군 전체에 남은 탄소 예산과 맞먹는 비중이다. ◇“원자재가 더러워졌다"… 제조·다운스트림 감축 부담의 가중 원유와 천연가스는 플라스틱·화학제품·철강·전력 등 모든 산업 제조 공정의 핵심 원자재이자 연료다. 업스트림에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 전체 산업에 들어오는 수입 원자재의 '내재 탄소 발자국(Embedded Carbon)'이 커진다는 뜻이다. 내재 탄소발자국이 큰 원유와 가스를 기초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하는 국내 석유화학, 철강, 제조업체들은 제품 전과정평가(LCA) 및 공급망 전체(스코프 3) 배출량 관리 비용이 대폭 증가하게 된다. 공급망 상류에서 탄소발자국이 크면, 철강·화학 등 감축이 어려운 제조업 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감축 여유 공간(Flexibility)이 크게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제조 기업들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자체 공정 효율화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가혹한 감축 압박을 받게 된다. 따라서 공급망 위기 시기에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나 전기를 쓰고 기름을 소비할 때, 배출량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연구진은 수입국들이 단순 수입선 전환에 그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대체, 산업 전력화, 소비 감축 정책을 적극 시행할 경우, 고위험 상황 대비 69억 톤(CO2 환산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전체 감축량 69억 톤 중 수송·공급망 효율화(26억 톤)보다 재생에너지 전환 및 소비 절감(43억 톤)이 훨씬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국내 산업계와 정부에 주는 명확한 인사이트 논문에서는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동 분쟁 발생 시 석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67%에서 50%로, 가스는 64%에서 42%로 급감하면서 가장 큰 수급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부족분은 미국산 LNG나 러시아산 원유 등 타 지역 물량으로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아프리카 등지에서 들어오는 대체 물량은 운임 상승(약 30% 증가)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탄소 배출 강도를 안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반도체·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 원가 상승과 더불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탄소 규제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안기게 된다. CBAM의 경우 수입 원자재의 업스트림 배출량이 높으면 최종 수출 제품의 탄소 함유량이 높게 산정이 되고, 이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수출할 때 탄소 국경세 추가 납부나 검증·인증 비용 상승이라는 직접적인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연구진은 “아시아 지역이 적극적 수요 감축을 추진하면 석유 안보 수준(자급률)은 49%, 가스 안보 수준은 25%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나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수입선 우회'가 임시 방편일 뿐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이나 타 지역으로 공급선을 바꾸는 것은 물리적 물량을 확보하는 임시방편일 뿐이고, 고탄소 원자재 도입에 따른 경제적·환경적 손실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인 해결책은 다운스트림(공장 및 소비) 전력화·효율화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공장 가동에 쓰이는 화석연료 유틸리티를 전기화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여 화석연료 소비 자체를 신속히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탄소 배출 강도(CI) 기반의 수입 평가를 도입할 것을 연구진은 제안했다. 대체 석유·가스 물량을 계약할 때 단순 가격뿐만 아니라 유전별 탄소 배출 강도와 메탄 관리 수준을 평가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자원을 우선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수돗물 넘어 이온음료까지…‘초단쇄 PFAS’의 습격, 한국도 안심 못 한다

미국 뉴저지주의 수돗물과 시판 음료에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던 초단쇄 과불화화합물(PFAS)​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특히 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TFA)이 수돗물은 물론 생수와 스포츠·전해질 음료에서 확인됐다. 탄소 사슬이 아주 짧다는 의미의 '초단쇄' PFAS는 분자 크기가 작고 물에 잘 녹아 환경 중에서 매우 쉽게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기존의 PFAS 분석법과 정수처리 방식으로는 제대로 검출하거나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 확인된 이번 결과가 한국에서도 관심을 끄는 이유다. ◇뉴저지 수돗물 대부분에서 TFA 검출 미국 뉴저지공대 토목·환경공학과 연구진은 뉴저지주 21개 카운티에서 수돗물 70개 시료를 채취하고, 시판 병 음료 43개 제품을 추가해 모두 113개 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hy Letter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분석 결과 가장 빈번하게 검출된 물질은 TFA였다. 전체 시료의 86.7%에서 TFA가 검출됐으며, 수돗물에서는 91.4%의 검출률을 기록했다. 수돗물에서 확인된 TFA 농도는 L당 74~1360 ng(나노그램, 1 ng=10억분의 1g) 범위였고, 중앙값은 352ng/L이었다. 지역별로 농도 차이가 있었지만 특정 한 지역에만 집중된 양상은 아니었다. TFA 외에도 퍼플루오로프로피온산(PFPrA), 퍼플루오로에탄설폰산(PFEtS), 퍼플루오로프로판설폰산(PFPrS) 등 다른 초단쇄 PFAS가 검출됐다. 반면 퍼플루오로메탄설폰산(PFMeS)은 검출되지 않았다. ◇일반 생수보다 스포츠음료가 훨씬 높았다 시판 음료에서도 TFA가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전체 병 음료 시료의 79.1%에서 TFA가 확인됐다. 특히 음료 종류에 따른 차이가 컸다. 일반 생수의 TFA 평균 농도는 약 295ng/L였지만, 이온음료·스포츠음료·코코넛워터 등 배합 음료에서는 평균 1만5400ng/L가 검출됐다. 일반 생수보다 무려 52.2배 높은 수준이다. 일부 전해질 음료에서는 TFA 농도가 9만4100ng/L까지 올라갔고, 스포츠음료에서도 최대 3만3000ng/L가 검출됐다. 생수라고 모두 같은 것도 아니었다. 역삼투압(RO) 등을 거친 정제수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가 나타난 반면, 샘물이나 미네랄워터처럼 취수원 특성이 많이 반영되는 제품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가 확인됐다. 이는 음료에 사용되는 물 자체뿐 아니라 음료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와 첨가물, 제조 과정 등도 초단쇄 PFAS 노출 경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주의' 필요 탄소 원자가 2개로 초단쇄 PFAS는 과거에는 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동물실험에서 갑상선 호르몬 감소와 생식·발달 영향이 확인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26년 TFA의 허용섭취량을 기존보다 72% 낮췄고, 유럽화학물질청(ECHA) 위험평가위원회는 생식독성 물질(Category 1B)로 분류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뉴저지공대 연구에서 검출된 수돗물 속 TFA 농도는 EFSA 기준보다 훨씬 낮다. 하루에 수돗물을 2L 마신다고 했을 때 섭취허용량의 0.3% 수준으로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TFA는 물뿐 아니라 음료·식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출될 수 있어 전체적인 누적 노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출 농도가 가장 높은 음료의 경우(9만4100 ng/L) 하루 1L를 마실 경우 60kg 성인의 섭취허용량의 11%에 해당한다. ◇왜 TFA가 물에 이렇게 많이 남나 TFA가 기존의 장쇄 PFAS와 다른 점은 물에 대한 높은 용해성과 이동성이다. 과불화옥탄설폰산(PFOS), 과불화옥탄산(PFOA) 같은 대표적인 PFAS는 비교적 큰 분자이기 때문에 활성탄 등 흡착을 이용한 처리로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TFA처럼 탄소 사슬이 매우 짧은 물질은 물에 잘 녹고 흡착제에 잘 붙지 않는다. 때문에 일반적인 정수처리 과정만으로는 제거가 쉽지 않다. 한 번 환경으로 유입되면 하천이나 지하수 등을 따라 넓게 이동할 가능성도 크다. TFA가 수돗물에 존재하는 경로도 복잡하다. TFA 자체가 처음부터 물에 직접 배출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기 중에서 다른 불소계 화합물이 분해·변환되면서 TFA가 생성되는 경로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일부 불소계 냉매와 산업용 화학물질, 불소계 농약·의약품 등에 포함된 전구체​가 대기 중에서 변환돼 TFA가 만들어질 수 있다. 생성된 TFA는 빗물이나 눈 등 강수와 함께 지표면으로 내려와 하천·호수·지하수 등으로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TFA 오염은 특정 공장 주변에서만 나타나는 전형적인 국지적 산업오염과 달리 대기를 통한 광역적인 이동과 침적이 중요한 특징이 될 수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도 살펴볼 필요 산업시설로 인한 오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반도체 제조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는 공정 특성상 다양한 불소계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초단쇄 PFAS 또는 관련 전구물질이 폐수나 대기 등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뉴저지 연구가 반도체 공장을 TFA의 직접적인 주요 배출원으로 규명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을 TFA의 대표적인 오염원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초단쇄 PFAS의 환경 유출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는 산업 분야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이번 연구를 단순히 '미국 뉴저지의 수질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는 TFA가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특수 화학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냉장고와 에어컨 등 냉각·공조 설비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고, 화학·농업·제약산업에서도 다양한 불소계 화합물이 사용된다.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불소계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첨단 제조시설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돗물에서 TFA가 얼마나 검출되는지, 강수와 하천·지하수에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생수와 스포츠·전해질 음료에는 얼마나 들어 있는지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수장에서 이들 물질이 얼마나 제거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정수공정과 활성탄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역삼투압(RO) 같은 고도처리가 필요한지도 실제 국내 원수와 정수장을 대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물 부족 호남 반도체, 답은 ‘하수 처리수’…관건은 2.5배 단가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끌어다 재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남광주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은 물론, 최근에는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공장에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국가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산업용수 공급방안 - 재이용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환경정책심포지엄이 한국환경한림원(회장 김재영)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후에너지 환경부 한명실 생활하수과장과 한국환경공단 권기원 하수도처장이 주제 발표를 맡았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으나, 실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바로 시간과 수질, 비용 등 미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필요한 시설 제 때 건설될 수 있나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에는 하루 65만㎥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인 광주 군공항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광주 제1하수처리장이 있다. 하루 60만㎥의 시설 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기후부는 이곳에 하수 재이용 시설을 설치해 하루 30만㎥의 공업용수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또 △화성·오산하수처리장(시설용량 하루 12만㎥)에서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로 △수원(하루 21만㎥)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청주하수처리장(하루 4만㎥)에서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으로 물을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들 사업은 보통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간에서 투자해 시설을 완공한 다음 일정기간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수원시하수처리장 처리수 재이용 사업은 지난 2019년 수원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공사에 3년이 걸리는데,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했다. 호남권 반도체 단지의 경우 하수처리장과 산단 사이의 거리가 가깝지만, 공급관로만 연결한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 전처리와 역삼투압(RO) 혹은 이온교환수지, 후처리, 저장·송수시설 등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다. 통상 착공 이후에도 2~3년 이상의 건설기간이 필요하다. 설계·인허가·사업자 선정 등을 포함하면 실제 공급까지는 3~4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재이용수 공급시설의 건설 일정을 반도체 산단의 착공·가동 일정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반도체 만들 수 있을 만큼 깨끗한가 물을 제때 공급한다 하더라도 수질 문제가 있다. 수질 역시 안정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초순수 생산해 사용한다. 물에 불순물이 있는 경우 반도체 생산 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순수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통 물 4㎥이 들어간다. 역삼투압, 이온 제거, 탈기, 자외선 처리, 한외여과 등 여러 단계로 정화하는 과정에서 오염 농축수와 세정수가 발생하고 버려지기 때문에 초순수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물이 필요하다. 호남 반도체 산단에서는 하루 물 사용량 65만㎥ 가운데 절반은 초순수 생산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냉각수나 보일러 용수 등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이용수를 초순수 제조에 투입할 경우 반도체 공장에서 물 공급업체(시설 운영업체) 쪽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수질 항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자동 모니터링을, 자동분석이 어려운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정밀 분석을 요구할 전망이다. 일정 기간 동안 수질 데이터를 확인한 다음에야 초순수 생산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공장 가동 중에 수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재이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대신 댐·하천수 등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장에서는 재이용수를 냉각수나 보일러에 사용하고, 초순수는 댐이나 하천에서 취수한 물로 생산하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재이용수 수질을 어느 수준까지 맞출 것이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물값이 너무 비싸지는 않나 재이용수를 돈을 얼마나 받고 공급하느냐도 문제다.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하는 공업용수 가격은 ㎥당 700~900원,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정수장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320원 정도다.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하수 재이용사업에는 약 72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200억원을 전액 민간이 투자하고 하루 30만㎥를 30년 동안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단순히 원금만 회수해도 ㎥당 219원이 필요하고, 적정한 투자수익률(7%)과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톤당 700~900원 정도는 받아야 경제성이 나올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심포지엄에서도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경우 ㎥당 800원 정도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루 30만㎥씩 365일 동안 500원을 더 지불한다면 호남 반도체 공장은 연간 548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재이용수를 늘릴 필요도 있지만,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입장에서는 일반 공업용수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재이용수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명지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이경혁 교수는 “현재 공업용수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지만, 하수 재이용수는 부가세가 부과되는 제품으로 분류돼 있다"면서 조세 체계의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삼투압 시설 가동 후에 나오는 오염 농축수(재이용량의 약 30%)는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데, 이때 하수도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시설 운영 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필요 이두진 케이워터연구원 상하수도연구소장은 “민간 투자와 ESG를 결합한 '기존 용수와 경쟁하지 않는 산업용수 확보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댐 증고와 농업용수 용도전환 등은 수몰 보상과 환경영향평가, 수리권 갈등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호남권 메가프로젝트의 총용수수요를 댐·하천에 의존하는 대신, 하·폐수 재이용, 담수화 등의 대체 용수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반도체 공장 자체 폐수 재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업이 대체 용수 처리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기존 지표수에 비해 비싼 재이용수, 해수담수화 용수를 구매함으로써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관점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ESG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정종민 교수도 “댐 용수와 하수 재이용수, 기업 자체 폐수 재이용수의 적정 분담량을 사전에 산정하고, 신규 공장 설계단계부터 산업폐수 직접 재이용 확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탄소 배출’ 세계 3위 韓 석유화학, 설비 전환 넘어 ‘생산 감축’ 병행해야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탈탄소 전략이 '생산시설을 모두 친환경 설비로 바꾸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진행 중인 국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을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 셰필드대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글로벌 석유화학 생산의 배출량과 시스템 차원의 탈탄소 경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3만7379개 석유화학 생산시설과 81개 화학제품, 2043개 제조공정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석유화학산업의 전 과정 배출량은 이산화탄소(CO₂) 기준으로 약 18억톤이었고, 1위 중국이 6억6000만 톤으로 37%를 차지했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석유화학 생산 배출량 세계 3위권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석유화학 산업 시설의 상위 10%가 전체 배출량의 53%를 차지했다. 모든 공장을 똑같이 감축하기보다 배출량이 많은 시설부터 손대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다. ◇구조조정 자체가 '배출 감축' 기회 셰필드대학 논문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이미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270만~370만 톤 규모의 나프타 분해시설(NCC) 감축에 합의했고, 현재 가시화된 대산·여수 1호 프로젝트의 감축량은 249만 톤 규모다. 대산에서는 통합법인이 앞으로 3년간 110만 톤의 NCC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는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탄소배출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다. 노후하고 효율이 낮은 설비를 폐쇄하고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은 설비에 생산을 집중하면 설비 감축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생산 감소가 곧바로 세계 탄소배출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줄어든 생산이 중국이나 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된다면 '배출량의 이동'에 그칠 수 있다. ◇전력화는 전력망이 깨끗해진 뒤 석유화학 공정의 전기화도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전력망이 화석연료 중심인 상태에서 전기화를 서두르면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전환이 쉬운 저·중온 공정부터 전기화를 추진하고, 막대한 고온 열이 필요한 에틸렌 스팀크래킹 등은 전력망의 탈탄소화 속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석유화학단지는 여러 공정이 열과 부산물을 공유하는 거대한 통합 시스템이어서 단순히 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면적인 전기화는 기존 열병합발전과 부산물 활용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문제까지 동반한다. 연구팀이 언급한 탄소 흡수 저장(CCS)은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적극 검토할 만하다. 특히 울산 등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에서 여러 기업의 CO₂를 모아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으로 운송하고 동해 가스전 등 저장소에 주입하는 산업단지 공동 CCS 모델은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현실성이 높다. 다만 CCS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연구진은 공정 배출 CO₂의 이론적 포집률을 최대 약 90%로 제시하지만, 저장 부지와 운송 인프라가 필요하고 모든 CO₂를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요소 생산처럼 포집한 CO₂가 제품 생산에 다시 사용되는 공정도 있다. ◇바이오 원료도 '100% 전환'은 답이 아니다 바이오 원료 역시 보조 수단에 가깝다. 석유 원료를 바이오매스로 바꾸면 원료 단계의 배출을 낮출 수 있지만, 대규모 바이오 원료 생산에는 토지·물·생물다양성·식량과의 경쟁 문제가 따른다. 제품을 폐기하면서 소각하면 바이오매스에 저장됐던 탄소가 다시 대기로 배출될 수도 있다. 이같은 셰필드대학 연구팀의 전망을 고려한다면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탈탄소 전략은 단순히 '같은 양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전력망 탈탄소화 △고효율 설비 중심의 구조조정 △전기화 △공동 CCS △선별적 바이오 원료 전환 등 다양한 방법을 조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 하나의 변수가 더 있다. 바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다. 아직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향후 협약이 원료 생산과 일회용 플라스틱, 재활용 등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강화된다면 석유화학제품 수요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고배출 설비는 과감히 줄이고, 남는 생산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탈탄소화하면서, 동시에 플라스틱 수요와 원료 구조의 변화까지 준비하는 것​이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살아남으면서 탄소도 줄이는 길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밤에도 밝은 불빛, 심장을 망친다…심부전 위험 29%↑

야간에 인공조명에 많이 노출될수록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심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밤의 빛이 수면을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장 구조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툴레인대 공중보건·열대의학대학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저널인 '유럽 심장학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밤에 밝을수록 두꺼워지는 심장 연구진은 참가자들(10만여 명)에게 몸의 움직임과 빛의 양을 측정하는 센서가 달린 손목형 기기를 7일간 착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각 참가자가 실제 생활에서 받는 빛의 양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들 가운데 측정이 제대로 안 된 2만7557명과 야간 근무자 2770명, 기존 심혈관질환자 등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만1071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1.1세였다. 연구진은 각 사람의 활동량이 가장 적은 5시간을 '밤'으로 정의하고, 이 시간 동안 3럭스(lux)를 넘는 빛에 노출된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밤에 3럭스 이상의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빛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좌심실 질량이 2.4%, 평균 심장벽 두께가 1.5% 더 컸다. 반면 심근 수축분율은 1.9% 낮아졌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졌지만 기능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심장 근육의 수축·이완 움직임을 보여주는 변형률도 원주 방향 2.7%, 방사 방향 2.9%, 세로 방향 2.8% 낮았다. 오른쪽 심실과 왼쪽 심방에서도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떨어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심부전·뇌졸중 위험까지 높아져 문제는 이런 심장의 미세한 변화가 실제 심혈관질환과도 연결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최대 약 8~10년간 참가자를 추적한 결과, 밤에 3럭스를 넘는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빛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심부전 위험이 29%, 심방세동 15%, 심근경색 24%, 뇌졸중 33% 높았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 26% 높았다. 실제 발생률도 차이를 보였다. 심부전 발생률은 빛 노출이 많은 집단에서 10만 인년당(10만명을 1년간 혹은 1만명을 10년간 관찰했을 때) 361건으로, 빛 노출이 없었던 집단의 218건보다 높았다. 심근경색은 302건 대 208건, 뇌졸중은 213건 대 152건이었다. ◇빛이 잠을 깨우고, 심장까지 흔든다 연구진이 주목한 연결고리는 수면시간이었다. 밤의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수면시간이 짧았고, 밤의 빛과 심장 구조·기능 변화 사이의 연관성 가운데 24~49%가 짧아진 수면시간으로 설명됐다. 빛은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핵심 신호다. 밤에 빛을 받으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한 수면 부족과 생체리듬 교란이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낮의 빛과 밤의 빛이 같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낮의 밝은 빛은 생체시계를 강화하는 반면, 밤의 빛은 생체리듬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밤은 어둡게, 수면은 충분히" 연구진은 “심혈관 건강을 위해 밤에는 가능한 한 어둡게 하고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로등과 건물 조명, 자동차 불빛, 스마트폰 등 인공조명을 줄여 '어두운 밤'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한계도 있다. 밤의 빛이 심장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고, 빛 노출도 7일 동안만 측정했다. 빛의 파장별 차이나 개인별 빛 민감도도 분석하지 못했다. 연구 대상이 대부분 백인이어서 다른 인구집단에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밤의 빛이 단순한 수면 방해 요인을 넘어 심장 구조와 기능의 변화, 나아가 심혈관질환 위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경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내용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수십m만 떨어져도 농도 급변”…촘촘한 간이 센서가 시민건강 지킨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전국 초·중·고 1만1000곳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대통령은 대당 600만원 정도인 측정기를 전국 학교에 설치하는 데 약 6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학교 주변의 미세먼지를 보다 촘촘하게 측정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곧바로 반론이 나왔다. 간이 측정기의 정확도가 낮아 학교마다 설치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당시 교육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환경부 조사에서 간이 측정기의 정확도 문제가 제기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확하지 않은 측정기를 학교마다 설치하는 것보다 공기청정기 등 실제 대응수단에 예산을 쓰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2017년 7월 국회 예결위 조정소위는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학교 미세먼지 측정기 사업의 국가 예산 90억원을 삭감했다. 당시 반대 측에서는 간이 측정기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기존 대기질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확하지 않으니 무용지물'이라는 생각, 맞았을까 9년이 지난 지금 이 논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 대기질 측정망의 공간적 한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보스턴 지역에서 기준에 맞는 고정식 측정소와 저비용 이동형 센서를 반경 250m 이내에서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평균적인 초미세먼지(PM2.5) 농도 차이는 ㎥당 2.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정도였지만, 특정 국지적 오염 사건에서는 두 측정값의 상대적 차이가 300%를 넘었고 농도 차이가 최대 800㎍/㎥에 이르기도 했다. '좋음', '보통', '나쁨' 등 대기질지수의 등급(AQI) 자체가 달라진 경우도 10.4%에 달했고, 한 지점에서는 봄철 측정 기간의 21.8%에서 서로 다른 AQI 등급이 나타났다. ◇'정확한 측정소 하나'보다 '촘촘한 눈'이 필요한 이유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측정기의 정확도만이 아니었다. 도시의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불균일하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연구에서는 건물에서 발생한 연기와 측정소 주변에서 공회전하던 배송 트럭 등 국지적인 오염원이 불과 한 블록 이내의 공간에서도 급격한 PM2.5 농도 차이를 만들어냈다. 건물 사이의 바람길이나 도로 교통량 같은 조건도 수십m 단위의 오염 농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정확한 측정기라도 측정소가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 측정소가 측정하지 않은 공간의 오염 상태까지 정확하게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개별 센서의 측정값에 어느 정도 오차가 있더라도 이를 수백~수천 개의 지점에 촘촘하게 설치하고, 기준측정소와의 비교·보정 및 데이터 분석을 병행한다면 도시의 오염 분포를 훨씬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정확도'와 '공간 해상도'는 함께 봐야 이는 2017년 한국에서 벌어졌던 논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시 논쟁은 주로 “간이 측정기가 얼마나 정확한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최신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정확도만으로 측정망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측정기의 정확도와 측정망의 공간적 밀도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 기준측정소는 여전히 반드시 필요하다. 대기환경 기준을 판단하고 장기간의 추세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표준화된 측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시민의 실제 미세먼지 노출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학교, 어린이집, 통학로, 골목길, 도로변, 산업시설 주변처럼 생활공간에 저비용 센서를 촘촘하게 설치하고 기준측정소와 연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촘촘히 설치한 저비용 센서의 오염 수치가 높다면 집중적인 원인 파악에 나서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핵심은 '정확한 측정소냐, 부정확한 간이 측정소냐'의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확한 기준측정소를 '기준점'​으로 삼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센서를 '촘촘한 눈'​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태지역 지정학적 위기에는 ‘기후-에너지-경제안보 넥서스’ 접근 필요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등 신흥 기술의 부상 속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협력 질서와 거버넌스 구축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재)서울국제법연구원(SILA·원장 정서용)과 (재)은성국제연구재단(EGRF)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클럽홀에서 '인태지역의 지정학적 변화, 기후·AI 거버넌스와 지역 질서 구축'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아시아연구기금(ARF)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국회 박지혜·김건 의원이 참석했고, 윤영관·송민순·유명환·윤병세·박진 등 전직 외교부 장관과 안호영 전 외교부 차관 등 외교관이 대거 참석했다. 또, 국내외 학계 및 정책 전문가들이 참석해 인태지역이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미·중 전략 경쟁을 비롯해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AI와 신흥기술까지 국가의 안보와 경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특히 개별 현안을 따로 다루기보다 지정학·기후·에너지·AI를 하나의 연계된 문제로 바라보고, 규범에 기반한 지역 협력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개회식에서는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이 특별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며 국제사회와 인태지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오전에 열린 제1세션에서는 전직 외교장관들이 패널로 참석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도전과 전략 경쟁'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기후·에너지, '경제안보' 문제로 등장 오후에 열린 제2세션과 제3세션에서는 기후·에너지, AI 거버넌스를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기후 거버넌스, 에너지 전환, 그리고 경제안보'를 주제로 열린 제2세션이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제2세션에서 영상으로 특별기조연설을 했다. 황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선박의 무탄소·저탄소 연료 도입의 필요성과 북극항로 개척의 중요성, 블루카본에 대한 연구 노력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또, 한반도 주변 해역의 어종이 달라지고, 양식장의 고수온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품종 전환과 같은 수산업계의 대응 노력도 소개했다. 황 장관은 “지금의 기후 위기 상황에서는 모든 나라가 동참하는 전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대한민국이 국제 기후 거버넌스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2세션에서는 안호영 전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과 학계·외교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지정학적 불안정이 맞물린 복합위기의 해법을 논의가 진행됐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미·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친 상황을 언급하며 “에너지 수입국에게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후 의제이기 전에 안보 의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핵심 병목으로 입지와 인허가, 시장 규칙을 꼽았다. 태양광 규제 완화와 해상풍력 특별법,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장 개편, 탄소차액계약제도(CCfD)를 포함한 탄소중립산업 지원체계 등을 통해 한국형 그린전환(K-GX)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도·태평양 중견국 의회 간 실무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했다. ◇“한국, 국제 기후 거버넌스 선도하는 국가가 돼야" 정서용 서울국제법연구원 원장(고려대 교수)은 기후변화를 더 이상 환경 분야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며 '기후-에너지-경제안보 넥서스' 접근을 제시했다. 정 원장은 탄소중립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 경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역내 기후·재난 모니터링 및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고, 중국을 포함한 지역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와 핵심광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파리협정 제6조를 기반으로 한 기후협력 네트워크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유엔개발계획(UNDP) 등 국제기구와의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다자 협력이 약화될 경우 한국·일본·호주 등 중견국이 협력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미래산업의 성장으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전환 역시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조건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천연가스(LNG), 수소 등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새로운 국제 무역규범에 대응해 한국이 단순히 규칙을 수용하는 국가를 넘어 '규칙 형성자(rule-shaper)'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대표발의한 기후외교법 제정안을 바탕으로 기후 대응을 국가의 장기 외교·안보 전략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른 바이써트 주한 독일대사관 차석대사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위기를 사례로 들며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위험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바이써트 차석대사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춰 분쟁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경학적 충격을 완화하고, 국가의 에너지 주권과 외교적 자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EU의 기후외교 경험을 소개하며 기후·에너지 협력이 국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새로운 외교 자산이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사이프러스(Cypress) 기후 자문단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살 전 미국 국무부 특별대사실 고문은 국가 차원을 넘어 지방정부 간 협력으로 기후외교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방정부 기후외교(Subnational Climate Diplomacy)'가 국가 간 지정학적 갈등으로 공식적인 협력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실용적인 협력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학·기후·AI…'따로'가 아닌 하나의 거버넌스로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에너지 공급망과 핵심광물 확보는 기후 대응과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가 됐고, AI와 데이터센터의 확산은 전력 수요와 반도체 공급망, 탄소배출 문제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는 현실 인식을 공유했다. 또, 기후변화와 에너지, AI를 각각의 개별 정책 분야로만 다뤄서는 인태지역이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뿐 아니라 중견국, 지방정부, 국제기구, 의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다층적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한파보다 폭염 때 더 다친다”… 치료비 청구서만 3배

폭염이 온열질환뿐 아니라 각종 부상과 사고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부상 관련 사회경제적 부담은 한파 때의 3배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윤진하 교수 연구팀은 2010~2019년 전국 250개 시·군·구에서 발생한 20세 이상 성인의 부상 관련 입원 자료 19만8937건과 기온을 비교 분석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환경 역학(Environmental Epidemiology)'에 최근 게재했다. ◇추위·더위 모두 부상 위험 높여 분석 결과, 기온과 부상 입원 위험은 U자형 관계를 보였다. 즉, 기온이 아주 낮을 때와 기온이 아주 높을 때 부상으로 인한 입원이 많았다. 각 지역의 기온을 가장 낮은 기온부터 가장 높은 기온까지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 낮은 쪽에서부터 34%(34백분위)에 해당하는 기온일 때 부상 위험이 가장 낮았다. 가장 낮은 쪽 1%에 해당하는 기온에서는 위험이 낮을 때보다 부상 입원 위험이 15.1% 높았다. 또, 가장 더운 쪽 1%에 해당하는 기온에서는 가장 낮을 때보다 15.7% 높아졌다. 한파 때보다 폭염 때 부상 위험이 더 컸다. 하지만 부상을 입는 양상은 추위와 더위 때 차이가 있었다. 한파의 영향은 노출 후 1~6일 동안 지속되면서 주로 팔·다리 등 사지 부상 위험을 높였다. 연구진은 얼어붙은 도로나 보행면에서 미끄러지는 낙상 등이 주요 요인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폭염의 영향은 즉각적이었다. 폭염에 노출된 당일을 포함해 0~3일 사이 부상 위험이 집중됐고, 화상·중독·다발성 외상 등 중증 부상이 두드러졌다. ◇폭염 때 화상 2배, 다발성 외상 2.4배 부상 유형별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 가장 추운 기온에서는 상지(손과 팔) 부상 입원 위험이 가장 낮을 때보다 30.8% 높아졌고 하지(발과 다리) 부상도 17.1% 증가했다. 반대로 가장 더운 기온에서는 화상 입원 위험이 약 2배, 다발성·부위 불명 부상은 2.43배 높았다. 중독 관련 입원 위험은 1.74배, 사고 및 기타 부상은 1.98배 증가했다. 다만 다발성 부상과 중독은 사례 수가 적어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연구진은 “폭염이 인지기능과 위험 판단 능력을 떨어뜨리는 데다 농업·건설업 등 야외 노동자의 신체적·인지적 수행능력을 저하시켜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 '부상 청구서' 246억원 연구진 분석 결과, 폭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 입원은 1만705건(기여분율 5.66%)​으로, 한파 관련 입원 3455건(1.83%)보다 3배 이상이었다. 이에 따라 폭염 피해는 경제적 비용에서도 한파를 압도했다. 연구진이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을 합산한 결과, 폭염 관련 부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246억4940만원으로 추산됐다.이는 한파 관련 부담 78억5280만원의 3.1배였다. 폭염의 경제적 부담이 큰 것은 최고기온에서 위험도가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상 위험이 가장 낮은 기온이 34백분위에 있어서 이를 기준으로 더 따뜻한 날이 더 추운 날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또, 화상·중독·다발성 외상 등의 위험 역시 따뜻한 기온 전반에서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저소득층·지방 주민에 피해 집중 폭염 피해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서도 달랐다. 저소득층의 폭염 관련 부상 입원 위험은 1.253배로 고소득층의 1.061배보다 높았다. 지방의 폭염 관련 경제적 부담도 149억5960만원으로 대도시의 94억2850만원보다 컸다. 연구진은 “농업·건설업 등 야외 노동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폭염 노출이 많고, 냉방시설 등 대응 인프라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폭염 대책의 범위를 온열질환 예방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폭염이 사고·안전과 노동, 경제적 손실을 키우는 위험 요인으로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후적응 정책에 취약계층을 겨냥한 부상 예방대책과 경제적 평가를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뜨거워진 바다에 산성화까지…해양생물 ‘이중 고통’ 덮쳤다 [기후 리포트]

지구온난화로 바다가 점점 뜨거워지는 가운데 '해양열파(marine heatwave)'와 '산성화 극한현상(ocean acidification extremes)'이 예상보다 훨씬 자주 동시에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환경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닥치면서 해양생태계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AGU 어드밴시스(Advances)'​에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82~2024년 43년간의 관측 기반 자료를 바탕으로 해양열파와 산성화 극한현상이 동시에 발생한 사례를 조사했다. ◇'우연한 동시 발생'보다 4배 많았다 해양열파는 일정 기간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해수면 온도가 장기 추세를 제외한 기준에서 상위 5%에 해당할 정도로 높을 때를 해양열파로 정의했다. 산성화 극한현상은 수소이온 농도가 평소보다 극단적으로 높아진(즉, 산성도가 강해진) 상위 5%의 경우로 정의했다. 두 현상이 실제 관측에서 함께 나타나는 빈도는 단순한 확률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높았다. 해양열파와 산성화 극한현상이 서로 독립적이라면 같은 장소와 시기에 동시에 나타나는 횟수도 일정한 수준에 그쳐야 한다. 그러나 실제 관측에서는 저위도와 중위도 해역에서 단순한 우연으로 예상되는 경우보다 약 4배 더 자주 함께 발생했다. 이는 두 현상이 우연히 겹치는 것이 아니라 바다의 물리·화학적 조건에 의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동부 적도 태평양과 고위도 해역에서는 이런 복합 극한현상이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대부분은 규모가 작고 약 한 달 지속됐지만, 일부는 수백만㎢의 바다를 수개월 이상 뒤덮었다. ◇왜 뜨거워지면 산성화까지 심해질까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주로 바닷물이 층을 이루고 위아래가 잘 섞이지 않는 저·중위도 해역에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해양열파가 발생하면 수온 상승 자체가 바닷물의 수소이온 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양열파가 발생하면 용존무기탄소(DIC)가 감소하면서 이러한 영향을 일부 상쇄한다. 그러나 이 상쇄 작용이 충분하지 않으면, 오히려 바다를 뜨겁게 만든 해양열파가 산성화 극한현상까지 불러올 수 있다. 특히 해수면이 강하게 따뜻해지면 따뜻한 표층수가 차가운 심층수와 분리되면서 바닷물의 상하 혼합이 약해진다. 이렇게 되면 심층의 물질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흐름이 줄어들고, 표층에서 축적되는 이산화탄소와 수소이온 농도를 낮춰주는(즉, 희석해주는) 생물학적·물리적 완충작용도 약해질 수 있다. 결국 해양열파로 높아진 수온과 산성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같은 해역에서 두 극한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북태평양 '블롭'도 산성화와 겹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4~2015년 북동태평양에서 발생한 '블롭(The Blob)'​이다. 블롭은 북태평양에 거대한 '따뜻한 물 덩어리'가 장기간 자리 잡은 현상을 가리킨다. 당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온이 광범위한 해역에서 장기간 이어졌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약 2.5℃ 높은 수온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블롭이 단순한 해양열파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블롭이 절정에 이른 시기에는 해양열파와 산성화 극한현상이 겹쳤고, 그 규모는 약 1260만㎢(남한 면적의 126배 규모)에 달했다. 지난 2023년에도 북대서양에서 거대한 복합 극한현상이 나타났다. 중앙대서양과 온대 북대서양을 합친 영향권은 약 1930만㎢로 연구기간 중 가장 컸다. 서호주 연안에서는 2011년 가장 강력한 복합 극한현상이 관측됐다. ◇'더 뜨거운 바다' 넘어 '복합 위험'의 시대 이번 연구는 해양온난화와 산성화를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른바 '환경신데믹(Eco-syndemic)' 현상의 한 사례다. 지금까지 해양열파는 수온 상승과 산호 백화, 어류 이동·폐사 등의 문제로, 산성화는 별도의 환경 문제로 다뤄왔다. 그러나 실제 바다에서는 두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저·중위도에서는 그 빈도가 우연히 예상되는 수준보다 약 4배 높았다. 이렇게 되면 해양생물은 뜨거워진 바다와 산성화된 바다라는 두 가지 스트레스를 동시에 견뎌야 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런 이중 스트레스, 즉 '복합 극한현상'은 각각의 극한 현상보다 생태계에 더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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