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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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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오존까지 겹치면 사망 위험 11%↑…고령층·남성 특히 취약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는 가운데 고농도 오존 오염까지 겹치면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과 남성에서 위험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이화여자대학교 오종민·이지은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홍윤철 교수 등이 수행했으며, 최근 환경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진은 2014~2023년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국내 7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폭염과 오존 오염의 동시 노출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10년간 47만4369명의 사망 자료다. ◇폭염과 오존이 겹치면 사망위험 최대 11% 증가 연구 결과, 폭염과 고농도 오존(일일 최대 8시간 평균 0.06ppm 초과)에 동시에 노출될 경우 전체 사망, 비사고성 사망,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을 '일(日) 최고기온 33℃ 이상'으로 정의했을 때, 전체 사망 위험은 고농도 오존과 동시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했다. 폭염과 오존에 1일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2.5% 증가했고, 2일 연속 동시 노출됐을 때는 7%가 증가했다. 또, 3일 연속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7.8% 증가했다. 폭염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 해당 도시 기온의 상위 5%(95백분위수) 이상을 '극심한 폭염'으로 정의했을 경우 위험은 더 커졌다. 극심한 폭염과 고농도 오존에 1일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4.5% 증가했고, 2일 연속 동시 노출는 9.4% 증가했다. 특히, 3일 연속 극심한 폭염과 고농도 오존에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11.2%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극심한 폭염에만 3일 연속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6.2% 증가했고, 고농도 오존에만 3일 연속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1.7% 증가했다. 결국, 폭염이 강할수록, 그리고 폭염과 오존이 함께 지속되는 기간이 길수록 사망 위험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연구진은 “폭염과 오존의 동시 노출 위험은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더욱 극단적인 폭염 조건에서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령층과 남성에게 더 위험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취약계층 분석이다. 연구진이 성별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폭염과 오존에 동시에 노출됐을 때의 전체 사망 위험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65세 미만보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폭염의 정의가 어떻게 바뀌든, 노출 기간이 하루이든 사흘이든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논문은 “동시 노출에 따른 전체 사망 위험은 남성과 고령자 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기존 해외 연구들과도 대체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이 취약한 이유로는 체온 조절 능력 저하, 심혈관계 부담 증가, 탈수에 따른 혈액 점도 상승 등이 꼽힌다. 여기에 오존이 기도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면서 건강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질환별로는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특히 주목된다. 심혈관질환(CVD)의 경우 폭염과 오존이 2~3일 연속으로 함께 발생할 때 사망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심혈관질환 사망의 상대위험도는 폭염 단독 노출이나 오존 단독 노출보다 동시 노출 상황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호흡기 질환과 폐렴 사망은 폭염보다는 오존 오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고농도 오존이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호흡기 질환 및 폐렴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 대응과 대기질 관리 통합해야" 흥미로운 점은 폭염과 오존 사이에서 강한 '시너지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두 요인이 서로의 영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지는 않았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사망 위험을 높여 결과적으로 건강 부담을 크게 키운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폭염 기간 동안 강한 햇빛과 대기 정체 현상 때문에 오존이 쉽게 생성·축적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폭염이 증가하면 오존 오염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폭염과 고농도 오존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한 통합적인 보건 정책과 대기질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령자와 같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기경보체계와 맞춤형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에 폭염과 대기오염을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복합 재난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국내 연구로 평가된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폭염과 오존의 동시 노출이 향후 중요한 공중보건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자원 무기화’ 맞서는 G7…대안으로 떠오른 ‘글로벌 광물 신탁’이란?

지난 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희토류와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와 탄력성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광물 자원이 디지털·에너지 전환과 국가 안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원이라고 규정하고, 중국 중심의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공급망 동맹'을 출범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 전문가들은 공급망 다변화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광물 공급국과 소비국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제 학계가 제안했던 '글로벌 광물 신탁(Global Minerals Trust·GMT)' 구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G7 정상회의, 중국 의존도 축소 선언 G7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G7 핵심 광물 탄력성·생산 동맹(Critical Minerals Resilience and Production Alliance)'을 출범시켰다. 특히 특정 국가가 자원을 외교·안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자원 무기화(resource weaponization)'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호주도 파트너 국가 자격으로 참여했다. G7은 2030년까지 희토류와 영구자석 분야에서 단일 공급원 의존도를 60% 미만으로 낮추고, 가능한 한 조기에 50% 수준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채굴·가공·재활용 전 과정에 대한 공동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G7에 따르면 현재까지 G7 및 파트너 국가에서 발표된 핵심 광물 프로젝트는 195개, 투자 규모는 약 640억 유로(약 112조 원)에 달한다. 또한 원산지 추적 시스템 구축, 전략 비축 확대, 공급망 공동 경보 체계 운영, 광물 재활용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망 위기, 왜 심각한가 핵심 광물은 21세기 산업의 혈액과도 같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가 필요하다. 풍력발전기와 전기모터에는 희토류 영구자석이 들어간다. 태양광 발전과 전력망 확충에도 막대한 양의 광물이 사용된다. 문제는 생산과 가공이 극도로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 정제 능력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고,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 니켈은 인도네시아 등 특정 국가에 생산이 몰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공급망 불안뿐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광물 공급망은 점차 경제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은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갈등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광산 개발 대신 품질이 낮은 광석을 개발하거나 환경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신규 광산을 추진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용 증가뿐 아니라 환경 훼손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국제 전문가들이 제안한 '글로벌 광물 신탁'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델라웨어대의 샐림 알리(Saleem Ali) 교수와 국제 연구진은 지난해 6월 5일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글로벌 광물 신탁,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한 자원 보호주의의 대안 (A Global Minerals Trust Could Prevent Inefficient and Inequitable Protectionist Policies)'라는 제목의 정책 제안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글로벌 광물 신탁(Global Minerals Trust)' 설립을 제안했다. 논문에서 제안한 GMT는 단순한 국제 거래소가 아니다. GMT는 광물 생산국과 소비국,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자원 관리 체계다. 생산국은 공급 가능한 광물을 신탁에 등록하고, 소비국은 필요한 물량을 요청한다. 국제기구 또는 참여국들이 구성한 수탁기관이 거래 규칙과 가격 체계를 관리한다. ◇핵심은 양자 거래가 아니라 다자 협력이다. 현재의 광물 거래는 국가 간 정치 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GMT는 공동 거버넌스를 통해 광물 공급을 안정화하고 공급국과 수요국 모두에게 공정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①'광물판 국제원자력기구' 구상: GMT 구상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논문은 광물 공급망에도 IAEA와 유사한 독립 감사 체계를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광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환경 파괴, 강제 노동, 아동 노동, 불법 채굴 등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국가가 정치적 목적으로 공급을 중단하거나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할 경우 신탁 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시스템이 단순히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국제 분쟁 가능성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②개발도상국에도 이익: GMT는 광물 생산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광물 생산국은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는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단순히 원자재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지원과 투자 유치를 통해 가공·제조 산업까지 육성할 수 있다. 논문은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설비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광물 공급국에 기술 이전과 투자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원료 공급국에서 첨단 제조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③'행성 공유지'라는 새로운 발상: GMT 구상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광물을 단순한 국가 자산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원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GMT가 유엔해양법협약의 '인류 공동 유산(Common Heritage of Humankind)' 개념과 최근 학계에서 논의되는 '행성 공유지(Planetary Commons)'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국가 간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 관리의 대상으로 보자는 것이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광물 안보 문제까지 다루는 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G7 공급망 동맹, 글로벌 광물 신탁의 출발점 될까 흥미로운 점은 이번 G7의 공급망 동맹 구상이 GMT와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G7 공급망 동맹과 GMT는 결정적인 차이도 갖고 있다. G7 공급망 동맹의 목표는 사실상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희토류와 영구자석 분야에서 단일 공급원 의존도를 2030년까지 6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이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GMT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보다 생산국과 소비국 모두를 포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지향한다. 논문은 미국과 중국 간 신뢰 부족이 현재 공급망 위기의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양국을 포함한 다자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G7 동맹이 '공급망 블록화'에 가깝다면, GMT는 '공급망 국제화'를 지향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두 구상이 완전히 별개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공급망 정보 공유, 전략 비축, 광물 추적 시스템, 공동 투자 등 G7이 추진하는 여러 정책이 GMT가 제안한 기능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광물 생산·가공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GMT가 지향하는 진정한 글로벌 체제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사이언스' 논문은 GMT가 처음부터 전 세계 국가가 참여하는 체계로 출범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대신 주요 생산국과 소비국 몇 나라가 먼저 참여하는 연합 형태로 시작한 뒤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유엔 차원의 제도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G7 공급망 동맹이 GMT로 가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G7 공급망 동맹은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해법이고, GMT는 이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광물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관리하자는 장기적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G7 정상회의는 공급망 안정성, 가격 안정화, 자원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로서의 GMT를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낙동강부터 워싱턴까지…전 세계 식수원 삼키는 ‘녹조 대재앙’

올여름 낙동강에 또다시 녹조 비상이 걸렸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상수원 구간 곳곳에서 유해 남세균(cyanobacteria, 남조류)이 급증하고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경남도는 지난달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 수온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여름 낙동강 녹조 발생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우려는 현실이 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8일 낙동강 칠서지점과 물금·매리 지점에 올해 첫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칠서지점의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1주일 사이 mL당 4877개에서 7280개로 증가했고, 물금·매리 지점은 같은 기간 2418개에서 8458개로 3.5배 급증했다. 낙동강 하류는 부산 시민 수백만 명의 식수원이 위치한 지역이다. 부산시는 물금·매리 취수장에 조류 차단막과 살수시설을 가동하고 정수처리 공정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녹조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대구환경청도 해평지점과 강정고령지점 등에 조류경보를 발령하며 비상 대응에 나섰다. 환경당국은 위성 기반 감시체계를 확대하고 AI를 활용한 유해 남조류 자동 분석 기술까지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여름이면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 곳곳이 짙은 녹색으로 물든다. 강 표면이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듯 변하는 이른바 '녹조 라떼' 현상이다. 한때 단순한 수질 오염이나 미관 문제 정도로 여겨졌던 녹조가 이제는 인체 건강과 식수 안전, 국가 경제까지 위협하는 복합 재난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 학술 논문들은 기후변화와 하천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남세균 녹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한국의 4대강 사업 이후 설치된 보(洑)가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녹조는 왜 늘어나는가 남세균 녹조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첫째는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류의 과다 유입이다. 농경지 비료, 축산분뇨, 생활하수 등에서 유입된 질소와 인은 남세균의 먹이가 된다. 이러한 영양염류가 많은 수역을 부영양화 수역이라고 한다. 둘째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다.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박준홍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공학 연구 (Environmental Engineering Research)'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수온 상승은 남세균의 성장 속도를 높이고 수층 성층화를 강화한다. 성층화가 심해지면 남세균은 수면 근처에 떠서 햇빛을 독점할 수 있게 된다. 셋째는 긴 체류시간이다. 물이 오래 머무를수록 남세균은 충분한 번식 시간을 확보한다. 가뭄으로 유량이 감소하거나 보와 댐으로 물 흐름이 느려질 경우 녹조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중국 윈난대학교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 4월 '생태학과 진화의 최신 동향 (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변화와 부영양화, 수문학적 변화가 결합할 경우 남세균 녹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연구진 등 12개국 23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녹조의 주요 원인으로 영양염류 축적과 수온 상승, 체류시간 증가를 지목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은 '흐르는 강'에서 '호수'가 됐다 한국의 녹조 문제를 이해하려면 4대강 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2009~2012년 추진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만 8개의 대형 보가 설치됐고, 전국적으로는 16개의 보가 건설됐다. 한국해양대학교 유근제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지난 2월 수생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하이드로바이올로지아(Hydrobiologia)'에 발표한 논문에서 보 건설이 하천의 자연적인 흐름을 차단하고 체류시간을 증가시켜 강을 사실상 호수와 유사한 환경으로 변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보와 댐 같은 수리시설이 “흐르는 하천 구간을 준정체성 저수지(quasi-lentic reservoirs)로 전환시키고, 영양염류 축적과 만성적인 부영양화, 유해 조류 번성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또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수질과 생태계 건강이 광범위하게 악화됐으며, 하류 도시의 식수원 관리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생태학적으로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하천은 점차 호수의 특성을 띠게 된다. 특히 낙동강은 대규모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고,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졌다. 이미 질소와 인 농도가 높은 부영양화 상태에서 체류시간까지 늘어나자 남세균이 번성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영양염류가 녹조의 연료라면, 체류시간은 남세균에게 성장할 시간을 제공하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 “녹조가 생태계 먹이사슬까지 바꾼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녹조가 생태계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육수학 및 해양학(Limnology and Oceanography)' 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스테파니 햄프턴 교수 연구팀은 워싱턴주 담수호를 대상으로 안정동위원소 분석과 생태계 에너지 흐름 추적 기법을 활용해 녹조가 생태계 먹이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녹조가 심해질수록 동물플랑크톤과 어류가 기존의 다양한 먹이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남세균 중심의 단순한 먹이망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회복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특히 기후변화로 수온 상승과 가뭄이 빈번해질수록 녹조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녹조는 사람의 건강도 위협한다 남세균 녹조의 위험성은 단순히 강물이 녹색으로 변하는 데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남세균이 생산하는 독소가 인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표적인 독소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다. 이 물질은 강력한 간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간 손상과 간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김자윤 박사와 연세대 박준홍 교수 등 연구팀은 지난 3월 국제 저널 '물 환경 연구 (Water Environment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세균이 생성하는 마이크로시스틴과 지오스민(Geosmin), 2-MIB 같은 물질이 식수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독소 에어로졸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녹조가 심한 강이나 호수에서는 바람과 파도, 선박 운항 등에 의해 독소가 포함된 미세 물방울이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사람은 이를 호흡기를 통해 흡입할 수 있다. 수변 지역 주민이나 낚시객, 수상레저 이용자들이 직접적인 노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세균 녹조는 독소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녹조 수역이 병원균의 서식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특히 콜레라균(Vibrio cholerae) 같은 병원성 세균의 생존과 확산을 도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녹조 수역이 항생제 내성 유전자(AMR genes)의 저장소 역할을 하면서 내성균 확산을 촉진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는 녹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미래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낙동강 하류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해 독성 여부 분석을 의뢰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후변화가 녹조를 키운다 전 세계적으로 녹조 발생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남세균은 일반 조류보다 높은 수온에서 경쟁력이 높다.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하면 남조류 증식 속도가 빨라지고, 가뭄으로 하천 유량이 줄어들면 물이 정체되면서 녹조 발생 조건이 더욱 좋아진다. 수온 상승은 수층의 성층화(stratification)를 강화한다. 남세균은 세포 내 기포를 이용해 수면 가까이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성층화가 강할수록 햇빛을 독점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 실제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올해 유해 남세균 급증 원인으로 높은 수온과 강한 일사량을 지목했다. 기상청 역시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농경지 비료, 축산분뇨, 생활하수 등을 통해 유입되는 질소와 인이 남세균 성장에 필요한 영양염류를 공급하면서 녹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경남도와 환경당국이 총인(T-P) 유입 차단과 축산·폐수시설 점검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세대 박준홍 교수팀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낙동강의 남세균 밀도가 현재보다 3~5배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진은 SSP5-8.5 시나리오(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평균 기온이 약 6.7℃ 상승할 경우 남세균 밀도가 현재 1mL당 1만6000개 수준에서 6만3000개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독소 제거를 위해 투입되는 분말활성탄(PAC) 사용량도 급증한다. 연구진은 정수 비용이 현재보다 최대 3배 가까이 증가해 가구당 월 부담이 최대 22달러 (3만3000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녹조는 환경 문제일 뿐 아니라 국민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 문제이기도 하다. ◇해법은 결국 '흐르게 하는 것' 녹조는 단순히 조류 몇 종이 늘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녹조는 기후변화와 인간의 수자원 이용 방식이 결합해 만들어낸 생태계의 경고 신호다. 전문가들은 녹조를 단순한 수질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녹조는 상수원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어류 폐사, 수생태계 교란, 관광산업 위축, 정수처리 비용 증가 등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녹조는 더 일찍 발생하고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는 수온을 높이고, 보는 물의 흐름을 늦추며, 부영양화는 남세균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세 요인이 결합하면 강은 거대한 남세균 배양조로 변한다. 결국 녹조 문제 해결은 정수처리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영양염류 유입 저감, 하천 유량 확보, 기후변화 대응, 상류 오염원 관리 등 유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하천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이드로바이올로지아'에 발표한 연구는 과거 2017년 낙동강 일부 보 수문 개방했을 당시 미생물 군집이 빠르게 변화했으며, 흐르는 강의 특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보 개방이 오염 축적과 녹조 문제를 완화하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앞으로의 녹조 관리는 수질 관리와 기후 적응, 공중보건 정책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틀 속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녹조 예측 시스템 △오존 처리와 입상활성탄(GAC) 같은 고도정수처리 기술 확대 △동물플랑크톤인 물벼룩(Daphnia) 등을 통해 남세균을 제어하는 먹이사슬-생물조작(Biomanipulation) 등의 기술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 발령…지난해보다 12일 빨라

18일 서울에도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번 더위는 19일까지 이어진 뒤 비가 내리면서 주말에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서울 동남권과 서남권, 인천 강화, 경기도 포천·고양·남양주·오산·안성·광주 등지에 폭염주의보를 발표했다. 올 여름 들어 경북 경산·예천과 대구 군위 등 영남 일부 지역 등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의 폭염주의보는 6월 30일에 발령됐던 지난해보다 12일 이른 것이다. 기상청은 “19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 이상으로 오르겠고, 일부 수도권과 경북권내륙을 중심으로 최고체감온도가 33℃ 이상 올라 덥겠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곳에서는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야외 활동과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3℃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고기온이 33℃ 미만이지만 습도가 높은 경우에 폭염특보가 발표될 수 있고, 최고기온은 33℃ 이상이지만 습도가 낮은 경우에는 폭염특보가 발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9일 오후 중부지방(강원 동해안 제외)과 경북 중.북부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또, 19일 밤부터 20일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겠고, 강원도와 남부지방, 제주도를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20일 아침까지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으나, 20일 낮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을 전망이다. 19~20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10~40㎜ △강원 내륙 10~60㎜ △강원산지·동해안 50~100㎜(많은 곳 120㎜ 이상) △대전·세종·충남·충북 20~60㎜ △광주·전남 50~100㎜ (많은 곳 전남남부서해안·남해안·지리산부근 120㎜ 이상) △전북 30~80㎜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울릉도·독도: 30~80㎜ (많은 곳 부산·울산·경남남해안·지리산부근 100㎜이상) △제주도 50~180㎜ (많은 곳 중산간, 산지 250㎜ 이상)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19일 밤부터 20일 오전 사이 제주도, 20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전남해안과 경남권해안, 지리산부근을 중심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고, 매우 강하고 많은 비로 인해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하천변 산책로 또는 지하차도 등 이용 시 고립될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초기엔 뿜어내다, 나중엔 줄인다…AI의 ‘∩자형’ 탄소 배출 패턴

인공지능(AI) 사용 확대로 인해 에너지 사용이 늘면서 AI가 탄소 배출을 늘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탄소배출을 줄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위기 해결의 핵심 기술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AI 도입 초기에는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확충으로 탄소배출이 증가하지만, 기술 활용 수준이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오히려 GDP(국내총생산) 단위 당 배출량이 감소하는 ∩자형, 즉 '역(逆) U자형' 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중국 지린대학교 공공행정학원과 지난대·중산대 등의 연구팀은 AI 활용 수준과 기업 탄소배출 강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7~2021년 중국 30개 성의 기업 탄소배출 자료와 AI 특허 활용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고, 양방향 고정효과(TWFE) 모형과 구조방정식모형(SEM)을 활용해 AI의 직접·간접 효과를 측정했다. ◇AI가 처음에는 왜 탄소배출을 늘릴까 AI 도입 초기에는 대규모 서버 구축, 데이터센터 운영, 초거대 AI 모델 학습, 스마트 장비 연결 등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AI 활용 수준이 낮은 단계에서는 오히려 탄소배출 강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 학습에는 수천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동원되고, 데이터센터 냉각 설비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전력이 소비된다. 전력 생산이 석탄과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지역일수록 이러한 배출 증가는 더욱 커진다. 그러나 AI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산 공정 최적화, 공급망 관리, 설비 예지보전(기계가 고장나기 전에 AI가 미리 고장을 예측해서 정비하는 기술), 스마트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단위 생산당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결국 탄소배출 강도가 낮아진다. 연구진은 AI 활용 수준의 로그값 약 4.09 지점에서 탄소배출 증가가 감소로 전환되는 임계점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기술이 단순 도입 단계, 즉 연구실 수준을 넘어 산업 현장에 수십 건 이상 실제 적용될 정도로 산업 전반에 충분히 확산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제번스 역설과 그린 패러독스가 만든 역설 연구진은 AI 초기 단계의 배출 증가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제번스 역설(Jevons Paradox)'과 '그린 패러독스(Green Paradox)'를 제시했다. 제번스 역설은 기술 효율성이 향상되면 오히려 총 자원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AI가 생산 효율을 높이면 기업은 비용 절감을 바탕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하게 된다.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거나 새로운 AI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총 에너지 소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자동차 연비가 좋아졌다고 사람들이 자동차를 덜 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실제로 AI 사용 수준이 높아지면서 GDP 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만, 기업의 경제활동 자체가 확대되면서 전체 배출량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린 패러독스는 미래의 탄소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기업들이 규제 시행 전에 기존 고탄소 설비를 집중 가동하는 현상이다. 장기간 석탄 수입 계약을 맺은 경우 사용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 잔여 물량을 앞당겨 수입해 소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AI의 예측 기능과 자동화 기술은 이런 단기 생산 확대를 더욱 정교하게 지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AI가 단기적으로는 탄소배출 증가를 부추기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AI는 어떻게 탄소를 줄이나 어쨌든 AI 사용이 늘면 탄소는 줄어든다는 게 이 연구의 결론이다. 연구진은 AI가 네 가지 핵심 경로를 통해 장기적인 탄소 감축을 이끈다고 분석했다. ① 에너지 이용 효율(EUE) 향상: AI는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한다. 스마트 공장에서는 설비 가동 시간을 조절해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다. ② 녹색 혁신 효율(GIE) 개선: AI는 신소재 개발, 배터리 설계,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을 가속화한다. 친환경 특허와 저탄소 기술 혁신이 증가하면서 배출량 감축 효과가 나타난다. ③ 과학기술 혁신(SI) 촉진: AI는 연구개발(R&D) 속도를 높이고 지식 창출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는 장기적으로 저탄소 기술 생태계를 강화한다. ④ 산업 구조 고도화(ISU): AI는 제조업 중심 경제를 서비스업과 첨단산업 중심 경제로 전환시킨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될수록 경제의 탄소집약도는 낮아진다. 연구진은 이러한 네 가지 경로가 AI의 탄소 감축 효과를 증폭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지역마다 왜 결과가 달랐나 연구 결과 AI의 탄소 감축 효과는 중국 동부 지역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고, 중부와 서부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지연됐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① 디지털 인프라 차이: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등 동부 지역은 데이터센터, 통신망, AI 산업 생태계가 이미 성숙해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생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② 산업 구조 차이: 중부 지역은 철강·시멘트·화학 산업 등 중공업 비중이 높다. AI가 도입돼도 녹색 혁신보다는 생산 자동화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③ 에너지 구조 차이: 동부 지역은 청정에너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중부 지역은 석탄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AI가 사용하는 전력 자체가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면 감축 효과가 제한된다. ④정책과 제도의 차이: 동부 지역은 탄소거래제, 녹색금융, 환경 규제가 비교적 잘 정착돼 있어 AI의 환경 효과가 극대화된다. 결국 AI의 탄소 감축 효과는 기술 자체보다 '어떤 산업 구조와 에너지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는 의미다. ◇AI 시대 탄소 감축의 과제는 연구는 AI가 자동적인 기후 해결책이 아님을 보여준다. AI의 환경 효과는 기술과 제도, 에너지 체계가 결합될 때 비로소 나타난다. 논문을 통해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정책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AI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탄소가격제와 배출권 거래제를 강화해 제번스 역설에 따른 리바운드 효과를 억제해야 한다. 셋째, 지역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 동부는 AI 혁신을 고도화하고, 중부는 산업 구조 전환과 석탄 의존도 축소, 서부는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데이터센터 육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넷째, AI 산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 경제적 생산성뿐 아니라 '탄소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연구팀은 “AI는 분명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기술이지만 AI가 기후위기의 해법이 될지, 또 다른 배출원이 될지는 결국 어떤 전력으로 AI를 구동하고 어떤 정책 아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폭염과 도시열섬의 악순환… 녹지 조성이 ‘기후 방패’

6월 중순인데도 한낮 기온이 30℃를 훌쩍 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여름에 몇 차례 겪는 일로 여겨졌던 폭염이 이제는 초여름부터 일상화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탓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는 전체적인 기온을 끌어올려 폭염을 강화한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단순히 기온 상승과 폭염 발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에서 폭염은 도시열섬(Urban Heat Island) 현상을 심화시킨다. 도시열섬은 다시 폭염의 강도와 지속기간을 키운다. 이른바 '열의 악순환'이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인구 밀집, 콘크리트 구조물, 녹지 감소 등이 겹치면서 주변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도시가 바로 기후위기의 핵심 전장(戰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도시열섬(UHI)은 도시 지역의 기온이 주변 교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가 마치 거대한 섬처럼 주변보다 뜨거워진다는 의미다. 도시열섬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태양열을 강하게 흡수한 뒤 밤에도 천천히 방출한다. 반면 숲과 토양이 줄어들면서 식물의 증발산에 의한 자연 냉각 기능은 약화된다. 여기에 자동차와 산업시설, 냉방기기에서 배출되는 인공열까지 더해진다. 특히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은 바람길을 차단하고 복사열을 가두는 '도시 협곡(Urban Canyon)' 효과까지 나타난다. 이 때문에 도시에서는 해가 진 뒤에도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서울 도심의 야간 기온이 외곽 경기도보다 2~5℃ 이상 높은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이러한 도시열섬 현상 때문이다. ◇기후변화, 폭염, 도시열섬의 상승작용 최근 기후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폭염, 도시열섬이 서로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호 증폭 관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면 폭염 발생 빈도와 강도가 커진다. 폭염이 발생하면 도시의 건물과 도로는 더 많은 열을 저장하게 되고 도시열섬 현상도 강화된다. 강화된 도시열섬은 다시 폭염의 체감온도와 지속시간을 늘린다. 특히 야간에 문제가 심각하다. 낮 동안 축적된 열이 밤새 방출되면서 시민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워지고, 냉방 수요가 증가해 더 많은 인공열이 배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서울은 도시열섬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을 모두 갖춘 대표적 메가시티다. 약 950만 명의 인구와 수도권을 포함한 2,500만 명 규모의 도시권, 고밀도 고층 건물, 넓은 불투수 포장면, 대규모 에너지 소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백종진 교수 연구팀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날씨 및 기후 극한 현상(Weather and Climate Extreme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1년 서울 폭염 사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폭염 기간에는 비폭염 시기보다 도시열섬 강도가 더욱 커졌고, 특히 초저녁 시간대에 폭염과 도시열섬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낮 동안 건물과 도로에 저장된 열이 해가 진 뒤 대기로 방출되면서 야간 기온 상승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시열섬과 폭염의 상호 증폭 효과는 낮보다 밤에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폭염이 단순히 낮의 문제가 아니라 열대야와 수면장애, 심혈관계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 24시간 재난임을 보여준다. ◇뜨거워지는 세계의 메가시티 서울만이 문제가 아니다. 도시열섬은 전 세계 메가시티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일본 도쿄는 고층 건물과 인공열 증가로 야간 열섬 현상이 심각한 도시로 꼽힌다. 미국 뉴욕은 녹지 분포의 불균형으로 저소득층 지역의 폭염 피해가 더 큰 '열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는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열섬 강도가 빠르게 증가한 대표 사례이며, 인도의 델리는 극심한 폭염과 도시열섬이 결합해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고온이 발생하기도 한다. 중국 난징농업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에서 전 세계 1만 개 이상의 도시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도시 인구가 두 배 증가할 때마다 열 노출의 불평등이 약 9%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폭염의 피해 역시 불평등하게 분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도시가 얼마나 뜨거워지는지는 기후뿐 아니라 도시의 형태에도 크게 좌우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임정호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에서 전 세계 2213개 도시를 분석한 결과, 건물이 조밀하고 높은 '고밀도·고층 도시'일수록 도시열섬 강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고층 건물은 태양 복사에너지를 흡수하고, 건물 사이 공간은 열을 가두며, 바람의 흐름까지 방해한다. 이 때문에 도시 내부의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광화문 일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낮 동안 축적된 열이 밤늦게까지 방출되며 열대야를 더욱 심화시킨다. ◇도시를 식히는 가장 강력한 기술은 '녹지' 전문가들은 도시 열 문제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이고 검증된 방법으로 녹지 확대를 제시한다. 나무는 그늘을 제공해 지표면 가열을 줄이고, 잎에서 물을 증발시키는 증발산 작용을 통해 주변 공기를 직접 냉각한다. 즉, 나무는 자연의 에어컨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영국 서리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도시와 환경 상호작용 (City and Environment Interactions)'에 발표한 연구에서 공원의 냉각 효과가 주변 지역 약 300m까지 확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나무 그늘은 잔디밭보다 인간이 체감하는 열 스트레스를 훨씬 효과적으로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3-30-300 규칙'이 새로운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집에서 최소 3그루의 나무가 보이고 △지역 면적의 30% 이상이 나무 수관으로 덮이며 △300m 이내에 공원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준이 도시민의 건강과 폭염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서울 역시 가로수 확대, 포켓공원 조성, 학교 숲 확대, 옥상녹화, 수직정원 설치 등을 통해 도시열섬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공간 확보가 어려운 도심에서는 건물 외벽을 녹화하는 수직정원과 옥상녹화가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기후위기 시대에 공원과 숲은 더 이상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다. 녹지는 탄소를 흡수하고, 폭염을 완화하며, 미세먼지를 줄이고, 시민 건강을 보호하는 핵심 인프라다. 녹지는 장식이 아니라 도시를 식히고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기후 방패'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보이지 않는 온난화 주범 ‘간접 온실가스’…새 기후 대응 과제로 부상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흔히 이산화탄소(CO₂)·메탄(CH₄)·아산화질소(N₂O)를 떠올린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최근 기후변화 정책이 놓치고 있는 또 다른 위험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간접 온실가스(indirect greenhouse gases, iGHGs)'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H₂)조차 대기 중으로 누출되면 온난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후 정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간접 온실가스, 기후 정책의 사각지대 간접 온실가스는 CO₂처럼 스스로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물질은 아니다. 대신 대기 중 화학 반응을 통해 메탄·오존·수증기 같은 다른 온실가스의 농도를 증가시키거나 수명을 연장해 결과적으로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든다. 대표적인 간접 온실가스로는 일산화탄소(CO), 비(非)메탄 휘발성 유기화합물(NMVOCs), 질소산화물(NOx), 분자 수소(H₂) 등이 있다. 이러한 물질들은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화석연료 연소, 화학공정 등 인간 활동에서 대량 배출된다. 스파크 클라이밋 솔루션(Spark Climate Solutions)의 일리사 오코 박사와 쓰리 케언즈 그룹(Three Cairns Group)의 장 프랑수아 라마르크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 지구 온난화의 약 0.3℃, 즉 전체 온난화의 약 15%가 기존 기후정책의 관리 범위 밖에 있는 물질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후 정책에서 벗어난 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온난화 가운데 약 80%는 간접 온실가스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간접' 온실효과는 어떻게 일으키나 간접 온실가스는 크게 세 가지 경로로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수명을 늘린다. 대기에는 메탄을 분해하는 '청소부' 역할의 수산화라디칼(OH)이 존재한다. 하지만 간접온실가스인 CO나 H₂가 존재하면 먼저 OH와 반응해 이를 소모한다. 그렇게 되면 메탄이 분해되지 못하고 대기 중에 더 오래 남는다. 메탄은 100년 기준으로 CO₂보다 약 28배 강한 온실효과를 갖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온난화가 발생한다. 둘째, 대류권 오존을 만든다. 오존은 성층권에서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보호막이지만, 지표 부근 대류권에서는 강력한 온실가스이자 대기오염물질이다. NOx, CO, NMVOCs는 광화학 반응을 통해 대류권 오존을 생성한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은 현재 대류권 오존 온난화 효과의 약 60%가 CO와 NMVOCs, NOx에 의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셋째, 성층권 수증기를 증가시킨다. 특히 수소는 산화되면서 성층권 수증기를 늘리는데, 성층권 수증기는 강력한 복사강제력을 지녀 추가적인 온난화를 일으킨다. ◇현재 배출 실태는 어떠한가 간접 온실가스는 이미 광범위하게 배출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CO와 NMVOCs가 유발하는 온난화 효과는 약 0.25℃로,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관리 대상 온실가스 6종 중 하나인 아산화질소(N₂O)의 온난화 효과(약 0.11℃)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이들 간접 온실가스는 다양한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된다. 대표적인 배출원으로는 자동차와 선박 연소, 발전소와 산업 공정, 석유화학 공장, 유기용제 사용, 바이오매스 연소, 수소 생산·운송·저장 시설 등이다. 특히 수소경제 확대는 새로운 배출원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CO₂를 배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철강·화학·항공·발전 분야의 탈탄소 핵심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수소는 직접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강력한 간접 온실가스"라고 경고한다. 노르웨이의 '키케로 국제 기후연구센터 (CICERO - Center for International Climate Research)'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지구 환경 리뷰(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소의 기후영향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진은 수소의 100년 지구온난화지수(GWP100)를 12로 제시했다. 이는 질량 기준으로 수소 1kg이 장기적으로 CO₂ 약 12kg에 해당하는 온난화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짧은 20년 기준에서는 GWP가 약 30~40까지 상승해, CO₂의 30~40배나 되는 단기 온난화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생산·저장·운송 과정에서 수소 누출 더 큰 문제는 수소가 매우 작은 분자여서 쉽게 새어나간다는 점이다. 수소는 생산·저장·운송·충전·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누출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액화수소 공급망의 증발 손실은 10% 이상에 이를 수 있고, 충전소 이송 과정에서도 6.3~15% 수준의 배출 가능성이 보고됐다. 또한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수소용으로 전환할 경우 누출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연구자들은 세계 수소 수요가 급증하고 누출률이 약 10%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100년까지 추가로 0.05~0.1℃의 온난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수소경제가 기후위기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누출 수소경제(low-leakage hydrogen economy)'가 구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수소경제의 성패는 생산량 확대만이 아니라 얼마나 누출을 줄이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초정밀 수소 감지 기술 개발 필요 현재 국제 기후체계는 주로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바스켓'에 포함된 물질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 체계는 약 30년 전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당시에는 간접 온실가스의 기후 영향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21세기 기후위기 대응은 겉으로 보이는 온실가스만 줄이는 시대를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화학적 상호작용까지 관리하는 정밀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간접 온실가스 관리가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과제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응책으로 △CO, NMVOCs, NOx, 수소를 공식 배출 관리체계에 포함하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의 확대 △수소 생산·운송·저장 시설에 대한 누출 허용기준과 의무 보고제도의 도입 △기후관리릉 위한 초정밀 수소 감지 기술의 개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기업 기후공시에도 간접 온실가스 포함 등을 제시했다. 과학계는 긴접 온실가스 관리 확대를 통해 기후 정책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간접 온실가스는 수명이 짧아 집중 감축할 경우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열 축적 속도 ‘역대 최고’…2029년 탄소예산 바닥난다[기후리포트]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가 국제 기후과학계에서 나왔다.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37℃에 도달했고,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전후 1.5℃ 한계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기후과학자 피어스 포스터 교수를 비롯한 국제 연구진은 최근 '2025년 지구 기후변화 지표 연례 업데이트 (Indicators of Global Climate Change 2025 Annual Update)' 보고서를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 Sci. Data)' 저널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7차 평가보고서(AR7)의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2025년)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 속도는 10년당 0.27℃로 관측 사상 가장 빠른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39℃ 높아져 인간 활동의 영향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지구는 지금 '열 흑자' 상태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것은 지구 에너지 불균형(Earth Energy Imbalance·EEI)이다. EEI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에너지와 우주로 내보내는 에너지의 차이를 뜻한다. 쉽게 말해 지구의 '열 가계부'다. 수입과 지출이 같으면 문제가 없지만, 수입이 더 많으면 돈이 쌓이듯 지구도 흡수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많으면 열이 축적된다. 열이 축적되면 지구가 더워지는데, 그게 지구 온난화이고 기후변화의 원인이다. 현재 지구는 이런 '열 흑자' 상태에 있고, 심각한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EEI는 1976~1995년 평균 0.40W/㎡에서 2006~2025년 평균 1.04W/㎡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1.12W/㎡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는 지구 전체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저장하고 있고, 열을 저장하는 양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이 EEI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이 지표가 미래 온난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지표면 기온은 엘니뇨와 같은 자연현상 때문에 일시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지만, EEI는 지구 시스템 전체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열이 쌓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축적되는 열의 약 90%가 바다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열은 해양 폭염과 해수면 상승, 빙하 녹음을 가속하고, 결국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 현상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대기오염 줄였더니 온난화 빨라졌다 최근 온난화가 가속된 원인 중 하나로는 에어로졸(미세먼지) 감소가 지목된다. 에어로졸은 황산염 등 대기 중 미세 입자로, 건강에는 해롭지만 기후 측면에서는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역할을 해왔다. 일종의 '차양막'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기오염 규제를 강화하면서 에어로졸 농도가 감소했고, 그 결과 그동안 가려져 있던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가 드러나는 '언마스킹(unmask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은 에어로졸 감소가 최근 지구 에너지 불균형 증가와 온난화 가속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건강을 위해 대기오염을 줄이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더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남은 '탄소예산'은 2026년 초 기준 50% 확률로 약 130GtCO₂(CO₂ 기준으로 1300억 톤)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할 경우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간 약 42GtCO₂(420억톤)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탄소예산은 2029년경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가 제시했던 수준보다 약 370GtCO₂ 빨리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다. 2020년 이후 지속적인 배출과 최근의 온난화 가속, 에어로졸 효과 재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메탄 감축이 기후위기 늦출 열쇠 전문가들은 이제 이산화탄소 감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 같은 비(非)이산화탄소 온실가스 감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메탄은 대기 체류 기간은 짧지만 온난화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이에 따라 메탄 감축은 단기간에 기온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 전후 1.5℃를 일시적으로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온난화 폭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기온을 다시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메탄을 2020년 대비 약 50%, 아산화질소를 약 20%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비CO₂ 온실가스 감축 여부에 따라 남은 탄소예산이 약 200GtCO₂ 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는 메탄의 강력한 단기 온난화 효과 때문에 비CO₂ 감축이 사실상 탄소예산의 크기를 좌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년 시간 단위로 산정할 경우 메탄의 온난화 잠재력(GWP20)은 CO₂의 약 80배에 이르고, 100년 기준(GWP100)으로는 CO₂의 약 27~30배에 이른다. 메탄 감축을 서두른다면, 1.5℃ 상승을 저지하지는 못하더라도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과학계는 2030년까지를 '결정적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계뿐 아니라 '열 가계부'인 EEI까지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속도가 앞으로 인류의 기후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력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갈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 [기후신호등]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생산성과 경제를 혁신할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거대한 환경 비용이 자리잡고 있다. AI 혁명의 심장부인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면서 전력망과 수자원 체계, 나아가 지역사회와 기후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14개 주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거나 일시 중단하는 이른바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Data Center Moratorium)' 법안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아일랜드와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확장을 제한하는 정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인간이 AI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우려끼지 겹치면서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Anthropic)조차 “AI 개발 자체에 국제적 모라토리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AI 혁신을 지탱하는 인프라가 역설적으로 AI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AI는 거대한 산업시설 위에서 작동 많은 사람들은 AI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안에서 작동하는 '가상의 기술'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AI는 수많은 서버와 반도체, 냉각설비가 집적된 거대한 산업시설 위에서 움직인다. 사용자가 챗GPT 같은 AI에 질문을 입력하거나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 세계 곳곳의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만 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동시에 작동하며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최근 UN대학 물·환경·보건연구소(UNU-INWE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30년 945TWh(테라와트시, 1TWh=10억k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프랑스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도 엄청나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가 2030년에는 연간 약 9조3000억 리터(93억㎥)의 물을 소비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소양호 저수량(29억㎥)의 3배가 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주민 약 13억 명의 연간 생활용수 사용량에 맞먹는다. 전자폐기물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운영 과정에서 연간 250만 톤 규모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의 주저자인 카베 마다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AI는 단순히 가상적인 것이 아니라 물리적 실체를 가진 인프라"라며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는 깨끗해 보일지 몰라도 그 환경 비용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대신 치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 붐은 어떻게 시작됐나 현재의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은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배경에는 AI 패권을 둘러싼 국가와 기업의 무한 경쟁이 있다. 특히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물론 바이두·알리바바그룹·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까지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더 큰 모델, 더 많은 데이터, 더 강력한 연산 능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이어지면서 수만~수십만 개의 GPU를 수용할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폭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여러 연구기관들은 향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이 AI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오늘날 데이터센터 문제는 AI 산업이 만들어낸 환경적 외부효과의 상징, 즉 AI 산업이 사회 전체에 환경 비용을 떠넘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이 때문에 AI의 환경 비용이 줄이려는 시도는 다양하게 벌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제도화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 주(州) 의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인 미국 주의회 협의회(NCSL)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최소 14개 주에서 데이터센터의 건설 제한 또는 모라토리엄(Moratorium, 신규 건설 유예)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뉴욕주다. 뉴욕주는 20MW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를 일정 기간 중단하는 '책임 있는 데이터센터 개발법(Responsible Data Center Development Act)'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텐 곤잘레스 뉴욕주 상원의원은 기후 전문매체 인터뷰에서 “공공요금 인상으로부터 지역사회를 보호하고 환경 자원을 지키며 뉴욕의 에너지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집적지인 북버지니아에서는 전력망 연결 신청이 폭증하면서 신규 시설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졌다. 이에 버지니아 의회는 전력망 상호연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와 버몬트 주는 영향 평가 연구가 완료될 때까지 허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포괄적 감독체계가 마련되기 전까지 신규 허가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아시아·남미, 한국에서도 같은 고민 미국 외에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은 유럽 최대 데이터센터 허브 중 하나다. 하지만 전력망 수용 능력이 산업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데이터센터들이 국가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21%를 소비하는 상황에 이르자 아일랜드 국영 전력망 운영기관인 에어그리드(EirGrid)는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망 연결을 사실상 제한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농업지역과 충돌했다. 특히 미든메이르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농업용수와 전력망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이 커졌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하이퍼스케일(수십만 대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초대형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싱가포르는 2019년부터 약 3년 동안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중단시킨 바 있다. 국토가 좁고 물과 에너지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은 재생에너지 활용과 고효율 설비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만 선별적으로 허가하고 있다. 우루과이에서는 가뭄 속에 추진된 데이터센터 계획이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구글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물 사용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주민 식수보다 데이터센터가 우선시되고 있다"고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국 역시 데이터센터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AI 산업 육성과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이 추진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하다. 용인·하남·김포·부천 등 여러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반대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전자파와 소음, 비상발전기 운영, 송전선로 증설, 경관 훼손 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전력 당국도 걱정이 많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 송배전망 투자 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제 데이터센터를 국가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AI 자체를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근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정말 규제해야 할 대상이 데이터센터인가, 아니면 데이터센터를 끝없이 필요로 만드는 AI 개발 경쟁 자체인가 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지역에서 건설을 막으면 기업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막히면 텍사스로, 미국에서 막히면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식이다. 결국 근본 원인은 AI 산업의 끝없는 규모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업 앤트로픽의 공동창업자인 잭 클라크는 여러 공개 발언에서 “현재 AI 산업에는 가속 페달은 있지만 브레이크 페달은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환경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과거의 국제 환경 규제를 떠올린다.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는 성층권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화불화탄소(CFC)의 생산과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했다. 현재 협상 중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 역시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AI 역시 언젠가는 국제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일부 연구자들은 AI 개발 경쟁이 결국 에너지와 물, 광물 자원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사회가 개발 속도를 조절하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면 AI 모라토리엄의 현실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도 많다. 염화불화탄소는 특정 산업과 특정 물질을 규제하는 문제였지만 AI는 국가 경쟁력과 군사력, 경제 성장의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 중동 국가들까지 AI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AI 연구는 핵시설이나 대형 화학공장처럼 쉽게 감시할 수 없다. 어느 한 국가가 규제를 거부하면 다른 국가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 'AI의 환경 한계'에 대해 본격 논의 오늘날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논쟁은 단순히 서버 건물을 더 지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AI 무한경쟁이 초래한 환경적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그리고 인류가 AI 발전에 어떤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가를 둘러싼 논쟁이다. 미국 14개 주의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추진, 아일랜드의 전력망 제한, 싱가포르의 건설 중단, 네덜란드의 입지 규제, 우루과이의 물 갈등, 한국의 전력망 문제는 바로 “AI 혁신의 속도를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당장 글로벌 AI 모라토리엄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논쟁 자체가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AI 논의가 저작권, 가짜뉴스, 일자리 감소 같은 사회적 문제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물과 전기, 토지와 광물을 소비하는 거대한 AI 산업 시스템이 가져온 문제로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환경정책이 석탄과 석유, 자동차와 공장을 규제하는 과정이었다면, 21세기 환경정책은 데이터센터와 AI를 규율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UN과 각국 정부도 이제 'AI의 환경 한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전력 사용량과 물 사용량 공개, 재생에너지 의무화, 가뭄 지역 입지 제한, 폐열 재활용, 통합 환경영향평가 도입 등과 같은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지금 벌어지는 논쟁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렇지만 인류가 미래의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는 있다. 어쩌면 긴 논쟁의 끝에는 “AI에 관한 몬트로올 의정서", “파리 AI 협정" 같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중국 ‘일대일로’ 17년간 CO₂ 1억3400만톤 배출 [기후 리포트]

중국의 초대형 국제 인프라 사업인 '일대일로(一带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BRI)' 사업이 건설 과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CO₂)가 1억34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실제 공사가 이뤄진 국가가 아니라 중국과 호주, 일본, 미국 등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국경 밖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대일로 사업은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서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육해공에 걸쳐 인프라·무역·금융·문화 교류의 경제벨트로 잇는 사업을 말한다. 그러나 일대일로 사업에 포함된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 시설은 가동 후 약 2년 이내에 건설 단계에서 발생한 탄소를 상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내용은 중국 난징대학과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일본 도쿄대학 등의 연구팀이 공동 수행한 연구에서 제시됐다. 이 연구 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인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최근 '706개 이상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초국경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기회'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105개국 706개 프로젝트 전수 분석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24년까지 105개국에서 추진된 일대일로 프로젝트 706개를 대상으로 건설 단계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프로젝트 단위로 분석했다. 도로·철도·발전소·학교·주택·수자원 시설 등 총 28개 유형의 인프라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분석 결과, 전체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1억3400만 톤(CO₂ 환산)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0.02% 수준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세계 전체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연구진은 “철강과 시멘트 같은 감축이 어려운 산업에서 발생한 일회성 대규모 배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부문별로는 운송 인프라가 전체 배출량의 54%인 7300만 톤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 건설이 운송 부문 배출량의 74%를 차지했다. 전력 인프라는 전체의 32%인 4200만 톤을 배출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력 인프라 배출량의 83%가 화석연료 발전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시설 건설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수력발전이 2100만 톤, 태양광 발전이 1100만 톤, 육상풍력이 300만 톤을 각각 차지했다. 건물과 수자원 시설은 총 1900만 톤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94%는 공사장 아닌 공급망에서 발생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온실가스 대부분이 공사 현장이 아니라 건설 자재 공급망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전체 배출량 1억3400만 톤 가운데 94%인 1억2600만 톤은 철광석 채굴, 시멘트 생산, 금속 제련, 자재 운송 등 상류(upstream) 공급망에서 발생했다. 실제 건설 현장의 장비 운전과 연료 사용 등 직접 배출은 6%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일대일로 사업의 탄소 문제는 굴착기나 덤프트럭보다 철강·시멘트 공장 굴뚝과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배출의 핵심 원인은 철강과 시멘트였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배출량은 약 7140만 톤으로 전체의 53.3%를 차지했다. 시멘트는 3780만 톤으로 28.2%를 기록했다. 두 자재를 합치면 전체 배출량의 약 81.5%에 달한다. 이는 철강 생산 시 석탄 기반 제철 공정이 필요하고,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는 석회석을 고온으로 가열하면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저탄소 철강과 저탄소 시멘트를 사용하는 '청정 조달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전체 배출량은 1억3400만 톤에서 4900만 톤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탄소 집약적인 공급원을 사용할 경우 배출량은 2억1400만 톤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호주·일본·미국까지 연결된 '숨은 탄소' 연구진은 공급망을 추적해 배출이 실제로 어느 나라에서 발생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배출량의 약 절반이 프로젝트가 진행된 국가 밖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전체 내재 배출량의 약 31%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 원천국이었다. 중국산 철강이 대규모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식적인 일대일로 참여국이 아닌 호주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구리와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배출의 약 3분의 1이 호주와 연결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과 미국 역시 각종 산업 자재 공급을 통해 간접적으로 일대일로의 탄소 발자국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인프라가 제공되는 장소와 탄소가 배출되는 장소가 서로 다른 공간적 단절(spatial disconnect)"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로 상쇄 가능할까 연구진은 일대일로 사업에 포함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143개를 별도로 분석했다. 태양광·풍력·수력발전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연간 7500만~1억48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일대일로 전체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1억3400만 톤의 온실가스와 비교할 때 상당한 규모다.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약 2년이면 건설 단계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으며, 최적 조건에서는 1년 만에 건설 과정의 탄소 부채를 넘어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것이 실제 상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력망 상황, 설비 이용률, 프로젝트 완공 여부 등에 따라 실제 감축 효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잠재적 감축 가능성'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이 건설 현장이 아니라 자재 공급망에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제안한 주요 감축 전략은 △저탄소 철강과 저탄소 시멘트 사용 확대 △폐철강과 재생 골재 등 재활용 자재 활용 확대 △구조 설계 최적화를 통한 자재 사용량 절감 △공공조달과 보조금 등을 통한 저탄소 자재 시장 육성 △도시 개발 계획과 연계한 인프라 규모 최적화 등이다. ◇“인프라의 탄소 문제는 국경을 넘는다" 이번 연구는 인프라 사업의 탄소 배출을 단순히 건설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사업의 탄소 발자국은 중국뿐 아니라 호주·일본·미국 등 세계 각국의 광산·제철소·시멘트 공장과 연결돼 있다. 연구진은 향후 국제 인프라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급망 투명성 강화와 저탄소 자재 조달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태양광과 풍력 설비가 장기적으로는 건설 과정의 탄소를 상쇄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철강과 시멘트 생산 자체를 탈탄소화하고 국제 공급망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해외 원전과 철도, 항만, 발전소, 산업단지 등 대규모 인프라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동시에 세계적인 철강·시멘트 생산국이기도 하다. 앞으로 해외 인프라 사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시공 능력이나 금융 조달 능력을 넘어,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철강과 시멘트가 얼마나 적은 탄소를 배출하며 생산됐는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국제 금융기관들의 기후 리스크 평가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미래의 인프라 수출 경쟁은 '누가 더 빨리 짓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적은 탄소로 짓느냐'의 경쟁으로 바뀔 수 있다. 이는 한국 철강·시멘트 산업의 탈탄소화가 단순한 환경 규제 대응이 아니라 국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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