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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철훈 기자 입니다.
  • 유통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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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의 ‘외눈박이’ 마약·도박 정책

대표적 사회악인 마약과 도박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 2년간 국내에 반입되는 마약 적발과 마약사범 단속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도박 역시 홀덤펍 내 불법행위 등 불법도박 근절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은 물론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도 힘을 합쳐 범정부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마약과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고, 특히 청소년에 노출을 엄격히 막아야 하는 만큼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마약·도박을 단속·근절의 대상으로만 보는 정부의 태도는 반쪽짜리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마약·도박과 같은 사회악은 억누를수록 음성화될 뿐 아니라 '산업적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까지 허공에 날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마약(마리화나) 제조에 쓰이는 식물인 대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류'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재배지의 경우 섬유·식품에 사용하는 줄기·씨앗·뿌리를 제외하고 환각성분이 들어있는 꽃·잎 부분은 감독관 입회 하에 전량 소각한다. '의료용 대마'로 불리는 대마 품종인 '헴프'는 품종 개량을 통해 꽃 부분에도 환각성분이 거의 없는 동시에 꽃 부분에 뇌전증·치매 등 치료제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최근 유엔,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헴프' 종을 대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추세다. 의료용 대마의 글로벌 시장은 60조원 규모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여전히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이고, 경북 안동 등에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가 있지만 이곳에서도 연구·실증만 할 수 있어 헴프종의 치료제 성분을 활용한 의약품·화장품의 제조·판매·수출 등 상업화는 국내에선 일절 할 수 없다. 일본이 최근 마약성 대마 규제는 강화하면서 동시에 헴프종 대마로 만드는 의약품·화장품의 제조·판매·수출입은 전면 허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도박 역시 내국인 카지노의 영업장 실내 크기 규제, 경마의 온라인 마권 발매 매출 비율 규제 등 도박 중독 예방이나 청소년 접근 차단과 크게 상관없는 불필요한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불법도박 이용자가 합법 사행산업으로 넘어오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마약·도박은 무조건 나쁘다'는 단순한 국민 감정이나 시민단체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의료용 대마의 양성화, 카지노·경마의 불필요한 규제 철폐로 산업적 가치를 선별해 키울 수 있는 정부의 개방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마인드가 필요할 때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코로나치료제는 잊어라…신풍제약, 신약 재도약 선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로 주목받았던 중견제약사 신풍제약이 개발 실패에 따른 '적자 후유증'을 털고 신약 재도전에 나선다. 17일 신풍제약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를 비롯해 본사, 인덕원 연구소, 오송 및 안산 공장, 전국 영업점의 임직원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 가운데 창립 62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유제만 대표는 기념사에서 “지난 62년간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제약회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며 “앞으로도 지금껏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우수한 치료 옵션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제약회사로서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풍제약의 올해 4대 회사 목표로 △R&D 중심 제약사 △내수 판매 성장 △혁신신약 개발을 통한 세계시장 개척 △경영 개선을 제시했다. 지난 1962년 6월 설립된 신풍제약은 구충제, 간·폐 디스토마 치료제, 항생제 등 저개발국가를 위한 전문의약품 생산에 주력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특히 국산 16호 신약인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는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등에 지정되며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의 말라리아 퇴치에 큰 기여를 해왔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의 작용 기전이 코로나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코로나19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국내외 임상시험에 뛰어들었다. 이후 임상 성공·실패 소식에 따라 주가도 급등락을 거듭하며 코로나 테마주로 주목받았으나 지난해 10월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다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세간의 관심도 한풀 꺾였다. 그 여파로 신풍제약은 대규모 임상에 따른 연구개발비와 헬스케어 신제품 광고비 등이 커져 2021년부터 영업적자에 빠졌다. 영업손실은 2021년 143억원, 2022년 340억원, 지난해 474억원으로 점점 커졌고 같은기간 매출은 1892억원, 2093억원, 2002억원으로 횡보를 거듭했다. 같은기간 연구개발비 지출은 303억원, 555억원, 544억원을 기록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0%, 26.5%, 27.2%로 갈수록 높아졌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매출 5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6% 성장했고 영업손실도 피라맥스 임상 3상 종료에 따른 임상비용 절감 등으로 35억원에 불과, 전년동기 대비 69.8% 감소하며 실적회복의 신호탄을 쐈다. 또한 신풍제약은 지난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임상미생물학·감염질환학회(ESCMID 2024)에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1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충족시키지 못했으나 2차 평가변수 일부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해 엔데믹 이후에도 '롱코비드(코로나19 감염 후 수개월 이상 코로나 증상을 겪는 현상)' 치료제로 키우기 위한 불씨를 살렸다. 아울러 신풍제약은 올해 뇌졸중 치료제 'SP-8203'의 국내 임상 3상 진입, 내년 골관절염 치료제 '하이알플렉스' 및 골다공증 치료제 '데노수맙' 출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해외 품목허가 확대 등을 통해 흑자전환 기반을 다진다는 포부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신약개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올해를 신약개발 성과를 가시화하는 한 해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노후 산업단지, 청년 모이는 ‘산리단길’로 대변신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청년이 찾는 산업단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산업단지 대개조'를 본격화한다. 산단공은 지난 13일 산단공 인천지역본부에서 이상훈 산단공 이사장 취임 1주년 성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년이 찾는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주요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상훈 이사장은 노후 산단을 첨단산업과 청년근로자를 아우르는 '산업 캠퍼스'로 탈바꿈시키는데 주력해 왔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3대 산업단지 규제'로 불리는 △입주업종 △토지용도 △매매제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다양한 첨단 신산업 업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정부 국정과제인 '스마트그린산단' 사업을 통해 전국 18개 산단에서 제조·물류·인재양성 등 디지털 전환과 4차산업 인재양성 등에도 성과를 거뒀다. 이날 기자간담회 후 이상훈 이사장은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전자부품 제조기업 '아모텍'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공장 에너지관리 시스템(FEMS)' 구축사업 사례를 소개했다. FEMS 구축사업은 산단공의 사업단지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하나로 생산설비, 공조기 등 입주기업 내 수십 개 시설에 각각 계측기를 설치해 실시간 전력소비량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아모텍은 이 시스템을 통해 휴무일에 가동되는 설비 등 낭비되는 전기요금을 매년 1~2억원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이 이사장은 남동산단에 있는 '인천남동 스마트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도 소개했다. 이 통합관제센터는 산단공이 안전 분야 디지털 전환 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사업으로 지난 2021년 인천 남동산단에 처음 구축했으며 전국 18개 스마트그린산단에 확대할 방침이다. 전기화재 예방, 유해물질 유출감지, 실내공기질 관리 등을 위한 센서를 산업단지와 입주기업 시설 곳곳에 설치, 재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고 입주기업 및 소방서에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소방서보다 빠른 재해 위험요소 감지 기능으로 매년 1건 가량 발생하던 이 지역 화재사고가 관제센터 구축 이후에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어서 이상훈 이사장은 20년 이상 노후화된 산단의 현대화를 위한 기존 '구조고도화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청년이 취업·정주할 수 있는 산업단지로 전환하는 '산리단길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본격화하겠다고 소개했다. 산리단길 프로젝트는 '2024년 정부 예산안 20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청년 주거·편의시설, 창업보육시설, 무인카페, 교통편의시설, 특화디자인의 아름다운 거리 등 노후 산단을 청년친화형 산단으로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71%나 증액한 2766억원으로 책정했고, 민간투자도 1조원 이상 유치해 노후산단 환경개선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밖에 산단공은 지난해 말 수립한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32년까지 개별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간 데이터 공유는 물론 전국 산업단지를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지능화된 산업단지를 구현할 계획이다. 나아가 인천 계양, 울산 온산 등 4개 산단 총 408만㎡를 추가로 신규 개발해 개발 단계부터 5G 통신망, 산업문화연계시설 등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된 첨단업종 산업단지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1964년 수출산업공업단지 개발조성법 제정 및 산단공 출범과 함께 시작된 우리나라 산업단지는 우리경제의 생산 63%, 수출 63%, 고용 54%를 차지하며 근대화의 주역 역할을 했지만 그만큼 노후화된 곳이 많다. 이상훈 이사장은 전국 1300여개나 되는 산업단지를 모두 디지털화·현대화 하기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재임기간 중에 산단 대변혁을 위한 모멘텀을 확고히 하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디지털 전환 등 산단 개조는 입주기업의 공감과 협력이 필수인 만큼 산단 변화의 필요성을 입주기업에게 적극 설득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최대한 가시적인 성과도 도출한다는 포부다. 일례로 이 이사장은 남동산단에 있는 전기 냉온수기 및 정수기 제조업체 영원코퍼레이션가 참여해 호평을 얻고 있는 경관개선사업을 소개했다. 영원코퍼레이션은 산단공의 기업참여형 경관개선 사업에 참여해 제조시설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 시설을 설치, 밤에는 벽면에 화려한 조명으로 상큼한 레몬 탄산수가 출렁이는 움직이는 그림을 연출해 보행자들의 눈길을 끌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상훈 이사장은 “올해는 산단의 근로·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 12월 수립한 산업단지 마스터플랜을 현장에 반영하는 첫 해"라며 “기업이 주체가 되고 산단공이 인프라를 뒷받침해 청년이 찾는 문화가 융합된 산업단지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기후변화·농지감소 농업대안 스마트팜, 걸림돌은 ‘농지법’

기후변화·고령화·농지감소 시대에 농촌 소멸을 막고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팜'이 주목받고 있다. 국회와 정부도 스마트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스마트팜이 농업시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보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11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2024년 연구성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농어촌공사 산하 농어촌연구원이 1년간 수행한 농어업 연구성과를 발표한 자리로 △'스마트팜 혁신밸리'(지역거점형 첨단 융복합 농업 클러스터) 개선방안을 비롯해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농촌 공간계획 수립 표준모델' 개발 △'농업용 저수지 안전점검 자동화 장비' 개발 등 연구성과가 발표됐다. 스마트팜은 IT기술을 접목해 온도·습도 등 최적의 재배환경을 제공하는 식물공장으로, 농어촌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경제 활성화와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스마트팜이 효과적인 대안이라 인식하고 보급 확대에 공들여 왔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12월 농지법 개정안이 통과돼 오는 7월부터 스마트작물재배사(스마트팜)가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대상'에 추가된다. 그동안 농지에 스마트팜을 설치하려면 농지 전용(轉用)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으면 전용 허가를 받지 않아도 최대 16년간 비닐하우스 등은 물론 컨테이너형(모듈형) 스마트팜을 설치해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여전히 스마트팜 보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농지법 개정으로 최대 16년간 한시적 농지사용이 가능해 졌지만 일시사용허가 기간이 끝나면 스마트팜 시설을 철거하고 농지로 원상복귀해야 해 여전히 스마트팜이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6월 스마트팜을 '농축산물생산시설'에 포함시켜 농지로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출됐으나 제21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국회 관계자는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아직 (윤재갑 의원이 대표발의 했던) 해당 농지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당시 농지법 개정안 대표발의를 주도했던 담당자들과 협의해 재발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한미약품, 희귀질환 치료제로 명분·실리 챙긴다

한미약품이 항암·비만·당뇨에 이어 희귀질환으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키우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빅데이터·유전자편집 등 첨단기술 발달로 신약개발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주요 규제당국의 각종 지원 혜택도 확대되는 것과 맞물려 한미약품은 '희귀질환 치료 기회'를 넓혀준다는 명분과 함께 수익성 향상이라는 실리까지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GC녹십자와 공동개발 중인 희귀질환 '파브리병' 치료 신약 'LA-GLA'(개발명 HM15421·GC1134A)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ODD) 지정을 받았다. 파브리병은 세포 내 '리소좀' 이상으로 당지질이 축적돼 세포독성 및 장기손상으로 사망에 이르는 희귀 유전질환으로 LA-GLA는 월 1회 주사하는 장기지속형 치료제다. 이밖에 한미약품은 △선천적으로 소장(小腸)이 짧아 소화흡수장애를 일으키는 단장증후군 △성장호르몬 결핍증 △특발성 폐섬유증 △선천성 고(高)인슐린혈증 등 5개 희귀질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26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중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 미국 FDA, 유럽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희귀의약품 지정 건수는 총 21건으로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질환은 총 7000여종, 환자 수는 3억5000만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현재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희귀질환은 5% 가량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유전적 요인이 많아 진단 자체가 어렵거나 환자 수가 2만명 이하로 적어 임상환자 모집 등 신약 개발이 까다로운 게 주된 원인이다. 더욱이 개별 질환별로 보면 시장성이 낮아 제약사가 선뜻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깔려있다. 이 때문에 주요 규제당국은 희귀의약품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FDA는 희귀의약품에 지정되면 신약허가 심사비용을 면제하고 동일계열 의약품 중 가장 먼저 시판허가를 받으면 7년간 독점권을 인정해 준다. 특히, 희귀의약품 연구개발(R&D) 비용의 50%에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임상개발 보조금도 제공한다. 유럽과 일본 역시 우선심사, 수수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비 세제혜택이나 수수료 감면 등 금전적 혜택은 없지만, 임상 2상을 마치면 임상 3상 결과를 제출한다는 조건 하에 허가해 주는 '조건부 허가 제도'와 다른 의약품 허가신청보다 우선 심사하는 '우선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도 희귀의약품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FDA가 승인한 신약 55개 중 약 60%는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의약품이다. 또한,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은 신약 파이프라인의 70% 이상이 희귀의약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질환은 80% 이상이 유전질환인 만큼 유전자 검사·편집 기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희귀질환의 식별 및 추적이 용이해지고 있는 점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희귀질환 신약개발에 나서도록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2100억달러(약 290조원)에서 오는 2028년 3500억달러(약 480조원)로 5년간 연평균 10.8%씩 성장할 전망이다. 비 희귀의약품 시장 성장률의 2배에 이르는 속도로 희귀의약품 시장이 '거대한 틈새시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희귀질환 분야 신약개발은 인류 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제약기업의 사명과 같은 일"이라며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오스템임플란트, 의료기기 수출 ‘나홀로 승승장구’

오스템임플란트가 올해 1분기 국내 의료기기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가성비' 좋은 제품에 더해 일찍부터 독자 구축해 온 해외법인망과 글로벌 임상교육 인프라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4년 1분기 보건산업 수출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의료기기 수출액은 총 14억6000만달러(약 2조원)로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엔데믹으로 체외진단기기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44.9% 감소한 1억8000만달러에 그친 결과로, 특히 우리나라 최대 의료기기 수출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86.6%나 감소해 이른바 '역기저'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올해 1분기 임플란트 수출액은 2억3000만달러(약 32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51.4% 증가하며 전체 의료기기 수출액의 16.0%를 차지, 의료기기 품목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전체 의료기기 중 가장 큰 수출 비중을 차지했던 체외진단기기를 제치고 임플란트가 수출 비중 1위 품목에 오른 것이다. 임플란트에 이어 초음파영상진단기 13.8%, 방사선촬영기기 12.7%, 체외진단기기 12.5%를 차지했다. 임플란트 수출 약진에는 국내 1위, 세계 3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선전이 큰 역할을 했다. 올해 1분기 오스템임플란트 전체 매출은 323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9% 증가했다. 이 중 해외매출 비중은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임플란트 물량을 확보해 두려는 중국, 러시아 등 현지 치과의사들의 수요 증가로 오히려 수출이 증가하는 뒷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오스템임플란트는 올해에는 해외 매출로만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 목표치도 지난해 66%에서 올해 70%로 높여 잡았다. 이러한 해외매출 성장의 원동력으로 우선 일찍부터 시작한 '현지화'가 꼽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임플란트 산업이 성숙되기 전인 지난 2005년부터 해외법인 설립을 시작,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등 약 30개국에 총 36개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직접영업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46개 국가에 총 50개 해외법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특히, 오스템임플란트는 해외법인이 단순 판매영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있는 현지 치과의사 양성을 위해 임상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현재 국내와 30여개 해외법인에 임플란트 전문 교육기관 '오스템 임플란트 연수센터(OIC)'를 비롯해 90여개 상설 교육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12만여명의 치과의사들이 오스템임플란트의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있어야 임플란트를 판매할 수 있다"며 “국내 임플란트 대중화의 성공요인인 치과의사 임상교육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에도 확대 적용한 것이 해외매출 증가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시작한 임플란트 국제학술 심포지엄 '오스템 월드 미팅'도 임플란트 시술인력 양성에 한 몫 했다. 그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순회 개최해 왔으며 올해 행사는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역대 최대인 52개국 1500여명의 치과의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밖에 오스템임플란트는 글로벌 1~2위 기업 제품 못지않은 품질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갖춘 '가성비'도 성장의 주요 요인이라고 꼽았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10% 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며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며 “처음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구매했던 고객도 막상 써보고 품질이 고가 제품 못지 않다는 것을 알게 돼 지속적으로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이 성장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코이카, 아프리카 개발원조 ‘청년·디지털’에 초점

공적개발원조(ODA) 대표수행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對) 아프리카 개발협력사업을 규모와 파급력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코이카 시그니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9일 코이카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한-아프리카 미래 파트너십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을 비롯해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라지 타주딘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부사무총장대행, 버나드 오코에보 가나 보건부 장관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개발협력을 통한 미래세대 역량강화'를 주제로 열린 이 컨퍼런스에서는 우리 정부의 對 아프리카 개발협력 구상과 이를 실현할 코이카의 세부 사업계획이 발표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디지털 혁신을 선도할 회복력 있는 청년 구상(Tech 4 Africa)'을 발표했다. 이 구상은 아프리카 성장 잠재력 실현을 위해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 아프리카 미래 세대의 디지털 교육 및 디지털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맞춘 ODA 사업계획으로 '청년'과 '디지털'에 방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아프리카 ODA 규모를 100억달러(약 13조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코이카 컨퍼런스에서 이규호 외교부 개발협력국 심의관은 'Tech 4 Africa' 구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이 심의관은 △현지 모든 학생에게 디지털 도구 학습 기회 제공 △현지 대학과 직업기술교육훈련원의 디지털 기술 교육 △디지털 기술을 숙련한 현지 청년의 취업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법제도, 파이낸싱, 스타트업 육성 등 아프리카 디지털경제 구축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코이카는 'Tech 4 Africa'에 '지역사회 주도형 농촌개발', '포괄적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더해 아프리카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협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코이카는 디지털 교육, 농촌 개발, 보건의료 등 세 분야에서 기존 사업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코이카 시그니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황재상 코이카 사업전략실장은 “코이카의 아프리카 지역 예산은 올해 2억2500만달러(약 3100억원)로 전년대비 28.6% 증가했다"며 “우리 정부의 아프리카 구상에 발맞춰 사업 규모를 대형화하고 파급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코이카 시그니처 사업 계획으로 △교사의 디지털 역량 및 디지털 교육 커리큘럼 강화와 포용적인 디지털 교육환경 구축(디지털교육 분야) △농촌 정책 개발, 공무원 역량 강화, 지역사회 자립 모델 개발(농촌개발 분야) △기초의료 인력 및 인프라 시스템 강화, 감염병 대응력 강화(보건의료 분야)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 버나드 오코에보에 가나 보건부 장관은 코이카와의 보건체계 강화사업 계획, 클로데트 이레레 르완다 국무장관은 ICT 분야 교사 양성 사업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아프리카는 기후변화, 식량불안, 보건위기,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동시에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실현을 위한 파트너십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은 “코이카는 아프리카의 역동적인 인구구조와 선진공여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고려해 청년을 위한 보편적 디지털 교육, 지역사회 주도형 농촌 개발, 포괄적 보건의료를 아우르는 시그니처 사업을 통해 한-아프리카간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K-바이오벤처, ‘바이오 USA’서 존재감 뽐냈다

국내 바이오제약 벤처기업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전시회에서 참가업체 규모와 신약개발 기술로 'K-바이오벤처'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9일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 3~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바이오협회(BIO) 주최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2024)'에서 우리나라는 역대 최다 규모인 47개사가 전시 부스로 참가했고, 참관객 수 동원도 1300여 명을 기록하며 주최국 미국을 제외한 3년 연속 최대 해외참관국가의 위상을 보여줬다. 올해 바이오 USA에는 70여개국 1만9000여명이 참가했으며 우리나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동아쏘시오그룹, 차바이오그룹 등 대·중견기업이 참가해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 기술과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을 알렸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들도 대거 참여해 한국의 우수한 신약개발 기술력을 뽐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공동 운영한 한국관에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6개 기업과 서울바이오허브,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등 2개 기관이 참가했다.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바이오허브의 지원을 받아 참가한 바이오벤처 '네오켄바이오'는 최근 뇌전증, 치매 등 치료제로 각광받는 의료용 대마(헴프)의 치료성분 'CBD'를 고순도로 추출하는 특허기술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바이오텍 '큐어버스'는 새로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을 소개했고, '에임드바이오'는 표적항암제 기술인 항체-악물 접합체(ADC) 기술을 알렸다. 이밖에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벤처기업 '스탠다임', 백신 개발기업 '유바이오로직스', 인공지능 의료기기 개발기업 '메디웨일' 등도 투자자 등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관 입주 벤처기업들은 총 400여건의 상담을 성사시켰으며 이밖에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신약 개발업체 '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 등 12개사는 바이오 쇼케이스 등 다양한 투자유치 설명회를 통해 자신의 기술을 발표하는 기회도 가졌다. 2년 연속 한국관에 부스를 마련한 인공지능 신약개발 바이오텍 '넷타겟' 관계자는 “올해에는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실제 계약 성사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바이오협회와 코트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한국거래소, 인베스트서울은 부대행사로 '코리아 바이오텍 파트너십(KBTP)'을 공동 개최, 국내외 바이오기업과 투자자간의 네트워킹을 측면 지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한국관 뿐만 아니라 네트워킹 행사인 KBTP까지 성황리에 개최됐다"며 “특히 올해 바이오 USA에서는 한국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올해 바이오 USA에 전시 부스를 마련한 한국 기업은 총 47개였지만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방문한 한국 기업까지 합치면 800여개에 이른 것으로 분석하면서, 중국 최대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불참 등 미-중 안보 갈등 속에서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K-제약바이오, 인공지능 신약개발 위해 ‘연합전선’ 구축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와 벤처기업, 의료기관, 대학, 연구소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을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K-MELLODDY) 사업단'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연합학습'은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한 곳으로 모으지 않고 개별 기관에서 AI를 학습시키는 기술로 정보 유출 위험이 거의 없어 민감정보의 보호와 활용이 동시에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평균 10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개발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지만 각 제약사가 보유한 임상정보나 병원이 보유한 환자진료정보 등은 영업비밀,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외부 유출이 어려워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에 활용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는 데이터 외부 유출 없이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도해 시작한 국책사업으로, 유럽에서 시작된 'EU-멜로디' 사업을 벤치마킹해 'K-멜로디' 사업으로 명명했다. 이 사업은 이달 중 세부 사업자를 선정해 오는 7월 본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 사업단은 5일 제약사, 의료기관, 대학, 연구소 등 관계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8년 12월까지 5년간 진행되며 연합학습 기반 'ADMET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ADMET'은 △약물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의 약자를 합친 용어로, 이는 임상시험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전체 신약개발 R&D 비용의 약 22%를 차지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등으로 임상 1상까지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임상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K-멜로디 사업단은 크게 △연합학습 기반 ADMET 예측모델 플랫폼을 구축할 플랫폼 개발사(1개사) △제약사·병원 등 신약개발 실험 데이터를 공급할 데이터 보유사(20개사) △플랫폼 고도화 등을 지원할 AI 모델 공급사(5개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달 중 26개 과제 수행사가 선정돼 오는 2028년 최종 ADMET 예측 모델인 'FAM(연합 ADMET 모델)' 개발을 완료하면 이를 곧바로 상용화해 제약사 등이 실제 신약 개발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것이 K-멜로디 사업단의 복안이다. 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화종 K-멜로디 사업단장은 “이 프로젝트는 연구개발(R&D) 과제 사업이지만 단순히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실전에 사용할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K-멜로디 사업을 통해 개발될 모델은 EU-멜로디 모델보다 훨씬 진화된 성능과 확장성을 가진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전체를 합친 것보다 글로벌 제약사 1개사의 규모가 더 크다. 이러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제약사·병원·대학·연구소 모두 '나는 벤처기업'이라는 마음을 갖고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해 K-멜로디 사업을 위해 업계가 의기투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삼바·셀트리온, 바이오의약품 최대 수출 ‘쌍끌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보툴리눔 톡신 기업 등 선전에 힘입은 결과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올 한해 지속적인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보건산업 수출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21억8000만달러(약 3조원)로 전년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8.3% 증가한 12억8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를 기록,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전체 의약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8.8%나 돼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의약품 수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다. 올해 1분기 바이오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3억3000만달러(약 45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111.9% 증가했다. 영국으로의 수출은 무려 4만5700%나 증가한 8000만달러(약 1100억원)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선전이 큰 역할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수출액 9135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3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주지역으로의 수출은 112.3%나 늘었고 유럽으로의 수출은 11.8% 늘었다.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96.5%로, 이러한 수출 증가에 힘입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에 역대 1분기 최대 매출(9469억원)을 달성했다. 셀트리온 역시 주요 바이오시밀러 품목 수출이 고르게 성장하며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3.3% 성장한 7370억원을 기록,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지역별 수출액을 보면 북미지역은 209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0% 성장했고 유럽지역은 3307억원으로 47% 증가했다. 특히 셀트리온은 지난해 7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지난 2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 SC)'를 미국에 잇따라 출시한 이래 지속적으로 판매망을 확장하고 있어 올해 큰 폭의 미국 매출 증가가 전망된다. 이밖에 한미약품의 자사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바이오의약품인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수출명 롤베돈)는 올해 1분기 수출액 약 200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약 30% 성장했고, 지난해 12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는 올해 하반기 미국 출시가 기대된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독소류 및 톡소이드류' 의약품 수출액은 7500만달러(약 1000억원)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6.1% 성장했다. 올해 1분기 약 300억원의 수출을 올린 대웅제약 '나보타'(수출명 주보),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휴젤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아시아·중동 등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는 메디톡스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과 '뉴럭스' 등은 1분기는 물론 올해 전체 바이오의약품 수출 성장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GC녹십자 알리글로, 휴젤 레티보 등도 올해 하반기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바이오의약품이 의약품 분야를 넘어 의료기기, 화장품과 함께 전체 보건산업의 수출 효자로 자리잡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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