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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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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전당대회 소동’ 전한길 징계 개시 “조속히 결론”

국민의힘이 8·2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의 상징인 전한길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긴급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어제 개최된 합동연설회를 방해한 전 씨의 행위에 대해 대구시당·경북도당에서 행사 및 업무 방해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엄중 조치를 요청했다"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앙윤리위원회가 전 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키로 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당 윤리위에서 그동안 진행됐던 전씨에 대한 조사는 당으로 이첩됐다. 서울시당 윤리위는 전씨의 입당 승인과 관련, 전씨의 과거 발언과 행보가 당의 정강·정책에 부합하는지를 조사하고 있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윤리위에 신속한 소집을 요구하면서 “더 이상 전대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결론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를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만든 데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전씨의 추후 전당대회 행사 출입을 금지한 바 있다. 전씨는 전날 대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 후보 연설 도중 당원들을 향해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했다. 이에 찬탄파 후보 지지자 중 일부가 전씨를 향해 물병을 던지는 등 항의하면서 장내 소란이 빚어졌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정청래, “李대통령, 내가 당대표 되니 좋아해…강선우 당 국제위원장에 유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9일, 8·2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께서 마치 제가 당 대표가 되기를 원하셨던 것처럼 매우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전대 직후 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왔으며, 그 목소리만 들어도 대통령의 감정과 기분 상태를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대통령이 조만간 부르시겠다고 하셨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강성 친명(친이재명) 인사로 알려진 정 대표는 당내 인사에 대해 “저를 지지한 사람이나 아니냐를 떠나 일을 잘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맞게 임명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실사구시형 탕평 인사로 언론과 당내에서 시비가 없을 것이라고 자찬했다.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낙마한 강선우 의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강 의원이 국제위원장직을 유임할 것이라며, 당 대표 당선 직후 낙마한 강 의원에게 위로의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또, 당내 초강경 성향인 추미애 의원을 국회 법제사위원장으로 내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최고위원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김병기 원내대표와만 알고 있었다“며, 향후 인사 진행 시 더 많은 상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 의원은 법제사위원장 제안에 대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으나, 결국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 “정치적 수사였지만, 사람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실제로 악수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실제로 국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를 했으며, 이는 악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해명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며, 여당의 대화 상대인 야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신임 인사 예방 시 군소 야당 지도부는 만났으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개혁신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거부한 이유로 이준석 전 대표의 대선 TV 토론에서의 행동을 언급하며, “제명 청원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해당 당에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콩보다 싼 두부①] 표심에 발목 잡힌 전기요금…탄소중립도 가로막는다

[편집자주] '콩보다 두부가 싸다'는 비유처럼, 한국의 에너지와 수도 요금은 소매가격이 도매가격보다 더 저렴한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물가안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요금 결정권이 정부에 귀속돼 있어 선거 때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정상적인 요금 책정이 안 되는 것이다. 두부 가격이 콩보다 싸면 두부가게는 망하고 만다. 에너지와 수도 소매요금이 도매요금보다 싸면 판매회사도 망하고 만다. 지금 한국의 에너지와 물 산업이 그 상황에 빠져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포퓰리즘을 경계하며, 하루 속히 정상화 대책에 나서야 한다. 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전의 총부채는 206조원, 부채율은 480%에 이르러 심각한 재무 악화에 빠져 있다. 이는 한전이 2021~2023년 국제 에너지가격이 폭등했을 때 국내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원가부담을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한전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기록한 영업손실액만 43조원에 이른다. 한전이 왜 이토록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하게 됐는지는 당시 도매, 소매 요금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인 전력도매가격(SMP)은 kWh당 연평균 196.65원이었다. 이에 비해 2022년 7월 주택용(고압/300kWh 이하) 소매요금은 78.2원이었고, 원가가 크게 오른 것을 반영해 2023년 1월에 책정한 주택용 소매요금이 97원이었다. 소매요금이 크게 올랐지만 그래도 도매요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됐다. 당시 전기요금이 원가도 반영하지 못했던 배경은 2022년 3월 20대 대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고, 후보시절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윤석열 정부도 결국 아주 제한적인 인상만 허용했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는 2027년 226조원에 이르게 되고, 한해 이자비용만 5조1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현재 한전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긴 하지만 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이익이 모두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밖에 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핵심 국정과제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한 에너지 및 산업 전환과 탄소중립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9~10%대에 머물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가 생산돼도 이를 전송할 전력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력망은 한전이 운영한다. 한전이 최근 수립한 11차 송전망설치계획과 1차 배전망설치계획에 소요되는 예산은 각각 72조2000억원과 10조8000억원으로 총합 83조원이다. 이 전력망이 설치돼야 전국 곳곳에 전력이 원활히 공급돼 재생에너지도 막힘 없이 보급될 수 있는데, 현재 한전은 이를 투자할 돈이 없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딘 또 다른 이유는 수익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산업은 아직 규모화가 덜 이뤄졌고, 신규 사업이다 보니 기존 발전사업보다 단가가 높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전기요금이 계속 동결되면서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등의 신규 발전사업은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전기요금이 인상돼야만 한전이 정상화돼 전력망이 구축되고,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며, 종국적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적정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며, 특히 전기요금 결정권을 정부와 정치권이 아닌 독립기구로 넘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전기요금 결정 구조는 한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된 뒤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산업부 산하의 전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이는 명목적일 뿐, 실질적으로는 여당이 키를 쥐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당정협의회에서 대부분의 요금이 동결로 결정됐다. 가장 에너지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경우 가스전력시장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이 에너지가격 및 전체 시스템을 관리 감독한다. 오프젬은 독립 행정기구로서 정치권 영향 없이 전문가들을 통해 과학적 기반으로 요금 등을 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전기위원회를 '전기·가스·열위원회'로 확대 재편하고, 산업부 산하에서 국무총리 산하로 옮기며, 중앙행정기관으로 규정하도록 했다. 정치권에서도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방송 토론프로그램에 나와 “민주당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외면했다"며 “에너지 전환에는 반드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이를 솔직하게 설득하지 않으면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에너지 경제 전문가는 “지금은 어느 한쪽의 고통이 아니라, 전력망을 유지하고 전환을 실현할 수 있느냐는 국가 생존의 문제"라며, “이제 콩보다 싼 두부는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고속도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해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체계는 결국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결국은 여야 정치권, 더 나아가 대통령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천연가스, 새정부 에너지전환 징검다리...발전비중 현실화 시급”

한국가스연맹이 주최한 '제2회 KGU 에너지안보포럼'이 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에서 천연가스의 역할과 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산업계와 학계 간 소통을 통한 현실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참여한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 가스발전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 에너지계획 상 가스발전 비중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개회사를 맡은 최연혜 한국가스연맹 회장(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오늘날 글로벌 에너지 산업이 에너지 안보 및 안정성, 인류의 보편적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라는 의제들을 마주하고 있다"며 “특히 새 정부는 탄소중립 중심의 국제 경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를 핵심 정책 과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산업의 파수꾼이자 국민 삶의 버팀목인 천연가스 업계도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에너지 안보에 기여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포럼이 지속 가능한 천연가스 산업의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협력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신정부 에너지 정책 동향 및 천연가스 부문의 과제' 주제발표에 나선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신정부의 구체적 정책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흐름과 국내 방향이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천연가스를 둘러싼 정책 환경 변화에 대비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트럼프 2.0 시대'의 부활을 미국 중심의 화석연료 확대 기조로 해석하며,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천연가스 발전으로 충당하려 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2038년까지 발전용 천연가스 비중을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산업계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연가스가 단순한 화석연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출력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전환 연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정책 수립 시 산업 경쟁력과 현실성, 글로벌 흐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또 현재 논의 중인 '에너지부 환경부 이관론'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에너지가 환경부로 넘어가면 탄소 감축 일변도의 일관성은 얻겠지만, 전력 수급의 현실성과 산업 경쟁력 확보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과 독일 사례를 들며 “기후·에너지 통합 부처 신설은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산업정책 조율이 핵심인데, 국내 논의는 기후 중심 논리에 치우쳐 있다"며 “차라리 산업부에 기후 기능을 통합해 부총리급 부처로 승격하는 방안이 오히려 실효적일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가스분야는 규제 거버넌스가 부재하다"며, 전기·가스·열을 포괄하는 통합규제위원회 신설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이러한 논의를 반영한 것이다. 포럼에서는 천연가스 관련 수요 분야별 현실 진단도 이뤄졌다. 도시가스 수요는 장기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지만, 히트펌프와 인덕션 확산에 따른 감축 가능성도 제기됐다. 발전용 수요는 더욱 심각하다. 유 교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는 절반 이하로 축소된다"며 “설비는 늘고 사용량은 줄어드는 모순적 구조 속에 정전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는 이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발전용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평균요금제 발전사들이 급전순위에서 밀려 가동률이 급감하고,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도 소개됐다. 유 교수는 “계약된 장기 물량 일부에 대해서는 직도입 허용과 트레이딩 역량 강화 등 가스공사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천연가스의 수소 전환, 직도입 비중 확대, 기후소송 확산 등 다양한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글로벌 LNG 트레이딩 역량에서 한국가스공사가 경쟁사 대비 취약하다는 현실도 언급되며 조직 혁신 필요성까지 논의됐다. 패널들은 일제히 “천연가스 발전 수요 축소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에너지 거버넌스와 수급 계획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승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LNG 발전 설비는 확대되는데도 발전량은 절반 이하로 축소된다는 것은 이중적"이라며, “청정에너지이자 재생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브리징 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소·암모니아 혼소, CCUS 등 탈탄소 기술과 연계한 천연가스 활용 로드맵이 가스공사 등 공기업 차원에서 더욱 구체화되어야 하며, 수소 경제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에너지 정책이 생존보다 환경 이데올로기에 편향돼 있다"고 비판하며,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을 주도할 경우 산업논리보다 규제 논리가 강화돼 투자·수급 불확실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에너지 규제위원회 신설 등 독립적인 규제 거버넌스 강화 없이는 환경부 중심 체계에 산업계가 종속될 우려가 크다"며, “전기화(電氣化) 중심 정책은 계통비용, 안정성 등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는 지정학"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중동 위기가 겹칠 경우 LNG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국·독일의 조직 개편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은 산업·통상·자원을 아우르는 산업부 중심의 구조가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에너지 위원회 설치보다 더 중요한 건 요금 체계의 합리화"라며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적시에 반영할 수 있는 규범적 요금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자원경제학회장)는 전력수급계획과 천연가스 수급계획의 '숫자 맞추기'식 접근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래 수요는 예측이 아닌 조건부 시나리오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내수가 작은 나라다. 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산업 자체가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탄소중립법에 기초한 경직적 계획경제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으며,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간 균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제가 민간 직도입 발전사보다 비싸 발전차액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통한 트레이딩 허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패널들은 이구동성으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안보와 산업 생존이라는 근본적 과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 발전 축소, 비현실적 수요예측, 정책 이데올로기의 경직성, 환경부 주도 조직개편, 요금체계 비합리성 등 포럼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향후 에너지정책 재설계의 핵심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탄소중립이 아닌 '에너지 생존 시나리오'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천연가스는 여전히 유연하고 안정적인 베이스 전원이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며 “이번 포럼이 정책 당국과 업계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수원 노조, 창립 24주년 맞아 ‘2050 Net-Zero 원자력 비전’ 선포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위원장 강창호)이 7일 창립 24주년을 맞아 '2050 Net-Zero를 향한 원자력 비전'을 선포하고, 향후 국가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원자력이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 새울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본사 및 각 발전소 노조 집행부, 사측 관계자, 협력업체 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행사는 △기념사 및 격려사 △비전 선포문 낭독 △노조 활동 영상 상영 △노사 상생 다짐 순으로 진행됐다. 한수원 노조는 이날 선포문을 통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원자력', '탄소중립을 위한 베이스로드 전원', '국가경제와 일자리를 지키는 전략 산업'이라는 3대 가치를 기반으로, 원자력이 2050 탄소중립 실현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비전문을 통해 △원자력 생태계 보호와 확대 △원자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탈핵 프레임 탈피 △재생에너지와의 조화 △공공성·안전성 중심의 인력 육성 등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노조 차원의 요구가 아닌, 국가 전략 차원에서 원자력의 역할을 재정립해달라는 정책 제언의 성격을 갖는다. 강창호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지난 24년은 원전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원자력이 탄소중립 시대를 이끄는 실질적 해답임을 증명해야 하는 25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노동과 기술, 안전의 삼각축 위에서 미래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만들고, 국민이 신뢰하는 원자력 산업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원전 산업은 정권의 성향과 정책 변화에 따라 과도하게 흔들려왔다"며, “정치적 중립성 확보, 독립적 규제기관 정립, 안전 최우선 가치 정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노조는 이날 행사에서 “안전은 매뉴얼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현장 중심의 안전문화'와 '노동 존중이 곧 원전 경쟁력'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또한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등 신규 원전의 안전 운영과 SMR(소형모듈원전) 기술 확보를 위한 전문인력 육성과 일자리 확대, 공기업 중심의 책임 있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한수원 노조는 2000년 8월 창립 이후, 공공기관 노사 관계의 모범으로 평가받아왔다. 원전 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안전운영체계 구축에 있어, 단순한 '노동조합'을 넘어 원자력 산업의 전략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노조 간부는 “이번 비전 선포는 구호를 넘어 정책과 산업 방향에 있어 노동계가 독립된 주체로 목소리를 낸다는 선언"이라며, “앞으로도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KPS, 2분기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은 둔화

한전KPS가 202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뚜렷이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7일 한전KPS가 발표한 실적자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540억 원으로 전년 동기(4286억 원) 대비 5.9% 증가했다. 이는 주로 화력 부문과 수명연장 등 외부 대외공사 수주 증가에 따른 것으로, 화력 정비 매출은 22.2% 증가(337억 원↑), 대외공사는 무려 87.8% 급증했다. 반면 원자력과 양수 정비 매출은 11.2% 감소했으며, 해외 사업은 27.2% 줄어들어 부진을 보였다. 송변전 부문도 소폭 감소했다.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9.7%(342억 원) 증가한 3884억 원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 영업이익은 656억 원으로 88억 원(11.8%) 감소, 당기순이익은 509억 원으로 14.6% 줄었다.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도 순이익은 39.8% 급감했다. 회사 측은 계획예방정비 공사와 외주 인건비, 자재비 증가가 수익성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료비는 51.2%, 경비는 8.1% 늘어났고, 노무비도 소폭 상승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지역난방공사, 2분기 호실적…연료비 안정에 영업이익 70% 이상 증가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지역난방공사)가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 2조 1999억 원, 영업이익 3142억 원, 당기순이익 2119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7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5.3%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약 70%, 90% 이상 늘었다. 이는 2022~2023년 고환율‧고유가 상황 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흐름에서 벗어나, 2024년부터 안정된 LNG단가와 열요금 조정 효과, 열공급 수요 회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집단에너지‧지역난방‧전력‧냉방‧신재생에너지 등 전 부문에서 손익이 전년 대비 개선세를 보였다. 특히 전력사업의 회복과 냉방 수요 증가, 열병합발전 가동률 회복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LNG를 포함한 연료비는 여전히 총원가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발전용 LNG단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전년 대비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2023년 상반기 134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에는 2,11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3400억 원 넘는 손익 차이를 실현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조적 수익성 확보에는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열요금의 기본 구조가 연료비 연동제와 정산제로 제한적 반영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제 연료가 급등 시 손실을 흡수해야 하는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또한 ESG 경영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열병합발전 외 신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확대, 지역냉방 보급 확대, 수열에너지 활용 등 신규 인프라 투자 부담도 존재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지역난방공사의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도, 이는 일시적 에너지 가격 하락과 수요 회복의 결과일 뿐"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열요금 구조의 현실화와 탄소중립 비용을 반영한 요금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역난방공사는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연간 수천억 원대 투자와 ESG 기반 기술사업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어, 향후 수익성과 정책 리스크 간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솔루션 “한전 2028년 사채발행한도 초과할 것”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 막대한 손실과 함께 채권에 의존하는 취약한 재무구조가 고착됐으며, 2년여 뒤 사채발행한도 초과로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여기에 수요 감소까지 겹친 상황에서 정부의 조속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은 7일 '탈한전 시대 한국전력의 과제: 2025년 부채위험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전의 일시적인 실적 개선 뒤에 가려진 구조적 취약성이 여전히 심각하며, 그 근본 원인은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전은 3조원 규모의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3년여 만에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났으나, 이는 일시적인 반등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 수입에서 비롯된 막대한 부채는 여전히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는 2025년 기준 자본금의 6배(부채비율 619%)에 달하고, 이자비용은 연 3조원에 이른다. 특히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산업용 전기 수요가 2025년 1분기 처음으로 50% 이하(49.6%)로 떨어지면서, 한전의 가장 큰 수익 기반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2021년부터 3년간 48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한전이 구매하는 전력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40조원대에서 68조원대로 폭등했다. 이 기간 한전의 부채는 60조원에서 120조원으로, 부채 비율은 112%에서 619%로 뛰었다. 이런 상황에 더해 'RE100(재생에너지 100%)' 대응을 위해 기업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PPA(전력구매계약)가 확대하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탈한전'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전의 산업 부문 마진이 2024년 9조6000억원에서 2030년 8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전은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재발행하며 사실상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2025년 2분기 기준 한전의 채권 발행 잔액은 75조원에 달하고, 매년 20조원 규모의 채권이 만기를 맞을 예정이라 앞으로도 대규모 사채 재발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 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녹색채권의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2월 발행된 해외 일반채권 발행 규모는 기존에 비해 크게 감소한 4억달러(약 5000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6월에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기후위험 공시 누락 관련 공익신고가 접수되며 글로벌 투자자 신뢰에도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2년여 뒤 사채발행한도가 다시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2022년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5배로 한시적으로 확대됐지만, 2027년 말부터는 다시 기존 수준인 2배로 복원될 예정이다. 이 한도가 초과하게 되면 한전의 자금 조달은 법적으로도 제약을 받게 된다. 보고서는 새 정부가 막대한 부채에 수요 약화, 채권 한도 축소로 '빚으로 연명하는 구조'마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한전의 구조 개선에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채 발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부채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 의존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총괄원가보상제도와 용량요금 등 화석연료에 유리한 전력시장 구조를 개편하고, 좌초자산 위험이 큰 석탄발전소의 자산 정리와 유관 발전공기업의 재무구조 및 사업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의 저자인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한국전력의 화석연료 의존에 따른 부채위험이 만성화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전채 블랙홀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한가희 전력시장계통팀장은 “한전이 지난 25년간 기형적 구조를 유지한 결과, 재무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며 “화력 중심 발전 자회사에 총괄원가를 보전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재무적 연결을 끊어 한전이 독립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로 전환하도록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대통령의 강한 질책…정권 바뀌면 바람 잘 날 없는 포스코그룹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반복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도 있는데 이들에 비해서 유독 집중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선 정권 초기만 되면 항상 나타나는 포스코그룹 길들이기 일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2건 등 올 들어 벌써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이 대통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가깝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면허취소, 공공입찰 배제, 징벌적 손해배상 검토 등 전방위적 제재를 예고했다. 대통령실 역시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그룹 차원의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 하지만 같은 반복성 중대재해임에도 불구하고 A 전력공기업이나, B 건설사 등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별다른 언급이나 조치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로 정권 초기에 항상 나타나는 포스코그룹 길들이기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정부 자본으로 1968년 설립된 포스코는 IMF 사태를 맞으면서 2000년에 민영화가 됐다. 지배구조에서는 정부 등 공공지분이 모두 매각됐으나,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정부의 입김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선임된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은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2024년에 3번째 연임이 유력했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수난을 겪으면서 결국 연임 도전을 포기해야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 함께 하는 해외경제사절단, 경제계 행사에 재계 5위인 포스코그룹의 총수를 철저히 배제시켰다. 이 대통령이 다른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데, 유독 포스코이앤씨 사고에 대해서는 '살인'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는 등 강경한 발언을 쏟는 이유도 결국 포스코그룹 길들이기에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에너지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포스코그룹 회장을 교체하기 위한 포석", 혹은 “정권 교체 이후 포스코 길들이기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물론 중대재해에 대해 엄정 대응하는 건 당연하지만, 특정 기업만 도마 위에 올리는 건 산업계 전체에 혼란을 준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메시지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질책이 다른 의도가 아니라면 다른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서도 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망 확충 딜레마…한전은 돈이 없고, 민간은 규제에 막혀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 AI(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는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충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재정난과 기업들의 전력망 이탈 현상이 맞물리며, '누가 송배전망을 깔 것인가'라는 질문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 딜레마로 부상했다. 정부는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전력 인프라 확충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행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누적 적자로 인해 자체 투자 여력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직접 설치한 전력망을 '남 좋은 일'이라며 꺼리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7일 전력산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누가 송배전망을 확충할지, 누구를 위해 깔아야 하는지를 두고 한전과 민간 기업, 정부 사이에서 '책임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혹은 민간이 전력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제도를 정비하는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RE100 산단 조성 등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선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현재 전기사업법상 전력망 사업자는 한전이 유일하다. 한전이 최근 발표한 송전망설치계획과 배전망설치계획에 따른 투자비는 각각 72조8000억원과 10조2000억원으로 총 83조원이다. 대부분은 한전이 자체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한전은 이 투자비를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2~2023년 에너지가격이 폭등했을 때 물가안정 차원에서 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으면서 그 부담을 다 떠안아 현재 총부채는 200조원이 넘고, 부채율은 480%에 이르고 있다. 요금에 전력망 투자비를 가산해야 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요금을 올려주지도 않고 있다. 더군다나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자 산업체들이 전력직접구매(PPA), 자가발전, RE100 우회전력 조달 등으로 한전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상황도 확대되고 있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력망 확충이 오히려 기업 이탈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한전이 재원을 들여 전력망을 깔아줘야 할 동기도 부족하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한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국가정책 차원에서 요금을 억제하고 인프라를 깔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기업을 뒤따라가며 전력망을 확충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적자 구조에서는 민간을 위한 추가 설비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업계에선 전력망 구축 난제를 풀 해법으로 '민간 기업의 전력망 투자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직접 전력망을 설치하고 이를 국가에 기부채납한 뒤, 향후 일정 수익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국가 인프라에 투자한 뒤 최소수입보장(MRG) 형태로 수익을 얻는 맥쿼리자본 방식과 비슷하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전력망을 지으면 정부가 이를 인프라 자산으로 인정하고, 일정 기간 운영 수익을 나눠주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민간의 선제적 투자를 유도할 '수익공유형 전력망 투자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전력망 확충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전력망을 공공자산으로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민관 협력 기반의 '에너지 인프라 개방형 모델'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금처럼 전력망은 공공이 깔고, 민간은 자유롭게 이탈해 나가는 구조에서는 어느 누구도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민간이 전력망을 설치하고 기부채납하거나 일정 부분 수익을 보장받는 모델을 법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나서 전기요금 현실화 방안을 과감하게 추진하거나, 민간 전력망 투자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근거와 수익모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고속도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등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전력망 투자 주체를 둘러싼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는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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