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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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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저는 소년 노동자”…노사 관계 조정 자처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절 기념식에서 자신의 '소년공' 경험을 직접 언급하며 노동계와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노동을 정치적·정체성적 기반으로 재확인하면서 향후 노사 관계에서 정부의 조정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서 “어린 시절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했다"며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기름때 묻은 손으로 하루를 마감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고단했지만 노동으로 가족을 지킬 수 있었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든 힘"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저는 소년 '노동자'였고 지금도 그 이름이 자랑스럽다"며 “노동절이 본래 이름을 되찾은 오늘이 더욱 각별하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앞서 다양한 직종 노동자들이 전한 사연에 대해서도 “그들의 꿈은 과거 소년공이었던 제가 느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공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발언이 노동계와의 신뢰 구축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고 있다. 노사정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일 수 있는 노동계를 설득하고, 향후 구조개혁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기반 다지기'라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소년공 시절을 언급해왔다. 특히 프레스 사고로 부상을 입었던 경험을 공개하며 산업재해 근절 정책을 강조하는 등, 개인사를 정책 추진의 정당성과 연결시키는 모습이다. 이 같은 경험은 국내 정치뿐 아니라 외교무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총리, 리창 총리 등과의 만남에서 노동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결국 이번 노동절 메시지는 단순한 개인 회고를 넘어, 노동을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삼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노동계 요구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여야 ‘특검법’ 두고 정면충돌…“법치 재건” vs “사법쿠데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조작 수사·기소 의혹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하자 여야가 1일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법치주의 회복"을 강조한 반면, 야권은 “사법체계 파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특검법을 사실상 “사법쿠데타"로 규정하며 총력 저지 방침을 밝혔다. 장동혁 대표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판했고, 송언석 원내대표 역시 “공소 취소를 겨냥한 특검은 전례 없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전 국민적 저항 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오세훈 후보도 “사법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가세했다. 보수 야권인 이준석 대표 역시 “어느 민주국가에서도 피고인이 자신을 재수사할 검사 임명에 관여한 사례는 없다"며 “헌정 질서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특검이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라고 맞섰다. 당은 기존 수사 과정에서 조작 의혹이 제기된 만큼, 독립적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김현정 대변인은 “국정조사를 통해 녹취·자료·진술 조작 정황이 드러났다"며 “정치검찰에 의한 국가폭력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역시 법 위에 있을 수 없으며, 조작이 있었다면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한준호 의원도 “수사팀 내부에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증언이 있음에도 기소가 이뤄졌다"며 “특검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특검법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검찰 수사·기소 과정에 대한 조작 여부, 다른 하나는 피의자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정치권이 특검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다. 여야 모두 '법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해석은 정반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충돌이 단순한 입법 논쟁을 넘어 향후 정국 주도권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필리버스터, 거부권 행사 가능성 등까지 맞물리며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전자, 호암재단에 38억원 기부…“과학·예술 후원 확대”

삼성전자가 공익재단인 호암재단에 대한 기부를 확대하며 학술·예술 지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호암재단에 약 38억원을 기부했다. 이는 전년(약 34억1000만원)보다 3억8000만원 늘어난 규모다. 호암재단이 최근 공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총 기부금 50억원 가운데 약 76%를 삼성전자가 부담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도 기부에 동참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5억6000만원을 출연한 것을 비롯해 삼성물산(1억5000만원), 삼성SDS(1억1000만원), 삼성전기·삼성증권(각 1억원), 삼성E&A(8000만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5000만원), 제일기획(4000만원), 에스원(2000만원) 등이 참여했다. 호암재단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호암상 운영과 학술·연구 지원 사업을 핵심으로 한다. 재단은 매년 과학·공학·의학·예술·사회봉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인물을 선정해 '호암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 '2026 삼성 호암상' 수상자로는 오성진, 윤태식, 김범만, 에바 호프만, 조수미, 오동찬 등 6명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6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기부 확대가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글로벌 인재와 연구 생태계를 지원하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AI 등 첨단 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초과학과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3조 쏟아부은 멕시코 구리광산…결국 ‘2달러 매각’

한국광해광업공단이 3조원 이상을 투자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단돈 2달러에 정리하면서 공공 자원외교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손실 최소화'라는 재무적 판단과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공단은 최근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의 지분과 채권 전량을 지난해 11월 27일부로 멕시코·미국 소재 기업에 각각 1달러씩, 총 2달러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형식상 매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잔여 부채를 넘기는 조건의 '사실상 무상 처분'에 가깝다. 이번 거래에서 매각가가 2달러로 설정된 것은 세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최소 명목가액일 뿐, 핵심은 매수자가 남아 있는 부채를 전액 떠안는 구조다. 공단은 이를 통해 약 8490억원의 부채를 줄이고, 자본도 6800억원 이상 늘어나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볼레오 광산은 구리, 코발트, 황산아연 등 약 1억5000만톤의 매장량을 보유한 대형 프로젝트로, 항만·정제련 설비·발전소 등 인프라도 갖춘 '풀 패키지' 광산이다. 투자 초기에는 한국형 자원개발 성공 사례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연약한 지질 구조로 인한 채굴 난이도, 멕시코 현지의 정치·사회적 리스크, 경쟁 광산 대비 높은 생산원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업은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해외자산관리위원회는 2022년 “추가 투자보다 조기 손실 확정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후 매각을 추진했지만 세 차례 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사실상 '살 사람 없는 자산'이 된 셈이다. 공단 측은 “입찰이 반복적으로 실패한 상황에서 부채를 이전하는 조건의 매각이 최선이었다"며 “더 지연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였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개별 프로젝트 실패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단이 투자한 33개 사업 중 자산 가치가 상승한 곳은 국내 자산을 포함해 7곳에 불과하며, 해외 프로젝트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낸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과거 자원외교 확대 국면에서 '속도 중심 투자'가 이뤄진 결과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탐사·개발·운영 전 과정에 대한 기술적·상업적 검증 없이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결국 비용 구조와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최근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희토류·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단 역할 확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정책 목표에 따라 투자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광산 평가·운영·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상업적 플레이어'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볼레오 광산 매각은 '손실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면서 동시에 '왜 이런 선택에 이르게 됐는가'를 묻는 사건이다. 향후 공단이 다시 해외 자원개발 전면에 나설 경우, 이번 사례는 피할 수 없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63년 만에 ‘노동절’ 이름 되찾자…노사정 한자리에, 이례적 장면 연출

63년 만에 '노동절' 명칭이 복원되고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첫 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이를 기념하는 상징적 장면이 연출됐다. 그간 갈등과 대립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노사정이 같은 공간에서 노동절을 축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등 노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여기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까지 함께하면서 '노사정'이 나란히 앉는 장면이 연출됐다. 특히 양대 노총이 노동절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 형식 자체가 '사회적 대화 복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을 상징하는 색감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행사에 참석했으며, 노조 측 인사들은 조끼를 입고 자리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최근 산업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를 추모하는 검은 리본을 달고 참석해 노동 현실을 환기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노동절 명칭 복원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노동권 강화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노동절이 한국노총 창립일로 바뀌면서 오랜 기간 왜곡된 평가를 받아왔다"며 “이제야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등 문명 전환기에 기술 발전이 모두에게 축복이 되려면 노동권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보다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여러 사업장에서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단결해 자본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과 제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협력적 노사관계와 생산성 향상을 강조했다. 손경식 회장은 “기업은 혁신과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노동계 역시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협력적 노사문화를 구축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교사, 경찰, 환경미화원, 집배원, 버스기사, 소방관 등 다양한 직군의 노동자들이 참석해 노동절의 의미를 더했다. 노동절은 1923년 시작됐지만 1963년 '근로자의 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노동절'로 명칭을 환원했고, 올해 처음으로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청와대가 직접 기념식을 개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노동정책 방향과 노사 관계의 향후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다만 노동계의 요구와 경영계의 입장이 여전히 뚜렷한 만큼, 상징적 만남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 변화와 사회적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과제로 남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안상열씨 별세. 안해진(자영업) 세진 명숙((주)루센트블록 고문)씨 부친상.고미정씨 시부상. 정훈식(에너지경제신문 전 부사장) 장인상. 안세민 창민 현정 태희씨 조부상.정재현씨(동방푸드 대리)씨 외조부상. 김재원씨 손서상=5월1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장례식장 B107호실. 발인 5월3일 오전 7시. 서울추모공원.(010-6290-4043)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분석] “한전 총괄, 한수원 시공?”…원전수출 일원화, ‘UAE 모델’ 재현 우려

정부가 추진 중인 '한전 중심 원전수출 일원화' 방안을 두고 산업계 내부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전이 총괄하고 실제 사업은 결국 한수원이 수행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과거 UAE 바라카 원전 사업 당시의 갈등 구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에너지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원전 업계에서는 “원전 수출 창구가 한전으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UAE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형식상 한전이 전면에 나서더라도 실제 사업 수행은 결국 한수원으로 내려오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현재 거론되는 협약 구조가 사실상 '이중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즉, 한전이 대외적으로는 계약과 금융, 협상을 총괄하고, 실제 설계·건설·운영은 한수원이 담당하는 형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UAE 바라카 원전 당시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UAE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에서 시공사로 참여한 한수원은 시행사인 한전에 추가 공사비 약 1조4000억 원을 청구했지만, 한전이 이를 미루자 결국 한수원이 이를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제소해 국제 분쟁으로 비화됐다. 일단 소송은 국내로 돌려진 상황이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과거 갈등의 핵심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한전과 한수원 간 역할과 책임, 비용 부담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장기간 분쟁이 이어진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동 주계약 구조는 보기에는 협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구조"라며 “공기 지연이나 추가 비용 발생 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재무 구조를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원 규모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전이 원전 수출을 통해 재무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현실화될 경우 리스크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원전 수출은 초기 금융 구조 설계와 장기 운영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데, 무리한 조건으로 수주할 경우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잘못된 계약 구조로 들어가면 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원전은 단순 EPC 사업이 아니라 수십 년짜리 금융·운영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 특유의 구조 문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성과는 조직 전체로 분산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공방이 반복되는 '방만경영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수출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수조 원 단위의 리스크가 수반된다. 한수원의 체코원전 건설 수주액도 약 26조 원이다. 그만큼 명확한 책임 주체와 의사결정 구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협약 방식은 이러한 구조를 오히려 흐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산업계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면서, 단순 협약이 아닌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 컨트롤타워 구축 △원전 가치사슬 통합 △재무 리스크 분리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 한전-한수원 이원 구조를 유지한 채 '포장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지금 논의는 결국 '누가 앞에 서느냐'의 문제일 뿐, 구조 자체는 그대로"라며 “원전 수출은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기관 간 역할 조정이 아니라 체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쟁의 본질은 '한전 중심 모델'과 '통합 거버넌스 모델' 간 선택의 문제로 압축된다. 한전 중심 일원화는 단기적으로 의사결정 창구를 단순화할 수 있지만, 구조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반복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주회사형 구조나 통합 공사 모델은 제도 개편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사업 수행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체코, 사우디, 동남아 등 복수 시장이 동시에 열리고 있는 현 시점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수출 체계 경쟁'으로 전환되는 국면이다. 결국 이번 원전수출 체계 개편은 '누가 주도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가 지속가능하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서울에너지포럼]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폭증…효율화·수요관리 없으면 시스템 부담 한계”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산업과 차원이 다른 전력 수요를 유발한다. 수요 관리와 효율화 없이 단순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전력 시스템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유수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8일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제9회 서울에너지포럼' 세 번째 세션에서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수요관리 및 효율화방안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30년까지 약 3조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며, 전력 설비 용량도 현재 약 100기가와트(GW) 수준에서 200GW 이상으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고성능 서버 확산이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상황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는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5년 약 8테라와트시(TWh)에서 2038년 30TWh 수준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최대전력 역시 6GW 이상으로 확대되며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질적 특성'이 기존 산업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AI 데이터센터는 수십만 개 GPU가 동시에 작동하는 학습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이러한 전력 패턴은 계통 안정성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문제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60~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전력계통 부담과 송전망 병목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신규 전력 공급 인프라 확보 지연과 맞물려 전력 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효율화'와 '수요관리'를 제시했다. 먼저 데이터센터 내부 효율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60%가 서버에서, 30% 이상이 냉각 설비에서 소비되는 구조"라며 “냉각 효율 개선과 IT 장비 활용도 향상이 에너지 절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액침·직접냉각 등 차세대 냉각기술 도입 △AI 기반 지능형 에너지관리 △서버 통합 및 가상화 △고전압 직류(DC) 배전 시스템 적용 등을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개선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 교수는 “PUE 1.5 이하를 목표로 설계하고 AI 기반 냉각 제어와 운영 최적화를 통해 전력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1.1 수준까지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관리 측면에서는 전력 사용의 '유연성 확보'가 핵심으로 제시됐다. 그는 “AI 추론 작업은 상대적으로 위치와 시간에 따라 분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력 여유 지역으로 작업을 이동시키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소프트웨어 기반 부하 이동과 분산형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입지 분산 정책과 함께 PPA 확대, 자가발전 및 분산에너지 활용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향후 과제로 △수도권 집중 완화 △주민 수용성 제고 △에너지 효율 규제 및 인센티브 강화 △차세대 냉각 및 전력 기술 투자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이지만, 동시에 전력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는 존재"라며 “효율화와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 없이는 AI 시대 전력 수급 안정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AI 경쟁에서 3위 국가를 유지하기 어렵다. 전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AI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결국 전력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2주 전에 발표한 AI를 하기 위한 5가지 조건 중 가장 바탕에는 에너지가 있다"며 “미국 데이터센터의 주요 전력 공급원은 가스터빈과 연료전지이다. 에너지라는 기둥이 튼튼할수록 그 위에 구축되는 AI 산업의 규모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의 유연성 확보 필요성도 지적했다. 다양한 발전원을 활용해야 에너지 소비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센터용 전력 공급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자유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유럽의 데이터센터 효율화 지표 정립과 데이터센터 운영사와의 협의 과정, 에너지 고효율 데이터센터 인증사업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터센터연합회가 운영하는 인증제도 등으로 업계의 자발적 움직임을 공공이 격려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효율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 강화에 기여하는 제품에 대해 세액공제 같은 혜택을 주는 제도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반도체에도 친환경 요소 충족에 대한 생산세액공제를 제공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량 절감에 기여하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며 “기왕이면 한국 반도체가 데이터센터에 더 많이 쓰이도록 에너지 효율 강화에 개여하는 반도체와 관련 생태계에도 세액공제를 제공해 전체 데이터센터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을 자체 공급할 자구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 현실이 있다"며 “(한국 내 규제에 따라) 하나의 에너지원만으로 데이터센터용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솔루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여러 에너지원을 적절히 혼합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자유롭게 구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한국이 AI 강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도 전력 수요 패턴이 복잡한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고려해 여러 발전원을 이용할 제도적 토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 규모는 일반 시설의 50배에 달하고, 부하 변동 밀도가 높은 동시에 수요도 상당한 복잡한 패턴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제기된 문제들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 구글처럼 AI 기반 냉각제어 기술을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도입하도록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적은 전력으로 많은 연산을 수행하는 효율성, 청정 에너지원 사용이라는 두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데이터센터 자산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에서 학습 과정은 시간대 조정이 가능하지만, 추론은 실시간 응답이 필수라 재생에너지 출력이 급감하는 시간대를 피하기 어렵다"며 “데이터센터에서는 하나가 아닌 여러 발원을 섞어 안정적 전력 공급에 대비해야 하면서 전력 부하 시간 관리(스케줄링)을 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력구매계약(PPA) 제도에 관해서는 “한국에서는 PPA가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이용해도 한 AI 사업자가 다수의 전력 공급자와 계약해 여러 공급원을 단일 데이터센터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며 “데이터 센터의 전력수요 패턴에 부합하는 PPA 모델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도록 시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서울에너지포럼] 산업용 전기요금 美·中보다 높아…“한국형 전원믹스 필요”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산업 경쟁력과 충돌하는 방식이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한 '조화로운 전원믹스' 구축이 시급하다."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28일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제9회 서울에너지포럼' 첫 번째 세션에서 합리적 전원믹스를 통한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짚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8%, 수출의 80% 이상을 제조업이 차지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형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철강·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전력과 에너지 가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의 약 94%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중동 지정학 리스크, 글로벌 탄소 규제, 공급망 재편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저비용·고탄소 국가와 고비용·저탄소 시장 사이에서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탄소중립 목표 설정 과정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성장과 산업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서 탄소중립을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정책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가격, 안보, 산업, 기술이 결합된 복합 정책"이라며 “재무적 지속가능성,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등 핵심 가치에 기반한 장기 비전 아래 전원믹스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력믹스 설계의 현실적 난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기요금 부담,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전의 역할, 재생에너지 경제성 확보, 전력망 투자 부족, 수소 및 신기술 불확실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는 에너지 공급에 있어 자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로 가고 있다"며 “정부가 계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정책에서 일정 부분 손을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유의 산업 특성을 가지고 있어 어느 나라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우리나라만의 에너지 수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관련해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연료전지 등 전력 공급에 직접 투자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며 “에너지 산업과 수요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안정적 전력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과학 기반 의사결정 △적정 비용 △기술 혁신 △정책 일관성 등을 제시하며 “포퓰리즘적 요금 정책에서 벗어나 적정 비용을 통해 장기 투자 회수 가능성이 담보되는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완벽한 에너지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결국 다양한 에너지원의 장단점을 조합한 '회복력 있는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 산업 경쟁력 유지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 주제발표 이후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한 토론이 이어졌다. 손 교수는 포럼 주제인 산업의 생존과 성장 방안을 언급하며, 글로벌 에너지 정책이 탈탄소보다는 생존과 경쟁력 향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주제가 산업의 생존과 성장 전략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에너지는 없지만 소비는 많은 독특한 구조로, 에너지를 산업 생존 관점에서 다뤄왔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각국 정치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제는 그린과 기후보다 생존을 위한 정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초빙교수는 하향식(톱다운) 방식의 에너지 정책으로 일관성이 흔들린 데다 에너지 시장이 경직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장 원리에 입각한 합리적 전원 믹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탈원전이 원전 복원으로 돌아서고, 재생에너지 확대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등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토대를 둔) 톱다운식 전원 믹스 정책이 작동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 전원 믹스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1차에너지(연료) 가격이다. 특히 천연가스 시장에서 발전용과 산업용 가격이 외국과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며 “기업이 에너지 공급 업체를 선택하지 못하는 구조다. 에너지 산업 구조가 경직적이라는 점도 합리적인 전원 믹스가 제대로 안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에너지 정책은 너무 많지만 시장은 약하다"며 “미국의 힘은 에너지 시장 내 막강한 힘에서 나온다. 에너지 시장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는 산업계 등 전력 소비 주체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가격 합리성 측면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주요 국가들에서는 에너지 수용 관련해서 가격 합리성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화두"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국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메가와트시(MWh)당 60~70달러, 미국은 80달러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약 120달러 정도로 신흥국인 인도와 베트남에 비해서도 높다"며 “첨단, 고부가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 경제와 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산업용 에너지와 전력 요금 측면에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토대로 다른 나라와 협력 관계를 모색하자는 주문도 내놨다. 김 교수는 “국내 에너지 관련 기업들과 전력기기와 초고압 변압기·차단기, 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하는 국가와 회사들이 많다"며 “특히 미국과 관세 협상 일환으로 논의 중인 대미(對美) 투자 중 조선 분야를 뺀 나머지가 에너지 중심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서울에너지포럼] “호남 2030년 이후 수십GW 계통 부족…ESS가 유일한 단기 대책”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금까지 추세라면 2040년에는 킬로와트시(kWh)당 300원을 넘길 수 있다. 비용 상승을 최소화하면서 저탄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산업 전략이다."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가 2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제9회서울에너지포럼'의 두 번째 세션에서 '산업 생존을 위한 전력망과 분산화 생태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전 교수는 먼저 최근 전기요금 구조 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 이상 상승해 주택용(약 45%)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올랐다"며 “과거 주택용보다 낮았던 산업용 요금이 현재는 역전되는 수준까지 올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용 전력 수요는 2023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며 경제 성장률 둔화와 맞물리고 있다"며 “전기요금 상승이 실제 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전기요금 상승 압력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전 교수는 “현재 전기요금의 약 70%가 발전·연료비, 20%가 세금·부담금으로 구성돼 있어 국제 에너지 가격과 정책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연평균 4.6% 인상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kWh당 200원대, 2040년에는 300원대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 전력도매가격(SMP)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LNG 가격이 MMBtu당 10달러에서 20달러로 상승할 경우 SMP는 약 110원에서 150~160원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을 위한 에너지 전략으로 “우리나라가 이미 주요 제조업 국가 대비 높은 무탄소 전원 비중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제조업 대비 무탄소 전원이 많은 점을 경쟁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 발전 비중은 전체의 40%로,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는 무탄소 전원 확대를 위해 전력망 문제 해결을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지역별 잉여 전력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수송할 송전망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호남 지역은 2030년 이후 수십 기가와트(GW) 규모의 계통 수용 부족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송전망 확충 △에너지저장장치(BESS) 확대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 △전기화 수요 창출 △수요 분산 및 백업 전원 확보 등을 제시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도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주력 자원으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송전망 확충에는 10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인허가 지연과 주민 수용성 문제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ESS가 사실상 유일한 계통 보강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출력제어 문제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하고, 전력시장 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발전소(VPP), 수요반응(DR), 전기차(EV) 연계 등 분산형 전력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기화 확대 전략과 관련해 “열과 수송 부문의 전기화가 필요하지만 현재 전기요금 구조에서는 경제성이 낮다"며 “보조금이나 요금체계 개편 등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계통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는 LNG 발전이 필수적인 백업 전원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며 “재생에너지와 LNG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을 위해 에너지가 존재해야지, 에너지를 위해 산업이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주제발표 이후 박종배 건국대 교수(대한전기학회회장)를 좌장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비교적 비싼 전기요금 속에 어떻게 산업경쟁력을 육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중국은 전기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전기 산업 자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국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반면, 배터리 가격은 우리가 30~40%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이 ESS 사업에서 중국산을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산업단지와 분산에너지 전략을 결합하는 방식과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활성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을 육성할 방안을 제시했다. PPA란 발전사업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기업 등 전기소비자와 직접 전력거래계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본부장은 과도한 산업용 전기료 부담이 수출·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낮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시장의 합리적 자원 배분보다 정치적·근시안적 의사결정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과도한 전기요금 부담은 제조업 침체뿐 아니라 고용 불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향후 분산에너지 시스템에서 소형모듈원전(SMR)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전기화를 하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화는 해야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청정수소나 원전 등을 이용한 비전력부분의 탈탄소화 정책도 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분산에너지 확대 기조에 대해서는 “요금 감면을 넘어 기존 산업단지 특성과 장점을 연계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분산에너지 전력망과 산업단지 전략을 결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PPA가 가능한 발전원의 범위를 넓혀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해 전력 공급 안정성과 비용 인상 요인 최소화를 추구할 것을 주문했다. 박 변호사는 “과거에는 한전이 전력망과 시장 구축에서 많은 부분을 기여했지만, 지금은 전력시장에서 민간 자본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SMP 상한제, 망 구축 비용, 출력제어 등에서 약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재생에너지와 분산에너지 특별구역에 제한된 PPA 제도를 원전과 석탄발전으로도 열어달라는 현장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력 공급 경로의 다양성과 소비자 선택권을 폭 넓게 보장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에 국한하면 미국이 에너지 안보질서를 보장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 에너지 거버넌스 측면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정책이 전력 비용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재생에너지는 계통운영 측면에서 불안정하기 때문에 망비용 측면에서 보면 전체적인 SMP를 증가시키는 셈"이라며 “독일 사례처럼 재생에너지 확대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민간의 전력망 구축 참여에 대한 합리적인 인센티브 설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 필요하지만, 민간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잘 설계할지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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