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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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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정치화…실용주의 외치던 이재명 정부도 예외 없어

정부와 여당이 15일, 7~8월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전격 결정했다. 전기요금의 사회적 민감도를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요금의 정치화가 또다시 반복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실용주의, 합리성, 시장원칙에 기반한 에너지정책'을 강조하며, 상법 개정안 통과 등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정작 전기요금 문제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넘지 못한 채, 전 정부들과 동일한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피해자는 한국전력공사(한전)다. 2022~2023년 국제 연료비 급등기, 전력도매가격(SMP)은 치솟았지만 소매요금은 정부의 물가 억제 방침 아래 묶여 있었다. 결국 한전은 사상 유례없는 40조 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뿌리부터 흔들렸다. 이번 여름철 누진제 완화는 한전의 수익성 회복 기조에 다시 제동을 거는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1분기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반영해 원가 기반 요금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여름철 전형적인 포퓰리즘성 요금 조정이 반복되면서 정책 일관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 부담을 고려한 한시적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화된 요금체계는 에너지 공기업의 중장기 투자 여력 위축, 시장 왜곡, 국제적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원전, 재생에너지, 송전망 등 필수 인프라에 대한 투자계획이 요금 현실화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시장 기반의 유연한 요금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요금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이상, 어떤 정부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용주의 노선을 공언했고, 상법 개정안까지 관철시켜 공기업도 주주 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줬다. 그러나 전기요금이라는 최대의 정치적 변수 앞에서 기존 프레임을 깨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정치 전기요금'은 단기적 민생 안정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기업 부실, 투자 위축, 시장 왜곡이라는 대가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조직·사업 개편’ 발전공기업들, 李정부 발맞추기 바쁘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및 산업 정책 방향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들이 일제히 이에 보조를 맞춘 조직 개편과 정책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탄소중립 △균형발전 △재생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등 핵심 국정과제에 발맞춘 경영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들 발전공기업 사장들은 대부분 지난 정부 하반기(2023년 하반기)에 임명돼 아직 임기 2년 이상이 남아, 정권 교체기에 따른 정책 방향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한국남동발전은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추진정책에 발맞춰 발전산업에서 인공지능대전환(AX·AI Transformation)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강기윤 사장이 직접 남동 AI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스마트발전, 스마트안전, 스마트 경영혁신 등 총 5개 분과에 회사 주요 경영진을 분과장으로 임명하고,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자문단과 함께 'Creative AI, Smart Factory KOEN'을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남동 에너지 신작로 2040'이라는 장기 비전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2040년까지 석탄화력 전면 폐쇄 △무탄소·저탄소 전원으로의 전환 △지역 분산형 발전을 통한 균형발전 유도 등이다. 특히 전국 5대 권역 중심의 균형발전을 통해 50만 명 고용창출, 연 3800억 원 규모의 '햇빛·바람연금' 조성으로 14만 명에 혜택 제공 등의 수치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남동발전 측은 “남동발전은 공기업의 경직된 문화에서 벗어나 보다 도전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업무 추진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조성에 나서는 동시에 발전산업 전 분야에 혁신을 선도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남부발전은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에 공약에 맞춰 AI디지털본부, 탄소중립처 신설 등 전사적 조직개편을 단행한데 이어 구체적인 공약 실천방안까지 논의하는 등, 정책 이행을 위한 속도감 있는 행보가 돋보이고 있다. 새롭게 신설된 부서로는 △미래성장본부 △탄소중립처 △AI디지털본부 등이 있으며, 이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재생에너지 전환 △기후위기 대응 △지역균형 발전 등에 중점을 둔 전략으로 분석된다. 김준동 사장은 신정부 정책 공약의 핵심 내용을 공유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AI 및 지역산업 성장 견인 등 핵심 공약에 대한 선도적 이행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전사 경영간부 합동 민생·전략·혁신 대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신정부가 제시한 '회복·성장·행복'의 3대 비전과,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글로벌 환경에 강한 중소기업 육성 지원과 같이 회사와 밀접하게 관련된 공약과제에 대해 토론을 통해 타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선도적 이행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국민안전·보안·재난대응 강화',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기후위기 대응', '저출생 극복·경제 활성화·지역균형 발전', '정책이행 견인 위한 경영기반 강화'의 4개 테마별로 회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핵심 정책공약 과제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은 물론 기상이변 등 따른 신종 재난·재해 대응강화를 위한 위험발굴센터 운영,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계획과 연계한 서·남해안 해상풍력 및 BESS 개발계획 등 13개 안건을 추진하고 있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국정과제를 선도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공기업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라며, “국민안전·재난대응 강화,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 AI 생태계 확장, 지역 균형발전과 같은 핵심 정책공약에 대해 남부발전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실천하고 우수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아예 '새정부 국정과제 대응 전략회의'를 공식 개최, 6개 분야를 중점 전략영역으로 설정했다. 이들 분야는 △재생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안전 △AI 신사업 △ESG △위험관리 등으로, 각 항목별 전담 조직을 구성해 운영에 돌입한 상태다. 각 분과는 정부정책과의 연계성 검토, 분야별 이행계획 수립·실행, 정부회의 및 대외 보고 대응 등을 담당하며, 정기회의 및 상시 실무회의를 통해 정부 국정철학을 회사 경영전반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권명호 사장은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의 3대 전략에 발맞춘, 무탄소‧저탄소 전원확대와 인공지능(AI) 인프라‧지능형 전력망 구축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속도감 있는 전략추진을 강조했다. 특히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산업안전체계 마련을 강조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조성을 위한 예방적 재난관리 체계 점검강화를 지시했다. 이와 함께 공정과 상생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동서발전 측은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그리고 인공지능(AI) 혁신 생태계 구축 등 신산업 육성은 공기업이 수행해야할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며, “안전한 일터를 기반으로,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공기업의 책임을 다해 나가자"라고 말했다. 서부발전은 새 정부의 전력 산업 정책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인공지능 전환 등을 혁신 분야로 정하고 구체적 이행계획을 세워 나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선언한 'AI G3(세계 3대 인공지능 강국)' 비전과 연계해 발전 운영, 설비 관리 등 기술 분야의 디지털화·자동화 전환을 통한 친환경 발전 전략을 설계 중이다. 최근 이정복 사장 주재로 '새 정부 정책 방향을 반영한 주요 사업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경영진과 본사, 전 사업소 주요 간부 150여명이 참석했다. 서부발전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정복 사장이 주관하는 세 차례 전략 회의를 통해 정부 정책의 핵심 내용을 분석하고, 정책 변화가 전력 산업에 미칠 영향과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서부발전은 급격한 전력 산업 변화에 대응해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하고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할 소규모 분산형 친환경 에너지 전원을 적기 확보하기로 했다. 가상발전소(VPP) 구현, 가상모형(디지털트윈) 기술 활용, 발전 정보 민간 개방 등 타 발전사 대비 앞서 있는 디지털 기술과 제도를 활용해 대통령의 1호 대선 공약인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실현하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서부발전은 모든 작업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제거해 안전 최우선 경영을 실천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구성원의 일‧가정양립 실현을 도움으로써 경영 전반의 공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영 전반에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안전·인권 경영, 환경‧사회‧투명(ESG)경영, 근로환경 개선 등도 혁신 분야로 확정했다. 서부발전은 이 같은 정책들을 빈틈없이 실행하기 위해 이행 체계를 구축했다.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이 위원장인 '코웨포(KOWEPO) 미래성장위원회'를 구성하고 연초 수립한 100대 톱티어(Top-Tier) 혁신과제와 이번 6대 혁신 분야별 주요 사업 이행계획을 연계해 추진한다. 또한 우수과제 발굴을 위한 성과공유회를 개최하고 그 성과를 홍보해 정책 이행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부발전은 '이재명 정부 정책 대응 혁신 워크숍'을 열고, 탄소중립·디지털 전환·균형발전 등 주요 국정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워크숍에서는 경영평가 체계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도 함께 공유됐으며, 전사적 차원의 실천 방안 마련이 강조됐다. 중부발전은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발맞춘 철저한 대비로 대외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직 및 전략 변화는 발전공기업들이 이재명 정부와의 정책 정렬 및 협력 체계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들 기관이 정부의 국정철학에 부응해 재생에너지 전환과 균형발전, 디지털전환 등 국정 기조에 따른 실천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 교체기와 비교해 이례적인 '속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발전 자회사들이 단순한 지시 수용을 넘어, 정권의 정책 방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며 “에너지 공기업이 단순한 전력 생산 기관을 넘어 국가 전략의 이행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동서발전, 18일 개막 ‘2025 울산조선해양축제’ 후원금 전달

한국동서발전(사장 권명호)이 울산지역 대표 축제인 '2025 울산조선해양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울산조선해양축제 추진위원회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올해 울산조선해양축제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일산해수욕장 일대에서 개최되며, 18일 개막 축하공연을 비롯해 '기발한 배 콘테스트', '나이트런 일산', '일산 비치 워터밤' 등 전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동서발전의 후원금은 축제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위한 기념품 제작에 사용될 예정이다. 권명호 사장은 “조선해양의 중심지인 울산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조선해양축제의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며“조선산업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울산을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선해양축제를 통해 울산이 산업·문화적으로 더욱 풍성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5월 '울산옹기축제'에 친환경 자원순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축제를 지원하고 문화·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여름철 전력피크에 기여하는 태양광…계통 안정엔 ‘양날의 검’

여름철 전력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태양광 발전의 역할을 두고 다시 논쟁이 뜨겁다. 산업계와 재생에너지 각각의 진영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낮 시간대 전력피크 부담을 낮춰준다"는 주장과,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과 불확실성이 오히려 전력계통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 상반되고 있다. 특히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태양광이 전력공급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발전설비 운영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 실정이다. 14일 한국전력거래소의 계통 운영 자료에 따르면 하늘이 맑고 무더운 날의 오후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량은 15GW 안팎으로까지 올라가고 있다. 이는 전체 전력 수요의 약 15%에 달하는 수준으로, 특히 노후 석탄화력의 감축과 맞물려 재생에너지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철 오후 2~5시 사이, 태양광 발전이 최대 출력을 낼 경우 전력공급에 일정 수준의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7~8월 무더위 시기에는 햇빛이 강해 태양광 발전량이 높아지고, 이는 한전의 공급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양광 의존도가 커질 수록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이 집중 배치된 남부지역에 갑작스럽게 구름이 끼게 되면 몇 분 사이에 수 GW의 태양광 출력이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변화는 계통의 주파수와 전압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다른 발전기들이 '대기 상태'로 상시 운영돼야 한다. 실제로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2024년 8월 20일의 경우, 순간 최대 태양광 발전량은 오전 11시 20분에 기록한 4306MW에 불과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맑은 날엔 태양광이 도움 되지만, 흐린 날엔 갑자기 사라지는 전원이나 다름없다"며 “결국 태양광을 보조하기 위한 예비력 확보, LNG 발전기의 유연한 운영이 필수적이다. 이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양광 확대에 따라 기저발전의 출력 조정이 잦아지고 있다. 출력 조정은 발전기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유지보수 비용까지 높인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년 추계하는 '계통 운영 비용'은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저녁 피크' 문제도 부각된다. 낮에는 태양광이 공급을 하더라도, 해가 진 이후부터 저녁 9시까지 전력 수요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 태양광은 발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쓸모가 없다. 결국 짧은 시간에 가동이 가능한 가스발전을 가동해야 한다. 가스발전은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에는 발전량을 줄여놨다가 저녁 등 태양광 발전량이 없는 시간대에 다시 급속히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급등 대응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할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시한다. 하지만 현재의 ESS는 비용과 효율 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관계자는 “ESS는 정전 시 백업이나 태양광의 일부 단기 보완에는 도움이 되지만, 아직까지는 가격 대비 출력과 저장 용량이 부족해 기저전원을 대체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이 여름철 낮 시간대 전력 수급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날씨가 좋을 때'에 한정된 이야기다. 그 외 시간대나 흐린 날, 돌발 기상 상황에서는 오히려 계통 안정성과 운영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이 무조건 좋다거나, 반대로 무용하다는 이분법보다는, 어떤 기술적·경제적 조건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해 효율적인 통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반복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한전 재정 악화, 소액주주는 뒷전

정부가 올 여름에도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건전성과 전기요금 체계의 형평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11일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조치가 단기적 민심 달래기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전력시장 왜곡, 요금체계 불균형, 그리고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소액주주 이익 보호' 기조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8월 두 달 동안 △주택용 전기요금 1단계 누진 구간을 기존 200kWh → 300kWh △2단계를 400kWh → 450kWh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월 450kWh를 사용하는 가구는 약 2만2000원, 4인 가구 평균 사용량(406kWh)은 약 1만8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산업부는 이번 누진제 완화 조치 배경이 “냉방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전체적으로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누진제 완화 조치는 2016년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조치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여름에는 전력사용량이 늘면서 한전의 전력구입비도 오르지만, 소매요금은 동결된 상태다. 한전은 가만히 있어도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가 할인까지 해야 하는 구조에 내몰리고 있다. 한전 입장에서 여름철인 3분기는 1년 중 전력판매 매출이 많은 시기다. 2021~2024년 누적 적자만 약 35조원, 현재 총부채는 206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누진제 완화는 재무상태를 더욱 갉아먹는 셈이다. 정부는 최근 수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반면 가정용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사실상 인상조정 없이 방치되거나 오히려 인하되고 있다. 이번 누진제 완화도 사실상 인하 조치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일부 구간에서는 산업용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더 저렴해지는 '요금 역전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왜곡은 에너지 소비자에게 가격 신호를 제공해 절약과 효율을 유도하는 전기요금 본연의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효율화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정면 배치된다. 누진제 완화 조치는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와도 반대 방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최근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배당 확대, 책임경영 강화를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전력공기업이자 상장사인 한전은 매년 적자를 반복하고, 요금은 정치 논리로 통제당하며, 소액주주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현재 한전의 일반 투자자 지분은 약 38%에 달한다. 주주들은 재무구조 악화로 주가 회복도 요원한 상황에서 정치적 할인 정책으로 추가 손실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누진제 완화와 같은 '정치형 요금제'가 반복되는 한, 한전의 구조적 적자도, 전력시장 왜곡도, 소액주주 보호도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공기업이니 감내하라는 태도로 한전을 계속 희생양 삼는다면, 전력 인프라는 무너지고 투자도 끊길 것"이라며 “이제는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년 여름 반복되는 누진제 완화는 전력시장과 공기업 경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이다. 국가는 소액주주 보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공기업 주주의 권리는 외면하고 있다"며 “정치가 개입하지 않는 독립적인 요금 결정 시스템과,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 한국해상풍력과 전주기 해상풍력 기술지원 협력

한국전력(사장 김동철)이 전주기 해상풍력 기술지원을 통해, 국내 최초 공공주도 해상풍력 시범단지의 실행력 제고와 기술자립 기반 강화에 나선다. 한전과 한국해상풍력은 11일 한국해상풍력 서울사무소에서 국내 최초 국가주도 해상풍력 개발사업의 일환인 '서남해 400MW 시범단지'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전주기 해상풍력 기술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번 협약은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고, 국산 기술의 실증‧확산을 지원해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자립과 공급망 확장에 기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주도로 설계‧계획된 국내 최초 대규모 공공 추진 해상풍력 프로젝트로, 본 사업은 2020년 준공된 60MW 실증사업과 함께 계획된 두 번째 사업이다. 한국해상풍력은 2012년 한전과 6개 발전사가 출자하여 설립한 공공 해상풍력 개발사로, 서남해 2.5GW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국내 최초로 해상풍력 실증단지(60MW)를 2020년 준공 및 개발‧운영중에 있다. 현재는 '서남해 400MW 시범사업'을 공공주도형으로 추진, 국내 기업의 기술자립과 공급망 확대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국내 해상풍력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으며, 입지분석부터 단지설계, 운송설치, 단지운영에 이르는 전주기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개발 과정에서 군 레이더 간섭 해결, 환경영향 분석, 어업 공존형 해상풍력 개발전략 제시 등 사업 전반의 기술 컨설팅을 제공해 왔다. 이번 협약으로 한전 전력연구원의 고도화된 기술력과 한국해상풍력의 사업 경험이 결합되어, 정부의 해상풍력 보급 확대 정책에 기여하고 자체 개발기술의 현장 실증 기회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해상풍력 분야의 One KEPCO 협력체계 구축과 사업역량 강화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심은보 한전 전력연구원장은 “한전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 기조에 따라 총 2.86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2030년까지 추진 중"이며, “이번 협약이 한전 해상풍력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단독] 두산에너빌리티, 뉴스케일 SMR 제작 순항…한-미 원전 협력 ‘핵심 연결고리’ 주목

미국이 2050년까지 원자력 설비용량 400GW 달성을 목표로 'Make Nuclear Great Again(원전을 다시 위대하게)' 전략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뉴스케일(NuScale)사의 소형모듈원전(SMR) 모듈 제작을 차질없이 수행하며 글로벌 SMR 공급망 및 한미 원전협력의 핵심 연결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뉴스케일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두산에너빌리티가 뉴스케일의 SMR 모듈 12기를 제작 중"이라며, “조만간 월 1기씩 제작이 가능한 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SMR은 기존 1GW 이상의 대형원전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소형 원전으로, 산업단지에도 구축이 가능하며, 모듈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용량 조절도 용이하다. 뉴스케일은 2020년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승인을 받은 최초의 SMR 설계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국내 투자사는 뉴스케일에 1억400만달러를 지분 투자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의 핵심 구성품 중 하나인 모듈 압력용기(RPV)를 포함한 주기기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중순, 뉴스케일과 미국 TVA 등 관계자들이 두산 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 공정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단은 뉴스케일 원전 노형 최종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실사 차원에서 한국을 찾았으며, 두산 측의 설계 및 품질관리 시스템, 생산능력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현재 모듈 12개의 소재를 제작 중이고 이는 향후 완제품을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4대 행정명령을 통해 발표한 원전 정책과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민간이 원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력직접거래(PPA) 제도, 투자 세액공제, 규제 간소화 등 입체적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원전 전력의 직접 구매가 금지되어 있고, 인허가 소요 기간도 길다. 미국은 기술은 있지만 제조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주체가 바로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수력원자력, 현대건설 등이다. 두산은 이번 뉴스케일 SMR 모듈 제작을 통해 단순 하청을 넘어 글로벌 SMR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단순 수주를 넘어 국내 원전 생태계의 유지·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SMR 수출이 국내 원전 기자재 기업들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뉴스케일 SMR 양산을 통해 한국과 미국 간의 원전 협력을 더욱 공고화할 수 있다. 뉴스케일 SMR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초로 설계인증을 받은 소형 원자로로, 향후 미국 내 다수 프로젝트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두산은 미국·체코·폴란드 등지로의 추가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단기간 내 대형 원전 건설 재개가 어렵다면, SMR 수출을 통해 기자재 생태계를 유지·확장하는 '우회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원전업계에서는 이같은 틈을 활용해 SMR 수출을 국가전략사업으로 격상하고, 제도 개선과 함께 두산의 SMR 제작 경험이 국내 실증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과의 기술협력 확대, SMR 표준 설계 인증 공동 대응, 국산 고유형 개발(R&D) 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한국형 대형원전인 APR과 함께 양축 전략 구축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SMR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양산 기반을 갖춘다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원전 시장 재진입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대한 계기"라며 “미국의 원전 부흥 정책과 발맞춰 '한국 제조 + 미국 기술' 협력 모델을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제도적·금융적 뒷받침을 통해 민간 원전 수출에 힘을 실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단독] E1, 민간발전협회 특별회원 가입 신청…‘발전업 드라이브’ 본격화

LPG 전문 기업 E1이 발전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E1은 최근 민간발전협회에 특별회원 가입을 신청했다. 이는 E1이 발전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을 본격화하고, 에너지 전환 시대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E1은 지난해 평택 E&P(옛 오성복합화력발전소) 지분을 인수하며 발전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평택 E&P는 발전용량 약 500M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로, 수도권 전력 수요 대응과 계통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FI)가 아니라, E1이 직접 발전 자산을 운영하거나 전력사업에 참여하는 전략적 투자(SI) 성격이 강하다. 특히, E1은 평택 E&P의 운영사이자 발전소의 주주사 자격으로 민간발전협회 특별회원 가입을 추진 중이다. 이는 SK가스가 울산GPS 발전소 운영자로서 협회에 가입했던 전례와 유사한 구조다. E1은 국내 최초의 LPG 수입사이며, 안정적인 LPG 사업 외에 LNG, 수소 등 신사업 및 미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1은 LS그룹 계열사이며, SK가스와 함께 국내 LPG 수입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E1의 협회 가입은 단순한 명분이 아니라 E1이 발전사업자로서도 본격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상징적 선언"이라며 “전력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1은 단순한 LNG 발전 외에도 자사의 주력 사업인 LPG 및 수소와의 연계형 복합발전 모델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있다. 특히 LPG와 LNG 혼소 발전, 향후 수소 혼소 및 100% 수소 발전까지의 전환 로드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1은 이미 수소 유통망 확대 및 충전소 사업 등을 통해 수소 인프라를 구축해 왔으며, 이를 발전 자산과 연계해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사업 전반에서 '탈탄소-연료 다변화-전력시장 진출'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E1의 특별회원 가입은 LPG 중심의 전통 연료기업이 전력사업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LNG, 혼소, 수소 등 다양한 연료 전환과 민간 전력생태계의 다변화를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 E1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지분 확보를 넘어 LPG 기반 기업의 '발전 전환'이라는 새로운 산업 흐름을 보여준다. 정유·가스 계열 기업들이 친환경과 전력사업을 교차점으로 삼아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가운데, E1의 후속 행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폭염에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정부, 여름철 전력 수급 ‘비상대응’

정부가 기록적인 폭염에 대비해 전력 수급 비상 대책을 가동한다.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인 97.8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설비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10일 산업부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여름 중 8월 둘째 주 평일 오후 5~6시 사이 전력 수요가 최대 97.8GW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8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 97.1GW를 넘는 수치다. 실제로 7월 8일 오후에는 95.7GW까지 치솟아, 7월 기준 역대 최고 전력 수요를 기록했다. 정부는 정비 일정을 조정하고 예비전력 자원을 총동원해, ▲공급능력 106.6GW ▲예비력 8.8GW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예비력은 5GW 이상일 경우 안정적인 수준으로 간주되며, 이보다 낮을 경우 '준비'에서 '심각'까지의 수급 경보가 단계적으로 발령된다. 산업부는 “자연재해, 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 8.7GW 규모의 비상자원도 추가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 급증에 따라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병행한다. 7~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력에 적용되는 누진 구간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월 450kWh를 사용하는 가구는 기존 대비 약 2만2,790원의 요금 절감 효과가 있고, 4인 가구 평균 사용량(406kWh) 기준으로는 약 1만8,120원(16.8%)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올여름 예상보다 긴 폭염이 이어질 경우 전력수요가 급증할 수 있어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 정부가 전력수급 안정과 동시에 요금 부담 완화라는 '투트랙 대응'에 나서면서, 올여름 전력위기 관리에 있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MR 특별법, 국회 통과 앞두고 환경단체 vs 원전업계 ‘충돌’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 육성을 위한 'SMR 특별법'이 이르면 이번달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짐에 따라, 환경단체와 원전업계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9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임시국회가 열린 이후 여야 모두 SMR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안은 이르면 오는 7월 23일 혹은 8월 4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탄소중립과 전력 수급 안정 해법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RE100 취지를 훼손한다"는 환경계의 반발과 “재생에너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원전 업계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지난달 '소형모듈원자로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SMR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기술개발 및 실증 촉진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략산업 지정 △금융 및 수출 지원 △폐기물 처리체계 명확화 등을 골자로 하며, SMR 산업 전반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황 의원은 “SMR은 2050 탄소중립과 전력망 안정의 필수기술로, 미국·프랑스 등 주요국은 이미 국가전략으로 육성 중"이라며, “한국이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원자로로 주목받고 있는 SMR은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0.3G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소형 원전이다. 미국은 2020년 에너지법을 제정해 SMR 연구개발과 실증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영국도 2023년 대영원자력부를 신설해 SMR과 혁신 원자력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등 세계 원전 강국들은 SMR 관련 지원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현행 원자력 관련 법체계로는 SMR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별법에는 SMR 기술 개발 촉진과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SMR 특별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SMR 시스템 개발 역량을 보유한 민간기업의 육성과 SMR 실증을 위한 부지와 비용 지원, SMR 관련 연구시설 장비의 이용 등을 위한 행정·기술·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번 법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수년 전부터 SMR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분야로, 국회 내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 과방위·산자위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속도를 낼 경우, 이르면 7월 2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SMR은 기존 원전과는 달리 소규모·모듈화·내재안전 기술 기반으로, 정치적 부담 없이 초당적 합의가 가능한 영역"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는 산업계뿐 아니라 국내 기술 생태계에도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즉각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에너지정의행동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SMR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실험적 기술로,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RE100은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데, SMR을 대안으로 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SMR도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며, 지역 입지 반대와 사회적 갈등이 우려되는 고위험 기술"이라며 “기후위기 대응 명분 아래 탈원전 기조를 뒤집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 업계와 일부 산업계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하는 산업은 간헐성이 큰 태양광·풍력만으로 감당이 어렵다"며, “소형모듈원자로는 이런 산업에 적합한 무탄소 베이스로드 전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원전 전문가는 “RE100은 기술적으로 100% 재생에너지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원자력 포함 여부를 두고 이미 국제적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탄소중립 시대에는 재생에너지와 SMR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MR 특별법이 통과된다 해도, 핵심은 입지 갈등 최소화, 기술 실증, 폐기물 처리 문제 등 사회적 수용성 확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특별법은 SMR을 무조건 밀어붙이자는 것이 아니라, 규제와 인허가 시스템을 정비해 실증과 사업화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취지"라며, “향후 공청회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보다 안전하고 국민 수용 가능한 법안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MR 특별법은 단순한 기술진흥법을 넘어, 에너지 안보, 산업경쟁력, 기후정책, 지역 수용성을 모두 아우르는 정책적 난제다.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한국형 SMR 사업의 제도적 '기틀'이 처음으로 마련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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