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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장혜원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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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크레인 조종석이 지상 위”…로봇·AI가 위험 ‘원천차단’

수십 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올라가야 했던 건설기계 기사가 지상 원격 조종실에서 현장을 관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람이 직접 나르던 자재는 자율주행 로봇이 옮기고, 철근 결속 작업에는 인공지능(AI) 비전 기반 로봇이 투입된다. 준공 뒤에는 AI가 입주민의 질문을 받고 단지 서비스를 안내한다.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스마트건설얼라이언스관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이 참여해 원격제어 타워크레인과 자율운반 로봇, 철근 시공 자동화 장비, AI 기반 주거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현대건설의 지상제어 타워크레인 원격 조종석이 설치됐다. 대형 모니터에는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공사 현장 영상과 타워크레인의 작업 상태가 표시됐고, 운전자는 지상에 마련된 조종석에서 조이스틱과 제어장치를 이용해 장비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수십 미터 높이의 상부 조종실에 올라가 장시간 작업해야 했다. 고공 이동 자체의 부담은 물론 화장실 이용과 식사, 휴식이 제한되고 장시간 아래를 응시하면서 목·허리 등 근골격계 질환 위험도 높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상제어 타워크레인은 작업자가 상부 조종실에 오르지 않고도 장비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라며 “추락 위험을 낮추고 조종사의 근로환경과 복지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국토교통부 건설기계 안전기준 실증특례를 통해 해당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실증은 내년 5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제도 보완을 거쳐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고층 현장뿐 아니라 교량 공사처럼 타워크레인 조종석 접근이 어렵거나 이동 부담이 큰 현장이 주요 적용 대상으로 거론된다. 삼성물산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건설현장 자재 운반 로봇을 전시했다. 로봇은 주변 환경과 이동 경로를 스스로 인식하고,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계산해 팔레트에 실린 자재를 운반한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장비가 아니라 자율주행차나 로봇청소기처럼 장애물과 현장 상황을 인식하며 이동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이 자재 운반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데, 로봇이 이를 협업하거나 일부 대체하면 생산성과 안전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며 “현장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로봇 1대가 약 2명 수준의 운반 인력을 보완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실증 단계다. 관계자는 “현장마다 작업 동선과 자재 조건이 달라 실제 대체 인원과 생산성 개선 효과를 검토하는 과정"이라며 “건설현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용화는 최소 2028년 이후를 목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철근 격자 위를 스스로 이동하며 결속 작업을 수행하는 '철근 결속 자동화 로봇'을 선보였다. 카메라와 다중 레이저 센서를 활용한 AI 비전 기술로 철근 교차점을 실시간 인식하고 정확한 좌표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현장 맵핑 없이도 철근 격자 위를 자율주행하면서 기둥과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전 센서는 철근 결속이 빠진 구간이나 불량 구간을 자동 감지해 시공 오차를 줄이는 품질 검증 기능도 맡는다. GS건설은 철근 결속 작업 자동화와 검증 전산화를 통해 생산성을 약 20%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복적인 철근 결속 노동을 줄여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숙련공 부족과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위험 작업을 낮춰 현장 안전지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철근 결속은 작업자가 허리를 굽힌 자세로 무거운 자재를 장시간 다뤄야 하는 고강도 공정이다. 로봇이 결속 작업뿐 아니라 누락 여부까지 점검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인력 대체 장비를 넘어 품질 관리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건설의 범위는 공사장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브랜드와 연계한 AI 기반 디지털 안내 서비스를 선보였다. 대형 화면 속 AI 안내원이 단지와 주거 관련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시공 자동화뿐 아니라 입주민의 생활 편의까지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스마트건설은 공법과 장비에만 국한되지 않고 실제 단지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AI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까지 포함한다"며 “건설 과정에서 쌓은 기술을 입주 이후 서비스로 연결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내 문서와 기술자료를 AI로 검색·활용하는 체계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설계도서와 시공 자료, 안전 매뉴얼, 품질 관련 문서를 빠르게 찾아 현장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가 안전 PPE를 착용하면 실시간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위험구역 진입 시 경고를 보내고, 긴급 상황에서는 SOS 호출을 관제실에 전달해 대응할 수 있다"며 “현장 안전관리를 디지털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주택 시각화 솔루션인 'D.Virtual'은 VR 게임엔진을 활용해 다양한 평면과 세대 내부를 가상공간에서 구현한 기술"이라며 “제한된 모델하우스 전시만으로 보기 어려운 상품 정보를 고객이 보다 폭넓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공·파일 공사관리 솔루션에 대해서는 “파일 공사부터 터파기와 흙막이 공정까지 초기 토공 단계를 디지털화해 관리하는 기술"이라며 “현장 공정과 데이터를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해 공사 진행 상황을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건설얼라이언스관이 보여준 변화의 핵심은 사람을 현장에서 없애는 데 있지 않다. 고공과 중량물, 반복작업처럼 위험하고 고된 업무에서 사람을 한 발 물리고, 현장 판단과 품질 점검, 안전 관리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데 있다. 건설현장의 미래는 거대한 기계가 모든 일을 대신하는 풍경보다 사람과 로봇, 데이터가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방향에 가까워 보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반도체·데이터센터가 끌어올린 건설계약…1분기 74兆·23%↑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 투자 확대가 올해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을 74조원대로 끌어올렸다. 다만 증가세가 수도권과 대형 건설사, 산업설비 공사에 집중되면서 건설경기 전반의 회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74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60조1000억원보다 23.4% 증가했다. 증가세는 민간부문이 이끌었다. 민간 계약액은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 투자 영향으로 49조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5.6% 늘었다. 공공부문은 포천 발전소와 부산항 등 도로·항만·발전소 관련 사업 영향으로 25조1000억원을 기록해 5.0% 증가했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의 급증이 두드러졌다. 토목·산업설비·조경을 포함한 토목공종 계약액은 29조원으로 35.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산업설비 계약액은 1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0% 급증했다. 순수토목은 17조원, 조경은 1조원으로 각각 6.0% 늘었다. 건축공종 계약액도 민간 공장 증설과 주택사업 영향으로 45조1000억원을 기록해 16.6% 증가했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처럼 고도화된 전력·기계·통신 설비가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가 토목·산업설비와 건축 계약액을 동시에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상위 1~50위 건설사의 계약액은 37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 증가했다. 301~1000위 기업도 6조5000억원으로 24.9% 늘었다. 반면 51~100위 기업은 4조5000억원으로 증가율이 0.3%에 그쳤고, 101~300위 기업은 5조3000억원으로 6.8% 증가했다. 그 외 기업 계약액은 20조1000억원으로 8.4% 늘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보다 전력 공급과 냉각, 통신, 정밀 설비 시공 역량이 요구되는 만큼 대형사 중심으로 계약 증가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별 격차도 컸다. 현장 소재지 기준 수도권 계약액은 39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8%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 계약액은 34조9000억원으로 7.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본사 소재지 기준으로도 수도권 건설사의 계약액은 47조7000억원으로 48.2% 늘었지만, 비수도권 본사 건설사의 계약액은 26조3000억원으로 5.4% 감소했다. 신산업 인프라 투자가 건설시장 회복을 이끌고 있지만, 수주 효과가 지역 건설사와 중견업체까지 고르게 번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흐름이다. 최근 10년간 건설공사 계약액은 2022년 2분기 82조7000억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한 뒤 2023년 3분기 45조5000억원까지 감소했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계약액은 최근 10년 최고액의 89.6% 수준이다. 다만 이번 통계는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에 통보된 1억원 이상 원도급 공사를 집계한 것으로, 통계청 건설수주 통계와는 조사 대상과 방식이 다르다. 산업설비 중심의 대형 민간 투자 증가가 이어질지, 주택·지방 건설시장까지 회복 흐름이 확산할지가 향후 건설경기 판단의 변수로 꼽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보다 전력·냉각·클린룸·통신 설비 등 복합 공정의 비중이 높아 시공 경험과 자금력을 갖춘 대형사 중심으로 발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산업시설 투자 증가가 주택과 지방 건설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AI 도시 격차, 플랫폼 가진 도시가 벌린다”

인공지능(AI) 전환의 승패는 개별 서비스 숫자가 아니라 도시 전체 데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달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교통·환경·에너지 분야 중심이던 스마트시티 경쟁이 도시 행정과 재난 대응, 자율적 의사결정으로 확장되면서 AI 기반 도시 운영체계를 먼저 갖춘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의 격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26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3일차 전략기술세미나에서 'AI 기반 초연결 지능도시 핵심 기반기술 개발 및 실증'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IfM Engage와 함께 세계 50개 도시를 분석 중인 '2026 스마트시티 인덱스' 초기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대상 도시에서는 앱·웹 서비스 약 2130건, 도시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 약 1817건, 리빙랩 약 382건 등이 운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스마트시티 서비스는 교통·환경·에너지·도시행정 분야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개별 서비스 개발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여러 분야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연결하고 분석하는 도시가 앞서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I 도시 전환의 무게중심이 교통을 넘어 도시 행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시 데이터 개방과 활용이 늘어나면서 민원·복지·재난·시설관리 등 행정 영역에서 자동화와 시뮬레이션, 예측형 AI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AI를 도시 운영에 적용하는 출발점은 결국 데이터"라며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가진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 사이의 격차가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AI 기반 도시 서비스 가운데 예측형 AI 비중은 약 53%로 가장 높았다. 침수와 산사태, 전력 수요, 교통량 등 도시 문제를 사전에 예측해 대응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와 서울, 두바이, 리스본 등이 AI 기반 도시 서비스와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선도 도시로 언급됐다. 이 교수는 “도시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향후에는 피지컬 AI와 에이전트 AI가 도시 공간에서 실제 의사결정과 운영을 보조하는 단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 운영 플랫폼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통합 플랫폼 기반으로 도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선도 도시 비중은 2022년 16%에서 2024년 66%로 늘었고, 올해는 76%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개별 기관이나 부서가 따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보다 교통·에너지·환경·안전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하고 대응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플랫폼 없이 각자 서비스를 만들면 데이터 연계와 확산이 어려워지고 비용 부담도 커진다"며 “AI 전환이 빨라질수록 통합 플랫폼을 갖춘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역할의 확대도 주요 변화로 꼽혔다. 과거에는 공공이 도시 플랫폼과 서비스를 직접 구축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AI 모델의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민간 기술기업과의 협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과 함께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하는 AI 기반 초연결 지능도시 연구개발 사업도 소개했다. 총사업비 284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기존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를 고도화해 실시간·다중형 데이터 기반의 AI 도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연세대 산학협력단을 비롯해 LH 등 16개 기관이 참여하며, 인구 증가형 도시와 인구 감소형 도시를 각각 실증 대상으로 삼아 지역 여건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후·재난·안전 대응과 도시 문제 예측, 지능형 관제 등을 주요 적용 분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자체가 적은 비용으로 AI 도시 플랫폼을 도입할 수 있도록 기존 데이터와의 연계, 상호운용성, 자동화 기능을 강화하려 한다"며 “단순 반응형 도시가 아니라 위험과 수요를 먼저 예측하고 대응하는 도시 운영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도시들도 AI 전환을 계기로 빠르게 도약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 도시들도 데이터 인프라와 실증 기반, 거버넌스 체계를 서둘러 갖추지 않으면 AI 도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토기술대전] “고층빌딩도 공장처럼” 조립 공법, 대단지 실증 본격화

공장에서 주요 구조체와 내부 설비를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건설(OSC·Off-Site Construction)이 고층 공동주택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저층 공공임대나 기숙사, 학교시설 중심으로 적용됐던 모듈러·PC 공법이 공공주택을 기반으로 고층화와 대단지화 실증에 들어가면서다.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모듈공법 건축관에서는 철골 기반 모듈러 주택과 사전제작 콘크리트(PC) 기반 공동주택의 고층화 계획이 공개됐다. 공기 단축과 현장 인력난 해소, 품질 균일화 가능성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공사비와 접합부 성능, 대형 부재 운송·양중 안전성은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다. 모듈러 주택은 철골 구조체와 외벽, 창호, 전기배선, 배관, 욕실·주방 등 자재와 부품의 상당 부분을 공장에서 박스 형태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적층·결합하는 방식이다. 반면 모듈형 PC 공동주택은 기둥·보·바닥판 등 콘크리트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하고, 외벽·창호·설비 일부까지 결합한 구조체를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이다. 두 공법 모두 현장 타설과 습식 공정 비중을 낮춘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장 제작과 현장 공사를 병행할 수 있어 공기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반복 작업을 표준화해 품질 편차와 현장 인력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관심이 높다. 대표 사례로는 세종시 6-3생활권 UR1·UR2 모듈러 통합공공임대주택이 꼽힌다. 이 단지는 지상 7층, 4개 동, 416가구 규모로 추진된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공공주택 사례다. LH 청약 정보상 UR1 200가구와 UR2 216가구로 구성됐으며, 입주예정월은 2025년 3월로 안내됐다. 의왕초평 A-4BL은 국내 최고층 모듈러 공동주택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22층, 3개 동, 381가구 규모의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지난해 말 착공해 2027년 7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철근콘크리트(RC) 공법과 비교해 약 114일, 약 4개월의 공기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LH는 보고 있다. 고층화 실증의 다음 무대는 하남교산이다. 모듈형 PC 공동주택 연구단은 하남교산 A-1BL에 지하 2층~지상 25층, 총 723가구 규모의 통합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400가구 이상에 PC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남교산 A-1BL은 3기 신도시에 조성되는 PC모듈러 공동주택 실증단지로, 창호·외벽체·전기배선·배관·욕실 등을 포함한 3차원 볼류메트릭 형태의 PC모듈러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연구단 관계자는 “모듈형 PC는 개별 콘크리트 부재를 현장에서 하나씩 조립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공장에서 선조립 비중을 높여 현장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있다"며 “설계·제작·운송·양중·시공이 하나의 공정으로 맞물려야 공기 단축과 품질 향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교산 사업에는 GH와 연구단, 동부건설 컨소시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단은 한 개 층을 하루에서 이틀 안팎에 시공하는 구조 시스템과 공정 프로세스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설계·제작·시공 주체가 초기부터 협업하는 방식과 함께 발주·설계·제작·시공·유지관리 전 단계를 아우르는 매뉴얼, 인증체계, 전문인력 교육, 생애주기비용(LCC) 분석체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OSC가 건설현장의 만능 해법은 아니다.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으면 운송·보관·양중 비용이 늘어나고, 오히려 공기와 원가가 악화할 수 있다. 고층 공동주택 적용 과정에서는 접합부의 구조 안전성과 내화·차음·수밀 성능, 현장 장비 동선, 대형 부재 운송 여건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 안전 문제도 양면적이다. 현장 고소작업과 반복 노동을 줄일 수 있지만, 대형 모듈과 중량 부재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는 강풍, 결속 불량, 크레인 작업 오류 등에 따른 낙하·전도 사고 위험이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 연구단 관계자는 “OSC는 현장 작업을 줄여 추락·반복작업 관련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중량 부재를 운송하고 양중하는 단계에서는 다른 형태의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공법 확산을 위해서는 설계부터 제작·시공까지 이어지는 안전 기준과 책임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모듈러와 PC 공동주택의 승부처는 결국 '빨리 짓는 집'을 넘어 '같은 비용으로 더 안전하고 품질 좋게 짓는 집'을 실제 현장에서 증명하는 데 있다. 의왕초평의 22층 모듈러와 하남교산의 PC모듈러 실증은 공장 제작 기반 주택이 국내 고층 아파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반값 모두의카드 9월까지 연장…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도 전환하면 혜택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교통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대중교통비를 최대 절반까지 돌려주는 '모두의카드' 추가 환급 혜택을 오는 9월까지 이어간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도 모두의카드로 전환해 가입·등록하면 추가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25일 모두의카드 고유가 특별지원에 따른 추가 환급 혜택을 9월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모두의카드는 전국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교통복지 카드다. 이용 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을 환급받는 정률형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면 환급받는 정액형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환급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정액형 환급 기준금액을 기존보다 50% 이상 낮췄고, 출퇴근 시간 전후 1시간인 오전 5시30분~6시30분, 오전 9시~10시, 오후 4시~5시, 오후 7시~8시에는 정률형 환급률을 최대 30%포인트 추가 지원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은 시차 시간대 이용 시 환급률이 기존 20%에서 50%로 높아진다. 청년과 2자녀 가구, 어르신은 최대 60%, 3자녀 이상 가구는 80%, 저소득층은 최대 83.3%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대광위는 제도 시행 이후 출퇴근 혼잡 완화 효과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차시간대 이용 비율은 지난 3월보다 약 1% 증가했고, 출퇴근 혼잡시간대 이용 비율은 약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광위 관계자는 “하루 대중교통 이용자를 약 1000만명으로 추산하면 인센티브 적용 전에는 약 491만명이 출퇴근 시간대를 이용했다"며 “모두의카드 이용객 증가분을 감안하면 출퇴근 시간대 이용자는 약 565만명 수준이 됐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약 542만명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 23만명 정도의 출퇴근 시간대 이용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카드 가입자는 이달 기준 약 557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500만명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방권 이용자는 지난해 말 125만명에서 올해 6월 171만명으로 약 46만명 늘었다.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에 환급 기준을 차등 적용한 것이 가입자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대광위 관계자는 “수도권 가입자는 약 27.7% 증가한 반면 지방권 가입자는 37.2% 늘었다"며 “사용액 증가율도 수도권은 10.8%, 지방권은 17.6%로 지방권 증가 폭이 더 컸다"고 말했다. 환급액 증가 폭도 지방권이 더 컸다. 이 관계자는 “환급액은 수도권이 168% 증가한 데 비해 지방권은 235% 증가했다"며 “모두의카드 교통비 환급이 지방권 교통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모두의카드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인천·부산·광주·경남·울산·세종 등 7개 광역지자체는 모두의카드를 기반으로 지역 특화 교통카드를 운영 중이다. 지역 특화카드는 전국 공통 혜택 외에 지자체가 자체 재원을 투입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청년 인정 연령을 확대하거나 저소득층·고령층 환급률을 높이는 식이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도 모두의카드로 전환하면 추가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유가 특별지원인 3만원 페이백은 오는 6월 30일 종료되지만, 모두의카드 고유가 반값 할인은 9월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대광위는 서울시가 준비 중인 모두의카드 기반 지역 특화카드에 대해서도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광위 관계자는 “서울시와 갈등 상황은 전혀 아니며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공문으로 특화카드 협의를 요청하면 정책적·재정적·기술적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검토 중인 특화서비스에는 청년 연령 확대, 따릉이 연계, 제대군인 할인, GTX-A·신분당선 일부 구간 할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일부 서비스는 시스템 개편이 필요한 만큼 도입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광위 관계자는 “청년 연령 확대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제대군인 인정이나 GTX-A·신분당선 서울시계 내 구간 적용은 검증해야 할 조건이 많다"며 “시스템 개발과 테스트, 검증 절차가 필요한 만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GTX-A와 신분당선의 서울시 내 구간을 서울시민이 이용할 경우 기존 플러스형이 아닌 일반형으로 적용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형평성 논란도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광위 관계자는 “서울시 경계 안에서 내릴 때와 밖에서 내릴 때 요금 구조가 달라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정책적·재정적·기술적 부분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카드 추가 환급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후불·선불·모바일 등 원하는 상품을 발급받은 뒤 K-패스 누리집 또는 앱에서 가입 및 카드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대광위는 9월 이후 추가 지원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대광위 관계자는 “현재 추경을 통한 추가 지원은 9월 말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확정돼 있다"며 “고유가 상황 지속 여부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현재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김용석 대광위 위원장은 “교통비는 국민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민생 복지 영역"이라며 “모두의카드로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의 지갑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6000억 공공기여·유니콘허브…삼표 성수 개발 ‘잭팟’ 키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가 최고 79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45년간 서울 도심에 레미콘을 공급했던 산업시설은 업무·주거·상업·숙박 기능이 결합된 미래형 복합개발지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이를 성수전략정비구역, 준공업지역 재편과 연계해 강북의 새로운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며, 삼표그룹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건설기초소재 기업에서 종합 디벨로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SGL(삼표 글로벌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업지는 서울숲과 한강을 동시에 접한 핵심 입지로, 개발이 완료되면 최고 79층, 높이 360m 규모의 업무·주거·상업·숙박 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축물이 된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은 1977년 가동을 시작해 약 45년간 서울 도심 개발에 필요한 레미콘을 공급해온 상징적인 생산기지였다. 도심 한복판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교통 혼잡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이전 요구가 커졌고, 서울시와 성동구, 삼표산업, 현대제철은 2017년 공장 철거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장은 2022년 철거됐다. 기자가 직접 찾은 성수동 삼표 부지는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고, 현장에서는 토양조사 등 본격적인 개발에 앞선 사전 작업이 한창이었다. 개발사업의 전환점은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간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이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의 용도를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 업무·숙박·주거·문화·판매시설 등이 결합된 복합개발을 허용했다. 사전협상 당시에는 지상 77층 규모가 제시됐지만, 이후 지구단위계획과 세부개발계획을 거치며 최고 79층, 높이 360m 규모로 계획이 구체화됐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민간 복합개발을 넘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성수 미래도시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3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수변 복합업무지구인 '그랜드 캐널독(Grand Canal Dock)'을 방문한 뒤 성수와 삼표 부지를 서울의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과거 가스시설 부지를 규제 완화와 민관 협력을 통해 글로벌 IT기업이 모이는 혁신지구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성수에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도 성수를 청년첨단혁신축과 경제혁신축이 만나는 핵심 거점으로 제시했다. 성수 준공업지역과 IT산업개발진흥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을 연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미래첨단산업이 집적된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표 부지는 이 같은 청사진의 중심축이다. 서울시는 건축혁신형 사전협상 제도를 처음 적용해 글로벌 미래복합단지(Global Future Complex)를 조성하고 AI 기반 스마트오피스와 국제 친환경 인증 건축물, 서울숲과 연결되는 입체 보행공간 등을 갖춘 미래형 업무허브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클라우드 네트워크와 AI 업무환경을 갖춘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고, 저층부는 서울숲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개발계획에 따르면 업무시설은 전체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주거시설은 40% 이하로 제한된다. 서울시는 단순한 주거단지가 아니라 미래산업과 창업, 문화가 결합된 업무복합 거점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여를 통해 연면적 약 5만3000㎡ 규모의 '유니콘 창업허브'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공공기여 규모는 약 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이를 서울숲 일대 교통 기반시설 확충과 성수대교 북단, 동부간선도로, 강변북로 연계 교통 개선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숲과 사업지를 연결하는 입체 보행데크와 열린 광장도 조성해 공원 접근성을 높이고, 서울숲 리뉴얼 사업과 연계해 문화·공연·휴식 기능도 함께 확충할 예정이다. 삼표그룹은 이번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전략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시멘트와 레미콘, 골재 중심의 건설기초소재 사업에서 벗어나 토지 기획과 금융조달, 설계, 시공, 운영, 브랜드 전략을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와 관련 행정 절차를 협의 중이며 본PF 전환이나 착공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본격적인 착공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예상하고 있지만 인허가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표는 성수 프로젝트와 함께 서울 은평구 증산동 일대의 'DMC 수색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지하 5층~지상 36층, 3개 동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로 조성되며 준공 후에는 그룹 신사옥 'SP타워'가 들어선다. 삼표산업과 삼표시멘트, 에스피네이처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해 그룹의 핵심 업무 기능을 통합하게 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삼표가 자체 개발한 저탄소 친환경 시멘트와 특수 콘크리트도 적용돼 향후 성수 프로젝트의 기술적 기반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수 일대는 이미 서울을 대표하는 신흥 업무지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 준공업지역과 수제화 거리의 이미지를 벗고 무신사와 크래프톤, 현대글로비스, SM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과 콘텐츠 기업이 잇따라 이전하면서 '크리에이티브 업무권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팩토리얼 성수와 디타워 서울포레스트, 서울숲 더스페이스 등 대형 오피스 공급도 이어지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부지는 서울숲과 한강을 동시에 품고 있는 데다 성수전략정비구역과 크래프톤 신사옥, 무신사 등 기업 이전 흐름까지 맞물린 성수의 핵심 입지"라며 “삼표산업이 '성수1'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등록한 것도 이곳을 성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성수가 '팝업스토어의 성지'를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업무지구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360m 초고층 건축물인 만큼 인허가와 교통대책, 환경·경관 문제, 지역 수용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건설경기 침체와 고금리, 오피스 시장 수급 변화 역시 사업의 변수로 꼽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최근 서울시 정비사업은 개발 속도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개발로 인한 교통·환경 등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동탄 20억이면 차라리 분당”…셔세권 벨트의 종착지 판교·분당 가보니

“동탄 20억원이면 차라리 분당을 보죠." 최근 경기 남부 부동산 시장을 달구는 '셔세권(셔틀버스+세권)' 열풍의 종착지로 꼽히는 곳이 바로 분당과 판교다. 동탄과 수지, 광교를 거치며 이어진 집값 상승 흐름이 결국 분당·판교로 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실제 올해 경기 남부 집값 상승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화성 동탄 아파트값은 9.57%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용인 수지구는 9.03%, 성남 분당구는 7.4%, 수원 영통구는 5.72% 상승해 수도권 평균 상승률 2.8%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동탄은 6월 들어 2주 만에 4.24% 뛰었고, 동탄역 인근 대장 단지인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반도체 업황 호조와 성과급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통근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반도체 머니'가 주택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동탄의 가파른 상승 이후 시선이 분당과 판교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탄역 인근 일부 단지의 전용 84㎡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주거 인프라와 학군, 직주근접성을 갖춘 분당과 판교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교 일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판교와 분당, 수지, 광교, 동탄을 하나의 경기 동남권 성장축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다"며 “AI 산업 확산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기업 일자리 증가가 맞물리면서 이 일대 주거 선호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교와 분당은 이미 생활 인프라와 업무지구가 완성된 지역"이라며 “주변 지역 가격이 오르면 일정 시차를 두고 가격이 따라붙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집값 상승세는 개별 단지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 플랫폼 집피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전용 52㎡는 지난 5월 15억원에 거래됐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신촌태영데시앙 전용 85㎡가 올해 1월 13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분당 구축 소형 아파트 가격이 서울 주요 지역 중형 아파트 가격을 웃도는 사례가 나타난 셈이다. 실제 한솔마을5단지 전용 52㎡는 2016년 3억원대 중반 수준에서 최근 15억원까지 오르며 4배 이상 상승했다. 최근에는 정비사업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동탄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분당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직원뿐 아니라 판교테크노밸리 종사자, 전문직 수요까지 겹치면서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역 일대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띠고 있었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IT기업과 스타트업 사무실이 밀집해 있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직장인들로 거리가 붐볐다. 판교는 원래도 강남 대체 주거지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벨트의 핵심 배후 주거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백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는 강남 접근성과 직주근접성 때문에 원래 수요가 강했던 곳"이라며 “최근에는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수요층이 더 두터워졌다"고 설명했다. 판교 일대 부동산 업계에서는 동판교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판교는 판교테크노밸리와 가까운 직주근접 입지에 신분당선, 월판선, GTX-A 등 교통 호재가 겹쳐 고소득 실수요층의 선호가 꾸준하다"며 “AI 산업과 반도체 산업 확장으로 경기 남부 일자리 축이 커질수록 판교의 주거 가치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입지의 아파트들은 결국 주변 상급지와 가격 차이를 좁히는 흐름을 보인다"며 “동판교 역시 단기 급등 부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통망 확충과 기업 집적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장 분위기가 무조건 뜨거운 것만은 아니다. 거래량 자체는 과열 국면이라기보다 관망세가 짙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미 가격이 상당 부분 오른 데다 대출 규제 영향도 남아 있어 실수요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내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매도자들도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며 “매수자들도 추가 상승을 기대하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어 거래는 생각보다 차분하다"고 말했다. 분당 재건축 기대감 역시 시장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자동과 수내동, 서현동 일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장기적인 가치 상승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동탄이 삼성전자 배후 주거지라면 수지는 분당·판교의 대체지, 분당과 판교는 강남 접근성과 학군, 업무지구, 정비사업 기대감까지 갖춘 경기 남부 최상급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분당과 판교는 신규 공급이 제한적이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도시인 만큼 재건축이나 정비사업 외에는 대규모 공급이 쉽지 않다. 반면 판교테크노밸리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확장으로 고소득 일자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인 구조가 형성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경기 남부 집값 급등세를 두고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과 분당·과천 등 규제지역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구리, 남양주, 용인 기흥, 화성 동탄 등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은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기흥과 동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벨트 수혜 기대가 맞물리면서 셔세권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리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거래 증가와 함께 계약 해제 건수도 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단기 과열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동탄과 기흥 등 일부 지역은 규제지역 지정 요건에 근접한 만큼 향후 정부가 추가 규제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풍선효과에 따른 상승세는 대출·세금·청약 규제가 강화될 경우 지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실거주 가치와 장기적인 지역 경쟁력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만든 새로운 부동산 지도가 동탄과 수지, 광교를 지나 판교와 분당으로 향하고 있지만, 시장은 상승 기대와 규제 가능성 사이에서 다음 방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동탄에서 광교까지…반도체 머니가 바꾼 경기 남부 부동산 지도

“최근 일부 역세권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경기 화성시 동탄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탄역 롯데캐슬이 최고 22억원대에 거래된 뒤 30억원은 받아야 한다며 호가를 높이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다만 이런 분위기가 동탄 전역으로 퍼진 것은 아니고 동탄역 접근성이 좋은 일부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이 경기 남부 주거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통근 셔틀버스가 지나는 이른바 '셔세권'을 따라 동탄과 수원 영통, 용인 수지, 광교 일대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과급, 사내대출 등 반도체 업계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온도는 빠르게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화성 동탄 아파트값은 9.57%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용인 수지는 9.03%, 성남 분당은 7.4%, 수원 영통은 5.72% 상승했다. 수도권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동탄이 있다. 동탄역 대장주로 꼽히는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전용 65㎡ 역시 20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고층 매물 호가는 이미 25억~26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현장에서는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동탄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동탄 집값은 정상적인 속도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동탄역 롯데캐슬은 30억원 직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우남퍼스트빌·한화꿈에그린도 20억원에 가까워졌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호수공원과 카림애비뉴 인근 단지도 15억원 선까지는 갈 수 있다는 기대가 퍼져 있다"며 “삼성전자 화성·평택캠퍼스와 협력업체 직원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탄 전체가 같은 온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중개업계에서는 동탄역과 가까운 초역세권, GTX-A·SRT 접근성이 뛰어난 단지, 학군과 상권을 갖춘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본다. 한 공인중개사는 “동탄이라고 다 같은 동탄이 아니다"라며 “역세권과 비역세권, 동탄1과 동탄2, 셔틀 접근성에 따라 체감 온도 차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현지에서는 동탄역 롯데캐슬을 최상단으로 보고 우남퍼스트빌·한화꿈에그린 등 시범단지, 카림애비뉴 인근, 목동, 호수공원 생활권, 메타역 일대 등으로 주거 선호도가 세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탄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배후 주거지인 영통이 나온다. 영통역과 망포역 일대에는 삼성전자 임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 수요가 꾸준하다. 동탄처럼 급등세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실수요가 시장을 떠받치는 구조다. 영통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영통은 투자 수요보다 실거주 수요 비중이 높다"며 “삼성전자나 협력사 직원들이 전세로 살다가 매매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망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가까운 영통·망포 일대는 직주근접 수요가 꾸준하다"며 “서울에서는 7억원대로 선택지가 제한되다 보니 같은 가격이면 상대적으로 쾌적한 경기 남부 역세권을 찾는 젊은 부부 문의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원도 무조건 오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화서역·수원역·영통역·망포역처럼 교통 호재나 일자리 접근성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을 따라 이동한 수지도 매수 열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수지는 동탄과 영통에서 한 단계 올라가는 '갈아타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강남 접근성과 학군, 생활 인프라가 강점으로 꼽힌다. 상현역 인근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지 이편한세상 일대는 거래 가능한 매물이 많지 않은 상태"라며 “최근 전용 84㎡가 16억원대에 거래된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높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17억원 이하 매물은 찾기 어려워졌고, 일부 매물은 17억원대 중반까지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성복역 일대도 비슷한 흐름이다. 성복역 롯데캐슬골드타운은 최근 전용 84㎡가 16억~17억원대에 거래됐고, 일부 매물 호가는 18억원 안팎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성복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선호 단지는 판상형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신고가 거래 이후 주변 단지 호가도 함께 오르는 분위기"라며 “동탄 집을 팔고 수지로 갈아타려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의 마지막은 광교였다. 광교는 최근 경기 남부 셔세권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탄처럼 반도체 산업의 직접 수혜지이면서도 수지나 분당처럼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광교중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아 “광교의 경쟁력은 서울 접근성보다 생활 인프라"라고 말했다. 광교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에서는 광교가 서울 인프라를 누린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서울 생활권이라기보다는 강남 접근성이 좋다는 의미에 가깝다"며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역까지 30~40분대 이동이 가능하고 경기 남부에서는 드물게 대형 상권과 호수공원, 행정타운, 학군을 모두 갖춘 도시"라고 설명했다. 실제 광교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원역이나 인계동보다 강남 방문이 더 익숙하다는 말도 나온다. 광교 주민 김모 씨는 “수원 시내를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 가는 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며 “병원이나 쇼핑, 약속은 강남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광교중앙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면서 동탄과 영통, 광교를 함께 보는 수요가 늘었다"며 “광교는 직주근접뿐 아니라 교육환경과 생활 인프라까지 고려하는 수요가 선택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을 대체한다기보다는 경기 남부 안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주거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고 덧붙였다. 동탄역에서 시작한 취재는 영통과 수지, 광교로 이어졌다. 동탄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낸 자금이 처음 모이는 곳이고, 영통은 직주근접 수요가 받쳐주는 배후 주거지다. 수지는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며, 광교는 교육·생활 인프라까지 갖춘 경기 남부의 대표 주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과 경기 남부 집값 사이의 연관성이 과거보다 뚜렷해지고 있다고 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에게 성과급과 보상금이 지급되는 시기에는 경기 남부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현금 여력이 커진다"며 “동탄·영통·수지·광교 등 반도체 사업장과 셔틀 노선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실수요 기반이 탄탄해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이헌욱 부동산원장 “통계조작 논란 끝나”…“실거래가·공시가 같아야 한다는 건 난센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부동산원을 단순 통계·공시 기관을 넘어 국가 부동산 정책을 지원하는 데이터 허브 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근 논란이 이어진 부동산 통계와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며 “통계조작 논란은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18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부동산원은 감정평가 업무를 넘어 공시·통계, 청약, 시장관리, 도시정비, 녹색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부동산 정책을 지원해 왔다"며 “앞으로는 부동산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 부동산 현안 해결을 지원하는 데이터 허브 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100일 동안의 고민을 소개하며 “부동산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를 데이터로 제시하는 연구에 착수했다"며 “이를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관련 연구 결과는 올해 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부동산원 통계 신뢰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 원장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이 호가를 과도하게 반영한다는 지적에 대해 “부동산원 통계는 호가를 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사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요소를 종합 평가해 산정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자들이 조사한 가격이 실거래가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히려 조사자들이 제시한 가격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통계 전문가들의 검증과 국제적으로 공인된 통계기법을 적용하고 있어 통계 정확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거래가에도 이상거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실거래가만을 기준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사 통계가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기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강한 입장을 보였다. 이 원장은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차이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실거래가는 고가 거래도 있고 저가 거래도 있으며 특수관계인 거래나 이상거래도 존재한다"며 “공시가격은 조사자의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조사한 가격에 현실화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거래가와 조사자가 조사한 가격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만약 동일해야 한다면 그냥 실거래가를 공시가격으로 쓰면 되겠지만 그것이 과연 형평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방식이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다 형평성 있는 체계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부동산 통계 논란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초기에는 통계조작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조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현재는 수정 논란 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원 직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만약 통계법 위반이었다면 직원들이 기소됐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논란 이후 도입된 7대 개혁 방안을 모두 이행했고 외부 검증과 내부 점검 체계를 구축했다"며 “현재는 외압에 의해 통계가 좌우될 수 없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향후 부동산원이 단순 통계 제공 기관을 넘어 정책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 가치는 국토균형발전과 국민 주거권 보장"이라며 “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인 만큼 부동산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정부 정책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부동산 시장의 핵심 문제로 금융, 세제와 함께 '공간구조 문제'를 꼽았다. 이 원장은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는 결국 도시의 문제"라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비수도권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현재의 단핵 구조를 다핵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원은 앞으로 전국 도시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겠다"며 “숫자로 보는 도시, 데이터로 보는 도시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기자의 눈] 반도체 머니로 뜬 집값도 규제로 잡겠다고?

최근 경기 남부권 부동산 시장이 무섭게 끓어오르고 있다. 화성 동탄의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2%를 돌파하며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분당선 라인인 용인 수지와 성복 일대 역시 '갈아타기' 수요가 몰리며 전용 84㎡ 호가가 17억~18억 원을 넘나든다. 서울 강남과 한강벨트에서 시작된 불길이 경기 남부의 '반도체 산업벨트'를 따라 급격히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번 상승장의 시동을 건 동력은 명확하다.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에 따른 막대한 성과급과 유동성, 즉 '반도체 머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흘러나올 유동성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시장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5개월 만에 최고치(120)를 기록한 점은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는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다시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인상을 골자로 한 '부동산 과세 정상화'를 예고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고 똘똘한 한 채의 보유세를 높여 투기 심리를 꺾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성장의 과실이 미래 산업이 아닌 부동산으로만 쏠리는 현상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집값을 잡기 위해 다시 '세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과거 실패했던 규제 일변도 정책의 기시감을 지우기 어렵다. 세금 인상을 통한 수요 억제책은 언제나 치명적인 부작용을 동반했다. 첫째는 '매물 잠김'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 상황에서 양도세를 더 올리면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버티기에 들어간다.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은 외려 더 뛰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둘째는 '조세 전가'다. 늘어난 보유세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의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전가되어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반도체 호황의 온기를 전혀 누리지 못한 지방이나 미분양 지역의 실수요자들까지 전국적인 규제 강화의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기자가 취재 중 만난 복수의 수요자들은 “반도체 돈은 구경도 못 했는데 왜 전 국민이 증세 폭탄을 맞아야 하느냐"는 불만과 함께, “보유세를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 중심으로만 자산이 압축되는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냉소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징벌적 과세로 통제할 수 있는 통계학적 그래프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유동성이 결합한 살아있는 생명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멱살을 잡는 세금 규제가 아니다. 규제의 사각지대를 정교하게 짚어내는 '핀셋 금융 규제'와 함께,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핵심지에 질 좋은 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하겠다는 '명확한 공급 로드맵'을 보여주는 정공법(正攻法)이다. 정부가 7월 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때 공급 확대와 임대시장 안정화 대책을 동시에 발표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에 오기를 부리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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