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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장혜원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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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돌아온 한강…서울 물재생센터, 에너지·시민공간으로 대전환

한때 악취와 녹조로 몸살을 앓던 한강에 수달이 돌아왔다. 서울시가 1970년대부터 하수처리시설을 확충하고 수질 관리 기술을 고도화한 결과다. 시는 이제 물재생센터를 단순히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에서 벗어나 물과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시민에게 휴식·문화공간을 제공하는 도시 기반시설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물·에너지·시민, 함께 누리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주제로 제6회 '2026 워터서울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행사에는 운영위원장을 맡은 박준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를 비롯해 도시 회복탄력성 분야의 권위자인 사라 벨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 쿨딥 쿠마르 미국 시카고 광역물재생기관 수석환경과학자, 정성국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 등 국내외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현장에는 시민과 물 관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서울 물재생센터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물재생센터 현대화와 자원순환, 공간 혁신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서울의 하수관로 보급률이 27%에 불과했던 1970년에는 생활하수와 오염물질이 한강으로 유입되면서 악취와 녹조가 발생하고 죽은 물고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서울시는 1976년 청계천과 중랑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며 본격적으로 하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처리시설을 4곳으로 확대했으며 1998년에는 난지·중랑·서남·탄천 등 현재의 4개 물재생센터 체계를 갖췄다. 이들 센터의 하루 최대 하수 처리용량은 총 498만t이다. 수질 규제 대상도 과거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등 2개 항목에서 질소와 인을 포함한 7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고도처리시설 도입과 방류수 관리 강화로 한강 수질이 개선되면서 수달을 비롯한 야생생물이 다시 관찰되는 등 생태계도 회복되고 있다. 정성국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서울, 물의 가치를 더하다'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물재생센터는 단순히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에서 도시의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수처리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물 산업과 에너지 생산시설, 시민을 위한 여가·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물재생센터에서 처리한 물의 재이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처리수 재이용률은 6.8% 수준으로, 하천 유지용수와 도로 청소, 조경 및 시설 내부 용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2030년 19%까지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처리수의 절반까지 재이용한다는 목표다. 중랑물재생센터에서는 처리된 물을 하루 약 7만9000t씩 중랑천과 우이천 등에 공급해 안정적인 하천 유량을 유지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변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와 열도 버리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하수찌꺼기를 건조해 발전소 연료로 사용하고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도시가스와 연료전지 발전에 투입한다. 하수열은 지역난방에 공급하고 물재생센터 유휴부지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한다. 노후 물재생센터의 현대화도 추진한다. 시설을 지하화하거나 집약화해 확보한 상부 공간에는 공원과 체육시설, 산책로, 피크닉장 등을 조성한다. 버스킹과 플리마켓을 열 수 있는 문화공간과 어린이·가족을 위한 시설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물재생센터를 운영하면서 그 상부를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 국장은 토론에서 “완전히 지하화하더라도 시설 차량과 사람이 드나드는 과정에서 문이 열리기 때문에 악취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주변에 다른 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동 중인 물재생시설을 지하화하고 그 상부에 주택을 짓는 방식에 대한 기술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물재생센터를 다른 지역으로 완전히 이전한 뒤 기존 부지를 개발하는 방안과는 구별된다. 기조연설을 맡은 사라 벨 교수는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적 해법뿐 아니라 시민과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벨 교수는 런던과 멜버른에서 진행한 물·에너지·식량 연계 및 녹색 기반시설 사업을 소개하며 “가뭄과 홍수 등 증가하는 재난에 대응하려면 시민들이 도시 물 관리에 의견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기술 전문가와 지방정부, 시민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설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인프라의 회복력뿐 아니라 지역사회 자체가 더욱 회복력 있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쿨딥 쿠마르 수석환경과학자는 시카고의 대규모 저류시설과 녹색 기반시설, 자원 회수 사례를 소개했다. 시카고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솔리드를 비료와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공립학교 운동장과 유휴부지 등을 빗물 저장과 녹지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바꿔 홍수 대응 능력을 높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이지혜 싱가포르-ETH센터 연구원이 싱가포르의 '뉴워터(NEWater)' 정책을 중심으로 물 부족 도시의 수자원 자립 방안을 설명했다. 홍승관 한국물산업협의회장은 하수열과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물재생센터를 친환경 에너지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도시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브리앤 플라이어 미국 밀워키 광역하수처리구 통합유역관리국장은 하수처리구역의 상부 공원화와 유휴부지 활용, 시민 참여형 물 관리 사례를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물재생센터의 역할이 수처리에서 에너지 생산과 시민공간 제공으로 확대되는 만큼 시설 자체의 재난 대응 능력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하화·자동화된 시설에서 정전이나 고장이 발생할 경우를 고려한 비상 대응체계와 관계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상 개회사를 통해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고 있다"며 “물재생센터를 깨끗한 물을 재활용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바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핵심 기반시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싸게 산 건 아냐”…홍지선 국토장관 후보자 ‘영끌 아파트’ 1년새 4억7000만원 올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매매대금의 절반 이상을 빌려 마련해 '영끌' 논란이 불거진 서울 구로구 신도림태영타운아파트는 당시 시세보다 특별히 싸게 매입한 주택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후보자가 매입한 뒤 1년여 만에 같은 면적의 실거래가격이 약 4억7000만원 뛰었지만, 현지에서는 특정 거래가 아닌 단지 전체의 가격 상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국회 인사청문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홍 후보자는 지난해 3월 신도림태영타운 전용면적 84.87㎡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10억500만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억원을 낸 뒤 4월 중도금 2억원, 5월 잔금 7억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자금 가운데 3억6700만원은 은행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했다. 후보자의 배우자는 중도금 지급 전날 모친에게 1억7000만원을 빌렸다. 금융기관과 가족에게 빌린 돈은 총 5억3700만원으로 매매가격의 약 53.4%다. 해당 거래를 두고 야권에서는 '영끌·빚투 매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홍 후보자가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11월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과도한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없는 수요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러나 현지 중개업계는 후보자의 매입가격이 당시 시세와 비교해 특별히 낮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당시 같은 면적이 10억원대 초·중반에서 거래됐기 때문에 10억500만원이면 싸게 산 것은 아니다"며 “집이 없던 사람이 실거주 목적으로 산 것으로 보이고, 해당 거래만 갖고 투기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매입 이후 단지 가격은 크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주택은 지난달 7일 21층이 14억7500만원에 거래돼 최근 3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후보자의 매입가격과 단순 비교하면 상승 폭은 4억7000만원에 달한다. 다만 동·층·향 등 주택 조건이 달라 이를 후보자가 실현한 시세차익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현지 중개사는 가격 급등 배경에 대해 “지난해 6월 전후로 거래가 갑자기 늘면서 가격이 계속 올랐다"며 후보자 소유 주택만이 아니라 단지 전체에서 나타난 시장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홍 후보자 측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매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후보자 측은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현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3월 남양주 부시장 재직 당시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고 이후 실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5월부터 살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전셋집과 약 4.5㎞ 떨어진 곳으로, 당시 홍 후보자의 근무지인 경기 남양주시와 배우자의 직장인 인천 서해구까지의 출퇴근 거리 및 기존 생활권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배포한 보도 설명자료 이상의 후보자 입장이나 의견을 별도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장모에게 빌린 1억7000만원과 관련해 “이자소득세는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다만 후보자 측은 실제 지급한 이자액과 현재까지 상환한 원금, 원금상환 유예기간을 변경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답하지 않았다. 매입이 정상적인 시세에 따른 실거주 목적이었다는 해명과 별개로, 가족 차용금의 구체적인 상환 내역과 과거 과도한 대출 수요를 지적했던 발언과의 정합성은 인사청문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자율주행 사고조사·보험 어떻게…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 폐막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수요응답형교통(DRT) 등 첨단 모빌리티 기술의 제도적 안착 방안을 논의하는 '2026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쳤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혁신을 일상으로: 적응의 시대를 이끄는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오전 아시아 모빌리티 연구기관 특별세션에서는 위정란 한국교통연구원 전문연구원이 국가혁신클러스터의 공공교통체계 개선 전략을 발표했다. 준 카스트로 필리핀대학교 교수는 필리핀의 교통·모빌리티 규제 정책을, 유 장 중국 교통운수부 과학연구원 부국장은 중국 차량호출 서비스의 발전 과정과 거버넌스 경험을 소개했다. ITF 특별세션에서 올라프 머크 ITF 매니저는 컨테이너화와 이동수단 전동화 사례를 중심으로 교통 혁신이 남긴 교훈을 설명했다. 동 왕 중국 교통운수부 과학연구원 국장은 중국의 자율주행 확산 과제와 추진 방안을, 요하네스 발 보스턴컨설팅그룹 프로젝트 리더는 도시 모빌리티의 현황과 미래 발전 방향을 각각 다뤘다. 오후에는 자율주행차의 안전과 보험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조민제 경찰대학 연구원은 자율주행 교통사고 조사체계의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탁세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안전·책임 제도화 방안을, 박요한 삼성화재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보험제도 개선 방향을 각각 제시했다. DRT와 AI 기반 물류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위원은 국내 DRT 현황과 정책 방향을 설명했고, 김재열 EY한영 시니어매니저는 일본의 교통공백 해소 정책이 국내에 주는 시사점을 발표했다. AI 물류 세션에서는 안승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이 피지컬 AI 기반 항만 운영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팡차오 류 중국 칭다오항그룹 매니저는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 구축과 AI 적용 사례를, 에디 응 PSA BDP 글로벌 데이터·분석 총괄은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공급망 회복탄력성 강화 방안을 각각 소개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국내외 정부기관과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첨단 모빌리티 기술을 국민의 일상에 안착시키기 위한 정책·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기전세 첫 20년 만기…오세훈 “연장 요구 비양심적 억지”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이 제도 도입 20년 만에 첫 만기를 앞두면서 기존 입주자의 거주 연장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이 급등한 집값과 전셋값, 고령화 등을 이유로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원칙적으로 예외 없이 퇴거시키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내년 310호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약 9300호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만큼 장기전세주택이 기존 입주자의 장기 거주 공간에서 다음 무주택자에게 넘어가는 '순환형 주거 사다리'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일부 입주민의 만기 연장 요구에 대해 강한 어조로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더 살고 싶다거나 20년인 줄 몰랐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비양심적인 억지"라며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 똑같이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취지가 20년이라는 기간을 잘 활용해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축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미처 준비가 안 됐다고 해서 퇴거를 거부하는 분들에게 예외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령자나 취약계층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가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주거 대책을 검토할 여지를 남겼다. 오 시장은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하거나 누가 봐도 피치 못할 형편에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예외는 극도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시가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저축과 청약 등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올해 장기전세주택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원으로 지난달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7억1178만원의 약 41% 수준이다. 현재까지 총 3만8296호가 공급돼 누적 4만5715가구의 주거 안정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가 실제 입주자의 자산 축적과 주거 상향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2022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가 매달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했고 청약통장 보유율도 83.7%에 달했다. 2016~2021년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8년4개월이었으며 퇴거 이후 72%가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인 60%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제도 도입 이후 이달까지 계약기간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도 1만5529가구로 SH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에 달했다. 이 가운데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계약자 요청으로 자발적으로 퇴거한 경우였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도 장기전세주택을 발판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례가 소개됐다. 상암동 장기전세주택에서 12년간 거주한 뒤 자가를 마련한 한 퇴거자는 “넓은 집, 좋은 집으로 이사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희망과 여유, 무엇보다 안정감이 생겼다"며 “장기전세주택이 더 많은 시민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현행 제도가 오히려 입주자의 자산 축적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로구 장기전세주택에서 15년째 거주 중인 한 입주민은 “2년마다 재계약하는데 소득 기준을 150% 초과하면 바로 퇴거해야 한다"며 “자산을 모을 수 있도록 한두 번 정도는 예외 기준을 뒀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5년 차 입주민 역시 “거주하면서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것에 비해 소득 기준이 너무 낮아 재계약 때마다 기준을 넘을까 불안하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형성과 재계약 기준 사이의 제도적 보완을 요청했다. 일부 만기 도래 입주민들의 사정도 변수다. 장기전세 입주 이후 약 20년 동안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과거 납부했던 보증금만으로 기존 생활권에서 새로운 주거지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장기간 거주하면서 고령층에 접어든 입주자도 있어 일률적인 퇴거 원칙에 대한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수도권 주택 지을 땅 5000억원어치 미리 산다… 공공토지 비축 첫 가동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유휴부지를 5000억원 규모로 미리 사들인다. 도로나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는 데 주로 활용됐던 공공토지 비축제도를 주택 공급으로 확대하는 첫 시범사업이다. 수도권에서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토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향후 주택 수요에 대응하고 공급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후속조치로 8일부터 '2026년도 수급조절용 공공토지 비축 매입 공모'를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기존 공공토지 비축의 역할을 주택시장 수급 조절까지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공공토지 비축은 예산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나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토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토지를 사전에 확보하는 '수급조절용 토지 비축'을 본격화한다. 주택 공급이 필요해진 뒤 부지를 확보하는 대신 개발 가능한 땅을 미리 확보해 놓고 필요할 때 공급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모에는 중앙·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을 비롯해 개인과 법인 등 민간 토지 소유자도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한 달간 매각 희망 토지를 접수한 뒤 공익사업 활용 가능성과 공공비축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5000억원 규모의 매입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매입 대상은 신청일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하면서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3300㎡ 이상 토지다. 3300㎡는 약 1000평 규모다. 다만 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토지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근저당이나 압류 등이 설정된 토지와 취득·이용에 제한이 있는 농지·임야 등도 대상에서 빠진다. 개발 과정에서 권리관계나 토지 이용 문제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낮은 토지를 우선 확보하려는 취지다. 매입가격은 LH가 선정한 감정평가사업자 2명이 평가한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 이내에서 토지 소유자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수도권에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유휴토지를 보유한 기관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사전 컨설팅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매각 신청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한 달간 받는다. 토지 소유자는 LH 수도권 4개 본부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또는 LH 누리집을 통해 매각신청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접수가 끝나면 연말부터 실제 매입 절차에 들어간다. LH는 신청 토지를 검토해 오는 12월 적격 대상을 통보하고 내년 1월 측량과 감정평가를 실시한다. 같은 달 토지 소유자와 가격 협의를 거쳐 내년 2월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수도권 주택 공급 과정에서 부지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수도권, 특히 서울 도심에서는 개발 가능한 대규모 토지를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토지 매입과 보상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정부가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유휴토지를 미리 사들여 비축하면 향후 공급 필요성이 커졌을 때 확보된 토지를 활용해 사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존 도로·산업단지 등 특정 공익사업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됐던 공공토지 비축이 주택시장의 수급 대응 수단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다만 이번 공모를 통해 어느 지역의 토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와 실제 몇 가구의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5000억원이라는 매입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서울과 경기·인천의 토지가격 차이가 큰 만큼 확보 가능한 면적과 향후 공급 물량은 선정되는 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하면서 건축물이 없고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3300㎡ 이상 토지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우량 유휴부지가 서울 등 도심에서 얼마나 공모에 나올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제도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신윤근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수급조절용 공공토지 비축을 통해 수도권 내 확보된 토지가 도심 내 주택공급으로 신속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주택공급을 위한 공공토지 비축제도를 시행하는 첫 시범사업인 만큼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입주는 강남, 거래는 비강남…엇갈린 서울 주택시장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는 강남권 고가 단지 한 곳에 집중된 반면 매매 수요는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비강남권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9월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의 89%를 차지하는 서초구 '디에이치방배'가 집들이를 시작했지만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15억~16억원을 유지하며 대단지 입주에 따른 가격 조정 효과가 제한적인 모습이다. 전세 매물 부족과 금융 규제가 맞물리면서 고가 신축 공급은 강남에, 실수요 거래는 비강남에 집중되는 서울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7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 현장을 직접 찾았다. 단지 주변에서는 입주를 준비하는 차량과 작업자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입주가 시작됐지만, 인근 공인중개업소 취재 결과 이른바 '입주장 급전세'가 쏟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집주인이 입주 기한을 앞두고 호가를 낮췄지만 전셋값을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라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는 강남권 고가 단지에 집중된 반면 실제 매매 수요는 비강남권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출과 세제 규제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전세 매물 부족과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4174가구로 전월 2만390가구보다 30%, 지난해 같은 달 1만5120가구보다 6% 감소했다. 2021년 4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서울 입주 물량도 3438가구로 전월 5512가구보다 38% 줄었다. 이 가운데 89.1%인 3064가구가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방배 한 단지에 몰렸다. 서울에서 9월 입주하는 아파트 10가구 가운데 약 9가구가 서초구 고가 단지에 집중된 셈이다. 대규모 입주에도 전셋값 하락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날 만난 방배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세 곳에 따르면 디에이치방배 전용면적 59㎡ 전세 호가는 13억~14억원, 전용 84㎡는 15억~16억원 수준이다. 전용 59㎡가 12억원 선에서 계약된 사례가 있었고, 임대 기간 등 조건이 붙은 전용 84㎡ 매물은 13억원대에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방배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입주해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면서 계약을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 전셋값을 조금 낮춰 놓은 집주인이 가끔 있다"면서도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전용 84㎡ 전셋값은 대체로 14억5000만원에서 15억원 안팎"이라며 “가격이 갑자기 많이 올랐다기보다는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고려해 해당 가격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입주 물량이 전세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으로는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꼽힌다. 전세를 놓을 예정이던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기로 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잔금 마련을 위해 계약을 서두르는 매물과 실거주 전환에 따라 회수되는 매물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를 놓으려던 집주인 가운데 본인이 직접 거주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꾸면서 매물을 거둔 경우가 있다"며 “전세를 찾는 사람이 와도 조건에 맞는 물건이 마땅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통상 신축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세입자를 구하려는 주변 구축 아파트 집주인도 호가를 낮추지만, 방배동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주변 구축 아파트는 원래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디에이치방배가 입주한다고 해서 구축 전셋값까지 크게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디에이치방배 입주가 방배·서초권 임대차시장에 일부 숨통을 틔울 수는 있지만 서울 전체의 전세난을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데다 전세보증금도 13억~16억원에 달해 노원·도봉·성북 등에서 중저가 주택을 찾는 수요와는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입주 물량이 강남권 고가 단지에 집중된 것과 달리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는 비강남권과 중저가 주택의 비중이 커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 1월 5373건에서 4월 8659건, 5월 8962건으로 증가했다가 6월 5289건, 7월 5800건으로 감소했다. 지난 4~5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나오면서 거래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이후 대출 규제와 세제 불확실성, 기준금리 인상 등이 겹치며 매수자와 매도자가 다시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일 계약일 집계 기준 8월 거래량은 2322건이다. 7월보다 약 60% 적지만 실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최종 거래량과 감소 폭은 달라질 수 있다. 가격대별로는 9억원 이하 중저가 거래의 비중이 확대됐다. 3억~6억원 구간의 거래 비중은 1월 16.97%에서 8월 21.32%로 상승했고, 3억원 이하도 같은 기간 3.39%에서 5.12%로 높아졌다. 6억~9억원을 포함한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1월 47.1%에서 8월 54.3%로 7.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9억~15억원 거래 비중은 31.79%에서 26.61%로, 15억원 초과는 21.07%에서 19.08%로 각각 축소됐다. 대출 문턱과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은 주택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 흐름도 비슷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거래 비중은 1월 12.9%에서 5월 16.1%까지 높아졌다가 8월 9.1%로 떨어졌다. 반대로 강남 3구 외 지역의 거래 비중은 90.9%까지 상승했다. 전체 거래가 감소하는 과정에서 강남권의 감소 폭이 더 컸다는 의미로, 비강남 지역의 거래량 자체가 증가했다는 뜻은 아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존 전세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는 데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임대 매물을 회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입주하더라도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디에이치방배 전세보증금이 13억~16억원에 형성돼 있어 중저가 전세를 찾는 수요와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입주 물량이 특정 지역과 고가 단지에 편중된 상황에서는 서울 전체의 전세난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함 랩장은 “강남 3구는 과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상급지 쏠림 현상이 숨을 고르고 있지만, 비강남권은 전·월세 가격 불안과 매물 부족의 강도가 큰 데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더 나와 수요 감소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 서울 아파트 거래의 냉각과 위축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가을·겨울 시장의 향방은 세제 개편안 확정과 추가 금리 결정 여부뿐 아니라 주택 임대차시장의 불안이 얼마나 심화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입주만으로 서울 전세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는 반전세나 월세로 이동하지만, 월세 부담이 커지면 다시 전세를 찾게 된다"며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만 이동하기 때문에 결국 임대차시장 전반의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 물량이 일부 고가 단지에 편중되면 해당 지역의 급전세를 일시적으로 늘릴 수는 있어도 중저가 전세를 찾는 수요자에게까지 효과가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개포·가락·면목 정비사업 속도…서울에 4134가구 공급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와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중랑구 면목7구역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서울시 통합심의 문턱을 넘었다. 세 사업을 통해 모두 4134가구가 공급되며 이 가운데 598가구는 공공주택으로 조성된다.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에는 최고 29층 규모의 업무·판매·문화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열린 제18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개포우성7차와 가락삼익맨숀, 면목7구역, 범서구역 등 정비사업 4건에 대한 통합심의안을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개포우성7차는 조건부 보고 의결됐으며 나머지 3개 사업은 조건부 의결됐다. 건축과 경관, 교통, 교육, 공원, 소방, 재해 등 사업별 관련 심의를 한꺼번에 진행한 만큼 후속 인허가와 착공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강남구 일원동 615번지 일대 개포우성7차는 지하 5층~지상 39층, 총 1134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연면적은 약 25만㎡로 공공주택 140가구가 포함된다. 개포로와 맞닿은 곳에는 1450.5㎡ 규모의 소공원을 만들고 단지 서쪽에는 폭 10m의 연결녹지를 확보한다. 소공원과 연결녹지를 주변 보행로와 연계해 단지에서 대모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녹지·보행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반복되는 폭염에 대응해 주요 보행로에는 나무 그늘 등을 활용한 '그늘보행권'을 적용한다. 단지 남쪽에는 놀이·돌봄시설과 작은도서관 등 개방형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하고 외부 보행로와 연결해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는 최고 층수가 기존 계획보다 높아진 점을 고려해 일조권 확보 등이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단지계획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사업지는 앞으로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거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파구 송파동 166번지 일대 가락삼익맨숀은 기존 최고 12층, 936가구에서 최고 29층, 15개동, 총 1485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기존보다 549가구가 늘어나며 전체 물량 가운데 168가구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가락삼익맨숀은 1984년 준공된 노후 단지로 지하철 5호선 방이역과 3·5호선 환승역인 오금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양재대로와 오금로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해 대중교통과 도로 접근성이 양호하다. 단지 서쪽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과 노인복지시설을 조성한다. 양재대로와 오금로에 접한 입지 특성을 고려해 건물 외관과 오픈 발코니 배치에 변화를 주고 주변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했다. 서울시는 양재대로변 도로 소음에 대비한 방음벽 설치계획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중랑구 면목본동 69-14번지 일대 면목7구역은 지하 4층~지상 35층, 12개동, 총 1515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재개발된다. 이 가운데 290가구는 공공주택이다. 면목7구역은 1960년대 면목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돼 노후 단독·다세대주택이 혼재한 지역이다. 2024년 1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며 이번 통합심의 통과로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주택 공급과 함께 어린이공원과 근린공원, 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 파출소 등 생활기반시설도 확충한다. 단지 내부에는 인근 학교와 면목역을 이용하는 주민을 위한 공공보행통로를 설치하고 주변에는 경로당과 어린이집, 다함께돌봄센터 등을 배치한다. 상봉로1길과 겸재로54길 일대에는 보행자와 차량의 이동 공간을 분리하고 주변 도로와 연결해 보행 안전성을 높인다. 겸재로50길과 상봉로변에는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해 가로 활성화를 유도한다. 서울시는 저층부 입면 디자인도 보완하도록 했다. 은평구 불광동 308-20번지 일대 범서구역에는 지하 6층~지상 29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지하철 3·6호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가 교차하는 연신내역 일대 노후 저층 상가 지역을 서북권의 업무·문화 거점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복합시설에는 업무·판매시설과 문화·집회시설 등이 조성된다. 공공기여로 마련되는 지상 6층 문화·집회시설은 주말에는 공공예식장, 평일에는 세미나와 교육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 은평구의 부족한 예식장 수요와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지원하는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연신내역 지하철 3번 출구는 사업지 내부로 이전하고 출구와 공개공지를 연계해 주민 휴게공간을 조성한다. 통일로의 우회전 차로를 추가로 확보하고 연서시장 방면 버스정류장도 지하철 출구 인근으로 옮겨 차량 흐름과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개선한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원과 녹지, 주민공동시설 등 지역에 필요한 생활환경도 함께 개선할 것"이라며 “사업이 계획된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강남 누르자 노·도·성 뛴다…서울 집값 상승축 외곽으로

정부의 세제·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 중심축이 강남권에서 노원·도봉·성북 등 외곽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서초에서는 세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하락 거래가 이어지는 반면,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는 실수요가 몰리며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이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2% 올랐다. 상승폭은 전주 0.29%에서 0.07%포인트 줄었지만 서울 안에서는 지역별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한 주간 0.41% 떨어졌다. 전주 하락률 0.11%보다 낙폭이 0.30%포인트 확대됐다. 압구정·대치동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거래된 영향이다. 서초구도 반포·잠원동을 중심으로 0.23% 하락해 전주(-0.05%)보다 내림폭이 커졌다. 강남·서초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4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송파구 상승률도 0.01%에 머물러 사실상 보합에 가까워졌다. 세제개편안이 일부 수정됐지만 고가주택의 실제 보유세 부담을 결정할 핵심 내용과 입법 과정의 불확실성이 남으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서울 외곽에서는 상승세가 계속됐다. 성북구가 정릉·하월곡동 대단지와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0.54% 올랐고, 중랑구도 신내·상봉동 역세권 단지 위주로 0.52% 상승했다. 노원구는 상계·월계동 중심으로 0.50%, 강북구는 0.45% 올랐다. 강서구(0.45%), 관악구(0.43%), 동대문구(0.42%), 구로구(0.41%)도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KB부동산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8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0.23% 오른 가운데 노원구는 0.63% 상승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도봉구도 0.45% 올랐다. 반면 강남구는 0.04%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외곽의 상승세에는 가격대별로 차등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이 15억원 이하이면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15억원을 초과하면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든다.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까지 낮아진다. 같은 서울에서도 비교적 적은 자기자본으로 접근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주택에 실수요가 집중되는 배경이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대와 신혼부부 수요가 중소형·역세권·대단지로 움직이면서 가격이 낮은 매물부터 소진되고 있다. 실제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7일 14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거래가 12억8000만원보다 1억65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성북구 종암동 종암SK뷰2차 전용 59㎡도 지난달 7일 직전 거래보다 1억5000만원 오른 11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길음동 길음뉴타운8단지래미안 전용 59㎡는 지난 6월 14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10억원 이하에서 거래되던 주택형이 반년 만에 15억원 선에 근접한 것이다.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15억원이 새로운 가격 상단으로 작용하는 '키 맞추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저가 매물이 빠진 뒤 집주인들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15억원 직전까지 호가를 높이고, 매수세는 대출 활용이 쉬운 중형 주택형에 집중되는 구조다. 도봉구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방학·쌍문동은 대단지와 학교가 밀집했지만 지하철 접근성이 떨어지고 노후 단지가 많아 서울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최근 전셋값이 오르자 3억~6억원대 매물을 찾는 실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추진과 우이신설선 방학역 연장 기대까지 겹치면서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아직은 실거래가보다 호가가 먼저 오르는 단계지만 역세권 예정 단지와 학군이 좋은 대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노원구에서는 학군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중소형 단지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노원은 4·7호선과 중계동 학원가, 대형마트·병원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젊은 부부와 자녀를 둔 실수요자의 선호가 꾸준하다"며 “전세 매물이 줄고 보증금이 오르자 전세를 구하던 수요까지 매매로 돌아서면서 상계·중계·월계동의 중소형 아파트부터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원구 안에서도 모든 단지가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과 창동 일대 개발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면서도 “노후 단지가 많고 도심 출퇴근 시간이 길다는 한계가 있어 역세권·학군·대단지 여부에 따라 가격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에서도 외곽 지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까지 서울에서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10%를 넘어선 곳은 성북구(12.44%), 구로구(10.24%), 강서구(10.10%), 서대문구(10.02%) 등 4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송파구 한 곳뿐이었다. 노원·동대문·관악·영등포구 등도 9%대 후반까지 올라섰다. 반면 강남 3구의 평균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77%에서 올해 3.45%로 낮아졌다. 지난해 강남과 한강변이 먼저 급등한 뒤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지역이 뒤따라 상승하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권을 겨냥한 세제·대출 규제가 서울 전체의 주택 수요를 없앤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이동시킨 측면이 있다"며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노원·도봉·강북·성북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호가도 따라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가격 상승도 외곽 아파트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1% 상승했다. 강남구(-0.13%)와 서초구(-0.10%)는 하락했지만 성북구와 강북구는 각각 0.38%, 노원구는 0.37% 올랐다. 입주 물량 감소와 집주인의 실거주 확대 등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오르자 일부 임차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느니 대출을 더해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중저가 지역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14개구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167만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10억원을 넘어섰다. 전월 9억8750만원보다 한 달 만에 1417만원 올랐다. 다만 외곽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KB부동산의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78로 전주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매수자가 경쟁적으로 추격하는 전면적 상승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기준금리가 연 3.00%까지 오른 점도 대출 비중이 큰 외곽 시장에는 부담이다. 단기간 오른 호가와 실제 거래가격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면 실수요자의 추격매수가 약해질 수 있다. 강남권 가격 조정이 서울 전역의 안정으로 이어질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의 추가 상승을 부르는 풍선효과로 굳어질지가 향후 서울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삼성물산, 스웨덴 1.2GW SMR 사업 참여…유럽 원전시장 공략 본격화

삼성물산이 스웨덴에서 추진되는 1.2GW 규모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설계·조달·시공(EPC) 전 과정에 참여하며 유럽 SMR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GE 버노바 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GVH), 스웨덴 원전 전문기업 스투드스빅(Studsvik AB)과 신규 원전 사업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칼 테데엔 스투드스빅 최고경영자(CEO), 제이슨 쿠퍼 GVH CEO, 강승수 DS투자파트너스 대표, 레오 포티 GE 버노바 파이낸셜서비스 개발담당 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번 사업은 스투드스빅이 보유한 부지에 GVH가 개발한 300MW급 SMR 'BWRX-300'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발전용량은 1.2GW로, 2030년대 중반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추진된다. 사업 대상지는 스투드스빅 소유 부지 가운데 이미 원자력 시설 운영 허가를 받은 지역이다. 스투드스빅은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스웨덴 정부와의 협의 등 사업 개발 전반을 맡는다. 삼성물산과 GVH는 공동 EPC 파트너로서 초기 설계와 기자재 조달, 시공 등 실제 사업 수행 전 과정에 참여한다. 삼성물산과 GVH는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3개 그룹 간 경쟁 절차를 거쳐 전략적 파트너로 최종 선정됐다. 두 회사가 글로벌 SMR 사업 확대를 위해 협력에 나선 이후 실제 프로젝트의 공동 EPC 파트너로 선정된 첫 사례다. 삼성물산은 원전 사업의 단순 시공사 역할에서 벗어나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사업성과 위험 요인을 검증하고 EPC 수행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스웨덴 사업에서도 초기 사업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현지 인허가와 공급망 구축, 설계 최적화 등을 GVH와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스투드스빅은 1947년 스웨덴 국가 원자력 프로그램의 중심 기관으로 설립된 원자력 기술 전문기업이다. 신규 원전 개발부터 기존 원전 서비스와 운영 지원, 원전 해체까지 원자력 산업 전 주기에 걸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 적용되는 BWRX-300은 기존 비등경수로(BWR)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SMR이다.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만든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기존에 검증된 원전 기술을 활용해 건설비와 공사 기간, 기술적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같은 노형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달링턴에서 서구권 최초의 상업용 SMR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운영허가 신청도 마치면서 글로벌 SMR 노형 가운데 상용화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은 SMR을 건설부문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 5개국에서 총 12.2GW 규모의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GVH와 함께 스웨덴·에스토니아·폴란드 등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총 11.7GW 규모다.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협력 중인 루마니아 사업은 0.5GW 규모로, 삼성물산은 2028년 안에 EPC 계약과 금융 종결을 마친 뒤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물산의 시장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35년까지 SMR과 대형 원전을 포함해 2.5GW 규모의 신규 원전 용량을 확보하고, 2045년까지 이를 10GW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프로젝트를 유럽 SMR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스웨덴 사업에서 축적한 사업개발과 EPC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SMR 시장에서 추가 사업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스웨덴 SMR 사업의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며 “스웨덴 프로젝트를 유럽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SMR 사업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백남준·한글·유영국이 빛으로…DDP 외벽, 거대한 ‘K컬처 극장’ 변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222m 외벽이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한글로 기록된 옛 노래, 유영국의 산을 담아내는 거대한 'K컬처 극장'으로 변신한다. 정해진 영상을 외벽에 투사하던 기존 미디어파사드에서 벗어나 음악과 영상, 레이저, 무용, 라이브 공연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처음 선보인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 3일 DDP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3일까지 'K-오리지널 라이트(K-Original Light)'를 주제로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우리 노래와 한글, 미술 등 고유의 문화자산을 동시대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해 DDP의 비정형 외벽에 펼치는 것이 이번 행사의 핵심이다. 2019년 시작된 서울라이트 DDP는 DDP의 독특한 곡면 외관을 활용한 서울의 대표 야간 콘텐츠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192만명이 행사장을 찾았고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당일에는 8만7000명이 방문했다. 행사 시간대 주변 야간 유동인구도 평소보다 5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서울라이트가 '보는 미디어파사드'에서 공간 전체를 체험하는 융복합 공연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DDP 외벽을 단순한 대형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운드와 레이저, 라이브 공연, 무용을 한 공간에서 결합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빛과 소리의 변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대표작 '더 브레이크 포인트(The Break Point)'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의 철학을 오늘날의 음악과 실시간 영상 기술로 확장한 작품이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한 비디오 자료와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1970년대 백남준은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활용해 영상의 색과 형태, 움직임을 즉석에서 변형했다. 텔레비전을 캔버스로, 방송 전파를 붓으로 삼아 영상을 악기처럼 연주한 셈이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실시간성과 즉흥성에 착안해 DJ와 뮤지션의 음악에 맞춰 DDP 외벽의 영상이 변화하도록 구성됐다. 1970년대 브라운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송출됐던 백남준의 영상은 반세기가 지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 외벽으로 무대를 옮긴다. 서로 다른 곡률을 가진 외벽이 거대한 멀티모니터가 되고 도시와 빛, 음악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서울라이트 DDP에서 라이브 공연과 실시간 반응형 미디어아트가 결합하는 첫 사례다. 김윤서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팀장은 “백남준의 전자 텔레비전 실험이 반세기를 지나 동대문의 소음과 동시대 DJ들을 만나 도시의 빛이 되는 순간"이라며 “기술을 통해 관객을 창작에 참여시키려 했던 백남준의 생각을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조집으로 알려진 '청구영언'을 미디어아트로 되살린다. 1728년 음악가 김천택이 편찬한 청구영언에는 고려 말부터 18세기 전반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 580수가 실려 있다. 현재 전해지는 시조 약 5000수 가운데 10분의 1가량이 이 책에 담겼다. '말이 빛나는 밤'은 청구영언 속 자연과 삶의 애환, 사랑과 이별, 평안을 바라는 마음을 빛과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조의 초장·중장·종장 구조를 따라 한글로 기록된 노랫말과 사계절의 자연 풍경, 감정의 울림을 단계적으로 펼쳐 보인다. 문학 작품으로만 익숙했던 시조가 본래 사람들의 입으로 불리던 노래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신하영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청구영언이라는 제목 자체가 우리나라의 노래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작품을 통해 시조의 감정과 자연을 이미지와 빛으로 느끼고, 노랫말을 다시 음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협력한 '내 안의 산을 찾아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이 평생 탐구한 산을 디지털 풍경으로 확장한다. 유영국의 1970년대 이후 작품 가운데 계절별로 3점씩 총 12점을 선정해 봄·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지는 하나의 영상 서사로 구성했다. 권하윤 작가는 유영국 회화의 강렬한 색채를 빛으로 바꾸고, 평면 캔버스 속 산을 3차원 디지털 지형으로 되돌렸다. 유영국 작품에 등장하는 사각형과 대각선 등 기하학적 형태는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픽셀과 만나고, 단순화된 산의 형상은 폴리곤으로 이뤄진 3D 지형으로 재탄생한다. 권 작가는 “입체적인 자연이 평면 회화가 되고, 그 회화가 다시 빛과 공간을 지닌 풍경으로 돌아오는 매체의 이동이 작업의 출발점"이라며 “DDP가 유영국의 산과 후배 작가의 디지털 언어가 함께 존재하는 장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DDP의 역사와 시간도 빛과 소리로 깨어난다. 윤재호 작가의 '미래의 빛, 시간의 울림을 통과하다'는 레이저와 전자음, 전통 타악, 무용, 인공지능(AI) 영상을 결합한 공연이다. 외벽뿐만 아니라 DDP 공간 전체를 활용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라이트 DDP를 계절별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예술기관과 기업, 작가들이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백남준아트센터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한글박물관, 민간기업 등과 협업한 것도 이러한 구상의 일환이다. 계절별 콘텐츠의 성격도 구분한다. 가을 행사는 작품성과 실험성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겨울에는 시민과 관광객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와 연말 카운트다운을 선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문화기관이 각자 보유한 예술·문화 자산을 DDP에서 함께 구현할 수 있도록 협업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박진배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문화본부장은 “미디어가 이제 하나의 보편적인 표현 수단이 된 만큼 그다음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DDP의 가장 큰 특징인 몰입성을 살려 공간 전체를 무대이자 극장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디자인재단이 모든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기관을 연결하고 발신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해외 문화 플랫폼과도 함께하며 서울라이트 DDP를 글로벌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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