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왜이래] 말차 다음은 흑임자?…신제품 ‘봇물’ 검색량 ‘쑥쑥’

국내 식음료 시장에서 말차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흑임자 신제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약 4개월간 흑임자 관련 신제품은 12개 브랜드 23종 이상 나왔다. 특히 가을 시즌 제품 출시가 시작된 8월 중순 이후 17종이 몰렸다. 흑임자는 앞서 2020년 전후 '할매니얼' 열풍을 타고 카페와 제과업계에서 주목받은 식재료다. 올해 들어서는 기존 할매니얼에 더해 'K-디저트', 'K-무드', 'K-라떼' 등 한국적인 맛을 강조한 제품이 늘고 있다. ◇5월부터 19종 줄출시…가을 앞두고 출시 집중 올해 흑임자 트렌드는 5월 팀홀튼이 스타트를 끊었다. 팀홀튼은 지난 5월13일 한국의 색동과 빙수 문화에서 착안한 여름 메뉴를 공개하면서 '흑임자빙 아이스캡'과 '흑임자 크룰러'를 내놨다. 캐나다 브랜드의 대표 메뉴에 흑임자와 약과 등 한국 식재료를 접목했다. 같은 달 베이커리 브랜드 밀도는 쌀과 검은콩 두유, 흑임자를 사용한 '얼룩고양식빵'을 출시했다. 6월에는 버거킹이 전통 디저트 브랜드 골든피스와 협업해 흑임자 소스와 미니 약과를 올린 '흑임자 킹퓨전'을 선보였다. 더벤티도 우베에 흑임자 폼을 조합한 음료를 출시했다. 제품군도 카페 음료와 디저트에 한정되지 않았다. 하림은 7월 '닭가슴살 프로틴 흑임자맛'을 내놓으며 흑임자를 단백질 음료에 적용했다. 루이 비통은 8월 애프터눈 티 세트를 구성하는 디저트 가운데 하나로 흑임자와 타히티 바닐라를 사용한 '오닉스'를 선보였다. 가을 시즌이 시작되면서 출시 흐름은 더 빨라졌다. 할리스는 지난달 26일 '흑임자 라이스 할리치노', '흑임자 버터크림 라떼', '흑임자 초코 롤케이크' 등 3종을 내놨다. 신제품 전체를 'K-무드'로 묶고 흑임자와 홍시, 곶감, 모과 등 전통 식재료를 전면에 배치했다. 파스쿠찌는 같은 달 흑임자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 6종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흑임자 크림을 올린 커피부터 젤라또, 케이크, 허니브레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투썸플레이스는 이달 들어 흑임자·율무·쑥으로 구성한 '투썸 K라떼' 3종 가운데 하나로 흑임자 라떼를 내놨다. 이디야커피와 롯데웰푸드도 흑임자 제품을 보탰다. ◇'할매니얼'과 'K-푸드'로…검색량도 상승세 과거의 '할매니얼' 표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투썸플레이스도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할매니얼을 언급했다. 다만 제품명과 캠페인의 중심은 K-라떼와 K-푸드로 옮겨갔다.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재료를 젊은 소비자의 취향으로 바꿨다는 설명에서 한국적인 맛을 국내외 소비자에게 제안한다는 방식으로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신제품 출시가 몰린 시기와 맞물려 검색량도 상승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흑임자' 검색지수는 8월 17일 주 65.96에서 9월14일 주 82.97로 25.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흑임자라떼' 검색지수는 21.01에서 28.52로 35.7% 올랐다. 특히 흑임자라떼 검색지수는 9월 14일 주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8월 20~26일과 9월 14~20일의 일평균 검색지수를 비교해도 흑임자는 24.9%, 흑임자라떼는 27.4% 상승했다. 특정일에 검색이 몰린 것이 아니라 8월 말부터 상승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롯데웰푸드가 9월 출시한 '찰떡아이스 IN 우주떡집 흑임자인절미'는 초도 물량 약 50만개가 닷새 만에 소진됐다. 공식 온라인몰에서 판매한 굿즈 포함 500세트도 예약 판매 시작 18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다만 이 제품은 tvN 예능 프로그램 '우주떡집'에서 등장한 메뉴를 활용했고 한정판 굿즈를 함께 제공했다. 판매량 전부를 흑임자 자체의 인기로 해석하기에는 방송과 협업 효과가 섞여 있다. 이번 흑임자의 흐름은 낯선 해외 식재료가 SNS를 통해 먼저 알려진 뒤 제품화되는 방식과 다르다. 흑임자는 소비자에게 이미 익숙하고 음료와 빵, 아이스크림, 단백질 음료 등으로 확장하기도 쉽다. 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맛을 설명하는 부담이 적으면서도 한국적인 이미지를 붙일 수 있는 재료다. 흑임자 자체는 새로운 재료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쓰임과 포장이다. 2020년대 초 '할매니얼'을 상징했던 흑임자는 올해 K-디저트와 K라떼, 단백질 음료 등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4개월간 관련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검색량도 오르면서 흑임자는 다시 업계의 '다음 맛' 후보로 올라섰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트렌드 왜이래] 유행보다 가성비…‘창고형 오프프라이스 점포’ 인기 급부상

지난 23일 경기 고양 스타필드 1층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이곳 매장 캐주얼 코너에서 기자가 만난 60대 여성 A씨는 “남편 간절기 옷을 미리 사러 왔다"며 쑥색 C.P.컴퍼니 바람막이를 만지작거렸다. 가격표를 들여다보던 A씨는 “할인율이 나쁘진 않다"고 덧붙였다. 당시 A씨가 살펴보던 옷 가격은 39만2000원으로 정상가 49만원 대비 20% 저렴한 수준이었다. 2017년 첫 출범한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운영하는 창고형 오프 프라이스 점포(Off-Price retail, OPR)다. 브랜드 이월 상품 등을 정가 대비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날 방문한 고양점은 스포츠·골프·아웃도어 조닝이 전면에 배치돼 있었고, 해당 카테고리 할인율만 최대 80%에 달했다. 이월 상품의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대지만 뒤따르는 불편함도 없지 않다. 매장 내 설치된 안내문 내용에 따르면, 팩토리스토어 상품은 1~3년차 재고 상품으로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없다. 미세 스크래치·오염 등의 사유로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니 구매 단계에서 고객 스스로 꼼꼼한 상품 검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럼에도 고객들이 이 같은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찾는 이유로는 한 곳에서 저렴한 상품을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는 점이 꼽힌다, 즉, 보물찾기형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 팩토리스토어에는 총 130여개의 폭넓은 브랜드 재고 상품이 총집합해 있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손님들로 붐볐던 코너는 럭셔리 컬렉션·해외 컨템포러리 존이었다. 20% 할인가가 적용된 메종키츠네·아페쎄 티셔츠 등 신명품 제품부터 200만원 초반대 몽클레르 패딩 등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까지 다양했다. 의류뿐 아니라 여행용 캐리어·밀폐용기·양말·신발·소형가전 등 생활밀착형 제품이라면 대부분 취급하고 있었다. 고객 호응은 실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연매출은 2024년 1000억원을 넘겼다. 올 상반기(1~6월)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22.7% 오르며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1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지난달 강남점을 시작으로 기존 점포 리뉴얼을 본격화한 데 더해 연내 점포 수도 23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라오스 등 일부 해외 지역에서는 시범 매장까지 운영하며 글로벌 사업 진출까지 넘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7월 한달간 강남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90% 늘면서 리뉴얼 효과가 크게 드러났다"며 “현재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직매입·특정매입·위탁 형태를 병행 중인데, 향후 이익률이 높은 직매입 상품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고물가 속 최신 유행 상품의 가치를 포기하더라도 파격적인 할인율을 지닌 창고형 오프프라이스 점포로 소비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통상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는 30~80% 수준의 할인율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약 30~50%의 할인율을 갖춘 대표 가성비 쇼핑 채널인 아울렛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불황형 유통 모델로서 오프프라이스의 존재감이 부상하면서 대기업 간 경쟁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는 눈치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탑스', '오프웍스' 등 오프프라이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3년 국내 대형 유통사 중 처음으로 오프프라이스 사업을 시작한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관련 사업으로 NC픽스 육성에 공들이고 있다. 매장 내 재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슈퍼 프라이스존'을 통해 업계 평균 할인율을 웃도는 최대 90%의 할인 상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타 오프프라이스 점포와 중복되는 일부 브랜드 상품은 최대 30% 더 저렴하게 판매하며, 수급 상황에 따라 신상품까지 유연하게 입고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은 총 10개의 NC픽스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 7월에는 강서점을 리뉴얼 개장했다. 해당 점포는 리뉴얼 이전인 올 6월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132% 오를 만큼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매장이다. 매장 규모를 기존 200평에서 320평까지 키우고, 취급 브랜드 수·상품수를 각각 약 240개→약 400개, 6000여개→1만여개로 볼륨화한 리뉴얼의 핵심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랜드리테일과 신세계백화점이 같은 달 오프프라이스 핵심 점포의 새 단장 소식을 알린 점에서 경쟁의식이 읽히는 대목이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다만, 신세계백화점과 달리 이랜드리테일은 신규 출점보다 기존 점포 경쟁력 강화에 사업 방향성을 두고 있다. 강서점 성과를 바탕으로 분당점·송파점·강남점·천호점 등 타 점포까지 리뉴얼 모델을 확대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올 상반기 NC픽스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가량 올랐다"며 “특히, 지난 달 15일 리뉴얼 개장한 강서점 매출은 같은 달 31일까지 전년 동기보다 4배 오르는 성장세를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뉴얼 직후 젊은 고객층 유입도 급증했다"며 “20대~30대 고객 수는 전월 대비 약 220% 늘었고, 현재는 40~50대 고객층의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등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창고형 오프프라이스 브랜드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5월 1호점을 개장한 지 1년여 만에 40여개까지 오프라인 점포 수를 확장한 대명화학그룹 계열 큐앤드비인터내셔날의 '오프뷰티'다. 이 브랜드는 과잉재고·유통기한 임박 재고 등을 직매입해 정가 대비 최대 90% 할인이라는 초저가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1호점인 광장시장점을 필두로 명동·성수 등 주요 상권 위주로 대형 거점을 확보하며 외국인 사이에서 가성비 채널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4시께 방문한 서울 성수동 오프뷰티 메가팩토리점에서는 스킨케어존 위주로 외국인 6명이 삼삼오오 모여 제품 구경에 한창이었다. 한 관광객은 '코엘프 로즈패탈 새틴 레그 마스크(2매)'를 손에 든 채 매대에 부착된 가격표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해당 제품 가격은 8000원짜리로 정상가 대비 19% 할인된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개장한 이곳에서는 인디 브랜드뿐 아니라 AHC·설화수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 상품등 총 1000여개의 품목을 특가로 선보이고 있었다. 개별 단품뿐 아니라 선물용 기획세트도 눈에 띄었다. 'AHC 에이지리스 스킨케어 세트'는 정상가 8만원에서 35% 저렴한 5만2000원에, '설화수 윤조 에센스 6세대 기획 세트'는 14만에서 19% 할인된 11만4000원이었다. 단순 뷰티만 판매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너 뷰티부터 우산·가방 등 생활용품·잡화까지 폭넓게 취급하고 있었다. 매장 한 켠에는 외국인 고객 편의성을 노린 듯 환전기까지 비치돼 있었고, 바로 옆에는 편리한 계산이 가능하도록 셀프 키오스크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현재 회사의 매장 출점 모델은 직영·가맹점을 병행하는 구조다. 안정적인 직영 점포 운영 성과를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가맹 사업을 확대한 사례다. 이 가운데 직영점인 성수 메가팩토리점은 대표 관광 상권에 위치한 만큼, 전체 방문객의 60~70% 비중이 외국인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비슷한 명동스퀘어점도 외국인 고객 비중만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객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오프뷰티 운영사인 큐인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974억원을 기록한 연매출을 올해 1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여기에 올해 몽골 내 첫 점포 개점까지 타진하며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시장에서도 오프뷰티는 연내 점포 수를 80여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특히, 가두점 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 내 '숍인숍' 형태로 침투해 있는 것도 오프뷰티의 빠른 출점 공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심지어 기자가 방문했던 고양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매장 내에서도 오프뷰티 점포를 찾아볼 수 있었다. 대형 점포 대비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높은 할인율로 지나가는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립스틱 제품을 살펴보던 한 중장년 여성 고객은 “너무 싼데 이거 짜가(가품) 아니냐"고 중얼거렸다. 이 같은 소비자 우려를 의식한 듯 해당 매장 벽면에는 “모든 제품은 정품입니다(All Products are Genuine)"이라며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그 아래에는 "가품일 시 10배 보상“이라는 강력한 보상 관련 문구 내용까지 적혀 있었다. 업계는 창고형 오프프라이스 매장 간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보다 얼마나 고객에게 색다른 소비 경험을 줄 수 있는 지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 체감 할인 혜택을 넘어 고객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고객 체류를 늘릴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 싸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오프뷰티는 올 6월부터 배달 앱인 쿠팡이츠 '장보기·쇼핑' 카테고리에 입점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비대면 방식으로 고객 접점을 넓힌 것이다. 일부 점포에서는 다양한 큐레이션 매대와 이색 행사까지 전개하며 고객 흥미를 돋우고 있다. 성수 메가팩토리 매장 1층에서는 닥터스 초이스, 뉴 어라이벌(신제품), 비밀 꿀템 등 전용 매대는 물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텐제로'와 협업하는 팝업 존까지 설치돼 있었다. 타임 세일 존에서는 헤어 스타일링·케어 브랜드인 '모두봄'의 브러시픽서를 86% 할인가인 3000원에 특가 판매하고 있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실적 왜이래] 해외서 잘나가는 오리온…‘지속 투자’ 인도는 적자 왜?

오리온의 해외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가운데 베트남·러시아 등에서도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독 한 곳에서는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바로 '인도'다. 이상한 점은 오리온이 '적자 사업장' 인도에 돈을 계속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단순히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아니라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의 제과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중장기 베팅'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적자' 인도에 계속 돈 넣는 오리온 23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오리온 인도법인은 올해 상반기 매출 194억9300만원, 순손실 69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2021년 44억원이었던 인도법인 적자 폭은 2022년 116억원, 2023년 155억원, 2024년 172억원으로 불어났다. 작년의 경우 매출 211억4900만원에 순손실 171억54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80%가 넘는 규모의 적자를 냈다는 의미다. 생산라인 증설 및 유통망 확대에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은 오리온 입장에서 호재다. 상반기 기준 매출(194억9300만원)은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채운 수준이다. 순손실 역시 69억3100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손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외형이 커지는 동시에 적자 폭이 빠르게 축소되는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리온은 인도에 돈을 계속 투자하고 있다. 오리온 이사회는 지난해 두 차례, 올해 두 차례 인도법인 유상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같은 시기 다른 해외사업과 비교해도 인도법인에 대한 자본 지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회사가 인도에 베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의 수익성보다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제과시장 규모는 연간 17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오리온은 현지 소비자들의 종교·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초코파이다. 인도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채식용 마시멜로를 적용했다. 여기에 딸기·망고·오렌지·코코넛 등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제품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다. 'K-콘텐츠' 열풍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치맛과 불닭맛 등 이른바 'K스낵'을 선보인 데 이어 김치마살라맛까지 내놓으며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은 실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도법인의 현지화 제품 판매 물량은 지난해보다 81% 증가했다. ◇ 수요가 공급 앞질러…'적자 기업'에 생산라인 증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생산설비다. 인도에서 아직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온은 오히려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현지 초코파이 생산라인 가동률이 130%를 넘어서는 등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올해 하반기 초코파이와 카스타드 신규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대목에서 인도사업을 바라보는 오리온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지금 돈을 많이 버는 시장에 생산능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적자를 보고 있지만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다른 해외법인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오리온의 주요 해외 생산법인들은 이미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법인 매출은 2677억원, 순이익은 380억원에 달했다. 중국 주요 생산법인들도 각각 수십억~수백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중국·베트남이 '수확하는 시장'이라면 인도는 '심는 시장'에 가까운 셈이다. 물론 위험도 있다. 인도법인의 적자는 아직 작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 대비 순손실 규모가 상당하다. 생산라인 증설과 유통망 확대가 예정된 만큼 당분간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인도는 국토가 넓고 지역별 소비 특성이 크게 달라 전국적인 유통망 구축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오리온 역시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처를 늘리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영업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반대로 이 시장 특성을 얼마나 빠르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성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리온은 대부분 인력을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강화하는 등 조직 자체도 현지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북동부 중심의 유통망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커머스 채널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결국 인도사업의 성패는 '매출 성장 → 생산성 개선 → 적자 축소 → 흑자 전환'이라는 경로를 얼마나 빠르게 완성하느냐에 달렸다. 오리온의 최근 행보는 이 과정에서 첫 번째 단계인 외형 확대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숫자만 놓고 보면 인도는 오리온의 '적자 사업'이다. 그러나 투자 방향까지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리온은 적자를 줄이는 데만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확인된 시장의 생산능력을 먼저 키우고 있다. 인도에서의 적자가 언제 흑자로 돌아서느냐가 오리온의 다음 해외 성장곡선을 결정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트렌드 왜이래] 두쫀쿠·버터떡 다음 대세? 요즘 뜨는 ‘양쯔깐루’ 뭐길래

양쯔깐루(杨枝甘露) : 망고, 자몽, 타피오카 펄, 코코넛밀크 등을 조합해 즐기는 홍콩식 디저트. 양쯔깐루(양즈깐루)가 디저트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새콤달콤한 과일을 보다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으며 여름 대표 디저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이미 '제2의 버터떡', '제3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등 수식어가 붙은 상태다. 재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레시피 변형이 다채로워 한동안 소비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해당 제품을 섭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외식 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한 제품과 메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 두쫀쿠·버터떡 다음은 양쯔깐루? 소비자 이목 집중 17일 업계에 따르면 양쯔깐루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올해부터다. 구글트렌드 관심도 통계를 살펴보면 '양쯔깐루' 검색량이 처음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한 것은 올해 2월 첫째 주다. 이후 잠잠하다가 5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했고, 6월 마지막 주에 정점을 찍었다. 7~8월에도 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양쯔깐루가 가장 많이 언급된 시기인 6월 말을 기준(100)으로 놓고 관심도를 살펴보면 2월 첫째 주 50선, 5월 50~60선, 7~8월 30~70선 수준이다. 이 외 최근 5년간 모든 시기에는 '0'으로 표시된다. 그동안 몰랐던 음식이지만 올해 여름을 앞두고 급격히 인기가 뛰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양쯔깐루가 1~2월 인기 정점을 찍었던 두쫀쿠와 3~4월의 주인공이었던 버터떡의 뒤를 잇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렌드를 일찍 쫓아간 업체들은 이미 수혜를 입었다. 일부 요거트 전문점이나 디저트 카페 등은 관련 신제품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SNS에는 프랜차이즈별로 양쯔깐루 제품 맛을 비교 분석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돼 있다. 유사 제품 판매량도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빙이 선보인 '자망코 설빙'은 작년 4월 출시 이후 이달까지 약 85만개가 판매됐다. 특히 '설빙표 양쯔깐루'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지난달 판매량이 올해 5월 대비 약 55%, 6월 대비 약 32% 증가했다. 자망코 설빙은 자몽, 망고, 코코넛(펄)을 조합한 디저트다. 망고요거트 아이스크림과 코코넛 펄, 연유 등이 함께 제공돼 양쯔깐루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 소문을 탔다. 스타벅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자망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자몽 망고 코코 프라푸치노'가 양쯔깐루를 연상시키는 메뉴로 입소문을 탔다. 이에 힘입어 자망코는 현재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쯔깐루는 재료 대체나 레시피 조합이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전통 홍콩식뿐 아니라 고체형, 빙수형 등으로 소비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여지가 많은 셈이다. 실제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최근 양쯔깐루를 재해석한 '양즈간루 케이크'를 출시했다. ◇ 달콤·상큼 과일이 포인트···맛 조절 용이해 디저트로 '합격점' 양쯔깐루를 기자가 직접 먹어보니 디저트로 '합격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의 조합인데다 맛 조절이 용이해 입맛대로 섭취할 수 있어서다. 자몽의 쌉싸름한 맛이 별로라면 망고와 크림 위주로 먹는다거나, 각종 크림·요거트 등을 더해 취향을 반영하는 식이다. 서울 근교에 있는 한 카페에서 제품을 주문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이 카페에서는 '상하이 양쯔깐루'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가격은 1만1900원. 망고를 길게 썰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코코넛 크림과 자몽을 올린 형태였다. 자몽을 보기 좋게 썰고 펄과 연유로 풍미를 더한 게 눈길을 끌었다. 통망고와 자몽을 사용해 신선한 맛이 돋보였다. 칼로 제품을 자른 뒤 '원하는 조합'을 선택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연유 없이 망고·자몽 본연의 맛에 코코넛 느낌만 추가한 형태가 만족스러웠다. 디저트 프랜차이즈인 '요거트월드'도 방문해 봤다. 매장 한가운데에 '양쯔간루 월드', '양쯔간루 그릭', '고체 양쯔간루' 등을 소개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특히 인기가 많은 고체 양쯔간루를 먹어보려 했지만 품절 상태였다. 스타벅스 자망코는 우리가 잘 아는 맛이었다. 자몽에 망고에 코코넛이다. 부드러운 코코넛 베이스는 음료 전체를 고소하게 만들어 준다. 달콤한 망고는 진한 과일의 단맛을 더해주고, 상큼 쌉싸름한 자몽이 전체적인 균형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동남아시아 휴양지를 떠올리게 하는 열대과일 음료다. 텁텁하거나 인위적인 단맛 없이 과일 본연의 맛을 잘 살려 산뜻했다. CJ푸드빌이 출시한 '양즈깐루 케이크'는 부드러운 케이크 위에 자몽과 망고를 더한 제품이다. 생자몽 외에 과육도 추가해 식감을 살렸고, 코코넛밀크를 넣어 고급스러운 느낌도 준다. 이 역시 소비자가 입맛대로 취식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망고, 자몽, 케이크의 비율을 잘 조절하면 본인이 원하는 '최적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 자몽보다 망고를 더 좋아하는 입맛이지만, 케이크와 함께 먹을 때는 자몽·코코넛밀크와 조합이 더 잘 맞는 듯했다. 저렴한 디저트를 찾는 이를 위한 선택지도 있다. 편의점 GS25에서는 '떠먹는 양쯔깐루'를 5000원 이하 가격에 판매 중이다. 과채가공품(살균제품)으로 망고다이스, 망고퓨레, 농축액 등을 넣어 만들었다. 원물 특유의 신선함은 부족하지만 베이스인 요거트 자체가 맛있어 끊임없이 먹고 싶은 맛이다. 양쯔깐루를 매번 즐기고 싶지만 금액이 부담스럽다면 대체품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전반적으로 쌉싸름한 맛보다는 달콤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각종 양쯔깐루 제품을 먹어보니 대체로 '맛있다'는 평가를 내릴 만했다. 사실 원재료 자체가 맛없기 힘든 구성이다. 조합 자체를 취향에 맞게 조절하는 게 용이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는 분석이다. ◇ 어려운 제품명이 최대 '걸림돌'…레시피 변형 용이는 장점이자 단점 양쯔깐루는 앞으로 두쫀쿠나 버터떡 수준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SNS 소비 패턴이 워낙 다양한데다 유행 변화의 속도도 빨라 앞날을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제품들을 접해보면 이 음식이 많은 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소위 'SNS 샷'을 올리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는지는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양쯔깐루 열풍의 최대 걸림돌은 '이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너무 어렵다. 발음이 어렵고 쓰기도 힘들다. 심지어 표기법까지 제각각이다. 주로 사용되는 명칭은 '양쯔깐루'지만 '양즈간루', '양즈깐루', '양즈깐루' 등이 혼용된다. 프랜차이즈업체들도 헷갈리는 듯하다. 공식 제품명도 요거트월드에서는 '양쯔간루', 뚜레쥬르는 '양즈깐루'를 사용했다. 국립국어원에 정확한 외래어표기법을 문의해 보니 '명확한 외래어 표기를 알기 위해서는 원어의 발음 및 그 발음 기호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杨枝甘露가 중국 표준어(보통화) 발음인지, 광둥어 발음인지를 먼저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홍콩식 디저트인데 상하이에서 인기를 끌어 국내에 유입된 거라 딱 잘라 분석하기가 어렵다. '중국어의 발음 부호와 한글 대조표'를 참고로 살펴보면 杨枝甘露는 '양즈간루'라고 표기하는 게 적합해 보인다.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이다. 기사에서는 통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양쯔깐루'를 기본으로 표기했다. 각 기업이 출시한 제품명은 해당 업체가 사용한 표기법에 따라 썼다. 레시피 변형이 용이하다는 점은 양쯔깐루의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디저트 열풍이 지속된다 해도 언제든 다른 이름이 사용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미 설빙이나 스타벅스에서 '자망코'라는 이름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다. 자망코 역시 줄임말이지만 '양즈간루'나 '양즈깐루' 등 중국식 제품명보다는 수명이 길 것으로 예상된다. '망고+자몽' 또는 '망고+자몽+코코넛' 등을 섞은 디저트가 소비자들의 사랑을 오래 받을 수 있지만 정작 양쯔깐루라는 명칭 자체는 잊혀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杨枝甘露를 직역하면 '버드나무 가지의 감로수'라는 뜻이다. 관세음보살이 버들가지와 감로수로 병을 고쳤다는 불교 설화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알려졌다. 취재 과정에서 양쯔깐루 재고 유무 등을 묻기 위해 수많은 음식점·카페 등에 전화를 걸었다. 수십통의 통화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은 이거였다. “양 뭐라고요?" 여헌우 기자 yes@ekn.kr

[가격 왜이래] “이러다 다 죽어” 여름 보양식 ‘장어’ 가격 폭락의 역설

“장어 시식하고 가세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앞. 양식업 자조금단체 소비촉진행사의 일환으로 민물장어 무료시식 행사가 열리자 인파가 몰렸다. 국산 장어의 풍미에 감탄한 행인들은 판매가를 듣고 또 놀랐다. 3마리(1㎏) 기준 2만5000원. 여름 대표 보양식이자 고급 음식의 대명사였던 민물장어가 돼지고기 수준 가격에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 복날 특수에도 저렴한 장어 가격…유통가는 판매 확대 총력전 주요 대형마트들은 장어 관련 판촉 행사를 거의 매주 진행하고 있다. 25일 기자가 찾은 인천 롯데마트 검단점에서 국산 손질 민물장어(자포니카)는 100g당 5450원에 팔리고 있었다. 포인트 회원이 행사카드(롯데·삼성·KB국민·NH농협 등)를 사용할 경우 가격은 3488원까지 내려갔다. 선택지가 다양해진 점이 눈에 띄었다. 2~3미씩 포장된 마트 일반 제품뿐 아니라 데리야끼 양념구이 등 별도 포장된 상품들이 여럿 보였다. 국산부터 중국산, 모로코산 등 원산지도 다양했다. 같은날 방문한 경기 김포 이마트 김포한강점 분위기도 비슷했다. 포인트 적립 시 국산 민물장어를 100g당 3480원에 선보이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원양산 냉동 오징어가 100g 2380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인 채 진열돼 있었다. 같은 용량 기준 국산 생새우는 3480원, 국산 생고등어는 5980원에 살 수 있다. '장어 가격이 폭락했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장어 공급가격이 낮아지며 유통가는 바빠졌다. 복날 성수기를 맞아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각종 판촉 행사 뿐 아니라 관련 신제품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중국산 장어를 활용한 '두마리 장어영양덮밥'을 24~26일 7980원에 판매했다. 슈퍼·편의점에서도 저렴한 가격의 장어 요리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CU는 장어 등을 활용한 이색 보양 간편식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GS더프레시는 '국내산 통한마리장어덮밥'을 7980원에 판매 중이다. 이마트24 역시 '장어 지라시스시 도시락'(9900원), '민물장어김밥'(6500원) 등을 최근 출시했다. 전문점 대비 절반 이하 가격에 장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외식업계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할 조짐이 보인다. 일반음식점의 경우 인건비·임대료 등 부담으로 판매가를 내리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일부 사업자들이 장어를 '무한리필'로 제공하는 음식점을 여는 경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장어 가격이 급락했다는 사실은 통계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 운영하는 수산물 유통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1㎏ 기준 국산 뱀장어의 산지가격은 평균 1만9000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올해 초에는 1만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가 복 성수기를 맞아 다소 오른 수치다. 3년 전인 2023년만 해도 산지 가격은 1㎏당 3만원을 넘었다. ◇ 양식 업계는 한숨만…“입식량 쿼터제 등 도입 필요" 장어 가격 폭락의 가장 큰 문제는 이를 키우는 양식(양만)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다는 점이다. 뱀장어를 키우는 산업에 양만(養鰻)이라는 별도 명칭이 붙는 이유는 다른 어종과 비교해 차이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일단 산란부터 성어까지 전 과정을 인공적으로 길러내는 게 불가능하다. 장어의 성장 주기와 특징 등이 워낙 뚜렷해 바다에서 치어를 잡아다 이를 양식장에서 기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관리를 잘할 경우 폐사율은 타 어종 대비 굉장히 낮은 편이다. 양만업자는 전용 사료를 사용하고 고도의 수질·온도를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순환여과식 장치 등 전용 기술도 적용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양만업자들이 키운 장어를 식탁이나 전문 음식점 등을 통해 접하게 된다. 붕장어(아나고)나 바다에서 잡힌 갯장어·먹장어 등을 제외한 대부분 국산 장어는 양만업을 통해 생산된다. 현재 대부분 양만 사업자들은 자포니카종 국산 장어를 원가 또는 그 이하 가격에 처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국면이 지속될 경우 △일부 양만업자가 저렴한 사료를 사용해 제품 질이 저하되거나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급락세 지속→양식업계 줄도산→가격 급등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생겨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장어 공급 과잉 현상은 입식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뱀장어 생태와 양식 관련 연구를 다년간 해온 한 전문가는 “뱀장어 치어 거래가격이 한때 마리당 3000~6000원에 달했던 적이 있는데 작년에는 300~500원까지 폭락했다"며 “양만업자들이 갑작스럽게 입식량을 늘리면서 공식 통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원래 폐사율이 낮은 어종인데) 한 번에 너무 많은 뱀장어를 키우려다 양식에 실패했다는 사례도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도 지난해 갑작스럽게 뱀장어 치어가 늘어난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자포니카종 뱀장어는 필리핀 마리아나 해구 인근에서 태어나 북쪽으로 올라오는 습성이 있다. 이로 인해 대만·일본 해역에서 먼저 잡히고 한국·중국쪽에서도 치어를 확보할 수 있다. 양식장만 다를 뿐 국산이나 중국·일본산이나 같은 자포니카종이라는 의미다. 일본은 입식량 쿼터제를 엄격하게 시행하며 자국 양만업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사업 역시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 매년 쿼터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자국산과 외국산 품종 유통망도 철저히 구분하며 양만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 역시 입식량 쿼터제를 추진해 산업 개혁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이같은 제어 장치가 없어 공급 물량 급증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중국산 민물장어를 당일 손질한 국내산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수산물 유통업자가 검찰에 넘겨졌다는 소식이 지난달 전해진 것도 이 같은 상황과 그 궤를 같이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장어 가격이 내렸지만 중국산은 공급 과잉이 더 심각해 판매가가 훨씬 많이 떨어졌다"며 “(같은 어종이다보니) 한국산과 중국산을 기술적으로 구분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어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입식량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미 일부 사업자들은 정부에 관련 의견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광어 다음으로 큰 산업이 양만업인데 뱀장어가 인위적으로 양식을 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어 일정 수준 정부가 가격 등을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보면 환경단체들이 뱀장어를 멸종위기종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는 의제도 눈여겨 봐야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2012년 이를 받아들였고 극동산(자포니카) 역시 당사국총회를 개최하는 등 무역 장벽이 생길 여지가 보인다"며 “치어 수출입 허가 절차 등이 복잡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비공식협의체를 통해 (장어 가격 폭락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3년 뒤 입식량 쿼터제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관련 용역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실적 왜이래] 롯데쇼핑 ‘선택과 집중’, 수익 극대화 ‘황금비율’ 찾는다

200%.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2분기 롯데쇼핑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다. 1분기 영업이익 역시 연결 기준 25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6% 급등했다. 내수 강세에 외국인 관광객 효과까지 겹치며 백화점이 '호황기'에 접어든 덕분이다. 대부분 장밋빛 미래를 점치고 있지만 정작 롯데쇼핑은 크게 웃지 못하고 있다. 사업부별로 수익성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했기 때문이다. 매출은 마트가, 영업이익은 백화점이 책임지는 구조다. 롯데쇼핑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부문별 약점을 개선하는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3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3조7384억원, 영업이익 547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이 1.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5.6% 증가했다. 사업부문별 재무현황을 보면 수익성은 사실상 백화점이 떠받치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은 5041억원으로 회사 전체 실적의 92.2%를 담당했다. 총자산(22조6951억원) 역시 59.9%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 비중은 백화점(24.3%)보다 할인점(마트, 39.8%)가 더 높다. 그럼에도 마트 부문은 지난해 70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의 16.7%를 책임지는 전자제품전문점(하이마트)의 경우에도 영업이익이 97억원에 불과했다. 연결 실적에 잡히는 홈쇼핑(8.2%)과 슈퍼(1.5%) 역시 기여가 적은 편이다. 영화상영업(-105억원), 이커머스(-294억원) 등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수년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에서 백화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83.4%, 2023년 94.7%였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백화점 매출은 3조3000억원대로 정체된 상태다. 올해 들어 롯데쇼핑의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분야 역시 백화점이다. 다만 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은 점차 사업부별 '황금비율'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1분기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백화점이 24.4%, 마트가 42.6%, 하이마트 13.9%, 슈퍼 8.5%, 홈쇼핑 6.5% 등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백화점 75.6%, 마트 13.4%, 홈쇼핑 10.4% 등으로 불균형 문제가 다소 해소됐다. 2분기에도 '백화점 쏠림'이 완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베트남 등 해외 마트 사업이 순항하고 있고, 삼성전자 환급행사 등 영향으로 하이마트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청산 위기에 놓인 홈플러스 고객층을 롯데마트가 일부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니클로 판매 증가 역시 롯데쇼핑 연결 실적을 개선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롯데온의 경우 조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백화점 실적 호조는 이미 예상된 일이다. 롯데쇼핑은 방한 외국인 대상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등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작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부진했던 사업부 실적이 개선될 경우 롯데쇼핑의 기업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눈길은 롯데쇼핑 해외 사업 부문에 쏠린다. 회사는 중국, 홍콩, 러시아 등 법인을 철수하는 대신 베트남 등에 역량을 집중하며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베트남 16호점인 '떠이닌점'을 열었다. 3년만의 신규 출점이다. 1분기 실적을 보면 해외 할인점 매출이 4850억원으로 작년보다 3.4% 늘었다. 영업이익은 250억원으로 16.8% 성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도매 경쟁 심화로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롯데마트가 역량을 쏟아 조성하는 오카도 물류센터의 성공 여부 역시 업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만드는 최첨단 물류센터를 다음달 부산에서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이 곳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철저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효율적인 배송 및 배차 서비스가 이뤄진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장보기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상품 변질과 품절, 오배송 등 불편함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하고 있다. 그간 롯데쇼핑의 약점으로 꼽힌 온라인 분야를 강점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네이버, 컬리 등이 신선식품 서비스를 강화하는 상황이라 초기 프로모션 비용에 대한 부담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을 보며 다들 백화점 사업 호조만 생각하고 있지만 (그동안 부진했던) 다른 부문 수익성이 개선되면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트렌드 왜이래] 어른들도 푹빠진 ‘촉감놀이’…말랑이·왁뿌볼 뭐길래

“요즘은 주로 팔리는 게 말랑이 아니면 왁뿌볼(점토에 왁스 코팅한 볼) 같은 거예요. 체감상 주말이면 사람이 평일보다 2~3배는 더 많아져요." 지난 12일 오후 정오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에서 기자가 만난 한 가게 상인은 최근 촉감놀이 인기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한낮 30도 이상을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완구거리 일대에는 관련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붐볐다. 이날 어머니와 함께 구경온 14세 김 양은 “부드러운 아이클레이나 딱딱한 레고 같이 제품마다 촉감이 다르다"며 “오늘은 청사과 왁뿌볼을 여러 개 사러 왔다"고 말했다. 왁뿌볼은 공을 감싼 왁스 코팅을 부수는 쾌감을 갖춘 촉감놀이 장난감의 하나다. 촉감놀이 제품은 디자인·질감을 기준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왁뿌볼을 비롯해 폼·실리콘 등을 활용한 '말랑이'부터 내부에 작은 알갱이가 들어간 '크런치 슬랑이(슬라임+말랑이)' 등도 있다. 완구거리에서 판매 중인 이들 상품 가격은 3000~1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고, 일부 상품은 일찌감치 품절된 상태였다. 이 일대에서는 업종을 불문하고 각종 촉감놀이 장난감으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는 상점들이 많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완구거리 초입에 있던 오디오 등 전자제품 판매점부터 가방·소품 제작 전문점까지 가게 앞에 관련 상품을 늘여놓고 호객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다. 완구거리 출구 쪽에선 “은행 어플 깔고 말랑이 받아가세요"라며 시중 은행 앱 설치를 조건으로 증정 행사까지 열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왁뿌볼을 만지작거리던 기자에게 다가온 한 가게 상인은 “얘(왁뿌볼)는 다른 거랑 달라. 부수는 맛이 매력이야"라며 “싱싱고(냉장고)에 한 20~30분만 얼리면 되는데, 오늘 같이 더운 날엔 1시간 정도 넣어둬"라며 귀띔하기도 했다. 최근 온라인(SNS) 상에서 신드롬급 반응을 얻고 있는 촉감 완구는 10~20대 젊은 층 위주로 하나의 취미로 정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블로그·유튜브 등에서는 이른바 '동묘 완구거리 성지'라며 유명 가게 명단을 서로 공유하는 모습이나,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청음 체험(ASMR) 영상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촉감놀이 완구의 인기는 편의점·생활용품점 등 주요 판매 플랫폼의 상품 기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GS25는 이달 1일 왁뿌 감성을 접목한 이색 디저트 '초뿌볼(딸기&복숭아맛)'을 출시했고, 12일 기준 누계 판매량만 1만개에 이른다. 세븐일레븐도 오는 15일 깨뜨리는 재미를 강조한 '제주감귤왁뿌볼'을 선보인다. 다이소의 경우, 말랑이·크런치 슬랑이 등을 직접 만드는 재료 구매처로 각광 받고 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촉감놀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의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가 지난 6월 14~7월 12일 기준 촉감놀이 상품 거래액을 집계한 결과, 슬랑이·왁뿌볼 거래액이 직전 월 대비 무려 774%, 500%씩 늘었다. 또 다른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인 에이블리에서도 지난 6월 9일~7월 9일 기준 촉감놀이 장난감을 일컫는 '피젯토이(Fidget Toy)' 검색량이 직전월 동기 대비 273% 늘었다. 이달 1주차 인기 키워드에서도 피젯토이가 급상승 키워드 2위에 올랐으며, 대표 상품인 말랑이·슬랑이가 각각 12위와 23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젊은 세대가 촉감완구를 대량 소비하는 이유로 '작은 보상형 소비' 목적이라고 분석한다. 학업·직장·육아 등 스트레스 요인에 디지털 기술로 항상 연결돼 있다는 압박감까지 큰 가운데, 누르거나 만지는 행위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핵심이다. 딸깍 소리를 내며 타건감을 강조한 키캡 등이 유행하는 점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통상 장난감은 어린이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촉감놀이 제품은 어른들에게도 관심을 사고 있다. 과거에도 말랑이처럼 주무르는 형태의 '만득이'가 인기몰이를 했던 만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으로서 주목받는 모양새다. 이날 현장에서도 “재밌다", “신기하네"라며 상품 구경을 즐기는 '어른이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자영업자 이 씨(43)는 “아들이 말랑이를 하나 사다달라고 해서 인천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이런 걸 돈 주고 사나 싶었지만 막상 만져보니 기분도 좋아지고 은근히 중독적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 씨(29)는 “버터 모양 말랑이만 사려고 왔지만 3만원어치나 구매했다"며 “원래 별 생각 없이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장난감을 좋아하는데 묘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가격 왜이래] 계란 소포장일수록 왜 비싸지?…정부 ‘할인지원’이 좌지우지

13일 오후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 30개들이 계란이 놓인 매대 앞에서 손님들이 걸음을 멈췄다. 제품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다 고민 끝에 골라도 한 판이었다. 그 옆 10~20개들이를 파는 냉장 코너 앞은 구경조차 하지 않고 지나쳤다. 10~20개들이를 파는 냉장 코너 앞은 한산했다. 평일 이른 오후라 붐비는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고기와 닭고기 코너에서는 제품을 들어보는 손님이 있었다. 같은 날 서울 노원구의 한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는 20분 동안 계란 코너를 지나간 20명 가운데 단 1명만 제품을 집었다. 다른 손님들은 계란 코너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계란이 '금란(金卵)'이라 불리는 요즘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 소포장일수록 더 올라…10구 개당 가격이 30구 개당 가격 2.1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지역 일반란 30구 소매가격은 8107원이다. 전국 평균(7630원)보다 477원 비싸다. 서울 30구 월평균 가격은 3월 6922원에서 7월 7860원으로 올랐다. 매장에서 마주치는 값은 이보다 높다. 노원구 SSM의 30구 무항생제 판계란은 9990원, 하나로마트 창동점의 30구 동물복지 유정란은 9992원이었다. 소비자 부담이 더 큰 쪽은 소포장이다. 6월 서울지역 월평균 가격은 30구 7905원, 10구 5569원이었다. 개당으로 환산하면 30구는 264원, 10구는 557원이다. 10개들이를 사면 30개들이에 비해 1개당 2.11배를 내는 셈이다. 3월에는 1.81배였다. 오름폭도 소포장이 컸다. 서울 10구는 3월 4172원에서 6월 5569원으로 33.5% 올랐다. 같은 기간 30구는 6922원에서 7905원으로 14.2% 오르는 데 그쳤다. 매장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노원구 SSM의 30구 판계란은 개당 333원이지만, 같은 매장 6개들이 스마트팜 계란은 6490원으로 개당 1082원이다. 3.2배다. 풀무원 동물복지 유정란 10구는 1만990원으로 개당 1099원이었다. 하나로마트 창동점도 100g당 가격이 30구는 600원 대인 반면, 10~20구는 700원대에서 1300원이 넘는 제품도 있었다. 매대의 무게중심은 이미 소포장으로 옮겨가 있다. 노원구 SSM에서 판매하는 계란 약 20종 가운데 30구는 단 1종이었다. 나머지는 25구 이하다. 하나로마트 창동점은 30구 3~4종을 별도 매대에 따로 뒀고, 손님이 지나다니는 냉장 코너에는 10~20구를 깔았다. 정부가 물가로 발표하는 계란값은 30구 기준이다. 할인 지원도 그랬다. 6월까지 정부 할인은 특란 30구 한 판에 1500원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10개들이를 사는 소비자는 지원 대상 밖이었다. 다만 농식품부는 지난 1일부터 할인 대상을 계란 전 품목으로 넓히고 지원율을 20%로 바꿨다. 서울 10구는 6월 5569원에서 7월 4806원으로 내려왔다. 반면 30구는 7905원에서 7860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지난 10일 한성숙 국무총리도 이 매장을 찾아 물가를 점검했다. 계란 코너에서는 30개들이 매대와 10~20개들이 냉장 코너를 함께 둘러봤다. ◇ 알 낳는 닭 줄어 생산량 감소…7월말~8월초 회복 예상되지만 '폭염' 변수 계란값이 오른 것은 알을 낳는 닭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1134만마리가 살처분됐다. 국가데이터처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7775만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7800만마리)보다 0.3% 줄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알을 낳는 6개월령 이상은 5613만마리로 5938만마리에서 5.5% 감소했다. 3~6개월은 26.0%, 3개월 미만은 8.5% 늘었다. 총 사육 마릿수는 유지됐지만 그 자리를 아직 알을 낳지 못하는 어린 닭이 채웠다. 병아리는 입식 후 20주가량 지나야 알을 낳기 시작한다. 1일 평균 식용계란 생산량은 1분기 4862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생산량 감소원인 진단을 놓고 정부의 설명은 오락가락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28일과 6월19일 발표자료에서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0.05㎡→0.075㎡)'을 생산 감소 원인으로 적었다가, 6월22일 자료에서는 이를 빼고 '소모성 질병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바꿨다. 사육 기준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늘리는 축산법 시행령은 지난해 9월 전면 시행 시점이 2027년 9월1일로 2년 유예된 상태다. 또한 대한산란계협회가 사육면적 확대를 계란값 상승 요인으로 지목하자 농식품부는 “생산비에서 시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반박했다가, 지난 1일 발표한 수급안정대책에는 산란계 농장 증·개축 비용 지원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수입선도 넓히고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브라질산 신선란을 국내 처음으로 들여와 13일부터 통관한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산과 태국산에 이어 세 번째 수입국이다. 브라질산은 백색란으로, 국내 특란(XL) 규격에 해당한다. aT 관계자는 “신규 수입국을 적극 발굴하겠다"면서도 “신선란 수입은 국내 양계농가와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초 입식한 병아리가 산란에 참여하는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름철 폭염에 따른 산란율 저하와 하반기 AI 재발 가능성이 변수로 남아 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실적 왜이래] 한국콜마 2분기도 영업익 신기록 왜?…‘K-뷰티 열풍’ 이제 시작

한국콜마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사개발생산(ODM) 방식의 사업 구조가 빛을 보며 글로벌 시장에서 불고 있는 'K-뷰티 열풍' 수혜를 입고 있다.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2분기에도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회사가 생산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확대하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공급가격에 대한 결정권이 타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은 실적 '퀀텀점프'를 가로막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 훨훨 나는 한국콜마···K-뷰티 성장에 ODM 수익률 극대화 13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최근 수년간 외형을 키우며 내실도 다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연결 기준 매출액을 보면 2023년 2조1557억원, 2024년 2조4521억원, 지난해 2조7224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361억원, 1938억원, 2396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를 더 타고 있다. 1분기 매출(7280억원)과 영업이익(789억원)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11.5%, 31.6%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 신기록을 또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콜마의 2분기 매출액이 8250억원, 영업이익이 94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분기보다 각각 12.9%, 28.7% 증가한 사상 최고치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965억원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액 3조5000억원, 영업이익 3500억원 고지를 어렵지 않게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과 비교해 30~45% 정도 개선된 성적이다. 업계는 한국콜마가 승승장구하는 배경으로 '수출 확대'를 꼽는다. 국내외 시장에서 스킨케어·선케어·헤어케어 등 제품이 주목받고 있고 인디 브랜드들 수출도 늘어나며 ODM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콜마가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6월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약 10조5300억원) 규모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수준이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우리나라의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2022~2024년 3년간 40억달러(약 6조원) 선을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55억달러(약 8조2700억원)로 뛰며 상승세를 보였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수출의 80%에 육박하는 54억8000만달러(약 8조2400억원)가 기초화장품 분야에서 나왔다. 국가별로는 미국(14억5000만달러), 중국(10억1000만달러), 일본(5억8000만달러) 등 다양한 곳으로 수출됐다. ODM은 회사에서 직접 처방을 연구·개발해 해당 기술을 소유한 상태에서 거래처의 주문에 의해 납품되는 방식이다. 한국콜마 당사 화장품 부문 매출의 95% 이상이 ODM에서 나온다. 연결 실적에 잡히는 주요 자회사로는 HK이노엔이 있다. 전문의약품 및 H&B 사업을 하는 회사다. 다른 자회사 ㈜연우는 화장품용기제조업을 영위한다. 작년 기준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화장품이 54.16%, 패키징이 9.21%, 전문의약품이 36.20%, H&B가 2.69% 등이다. 주요 자회사 HK이노엔의 별도 실적도 탄탄한 편이다. 작년 매출이 1조632억원으로 전년(8971억원) 대비 18.5% 늘었다. 영업이익도 882억원에서 1109억원으로 25.7% 많아졌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10% 정도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 '미래 투자' 성장 원천은 R&D···현금흐름도 '합격점' 한국콜마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체질을 성공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 연결 기준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 2023년 1122억원, 2024년 2154억원, 작년 2914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1682억원 올렸고 영업현금창출도 3708억원으로 나타나 성적표가 우수한 편이다. 단기차입금이 2024년 7268억원에서 지난해 7440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장기차입금(약 860억원) 비중이 높지 않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4879억원에서 5927억원으로 뛰었다. 특히 공격적으로 생산기반을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유형자산 투자가 2023년 1068억원, 2024년 2471억원, 지난해 1639억원 등으로 공격적이다. 이익을 내면서 이를 공장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영업현금흐름과 이익잉여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하는 '성장형 재무구조'를 지녔다.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기반도 잘 다져나가고 있다. 한국콜마 별도 기준 화장품 생산실적을 보면 2023년 3억6039만개, 2024년 4억3505만개, 작년 4억8589만개 등으로 순증하고 있다. 생산가능수량은 6억3247만개로 지난해 평균가동률은 76.8% 수준이다. HK이노엔의 경우 오송공장 완제의약품(130.5%), 이천공장 바이오의약품(161.2%), 대소공장 수액(93.2%) 등 라인이 최대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콜마는 중국 베이징 공장을 철수하고 세종시에 기초화장품 공장을 더 만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2028년까지 전의산업단지 9851㎡ 부지에 173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콧 타운십에서 '콜마 USA 제2공장' 준공식을 열고 기초스킨·선케어 등 제품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국콜마는 연구개발(R&D)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R&D 투자액이 2023년 1233억원, 2024년 1369억원, 지난해 1553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인 387억원을 집행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5% 중후반대를 유지 중이다. 브랜드 마케팅·홍보 활동에도 집중해야 하는 일반 화장품 회사와 달리 제품력 향상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ODM 기업의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일반 제조 기업은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을 올리면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한국콜마는 이처럼 행동하기 힘들다. R&D를 통해 첨단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 확보와 생산 능력 향상을 통해 '정공법'을 펼쳐야 한다. 제품 공급 과정에서 가격 결정권이 약하다는 점은 기업의 이익 상단 또한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K-뷰티' 인기가 시들 경우 ODM 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 화장품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더라도 경쟁 업체와 고객사 확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변수도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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