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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왜이래] 해외서 잘나가는 오리온…‘지속 투자’ 인도는 적자 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8.23 11:50

중국·베트남 등 해외법인 호실적…인도는 상반기에도 69억원 순손실
현지화 제품으로 매출 급성장…초코파이 생산라인 가동률 130% 넘어
유상증자 이어 생산라인 증설…“지금보다 미래 시장 잠재력에 베팅”

에너지경제신문 유통팀이 '왜이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물가가 요동치고, 기업 실적이 오르내리며, 유행이 뜨고 지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다. 단순히 현상을 나열하기보다 그 이면의 구조와 원인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게 목표다. <편집자주>


오리온 본사 전경.

▲오리온 본사 전경.


오리온의 해외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가운데 베트남·러시아 등에서도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독 한 곳에서는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바로 '인도'다.


이상한 점은 오리온이 '적자 사업장' 인도에 돈을 계속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단순히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아니라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의 제과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중장기 베팅'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적자' 인도에 계속 돈 넣는 오리온




23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오리온 인도법인은 올해 상반기 매출 194억9300만원, 순손실 69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2021년 44억원이었던 인도법인 적자 폭은 2022년 116억원, 2023년 155억원, 2024년 172억원으로 불어났다. 작년의 경우 매출 211억4900만원에 순손실 171억54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80%가 넘는 규모의 적자를 냈다는 의미다. 생산라인 증설 및 유통망 확대에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은 오리온 입장에서 호재다. 상반기 기준 매출(194억9300만원)은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채운 수준이다. 순손실 역시 69억3100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손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외형이 커지는 동시에 적자 폭이 빠르게 축소되는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리온은 인도에 돈을 계속 투자하고 있다. 오리온 이사회는 지난해 두 차례, 올해 두 차례 인도법인 유상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같은 시기 다른 해외사업과 비교해도 인도법인에 대한 자본 지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회사가 인도에 베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의 수익성보다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제과시장 규모는 연간 17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오리온은 현지 소비자들의 종교·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초코파이다. 인도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채식용 마시멜로를 적용했다. 여기에 딸기·망고·오렌지·코코넛 등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제품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다.


'K-콘텐츠' 열풍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치맛과 불닭맛 등 이른바 'K스낵'을 선보인 데 이어 김치마살라맛까지 내놓으며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은 실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도법인의 현지화 제품 판매 물량은 지난해보다 81% 증가했다.


오리온 식품사업 해외 법인 현황.

▲오리온 식품사업 해외 법인 현황.

◇ 수요가 공급 앞질러…'적자 기업'에 생산라인 증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생산설비다. 인도에서 아직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온은 오히려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현지 초코파이 생산라인 가동률이 130%를 넘어서는 등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올해 하반기 초코파이와 카스타드 신규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대목에서 인도사업을 바라보는 오리온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지금 돈을 많이 버는 시장에 생산능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적자를 보고 있지만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다른 해외법인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오리온의 주요 해외 생산법인들은 이미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법인 매출은 2677억원, 순이익은 380억원에 달했다. 중국 주요 생산법인들도 각각 수십억~수백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중국·베트남이 '수확하는 시장'이라면 인도는 '심는 시장'에 가까운 셈이다.


물론 위험도 있다. 인도법인의 적자는 아직 작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 대비 순손실 규모가 상당하다. 생산라인 증설과 유통망 확대가 예정된 만큼 당분간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인도는 국토가 넓고 지역별 소비 특성이 크게 달라 전국적인 유통망 구축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오리온 역시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처를 늘리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영업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반대로 이 시장 특성을 얼마나 빠르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성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리온은 대부분 인력을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강화하는 등 조직 자체도 현지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북동부 중심의 유통망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커머스 채널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결국 인도사업의 성패는 '매출 성장 → 생산성 개선 → 적자 축소 → 흑자 전환'이라는 경로를 얼마나 빠르게 완성하느냐에 달렸다. 오리온의 최근 행보는 이 과정에서 첫 번째 단계인 외형 확대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숫자만 놓고 보면 인도는 오리온의 '적자 사업'이다. 그러나 투자 방향까지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리온은 적자를 줄이는 데만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확인된 시장의 생산능력을 먼저 키우고 있다. 인도에서의 적자가 언제 흑자로 돌아서느냐가 오리온의 다음 해외 성장곡선을 결정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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