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지호 민주당 의원, “UN AI 허브, 빅테크 이전 신호탄 될 것”

세계보건기구(WHO)·국제노동기구(ILO) 등 UN 6개 기구가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건 “일하면서 한 번도 못 봤다"는 말이 나올 만큼 드문 일이다. 그 기구를 하나의 연대체로 묶은 건 유럽도, 미국도 아닌 한국이었다. 민주당 차지호 의원(경기 오산·초선)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가 구상한 '글로벌 AI 허브' 프로젝트는 지난달 유엔 6개 기구와의 협력 의향서(MOU) 체결로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블랙록 자본 유치, UN 총회 비전 선포에 이은 UN 플랫폼 유치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반년 남짓한 시간에 이 판이 짜였다.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 김우창 국가AI전략비서관과 차지호 의원이 유엔 기구들과 사전 교섭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UN 고위급 면담이 성사됐고, 당내에 'AI 글로벌 전략 TF'가 꾸려졌다. 그 사이 굵직한 성과도 나왔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와 AI·재생에너지 관련 MOU를 체결한 것이다. 12조5000억 달러(1경7000조 원)를 운용하는 '월스트리트의 제왕'을 움직인 건 차 의원의 아이디어였다. 차 의원이 구상을 짜고, 카이스트 동료 출신인 김우창 비서관과 함께 계획을 현실화했다. 올해 들어 속도는 더 붙었다. 유니세프(UNICEF)와 유엔환경계획(UNEP)도 추가 합류 대기 중이고, 미공개 기구 1곳도 줄을 섰다. 6개였던 연대체가 9개 기구로 늘어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경제적 파급력도 상당하다는 게 차 의원의 계산이다. WHO가 AI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열고, ILO가 AI 노동시장 포럼을 개최하면 각 기구가 두 달에 한 번씩만 행사를 열어도 1년 내내 글로벌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그는 “엑스포보다 큰일"이라며 “1년 내내 엑스포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더 큰 그림은 따로 있다. UN 기구가 정착하면 민간 기업, 아카데미, 싱크탱크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뒤를 따라온다는 구상이다. 그는 “구글 본사 기능 일부가 지금은 미국 서부와 싱가포르에만 있지 않느냐"며 “UN도 오는 마당에 구글 헤드쿼터 기능이 한국으로 못 올 이유가 없다. 지역 사무소가 아니라 각 기업의 핵심 기능들이 올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했다. 지난 1일 본지가 서울 여의도 의원실에서 만난 차지호 의원은 “국내 반응이 더 낯설다. 국내에서 이렇게 조용할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차지호 의원과의 일문일답 -'글로벌 AI 허브'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구상 자체는 오래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이재명 대통령께서 나를 영입하시고 정치권으로 들어올 때 내주신 숙제였다. 가장 큰 질문 하나가 AI였고, 또 하나가 K-외교였다. 저는 이 두 과제가 사실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고 봤다. AI 전략은 산업 전략이기도 하고 사회 전략이기도 한데, 글로벌 전략이 빠지면 성립하기 어렵다. AI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전환을 일으키는 기술인데, 한국만을 위한 국내 전략을 짠다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국내 시장만 위해 AI를 만든다면 삼성이 한국에만 TV를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적으로도 제한적이고 글로벌 경쟁력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반드시 글로벌 전략이 필요했다." -AI 산업의 미래 먹거리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많은 분들이 제조 AI, 피지컬 AI를 먼저 떠올리지만 나는 지식서비스 산업 쪽이 훨씬 더 크다고 본다.제조업은 한국 GDP에서 20%대지만, 3차 산업 비중은 훨씬 크고 AI 전환 속도도 더 빠를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미충족 의료시장만 2032년 2경원 규모로 예상된다. 의료 AI가 본격화하면 의사 인력 이동 없이도 서비스 수출이 가능해진다. 한국은 바이오·의료 시스템과 AI 기술을 함께 갖춘 만큼, 정부가 협의체를 통해 시장을 연결하면 보수적으로 봐도 세계 시장의 10%, 2000조원 규모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구상이다. 교육 분야 역시 EBS라는 강력한 데이터 자산이 있어 잠재력이 크다." -UN 6개 기구를 하나의 연대체로 묶어냈는데. “굉장히 이례적이다. 뉴욕과 제네바에 가기 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미 'UN AI 구상을 우리가 지지하는데 어떻게 참여하면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더라. 우리가 본격적으로 돌기 전부터 참여 의향을 확인해 온 건 꽤 큰 일이다. UN 내부에서도 세 가지 이유로 굉장히 센세이셔널했다. 첫째, 주요 6개 기구가 모여 연대체를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다. 어떤 분은 자기 일하면서 한 번도 못 봤다고 하더라. 둘째, 그 연대를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경제력과 문화 영향력이 충분한데도 다자외교에서 이런 시도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움이 더 컸다. 셋째, 주제가 AI라는 점이다. AI는 지금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인데, 그 공공성의 프레임을 한국이 선점하려고 나선 것이기 때문에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아직 체감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그 점이 예상 밖이었다(웃음). 해외에서는 굉장히 큰 일로 받아들이는데, 국내에서는 '아, 그렇구나' 정도로 조용한 반응이 나와서 의외였다. 솔직히 그게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경제적 파급력은 어느 정도로 보나. “구체적인 수치는 4월쯤 나올 것으로 본다. 다만 큰 그림은 분명하다. 전시·컨벤션, 즉 마이스(MICE) 산업만 보더라도 사실상 매년 엑스포를 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AI 관련 주요 글로벌 컨퍼런스를 한국에서 열 수 있고, WHO는 AI 헬스케어, ILO는 AI 노동과 실업, 또 다른 기구들은 자기 분야별로 관련 행사를 계속 만들게 될 것이다. 여러 기구가 1년 내내 움직이면 컨퍼런스가 상시적으로 이어진다. 더 중요한 건 민간 기업과 아카데미, 싱크탱크 생태계가 따라 들어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구글이 한국으로 본사의 일부 기능을 옮길 이유가 크지 않았지만,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UN이 오는데 기업 기능이 못 올 이유가 없지 않나. 지역 사무소가 아니라 본사의 일부 기능이 들어올 가능성도 열리는 셈이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2027년부터 시작해 이재명 정부 4~5년 차까지 한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식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 지금 6개 기구가 들어와 있는데, 이미 2개 기구가 더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고 최근에 1개 기구가 추가로 관심을 보였다." -어느 기구들인가. “두 곳은 유니세프(UNICEF)와 유엔환경계획(UNEP)이다. 한 곳은 아직 지금 말하긴 어렵다."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설명해달라. “1단계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공약과 프레임을 짜서 국내 국정과제로 만들고 전 부처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2단계는 글로벌 자본 플랫폼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한국 공공자본만으로 AI 전환에 필요한 자금의 5~10%를 동원할 수 있을까 말까다. 민간 자본까지 끼더라도 한계가 있다. 결국 글로벌 자본과 연결돼야 아시아태평양을 넘어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급한 게 글로벌 자본 플랫폼이었고, 그 과정에서 블랙록과 연결해 래리 핑크 회장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AI 아시아 시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접근한 것이다. 3단계가 지금의 AI 거버넌스 플랫폼이다. 4단계는 이미 준비 중인데, 아직은 공개하기 어렵다."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과 만났을 때 비하인드가 있나. “함께 차를 마시며 꽤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여러 논의를 했지만, 세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김민석 총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번에 새삼 느낀 건 우리 리더십들이 다 괜찮다는 점이다. 대통령께서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같이 논의해왔고, 총리님도 글로벌 및 중장기 전망에 굉장히 친숙한 분이다. 이 구상을 들었을 때 빨리 이해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저를 미래전략 사무부총장에 앉히고 이 일을 전적으로 하라고 지원했다. 당에 미래전략 사무부총장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없었는데 새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블랙록도 하고, AI 거버넌스도 하고, 미래전략 관련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설계한 핵심 인물을 꼽는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방향을 던지시고, 대통령실 김우창 AI비서관과 계속 같이 움직였다. 또 최병민 전 보좌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은 대통령실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AI민주주의 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AI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위협하고,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굉장히 뛰어난 인사이트를 가진 분이다. 함께 논의하며 설계를 다듬었다. 이 작업은 혼자 한 일이 아니다." -초선 의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다른 의원님들이 상대적으로 덜 하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당과 정부와 대통령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정치적 자율성을 가지고 비공식·공식 채널을 연결하고 탐색적으로 협상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장관이 직접 나서면 그건 곧 국가 간 약속이 돼버리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저는 의원으로서 그런 중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지금 정치에서 검찰개혁, 민주주의 위기 같은 중요한 의제들이 많지만, 미래의 문제이자 동시에 우리 세대의 문제인 AI와 기후에 대해선 아직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예전 같으면 20~30년 뒤 미래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5~15년 안에 닥칠 미래다. 저는 거기에 집중하겠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아파트 가고 원전·SMR 온다… ‘회색 콘크리트’ 벗고 ‘에너지 디벨로퍼’ 입는 건설사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건설업계의 판을 바꾸고 있다. 국내 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태양광, 수소, 송전망 등 에너지 사업으로 빠르게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조달·시공(EPC), 운영, 전력 공급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주택 의존 구조로는 불확실성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에너지 인프라가 사실상 대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판매 관련 사업'을 정관상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소를 시공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고 생산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자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미 충남 태안 창기 태양광 발전소를 기반으로 기업 대상 직접전력구매계약(PPA) 사업에 나섰고, LG유플러스와 20년 장기 전력 공급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주택사업이 분양 성적에 따라 수익이 흔들리는 구조라면, 장기 PPA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GS건설은 인도 파투르 태양광 발전단지에서도 개발사업자로 참여해 시공과 운영, 전력 판매 경험을 쌓아왔다. 국내외에서 태양광 발전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밸류체인을 직접 쥐겠다는 구상이다. 직접 PPA는 이미 제도화돼 있으며, GS건설 사례는 발전사업자가 기업과 장기 계약을 맺는 민간 조달 모델이 실제 사업화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에너지 거래 시장이 열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 등 RE100 대응이 필요한 대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GS건설이 태양광 중심으로전기를 공급하면, 기업들은 보다 안정적인 가격에 RE100 대응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다가오는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태양광을 비롯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권 확보와 수요처 발굴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한우 대표는 지난해 3월 '에너지 전환 리더'를 내세우며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 매출 비중을 21%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글로벌 건설사 위빌드와 대형 인프라 및 양수발전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신규 원전 건설 심포지엄을 열며 북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대형 원전뿐 아니라 SMR, 수소, 태양광, 해상풍력 등으로 사업 축을 넓히며 주택 중심 수주 구조를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중심으로 바꾸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H-로드(H-Road)' 전략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선다. 2030년까지 에너지 매출 비중을 21%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은 주택 경기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독립적인 성장 엔진을 확보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과거 건설업 매출이 분양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주택·건축 부문에 집중돼 있었던 만큼, 에너지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원전과 해상풍력 등 국가 단위 장기 프로젝트가 실적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 역시 대형 원전과 SMR, 원전 해체 등 전 주기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은 원전과 해상풍력, 수소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원전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실제 수주나 매출은 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가시화되는 만큼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규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적 사업 기회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L이앤씨는 한 단계 더 들어가 기술 축적형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DL이앤씨는 미국 엑스에너지와 약 1000만달러 규모의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가 SMR의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준화 설계는 발전소 내 각 설비의 연계 구조를 정형화해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방식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같은 설계를 반복 적용해 공기와 비용을 낮출 수 있어 향후 후속 프로젝트 확장성도 높다.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 역량과 기술 내재화를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DL이앤씨가 추진하는 SMR 표준화 설계의 핵심은 모듈러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방식을 기존의 현장 중심 토목공사에서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 중심의 '제품 조립형' 모델로 바꾸는 시도다. 기존 대형 원전이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며 수년간 건설되는 구조라면, SMR 모듈러 방식은 주요 부품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하는 개념에 가깝다. 이 경우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고, 금융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 번 표준화된 설계를 완성하면 동일한 품질의 발전소를 여러 프로젝트에 반복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4세대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프로젝트 참여 및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이번 사업은 단순 설계를 넘어 표준화·모듈화 기반의 SMR 개발·설계 모델을 구축하는 단계로, 글로벌 SMR 시장에서 신뢰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카타르 태양광 프로젝트와 탄소 압축·이송 설비(CCS 인프라), 호주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동시에 SMR 분야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루마니아 등 동유럽 SMR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수요 확대에 대응해 관련 기술과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왔다"며 “SMR과 수소, 재생에너지 등 분야를 향후 전략 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와 에너지업계에서는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 재편을 두고 “단순한 신사업 추가가 아니라 생존 방식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주택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금리와 PF 부담, 분양 심리 위축까지 동시에 작용하면서 사실상 주택만으로는 실적을 방어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국가 단위 발주가 이어지는 원전과 전력 인프라 쪽으로 사업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국내 주택 시장은 사이클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데다, 중동 변수까지 겹치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진 상황"이라며 “이제는 공사를 따내고 끝나는 구조로는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고,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고 전력을 공급하는 단계까지 들어가야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EPC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운영·유지보수(O&M)나 전력 판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중동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전략 전환을 앞당긴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전력의 '안정적 확보' 자체가 기업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AI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끊김 없이 써야 하는 산업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건물을 짓는 수준을 넘어 전기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핵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원전, 재생에너지, 송전망 같은 전력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수소는 장기 산업, 일본은 이미 방향 정했다”…도쿄서 확인된 한일 탄소중립 전략 차이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장을 총괄한 오가사하라 노리히로(Ogasahara Norihiro) RX Japan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를 '수소'로 꼽으며, 일본 에너지 정책의 특징을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함께 가져가는 통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게 이번 전시회도 크게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차•수소 활용 기술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에는 빠졌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참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일본과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자동차들이 전시된 가운데 현대차의 수소차 NEXO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가 유독 높았다. 현대차는 오는 4월 일본 시장에 수소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으로, 일본 수소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현대차 임원진과 구매 담당자들이 대거 방문해 일본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며 “현대차 외에도 수소 분야에서 관련 기업들의 전시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앞으로 한일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수소를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외부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수소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며 두 에너지를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수소 산업은 탄소배출과 경제성 문제로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수소산업이 위축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의 수소 관련 협회들이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보급 목표는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반면 청정수소입찰(CHPS), 연료전지 등 수소 분야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은 통합 전략, 한국은 단일 축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수소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연료전지 비용은 일본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국가 정책상 반드시 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토요타 중심 산업 생태계, 정부의 지속적 지원, 장기 로드맵 기반 투자를 통해 수소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를 우선하는 전략이다. 최근 에너지 산업의 가장 큰 변수로는 AI와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일본은 데이터센터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수소와 ESS를 결합한 전력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계통용 ESS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스마트그리드 등이 함께 부각되며, 재생에너지·수소·저장장치가 결합된 통합 시장이 형성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한일 양국의 에너지 정책 차이는 수소 산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시장 중심 구조 △장기 정책 유지 △민간 투자 기반인 반면 한국은 △정책(규제) 중심 △경제성 중심 판단 △단기 성과 요구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은 투자 대비 빠른 수익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수소와 같은 장기 산업에서는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수소 산업의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 구조와 정책 지속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 기업 참여 감소도 확인됐다. 미·중 갈등과 일본과의 관계 경색 영향으로 일부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하면서, 한국과 일본 간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수소 분야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일본 수소차 시장 진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에너지 전환은 특정 발전원을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수소, ESS, 전력망을 결합하는 '통합 전략'의 문제라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중심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도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에너지 산업이 기술이 아닌 시장과 국가 전략의 문제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美·中 갈등에 K-배터리 ‘북미 ESS수주’ 수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장기화가 국내 배터리기업에 '수주 증대' 기회로 연결되면서 수혜를 안겨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소재를 자국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시작하면서 높은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능력이 검증된 우리 배터리업계가 공급망 대안으로 인정받아 잇따라 미국시장에서 수주 성과를 올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는 미·중 갈등 속에서 '탈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를 누리며 글로벌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정부로부터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43억 달러(약 6조 4000억 원) 규모의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메가팩3'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 내용을 확인받았다. 해당 물량은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이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100% 단독으로 운영하는 북미 거점으로 리튬인산철(LFP) 각형 배터리가 생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기반 LFP 배터리 고객사를 확보한 첫 대규모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8일엔 미국 제너럴모터(GM)와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테네시주 스프링힐 얼티엄셀즈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셀 생산에 들어갔다. 테네시 공장의 ESS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SI(시스템 통합) 법인 버텍(Vertech)을 통해 △북미 전력망 안정화 프로젝트 △재생에너지 연계 ESS 설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공급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총 5개의 ESS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단독공장 3곳인 △미시간 홀랜드 공장 △미시간 랜싱 공장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NextStar Energy)에 이어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도 ESS 제품 생산을 시작하며 차별화된 생산 역량을 선보일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SDI 역시 최근 미국의 에너지 전문업체와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수주 계약을 따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고객사에 올해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배터리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공장에서 생산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2조원 이상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삼성SDI는 현지 다수 고객과 추가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며, 일부는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온 또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ESS 사업을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ESS 수주 목표는 20GWh 이상이다. SK온은 지난해 9월 미국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최대 6.2GWh 추가 협상권도 확보해 수주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포드와의 블루오벌SK(BOSK) 합작 체제를 종료하고 테네시 공장을 독자 운영하기로 하면서, 오는 2028년부터 해당 공장을 ESS 생산 거점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빅3가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ESS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ESS 투자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AI) 산업 성장도 전력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탈중국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배터리 빅3는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앞세워 미국 현지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해 ESS 단지를 조성할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관세 회피를 위한 중국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도 견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내 현지 생산 능력과 원재료 조달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의 수주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미국의 탈중국 정책이 시장 전반에 걸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조가 장기화될수록 국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속속 마련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주 확대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시장에서 잇단 수주 성과는 ESS사업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 속에서 신성장동력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를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정책을 일부 축소하거나 적용 요건을 강화하면서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오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자동차 업계와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규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최소 3년 이후 수요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실제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차세대 전기차 모델들이 2029~2030년경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시기에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4년 235기가와트시(GWh)에서 오는 2035년 618GWh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ESS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수요 확대가 이어지며 국내 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AI 시대 전력은 국가안보”…대통령실, 전력계통 안정 직접 챙긴다

대통령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력계통 운영의 핵심 기관인 전력거래소를 직접 방문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무게중심이 '탄소중립'에서 '전력·AI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력거래소는 27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남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아 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대통령실 이유진 기후에너지환경비서관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이재식 전력망정책관도 함께 참석했다. 특히 대통령실 AI 정책을 총괄하는 수석이 전력계통 운영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력망을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닌 AI 시대 국가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107일간 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시행한다. 봄철은 냉·난방 수요가 줄어 전력 수요는 낮아지는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증가하는 '저수요·고발전' 구조가 나타나는 시기로, 공급 과잉과 계통 불안정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는 시기다. 실제 올해 설 연휴 기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의 전력수요가 기록되는 등 계통 운영 난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하 수석은 “전력은 산업 활동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기반 인프라"라며 “지능을 생산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국가 경쟁력과 기술 주권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정책 총괄 인사가 전력망 운영을 직접 점검한 것은 데이터센터·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중요성이 정책 최상위 의제로 올라섰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전력거래소는 대책 기간 동안 발전량 조정과 수요자원 활용, 재생에너지 연계 설비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해 전력수급 균형을 관리할 계획이다. 필요 시 출력제어 등 단계적 대응도 시행한다.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분산형 전원 증가로 계통 운영 복잡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전력망 안정성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김홍근 전력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은 “설 연휴 기록적 최소 수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했다"며 “봄철 대책기간에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계통 안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장 방문의 의미를 단순한 계절 수급 점검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전력정책이 요금·발전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AI·데이터 산업 확대에 대응하는 전력망 운영 능력 자체가 국가 경쟁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실 AI수석이 전력관제센터를 찾았다는 것은 앞으로 전력망 문제가 산업·안보·기술 정책과 직결되는 국가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AI·데이터 기반 계통 운영 역량을 더욱 고도화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도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 체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머스크·젠슨황의 경고 현실화?…AI 패권 경쟁서 중국이 웃는 이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적해온 '에너지 격차'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는 속도로 발전설비 확충에 나서자 AI 인프라를 지탱할 전력 공급 측면에서 구조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중국 국가에너지국(NEA)·블룸버그NEF(BNEF) 등에 따르면 중국이 2021년 이후 4년간 새로 설치한 발전설비 규모는 총 1515.3기가와트(GW)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이 건립 이후 누적해온 발전설비 용량(1373GW)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작년에만 중국에서 543GW의 발전설비가 새로 추가됐는데 이는 2024년말 기준 인도의 전체 발전설비(483.1GW)를 웃도는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BNEF는 중국이 향후 5년간 3.4테라와트(TW) 이상의 발전설비를 새로 추가할 것이란 전망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데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지난달 22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래리 핑크 블랙록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AI 보급의 근본적인 제약 요인은 전력"이라며 “가동할 수 있는 발전설비보다 더 많은 반도체 칩이 생산되는 상황이 아주 가까운 시점, 어쩌면 올해 안에 도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중국은 예외"라며 “중국의 전력 성장 속도는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CEO가 이끄는 AI기업 xAI는 현재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황 CEO 역시 전력 접근성이 미국과 중국 간 AI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행사에서 “AI 경쟁력은 에너지, 반도체, 인프라, 모델, 응용이라는 다섯 개 층으로 이루어진 케이크로 볼 수 있다"며 “가장 아래층인 에너지에서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미국의 두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업계의 거물들의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BNEF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 증가분의 38%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에서는 그 비중이 6%에 그칠 전망이다. 2030년 기준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전체 전력 수요 비중도 미국은 약 7%에 달하는 반면 중국은 2%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관련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사만다 다트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미국은 병목 현상에 직면할 수 있지만 중국은 이런 현상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AI 경쟁의 주도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약 20년간 정체됐던 전력 수요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지만 발전설비 확장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AI 수요 증가를 계기로 천연가스 발전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나 엄격한 규제와 공급망 병목으로 인해 발전시설이 실제 가동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친환경 기조로 태양광·풍력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력망의 병목 현상은 AI 산업 성장에 이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전력회사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연결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통보하고 있고 데이터센터 허브로 불리는 버지니아주 북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결함으로 인한 단전 사례도 발생했다. BNEF는 AI 전력 수요와 발전설비 확충 속도 간 괴리가 지속될 경우 2030년까지 미국 일부 지역에서 전력 부족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해 12월 경고하기도 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사만다 그로스 에너지안보·기후 이니셔티브 국장은 “미국에서 에너지가 AI 개발자들의 성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는 경우가 극히 흔해졌다"며 “최근 AI 업계에서 '타임 투 파워'(전력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라는 말이 떠오른 이유는 그것이 바로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반도체 공급이 아니라 전력 가용성"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AI 패권 경쟁의 우위를 확보하는 유일한 요인이 전력만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미국은 여전히 자체적인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중국의 AI 기업들은 현재의 최첨단 기술을 넘어서는 혁신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며 기술력이 서방 기업들에 비해 약 6개월가량 뒤처져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치라그 데카테 애널리스트 역시 “중국은 풍부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반도체 계층과 AI모델 계층에서 여전히 혁신 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재생에너지 관련주, 올해도 ‘트럼프 리스크’ 압도할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친환경 기조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의 상승세가 앞으로도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에서 24억달러 규모의 플래그십 지속가능성 펀드를 운용하는 해미시 체임벌린 글로벌 지속가능 주식 부문 총괄은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작년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재생에너지 산업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지난해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관련주에 환상적인 한 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S&P 글로벌 청정에너지전환 지수(S&P Global Clean Energy Transition Index)는 지난 12개월간 64% 급등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15% 상승했고 S&P 글로벌 석유 지수는 약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S&P 글로벌 청정에너지전환 지수는 이달에만 11% 올라 1월 기준 2019년 이후 최고의 월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초반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차단하는 한편 저탄소 산업을 지원하던 세제 혜택을 종료했다. 또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주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의제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은 계속해서 재생에너지로 유입되고 있다. 전력 수요가 인공지능(AI) 확산과 전기화 추세에 힘입어 증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체임벌린 총괄은 “기후 이슈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해서 투자 기회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게 바뀌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는 비용이 낮고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많은 시장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할 인센티브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비롯한 여러 기관들도 AI로 인해 모든 형태의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짚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가 집계한 결과 체임벌린 총괄이 운용하는 지속가능성 펀드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TSMC 등 기술주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펀드는 또한 수자원 관리 기업인 자일럼, 태양광 업체 넥스트파워에도 투자하고 있다. 자일럼 주가와 넥스트파워 주가는 지난해 각각 17%, 138% 급등했다. 다만 이 펀드는 빅테크와 보험을 포함한 금융주 비중이 높아 지난 1년간 투자 수익률이 S&P 글로벌 청정에너지전환 지수에 비해 부진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체임벌린 총괄은 “당시 더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산업에 매우 강력한 투자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한파와 숏스퀴즈가 부른 역대급 천연가스 폭등…‘에너지 위기’ 수준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됐던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미국 전역에 강력한 눈폭풍이 상륙하며 난방 수요가 급증한 데다, 한파로 천연가스 생산 차질 우려까지 겹치면서 공급 불안이 확산한 결과다. 여기에 가격 하락을 예상했던 트레이더들의 숏 스퀴즈(공매도 청산)가 더해지며 가격 급등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 美 천연가스 가격 3년 1개월 만에 6달러 돌파 2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2월물 선물 가격은 아시아 시장 개장 직후 전장 대비 최대 19% 급등한 MMBtu당 6.28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한국시간 오전 11시 40분 기준 6.100달러로 상승세가 소폭 진정됐으나, 여전히 6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6달러선을 넘어선 적은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 1개월만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주에만 70% 폭등했는데,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사상 최대 주간 상승폭이다. 유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럽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월 셋째 주에만 28유로에서 37유로로 약 30% 급등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40유로 선까지 추가로 상승했다. ◇ '체감온도 -34도' 한파에 마비된 미국 이번 가격 급등의 일차적 원인은 북반구를 덮친 극심한 한파다.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일부 지역이 영하 20도 아래의 강추위를 겪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남부·중부·북동부를 중심으로 강추위가 찾아왔다. 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 1억8500만명이 눈폭풍 주의보 지역에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온도가 화씨 영화 20~30도(섭씨 약 영하 29~34도)까지 떨어졌다. 현재까지 최소 22개 주(州)와 수도 워싱턴DC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눈폭풍 영향으로 전날 하루만 항공편 1만편 이상이 취소됐다. 1만편은 미국에서 하루에 운항하는 전체 항공편의 4분의 1에 육박하는데 이런 결항 규모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나 볼 수 있었다. 이번 눈폭풍으로 미국 전역에서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뉴욕 5명, 텍사스 1명, 루이지애나 2명이며 저체온증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한파가 확산되면서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는 급증했지만 공급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텍사스주에 위치한 주요 천연가스 생산 시설의 약 10%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최근 며칠간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하루 기준 약 100억 입방피트 감소한 반면, 수요는 180억 입방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한파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로는 생산·수출 위주의 투자 구조가 지목된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힘입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의 LNG 생산량은 2021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현재 멕시코만 연안에 8곳, 동부 해안에 2곳의 수출 시설이 운영 중이다. 이달 초 미국 LNG 시설의 가스 처리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체 생산량의 18%를 차지했다. 그러나 텍사스의 주요 가스 생산업체인 BKV의 크리스토퍼 칼닌 최고경영자(CEO)는 생산과 수요가 급증했지만 저장 시설은 거의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장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가 강하면 가격 급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 현상을 “무거워지는 사람이 트램펄린 위에 뛰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 반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중국과 일본은 최근 몇 주간 한파를 겪었음에도 충분한 재고와 장기 계약 물량, 대체 연료 선택지를 확보하고 있어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알고리즘 뚫린 '숏 스퀴즈'…ETN 투자자도 희비 교차 여기에 가격 하락을 예상했던 트레이더들의 공매도 청산도 이번 급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수의 가스 트레이더들은 충분한 공급을 근거로 이달 초반부터 가격 하락에 베팅했었다. 그러나 유럽의 한파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자극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자 유럽 트레이더들은 숏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다급히 매수에 나섰고, 미국에서도 숏 스퀴즈가 뒤따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자동으로 매수·매도 주문을 실행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역시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있었으나, 선물 가격이 주요 저항선을 잇달아 돌파하자 손실을 감수하며 계약을 되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주 초 100%에 육박했던 숏 포지션은 지난 22일 기준 45%까지 급격히 축소됐다. 에너지 가격 헤징 자문사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우다얀 바타차르야 수석 트레이더는 “포지션이 과도하게 한쪽으로 쏠렸던 사례"라며 “여기에 나쁜 날씨와 정치적 긴장이 더해지면 최근 며칠간 우리가 본 것과 같은 공격적인 숏 커버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가스 트레이딩 업체 업리프트 에너지 스트래티지의 폴 필립스 수석 전략가는 “지금은 모두가 패닉 상태"라며 “불과 지난주만 해도 시장에서는 겨울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NBC는 “상황이 점차 나아지겠지만 눈과 매서운 추위는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2021년 2월처럼 대규모 LNG 수출 차질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유럽을 중심으로 가격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을 2배 추종하는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가격은 지난주에만 약 58% 급등했으며, 이날도 장중 18%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천연가스 일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D' 가격은 지난 16일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지난주에만 약 50% 급락하며 사실상 반토막 났다. 이날 역시 장중 18%가량 추가 하락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인터뷰]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 “AI·탄소중립, 둘 중 하나 선택할 문제 아니다…전력 인프라·시장 구조 전면 재설계해야”

“AI와 탄소중립은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라, 동시에 달성해야 할 과제입니다. 문제는 이를 감당할 전력산업 구조와 전력망이 준비돼 있느냐는 것입니다."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기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전력 수급·시장 체계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학회 슬로건을 'AI와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대한전기학회'로 정한 배경에 대해 “AI도, 탄소중립도 결국 해답은 전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능력이고, 탄소중립 역시 전기화와 저탄소 전원의 확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2030년이 승부…비수도권 2단계 전략 필요" 박 회장은 AI 산업의 시간표가 촉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AI 산업의 1차 승부는 2030년 이전에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 시기까지 국내 AI 인프라, 특히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AX(인공지능 전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권 입지 한계도 분명히 짚었다. “수도권은 이미 계통 여력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며 “개통 영향 평가로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분간은 비수도권으로 AI 데이터센터를 분산 배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남처럼 원자력과 LNG가 풍부한 지역, 호남처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을 활용해 2030년까지는 비수도권 중심 전략을 취하고, 이후 송전망이 보강되면 수도권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2차 전기본, AI 수요부터 다시 써야" 박 회장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AI 전력 수요 재산정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1차 전기본은 2023년에 착수되어 AI 수요를 예측했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 속도는 당시 가정을 완전히 뛰어넘고 있다"며 “2038년 기준 6.2GW 수준이었던 기존 전망은 현재 추세를 보면 큰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산업계에서 거론되는 'AI 전력 수요 20GW' 전망에 대해 그는 “실현 여부를 떠나, 수요 상향 가능성을 전제로 전력 시스템이 이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 산업의 전력 수요는 줄고 있지만, AI·반도체·전기화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며 “12차 전기본은 이 구조 변화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생·원전·LNG·ESS…네 축 모두 필요" 에너지 믹스에 대해서는 명확한 '병행론'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두 축을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며 “여기에 LNG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유연성 축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5년 이전에는 신규 원전의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이후에는 SMR을 포함한 원전 옵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LNG는 완전한 탄소중립 전원은 아니지만, 과도기적 유연 전원으로 적절한 보상을 전제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S와 양수발전 확대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전력시장 구조, 이대로는 안 된다" 박 회장은 현행 전력시장 구조에 대해 “에너지 전환과 AI 시대를 감당하기에 구조적으로 너무 낙후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 ▲유연성 보상 메커니즘 강화 ▲실시간 전력시장 조기 도입 ▲지역별 가격 체계 검토를 도매시장 개편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특히 현재 전력시장 운영 기관과 당국이 너무 국내 상황에 매몰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 등 간헐성 자원의 비중이 높은 해외의 전력시장 진화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특히 “재생에너지 100GW 시대에는 지금의 예비력·보조서비스 체계로는 계통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출력 제어와 유연 운전을 제대로 보상하는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매 요금과 관련해서는 “전기요금 결정의 독립성과 거버넌스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전망, 민간 역할 확대 검토할 시점" 송전망 확충과 관련해서는 민간 참여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는 민간이 HVDC 등 기간 송전선로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모델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민간의 역할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HVDC, 인버터, 해상풍력 핵심 장비의 국산화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단기 비용만 보고 해외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스터빈 국산화를 통한 북미 수출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답 제시보다 토론의 장 만드는 학회 역할 강화" 대한전기학회 회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박 회장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찬반이 공존하는 토론의 장을 만드는 플랫폼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전기공학을 넘어 경제·법·행정·AI 등 인접 학문과의 연계를 통해 정책 논의의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전력·에너지 문제는 이제 특정 학문이나 이해관계자만의 영역이 아니다"며 “전문가 집단의 집단지성이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학회가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국내 산업을 키우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요금 체계와 장기적 관점의 정책 설계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신년 인터뷰] 홍종호 교수 “탄소세 왜 유럽에 내나…국내서 부담하고 돈 돌게 만들어야”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 너무 수세적이다. EU에 인증서 비용을 내느니 국내에서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부담하는 게 낫다. 그 돈이 국내에 돌 수 있어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장)는 지난달 23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CBAM 대응 전략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해를 앞두고 우원식 국회의장 인터뷰와 함께 우 의장의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CBAM은 일종의 탄소세이다. EU가 정한 6개 품목(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에 대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EU의 배출권거래제(EU ETS) 가격만큼 비용을 지출해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홍 교수는 올해 본격 도입되는 CBAM에 앞서 배출권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CBAM을 통해 자국의 배출권 가격과 해외 국가들의 배출권 가격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가 유럽 수준에 맞는 배출권 가격을 유지하면 EU에 세금을 내지 않고도 CBAM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최근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 문제를 촉발하며 물리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떼어내 환경부와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대해서는 “에너지 정책이 너무 오랫동안 산업 정책에 봉사하는 구조로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행정부에 충격이 필요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임기 동안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035년 NDC 달성 역시 어렵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향후 5년 안에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현 10% 수준에서 2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별 요금 차등제와 실시간 요금제를 도입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에 대해서는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고 진단하며 재생에너지가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에너지원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설치 여건이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 대부분 국가와 비교하면 훨씬 좋다"며 “재생에너지는 기후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경제성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 -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는가. ▲ 자연과학자들과 소통해 보면 대체로 기후변화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 산업혁명 대비 1.5℃(도) 한도 목표는 달성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도 많고 남북구 빙하 융해, 해수면 상승, 바다 온도 상승 등이 결합하며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사회과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 어떻게 개입할 것이냐다. 전 인류가 공통 목표를 지향하며 함께 가야 하는 문제다. 기후위기 피해가 워낙 심각한 만큼 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추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지금도 배출량 1위는 중국이지만 중국의 탄소 배출 증가 속도는 분명히 둔화됐다. - 기후위기가 우리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 ▲ 10년 전과 비교하면 물리적 피해가 훨씬 커졌다. 경제·금융 분야에서도 기후발 인플레이션, 농산물 가격 급등이 이미 현실이 됐다. 이는 전 지구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식량 공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배출된 탄소만으로도 폭우·폭염·가뭄·산불 같은 피해가 눈에 보이게 나타나고 있고,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는 이런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처럼 영향력이 큰 국가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고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전 세계에 주는 신호는 매우 부정적이다. 기후 피해는 이미 현재진행형인 만큼 한국은 그 안에서 어떤 경로를 찾을지 매우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다. 지금까지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을 평가해보면 어떤가. ▲ 에너지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떼어내 환경부에 붙여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든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과거에는 동력자원부가 상공부와 합쳐지면서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의 일부가 됐다. 당시에는 안정적이고 최대한 싼 화석연료를 공급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시점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화석연료 사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럼에도 산업부 안에 있던 에너지 정책은 오랫동안 산업 정책에 봉사하는 관성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행정부에 충격이 필요했다고 본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오랫동안 물과 기름 같은 관계였다. 화학적으로 결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이제 에너지 정책은 규제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 중요한 건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이다. 탄소를 배출하며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제시됐다. ▲ 53~61%처럼 범위를 제시하는 나라도 없지는 않지만 폭이 상당히 넓다. 50%를 넘어서면 1%포인트를 추가로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8%포인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양쪽(환경계와 산업계) 의견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이렇게 제시된 것 같지만 국민과 산업계에 주는 메시지는 다소 모호하다. 사실 핵심은 2035년 53%가 아니라 2030년 40%다. 2030년 40% 감축은 현재 상황에서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지난 정부에서 충분한 탄력을 주지 못했고 이제 남은 시간이 5년밖에 없다. 2030년에 40%를 달성하면 2035년 53%는 갈 수 있다. 하지만 2030년에 실패하면 2030~2035년 사이에 훨씬 더 큰 추가 노력이 필요해진다. 결국 이 정부가 남은 5년 동안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 부담을 넘기게 된다. - AI 시대에 원전하고 소형모듈원전(SMR)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서 풀 수는 없는 문제인가. ▲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앞으로 전력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1~2년 전만 해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상상 이상으로 폭증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과다 추정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전력 생산의 약 60%를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AI 산업 확대는 전력 소비 증가, 즉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전력 생산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SMR은 결국 시장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러 실질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규모를 줄이면 규모의 경제가 약화되는데 그 상태에서 발전 단가 경쟁력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형 원전도 마찬가지다. 현재 26기에서 신한울 3·4호기까지 가면 30기다. 국토 면적 대비 원전 설비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원전을 더 짓는 게 맞는 선택인지 고민해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지금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너무 낮다는 현실을 먼저 봐야 한다. 이를 최대한 빨리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원전과 화석연료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대중 강의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어디에 설치하느냐', '한국은 바람도 없고 햇볕도 약하다'는 이야기다. 재생에너지가 중금속이나 소음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많은데 상당수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 유럽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이 미국이나 중동처럼 태양광 여건이 뛰어난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독일이나 영국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 이런 논리라면 한국은 애초에 경제성장이 불가능한 나라였어야 한다. 자원도 없고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했지만 결국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인식 변화다. 5년 전보다 시민들의 인식은 분명히 좋아졌다. 재생에너지 관련 가짜뉴스가 문제라는 공감대도 생기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 소득을 늘리고 풍력도 실제로 해보면 우려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10% 수준인데 3~5년 안에 20%는 가야 한다. 25%까지 가도 일본 수준이다. 결코 앞선 수치가 아니다. - 재생에너지공사 등을 통해 공기업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그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이고 시장에서 수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기술 개발은 대기업이 설치와 운영은 중소기업이 맡는 구조다. 태양광 사업자 10만 시대라고 하는데 대부분 중소사업자다. 공사를 만드는 방식보다는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 송전선로 건설이 주민들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주민수용성을 높이려고 투자를 늘리면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문제도 있지 않나. ▲ 송전망 부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발전원이 무엇이든 한국 송전망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이다. 주민 반대를 이유로 책임을 미루는 방식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거의 전부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였다. 충남 당진에 가면 석탄발전소 10기가 있는데 거기서 만든 전기는 당진 시민들에게 거의 쓰이지 않고 수도권으로 간다. 당진 시민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나 실시간 요금제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송전거리가 길수록 손실이 커지는 수도권이 더 비싼 전기요금을 내는 게 형평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를 계속 짓고 전기는 남쪽에서 다 끌어오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하냐는 거다. 이제는 전기 있는 곳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이 가야 할 시대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서남권, 동남권으로 기업들이 내려가면 송전선 부담도 줄고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 한전 적자 상황이 심각하다.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 원가가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구조 탓이다. 전기사업법에는 원가주의가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았다. 산업용 전기를 너무 싸게 공급해 왔고 최근엔 산업용 요금을 올리다 보니 가정용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까지 생겼다. 정치권은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통신요금에는 더 많은 돈을 쓰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에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인색하다. 한전 적자를 결정적으로 키운 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전기요금을 최대한 동결하려 했고 그 결과 국민은 에너지 위기를 체감하지 못했다. 대신 한전의 부담만 커졌다. 이제는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력산업 구조 정상화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 이걸 미루면 탈탄소 시대,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를 제대로 버텨내기 어렵다. - 올해 유럽에서 CBAM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데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겠는가. ▲ CBAM은 국가가 국가를 상대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온 탄소를 이유로 제재하는 첫 사례다. 예전 같았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난무했을 텐데 대부분 나라가 그러지 못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탄소 비용을 내부에서 부담하면서 생산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다른 나라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그건 탄소 누출이 되고 기후 대응이라는 대의에 어긋난다. 문제는 한국이 너무 수세적이라는 거다. EU에 인증서 비용을 내느니 국내에서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을 늘려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게 낫다. 그 돈이 국내에서 돌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는 고통만 주는 게 아니다. 제대로 설계된 규제는 혁신을 만든다. 탈탄소 공정,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산업계가 어렵다는 건 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정책·금융·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하고 산업계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일반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가. ▲ 우리는 여전히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 짧은 기간에 성장해 왔고 그 경험을 한 세대가 아직 사회의 중심에 있다. 이걸 무시하고 환경 의식이 낮다고 비난해 봐야 답이 안 나온다. 기후 문제를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로 봐야 한다. 기후 문제는 먹거리 문제고 일자리 문제고 물가 문제고 생존 문제다. 이 인식이 퍼지면 공감대는 훨씬 커진다. 기업들도 해외에 나가면서 공급망 실사, 스코프 1·2·3 같은 규범의 압박을 체험하고 있다. 결국 남은 건 정치권과 언론이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처럼 합의 가능한 모델을 키워야 하고 언론은 가짜뉴스를 줄이고 세계 흐름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기후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경제성 때문에 가는 거다. 제일 싸고 제일 빠르다. 이걸 인정하면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의 소모적 갈등도 줄어든다. 결국 해답은 재생에너지를 키우는 데 있다. 대담=강찬수 기후환경전문기자 정리=이원희 기자 □ 홍종호 서울대 교수 프로필 ◇약력 △1963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석사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 위원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아시아환경자원경제학회(AAERE) 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한국환경경제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소(ISD) 소장 △세계은행(World Bank) 컨설턴트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고문 (현)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장 (현)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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