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합의 끝났다”고 선언한 트럼프…美·이란 MOU ‘새판짜기’ 수순? [이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7.10 12:17

美·이란 연이틀 공습, 對이란 제재 복원
‘종전 MOU’ 체제 사실상 마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놓고 충돌
기존 MOU 수정·대체 가능성

NATO-SUMMIT/TRUMP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지난달 18일 발효된 종전 양해각서(MOU)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공식적으로는 폐기하지 않아 MOU 체제는 갈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미국 관계자는 최근 양국간의 군사 충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간 실무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여전히 이란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상선을 공격했다며 이틀 연속 공습을 단행했고, 이란도 중동 지역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커졌던 전면전 우려를 일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서명한 종전 MOU에 대해 “끝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협정을 공식 폐기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군의 대(對)이란 해상 봉쇄 금지 등 일부 조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이번 주 급등했지만 지난 4월 기록했던 고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제는 MOU가 내세웠던 핵심 목표가 사실상 모두 좌초됐다는 점이다. MOU는 모든 적대행위 중단과 대이란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골자로 했지만 현재까지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이행되지 못했다. 양국이 향후 60일간의 후속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이란 비핵화 문제 역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고, 미국이 이란 원유 재제를 다시 부과하자 MOU를 통해 약속된 후속 종전 협상의 개최 여부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모나 야쿠비안 중동프로그램 디렉터는 “MOU는 점차 무너지고 있다"면서도 “양측 모두 전면전으로 복귀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컨설팅 업체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브렛 에릭슨 대표 역시 “현재 내용 그대로라면 이번 MOU는 사실상 죽은 문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기존 MOU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합의를 토대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톰 워릭 선임연구원은 “앞으로도 이번 MOU가 협상의 기반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며 “양측 모두 자신들의 입장이 옳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기존 합의를 수정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OU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힘겨루기를 촉발했고, 지난 2주 동안 두 차례나 무력 총돌로 번지는 결과를 낳았다"며 “갈등의 핵심은 5항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조항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을 정상화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한 뒤, 오만과 협력해 향후 해협의 운영·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문구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중재한 당국자들에 따르면 협상 당시 양측은 일단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호한 표현을 수용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 양국의 해석은 크게 엇갈렸다. IRGC는 해당 조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국제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독점적 통제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판매 허가를 취소하고 이란을 겨냥한 공습에 나선 것도 이러한 해석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양국은 MOU 제5항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은 이날 북동부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성지에서 매장식을 열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시신을 안장했다. 이로써 이달 4일 시작돼 테헤란을 필두로 이란 주요 도시와 이라크 내 시아파 성지를 도는 방식으로 진행된 장례식은 엿새 일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미국, 이스라엘과 전쟁 첫날이던 올해 2월 28일 수도 테헤란의 관저에서 이스라엘 표적 공습을 받아 일가족 12명과 함께 숨졌다.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장례식을 끝내는 매장식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