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원의 부동산 현장] “내 집 짓나, 빚더미 앉나”... 상대원2구역, 운명 가를 ‘지옥의 48시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이 벼랑 끝에 섰다. 지난 11일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의 결별을 선언했지만, 대체재로 점찍었던 GS건설 선정 총회가 무산되면서 사업은 방향을 잃었다. 오는 30일과 5월 1일, 단 48시간 사이에 벌어질 연쇄 총회 결과에 따라 이 사업은 '조기 착공'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제2의 트리마제'가 될지 결정된다. 과거 성수동 트리마제 조합원들은 시공사와의 갈등과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조합 파산을 맞고, 입주권은커녕 토지까지 시공사에 넘긴 재산권 상실의 비극을 경험한 바 있다. 갈등의 한복판에 선 상대원2구역 현장을 점검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1조 원대 사업을 뒤흔드는 리스크의 실체를 추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공사장 외곽 가림막을 가득 채운 현수막들이었다. “2026년 6월 착공 확약", “상대원2구역 시공사는 여전히 DL이앤씨"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전면에 걸려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평당 공사비 480만원대 준수 △중도금 대출금 3000억 원 지원 △조합원 분담금 1억 원 상당 절감 효과 △사업추진비 2000억 원 지원 △GS건설 손해배상 청구 대응 등 구체적인 조건이 나열된 현수막들이 빼곡히 이어졌다. 이들 조건은 DL이앤씨가 조합에 공식 공문으로 전달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조합 측은 해당 공문을 접수하고도 조합원들에게 별도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DL이앤씨는 대표이사 명의의 자료 제출과 공증 절차를 거쳐 관련 내용을 직접 공개한 후 현수막까지 내건 것이다. 성남 상대원2구역 현장은 현재 '기이한 정적'에 휩싸여 있다. 통상 정비사업에서 철거 완료는 착공과 일반분양을 앞둔 '7부 능선' 돌파를 의미하지만, 이곳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사업 추진의 핵심 축인 시공사가 사실상 이탈하면서 사업 동력이 급격히 약화된 상태다. 상대원2구역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3910번지 일대를 재개발해 최고 29층, 43개 동, 총 4885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2015년 10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뒤, 2021년 'e편한세상' 브랜드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조합이 특정 업체의 마감재 적용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 역시 무산되면서 양측 간 입장 차가 확대됐다. 결국 이러한 이견이 누적되며 시공사 교체 논의로 이어졌고, 현재의 갈등 국면으로 번지게 됐다. 상대원2구역 조합은 지난 11일 총회에서 DL이앤씨와의 공사도급계약 해지안을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2269명 가운데 1205명이 참석했고, 이 중 110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며 '결별'은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같은 날 상정된 GS건설 시공사 선정 안건은 '현장 참석 과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GS건설은 △3.3㎡당 공사비 720만원 △2026년 내 착공 △총 3000억원 규모 사업촉진비 지원 등을 제시했지만, DL이앤씨와의 조건 비교를 둘러싸고 조합 내부와 업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실제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믿으며 집행부를 지지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집행부와 신규 시공사의 결탁을 의심하며 해임을 요구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시공사는 정리했지만 새로운 시공사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사업장은 이른바 '무주공산' 상태, 즉 시공사 공백 국면에 들어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철거까지 마친 현장에서 시공사가 없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사업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은 “시공사를 내보냈으면 바로 다음 대안을 확정 지어야 하는데, 2부 총회가 정족수도 못 채워 무산됐다는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당장 매달 나가는 금융비용은 누가 책임지는가"라고 토로했다. 금융 리스크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시공사 공백으로 사업비 대출 연장과 이주비 이자 대납이 불투명해지자, 조합은 지난 13일부터 조합원 각자에게 이주비 이자를 자납하라는 통보를 보냈다. 갈등의 표면적 이유는 '공사비'와 '투명성'이다. 조합 집행부는 기존 시공사의 운영 방식이 불투명하고 공사비 증액 요구가 과도하다며 '적폐 청산'의 기치를 들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은 DL이앤씨에 '시공사 지위 소멸 및 공사도급계약 해지에 따른 귀책 사유 최종 통지'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은 공문에서 계약 해지 사유로 총 6가지를 제시했다. △공사비 대폭 증액 요구 △관련 산출 근거자료 미제출 △옹벽 공사 등 설계 변경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미적용 △HUG 보증 승인 거부 △금품·향응 제공 및 신뢰관계 훼손 등이다. 조합 측은 특히 공사비를 기존 약 9850억 원에서 1조7000억 원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요구와 함께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조합은 DL이앤씨 직원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해당 인물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뒤 감사 착수 이전에 퇴사했으며 이를 조합장에게 전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DL이앤씨가 비상대책위원회와 연계해 조합 집행부 해임을 시도하는 등 사업 운영 전반에서 신뢰를 훼손했다고 보고, 이를 계약 해지의 근거로 포함시켰다. DL이앤씨 측의 반발도 거세다. DL이앤씨는 조합의 계약 해지 결정에 대해 시공자 지위 확인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공시를 통해 밝혔다. DL이앤씨 측은 상대원2구역 시공사 계약 해지와 관련해 이미 법적 대응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조합이 새로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경우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한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지위 확인 소송과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설령 5월 1일에 새 시공사를 뽑더라도 착공은 불가능하다"며 “소송전이 시작되면 최소 3~4년은 사업이 올스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례율 하락에 따른 추가 분담금 공포도 현실이 되고 있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비례율이 130%에서 100%로만 떨어져도 가구당 1억 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며 “여기에 공사비 상승과 소송 비용이 겹치면 수억 원 단위의 '분담금 폭탄'은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는 시공사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합장 지위를 둘러싼 법적 다툼 중인 A씨를 둘러싼 '개인 리스크'가 집행부의 신뢰도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A씨는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자재 납품 등 이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이에 맞서 조합은 5월 1일 시공사 선정 및 조합장 재신임 총회를 준비 중이다. 하루 앞서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조합장, 조합 임원 및 대의원 해임 총회를 예고했다. 결과는 1일 총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총회 참석비다. 조합은 이번 총회에 직접 참석하는 조합원에게 1인당 55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총회의 30만 원보다 2배 가까이 오른 파격적인 금액이다. 조합 측은 총회 참석비 지급이 법적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조합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조합 내부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업계에서는 과거 북아현3구역 사례를 들어, 과도한 참석 수당 지급이 조합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매표행위'로 판단될 경우 총회 결의 자체가 무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합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55만 원이면 실비 보전이 아니라 사실상 '표값' 아니냐"며 “결국 우리 분담금으로 나가는 돈인데, 이렇게까지 해서 정족수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GS 선정 총회에 참석하면 55만 원을 준다는 문자를 받고 황당했다"며 “이건 사실상 표를 사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고, 결국 그 비용이 분담금으로 돌아올 것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대원2구역은 전체 조합원이 2269명에 달해, 참석비 지급 규모가 최대 12억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재건축의 신'으로 불리는 한형기 HK미래주택연구원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성남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상대원2구역 재개발 설명회'에서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조합원들이 분담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시공사 교체에 강하게 반대했다. 한 대표는 “DL이앤씨 유지 시 조합원 총 분담금은 약 1억9000만 원 수준이지만, GS건설로 변경할 경우 약 3억5400만 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설계 변경과 마감재 상향 등이 반영되면 분담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시공사 교체 시 세대당 약 1억1827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분담금은 늘고 준공과 입주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데, 왜 시공사 교체에 집착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합 내부 갈등에 대해서도 강한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오는 30일 해임 총회에서 조합장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며 “이후 5월 1일 총회에서 해임안이 부결되고 시공사 변경이 통과될 경우 분담금 증가, 착공 지연, 각종 소송까지 겹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교체 시 발생할 구조적 리스크를 지적했다. 그는 “시공사마다 설계 철학과 공법이 달라 지하주차장 구조부터 전체 설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기존 시공사가 적용한 특허 공법이나 상세 설계는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사실상 도면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 건축심의와 사업승인 등 인허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착공 일정이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비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최근 자재비 상승과 글로벌 변수로 공사비 인상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공사 교체까지 겹치면 사업비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사비가 이미 높은 수준에서 출발하는 경우 추가 상승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 현장] “상가 갈등, 재건축 핵심 변수로” 장미·압구정서 동시 분출

서울 주요 재건축 현장에서 상가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가 소유자의 아파트 분양 자격을 둘러싼 법적 해석이 핵심 쟁점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업 구조 변화에 따른 '이익 배분'과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갈등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잠실 장미아파트와 압구정 재건축 사례는 이러한 흐름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2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미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2020년 조합 설립 당시 상가와 아파트의 재산과 이익을 각각 분리 정산하는 '독립정산제'를 전제로 출발했다. 당시에는 준주거지역 종상향을 통해 상가 이전과 주상복합 개발을 병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적용 이후 사업 방향이 크게 틀어졌다. 상가 부지가 공동주택용지로 반영되면서 기존 '상가 이전' 중심 구조에서 '아파트 편입' 중심 구조로 재편됐고, 토지 이용 방식 변화와 함께 사업성 구조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다. 상가 측에 따르면 장미아파트 A·B종합상가 부지는 약 6700평 규모로, 상당 부분이 공동주택용지로 활용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가구 수 증가 등 사업성이 확대됐으며 400가구 이상 추가 공급이 가능한 여지가 생겼다는 주장이다. 사업 규모 역시 10조 원대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의천 장미아파트 상가 재건축협의회장은 “상가 부지가 단순 부속 시설이 아니라 사업성 확대의 핵심 토지로 기능하게 됐다"며 “그에 상응하는 권리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은 상가 측이 상가 존치가 아니라 주거전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 사례와 결이 다르다. 공실 리스크와 수익성 저하를 고려할 때 상업시설 비중을 줄이고 주거 비중을 높이는 것이 사업 전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상가 측은 주거전환 비율을 85%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정비계획에는 약 76% 수준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가 측은 “비율 자체보다 산정 근거와 협의 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정비계획 원안도 확인하지 못한 채 결과만 통보받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배경에는 협의 구조에 대한 불신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상가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조합, 특히 2기 집행부는 상가 측과의 공식 협의 테이블을 단 한 차례도 마련하지 않았으며,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등 사실상 접촉이 차단된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은 상가 측 동의율이 9.1%에 불과함에도 아파트 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동의율 71.5%를 근거로 정비계획안 입안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가 측은 이를 “절차 요건만 충족한 채 실질 협의를 배제한 일방 추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당국도 중재에 나섰다. 송파구청은 공문을 통해 조합과 상가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을 수차례 권고했지만, 상가 측은 조합이 협상단 구성 이전에 계획안을 상정하는 등 협의보다 사업 속도를 우선시했다고 주장한다. 상가 측은 “정비계획 원안 공개 없이 결과만 통보하는 방식은 협상이 아니라 일방 통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법적 리스크 역시 갈등을 증폭시키는 핵심 변수다. 현행 도시정비법 시행령은 상가 소유자에게 원칙적으로 상가를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아파트 분양은 제한된 예외 요건을 충족할 때만 가능하다. 특히 상가를 분양받고 남은 권리가액이 '아파트 최소 분양단위 추산액'을 넘어야 하는데, 장미아파트는 최소 평형 기준이 기존보다 상향되면서 기준 금액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권리가액이 낮은 소액 지분 상가 조합원은 요건 충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고, 일부는 현금청산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해 조합 측은 본지에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갈등은 특정 단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압구정3구역 역시 상가를 둘러싼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는 대표 사례다. 단지 중앙에 위치한 상가 특성상 정비구역에서 제외하거나 분리 개발이 어렵고, 지분 쪼개기(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상가의 전유부분이나 지분을 여러 개의 소규모 지분으로 쪼개는 행위) 영향으로 일부 상가 수가 기존 160여 개에서 200여 개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 조합 입장에서는 조율해야 할 권리자가 늘어난 반면, 상가 측 내부에서도 권리 배분 요구가 다양해지는 구조다. 한 현장 관계자는 “압구정 3구역의 경우 과거부터 상가 지분 쪼개기 문제가 누적돼 있어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건축행위 제한 이전에 신축이 이뤄지면 상가 지분이 더 세분화되면서, 향후 아파트 철거 시점까지도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상가 한 곳에 2~3명 이상이 공동지분 형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추후 상가 존치나 분할 여부를 둘러싼 합의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토지가 아닌 상가 분양을 목적으로 한 투자 성격이 강한 만큼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지 단위가 쪼개져 있거나 상가 소유주 수가 많은 구역은 1대1 재건축도 쉽지 않아, 일정 기간 사업 지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도고 했다. 현행법상 상가 조합원에게는 원칙적으로 상가를 분양해야 하지만, 사업 속도를 고려해 일부 상가에 아파트 분양을 허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는 명확한 법적 권리가 아니라 사업장별 합의에 기반한 예외적 운영에 가까워 분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조합 측은 “정비계획 확정 이후 세대수 등을 기준으로 상가 조합원과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현재 설명회도 잡혀 있다"라며 “일부 문제 제기는 과장된 측면도 있으며 사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두 사례는 모두 상가 처리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갈등의 성격은 다르다. 압구정이 '아파트 분양 가능 여부'라는 법적 해석 문제에 가깝다면, 장미아파트는 '확대된 사업성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경제적·협상적 문제에 가깝다. 전자는 판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사안이고, 후자는 협의 구조와 정보 공개 수준에 따라 갈등 강도가 좌우되는 사안이다. 실제로 법적 환경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도시정비법 시행령을 둘러싸고 '상가를 포기하는 경우'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판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관 변경만으로 아파트 분양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조합원 전원 동의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판단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과거에는 상가 분양 포기를 정관 변경으로 처리해 왔지만, 최근 판례는 이를 시행령상 예외 요건 완화로 보며 전원 동의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전원 동의는 현실적으로 충족이 어려워 상가 조합원의 분양 통로가 크게 좁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포주공 2단지와 방배6구역·신반포2차 판례가 병존하면서 사업 설계 자체가 불안정해졌고, 조합은 소송 리스크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장미아파트처럼 상가 비중이 큰 단지는 사업성 배분 문제와 법적 리스크가 동시에 충돌해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법적 기준이 명확하면 갈등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업 구조 자체가 유동적으로 변하면서 이해관계 조정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신속통합기획 등 속도 중심 정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절차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유사한 갈등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담 삼익 재건축(청담 르엘) 사례는 상가 갈등이 재건축 사업 전반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선례다. 이 사업은 2003년 조합 설립 당시부터 상가를 포함하지 않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상가 소유주들의 동의 확보가 쉽지 않자, 조합은 아파트 소유자들만으로 조합을 구성하고 상가 부지는 별도로 분리하는 이른바 '분할 건축(토지 분할)' 구조를 전제로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는 곧바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상가 소유주들은 자신들을 배제한 조합 설립이 위법하다며 조합설립인가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실제로 2017년 1심 법원은 상가 측의 손을 들어주며 조합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사업은 사실상 중단 위기에 놓였고, 재건축 추진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후 2018년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일부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조합 설립이 무효로 볼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아니다"라고 판단을 뒤집었고, 2019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조합의 적법성이 최종 확정됐다. 법적 승소가 곧바로 사업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1심부터 대법원 확정까지 이어진 장기간 소송 과정에서 사업은 수년간 지연됐고, 그 사이 금융비용 증가와 시장 환경 변화 등 추가적인 부담이 누적됐다. 조합은 법적으로는 '상가를 배제한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지만, 실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상가와의 이해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조합은 2018년을 전후해 상가 측과 토지 분할 및 권리 관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 같은 사정에 대해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는 상가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무적으로는 상가와의 협의 없이 사업을 완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동시에 강제적 배제 전략이 장기 소송과 사업 지연이라는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청담 삼익 사례는 이후 재건축 사업에서 상가 갈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점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이어 “상가를 배제하거나 포함하는 방식 모두 협의 없이 추진될 경우 사업 리스크로 귀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상가 갈등이 더 이상 부수적 변수가 아닌 재건축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미와 압구정 사례는 향후 도시정비사업 전반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20억’ 노량진서 ‘원가’, 반포선 ‘로또’… 계급장 뗀 서울 청약시장

서울 분양시장의 가격 질서가 무너졌다. 같은 20억원이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강남의 20억원은 시세 차익이 보장된 '로또'이고, 노량진의 20억원은 상승한 공사비와 사업비가 반영된 '원가'다. 이 기묘한 역전이 서울 주택시장을 둘로 쪼개고 있다. 12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량진 뉴타운 6구역 '라클라체자이디파인'은 전용 84㎡ 최고 25억8510만원, 59㎡ 22억원 수준의 분양가로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특히 전용 59㎡ 기준으로는 강남권 분양가를 웃도는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서는 당초 84㎡ 기준 17억~18억원 수준이 거론됐지만 실제 가격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는 반응과 함께 “입지와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며, 가격 자체보다 '이 가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시장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량진뿐만이 아니다. 흑석동 역시 평당 8000만원 시대에 진입하면서 강남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흑석 11구역 '써밋더힐'은 3.3㎡당 8500만원 수준이 예상된다. 한강 조망과 반포 인접 입지를 앞세워 '서반포'로 불리는 이 일대는 동작구를 사실상 '비강남 하이엔드 시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같은 시기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전용 59㎡ 최고 분양가는 20억4610만원으로, 노량진보다 1억6000만원가량 낮다. 여기에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 역시 전용 59㎡ 최고 분양가가 약 18억6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되며, 주변 시세 대비 수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공급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이 형성되면서 이른바 '로또 분양'으로 불렸고, 특별공급 26가구 모집에 1만9533명이 몰려 평균 7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생애최초 유형에서는 1897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 입지 서열이 높은 강남권 단지가 더 낮은 가격에 공급되고, 비강남권은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분양가 역전' 현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 같은 역전의 배경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있다. 강남·서초·송파·용산 등은 분상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억제되는 반면, 노량진과 흑석은 비적용 지역으로 공사비와 금융비용, 시장 가격이 그대로 반영된다. 결국 같은 26억원이라도 출발점이 다르다. 강남은 할인된 진입 가격이고, 노량진은 상승한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량진 3구역 일대 한 중개사는 “평당 6500만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지금은 7000만원 중반에서 8000만원까지 올라온 것이 주변 시세를 반영한 결과"라며 “인근 단지 실거래가가 22억~23억원인데 신축이면 그 이상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분양가만 보면 비싸 보이지만 시세 기준으로 보면 크게 틀린 가격은 아니다"며 “이번 가격 역전은 시장 문제가 아니라 분양가상한제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강남이 저렴해진 것이 아니라 분상제로 가격이 인위적으로 눌려 있는 상태라는 해석이다. 이 관점에서는 노량진의 가격 역시 비정상이라기보다 시장 가격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상승의 이면도 분명하다. 조합원 부담은 빠르게 늘고 있다. 노량진 8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분담금이 당초보다 2~3억원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입주권 매도를 고민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프리미엄은 상승했지만 거래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격 상승이 모든 참여자에게 이익으로 작용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가격을 떠받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공급 부족이 지목된다. 현장 중개업소들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구조"라며 “매물이 없는데 가격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간 재개발이 지연되며 공급이 묶인 점이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역시 이를 '공급 지연이 만든 구조적 상승'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 가격은 공급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데, 2017~2021년 상승기 당시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며 “당시 충분한 공급이 있었다면 이후 금리 상승 국면에서 가격이 더 안정적으로 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은 공급 부족 상태에서 정책 대출과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수요가 유입되자 빠르게 반등한 구조"라며 “내부적으로는 상승 압력이 우세하고 하락 요인은 금리 등 외부 변수에 제한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파트는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공급을 확대하더라도 실질적인 물량은 2030년 전후에나 반영될 것"이라며 “이미 공급 타이밍을 놓친 상황에서 단기간 내 가격 안정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특히 서울은 가구 수 증가와 지역 간 인구 이동으로 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 중소도시부터 조정이 나타나고 수도권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추가 상승 기대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노량진은 평당 8000만원 이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현재 가격조차 저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시에 시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인중개사들은 “일반분양보다 입주권 시장이 더 현실적인 가격 기준"이라며 “총투자금 기준으로 이미 26억~27억원 수준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청약이 아닌 입주권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완판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분양가 부담이 커진 만큼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청약 쏠림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본지가 만난 복수의 분양 홍보대행사와 공인중개사들 역시 “일반분양은 소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경쟁률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시장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38.3대 1로 직전 분기(288.3대 1) 대비 급감하며 13개 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청약자 역시 10만명에서 2만명대로 줄었다. 수요자들은 더 이상 '묻지마 청약'에 나서지 않고, 시세 차익이 확실한 단지만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이 시장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가격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분양가상한제는 강남에서는 시세차익을 만들어내고, 비강남에서는 공사비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낳았다. 그 결과 강남 당첨자는 '로또'를 얻고, 비강남 실수요자는 '원가'를 감당하는 시장이 형성됐다. 노량진 현장에서도 이 같은 인식은 분명하다. 노량진 3구역 한 조합원은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구조적 불균형이 생긴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반포·서초 쪽이 더 불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노량진과 동작 일대는 앞으로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초동 일대 공인중개사들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노량진이 비싸진 것이 아니라 강남 분양가가 분상제로 눌려 있는 것"이라며 “반포는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돼 당첨 시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이고, 노량진은 공사비와 시장 가격이 반영된 정상 가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강남은 청약으로 싸게 들어가는 시장이고, 비강남은 분양 단계에서 이미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시장으로 완전히 나뉘었다"며 “같은 20억원대라도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 자금이면 반포 청약을 노리는 수요도 적지 않다"며 “노량진과 흑석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접근이 쉽지 않은 시장이 되고 있다"고 살명했다. 장기간 서초 일대 다가구·빌라 투자를 이어온 한 투자자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수년간 재건축을 기다려온 투자자 입장에서는 청약 당첨 한 번으로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투자 과정과 무관하게 단기간에 큰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상제로 강남 분양가가 눌리면서 일부 당첨자에게 이익이 집중되고, 재개발·재건축을 기다린 투자자나 실수요자는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됐다"며 “시장 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분양가상한제는 원래 선분양제 아래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당연한 제도"라며 “이를 일부 지역에만 적용하고 다른 지역은 사실상 방치하면서 분양가 역전, 상대적 박탈감, 지역 간 갈등이 생긴 만큼 책임은 결국 정책을 선택적으로 운영한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 현장] 비강남권 분양가도 20~30억...서울 진입 장벽은 ‘통곡의 벽’

서울의 주거사다리는 더 이상 '한 칸씩' 오르는 구조가 아니다. 비강남 지역 국민평형(전용 84㎡) 분양가가 20억~30억 원대에 진입하고, 비한강권 뉴타운마저 15억~17억 원대까지 올라서면서 중간 단계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더 이상 단계적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진입 가능한 계층이 나뉘는 구조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작구 흑석뉴타운에서 분양을 앞둔 '써밋 더힐'은 전용 84㎡ 기준 약 28억3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분양된 인근 '흑석리버파크자이'가 10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년 만에 약 3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비강남 신축이면 맞벌이 직장인도 접근 가능한 가격대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현금 여력이 있거나 기존 주택을 처분한 수요만 진입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결국 시장이 갈아타기 수요와 현금 부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뉴타운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노량진6구역 재개발 단지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약 25억8000만원, 전용 59㎡도 21억원 안팎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대형은 30억 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단지는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시공하며, 지하 4층~지상 27층, 14개동, 총 149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369가구이며 2028년 11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노량진6구역은 뉴타운 내에서도 사업 속도가 빠른 곳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양 결과가 향후 노량진 전체 재개발 단지의 가격 기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상승은 한강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초 분양가와 최근 실거래(2026년 1~3월 기준), 그리고 분양 예정 단지의 업계 거론 가격을 종합하면 서울 전역에서 신축 가격대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10구역은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약 17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는데, 이는 내달 분양을 앞두고 형성된 예상가로 2024년 인근 단지 대비 2년 만에 약 5억원 상승한 수준이다. 동북권 이문·휘경 뉴타운은 '가성비 지역'에서 고가 신축 타운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 전용 84㎡는 최근 16억2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며 분양가 대비 4억 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다. 서북권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서대문구 연희1구역 '드파인 연희'는 올해 초 분양에서 전용 84㎡ 기준 약 15억5000만원에 공급돼 인근 기존 신축 시세를 넘어서는 '분양가 역전' 현상이 확인됐다. 서남권 강서구 방화동 '래미안 엘라비네' 역시 최근 분양에서 전용 84㎡ 최고가가 18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외곽 신축 분양가가 지역 내 기존 대장 아파트 실거래가를 추월하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거래량(이달 초 집계 기준)은 주요 비강남 지역에서 이미 전월치를 넘어섰다. 성동구는 196건으로 1월(176건)을 웃돌았고, 강동구 역시 213건으로 증가했다. 양천구도 134건으로 전월(114건)을 넘어서는 등 거래 회복세가 뚜렷하다. 가격도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기준 성동·광진(0.31%), 강동(0.29%), 마포·서대문(0.28%) 등 이른바 '준상급지'의 상승률은 강남권(0.36%)과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여기에 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도 상승 전환 조짐을 보이며,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상급지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이 중간 지대를 거쳐 외곽으로 번지는 '확산형 상승' 양상이 뚜렷하다"며 “동시에 고분양가 신축이 가격의 기준점을 끌어올리면서 기존 아파트 가격이 연쇄적으로 따라가는 '키 맞추기'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우선 강남권 규제 변화 이후 상급지 거래가 움직이면서 마포·성동·강동 등 준상급지로 수요가 확산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지며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부담이 일부 완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결정적인 것은 고분양가다. 흑석 28억원, 노량진 25억원 등 비강남 신축 단지 분양가가 시장 상단을 끌어올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는 '가격 재정렬'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는 신축 분양가가 시세를 끌고 가는 시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시장 진입자들은 '비강남 신축 28억 시대'라는 높은 장벽에 정부의 강력한 규제 예고까지 겹치면서 연달아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수도권에 거주 중인 30대 후반의 직장인 A씨는 “2020년 집을 마련한 뒤 상환을 마치고 상급지로 갈아탈 계획이었지만,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대출·거래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며 선택지가 줄었고, 단계적 이동 경로도 불확실해졌다"며 “주거 계획뿐 아니라 자산 전략까지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을 단순한 상승이 아닌 구조 변화로 본다. 과거에는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신축 분양 단지 청약이나 외곽 구축→비강남 신축→상급지로 이어지는 갈아타기 매매 거래를 통해 부동산 자산 상승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비강남 신축 단지 분양가 가격 급등으로 '주거 사다리 타기'의 중간 단계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강남 전용 84㎡ 기준 15억 원이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그 가격이 사실상 최소 진입선으로 바뀌었다"며 “중산층이 외곽에서 시작해 비강남 신축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두 번째 계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이동 경로 자체가 단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도 “최근 시장은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화폐 가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그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부동산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주식처럼 특정 테마에 의존한 자산은 변동성이 큰 반면, 부동산은 입지에 따라 수요가 유지되기 때문에 자금이 계속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모든 지역이 동시에 오르는 것은 아니며,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지역은 점진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결국 수요가 유지되는 핵심 입지로 자산이 집중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최상급지로 수요가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강남권까지 번진 과열 양상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고삐도 한층 죄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최근의 거래량 회복이 가계부채 증가로 직결된다고 보고, 이미 시행 중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대출 한도를 추가로 조이는 '핀셋 규제' 카드를 검토 중이다 금융권 대출 총량 관리 역시 강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최근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되자 당국은 금융권의 대출 취급 동향을 점검하며 증가세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금리 조정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역별 시장 과열에 대응한 관리 가능성도 언급된다. 정부는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세제·거래 규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처분 조건부 대출 요건 등은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다만 구체적인 추가 규제 여부와 내용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사안으로, 현재까지 확정된 조치는 없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책대출 규모를 지난해보다 축소하는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도 중요하지만 가계부채 관리는 국가 경제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며 갭투자로 유입되는 자금 차단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통학길에 차가 씽씽?”…반포 재건축에 50년 전통 산책로 ‘위기’

낮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저녁에는 반려견의 발걸음이 머물던 반포 플라타너스길. 50년 세월을 품은 이 쉼터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재건축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일방통행 도로 계획 때문이다. '산책로를 지키려는 주민'과 '도로가 필요하다는 행정' 사이의 날 선 갈등이 숲길을 뒤덮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 힐스테이트 현장 일대는 평소의 정돈된 분위기와 달랐다. 단지 외곽 담장과 게시판, 주요 길목마다 '세화고 남단 산책로 도로화 반대', '세화여중·고 앞 도로 건설 결사반대', '파괴한 나무들 즉각 복구하고 50년 넘은 플라타너스길을 보존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공고문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QR코드 서명운동 안내문과 함께 구청 항의 전화를 독려하는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이 일대는 사실상 집단 반대운동의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반포3주구 재건축 단지와 래미안 퍼스티지 방향을 연결하는 약 300m 구간의 도로 계획이다. 세화고 남단 플라타너스길 일부를 활용해 일방통행 차량 도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주민들은 이 계획이 단순한 교통 보완책이 아니라 통학로 훼손과 생활환경 악화,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양팔로 'X'자를 세 번이나 그려 보이며 “(도로 건설은) 절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주민들은 지금 이 공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착공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산책로의 플라타너스 나무가 사라진 모습을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감과 불안감이 크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학로인데 어떤 계획이 진행되는지 제대로 설명도 없었다"며 “이대로라면 산책로가 사라지고 차도가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흔적이 보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부 플라타너스가 잘려 나갔고, 비탈면을 따라 옹벽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사 구간이 세화고 남측 플라타너스 산책로와 맞닿아 있어, 수목이 제거된 지점 역시 해당 공사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이 현수막에 '파괴된 나무들 즉각 복구' '도둑공사'와 같은 강한 표현까지 동원한 것도 이런 절박감 때문으로 읽혔다. 서초구는 본지에 “반포종합운동장 진출입로 개선 공사 과정에서 차량 교행을 위한 도로 확장과 옹벽 설치가 진행되면서 산책로 내 수목 3그루를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구는 해당 조치가 토사 유실 방지와 지반 침하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쟁점은 세화고 학생들의 보행 안전이다. 플라타너스길은 등하교 시간 수백 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핵심 보행 축이다. 여기에 차량 통행이 시작되면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이는 '혼용 구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통 혼잡 역시 예고된 문제다. 주민들은 새 도로가 생길 경우 ▲반포3주구 입주 차량 ▲상가 이용 차량 ▲세화고 등하교 차량 ▲반포종합운동장 사거리 우회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에 거주하며 학창 시절 내내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는 세화고 3학년 학생은 “이 길은 매일 친구들과 함께 오가는 통학로"라며 “차가 다니는 도로가 생기면 학생들에게 상당히 위험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세화여고 3학년 학생도 “체육 시간마다 플라타너스길을 지나 반포종합운동장으로 이동한다"며 “학생들이 수시로 오가는 길인데 이곳에 도로가 들어선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래미안 퍼스티지 127동에 거주하는 한 입주민은 창밖으로 플라타너스길의 공사 상황을 매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플라타너스 산책길을 없애고 트리니원 전용 출입구를 만드는 것 아니냐"며 “특정 아파트 단지에 특혜를 주기 위해 학생과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없애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 도로 계획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사업의 출발점이 수년 전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 내부에서 제기된 요구였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삼성물산이 '래미안 트리니원'으로 시공하는 프로젝트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주민 설명에 따르면 2020년 5월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 게시판에 세화고 남단 일대 도로 개설을 검토해 달라는 의견이 올라왔고, 이후 구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해당 구상이 행정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당시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기부채납을 하는 만큼 단지 접근성을 높일 연결 도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이번 도로 계획이 단순한 교통 대책을 넘어 특정 단지의 동선 개선 요구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플라타너스길에서 만난 반포동 주민은 “수십년 공공산책 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는 절차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주민들은 계획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상황을 알게 됐다"며 “행정 절차가 지나치게 불투명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반포3주구 조합 측은 해당 도로가 조합 요구로 새롭게 추진된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세화고 남측 도로는 이미 아파트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계획도로로, 조합이 새로 만들자고 제안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조합 정비계획에 포함된 의무 사업도 아니지만 교통영향평가 과정에서 구청 인허가를 전제로 조합이 공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당초 폭 8m 양방향 도로 계획을 수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구 관계자는 “수목 보존과 산책로 유지라는 주민 요구를 반영해 일방통행으로 설계를 변경했다"며 “래미안 퍼스티지 솔마을 인근의 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회전교차로 설치를 포함한 절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햤다. 당초 2022년 교통영향평가에서는 폭 8m, 연장 약 300m의 양방향 도로가 반영됐으나, 주민들의 수목 보존과 산책로 유지 요구를 고려해 현재 폭 5m, 1개 차로의 일방통행 도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구는 “일방통행으로 전환할 경우 보도가 확장되고 차량 상충 위험이 줄어 보행 안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과속방지턱과 표지판 설치 등 교통안전 시설과 속도 저감 대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최근 '세화고 남단 도로 일방통행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한 교통영향평가 용역' 협력업체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새 도로를 완전히 신설하는 사업이라기보다 세화고 남단 기존 구간을 포함한 일대 교통체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검토하는 절차다. 재건축 이후 늘어날 차량을 감당하기 위해 인근 도로의 흐름을 다시 짜려는 것이다.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세화고 남단 도로 논란과 관련해 “해당 도로는 조합이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 이미 도시계획에 반영된 계획도로"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도로로 조합 정비계획에 따른 의무 사업은 아니지만, 교통영향평가 과정에서 구청 인허가를 전제로 조합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협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초 양방향 도로 계획이었지만 인근 주민 민원을 반영해 일방통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교통영향평가를 다시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합은 공사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직접적인 수혜는 없는 상황이라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절차는 일방통행 전환 시 교통 흐름과 문제점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부연했다. 서초구도 세화고 뒤 산책로 일대 도로 개설 계획과 관련해 해당 사업이 신반포로 일대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우회도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구에 따르면 해당 노선은 신반포로에서 반포3주구와 세화고 사이를 통과해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한 것으로, 서울시가 2002년 고시한 '반포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 폭 20m 계획도로로 반영돼 있었다. 이후 반포1·2·4주구, 반포3주구, 래미안 원베일리 등 인근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교통 수요가 증가했지만 세화고 앞 구간은 학교 건물로 인해 차로 확장이 어려워 병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 보완 대책으로 교통영향평가에 해당 도로 개설이 포함됐다. 반포 일대에서 재건축이 연달아 진행되면서 이에 따라 교통 혼잡도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결국 기존의 도로망을 개편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자체 입장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행사 관계자는 “서울은 노후 아파트가 많은 지역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재건축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꾸준한 곳"이라며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기존의 전통적인 인프라 역시 개발이 필요한데, 이는 주민과 갈등을 불러올 요소가 크다. 관할 지자체가 사전에 주민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장혜원의 부동산 현장] “아파트 담장 하나에 1000억?”…원베일리 ‘발칵’

서울 서초구 반포동 초고가 아파트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가 단지 외곽 보안문 설치를 추진하면서 관할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초구청이 최대 1000억 원 가량의 이행강제금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관계자는 지난 9일 작성한 '공공개방시설 및 공공보행통로 관련 이슈' 문건을 통해 서초구청의 행정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본지는 해당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서울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총연합회에 전달됐으며, 총연합회 측은 “안건이 정리되면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자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건에는 서울시의 '오픈 아파트 정책'을 근거로 관할 구청이 공동주택 단지 경계에 담장이나 보안문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담겼다. 특히 서초구청이 건축법 제75조를 근거로 원베일리의 외곽 보안문 설치 시도를 위법 행위로 판단하고 이행강제금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건은 “서초구청이 특별건축구역에서 특례를 적용받은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행위허가 신청을 일괄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며, 보안문 설치가 강행될 경우 수백억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주민들에게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은 또 아파트 단지가 기본적으로 사유지이자 주거침입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위요지'에 해당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외부인이 거주자나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 범위를 벗어나 출입 통제를 인식하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단지 내부에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함께 제시됐다. 또 공동주택관리법과 시행령에서 정한 허가기준을 충족할 경우 지자체는 행위허가를 해야 하며, 단순히 사업시행계획 인가 조건이나 지구단위계획을 이유로 행위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도 인용됐다. 입대의 관계자는 본지에 “서초구청 설명 과정에서 100억 원 수준을 안내받았다는 주민도 있고 많게는 1000억 원까지 거론됐다는 얘기를 들은 주민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서초구청이 이행강제금을 단지 전체 면적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입대의가 추진하는 것은 단지 전체 구조 변경이 아니라 출입 게이트 설치에 불과한 만큼 전체 면적을 기준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측은 본지에 “행정처분에는 원상복구 명령, 건축물대장 위반건축물 등재에 따른 각종 행위허가 제한, 건축 이행강제금 부과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백억 원대 이행강제금 부과'와 관련해서는 “공동주택관리과에서 구체적인 이행강제금 액수를 안내한 사실은 없다"며 “다만 제재 방안 중 하나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원베일리 측에 보낸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건축법 제75조 적용 여부다. 해당 조항은 특별건축구역에서 건축 기준 특례를 적용받아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사용승인 이후에도 건축물의 형태·재료·색채 등 원형을 유지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원베일리가 재건축 과정에서 공공보행통로와 공공개방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조건으로 건축 인센티브를 받은 특별건축구역 단지라는 점을 들어 보안문 설치가 원형 유지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입대의는 보안문 설치가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입대의 측은 공공보행통로 이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단지 주거 공간 출입만 제한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실제 입대의가 의뢰한 법률 자문에서도 유사한 의견이 제시됐다. 법무법인 텍스트는 자문 의견서에서 “펜스 설치는 건축물 외부 디자인이나 형태·색채 등을 변경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고 공공보행통로 이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건축법 제75조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원베일리는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의 '특별건축구역' 특례를 적용받은 단지다.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상 도시 디자인 개선이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일반 건축 기준을 완화해주는 대신 공공시설 제공이나 보행 공간 개방 등을 요구하는 제도다. 원베일리는 재건축 당시 공공보행통로와 커뮤니티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조건으로 인동거리 완화 등 건축 특례를 적용받았다. 이에 따라 단지 내에는 스카이브릿지 카페, 북카페, 독서실, 창업지원시설 등 총 13개의 공공개방시설이 조성됐으며 외부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오픈 아파트' 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도시 속에서 폐쇄적인 '섬'처럼 형성되는 것을 막고, 보행 동선과 공공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최근 한강 관광객과 방문객 유입이 늘면서 단지 내부가 사실상 관광 동선처럼 이용된다는 입주민 불만이 커지면서 사유재산권과 도시 공공성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외부 방문객 증가로 생활 불편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원베일리 단지 현장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지금은 날씨가 추워 단지가 비교적 조용한 편이지만 날이 풀리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한강 나들이를 나온 외지인들이 단지 안으로 들어와 벤치나 놀이터에 앉아 한참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락을 꺼내 나눠 먹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 밤늦게까지 머무르다 새벽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결국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구립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한 입주민은 “서울 외곽 아파트들도 대부분 설치하는 보안문을 왜 우리는 할 수 없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단지에서는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커피컵을 들고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외지인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거나 공용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모습도 쉽게 목격됐다. 단지 외곽공공보행통로를 따라 산책하던 외부인들이 단지 내부 커뮤니티 시설등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실제 이번 갈등이 특히 원베일리에서 크게 불거진 데에는 단지의 입지와 시설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베일리는 한강공원과 세빛섬, 고속터미널 일대 상업지와 맞닿아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단지 내 스카이브릿지 카페 등 공공개방시설이 조성되면서 외부 방문객 유입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원베일리가 반포 일대 대표 고가 아파트로 주목받으면서 사실상 '관광 동선'처럼 소비되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방문객들이 단지를 산책하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개방시설 가운데 이용률이 높은 스카이11·스카이9 카페 관계자는 “외부 방문객과 입주민 이용 비율이 대략 5대5 정도"라고 말했다. 카페 내부는 평일 오후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과거 사회적기업 스터디 모임 차원에서 공공개방시설을 팀을 짜서 둘러봤다는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원베일리가 공공개방시설 랜드마크처럼 알려지면서 단체 방문이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시설 운영 수익이 제3자가 가져가는 구조라면 입주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공공개방 공간을 둘러싼 갈등은 서울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디에이치 아너힐즈, 서울숲 트리마제, 마곡 엠밸리 등에서도 외부 방문객 증가와 단지 보안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공공기여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사회적으로 약속한 부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맞다. 다만 외부 이용으로 인한 불편이 있다면 시설을 폐쇄하기보다 관리 강화나 운영 방식 조정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개방 여부를 넘어 현실적인 타협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외부 이용으로 발생하는 관리비를 지자체가 일부 지원하거나, 예약제·시간제 방식의 '소프트 개방'을 도입하는 방안, 외부인 이용료를 받아 관리비로 환원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공공개방시설 운영 기준을 마련해 외부인 이용료 징수, 개방 시간 제한, 사고 책임 분담 등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제도 정비에 나선 상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