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휴전] 한숨 돌린 산업계…‘업황 회복’ 기대 속 ‘전쟁 불씨’ 우려

미국과 이란이 전쟁 발발 39일만에 휴전에 합의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얼어붙은 기업 심리가 회복되길 기대하고 있다. 원유 및 파생상품 공급이 제한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 속에서 향후 협상 양상 등을 눈여겨보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은 7일(이하 현지시각) 앞으로 2주간 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조건이다. 에너지 가격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다음달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휴전 사실이 전해진 이후 전장 대비 10% 이상 급락했다. 하락률이 한때 19%를 넘기도 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거래가 역시 전날보다 15% 안팎 떨어졌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이 끝나기 직전 양측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종전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산업계는 '에너지 대란' 등을 걱정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71개 기업을 대상으로 '2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분기 대비 1 포인트(p) 하락한 '76'이 나왔다고 8일 밝혔다. BSI가 기준선인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중동 리스크' 노출도가 높은 정유·석유화학(56)과 철강(64) 등에서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발표한 '4월 전망 BSI' 집계 결과도 비슷했다. 전쟁 발발 이전 조사한 3월 전망 수치는 기준선을 넘긴 '102.7'을 기록했지만 4월 전망치는 85.1로 급락했다. 한경협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휴전 소식이 전해지며 대부분 업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비상 경영'을 선언했던 항공 업계는 향후 유가 추이 및 연료 수급 상황을 면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소비심리 위축을 걱정했던 여행 업계 역시 일단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국면 등을 지켜보며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는 구상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향후 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위기 대응책을 세워놓고 계속해서 바뀌는 정세를 살피고 있다. 정유 업계 역시 대체수급로 확보 등 기존에 준비하던 체질 개선 작업을 계속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슈퍼 사이클'에 찬물을 끼얹을 변수가 하나 사라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부산물인 헬륨·브롬 등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는 헬륨의 65% 이상을 카타르에서 수입해왔다. 다만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산업계 표정이 100% 밝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중동으로 향하는 수출이나 여객 수요가 정상화돼야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고차 업계는 중동 수출길이 막히면서 현금 흐름에 타격을 입고 재고가 쌓이는 고민을 안고 있다. 우리 정부는 맞춤형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우리 유조선의 통항 가능 여부를 확인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동전쟁 일자리 충격을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행동에 나선 사례도 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대기업들은 그룹 차원에서 차량 5부제 등을 시행하고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HD현대는 선박 건조 핵심 원재료인 에틸렌, 도료 원료 등을 협력사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중소 협력사들의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해서다.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에틸렌 2000t을 수급해 요청하는 회사에 제공하는 식이다. 에틸렌은 선박 강재 절단 등에 사용된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0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전쟁 관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이 서로의 요구를 일정 수준 수용하며 휴전에 돌입한 만큼 종전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미-이란 휴전] 호르무즈해협 열리더라도…정유·석화 ‘중동 의존 줄이기’  급선무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했지만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의 시선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여부에 쏠려 있다. 이번 미-이란 전쟁뿐 아니라 중동 일대 분쟁 또는 지정학적 불안이 발생하면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든 '사실상 봉쇄'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정유와 석화업계는 호르무즈의 통항 정상화를 계기로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료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경영 상수'로 두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급처 다변화 전략은 원료 수급 안정성 확보라는 장점과 국내 산업구조 공급망 변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의 세밀한 접근이 절실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과 석유화학사들은 미-이란 전쟁이 2주 동안 멈춘다는 소식에도 대응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료 수급처를 추가 모색하는 노력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휴전 직후 하락세를 탔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 배럴당 109.27달러에 마감했지만, 이날 오전 9시 94.76달러로 개장하면서 1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전쟁 직전인 2월 27일 72.48달러에 마감했던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그렇지만 미-이란 전쟁 이후 정유사들과 석화사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안정적인 원료 수급처를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0%가량이 통과하기 때문에 봉쇄하겠다고 나서면 세계 원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은 중국 등 친(親)이란 성향 국가들의 선박을 중심으로 통항을 허용한다거나 친미·친이란 성향별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한다는 등의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장치는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두 차례의 결의 시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유업계와 석화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휴전 소식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발언과 이란의 강경한 태도를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확실해지기 전에는 대응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유사들은 중동 변수와 거리가 먼 북미 지역과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중동 국가들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GS칼텍스는 최근 미국산 원유 구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날 카자흐스탄산 카스피해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원유 8만톤을 전남 여수로 들여왔다. HD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다른 정유사들도 미국산 등 대체 원유 확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석화사들의 경우 LG화학이 이달 11일까지인 대(對)러시아 금융제재 일시 유예를 활용해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추가 확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석화사들은 생산 가능한 기초 유분이 에틸렌과 프로필렌에 한정되지만 그나마 수급이 쉬운 액화석유가스(LPG)라도 원료로 써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정부도 정유사와 석화사들의 수급 문제와 관련한 외교 지원에 나섰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달 UAE에서 2400만배럴 원유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 7일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국하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유사들이 중질유와 경질유를 적절히 배합해서 쓰고 있지만 주로 중질유를 많이 쓰다 보니 중동 사태에 취약했다"며 “앞으로 경질유로 할 수 있는 나프타 정제 시설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정유사와 석화사들이 원유와 나프타 수급처를 다변화한 뒤 국내 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도입 비율이 높고 중질유에 해당하는 중동산 원유에 정제 설비를 최적화했다. 석화사들은 에틸렌과 부타디엔 등 올레핀의 원료인 경질 나프타와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아로마틱 계열에 필요한 중질 나프타를 주력 생산품목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쓴다. 정유사와 석화사들이 원료 다변화 이후 생산 품목의 비중이 바뀌면 일부 품목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원유나 나프타, 요소의 높은 중동 의존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 요소수 사태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비춰 핵심 원료 공급망은 지정학적 요인에 취약하다"며 “미국과 이란이 일시 휴전했더라도 제조기업들이 고유가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은 견딜 수 있지만 공급망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유사들이 오랜 기간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정제 설비를 설계·운영해오면서 주요 석유제품부터 부산물까지 뽑아내 고객사에 제공하는 공급망 때문에 국내 산업 구조가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경질유 등 다른 유종을 도입해 원유 수급을 다변화하려면 수급처 확보 뿐만 아니라 정제설비 개조부터 정제 후 공급망에 미칠 영향까지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정적 원유 수급은 정부나 기업이 외교나 경제적인 면에서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호르무즈 해협 열리나…美·이란 ‘휴전후 종전합의’ 소식에 증시 일단 환호

미국과 이란이 휴전 이후 종전 협상으로 이어지는 2단계 구조의 중재안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린 지 하루 만이다. 다만 휴전 기간을 둘러싼 보도가 엇갈리는 데다 이란이 휴전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거부하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양측의 적대 행위 종식을 위한 2단계 협상안을 마련해 미국과 이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재안에는 양측의 즉각적인 휴전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이후 15~20일 이내 포괄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슬라마바드 협정(Islamabad Accord)'으로 명명될 가능성이 있는 이번 구상에는 해협 운영을 포함한 지역 차원의 관리 프레임워크가 포함되며, 최종 대면 협상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최종 합의에는 이란의 핵무기 포기와 대이란 제재 완화, 동결 자산 해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모든 요소가 이날 중 합의돼야 한다"며 초안은 파키스탄을 단일 소통 창구로 하는 전자적 양해각서(MOU) 형태로 체결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JD밴스 미국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특사,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과 이란 정부는 해당 제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파키스탄 외교부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란은 중재안의 핵심 조건인 해협 재개방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제안 검토 과정에서 어떠한 시한 설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임시 휴전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일시 휴전이 아닌 완전한 종전과 재공격 방지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집트 등 중재국을 통해 1단계 45일 휴전 이후 2단계 종전으로 이어지는 협상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미국과 이란이 45일간 휴전과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초안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를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휴전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는 분위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6일 오후 5시 42분 기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15%, S&P500 선물은 0.4%, 나스닥100 선물은 0.7% 상승했다. 국제유가도 소폭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전장 대비 1.68%, 0.8% 하락한 배럴당 109.67달러, 108.16달러를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지옥 열린다”…트럼프 새로운 최후통첩, 이란 전쟁 중대기로 [이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며 중대 분수령에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재차 꺼내든 가운데, 미국은 장거리 스텔스 미사일 'JASSM-ER'의 중동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전쟁이 6주째에 접어든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데드라인을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에 10일 내 (종전안에) 합의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옥이 펼쳐질 때까지 48시간 남았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가장 큰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시한 만료일인 23일 중동전쟁 해결을 위해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이란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26일에는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의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기준 7일 오전 9시)까지 열흘 중지한다는 것을 알린다"며 사실상 추가 시간을 부여했다. 이런 와중에 “지옥이 펼쳐질 것"이란 말과 함께 새로운 '48시간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전략을 반복할지는 불확실하다. 이미 두 차례 공격 시한을 연장한 만큼 또다시 물러설 경우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이란의 협상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향후 2~3주 내에 그들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이 군사적 공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향후 대(對)이란 군사작전은 스텔스 장거리 순항미사일 JASSM-ER을 사실상 총동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무기 체계를 태평양 지역 비축분에서 이동시키라는 지시가 지난 3월 말 내려졌으며, 미국 본토를 포함한 다른 지역의 미사일도 중동의 미 중부사령부 기지나 영국 페어퍼드 공군기지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재배치가 완료되면 전 세계에서 운용 가능한 JASSM-ER 재고는 전쟁 전 약 2300발에서 약 425발 수준으로 급감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약 75발은 손상이나 기술적 결함으로 사용이 어려운 상태로 전해졌다. JASSM-ER은 600마일(약 96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로, 적 방공망 밖에서 목표물을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전쟁 발발 이후 4주 동안 미군은 1000발 이상의 JASSM-ER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 등 추가적인 군사 옵션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측 간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와 A-10 선더볼트Ⅱ 공격기는 전날 이란군에 의해 격추당했다. F-15E 전투기에 탑승한 조종사 중 1명은 전날 구조됐고 나머지 한 1명은 격추된 후 실종된지 약 36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특히 실종된 조종사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이란 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실종자가 있는 지역에 병력을 파견해 저지에 나섰으나, 미 공군 전투기는 이란군 진입을 막기 위해 공습을 진행하며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이 조종사에 6만6000달러의 현상금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A-10 선더볼트Ⅱ조종사 역시 격추된 전날 무사히 구조됐다. 이로써 전날 이란에서 추락한 미군기 탑승자들이 전원 무사히 구조됐지만 이번 사건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미군 전투기 손실 사례다. 이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가능성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란 지도부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장관은 파키스탄의 중재를 통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는 없음을 시사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파키스탄의 노력에 깊이 감사하며 이슬라마바드 방문을 거부한 적도 없다"면서도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에게 강요된 불법 전쟁을 끝내는 최종적이고 지속 가능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군사 충돌이 격화될 경우 “중동 전역이 당신들에게 지옥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강하게 경고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쟁중에 관세 때린 美…가전·車부품업계 ‘한숨’

미국이 '트럼프 관세 장벽'을 다시 쌓기 시작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제품에 대해 25%의 일률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새로운 리스크가 생기는 상황도 걱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이하 현지시각) 철강 관세 조정 포고령에 서명했다. 철강 등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완제품 가격에 25%의 세금을 일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제품에 포함된 철강 함량 비중에 비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를 단순화한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오는 6일 오전 0시1분부터 적용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정에서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함량이 15% 이하인 완제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 50%가 붙었던 원재료 품목 관세 50%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밖에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도 100%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의 관세 조정으로 삼성·LG전자 등 가전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은 3일 “변압기, 기계류, 화장품 등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한시적으로 경감돼 관세 걱정은 줄고 함량가치 산정에 따른 행정 부담도 다소 완화될 것"이라며 “가전, 전선·케이블, 일부 자동차 부품은 함량 기준이 아닌 전체 가치 기준으로 전환되면서 관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세탁기·냉장고 등 제품을 멕시코에서 주로 만드는 삼성·LG전자는 유불리를 먼저 따져보고 있다. 철강 등 함량 15% 이하 제품은 세금이 아예 면제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부 제품이 오히려 무관세로 들어가는 호재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사는 트럼프 1기 시절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한 이력도 있다. 당시 미국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우리 기업들을 압박하자 현지 생산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만들고 있다.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가전 제품 라인 변경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온 만큼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국과 별도의 무역 합의를 한 국가에는 별도 관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일본·유럽은 15%, 영국은 10%의 관세를 물게 된다. 100%를 내고 들어오는 국가 의약품들에 비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요인이 생긴 셈이다. 관세 부담이 커지게 된 경쟁 상대로는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이 꼽힌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관계부처를 비롯해 주요 업종별 협회, 경제단체 등과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오는 8일에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최로 업계 간담회를 열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번 미국의 행보에 당장 타격을 받지 않더라도 앞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하자 '무역법 122조'를 앞세워 각국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다. 또 아예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도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입장에서 무역 이익을 침해하는 국가를 직접 조사하고 징벌적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보복 무기'다. 거의 모든 수입품은 물론 지식재산권, 보조금 지급 등도 문제삼을 수 있어 그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 '양날의 검'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계속 미국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고용이나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걱정거리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미-이란 전쟁 한 달] 중동 수주 관망세…미국으로 눈 돌리는 건설사들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인프라 재건을 위해 중동 수주가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지 않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건설사들은 잠잠했다. 요즘 건설사들의 최대 관심은 에너지 기업으로의 체질개선. 건설사의 미래먹거리는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물었을 때 그들은 미국을 주목했다. 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이번 중동 위기는 원유 생산과 유통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과거 러우전쟁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우전쟁 당시 러시아의 원유 규제로 유가가 상승했지만 유통이 문제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동 지역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치솟는 유가다. 두바이유는 전쟁 이전인 2월 27일 71.2달러에서 2일 108.9달러로 50% 이상 상승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도 40% 이상 증가하며 100달러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2월 말 1450원대 였던 환율도 2일 기준 1500원을 넘기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자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긴다. 세계 전반에서 물가가 상승하자 각국 금리도 상승추세다. 한국 국채(3년물) 수익률 역시 2월 27일 3.04%에서 2일 3.47%로 0.43%p 상승했다.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시중금리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건설사들은 중동 위기 장기화를 가장 우려한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 타격을 가장 먼저 받게 되기 때문이다. 유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요인은 유류비다. 유류비는 중장비를 운용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의 30% 수준이다. 중동 위기 이전인 2월 27일 1597원이었던 국내 경유 가격은 2일 1907원으로 20% 가량 상승했다. 중장비 운용비용인 기계경비 외에도 석유화학제품 비용상승과 철근·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자비용 상승도 건설업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금리 상승으로 내수시장에서 민간 프로젝트 발주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금리 급등 이후에 좀처럼 국내 주택시장은 계속 침체기"라며 “지식산업센터나 생활숙박시설 등 과거에 잘 팔리던 것들이 지금은 안팔리는 것이 증거"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건설기업은 공급망 관리를 고도화해 공사비 상승에 대비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은 철근·시멘트·아스팔트 등 핵심 자재를 조기계약하거나 가격고정계약을 통해 원가상승리스크를 통제해야한다고 본다. 신규 사업은 원가 상승을 고려해 수익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계약된 공사의 경우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를 반영해야 한다. 중동 상황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자 건설사들은 당분간 관망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종식되고 나면 인프라 투자가 다시 활발해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비치기도 하지만 건설사들은 당분간은 신규 투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2025년 시공능력순위 기준 상위 3개 건설사인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은 중동 지역 분쟁 사태가 향후 글로벌 거시경제와 연결회사의 사업 환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상황을 방어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전략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건설사마다 에너지 신사업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빌딩이 가장 주력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로 플랜트, 토목, 조경 순으로 매출액을 차지한다. 건설부문 제62기 매출은 14조1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3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58억원 감소했다. 삼성물산 2024·2025년 매출액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가장 큰 수익원인 빌딩 부문이 79.5%에서 69.9%로 9.6%p 감소했다. 대신 플랜트 부문은 15.6%에서 23.6%로 8.0%p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조경(0.8%→1.0%)과 토목(4.1%→5.4%) 부문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주된 원인을 하이테크 대형 프로젝트 준공 및 주요 공정 종료에 따른 이익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 공항 등 기술 특화 상품 수주를 확대하고 에너지 솔루션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EPC 수행에서 프로젝트 개발 및 운영 단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미래 에너지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태양광, 그린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4년에는 미국 NuScale사 지분투자를 통해, 2025년에는 GVH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선진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건축/주택이 가장 주력이다. 플랜트/뉴에너지, 토목 등이 뒤이어 매출액을 차지한다. 당기말 자산은 약 27.8조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매출채권 등의 증가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현금성자산은 전년대비 6.2% 감소한 4.8조원을 기록했다. 부채는 전년대비 2.0% 증가했고 자본은 전년대비 4.6% 증가했다. 현대건설 매출비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플랜트/뉴에너지 부문의 성장이다. 2024년 20.6%였던 비중이 2025년 31.7%로 11.1%p 증가했다. 기존 주력 부문인 건축/주택은 66.5%에서 54.3%로 12.2%p 하락하며 현대건설은 에너지 사업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현대건설은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력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믹스의 고도화와 안정적인 공급역량 확보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봤다. 대우건설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건축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토목, 플랜트 등이 순서대로 매출액을 구성한다. 당기말 자산 총계는 13조 358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부채 총계는 9조 8839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8.7% 증가하였습니다. 자본 총계는 3조 474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익잉여금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19.8% 감소했다. 토목부문에서는 해외 프로젝트에서의 손실로 인해 경영 기조가 공격적 수주에서 리스크 관리로 변화했다. 수주실적을 등에 업고 건축부문은 데이터센터 등 비주거시설 수행 역량 확보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계획이다. 플랜트는 2025년에 체코원전사업이 본계약 체결로 이어지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국가별로 기본 도급액을 비교해보면 삼성물산은 중동·북미·아시아를 균형 있게 가져간다. 현대건설은 중동 비중이 약 80%로 제일 높다. 대우건설은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가장 균형있게 가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를 진행하고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 내 태양광 파이프라인의 개발과 매각을 확대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자 한다. 한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2025년까지 미국의 기본 도급액은 없었지만 향후 미국 진출을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미국 홀텍사의 소형모듈원전(SMR)인 '팰리세이즈 SMR-300' EPC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텍사스 루시(Lucy) 태양광 프로젝트와 서남해 신안우이 해상풍력에 이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추가 수주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과거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나온 대미투자특별법을 기회로 보고 있다. 원금 회수는 물론 미국과의 이익공유가 가능한 부문은 전력과 에너지라는 것이다. 미국의 송전망과 전력시설이 노후화됐고, AI 데이터 센터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원전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조선업, 전쟁發 변동 장세에도 끄떡없는 이유는?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생산설비 타격 이후 조선업 종목 주가가 조정을 겪으면서 증권가 전망이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갈리고 있다. 중동 전쟁이 조선업 실적 저하를 유발한다는 분석도 있으나 오히려 조선업이 구조적 수혜를 입는 시기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비등하다. KRX조선 TOP10 지수는 지난달 31일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 한달 동안(3월 3일~31일) 하락을 거듭한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조선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카타르 LNG 공급 불가항력(불가항력적 사항에 대해 계약상 책임을 면제) 선언을 비롯한 변동성이다. 3월 초 카타르는 자국 LNG 터미널에 대한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터미널 가동을 중단했다. iM증권에 따르면, 해당 조치로 LNG운반선의 입출항이 중단될 때 선주는 건조된 선박의 인수를 연기하거나 건조 자체를 지연할 수 있다.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이 LNG운반선을 만드는 한국 조선사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카타르 LNG 운반선 전체가 1개월 인도 지연될 때마다 조선사별로 각각 최대 약 1000억~1500억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최근의 하락은 단기 '노이즈'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조선업에서 긍정적인 사이클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구조 재편'이 이뤄지며 조선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먼저 유효 선복(선박 내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 수요가 증가할 거란 전망이다. 카타르발 LNG 공급 차질이 미국을 비롯한 대체 공급원으로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드론 공격은 글로벌 LNG 공급 거점에 충격을 주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공급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물동량 변화와 운송 거리 증가로 이어져 유효 선복(선박 내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 수요 증가를 낳을 수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주발 아시아향 수송 수요 증가로 선박이 장기간 묶이면서 가용 가능한 선박이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운임 증가도 변수다. 조선업 시황 선행지표인 중고선가(기존 선박의 잔존가치)는 운임이라는 이익을 반영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중고선가 상승은 조선업 중장기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업계 기대감을 드러낸다. 선박의 운임 등락을 나타내는 지표인 클락시 지수(Clarksea Index)와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올해 연초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관계자는 “현재의 운임 급등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선주들은 급등한 운임을 기반으로 일종의 자산가치인 '선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의 이러한 시각을 조선업계에서도 뒷받침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LNG 불가항력 사태'나 물동량 감소가 조선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한국 조선업이 약 3년치 수주 물량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조선업의 사이클이 호재로 작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조선업 '슈퍼사이클(2006)'에 건조되었던 배들의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배의 선령은 20년에서 25년이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선박 건조 규제가 맞물려 선박 주문 수요는 전쟁과 무관하게 증가하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한편,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조선주를 이익 대비 낙폭이 과도한 업종으로 꼽으며 “비중을 중립 이상으로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트럼프 연설에 실망…“6월 전 호르무즈 뚫려야 원유 수급 정상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대(對)이란 군사적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면서도 2~3주간 집중 타격을 예고하자 국내 정유업계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기대감을 접는 분위기다. 해협 봉쇄 장기화로 다수 선박이 묶여 있는데다 중동의 일부 원유 생산시설 가동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종전 선언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정유업계는 원유 공급망 및 국제유가의 전쟁 이전 상황으로 정상화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경제적 손실이 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한데다 중동산 원유 수급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한 정유사들은 정제 설비에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북미나 중남미 원유라도 수급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국내 원유 비축량 기준으로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시한인 오는 7~8월을 고려해 늦어도 6월까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야 미-이란 전쟁 이전 수준의 원유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연설을 통해 “미군의 전략적 핵심 목표들이 거의 달성 단계에 왔다(near completion)"며 “앞으로 2~3주 동안 극도로 강하게 이란을 타격해 선사시대 수준으로 돌려놓을 것"이라며 이란의 항복을 강하게 압박했다. 당초 국내외 언론이 예상했던 '셀프 종전' 발언과는 전혀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이같은 트럼프의 연설에 실망한 정유사들은 미-이란 사태 장기화에 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10대 석유 생산국 중 5곳이 중동에 위치한 만큼 이번 중동 불안으로 전세계 정유사들 간의 원유 수급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원유 수급의 70% 가까이를 중동에서 해서 확보해야 하는 대체 원유가 더 많다. 정부는 지난 1일자로 원유의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4단계 중 3단계인 '경계'로 격상했다. 경계 단계는 자원 수급에 일부 차질이 생기는 경우 발령한다. 현재 정부와 정유4사가 확보한 4월분 원유 물량은 5000만배럴 정도로 최악의 단계까지는 아니다. 물량 추가 확보로 7~8월까지는 버티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안정적 원유 수급이 핵심 사업 경쟁력으로 꼽히는 만큼 정유사들은 대체 수급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어려워진 뒤 정유사들이 처음에는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를 다량 확보하는 데 주저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원유 수급처의 17%를 차지하는 미국산의 경우 점도가 비교적 낮은 경질유라 중질유인 중동산에 맞춰 설계된 정제 설비에 투입하면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도입 비용이 더 비싸지만 수급이 최우선이다 보니 미국산과 중남미산을 중심으로 대체 원유 수급처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미국산과 중남미산은 경질유라 원래 국내 정제 설비에 적합하지 않지만 정부의 비축유 스와프 제도로 중동산 비축유를 쓰게 돼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사우디 등 중동 지역의 정유시설 가동이 정상화되기까지 2~3주 이상 걸린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 100여척이 묶여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완전한 자유 통항이 보장된 시점부터 한달에서 한달 반가량이 지나야 중동산 원유의 국내 반입이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국민연설에 실망감은 정유업계뿐 아니라 국제원유 시장에서 가격 상승으로 반영됐다. 2일 오후 3시 현재 브렌트유는 전일보다 6.5% 오른 배럴당 107.7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5.5% 오른 105.6달러에 거래 중이며, , 두바이유는 128.5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동북아(JKM) LNG 현물가격은 19일 MMBtu당 22.3달러에서 종전 기대감에 1일에는 19.8달러로 내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영향이 반영되면 다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중동 전쟁이 당장 종결되더라도 고유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 연중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시나리오별 내년 4분기 유가 전망에서 △조기 종전 시 90달러 △봉쇄 장기화 117달러 △에너지 시설 타격 174달러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3개 시나리오 모두에서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3달러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시나리오별 전망에서 두바이유 기준으로 전쟁이 4월 말 종결 시 4월에 150~170달러가 형성되고, 하반기는 86~95달러가 형성되며, 연말에는 83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전쟁이 6월말 종결 시에는 6월에 168~192달러가 형성되고, 하반기는 86달러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병효 기자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유가에 달린 국고채 향방…WGBI·바이백으로도 금리 하락엔 역부족 [분석]

국고채 시장이 4월에도 국제유가를 가장 큰 변수로 두고 출렁일 전망이다. 3월 들어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와 고유가 충격이 겹치면서 국고채 금리는 큰 폭으로 뛰었다. 3월에 한국은행 단순매입과 정부 바이백 등 수급 안정 장치가 발표되고 4월부터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됐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하락 전환의 계기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3월 국고채 시장은 '유가 쇼크'의 충격을 정면으로 받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월초 3.04%에서 23일 3.62%까지 약 58bp 상승했고, 10년물 역시 3.45%에서 27일 3.92%까지 올라갔다.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2022년 9월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대를 넘어서고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도가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약세 압력이 커졌다. 채권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3조원 규모 단순매입(10일)을 시행했고, 정부는 5조원 규모 긴급 국고채 바이백(26일)을 발표했다. 3월말에는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가 시장 예상보다 유연한 스탠스를 보인 점과 4월 1일 WGBI 편입 개시에 따른 외국인 매수 기대가 맞물리며 국고채 3년물은 3.53%, 10년물은 3.86%수준으로 상승폭을 낮추며 마감했다. 김수연 한양증권 전문위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중동 사태의 전개 양상과 협상 여부 소식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에 연동되며 가파른 약세 흐름을 전개했다"며 “적자 국채 없는 추경과 바이백 조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매수 주체가 없어 시장 약세 흐름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4월 국고채 시장은 약세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강도와 국제유가 방향성에 주목하며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금리가 하락하려면 국제유가의 추세적 하락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초 국제유가는 50~60달러 선에서 등락을 보이다가 2월 말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배럴당 90~100달러 수준까지 올라섰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서 118달러로 오르는 과정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약 140bp 상승했고, 이 중 절반가량인 70bp 정도를 유가 영향으로 추정했다. 이를 현재 상황에 대입하면 미·이란 전쟁 직전 3.04% 수준이던 국고채 3년물 상단을 3.75% 수준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의 추세적 하락이 확인되고 나서야 국채 금리도 하락 전환한 과거 경험을 토대로 볼 때 현재 금리 또한 레벨을 낮추기 위한 가장 큰 전제조건은 국제유가 하향"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WGBI 편입과 한은 단순매입, 정부 바이백이 금리 급등 속도를 제어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금리 흐름을 하락세로 돌려놓을 정도의 재료는 아니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WGBI 편입 일정에 따르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간 월 평균 7조5000억~9조5000억원 규모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3분기 중 20~30bp 가량의 금리 안정 효과가 예상된다"면서 “2~3분기 중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 인상 경계가 지속될 경우 금리 상단을 제어해주는 완충 역할을,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긴축 경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에서는 단기적인 금리 되돌림 압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이란 전쟁 이후 증권가 전망은 동결 내지 3분기 1차례 인상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실제 공격적 인상보다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동결' 또는 제한적 인상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전망을 기존 연내 동결에서 3분기 인상으로 변경한다"며 “7월에는 동결 소수의견이 있는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연구원은 “이미 가시화된 에너지 공급 충격과 2분기 매파적으로 변화할 금통위원 구성을 고려해 기준금리 연내 동결에서 1차례 인상 전망으로 변경한다"며 “과거 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는 심리가 극도로 취약해진 구간에서 등장했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금리는 고점 부근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이 반영하는 긴축 경로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제유가 급등 국면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니 이번에도 공격적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금리인상이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공격적인 3~4회 금리인상' 공포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변동성에 금융권 ‘흔들’…업권별 여파는 갈렸다 [미-이란 전쟁 한달]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한 달째 지속되며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의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 자극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업권별 체력 차이로 취약점이 달리 드러나는 모습이다. 은행·보험사는 상대적인 체력 우위로 방어에 나섰지만 카드·저축은행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와 중동 지정학적 긴장 확대로 인해 지난달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전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1.3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전쟁 지속과 함께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다 지난달 31일 1530.1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최고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437%를 기록했다. 금융권은 환율·유가·금리·물가 등 시장 지표에 고루 영향을 받는다. 정도에 따라 재무 상황과 업황 변화에도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업권별로 영향을 살펴보면 은행권은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RWA) 확대 및 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커져 자본비율 방어 필요성이 확대됐다. 은행권의 작년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3.51%를 가리키고 있어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양호한 체력을 보이고 있지만 올 들어 배당 확대와 고환율, RWA 증가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지표 하락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말 기준 4대 은행(KB, 신한, 우리, 하나)의 CET1 비율이 전분기 대비 일제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금융감독원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및 고환율에 따른 신용 손실 위험이 있다고 보고 은행권에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자본 여력으로 인해 직접 노출이 작아 현재까지는 안정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2금융권의 경우 고위험 자산인 PF와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높아 부실 충격이 시중은행보다 2-3배 증폭된다. 은행 대비 PF대출 연체율이 3배 가량 높아 실물 부진 시 급격한 자본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신 경쟁력으로 인해 은행보다 유동성도 취약하다. 이는 곧 시장 변동에 따른 자본 유출이나 연쇄 부실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보험업권은 고유가 흐름으로 자동차 보험료 인하와 같은 상생금융 압박과 손해율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에 놓였다. 특히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기에 자동차 정비 부품비 등 정비 원가를 끌어올려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은 부채 가치 감소를 가져오고 채권 등 투자수익률에도 유리해 자본건전성 관리에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캐피탈업권은 시장금리 상승이 조달비용 확대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 직후 국고채·금융채 금리 급등이 여전채로 전이돼 이자가 크게 불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채권금리가 1%p만 상승해도 여전채 만기 도래 물량(올해 약 17조7700억원)의 차환에 따른 추가 이자 비용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3년물(AA+)은 지난달 말 3.951%까지 올라 4%에 근접했다. 본업 면에선 전쟁 국면이 이미 장기간 이어진 소비 위축을 가중시켜 이익 저하에 추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손충당금의 선제적 확대에 나서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는 한편 카드론·리볼빙 등 고위험 상품을 줄이고, 부실채권 조기 상·매각으로 자산 건전성 관리에 바짝 신경쓰고 있다. 저축은행업권은 연체율이 작년 말 기준 6.4%까지 내려오고 본격적인 부실 정리 성과로 흑자 전환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현재의 변동성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수신 기능이 약하고 지방 부동산 PF 비중 높아 유가·인플레이션 충격에 따른 자본비율 약화가 심화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예금금리 상승 압력과 PF부실 확대 가능성은 수익성을 제한시킬 수 있다. 이에 업계는 고금리 상품 경쟁을 줄이고 현금 대비와 보수적 수신 관리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쟁 리스크로 장기 고금리 상품을 자제하는 게 자금방어 면에서 일종의 전략"이라며 “단기 특판 상품은 이자비용이 높지만 머니무브에 대비할 수 있어 단기 유치 방식으로 건전성을 관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전쟁 국면 방향성에 따라 금융사의 대비가 중요해진 시점으로 진단하고 있다. 금융권에는 금융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대외 충격이 예상치 못한 경로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편 금융권에 시나리오별 스트레스테스트와 취약 부문의 지속적인 점검을 주문한 상태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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