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승계지도] 한화 ‘넥스트 김승연’ 계열 분리 관건은 ‘실탄’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한 상태다.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 없이 수직적 체제가 확립돼 있다. 총수 일가는 정점에 위치한 기업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 주력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세 승계 관련 경영 분야 교통정리는 대체로 마무리됐다. 삼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차기 총수 역할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맡을 전망이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유통 및 신사업을 각각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 측면에서는 승계 작업이 이제 막 시작된 수준이다. ㈜한화 인적분할을 시작으로 주력사 지분 맞교환, 한화에너지 상장 또는 합병 등 다양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복 상장 논란 등 각종 변수도 불거질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관건은 삼형제가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실탄'을 얼마나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 ㈜한화 중심 지배구조…'옥상옥' 한화에너지는 삼형제 자금줄 한화그룹 지배구조는 ㈜한화를 중심으로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는 아니지만 ㈜한화가 지주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산, 우주·항공, 에너지, 금융, 유통 등 대부분 사업군들을 아우른다. ㈜한화가 최대주주로 있는 곳은 △한화솔루션(36.31%, 이하 각사 2025년도 사업보고서 또는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32.18%) △한화비전(33.95%) △한화갤러리아(36.31%) △한화생명(43.24%)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80%) △한화로보틱스(67.97%) △한화이글스(40%) 등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30.44%)와 한화시스템(11.57%) 아래에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외에 한화시스템(46.73%)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한화솔루션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57%), 한화임팩트(47.93%), 한화갤러리아(1.39%), 한화이글스(40%) 등 주식을 들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아워홈 지분 58.62% 인수해 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100% 자회사로는 한화푸드테크 등이 있다. 금융 부문의 핵심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이 한화손해보험 지분 51.36%를 가진 최대주주다. 100%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한화투자증권(46.08%)에도 힘을 행사한다. 한화저축은행, 한화육삼시티, 한화손해사정, 한화라이프랩 등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는 '옥상옥' 자리에 있다. ㈜한화 지분 22.15%를 가지고 있다. ㈜한화 주요 주주는 이밖에 김승연 회장(11.33%), 김동관 부회장(9.76%), 김동원 사장(5.38%), 김동선 부사장(5.38%), 북일학원(1.83%) 등이다. 총수 일가 특수관계인 지분율(55.85%)이 과반을 넘긴 상태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은 한화에너지라는 뜻이다. 이 회사는 ㈜한화 최대주주인 동시에 한화시스템(12.80%), 한화임팩트(52.07%), 한화에어로스페이스(0.32%) 등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아래에 '캐시카우'인 한화토탈에너지스를 뒀다. 프랑스 토탈에너지스의 영국 법인 'Total Energies Holdings UK Limited'와 만든 50대 50 합작사다. 한화에너지는 원래 한화S&C라는 IT 서비스 회사였다. 계열사 전산 업무 등을 맡아 성장하다가 지난 2012년 경인에너지를 인수하며 기업 체질을 개선했다. 이후 물적분할, 합병 등을 거쳐 현재와 같은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에너지 지분을 김동관 부회장(50%), 김동원 사장(25%), 김동선 부사장(25%) 등에게 넘겨줬다. 일찍부터 자녀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최근 들어 지분율에 변동이 생겼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주식 일부를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하면서다. 김동원 사장이 5%, 김동선 부사장이 15%를 한투PE 등 컨소시엄에 팔았다. 김동관 부회장 주식은 그대로 남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 지분율은 각각 20%, 10%로 낮아진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 밑그림이 거의 그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핵심 사업을 김동관 부회장이 이끌어간다는 공식이 더욱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3월 ㈜한화 지분을 삼형제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총수 일가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제외하고는 다른 계열사 주식을 거의 매입하지 않은 상태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이글스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0.01%를 소유 중이다.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 지분 0.03%를 들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주식 16.85%를 가지고 있다. ◇ ㈜한화 인적분할 추진…삼형제 '경영 분리' 본격화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게 ㈜한화의 인적분할 발표다. 한화그룹은 지난 1월 ㈜한화를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 부문이 속하는 존속법인과 테크 및 라이프 부문이 포함된 신설법인으로 나눈다고 선언했다.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에는 김동선 부사장이 속한 분야 계열사가 포함된다.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 등 테크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라이프 분야 계열사다. 존속법인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이 남게 된다.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이 책임지는 업종들이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존속 법인 76.3%, 신설 법인 23.7%다. 인적분할 작업은 올 6월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7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자본시장에서는 해당 안건이 큰 이변 없이 임시주총을 통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데다 소액주주들을 위한 이른바 '당근'도 별도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4562억 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금을 25% 이상 상향하는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아있는 구형 우선주도 사들여 없애기로 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인적분할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또는 승계를 위해 이뤄진다는 점을 알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유인을 제공받은 셈이다. 한화그룹은 인적분할 발표 이후 개인 주주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한화 분할의 목적이 단순 승계 작업만이 아니라 기업 가치 제고에도 있다는 점에 상당 수준 공감했다고 전해진다. 분할 이후 김동선 부사장은 독립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형제간 분할은 효율적으로 됐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그동안 김동선 부사장이 맡던 유통 및 신사업 계열사는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아워홈 인수와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한화그룹 측은 인적분할 추진 사실을 발표하면서 “신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본 투자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앞으로는 김동선 부사장 주도로 테크와 라이프 부문의 전략적 협업 및 투자가 지속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로봇, 자동화 설비 등을 활용하는 '스마트 유통' 사업을 영위한다는 게 회사의 최종 목표다. 한화그룹은 이밖에 △독립적 감사지원부서 설치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 △배당정책 및 실시 계획 연1회 이상 공고 △현금 배당 예측 가능성 제공 △주주제안 관련 권리 및 절차의 홈페이지 안내 검토 등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한화 인적분할은 전략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증권가에서 나온다. 회사를 쪼개면서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는 변수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특정 회사에서 자회사 주식가치가 자산총계의 절반을 넘어서면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 자회사 지분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한화생명 아래 금융 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다는 규제도 생긴다. 이 문제는 임시주총 이후 ㈜한화 인적분할이 완료되면 대부분 해결된다. ㈜한화가 부채를 떠안는 방식으로 자산 불리기가 가능해져서다. 신설 법인으로 넘어가는 계열사 지분 가치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한화의 별도 기준 자산총액은 11조2011억원이다.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장부가액은 5조4061억원으로 50%에 근접했다. 이는 전기 말(4조5297억원) 대비 크게 늘어나며 ㈜한화를 압박하는 요소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자 등에 참여한 영향으로 자회사 주식가치가 크게 늘었다. ◇ 김동선, 실탄 마련했지만 지분 정리는 아직…김동관·김동원도 현금 확보 절실 ㈜한화를 분할한 존속·신설 법인이 계열분리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분야 역시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지만 시기를 점치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동원 사장 역시 홀로서기에 나선다면 키를 쥐는 회사는 한화생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자체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서다. 한화생명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세우거나 아예 ㈜한화가 지닌 한화생명 지분을 김동원 사장이 사들이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한화그룹 내에서 아직 금융이 차지하는 위상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한화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74조7854억원이다. 여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금융이 42.73%로 가장 높다. 화약제조업(20.90%), 조선업(19.46%), 태양광(8.98%), 화학제조업(7.83%), 도소매업(5.15%), 레저·서비스업(4.44%), 건설업(4.31%) 등 다른 분야를 압도하는 수치다. 지분 측면에서 독립도 김동선 부사장이 먼저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동선 부사장이 앞서 한화에너지 프리IPO를 통해 확보한 금액은 8200억원 수준이다. 김승연 회장에게 ㈜한화 지분을 받을 때 증여세를 납부하고도 상당한 자금이 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연 회장에게 받은 3.23%의 증여세는 약 6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김동원 사장은 같은 프리IPO에서 3000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증여세를 제외하면 한화생명 등 계열사 지분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확보하기는 부족한 수준이다. 삼형제는 자금 마련 수단으로 배당과 주식 가치 상승 두 가지 전략을 함께 구사하고 있다. 상장사이자 지배구조 중심에 있는 ㈜한화에서는 배당을 받아 자금을 축적하고 있다. 이 회사 지분율은 김동관 부회장 9.76%, 김동원 사장 5.38%, 김동선 부사장 5.38%다. ㈜한화의 연결 기준 현금배당성향은 2024년 9.34%에서 지난해 26.49%로 뛰었다. 인적분할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배당 확대를 약속한 것도 총수 일가의 증여세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는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던 2022년, 2023년 등에도 결산배당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화 지분을 꾸준히 모으거나 신사업 투자를 늘리는 등 궁극적으로 회사 '몸값'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지분 측면에서 한화그룹 계열분리의 시작점은 한화에너지 상장이 될 전망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앞서 프리IPO에 참여하지 않았고 김동선 부사장 분야를 ㈜한화에서 인적분할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분리에 대한 메시지는 확실해졌다. 이후 각각 지분을 주고받거나 필요한 증여세 등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삼형제가 한화에너지 구주를 파는 게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 회사 지분 20%는 약 1조1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분할 전 ㈜한화의 시가총액은 8조5900억원 수준(3월 24일 종가 기준)이다. 일각에서는 총수 일가가 승계를 위한 다음 단계로 ㈜한화 존속법인과 한화에너지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삼형제가 구주를 팔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뒤 양사를 합병해 지배구조를 투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김동관 부회장 체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변수는 시장의 눈높이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선 입법 측면에서 '중복 상장 리스크'가 생겼다. 모든 작업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한화에너지 상장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셈이다. 모회사를 상장하는 이례적인 경우지만 규제를 피해가기는 힘들 전망이다. 삼형제에게 지분이 모두 넘어가는 과정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합병이건 상장이건 결국 한화에너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에너지는 과거 성장 과정에서 '편법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한화S&C가 ㈜한화의 정보사업 부문을 인수할 때 사익편취 지적이 나왔다. 김승연 회장이 지난 2005년 김동관 부회장에게 ㈜한화의 한화S&C 지분 66.67%를 넘길 당시에는 '저가매각 의혹'이 나와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시행 이후에는 일감몰아주기 조사 타깃이 되기도 했다. 한화그룹 승계지도는 방향성이 명확하다. 삼형제가 맡을 분야도 정리가 됐고 이를 위한 준비 작업도 최근 1~2년 사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삼형제가 '실탄'을 얼마나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 확보가 각자 운신의 폭을 넓히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 상장 작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벌승계지도] 신동빈 ‘뉴롯데’ 꿈, 지배구조 정리가 첫걸음

롯데그룹은 지난 10여년간 지배구조 투명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뉴롯데' 비전을 내걸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들을 과감히 해소했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승계를 위한 중장기 밑그림도 그렸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과 일본 롯데 사이 '소유권 분리'가 급선무다.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지분 관계를 재정비하는 작업이 첫걸음이다.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소유와 경영을 아우르는 '신동빈 체제'가 완성된 이후에는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에게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소유권에 대한 승계 고민은 지배구조가 정리된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경영권 측면에서는 신유열 부사장이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을 성공적으로 발굴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 韓日 넘나드는 롯데그룹 지배구조…형제간 분쟁 발단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신동빈 회장이 2017년 '뉴롯데' 비전을 선포하며 투명화 작업에 돌입했지만 아직 정리가 끝나지는 않은 상태다. 한국 롯데그룹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롯데지주다. 2017년 10월 공식 출범하며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마쳤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도 매각했다. 롯데지주는 현재 실질적으로 그룹의 인사, 전략, 미래 먹거리를 결정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3.04%)이다(이하 11일 기준, 비상장사 지난해 기업집단현황공시 기준). 호텔롯데가 11.1%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다. 특수관계인을 합산하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43.44%가 된다. 국민연금공단 지분(6.02%)과 자사주(27.51%)도 있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것은 롯데지주가 출범 당시 계열사들 물량을 대부분 떠안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4개사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쪼개는 인적분할을 단행한 뒤 투자회사를 합치는 식으로 지주사를 만들었다. 해당 물량들은 상법 개정 기조와 맞물려 대부분 없어질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전체 자사주 2885만8476주 중 5% 가량인 520여만주를 이달 31일 소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문제는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호텔롯데가 '옥상옥' 구조에 자리했다는 점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외에도 롯데면세점제주(100%), 롯데건설(43.3%), 롯데알미늄(38.23%), 롯데물산(32.83%), 롯데상사(32.57%), 롯데캐피탈(32.59%), 대홍기획(20.02%), 롯데GRS(18.77%), 롯데글로벌로지스(15.05%), 롯데자산개발(10.62%), 롯데쇼핑(8.86%), 한국후지필름(8%), 롯데웰푸드(0.01%) 등 주식을 보유 중이다. 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렌탈(38.14%)과 금융 계열사 롯데벤처스(39.97%) 등에서는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도 한다.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어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들고 있다. 호텔롯데 주요 주주는 이밖에 L제1투자회사(8.60%), L제2투자회사(3.32%), L제4투자회사(15.63%), L제5투자회사(3.60%), L제6투자회사(3.97%), L제7투자회사(9.40%), L제8투자회사(5.76%), L제9투자회사(10.41%), L제10투자회사(4.44%), L제11투자회사(3.32%), L제12투자회사(4.20%) 등이 있다. 이 중 제1·7·8·9·10·11·12 회사는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의 100% 자회사다. 롯데홀딩스는 제2투자회사를 100% 거느리고, 제2투자회사는 또 제3·4·5·6투자회사 지분을 전량 들고 있다. 호텔롯데에는 광윤사(5.45%)와 패밀리(2.11%) 몫도 있다. 일본 자본이 호텔롯데 지분 99%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는 순환출자 구조로 서로 지분을 나눠가졌다. 롯데홀딩스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지분을 30.98% 들었고,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는 롯데홀딩스 주식 10.65%를 보유했다. 이 위에는 광윤사라는 회사가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4%,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주식 1.70%를 소유했다. 광윤사 주식은 총수일가 특수관계인들이 99.83%를 가졌다. 거칠게 요약하면 총수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호텔롯데→롯데지주→한국 내 주요 계열사 순으로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양국을 넘나드는 복잡한 지배구조는 2015년 '형제의 난'이 일어난 발단이 됐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지만, 지분 측면에서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50.28%)다. 신동빈 회장 지분율은 37.85%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신동빈 회장의 친어머니인 시게미츠 하츠코씨도 지분 10%를 가졌다. 최근 별세한 故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지분 0.28%는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1남3녀에게 상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각각 1.77%, 2.69% 가지고 있다. 오히려 故 신영자 의장 지분율이 3.15%에 달한다.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신동주 회장이 5.12%, 신동빈 회장이 4.61%를 보유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롯데홀딩스 지분 구도다. 롯데홀딩스 주주 구성을 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은 편이다. 미도리상사(5.23%), 패밀리(4.61%), 롯데그린서비스(4.10%), KYUNG YU PTE LTD(3.21%) 등 일본 내 다른 회사들이 주식을 나눠 가졌다. 이 회사들은 롯데홀딩스의 자회사이자 주주라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다. KYUNG YU PTE LTD의 경우 'CHINA RISE ENTERPRISE LIMITED'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이 상단에는 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서미경씨(50%)와 그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50%)이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지분들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광윤사(28.14%)를 지배한다 해도 쉽게 과반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롯데홀딩스 주주 명단에는 여기에 임원지주회(5.96%)와 기타(28.81%)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업원지주회가 들어있다. 종업원지주회는 단일 법인이 아니라 이 회사 직원들의 결사체다. 의결권 행사 시 이사장이 한 번에 표를 던지는 특징이 있다. 광윤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조직·단체들은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경영 능력이 입증됐다는 이유에서다. ◇ 신동빈 '뉴롯데' 韓-日 고리 끊기는 선택 아닌 필수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에 '뉴롯데' 비전을 선포하면서 지배구조 투명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배경이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 고리를 확실히 끊어내 정돈된 지배 체계를 완성할 경우 경영권 분쟁 발생 여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각 계열사 간 시너지나 영업 활동 개선 측면에서도 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야심차게 롯데지주를 출범했지만 호텔롯데 위치를 재조정하는 '숙제'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초 롯데그룹이 추진한 방법은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이다. 신주를 대거 발행하는 방식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지배력을 확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측 지분율을 과반 이하로 낮추면 한국 계열사들이 경영권 분쟁 여지가 사라진다. 롯데지주가 호텔롯데 지분을 취득해 지주사 체제를 깔끔하게 완성하는 안도 한때 시장에서 거론됐다. 이른 시일 내 상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 사업이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해당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이후 좀처럼 회복국면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시장 환경이 변하며 이익도 예전처럼 창출하기 힘들어졌다. 호텔롯데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6조4950억원, 2023년 4조7540억원, 2024년 5조691억원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과 2024년에는 각각 799억3858만원, 455억9123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상장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제값을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뜻이다. 신동주 회장과의 끊임없는 갈등 역시 상장 심사 시 '질적 요건'을 감점시키는 요인이다.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또한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는 자본 흐름 면에서도 비상등을 켠 처지다. 롯데렌탈 매각 불발, 롯데건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등이 맞물린 결과다. 호텔롯데는 보유하고 있던 롯데렌탈 지분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팔아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려고 했다. 공정위가 최근 이를 불허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 침체 등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롯데건설에는 2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붓거나 지원하기로 약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작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롯데 측이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유가증권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수요예측 부진으로 잠정 중단 상태다. 투자자들의 물량은 일단 호텔롯데가 떠안았다. 롯데지주는 주가수익스와프(PRS) 같은 복잡한 금융 기법을 동원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올해 상장에 성공할 경우 그룹 뿐 아니라 호텔롯데의 자금난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한국-일본간 지배구조 고리를 끊어내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진단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최근 10여년간 유독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2017년에는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아 휘청였고, 2019년에는 '노 재팬'(No Japan) 불똥까지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주력인 유통·면세 사업의 숨통을 조였다. 이후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재무 리스크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 중 경영권 분쟁과 노 재팬에 따른 타격은 그 궤를 같이한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이 번지며 이미지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두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가짜뉴스들이 공통적으로 번졌다. 롯데칠성(당시 롯데주류)은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며 '처음처럼은 한국 소주입니다'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를 성공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롯데그룹 승계지도를 그리는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 韓사업 정상궤도 올려야…신유열 행보에도 관심 롯데그룹 개인·법인들은 지배구조 정리 과정에서 롯데지주 지분도 소폭 팔거나 양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소소하게 엮여있는 계열사 간 출자도 손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지주 주주에는 신동빈 회장(13.04%)과 호텔롯데(11.10%) 외에 롯데알미늄(5.06%), 롯데물산(5.00%), 롯데장학재단(3.24%), 부산롯데호텔(0.94%)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측에서도 롯데홀딩스(2.49%), L제2투자회사(1.48%), L제12투자회사(0.79%) 등이 엮여있다. 신유열 부사장은 0.03% 가량만 지분을 확보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25.31%), 롯데쇼핑(40.00%), 롯데웰푸드(48.13%), 롯데칠성(45.00%), 롯데이노베이트(66.10%), 롯데바이오로직스(80%), 롯데글로벌로지스(46.04%), 코리아세븐(92.47%), 롯데GRS(54.44%) 등 지분을 보유 중이다. 주요 갈래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46.94%)와 롯데정밀화학(43.50%) 등 화학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그룹의 핵심 축으로 세워 지배구조 복잡함을 해소하려는 시도도 한 적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과 업황 부진에 이같은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주식을 가진 주주는 롯데지주 외에도 롯데물산(20.00%), 일본 롯데홀딩스(9.19%) 등이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지주 외에도 신동빈 회장(10.00%)과 호텔롯데(8.86%) 등을 위에 두고 있다. 아래로는 롯데하이마트(65.25%)가 있다. 롯데알미늄과 롯데물산이 계열사 주식을 많이 소유했다는 사실도 포인트다. 롯데알미늄은 롯데지주(5.06%), 롯데칠성(7.64%), 롯데웰푸드(6.91%), 롯데건설(9.51%) 등 주요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 롯데물산은 롯데지주(5.00%)와 롯데케미칼(20.00%) 지분율이 높다. 롯데물산에는 다시 일본계 자본이 들어온다. 일본 롯데홀딩스(60.10%)와 L제3투자회사(5.25%)가 롯데물산 상단에 있다. 이밖에 호텔롯데(32.83%)와 신동빈 회장(1.82%) 지분도 있다. 롯데알미늄도 마찬가지다. 호텔롯데(38.23%)가 최대주주로 있고 L제2투자회사(34.91%)와 광윤사(22.84%)가 주요 주주다. 롯데그룹은 결국 일본 자본과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투명화 작업을 통해 '신동빈 체제'를 굳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호텔롯데 상장이 최우선 과제지만 실현이 어려워질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합병 등 방법도 거론된다. 호텔롯데 주주는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 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론적으로는 반대쪽인 롯데지주 주주들의 마음을 잡으면 된다는 얘기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큰 '도박'이다. 면세점 사업 부진 등 여파로 기업 가치가 낮게 측정된 상황에서 어설프게 합병을 추진할 경우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어서다. 재계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호텔롯데를 성공적으로 상장해 일본 지분을 희석한 뒤 △호텔롯데를 투자·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다음 △주력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법이다. 그룹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업종이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몸값이 낮게 책정돼 그룹 체계 개편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균형점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속 또는 증여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뉴롯데' 비전 실현에 짧게는 수년 많게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에서 경영권은 완전히 인정받았지만 소유는 불완전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신유열 부사장은 소유보다 경영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완전히 장악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신동빈 회장과 마찬가지로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등과 동행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현명하다는 분석이다. 신유열 부사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하면서다.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듬해에는 전무로 초고속승진을 하며 그룹 미래성장실장 역할을 맡았다. 바이오,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 발굴과 개발을 총괄하는 게 임무다. 2024년 부사장 직함을 달았고 작년부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신유열 부사장이 상무보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서는 데 걸린 시간은 2년6개월에 불과하다.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역할도 맡고 있어 '신유열 체제' 준비 작업에는 속도가 나는 중이다. 업계 이목은 바이오에 쏠린다. 신유열 부사장이 처음으로 국내 계열사 대표를 맡으며 실질적인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기 때문이다. 그룹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이밖에 다른 새 먹거리를 확보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유 측면에서 신유열 부사장은 일본 롯데그룹 쪽에서 주로 자금을 수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롯데지주에서는 아직 미등기임원이라 보수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등기이사로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이 아니다. 롯데지주 지분은 2024년부터 조금씩 매집하고 있다. 아직 지분율은 0.03%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서는 신유열 부사장이 롯데지주 주식을 모은다는 사실은 롯데그룹이 이 회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라고 해석한다.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실현은 3세 지분·경영권 승계 관점에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벌승계지도] LG그룹 ‘장자 우선 원칙’ 구광모 체제서 분기점 맞나

LG그룹 승계지도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그려볼 수 있다. 지배구조는 투명하다. 지주사 체제를 일찍부터 확립했고 총수 일가 지분율도 높은 편이다. 다음 세대로 증여·상속을 해도 소유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외에도 26명이 지주사 주식을 들고 있어 '가족 소유' 성격이 강하다. 경영권 측면에서는 50년 넘게 이어온 '장자 승계' 원칙이 기로에 선 상황이다. 4세인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G그룹 지배구조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LG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LG 최대주주(이하 3일 기준)는 구광모 회장(16.27%)이다.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치면 ㈜LG 지분율은 42.54%가 된다. 국민연금공단이 6.87%를 가지고 있어 이를 합산하면 과반에 육박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Silchester International Inv)가 ㈜LG 지분 7.17%를 들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잡는다. 주요 계열사들은 ㈜LG 영향력 아래에 있다. LG전자(35.27%), LG화학(34.95%), LG유플러스(38.25%), LG생활건강(34.74%), LG CNS(44.95%) 등이다. LG전자는 LG이노텍(40.79%), LG디스플레이(36.72%), 엘지마그나이파워트레인(51%) 등을 아래에 두고 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79.38%를 지니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 주식을 58.61% 보유 중이다. 이밖에 손자 또는 그 아래에 있는 회사들도 각 계열사들이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편이다. LG전자의 100% 자회사로는 하이프라자, 하이엠솔루텍, 하이케어솔루션, 하이텔레서비스, 에이스냉동공조 등이 있다. 씨에스리더, 아인텔레서비스, 씨에스원파트너, 위드유, 유플러스홈서비스 등은 LG유플러스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LG생활건강 아래로는 코카콜라음료(지분율 90%)와 해태에이치비(100%) 등이 있다. LG화학은 100% 자회사로 팜한농을 두고 있다. ㈜LG 지분을 확보하면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첫 번째 변수는 실체스터의 행보다. 이 회사는 주로 저평가된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2023년 ㈜LG의 5% 이상 지분 보유 주주로 이름을 올린 뒤 지난해까지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최대주주와 경영 보폭을 맞추고 있다. 5% 확보 이후 공시가 나왔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LG그룹에 '외국계 감시자'가 생겼다는 얘기가 나왔다. 주주가치 제고 기대에 지주사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현재까지는 ㈜LG 이사회 측이 제안하는 주주 환원 정책에 우군 역할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실체스터가 일반적인 행동주의 펀드와는 분명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달 ㈜LG 정기주주총회 역시 이변 없이 넘어갈 전망이다. ㈜LG는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전자주총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상향 등 대대적인 정관 변경에 나선다. 더 큰 관전 포인트는 ㈜LG 지분 소유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LG그룹 경영은 '구광모 체제'가 사실상 완성된 상태다.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탄탄한데다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을 화두로 던지며 비주력사업에서 손을 떼고 신성장동력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왔다. 스마트폰·태양광 패널 등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전장, 이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역량을 쌓는데 집중했다. 이같은 결정은 LG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유 관련 지도는 쉽게 그리기 힘든 상황이다. LG그룹은 55년여간 맏아들이 그룹 지배권을 물려받고, 경영에 참여했던 나머지 형제들은 독립한다는 기조를 지켜왔다. 구인회 창업회장이 떠나자 동생인 구철회 회장은 LIG그룹을 차려 나왔다.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세 형제는 힘을 모아 LS그룹을 만들었다. 구인회 회장(1969년 별세)의 장남인 구자경 회장(2019년 별세)은 1995년부터 LG그룹 2세대를 이끌었다. 구자경 회장의 동생들은 아워홈(구자학), LF(구자승), LB인베스트먼트(구자두) 등을 맡았다. 2018년 취임한 3대 구본무 회장의 형제들도 경영을 돕다 세대교체가 일어나면 약속대로 LG그룹 경영에서 물러났다. LX그룹(구본준), 희성그룹(구본능) 등이다. 현재는 구광모 회장 체제다. 구광모 회장은 구자경 회장의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장남인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양자로 입적했다.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이 합의를 이룬 결과다. 총수 일가들은 혈통보다 상징성을 지키기 위해 법적 절차까지 밟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그룹이 보수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형제간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의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4대에 걸쳐 상속을 이어온 탓에 지주사 지분을 지닌 가족 수도 크게 늘었다. 구광모 회장과 엮여 있는 ㈜LG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2.54%다. △LG연암학원(2.17%) △LG연암문화재단(1.14%) △LG상록재단(0.49%) △LG복지재단(0.23%)을 제외하면 모두 개인이다. 구본무 회장의 막내동생이자 LT그룹을 가지고 독립한 구본식 회장이 아직 ㈜LG 지분 4.57%를 가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지분율도 3.11%에 달한다.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4.29%)를 포함해 △구본무 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2.97%) △구본무 회장의 차녀인 구연수씨(0.73%) △구형모 LX엠디아이 사장(1.64%) △구본준 LX그룹 회장(1.06%) 등도 의미 있는 수준의 ㈜LG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밖에 구광모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씨(0.69%)를 포함한 18명의 친척 및 방계 구성원들이 ㈜LG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게 '세 모녀의 난'으로 불리는 가족간 상속분쟁이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대표, 구연수씨는 지난 2023년 2월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며 소송에 나섰다. 고인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골자로 한 2조원가량이다. 구광모 회장은 해당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구연경 대표는 2.01%, 구연수씨는 0.51%를 각각 상속받았다. 세 모녀는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지 4년이 지나 '가족간 합의가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구광모 회장이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앞선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구광모 회장 손을 들어줬다. 세 모녀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지난달 원고 패소로 판결한 것이다. 법원은 원고 측이 재산분할과 관련해 주장한 핵심 쟁점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할 협의서는 유효하게 작성됐고, 선대 회장이 남긴 유지에 따라 협의서 작성 과정에서 기망 행위는 없었다고 봤다.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 결과보다 소송전 자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이목을 끈다. LG그룹이 50년 넘게 지켜온 '장자 승계' 원칙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사례라는 이유에서다. 일단 세 모녀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더라도 '구광모 체제'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세 모녀가 승소해 법정 상속비율로 지분을 재분배해도 합산 지분은 15%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회장 힘까지 모아 14%가량 지분 확보가 가능해 보인다. 특수관계인에 그룹 내 공인재단들이 있는데다 다른 가족들도 '원칙을 깬' 세 모녀 쪽보다는 구광모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5세 경영체제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구광모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친척들이 지분을 조금씩 쪼개 '가족경영'을 펼치는 와중에 16.27%는 충분한 지분율이 아니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LG그룹과 비교해 훨씬 복잡하고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갖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은 특정인에게 경영권과 지분을 모두 몰아주며 '소유와 경영'의 균형점을 찾고 있다. LG그룹의 평화로운 세대 교체를 가능하게 했던 '장자 승계' 원칙이 계속 지켜질지 여부에 재계 시선이 쏠리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LG그룹의 '가족 소유' 전통은 이어져도 '1인 경영' 체제가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가족경영이 한국적 특수성 안에서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환경에서 주주들이 '장남에게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LG가 전통을 계속 받아들일 수 있을 지가 쟁점이다. LG가 '인화(人和)'를 강조하며 가족 간 합의로 일을 처리해온 전통에도 금이 갔다. 가족 사이에서 '유언장이 없었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이는 LG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힘을 보태주는 요소다. ESG 경영이 중요해진 시대에 '불투명한 거버넌스(G)'는 기업 가치를 깎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퀀텀점프'를 이끌 수 있을지다. 지금까지는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5세 체제를 감안한다면 보다 눈에 띄는 도약이 필요해 보인다. 구광모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과거와 같은 구본무 회장을 뛰어넘는 LG그룹의 전성기를 열고, 자녀는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소유 측면에서는 상속·증여세 재원 마련에 대한 그림을 아직 그리기 힘든 단계다. 구광모 회장은 약 7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5년간 6회에 걸쳐 모두 납부했다. 지금부터는 ㈜LG 등 배당 확대나 보수가 주요 수입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LG에서만 47억1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탓에 ㈜LG 외 주요 계열사 주식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LG CNS는 미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97만2600주(지분율 1%)를 아직 들고 있다. LG CNS의 시가총액은 3일 종가 기준 약 7조2000억원이다. LX그룹 독립이 LG 승계 역사의 마지막 '전통적 이별'일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경영에 참여 중인 동생들이 없는데다 이제 떼어낼 수 있는 '적당한' 사업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LX그룹 분할 당시에도 판토스 등 알짜자산 배분을 두고 가족간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결론적으로 LG그룹의 승계지도는 앞으로 경영권보다 소유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과거 LG의 계열 분리가 현장에 있던 삼촌들에게 사업체를 떼어주는 방식이었다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4세 이후 친척들간 갈등은 지분 분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G그룹이 고수해온 '장자 승계' 원칙은 재산권 행사라는 개인의 정당한 권리 주장과 충돌하며 시험대에 올라선 모습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벌승계지도] SK그룹 재산분할·자사주 등 ‘지분 변수’…최태원 “승계계획 있다”

SK그룹은 자타공인 우리나라 대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모범생'이다. 일찍부터 지주사 체제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성했다. 환경·지역사회 등에 기여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매년 성적표를 발표하고 있다. '돈만 벌어서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지분 측면에서는 '최태원 체제'가 안정화된 상태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등 가족 간 계열사 분리도 깔끔하게 매듭지었다. 최태원 회장의 세 자녀는 회사 안팎에서 자신들만의 경험을 쌓아 나가고 있다. 변수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이다. 이변이 생길 경우 수조원대 주식·자금 이동이 발생해 그룹 지배 체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주사 SK(주)의 자사주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재계는 중장기적으로 SK그룹 총수 일가가 사촌 등 가족들을 아우르는 '협력 경영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중간지주사 숫자를 줄이는 등 일정 수준 조직 개편도 뒤따를 전망이다. SK그룹 총수일가는 SK㈜ 지분을 확보해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SK㈜는 공정거래법상 SK그룹의 지주회사다. SK㈜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17.9%)이다.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하면 지분율이 25.41%가 된다. 주요 주주는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6.66%) 정도다. 최태원 회장의 큰아버지인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 자손들도 20명 이상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지분율은 0.01~0.02% 수준에 불과하다. 이밖에 국민연금공단이 SK㈜ 주식 7.75%를 들고 있다. 자사주 비중도 24.8%에 이른다. 주요 계열사는 그 아래로 가지처럼 뻗어 있다. SK㈜가 △SK스퀘어(32.14%) △SK이노베이션(51.09%) △SK텔레콤(30.57%) △SKC(40.64%) 같은 핵심 계열사 및 중간지주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SK네트웍스(43.90%), SK바이오팜(64.02%), SK에코플랜트(63.17%) 등도 SK(주) 지배력 아래에 있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K하이닉스 최대주주는 SK스퀘어(20.07%)다. 국민연금공단 지분(7.35%)과 자사주(5.09%)도 있다. SK스퀘어는 이밖에 SK플래닛(86.26%), 티맵모빌리티(60.09%), 11번가(80.26%) 등도 거느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아래로는 에너지·배터리 계열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SK온(100%), SK에너지(100%), SK지오센트릭(100%), SK어스온(100%), SK아이이테크놀로지(53.35%) 등 지분을 보유 중이다. SKC는 SK넥실리스(100%)와 SK엔펄스(99.05%) 같은 회사 주식을 지니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로는 SK브로드밴드(100%), SK텔링크(100%) 등이 있다. '사촌경영'의 끈도 탄탄하다. SK그룹의 또 다른 축인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부회장이 맡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최종건 창업회장의 아들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SK디스커버리 지분은 최창원 부회장(41.69%)을 중심으로 특수관계인들이 51%를 들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 지분율도 0.12%에 불과하다. 그룹 지주사인 SK㈜가 SK디스커버리와 별도로 독립돼 있다는 뜻이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40.79%), SK가스(72.08%) 등을 지배한다.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66.37%를 들고 있다. 지분상으로는 거의 엮여있지 않지만 이들은 'SK'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며 계열사처럼 운영된다. 여기에 최창원 부회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는 등 그룹 전체 '2인자' 역할을 맡고 있다. 법적으로는 '남남'이지만 브랜드·거버넌스는 '한 울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SK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일부를 개편했다.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법인을 출범시킨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자산 규모 100조원이 넘는 민간 에너지 회사로 닻을 올리게 됐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 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된다. SK㈜는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지분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이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을 선정하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 대상 주식은 SK㈜가 보유한 70.6%다. 나머지 29.4%는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도 손본다. SK디스커버리,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가 따로 전개하던 사업을 매각 또는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SK디스커버리가 지닌 SK이터닉스 경영권을 팔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안 등을 추진 중이다. 사촌 경영인 간 따로 전개하던 사업을 최태원 회장에게 집중시키며 중복사업을 정리하는 성격도 있다. SK그룹 지배구조 '옥에 티'는 SK하이닉스가 지주사의 손자회사 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증손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해당 기업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총수 일가의 과도한 지배 확장을 막기 위한 구조 규제다. 반도체 설비 투자 비용이 수백조원 규모로 커진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투자 장애 요인으로 전락했다. SK하이닉스가 사업에 투자를 하려 해도 외부 자본을 참여시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 역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지분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증손회사의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 등이 거론된다. 수혜를 받는 기업이 사실상 SK그룹뿐이라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자본시장은 SK그룹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기존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해 탄생했다. 통신 사업 중심의 존속 회사는 SK텔레콤으로 남고 투자 사업 중심의 신설 회사는 SK스퀘어로 나뉜 것이다. 인적분할 당시부터 SK하이닉스의 투자 여력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SK㈜와 SK스퀘어가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 안팎에서 나왔다. SK스퀘어 측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SK㈜와 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고려한 적도 없다"고 선언했지만 합병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진행형인 노소영 관장과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소송은 SK그룹 '최태원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대형변수다. 지난해 대법원 항고심 선고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은 마무리됐지만 파기환송된 재산분할 건은 지난달에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심리에 들어간 상태다. 2022년 1심은 재산분할액을 665억원으로, 2024년 2심은 1심보다 20배 이상인 1조3808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재산분할액에 대해 파기 판결하고, 서울고법으로 환송조치했다. 결국 파기환송심의 최대 관심사는 재산분할 최종금액의 크기다. 2월 23일 종가 기준 SK㈜의 시가총액은 약 27조원이며,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1297만5472주의 가치는 총 4조8300억원 수준이다. 파기환송 결정으로 최태원 회장이 현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맞지만, 파기환송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총수일가의 이혼소송 리스크를 유리하게 해소하더라도 SK㈜는 자사주 문제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SK㈜는 자사주를 24.8% 확보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외 특별한 주주가 없어 경영권에 위협을 받지 않겠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25.41%로 압도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에게 경영권 위협을 당했던 '트라우마'를 잊지 않고 있다. 승계 측면에서 보면 SK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이변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주 시절 '형제경영'과 현재 '사촌경영'을 지나 중장기적으로는 '가족경영' 체제를 더욱 단단하게 가져갈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회장을 축으로 지분이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지분 관계가 거의 엮여 있지 않음에도 SK그룹 전체를 함께 지휘하고 있다. 현재까지 분쟁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다른 사람은 없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친척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SK㈜ 등 주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30대 시절이던 1998년부터 SK그룹을 이끌어왔다. 중간 중간 고비가 있을 때 여동생인 최기원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왔다. 다른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보유주식 대부분을 팔아 현금화했다. 지금은 SK스퀘어를 이끌며 전문경영인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지만 SK㈜를 비롯한 주력사 지분은 거의 확보하지 않았다.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은 2023년 그룹 최연소로 임원이 된 후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때 동행하는 등 존재감을 점차 발산해나가고 있다. 향후 그룹의 바이오 신사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보다 확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차녀 최민정씨는 주로 독자 노선을 걸었다. 해군 장교 임관, SK하이닉스 근무, 미국 스타트업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장남 최인근씨는 SK E&S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로 이직한 상태다. SK그룹이 'ESG 모범생'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이 일감몰아주기나 계열사 '꼼수 합병' 등 우회적인 경로로 자산을 늘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다른 총수 일가 자녀들과 비교하면 배당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어 각종 보수 등을 통해 증여·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 보면 이혼소송 불확실성만 제거하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재산이 늘어날 여지가 더 많다. 두산과 협상 중인 SK실트론 매각 작업 역시 최태원 회장이 '실탄'을 상당 수준 챙길 수 있는 딜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협상에서 최태원 회장 보유 지분은 팔리지 않는다. 회사 가치가 높아지면 경영권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개인 주식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에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ESG, 사회적 가치 등의 중요성을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를 종합하면 시장과 여론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가족경영' 기틀을 다지고 나아가 일부 계열사에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한때 최태원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지주사인 SK㈜가 갑자기 '투자전문 자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던 시기다. 당시 SK㈜는 정기주주총회 이후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며 '주가 200만원, 기업가치 14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거래가가 20만원대에 머물렀던 때다. 통상 대기업 총수 일가는 상속세 부담 등을 고려해 지주사 주가가 낮은 상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특정인에게 그룹 지배권을 통째로 넘기지 않기 위해 SK㈜ 주가를 높이고 싶었던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3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나만의 승계 계획이 있지만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벌승계지도] ‘정의선 체제 완성’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달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아직 주력 계열사 주식을 거의 확보하지 않은 상태다. 그룹 전반을 이끌며 경영 성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지분 승계는 좀처럼 로드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정의선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에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효율적으로 증여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매간 분쟁이 일어날 여지도 있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는 점은 변수다. 지배구조 정점인 현대차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데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정의선 회장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의 경영 성과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은 정의선 회장의 '실탄' 마련처다. 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이들 회사 중 한 곳이 핵심 계열사와 합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게 가장 크고 중요한 고리다. 현대차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지분율 22.36%)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각각 5.57%, 2.73%의 주식을 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7.31%)을 제외하면 1% 이상 지분을 확보한 곳이 없는 상태다. 현대모비스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은 30.67%다. 현대차는 또 기아 지분 35.17%를 지니고 있다. 기아 주주 중에는 정의선 회장(1.81%) 등을 포함하면 36.99%가 우호 세력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공단(6.77%) 외 주요 주주가 없다. 현대모비스 최대주주는 기아(18.15)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는 이렇게 완성된다. 정몽구 명예회장(7.47%)은 의미 있는 수준 지분을 확보했지만 정의선 회장은 보통주 30만3759주(0.33%)만 소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8.83%)과 단순 투자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5.33%) 지분율도 높은 편이다. 자사주는 1.71%가 있는데 전량 소각이 예정돼 있다. 회사가 자사주를 신규 매입해 소각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소폭 높아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통상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현대모비스가 있다고 본다. 현대모비스를 장악하면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현대차를 통해 기아에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1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현대차가 100조1700억원, 기아가 64조원 수준이다. 현대제철의 영향력도 무시하기 힘들다. 앞선 순환출자 고리 중간에 엮여서 총수 일가 지배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현대제철 주요 주주는 기아(17.27%), 정몽구 명예회장(11.81%), 현대차(6.87%) 등이다. 대신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6.07%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주요 계열사와 총수 일가가 현대모비스 주식 32.7%를 보유하게 된다. 다른 계열사들은 대부분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지분을 나눠 가지는 구조다. 현대건설 주식은 현대차(20.95), 현대모비스(8.73%), 기아(5.24%) 등이 34.92%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공단 지분율은 11.08%다. 현대로템은 현대차(33.77%)와 국민연금공단(8.08%)이 주요 주주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차(22.17%), 현대모비스(1.37%), 기아(3.95%)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9.88%다. 현대위아 주식은 현대차(25.35%), 기아(13.44%), 정의선 회장(1.95%) 등이 40.74%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지분율은 9.36%다. 그룹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 최대주주는 정의선 회장의 큰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17.7%)이다. 정의선 회장도 지분 2%를 들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현대오토에버 주식은 현대차(31.59%), 현대모비스(20.13%), 기아(16.24%)가 나눠 가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7.33%)을 합하면 특수관계인 지배력이 75.29%나 된다. 개인 주식을 전량 매도해도 지배력에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현대오토에버의 시총은 13일 종가 기준 11조9706억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 지분율이 20%로 높은 편이다. 현대차(4.88%), 현대차정몽구재단(4.46%) 등 특수관계인을 합산하면 29.36%다. 윌헬름센(11%)과 칼라일(10%) 등 외국계 자본도 현대글로비스에 들어와 있다. 윌헬름센은 노르웨이계 해운사다. 회사가 세워질 당시부터 기술 제휴 등을 이어와 파트너로 분류된다. 칼라일도 우군으로 꼽힌다. 이들은 2022년 정의선 회장(3.29%)과 정몽구 명예회장(6.71%) 주식을 블록딜로 넘겨받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총수 일가 지분이 20%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 데 따른 것이다. 비상장사 중 눈에 띄는 곳은 보스턴다이내믹스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지분 56.5%를 가지고 있는데 정의선 회장 영향력도 21.9%로 막강하다. 이밖에 현대글로비스(11.25%)와 소프트뱅크(9.5%)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중요하다. 현대건설(38.62%), 현대글로비스(11.67%) 등이 주요 주주인데 정의선 회장(11.72%)과 정몽구 명예회장(4.68%)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다. 이밖에 현대모비스(9.35%)와 기아(9.35%)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아직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순환출자 구조는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는다. 주로 국내 대기업들이 과거 적은 자본으로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활용했던 방식이다.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자본 착시'를 일으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왜곡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고리 하나가 끊어지면 다른 계열사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부실 위험도 있다. 주주의 목소리가 지분율 만큼 반영되기 어렵고 경영진을 견제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 역시 단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체제가 제대로 구축되기 이전부터 수차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현대차그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향후 개별 기업 주가를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2010년대 후반 관련 논의가 활발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날렸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자발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며 현대차그룹을 저격했다. 다만 아직까지도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계열사 간 지분 구조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이어진 주력사 외에도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율이 높은 현대제철 등이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탓에 지주사 체제 등을 선택하기 어려웠다. 지주회사가 되려면 현행법상 상장사 지분 30%, 비상장사 지분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총수 일가의 고민거리는 정의선 회장의 주력 회사 주식을 거의 모으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는 0.33%,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73%, 1.81%만 들고 있다.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 보면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면서 동시에 지배회사 지분율까지 높이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일정 수준 '꼼수'를 부릴 가능성은 원천 차단된 상태다. 공정거래법이 계속 강화되고 상법 개정 이슈까지 맞물려 있어서다. 결국 정의선 회장이 현금을 대거 마련해 순환출자 고리를 직접 끊는 '정공법'을 선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환경이다. 재계와 자본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결국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아에서 현대모비스로 넘어오는 고리만 끊어내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모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집해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세부적인 시행 방법이 수백 가지에 달한다는 점이다. 현대차 시총이 100조원을 넘긴 와중에 현대모비스 몸값은 40조원 선도 넘지 못했다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아가 지닌 현대모비스 지분을 처분하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힌트는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시도했던 개편안을 보면 총수 일가가 어느 정도로 결단을 내릴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현대모비스를 둘로 쪼개 투자회사를 지배구조 최정점에 두려 했다. 투자회사는 지주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사업회사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게 골자다. 정의선 회장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의 덩치를 확 키워 순환출자 고리에 엮인 회사들 지분을 모두 사겠다는 전략이었다. 총수 일가가 존속 현대모비스를 지배하면 그 아래로 현대차, 기아, 현대글로비스+분할 현대모비스가 따라오는 구조다. 다만 해당 안은 시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해 3월 개편안을 내놓고 5월 각사 임시주주총회를 열려 했지만 한 달도 안돼 주총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분할 현대모비스와 합병하는 현대글로비스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는 이유였다. 시장에서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이 해당 안을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가장 확실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정의선 회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병 비율만 조정해 다시 임시주총을 열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치로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ESG 경영에 대한 시장과 주주들의 눈높이가 훨씬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현대모비스를 분할할지 여부다. 현대모비스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하면 총수 일가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상당히 넓어지게 된다. 현대차·기아도 마찬가지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해 3사의 투자회사만 합병하는 방법은 10여년 전부터 거론된 시나리오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3사 중 두 곳 가량이 합병하는 것은 '황금비율'만 만든다면 추진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현대차와 기아를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지주사를 만드는 선택지도 버리기는 힘들다. 투자회사를 분할·합병할 경우 오히려 지주사를 선택하는 게 계열사 정리에 유리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기대하지 않는 안이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금융계열사를 직접 보유할 수 없다.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따로 설립해야 하는데 이는 또 다른 자금 부담을 발생시키는 요소다. 현대차그룹 내에는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현대차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이 있다. 결국 가장 유력한 안은 점진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나가는 방법이라는 게 중론이다. '빅뱅' 식으로 한 번에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대신 천천히 밑그림을 그려나간다는 뜻이다. 업황 등을 감안해 신사업 분야를 분리하는 동시에 현대모비스를 향해 있는 출자 고리들을 천천히 정리해나가며 구조를 단순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돈이다. 기업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데는 꽤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규모가 큰 대기업인데다 '동일인'인 정의선 회장의 계열사 지분 가치가 너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여기서 주목받는 기업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현대글로비스다. 비상장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재 정확한 몸값을 추산하기 힘든 상황이다. 'CES 2026' 등 무대에서 로보틱스 관련 미래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어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전망도 나온다. KB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올해 초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를 128조~146조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정의선 회장이 지닌 지분 21.9%를 모두 처분할 경우 20조원 안팎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할 수 있다. 단순 계산하면 현재 현대차 지분 20% 이상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다. 시총 20조원 규모 현대글로비스는 일찍부터 정의선 회장의 재원 마련 역할을 할 것으로 시선을 모았던 회사다. 2018년 내놓은 개편안처럼 다른 회사와 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본업 외에도 중고차, 보스턴다이내믹스 투자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비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증시 상장 또는 현대건설과 합병 등 설이 거론된다. 7조~15조원 가량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데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조 단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시총 12조원에 육박하는 현대오토에버 역시 정의선 회장이 지분 전량(7.33%)을 처분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또 다른 대형 변수는 '총수 일가'와 '정의선 회장'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 측면에서는 정의선 회장 체제가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에 반해 지분이 너무 없다. 현재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지분 증여 방식에 따라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정의선 회장 외 세 명의 딸을 두고 있다. 첫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현대차그룹 광고·마케팅 계열사를 담당하고 있다. 둘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은 금융 계열사를 맡고 있다. 정명이 사장의 남편은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대표이사인 정태영 부회장이다. 셋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고문은 외식·리조트 라인에 관여하고 있다. 당장 분쟁 가능성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단 현대차그룹 '정의선 체제'가 너무 단단하다. 정의선 회장은 일찍부터 다양한 방면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아온 인물이다. 기아(당시 기아차)가 적자에 시달리던 시절 '디자인 경영'을 통해 회사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냈다.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에는 제네시스 론칭을 진두지휘해 현대차그룹 수익성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동화 전환, 로보틱스 역량 강화,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및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작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문제는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을 가족들이 법적 상속 비율로 증여 또는 상속받을 경우다. 외국계 투자은행에서는 한때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융 계열사를 분리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금산분리를 이유 삼아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다. 현대차그룹 내 금융사는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됐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이다. 할부, 리스 등 자동차 판매 금융 중심의 네트워크를 지닌 기업들이다. 이들은 그룹 순환출자 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제조사들이 금융사를 지배하는 형식으로 돼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차(59.72%)와 기아(40.13%)가 대부분을 차지해 간단하다. 현대카드는 현대차(36.96%), 기아(6.48%)에 더해 현대커머셜(34.62%)이 주요 주주로 있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38.27%), 정명이 사장(25.67%), 정태영 부회장(12.75%) 등을 지녔다. 나머지 23% 안팎은 소액주주들 몫이다. 가장 중요한 금융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현대커머셜에 정명이 사장 부부 지분율(38.42%)이 현대차보다 높은 셈이다. 정명이 사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받으면 이를 처분해 금융 계열사를 독립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외부 시선에서 봤을 때 가족간 합의 역시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결국 '쩐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소장은 “단기간에 순환출자를 확 끊어내기는 쉽지 않고 답이 어디에서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시장 및 전문가들도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순환출자는 끊어야 하는데 당장 충분한 돈이 없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시간은 정의선 회장 편은 아니라고 본다. 일단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분위기를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벌승계지도] 이재용, 삼성전자 등기임원 될까…‘권한과 책임 일치’ 과제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구조가 확립된 상황이다. 아직 등기이사 자리에 오르지 않아 경영권 및 책임 관련 행보가 오히려 소극적이다. 승계 관련 변수는 지배구조 큰 그림에서 금산분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생명법' 등 입법 여부에 따라 전체적인 판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앞날은 '안갯속'이다. 이재용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해서다. 삼성은 그룹사 역량을 총동원해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소유와 경영' 관련 모범답안을 마련해주길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 지배구조 정점에 삼성물산…'핵심 계열사' 삼성전자 지분 확보가 포인트 삼성그룹은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점에 서 있는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등 계열사 지분도 광범위하게 보유 중이다. 중간에 있는 삼성생명도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하다. 결론적으로 삼성그룹에 지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 지분을 가져야 한다. 작년 말 기준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이재용 회장(21%)이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6.86%),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6.15%) 등 총수 일가도 이 회사 주식을 들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1.18%), 삼성문화재단(0.67%), 삼성복지재단(0.05%) 등을 모두 더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6.38%다. 이재용 회장 일가가 과반을 보유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대신 KCC(10.01%), 국민연금공단(8.19%), 자사주(4.59%) 등을 제외하면 의미 있는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사실상 없다. '소수 지분 + 분산 주주'라는 전형적인 재벌 지배 방식을 따른 것이다. 이 중 자사주는 전량 소각이 예정돼 있다. 보통주 약 780만주다. 예정일은 다음달 13일이다. 이후에는 이재용 회장 등 특수관계인과 KCC,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 지분율이 조금씩 상승하게 된다. 범현대가 기업인 KCC는 삼성그룹의 '백기사'로 분류된다.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인데다 앞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에버랜드 지분 처분이나 2015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 때 KCC는 삼성그룹의 우군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물산을 '지배회사'로 둔 체제 자체에는 큰 위협이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당초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는 비상장사인 에버랜드가 있었다. 이재용 회장→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의 고리였다. 이후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사명을 가져왔고,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며 현재 모습이 됐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꼼수 합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양사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문제 삼았다.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주가조작, 삼성바이오로직스 몸값을 올리기 위한 회계 부정 등 각종 논란이 뒤따랐다. 10년간 이어온 법정 공방은 작년 7월 대법원이 이재용 회장의 모든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형사 재판이 완전히 끝난 상황이라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법리스크'는 완전히 사라졌다. ◇ '삼성생명법' 예의주시…삼성물산, 자산 팔아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할 듯 사법리스크를 벗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에는 또다른 '입법 리스크'가 남아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리스크로, 업계와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에 지배력을 가진다면 다양한 계열사 지휘에 대한 고민은 사라진다. 일단 1000조원에 육박하는 시가총액을 지닌 삼성전자를 보면 최대주주가 삼성생명(8.51%)이다. 삼성물산(5.05%), 삼성화재(1.49%) 영향력도 크고 이재용 회장(1.65%)이나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1.49%) 등도 주식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9.83%다. 중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은 최대주주가 삼성물산(19.34%)이다. 이재용 회장(10.44%), 이부진 사장(5.76%),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3.56%에 이른다. 이밖에 형제사인 신세계·이마트가 8.07%, 국민연금공단이 6.87%를 보유 중이라 경영권 방어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계열사들은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흘러가는 구조 안에 대부분 흡수된다. 시가총액 약 80조원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삼성물산(43.06%), 삼성전자(31.22%) 등이 74.31%를 가지고 있다. 30조원 수준 몸값을 지닌 삼성SDI의 경우 삼성전자(19.44%) 포함 특수관계인이 지분 20.31%를 들고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15.43%) 등이 19.05%, 삼성증권은 삼성생명(29.39%)을 포함한 계열사가 29.62% 지분율을 확보 중이다. 삼성SDS는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 같은 회사 영향력을 합산하면 48.93%에 이른다. 이재용 회장이 9.2%를 들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기 최대주주도 삼성전자(23.69%)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3.8%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15.23%)외 7인이 지분 20.86%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E&A는 삼성SDI(11.69%), 삼성물산(6.97%), 이재용 회장(1.54%) 등 7인이 20.63%를 보유 중이다. 호텔신라 주식은 삼성생명(7.3%), 삼성전자(5.11%) 등이 17.34%를 가졌다. 제일기획은 삼성전자(25.24%) 등이 28.44%를 들고 있다. 주요 비상장사들도 지배력에 대한 고민은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84.8%에 달한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이 지분 전량을 들고 있다. 삼성자산운용도 삼성생명이 주식 100%를 소유 중이다. 핵심은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현재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보험사가 고객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너무 많이 들고 있지 못하게 규제하는 게 골자지만, 사실상 타깃이 삼성생명이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에는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까지만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8.5%나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해당 계산을 '취득원가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1980년대 삼성전자 주식을 살 때 가격은 주당 1000원 가량이었다. 개정안은 이 기준을 '현재가'로 바꾸자는 것이다.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중 약 30조원 어치를 팔아야 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자체에 큰 변화의 파도를 몰고 올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정점이 있는 삼성물산이 결국 나서야 한다고 본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여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전자 고리 중간에 삼성생명의 영향력을 줄이는 시나리오다. 물량을 감안하면 이 주식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서 대두되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다. 바이오 및 의약품위탁생산은 삼성그룹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밀어주고 있는 신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를 10년 주기로 바라보면 18만원대였던 게 170만원대로 뛰었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4.31%에 달하는 상황이라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보통주 1993만2350주(43.06%) 중 일부를 현금화해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쓰는 방안이 주요 대안으로 거론된다. ◇ 상속세 부담에 형제간 갈등 가능성↓…세 증여 타이밍도 아직 삼성그룹 지배권을 소유 측면에서 보면 '이재용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삼성물산은 유통 주식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몸집과 사회적 위상 등 관점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에서 흔히 변수로 떠오르는 '형제간 갈등'이 부각될 확률도 낮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1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안았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올해 4월까지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홍라희 명예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은 이를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수차례 시장에 매각했다. 최근 공시만 봐도 홍라희 명예관장이 지난 5일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약 2조원)를 처분했다. 작년 10월에는 세 모녀가 함께 삼성전자 주식 1771만6000주(약 1조8400억원)를 팔았다. 이전에도 이들은 상속세 납부를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보유 주식을 꾸준히 팔아왔다. 이런 와중에도 이재용 회장은 보유 주식을 단 한 주도 처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달 2일자로 홍라희 명예관장의 삼성물산 주식을 증여받는 등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이재용 회장이 낮은 비용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이라고 해석한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E&A △삼성화재 △삼성전자 우선주 등 주식을 다수 보유 중이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2021년 4월 약 15조6000억원에서 지난달 21일 약 30조2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며 주력사 주가가 뛴 여파다.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 가치가 약 14조5000억원, 삼성물산이 약 10조67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나 삼성생명법 입법 변수 등을 감안했을 때 이재용 회장이 이 두 회사 지분을 매각할 확률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자녀들 나이도 아직 어리다. 2000년생인 장남 이지호씨는 현재 해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2004년생 이원주씨는 발레를 배워 무대에 서거나 미국 NGO 단체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 모습 등이 포착되고 있다. 향후 이들 4세에게 지분 승계 작업이 진행될 경우 삼성물산이 '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지주사 체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복잡하게 엮여있는 지분을 간소화해 삼성물산에 집중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사안 중 눈여겨볼 포인트는 상속·증여세 개편이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은 이미 공감대를 이룬 사안이다. 다만 특유의 '재벌 문화' 아래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아직 정부·국회가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행 상속세 제도가 유지될 경우 상속세수가 2024년 9조6000억원에서 2072년 35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부연납 기간 연장, 상장주식 현물납부 허용, 주식평가 장기화 등 납부방식을 다양화하면 세수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기업 승계를 원활하게 해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3차 상법 개정'에 포함되는 자사주 소각은 파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물산 등 주력사가 이미 모범을 보이며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거나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자사주 마법' 카드도 스스로 버렸던 상황이다. 계열사간 지배구조가 허술한 구간도 많지 않다. 오히려 삼성물산 등에서 총수 일가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 이사회 중심 '글로벌 표준' 지배구조 구축 중…준감위가 선봉 삼성그룹 지배를 경영권 측면에서 보면 아직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작업은 중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은 처지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경영권 승계 의혹 등이 불거졌을 당시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심려를 끼쳤다"며 반성한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당시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선언했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이같은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그룹 총수 자격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2015년 6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공개 사과를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관련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전에는 1966년 이병철 창업회장이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이건희 선대회장이 2008년 차명계좌 의혹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를 완성하며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관전 포인트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행보다. 이 조직은 이재용 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당시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로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재판부 권고에 따라 2020년 2월 출범했다.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을 감시하고 노동조합이나 경영권 승계 관련 준법 감시 및 개선을 권고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준감위는 삼성그룹 전반을 앞으로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거느리는 수직적 지배구조 체제 아래에서 콘트롤타워 등을 어떤 형태로 세워 운영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그룹을 전문 경영인과 이사회 중심 '글로벌 표준'대로 경영하는 해법을 어떤 형태로 제시할지 주목된다. 준감위 4기는 이찬희 위원장을 필두로 5일 공식 출범한다. 당장 급한 경영 관련 이슈는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주요 사업장에서 '현장 경영'을 펼치고 임직원들에게 혁신을 주문하는 등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10년여간 '사법리스크' 족쇄를 차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 등 주력사 등기임원 자리에 오르지 않은 상태다. 경영권은 행사하되 책임은 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물론 보수 또한 받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이재용 체제'가 성숙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등이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다룰 것으로 재계는 예상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