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8·4대책 1년 <하> 공공주도 주택공급 성적표는?...지자체 반대-주민반발에 공공개발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정부가 지난해 주택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 기조로 전환한 8·4 대책을 발표한지 1년이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 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 8·4 대책 후속으로 나온 2·4 대책 등도 현지 주민 반대에 부딪히며 정부는 주택 공급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의 입장만 고수해 공공 개발로만 밀어부친 게 역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주민 반대와 공공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2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8·4 대책을 통해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지난 6월 뜻을 접고 과천청사 대신 대체지를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용산 정비창, 노원 태릉 CC 등에 공공주택을 각각 1만 가구씩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주민들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내년 지구 지정 완료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021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용산 정비창과 태릉CC 등 주요 신규 부지에 대한 지구 지정을 2022년까지 완료하고 2027년부터 입주 시작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분명하다. 유휴 토지 개발 용도에 대한 이견과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대신 업무 지구 등 상업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정부는 올해 2·4 대책을 추가로 내놓으며 주택 공급 확대 기조를 이어왔지만 주민 반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2·4 대책은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공급대책으로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가구, 전국 83만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재개발 28곳, 공공재건축 4곳 등 총 32곳을 공공정비사업 후보지로 선정하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52곳, 소규모 주택정비사업과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은 후보지 27곳으로 지정했다.이 중에서도 서울 영등포구 신길4구역과 부산 전포3구역, 당감4구역은 일부 주민들이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신길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신길4구역 주민들은 공공 개발 대신 오는 9월에 있을 서울시의 민간 재개발 사업 공모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지난달 26일 2·4대책 현장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차질 없는 주택 공급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주민 반대를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 확대 대책이 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등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대책 역시 사업 지연이 계속 되면서 공급 현실화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공급 실현을 위해서는 정부가 공급 확대만큼이나 공공에 대한 신뢰 회복과 유연한 정책 구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급 주도 정책인 8·4 대책과 2·4 대책 모두 정부 주도로만 진행되는 등 민간에 의지한 정책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추진된 부분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택지 지구에서 공급량을 확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 주도뿐만 아니라 민간 주도 사업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정책이 정부 주도로만 진행된 점을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최 교수는 "정부가 모든 주택 공급을 정부 주도로 하겠다는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며 "공급 확대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의 자율성을 좀 더 보장해주는 쪽으로 가야 주민 반대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giryeong@ekn.kr서울 양천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긴급점검] 8·4대책 1년 <상>집값 잡혔나… 전국 아파트값 1년새 10.8% 치솟아 ‘공급 확대책 무색’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정부가 지난해 8·4대책을 통해 수요 억제책에서 공급 확대책으로 기조를 선회했다. 정부가 그동안 집값 급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 수요에 있다고 보고 20번이 넘는 수요억제책을 내놓았지만, 집값 상승은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서울 유휴부지 택지개발을 중점적으로 한 8·4대책은 과천정부청사와 노원구 태릉골프장, 용산역 철도정비창, 마포구 상암동 DMC 등을 개발해 3만 가구 이상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부동산 관련 대국민 담화의 핵심도 결국 공급이었다. 공급은 충분하니, 추격 매수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에 따라 <에너지경제신문>은 8·4대책 이후 공급 기대감에 따른 시장 안정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정부가 지난해 8·4대책을 통해 수요 관리에서 공급 확대로 기조 변환을 꾀한지 1년 가까이 지나는 가운데 시장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1일 정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집값 고점론을 연이어 내세우고 있지만 부동산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월간) 통계에 따르면 8·4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1개월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10.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1개월간의 상승률이지만, 기존 연간 상승률과 비교하면 2006년(13.92%)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특히 수도권 아파트값이 2주 연속 최고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넷째 주(26일 기준) 수도권은 지난주에 이어 0.36% 오르며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2주 연속 이어갔다.아파트 매수 심리도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7.8로 지난주(107.7)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정부는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 기조를 위해 지난해 8월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지난해 8·4 대책으로 발표한 공공재건축의 경우 5만 가구 목표 물량 중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달랑 4곳(1537가구)뿐이다. 정부는 지난 4월 7일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인 영등포구 신길13구역 △중랑구 망우1구역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 △용산구 강변강서아파트 △광진구 중곡아파트 등 5곳을 공개했다. 후보지 중 한 곳인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695가구)는 최근 민간 재건축으로 선회했다.정부의 서울 유휴부지 개발도 답보 상태다. 서울 노원구 태릉CC(1만 가구)와 용산정비창(1만 가구),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 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센 상태기 때문이다.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짓겠다고 했던 계획도 주민 반발로 수정됐다. 정부는 과천청사부지 개발을 취소하는 대신 과천지구 등에서 자족용지 용도전환 등을 통해 3000가구를 공급하고 대체지에서 1300가구를 공급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이로 인해 정부가 목표했던 2025년까지 공공재건축 5만 가구 공급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건설동향 브리핑’을 통해 공공재건축은 현 조건으로는 목표로 한 5만 가구 공급 달성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효과가 비교적 큰 대단지들이 다 제외되고, 5개 중·소규모 단지만 선도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악 미성건영이 사업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공공 시행 정비사업이 민간 시행에 비해 사업속도나 품질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고,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수익 극대화를 원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토지주들의 이기심을 죄악시하지 말고, 적절한 선에서 이를 활용하는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한 전문가는 "지난해 8·4대책의 공급 확대 계획은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시장의 신뢰를 못 얻고 있다"며 "공급 대책을 펼치기 이전에 주민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면밀하게 검토하는 등 선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8·4대책 이후 1년 가까이 시장 안정화 효과는 없었다"며 "민간 주택사업 활성화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공급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son90@ekn.kr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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