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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정부가 지난해 8·4대책을 통해 수요 관리에서 공급 확대로 기조 변환을 꾀한지 1년 가까이 지나는 가운데 시장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1일 정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집값 고점론을 연이어 내세우고 있지만 부동산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월간) 통계에 따르면 8·4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1개월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10.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1개월간의 상승률이지만, 기존 연간 상승률과 비교하면 2006년(13.92%)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값이 2주 연속 최고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넷째 주(26일 기준) 수도권은 지난주에 이어 0.36% 오르며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2주 연속 이어갔다.
아파트 매수 심리도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7.8로 지난주(107.7)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 기조를 위해 지난해 8월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지난해 8·4 대책으로 발표한 공공재건축의 경우 5만 가구 목표 물량 중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달랑 4곳(1537가구)뿐이다. 정부는 지난 4월 7일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인 영등포구 신길13구역 △중랑구 망우1구역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 △용산구 강변강서아파트 △광진구 중곡아파트 등 5곳을 공개했다. 후보지 중 한 곳인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695가구)는 최근 민간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정부의 서울 유휴부지 개발도 답보 상태다. 서울 노원구 태릉CC(1만 가구)와 용산정비창(1만 가구),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 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센 상태기 때문이다.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짓겠다고 했던 계획도 주민 반발로 수정됐다. 정부는 과천청사부지 개발을 취소하는 대신 과천지구 등에서 자족용지 용도전환 등을 통해 3000가구를 공급하고 대체지에서 1300가구를 공급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목표했던 2025년까지 공공재건축 5만 가구 공급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건설동향 브리핑’을 통해 공공재건축은 현 조건으로는 목표로 한 5만 가구 공급 달성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효과가 비교적 큰 대단지들이 다 제외되고, 5개 중·소규모 단지만 선도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악 미성건영이 사업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공공 시행 정비사업이 민간 시행에 비해 사업속도나 품질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고,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수익 극대화를 원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토지주들의 이기심을 죄악시하지 말고, 적절한 선에서 이를 활용하는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한 전문가는 "지난해 8·4대책의 공급 확대 계획은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시장의 신뢰를 못 얻고 있다"며 "공급 대책을 펼치기 이전에 주민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면밀하게 검토하는 등 선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8·4대책 이후 1년 가까이 시장 안정화 효과는 없었다"며 "민간 주택사업 활성화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공급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son90@ekn.kr